링크 : http://bookmid.com/bbs/board.php?bo_table=midevent&wr_id=2046

 

 

 

 

니콜라스_표지입체.jpg



 

***

 

‘어쩜 이렇게 끔찍한 질병이 있을 수 있을까’, 애밀린 산티아고 볼커는 수술실 밖 대기실에서 그녀의 아들을 기다리며 치를 떨었다. 다른 환자 가족들도 근처에 앉아 있었지만, 그들의 긴장한 눈빛은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두렵고 새로운 특별한 경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애밀린과 4살짜리 소년 닉에게 위스콘신 어린이병원 수술실은 새로울 것이 없이 익숙한 곳이었다. 2009년 초까지 그곳을 방문하는 것은 이들 모자의 일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스러운 일상.

 

***


 

 

이 책은 어린 꼬마 '니콜라스 볼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 어린 꼬마의 인생이 참 기구합니다.

어려서 희귀병에 걸려 약 사 년을 병원에서 보내다가,

'유전체 치료(genomic medicine)'의 최초 수혜자가 되었거든요.

 

게놈 해독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 몸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앞으로의 의료 체계는 어떤 식으로 발전해나갈 것인지.

위와 같은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으시다면,

MID의 첫 책인 《천 달러 게놈》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혹은 끔찍한 질병에 맞서 싸우는 두 살짜리 영웅과

그 영웅을 과학과 의학의 힘으로 보조하는

조력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읽으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이번 도서는 15명의 서평단을 모십니다.

 

기한 내에 서평 작성이 가능하신지 신중히 생각해보시고

신청 부탁드려요.

 

 

<니콜라스 볼커 이야기>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최정예 서평단 15분을 모십니다.

모집기간은 9/23(금) - 9/29(목) 이고요.

9/29(목) 발표와 동시에 배송이 이루어집니다.

 

서평 마감일은 10/12(수)이며, 우수서평 마감일은 10/7(금)입니다.

10/7까지 서평을 남겨주신 분들 가운데,

우수서평자 한 분을 선정하여

읽기를 원하시는 MID 도서 한 권을 선물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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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3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대가분들의 적극적인 참여필수 ㅋ^^.
 
인간 존재의 의미 - 지속 가능한 자유와 책임을 위하여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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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사랑하라’로 요약되는 이타심은 종교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이타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대가가 없어도 헌혈을 하고, 불우이웃을 돕는다. 심지어 타인을 구하려다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들까지 있다. 이런 걸 보면서 “엄마, 세상은 참 따뜻한 거죠?” [주1]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인간 중에 원래 남보다 좀 더 선한 사람이 있다든가, 인간은 원래 선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성선설에 따라 인간은 선하기 때문에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설명은 너무 단순하다. 이 논리로 인간사회의 이타적인 행위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인간은 대개 이기적이다. 이기심은 인간의 생물학적인 본성인 동시에 인간 행태를 탐구하는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이기적 인간들 사이에서 이타적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아 면면히 맥을 이어왔다. 상반된 이기심과 이타심의 공존하는 세상은 흥미로운 관찰 거리다. 인간이 아무 대가 없이 남을 도울 수 있을까, 아니면 무엇을 바라고 돕는 것일까? 수많은 학자가 인간 사회의 용기 있는 자기희생을 설명하기 위해 매달렸다. 대표적인 이론이 혈연선택설(kin selection)집단선택설(group selection)이다.

 

혈연선택설에 따르면 혈연으로 연결된 개체들에 대해서는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 혈연선택설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속담으로 요약된다. 궁극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상호 협력하거나 이타적인 혜택을 베푼다. 반면 집단선택설에 의하면 개체들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희생한다. 이타적 행동을 하는 개체가 많은 집단일수록 생존율이 높다. 결국, 이타적 행위자가 많은 집단이 살아남는다.

 

 

 

 

 

에드워드 윌슨은 집단 선택설을 옹호한다. 그는 집단의 가치를 중시하고 인간의 사회 행동과 문화도 동물의 본성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윌슨이 말하는 동물의 본성이란 진사회성(eusociality)을 의미한다. 윌슨은 이미 《지구의 정복자》(사이언스북스. 2013년)는 인간이 개미와 같은 진사회성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즉 인간은 여러 세대로 이뤄진 집단 구성원들이 분업하여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로 진화했다는 얘기다. 윌슨은 《인간 존재의 의미》에서도 집단선택설을 줄기차게 주장하면서 혈연선택설의 한계를 콕 집어 지적한다. 윌슨의 주장에 맞선 리처드 도킨스가 도발한다. “여러분, 윌슨의 책을 있는 힘껏 집어 던지세요!” [주2]

 

이 세상에는 이런 이론들로 명확히 설명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하다. 어떤 이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든다. 숭고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의로운 희생들이다.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의로운 희생을 추모하는 일을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을 최적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의 독주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는 것이 미덕이라는 이기심의 원리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대는 경쟁 사회다’라는 명제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협력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손해 보고, 경쟁하고 남을 이용해야 성공한다는 주장이 뭔가 불편은 하지만 말이다. 윌슨은 인간의 감정이 시시때때로 변하고,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 ‘감정의 불안정성’이 인간 조건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관건으로 본다. 복잡한 감정 반응을 이해하면 합리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데, 윌슨은 우리가 직면하게 될 상황을 돕기 위해 ‘인문학’이라는 열쇠를 건넨다. 인문학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물음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인간 지성은 환경의 위기와 지구 생명 전체의 미래에 대한 성찰을 지향한다.

 

인간은 순수한 돕기 능력에 있어서도 독보적이다. 이런 풍성한 이타적인 형질이 인류라는 종을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로 만든 핵심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협력은 결코 안정적인 전략이 아니다. 협력은 배신과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의 하나다. 한편으로 인간 사회를 진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윌슨의 시선이 걱정스럽다.

 

 

인간 행동의 특징인, 또 하나의 유전되는 형질은 애초에 집단에 소속되려고 하는 압도적으로 강한 본능적인 충동이다. 이 충동은 대다수의 사회성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것이긴 하다. 사회성 동물 개체를 강제로 홀로 지내게 하면 계속 고통에 시달릴 것이고 결국에는 미치고 말 것이다. 자신이 어느 집단의 일원인가 여부는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집단은 구성원에게 우월감을 제공한다. 심리학자들이 지원자들을 무작위로 집단을 나누어서 단순한 게임을 시키자, 각 집단의 구성원들은 곧 자기 집단의 구성원들이 상대편 집단의 구성원들보다 더 유능하고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35쪽)

 

 

집단을 우선으로 여기는 이타적 본성이 때로 다른 집단에 무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극우 민족주의가 대표적인 예이다. 집단의 이타적 본성이 이기적 본성으로 변질하면,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으로 자기 집단의 영속성을 유지한다.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와 달리 집단 속에 있게 되면 평소와는 사뭇 다른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많은 군중이 모이게 되면 혼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차별화함으로써 소속감과 만족감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다른 집단과 더 차이가 나는 극단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인간은 사회성 동물이지 진사회성 동물에 가까운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실망한 글이 <외계 생명체의 초상>이다. 이 글에서 윌슨은 인간 본성의 특징을 토대로 외계 생명체의 특징을 상상하는데, ‘외계인은 사회적 지능이 높다’라는 주장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 말을 사회생물학의 논리로 보면 외계인도 유전자의 힘으로 사회적 행동을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윌슨은 사회생물학이 인간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동물의 사회적 행동 메커니즘을 외계 생명체에도 적용하는 스승의 생각을 제자 최재천 교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주1] 1993년부터 사용한 MBC 구 로고송. 원전은 ‘엄마 세상은 참 따뜻한 거죠. 우리 문화방송’. 내가 초딩 때 이걸로 패러디한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엄마 세상은 참 따뜻한 거죠. 미친놈아, 겨울이다’

[주2] 《인간 존재의 의미》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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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이즘(Dadaism)과 초현실주의1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됐던 반전 정서와 기존 미학을 부정하는 반 예술을 토대로 출발했다. 따라서 명칭만 다를 뿐 내포된 이념과 사고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마르셀 뒤샹은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양쪽 사조에 두 다리 걸친 인물이다.

 

 

 

 

 

그는 전후 암울한 세상을 조롱하며 변기에 사인해 출품을 했다. 심지어 (Fountain)’이란 제목도 붙였다. 황당한 심사위원들은 뒤샹의 변기가 예술을 모독하는 거라며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재 의 원작은 분실됐지만, 파리 퐁피두 미술관에 전시된 복제품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호가할 정도로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앙드레 브르통은 뒤샹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고, 그를 초현실주의 그룹에 초대한다. 다다이즘이 막을 내리고, 1924년에 브르통이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면서 초현실주의 그룹이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다다이즘의 냉소주의에 한 단계 진화해 이성적 사고력이나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비이성적 의식을 미술에 도입했다.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제2선언에 뒤샹을 언급한 문장이 있다. 별 내용은 아닌데 번역문에 문제가 있다.

 

 

* 뒤샹이 대전 무렵에 벌이고 있던 승부를 버리고 끝나지 않을 장기 승부에 빠질 자유는 없었다. (초현실주의 선언182, 황현산 번역)

 

* 오트 노르망디의 장기 챔피언이기도 했던 뒤샹은 당시 장기 시합에 얻은 수입으로 살고 있었다. (황현산의 주석, 초현실주의 선언182)

 

 

뒤샹이 장기(將棋)를 둘 줄 안다고? 이건 치명적인 오역이다. 뒤샹이 좋아했던 게임은 장기가 아니라 체스다. 체스가 장기와 유사한 놀이라고 해도 뒤샹과 체스의 밀접한 연관성을 생각한다면 황 교수의 단어 선택은 정말 터무니없는 번역이다.

 

 

 

 

 

 

 

 

 

 

 

 

 

 

 

 

뒤샹은 1923년 이후부터 미술가로서의 전면적인 활동은 사실상 중단하고 평생 체스에 몰두했다. 뒤샹의 체스 실력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1925년에 체스 마스터가 되었다. 1935년과 1939년에 체스 올림피아드의 프랑스 팀 주장으로 참가하여 챔피언에 올랐다. 이름이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고 했나. 변기 하나로 명성을 얻은 뒤샹(Duchamp)은 무패의 체스 챔프(champ)가 되었다.

 

 

 

 

 

 

 

 

뒤샹은 특별한 의도로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가볍게 체스를 두듯이, 또 놀이하듯이 작품을 만들었다. 비록 체스에 푹 빠져서 예술 활동을 중단했지만, 체스 선수야말로 이미 준비된 흑백의 형태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라고 말했다. 그는 체스 진행 방식에 매료되어 체스 자체를 하나의 미적 취향으로 인식했다. 체스 게임을 즐기는 삶 자체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하나의 노력이었다.

 

 

 

그림 이미지는 위키아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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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2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변기는 그 당시에는 기존 예술을 모독하고 저항으로 나타내려 한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ㅎㅎㅎ
하여간 예술계의 콜롬부스같은 달걀세우기랄까요..ㄷㄷㄷㄷ

cyrus 2016-09-22 18:52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뒤샹의 변기는 발상을 전환한 오브제입니다. 기성품을 예술품이라고 우겼으니 말입니다. ㅎㅎㅎ

아무 2016-09-22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롤리타에도 비슷한게 나옵니다. 가스통이랑 험버트랑 체스를 두는데 가스통이 ˝장군 받으시게!˝하는 장면이 나와요. 비교적 최근 번역인데도 그러니.. 읽을 때는 가스통의 어수룩한 측면을 강조하려고 그랬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cyrus 2016-09-22 18:54   좋아요 0 | URL
아직 《롤리타》를 읽어보지 않았어요. 집에 절판된 민음사판이 있는데 문학동네판도 읽어봐야겠어요. 아무님이 알려주신 장면, 기억하겠습니다. ^^

붉은돼지 2016-09-2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샹이 체스 챔피언이었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

cyrus 2016-09-23 08:48   좋아요 0 | URL
진정한 덕업일치입니다. ^^
 
반 고호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3
정문규 지음 / 서문당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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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편>은 나온 지 오래 되어도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리즈다. 서문당 출판사는 1968년 12월에 설립되었다. 서문당보다 2년 먼저 나온 출판사가 ‘문예출판사’다. 그만큼 서문당도 역사가 깊다.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편>은 1989년에 ‘피카소 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6권의 책을 펴냈다. 최근에 나온 시리즈가 2010년에 나온 ‘반 고흐’ 2편이다. 47번째 책이 나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서양의 미술 편> 시리즈는 화보집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비록 사진으로 찍은 그림이지만, 강렬한 붓 터치와 묵직한 마티에르(matiere, 질감)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얇고, 책에 실린 작품 수가 많지 않다. 글자 크기가 작다. 글자를 포기하고 그림만 봐야 한다. 9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라서 현재 외래어 표기법과 차이가 있는 단어가 많다. 재판이 발행되었지만, 옛날 외래어 표기는 고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초판이 1989년 4월에 나왔는데도 ‘있읍니다’로 쓰고 있었다. 1989년 3월 1일에 현행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이 전면 시행되었다. 2003년에 발간된 8판에서도 ‘있읍니다’를 ‘있습니다’로 고치지 않았다. ‘반 고흐’ 1편을 보려면 ‘고호’로 검색해야 한다. 지금도 책 제목이 ‘반 고호’로 나온다. ‘고호’를 ‘고흐’로 바꾸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렘브란트나 하르스에 이어 네덜란드 지방의 고전을 바탕으로 강렬한 빛을 갈망한 고호에게 찬란한 색채의 길을 열게 해준다. (7쪽)

 

 

 

이 책의 또 다른 단점은 역자의 불친절한 그림 설명이다. ‘하르스’는 프란스 할스(Frans Hals, 1581?~1666)를 가리킨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렘브란트와 함께 동시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이다. 할스를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반 고흐는 렘브란트, 할스 등 자신이 좋아했던 네덜란드 화가들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모델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로트렉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이 여인은 템버린 가게의 여인인지 직업 모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로 우리나라의 장고 모양으로 된 의자와 탁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16쪽)

 

문장이 어색하다. 그리고 이 초상화 속 여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탈리아 출신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Agostina Segatori)다. 그녀는 카페 겸 선술집 르 탕부랭(le Tambourin)를 운영했고, 한때 고흐와 사귀던 연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카페에 반 고흐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줬다. 모델 뒤에 그려진 우키요에는 반 고흐의 취향을 알 수 있다. 반 고흐는 당시 여성에게 금기시되던 음주와 흡연을 화폭에 담아 자유로운 영혼과 당찬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곳에서 두번째의 실의를 맛보았다. 그의 조카 케이에게 실연을 당하고... (36쪽)

 

그의 또 하나의 조카였던, 화가인 모브(Mauve)는 그를 친절히 대해 주었고, 유익한 충고를 해주었다. (37쪽)

 

※ '그'는 반 고흐를 가리킴.

 

 

책 뒤편에 ‘반 고흐의 생애와 작품 세계’라는 글이 있다. 그런데 이 내용에 오류가 있다. 반 고흐가 짝사랑했던 케이를 ‘조카’라고 썼다. 케이는 반 고흐 외삼촌의 딸이다. 그녀는 고흐의 사촌이다. 그리고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 모브(Mauve, 안톤 모베)를 처음에 ‘조카’라고 했다가 그 다음 장에는 ‘종형(사촌 형)’으로 썼다. 안톤 모베는 반 고흐의 사촌 형이다. 반 고흐는 헤이그에서 사촌 안톤 모베에게 그림을 배우며 유화에 입문했다.

 

내가 읽은 책은 2003년에 나온 8판이다. 지금 판매되는 책에 오류와 외래어 표기법이 고쳐졌는지 모르겠다. 착한 가격에 혹해서 이 책을 고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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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2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한 차이고 거의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이겠지만 ˝혜자스럽다˝는 말은 사실 ˝아니, 이 양과 질에 이 가격을?˝ 보다는 ˝아니, 이 가격에 이 양과 질을?˝에 가깝잖아요? 다른 도시락과 비슷한 가격에 양질이 작살이었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 책은 정확하게 혜자스럽지는 않네요.
역시 좀 더 비싸게 주더라도 양질에 만족할만한 화집이 낫겠어요.

cyrus 2016-09-21 18:57   좋아요 0 | URL
syo님 말씀을 듣고 보니 표현을 고쳐야겠어요. ‘착한 가격’으로요.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

yureka01 2016-09-2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다 보면 국어 맞춤법은 참 고치기가 어렵더군요. 그 출판사 아무래도 편집자가 비정규직 알바생인가 봅니다.

cyrus 2016-09-22 15:26   좋아요 1 | URL
지금보다 열악한 80년대 출판 작업 환경을 생각하면, 그때 나온 책들은 편집 오류가 많아요. 그런데 이걸 고치지 않고 지금까지 버젓이 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내 출판계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은 80년대 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 운동그룹에서 내놓는 부정기간행물에서 이를 다루는 정도에 그쳤으나 90년대 들어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여성문제에 대한 이론서에서부터 국내외의 여성현실을 다룬 보고서, 페미니즘 문학서 등으로 다양했다. 접근방식에 따라 여성문제에 대한 개념과 범주가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여성해방의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지금까지 여성운동이나 정책은 성차별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나 여성이 역사로 진입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역사는 여성을 오랫동안 타자로 규정되었다. 페미니스트이자 역사학자인 거다 러너(Gerda Lerner, 1920~2013)는 여성의 역사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도에 의해 여성의 역사가 은폐,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여성사 분야에서 선도적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유대인 출신인 러너는 40대의 나이로 역사학에 뛰어든다. 유대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억압은 그녀를 공부하게 만든 동력이다. 그녀의 활약에 힘입어 미국에서 최초로 여성사 분야 박사학위과정이 개설된다.

 

러너는 남성들의 ‘선택적 기억’의 희생자였던 여성들에게 역사학의 초점을 맞춘다. 그녀가 생각하는 역사란 “앞선 세대의 경험과 생각을 모아 놓은 기록보존소이자 우리의 집단 기억”이다. 과연 우리의 집단 기억 속에 여성 위인은 얼마나 포함돼 있을까. 여성사 연구는 외국에서 90년대 초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국내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사에 주목했다. 그러나 기록이나 사진, 유물, 작품 등 여성사연구에 필수적인 1차 자료의 절대적인 부족은 연구를 더디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여성들의 활발한 활동이 사회나 가족으로부터 배척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성의 역사가 사소하거나 주변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현행 역사 교과서는 근현대 여성의 역사를 따로 서술하지 않는다. 근대 이후 사회 전면에 등장한 여성의 ‘역사적 의미’가 남성 중심사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 속에서 이옥수 여사(1931년 출생)[주1]는 역사에서 소외돼 온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이끌어 내는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이옥수 여사의 《한국근세여성사화》는 ‘여성주의적 관점’의 시각으로 근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사화(史話)를 정리한 책이다. 이 여사는 거다 러너처럼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안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36세의 나이에 대구일보 수습기자가 되었다. 이 해에 그녀가 키우는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기자 생활 중에 《한국근세여성사화》 집필을 위한 자료 수집을 준비했다. 그녀는 ‘누구나 쉽게 읽는 여성사’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근세여성사화》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어떻게 사셨는지 대부분 여성이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누구나 이야기책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여성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지요.” [주2]

 

 

이 여사가 《한국근세여성사화》를 쓰기까지 모아둔 원고지의 양이 3,000장 넘는다고 한다. 그녀가 많이 참고한 자료는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글이다.

 

 

 

 

 

상권은 392쪽, 하권은 459쪽이다. 두 권의 책을 펼치면 흑백사진이 나온다. 상권은 개화기 전후에 살았던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고, 하권은 전국여성단체협의회(한국여성단체협의회로 명칭이 변경됨)가 주최한 전국여성대회(1975년 제13회, 1976년 제14회)와 제7차 아시아지역 국제여성대회가 진행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제7차 아시아지역 국제여성대회는 1976년에 우리나라가 주관하여 진행되었고 12개국 여성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상권은 한국 여성과 관련된 풍습, 사건, 활동 등 흥미진진한 사화들로 채워져 있다. 가부장제의 폐단에 억압받고, 불이익을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들은 과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음을 말해 준다. 개화기 이전의 여성들은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집을 가야했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았다. 아무리 나무랄 데 없는 규수라도 시집가서 아들을 낳지 못하면 끝이었다. 무자(無子)를 칠거지악(七去之惡)에 넣어 내쫓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시집간 여자의 가장 큰 꿈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는 일로 귀착됐다. 남편은 아들을 원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한 나머지 우스꽝스러운 풍습을 따르기도 했다.

 

 

 

 

청천강 이북의 서북지방에 아들을 낳게 하는 특이한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산모가 진통을 시작하면 남편은 길마를 자기 등에 얹고 지붕 위에 올라간다. 산모가 진통을 겪으면서 태아를 출산하고 있을 때 지붕에 올라간 남편은 소 울음소리를 낸다. 이렇게 하면 산모가 딸이 아닌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남편이 지붕에 떨어져 다치고, 딸을 낳으면 아내는 시어머니의 원망을 견디면서 살아야 한다. 갓 태어난 딸은 이름을 가지지 못한다.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한 며느리가 섭섭하다고 해서 손녀 이름을 ‘서운이’, ‘섭섭이’로 대충 짓는다.

 

 

 

 

 

 

 

 

 

상권이 하권보다 재미있다. 상권은 논개, 신사임당, 허난설헌, 윤심덕, 나혜석 등 역사의 한페이지에 장식한 여성들의 생애 및 관련 일화들을 소개했다. 최근 김별아 작가의 소설 덕분에 주목받고 있는 최초의 여성 근대 작가 탄실 김명순 이야기도 있다. 하권은 광복 이후의 여성들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대 여성 국회의원 명단과 여성의 직업 실태 등을 조사한 기록들이 정리되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사화 소개에 중점을 맞추다 보니 고증 오류가 몇 개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시기가 친일파 문제가 지금처럼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 김활란(최초 이화여대 총장), 박경원(비행사)의 친일 행적에 대한 언급이 적다. 심지어 이 여사는 김활란의 친일 행위가 일제의 압력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학교를 지키기 위한 최선책이라고 평가한 대목은 문제가 있다. 이 여사는 1971년에 공화당 경북지구부녀부장을 역임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하권에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시기별로 서술했다. 책의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이다. 책의 분량을 일부러 늘리기 위해서 쓴 것일까, 아니면 경북 출신의 이 여사가 박 대통령 시대를 그리워한 것일까? 

 

 

 

 

[주1]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이옥수 여사 관련 정보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 여사와 《한국근세여성사화》에 대한 언급이 있는 자료가 1985년에 나온 동아일보와 매일경제 기사뿐이다. 그녀가 지금도 살아있는지 아니면 이미 세상을 떠났는지 알 수 없다.

 

[주2] 동아일보. 1985년 4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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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2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현재도 명예살인이라는게 자행되는 걸 뉴스로 접하곤 합니다. 여자로 태어나는 거 자체가 이미 죄가 되는 사회였으니까요..리뷰 잘 읽었어요....

cyrus 2016-09-21 15:33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 중국인이 일으킨 살인사건, 단순히 보면 여혐 살인사건 같아요. 정말 무서운 세상입니다.

syo 2016-09-2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를 볼때마다 cyrus님의 저력에 감탄합니다....

cyrus 2016-09-21 15:34   좋아요 0 | URL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