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호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3
정문규 지음 / 서문당 / 198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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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편>은 나온 지 오래 되어도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리즈다. 서문당 출판사는 1968년 12월에 설립되었다. 서문당보다 2년 먼저 나온 출판사가 ‘문예출판사’다. 그만큼 서문당도 역사가 깊다.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편>은 1989년에 ‘피카소 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46권의 책을 펴냈다. 최근에 나온 시리즈가 2010년에 나온 ‘반 고흐’ 2편이다. 47번째 책이 나올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서양의 미술 편> 시리즈는 화보집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비록 사진으로 찍은 그림이지만, 강렬한 붓 터치와 묵직한 마티에르(matiere, 질감)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분량이 얇고, 책에 실린 작품 수가 많지 않다. 글자 크기가 작다. 글자를 포기하고 그림만 봐야 한다. 9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라서 현재 외래어 표기법과 차이가 있는 단어가 많다. 재판이 발행되었지만, 옛날 외래어 표기는 고쳐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초판이 1989년 4월에 나왔는데도 ‘있읍니다’로 쓰고 있었다. 1989년 3월 1일에 현행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이 전면 시행되었다. 2003년에 발간된 8판에서도 ‘있읍니다’를 ‘있습니다’로 고치지 않았다. ‘반 고흐’ 1편을 보려면 ‘고호’로 검색해야 한다. 지금도 책 제목이 ‘반 고호’로 나온다. ‘고호’를 ‘고흐’로 바꾸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렘브란트나 하르스에 이어 네덜란드 지방의 고전을 바탕으로 강렬한 빛을 갈망한 고호에게 찬란한 색채의 길을 열게 해준다. (7쪽)

 

 

 

이 책의 또 다른 단점은 역자의 불친절한 그림 설명이다. ‘하르스’는 프란스 할스(Frans Hals, 1581?~1666)를 가리킨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렘브란트와 함께 동시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이다. 할스를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반 고흐는 렘브란트, 할스 등 자신이 좋아했던 네덜란드 화가들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모델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로트렉의 작품에도 등장하는 이 여인은 템버린 가게의 여인인지 직업 모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로 우리나라의 장고 모양으로 된 의자와 탁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16쪽)

 

문장이 어색하다. 그리고 이 초상화 속 여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탈리아 출신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Agostina Segatori)다. 그녀는 카페 겸 선술집 르 탕부랭(le Tambourin)를 운영했고, 한때 고흐와 사귀던 연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카페에 반 고흐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게 해줬다. 모델 뒤에 그려진 우키요에는 반 고흐의 취향을 알 수 있다. 반 고흐는 당시 여성에게 금기시되던 음주와 흡연을 화폭에 담아 자유로운 영혼과 당찬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이곳에서 두번째의 실의를 맛보았다. 그의 조카 케이에게 실연을 당하고... (36쪽)

 

그의 또 하나의 조카였던, 화가인 모브(Mauve)는 그를 친절히 대해 주었고, 유익한 충고를 해주었다. (37쪽)

 

※ '그'는 반 고흐를 가리킴.

 

 

책 뒤편에 ‘반 고흐의 생애와 작품 세계’라는 글이 있다. 그런데 이 내용에 오류가 있다. 반 고흐가 짝사랑했던 케이를 ‘조카’라고 썼다. 케이는 반 고흐 외삼촌의 딸이다. 그녀는 고흐의 사촌이다. 그리고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 모브(Mauve, 안톤 모베)를 처음에 ‘조카’라고 했다가 그 다음 장에는 ‘종형(사촌 형)’으로 썼다. 안톤 모베는 반 고흐의 사촌 형이다. 반 고흐는 헤이그에서 사촌 안톤 모베에게 그림을 배우며 유화에 입문했다.

 

내가 읽은 책은 2003년에 나온 8판이다. 지금 판매되는 책에 오류와 외래어 표기법이 고쳐졌는지 모르겠다. 착한 가격에 혹해서 이 책을 고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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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2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한 차이고 거의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이겠지만 ˝혜자스럽다˝는 말은 사실 ˝아니, 이 양과 질에 이 가격을?˝ 보다는 ˝아니, 이 가격에 이 양과 질을?˝에 가깝잖아요? 다른 도시락과 비슷한 가격에 양질이 작살이었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 책은 정확하게 혜자스럽지는 않네요.
역시 좀 더 비싸게 주더라도 양질에 만족할만한 화집이 낫겠어요.

cyrus 2016-09-21 18:57   좋아요 0 | URL
syo님 말씀을 듣고 보니 표현을 고쳐야겠어요. ‘착한 가격’으로요.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

yureka01 2016-09-2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다 보면 국어 맞춤법은 참 고치기가 어렵더군요. 그 출판사 아무래도 편집자가 비정규직 알바생인가 봅니다.

cyrus 2016-09-22 15:26   좋아요 1 | URL
지금보다 열악한 80년대 출판 작업 환경을 생각하면, 그때 나온 책들은 편집 오류가 많아요. 그런데 이걸 고치지 않고 지금까지 버젓이 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