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소송』에 나오는 주인공 요제프 K ‘고소왕’이다. 이 소설에서 K는 특이하게 자신을 거짓 명예훼손죄로 소송을 제기한다. 본인이 자신을 고소한다? 원래 고소왕은 강변(강용석 변호사)의 별명이었다. 강변은 개그맨 최효종을 집단모욕죄로 고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서 ‘고소왕’이라는 캐릭터를 얻게 되었다.

 

K는 아무런 죄도 없는데도 갑작스럽게 체포당한다. 자신이 체포되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상한 소송 때문에 K는 자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진다. 결국 K는 처음부터 법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생생활을 미룰 정도로 소송에 집착한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K의 투쟁은 법원에 출두하여 자신이 고소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K는 ‘무죄방면’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향한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뷔르스트너 양에게 자신을 폭행죄로 허위 고소하라고 제안을 하며 변호사 홀트의 간병인인 레니를 자신의 조력자로 나서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조르조 아감벤은 K가 ‘거짓 고발자’를 뜻하는 'Kalumniator'의 첫 글자라고 해석한다. K를 고발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K 자신이었다. 처음부터 K에게 죄는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려는 1년간의 투쟁은 반대로 법적 처벌을 받을만한 죄를 양산했을 뿐이다. K는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회유하고, 뇌물로 법조인들을 매수한다. 이러한 K의 부정적인 행동은 자신을 스스로 모함하는 꼴이 된다. 무죄인 상태에서 거짓으로 자신을 고소하는 K는 점점 소송에 집착할수록 고소 받을만한 죄를 하나씩 저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판결을 회피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K는 떳떳하다. 자신의 무죄를 확신한다. 교도소의 신부 앞에서 자신은 완전히 결백하다고 주장한다.

 

 

"당신은 죄가 없나요?"
"네."
K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게 정말 기뻤다. 특히 그것이 사적인 개인을 상대로 하는, 그러니까 어떠한 책임도 뒤따르지 않는 것이라서 더욱 기뻤다. 그에게 그렇게 노골적으로 물어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이 기쁨을 만끽하려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나는 완전히 결백해요." (『소송』, 191~192쪽)

 

 

아감벤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죄인 자신을 스스로 고소하는 K는 희극적이다. 이것이 바로 카프카적 상황(Kafkaesk)이다.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K가 선택한 방법은 자기를 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K는 결백한 인물이 아니었고, 결백함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처음부터 허위로 자기 고소를 시도했고, 이러한 투쟁의 과정 속에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죄를 저지른 K의 판결은 법원이 아닌 채석장에서 진행된 ‘개 같은’ 처형이다.

 

 

 

 

 

 

 

 

 

 

 

 

 

 

 

 

막스 브로트는 K를 카프카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카프카가 살아있다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브로트의 관점을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반박했을 것이다. 카프카에게 브로트는 애증의 관계이다. 자신의 유고들을 불태워 없애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데다가 작품을 엉뚱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카프카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깊었던 구스타브 야누흐는 카프카에게 죄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을 한다. 여기서 『소송』에서 K가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죄라고 부릅니까?”
“죄는 자신의 사명을 피하는 거예요. 오해, 초조 그리고 게으름 등이 죄예요.”

(『카프카와의 대화』(문학과지성사), 390쪽)

 

 

K는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 ‘일상’이라는 삶의 보편적인 사명을 피한다. 바쁜 은행 업무 때문에 소송 처리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K는 초조해 한다. 어떻게든 휴가를 신청해서라도 소송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지금 이런 상황에 은행 일을 보아야만 한단 말인가? - 그는 책상 위를 쳐다보았다. - 고객들을 들어오게 해 상담을 해야만 할까? 소송은 계속 진행되는 중이고, 저 위 다락방에선 법원 관리들이 그의 소송 서류들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는 이렇게 은행 업무나 처리해야 하는가? (『소송』, 170쪽)

 

 

K는 법과의 투쟁을 통해서 자신의 무죄, 즉 결백함을 증명하려 했으나 무의미한 싸움에서 패배한 인물 또는 거대한 법 체제에 의해 희생된 인물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일반적인 해석은 K의 무죄를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K의 ‘셀프 고소’는 진실 규명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쓸데없이 소송에 집착하고, 거기에 얽매여 저지른 부정행위들을 묵인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에 불과하다. 그는 법과 투쟁했던 것이 아니라 애초에 없던 죄를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법 앞에 투항한 것이다.

 

K는 결백하지 않았다. 그는 죄를 저질렀으며, 누구도 K가 결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신부의 말처럼 법원은 K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K 혼자서 자신을 비방함으로써 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원조 고소왕은 강용석은 고소의 아이콘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세탁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고소왕 K는 법에 저항을 하다가 끝내 무릎을 꿇은 고독한 고소의 아이콘으로 결백함을 증명하는 척하는데 성공했다. 과연 우리는 『소송』을 읽을 때 법의 권위에 희생된 인물의 비극에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을까? 당신이 책에서 만났던 K가 여전히 결백한 인물로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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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초등학생 때 수업이 끝나면 항상 학교 도서실에 갔다. 친구들이랑 뛰어놀면서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 도서실에서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학교 도서실에 가면 무조건 한 권씩 꼭 읽는 책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동용 추리소설전집이었다. 책을 펼치면 눅눅한 곰팡내가 내 코를 먼저 반겨준다. 누렇게 변색한 종이, 잉크가 희미하게 사라지려고 하는 활자. 책의 보존 상태를 보면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책이었다. 오래 읽으면 눈이 침침하게 느껴질 정도로 피로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절대로 책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여태까지 즐겨 읽었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잊게 하였다. 개성 있는 탐정의 매력에 푹 빠졌고, 예상하지 못한 트릭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한 권을 다 읽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다 읽으면 다른 소설도 읽고 싶어졌다. 학교에 너무 오래 남아 있어서 경비 아저씨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추리소설전집은 한 권당 유명 추리 소설가들의 대표작 두 편씩 실려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 중 한 편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포아로 시리즈 중 한 편이 같이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한 권으로 서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두 편이나 읽을 수 있다. 이 추리소설전집 덕분에 새로운 추리작가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가장 기억남은 작가가 존 딕슨 카였다. 그가 쓴 작품이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과 함께 수록되었기 때문에 지금도 작가의 이름이 기억이 난다. 유독 소설 제목은 기억나지 않은데 아마도 ‘유령성의 비밀’이었을 것이다. 먼저 나온 포의 작품을 인상 깊게 읽은 탓에 그 뒤에 있는 존 딕슨 카의 작품을 잊지 않고 있었다.

 

카의 소설은 일단 음산한 고딕 분위기로 시작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다음에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마술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독서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카는 밀실 추리의 대가이다.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긴다이치 코스케’를 창조한 요코미조 세이시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더 나아가 소년 탐정 긴다이치 하지메(김전일)이 태어날 수 있었다. 하지메가 나오는 만화 원작을 보게 되면, 밀실 살인 사건이 제일 많이 나온다. 할아버지인 코스케의 명예를 거는 소년 탐정은 카의 명예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1930년에 발표한 『밤에 걷다』(It Walks By Night)는 밀실 추리의 유행을 알린 카의 처녀작이다. 사교계에 이름을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한 라울 드 살리니 공작과 결혼을 앞둔 루이즈 부인은 페넬리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여는 화려한 파티를 즐긴다. 그런데 즐거워해야 할 파티에 루이즈 부인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두려워한다. 그것은 전남편 로랑의 협박편지 때문이었다. 로랑은 루이즈 부인을 면도칼로 공격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병 증세가 있었다. 병원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인은 로랑의 곁을 떠났고, 공작과 재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로랑은 정신 병원을 탈출하여 전 부인의 재혼 소식을 알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의 결혼을 막기 위해 로랑은 협박편지를 보낸 것이다. 공작은 언제 습격할지 모르는 로랑의 등장을 방지하기 위해서 파리 경시청 총감 앙리 방코랭에게 자신들의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정신병자는 공작의 요청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행복한 결혼식 전야제의 흥을 깨뜨린다. 시끌벅적한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 루이즈 부인은 키라르 부인의 방 창문 밖에 서서 기분 나쁘게 웃는 로랑의 눈을 마주친다. 불쾌한 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페넬리 가게의 카드룸에 공작이 목이 잘린 주검으로 발견된다. 방코랭은 로랑이 공작을 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를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이 사건에 의문점이 많다. 두 개의 문이 있는 카드룸 밖에 방코랭의 부하 경관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들의 감시망을 교묘하게 피한 범인은 카드룸에 혼자 있는 공작을 살해한 것이다. 과연 범인은 어떻게 카드룸을 유유히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카는 방코랭이 밀실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는 이야기 속에 독자에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단서를 넌지시 제시하거나 그 열쇠를 쥐고 있을 것 같은 뜻밖의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소재들은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공작이 카드룸에 죽어가고 있을 때 흡연실에서 누군가가 놓고 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있었던 공작의 친구 보트렐리. 루이즈 부인 몰래 공작과 밀애를 즐기던 샤론 그레이. 공작의 복잡한 관계까지 밝혀지게 되면서 사건의 수사는 여러 가닥의 실이 한꺼번에 뭉쳐져서 꼬이듯이 엉뚱하게 전개된다.

 

샤론은 방코랭의 조수나 다름없는 작품 속 화자 ‘나’(이름은 제프)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매력적인 팜 파탈로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반대로 너무 불필요하게 묘사된 장면이 제프와 샤론이 ‘썸’ 타는 장면일 것이다. 제프는 복잡한 연애관을 가진 샤론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내적 갈등에 빠진다. 자신은 샤론을 좋아하지만, 공작과 보트렐리와 이미 정분을 나눈 그녀의 마음을 믿지 못한다. 제프와 샤론은 단둘이서 정원에 식사할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는데, 여기서부터 카는 두 사람의 썸을 지루하게 지켜보던 독자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선사한다. 이 반전은 ‘그 인물’을 범인이라고 예상했던 독자들의 추리를 단번에 뒤집어엎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화자와 샤론의 관계를 지나치게 묘사한 장면은 신인작가 카의 미흡한 이야기 설정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카의 작품을 꽤 읽어 본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밤에 걷다』에 선배 추리 작가들의 장점을 답습하려는 신인 작가 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 마무리를 향해가면서 밝혀지는 살인사건의 전모는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아몬틸라도 술통’ 결말과 흡사하다. 논리적인 범죄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추리를 반박하는 그라펜슈타인 박사를 무시하는 방코랭에서 차갑고 쿨내(쿨한 느낌이) 나는 ‘까도남’ 홈즈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짝사랑에 빠진 소심한 사내처럼 샤론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제프의 모습에 방코랭은 따끔하게 일갈한다.

 

“이보게, 난 중매쟁이가 아니라 경찰이라네. 오늘 저녁에 들은 그런 유치한 재잘거림 속에서 내가 뭘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나? 사랑이라는 감정이란 얼마나 어리석은지!” (145쪽)

 

“당신이 존 딕슨 카를 안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출판사는 띠지에 위대한 작가의 처녀작을 이렇게 홍보한다. 나는 어렸을 때 카를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그가 처음으로 펜을 쥐고 써내려간 처녀작을 읽었다. 이미 카의 원숙한 작품들을 읽어 봤을 정도로 카를 잘 아는 독자도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최상의 레벨을 자랑하는 작가의 전성기 작품을 계속 읽어오다가 레벨 초기화에 가까운 처녀작을 읽어 보라. 명성 있는 작가의 처녀작에도 어설픈 티가 눈에 보인다. 이래서 어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으려면 집필, 발표 연도순으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작가의 문학적 레벨과 성숙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카의 이름만 알고, 작품을 단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독자가 있다면, 처녀작 『밤에 걷다』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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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4-12-0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 진진한 추리소설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13번째 마을>정도의 포쓰가 되는 추리소설이요~^^ 엄청나게 재밌게 마지막으로 읽은 추리소설이 바로 13번째마을 이거든요..ㅎ

cyrus 2014-12-05 21:26   좋아요 0 | URL
야무님~ 제가 이제 막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입문자라서 감히 소설을 추천할 수준은 아니에요. 사실 <여섯번째 마을>도 아직 안 읽었어요.. ㅠㅠ 저보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으신 블로거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제가 아는 분은 카스피님이에요. 추리, SF 장르 소설을 즐겨 읽었고, 많이 알고 계십니다. ^^
 

 

 

 

[서평 이벤트]

 

1. 모집 기간: 12월 2일(화) ~ 7일(일)

당첨자 발표 : 12월 8일(월)

서평단에 선정되신 분은 12월 11일(목)까지 개인정보를 비밀 댓글로 적어주세요!

12월 11일(목)까지 확인이 되지 않으면 선정이 자동 취소됩니다.

서평 기간 : 12월 12일(금)~21일(일)

 

2. 인원: 5명 (최종 응모자 수에 따라, 추첨 인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참여 방법

- 응모 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서평 방법 : 서평 기간 동안 알라딘 계정으로 서평을 작성 후,

<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서평단 발표 포스팅에 알라딘 개인 블로그 및 그 외 블로그나

외부 채널에 남기신 서평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셔야 완료됩니다.

 

 

우리 모두는 원자다

 

산소와 수소, 철에서 나트륨, 질소, 칼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안의 위대한 원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주와 인간의 아름다운 순환의 고리를 우아하게 펼쳐놓는다!

 

 

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만나는 여행서

우리는 인간의 존재를 철학 혹은 신학적 관점에서 영혼을 가진 육체로 해석한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에서 볼 때 세상 모든 만물의 본질은 원자이고, 공기가 응축된 경이롭고 복잡한 덩어리인 인간 또한 원자로 구성된 물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원자가 우리 인생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별종 과학자’ 커트 스테이저는 이 책에서 산소와 수소, 철, 탄소에서 나트륨, 질소, 칼슘, 인에 이르는 8가지 원자를 통해 인간의 존재를 해석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리 몸의 산소 원자를 따라가다 보면 불과 물을 지나 어느새 다시 우리 손톱에 다다를 것이고,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 들어온 수소 원자는 살고 있는 곳의 습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신이 어젯밤에 무슨 술을 마셨는지에 대해서는 수소 원자가 야비하게 폭로해버릴 수도 있다고. 또한 우리가 지금 내뱉는 숨 속의 탄소 원자는 머지않아 북한산에 자리한 어떤 나무의 줄기가 되고, 갖가지 슬픔으로 흘린 눈물 속 나트륨은 오래전에 사라진 대양과 우리를 연결해 줄 수도 있을 거라고.

 

이렇듯 우주와 인간의 아름다운 순환 고리를 시종일관 우아하게 펼쳐놓고 있는 저자는, 인간과 원자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지구의 미래까지도 독자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과 호흡하는 공기,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가 주변의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되고 순환하는지를 원자적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과학이 인간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결합돼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해변에서 하루 놀자고 모래의 성분을 일일이 분석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원자의 존재를 감지하겠다고 원자 하나하나를 일일이 눈으로 봐야 할 필요는 없다. 원자 알갱이에 대한 세밀한 분석은 명망 있는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들이 밝힌 정보를 이용해서 삶을 더 잘 이해하면 그뿐이다.”(343p)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을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만들어진 수소 원자에서 시작해 수많은 별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무기 원자들,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화석에서 유래한 원자들, 무한정 샘솟을 것 같은 이 원자들이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고갈될 수 있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 인간은 별의 먼지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에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이 노랫말을 기억하는가. 세월호 사건 당시 팝페라 테너 임형주의 노래로 주목받은 <천개의 바람이 되어A Thousand Winds>(곡-아라이 만)의 일부다. 이 노랫말은 지난 1989년 IRA의 폭탄 테러로 24살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던 영국군 병사 스테판 커밍스가 남긴 글 속에 있었던 것으로, 그의 아버지가 영국 BBC에 출연해 낭독함으로써 전 세계에 알려졌다.

또 <성경>의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세기 3장 19절)”라는 글과, 이를 인용한 영국국교회 장례식 진혼시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를 떠올려보자.

철학적이고 신학적 관점으로도 보이지만, 이 노랫말이나 성경 글귀, 진혼시에는 커트 스테이저가 이 책에서 말하는 원자의 모든 논리가 담겨 있다. 저자가 펼쳐 보이는 원자들의 매혹적인 순환의 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모두 원자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우리가 바로 원자임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육체 소멸의 과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생물학적 죽음이 원자적 세계에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 종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를 원자적 관점에서 보면 어떠한지, 명확한 과학적 근거와 사실에 입각해서 풀어냄으로써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우주 어딘가에 언제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수십억 년 전 죽은 별들의 먼지이고, 언젠가는 다시 원자로 돌아가 심연의 우주를 함께 떠돌아야 할 운명인 것이다.

과학적이면서, 문학적인 그리고 신학적이기도 한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으로 구성되었으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설명한, 아주 ‘특별한’ 책이다.

 

 

▼ 아인슈타인에게 바치는 오마주

저자는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아인슈타인과 자신의 공통점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을 완성한 원자’뿐 아니라 뉴욕 주 북부의 애디론댁 산을 잘 알고 사랑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지금도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노년을 보낸 애디론댁 산의 저택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폴스미스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인슈타인은 책상에 앉아 있거나 칠판 앞에서 설명하는 등 몇 가지 사진 이미지로 각인돼 있지만, 이 책에서 그의 다른 모습과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애디론댁 산과 호숫가를 배경으로 보트를 타거나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만나기도 하고, 그가 살았던 저택을 둘러봄으로써 그의 마지막 흔적을 살펴본다.

그런 면에서 책의 앞쪽에 놓인,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알베르트에게’라는 이 책의 헌사는 예사롭지 않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 자신과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놓은 과학자이자 ‘결정적으로 인류를 원자의 세계로 안내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에게 바치는 저자의 오마주다.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 커트 스테이저

1956년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에서 태어나 뉴햄프셔 주의 맨체스터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보든대학과 듀크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동 대학에서 생물학과 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뉴욕 주 북부 애디론댁 산맥에 위치한 폴스미스대학에서 자연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사이언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유수의 저널과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 사에서 발행하는 <패스트컴퍼니>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다.

벤조와 기타 연주뿐 아니라 산악 스키도 즐기며, 노스컨트리 퍼블릭 라디오North Country Public Radio의 과학 프로그램 ‘내추럴 셀렉션스Natural Selections’의 공동 진행자이기도 하다. 메인주립대학교 기후변화 연구소의 협동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 《원자, 인간을 구성하다》 외에도 《머나먼 미래Deep Future》, 《북쪽 숲 관찰 일기Field Notes from the Northern Forest》, 《미래의 지구Our Future Earth》 등, 자연과 지구의 미래를 깊이 있게 조망한 저작을 선보인 바 있다.

 

홈페이지 http://www.curtstager.com

블로그 http://www.savethecarbon.blogspot.com

 

 

옮긴이 김학영

번역한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생각 거리를 던져주고 또 누군가의 지친 삶에 작은 기쁨이 되어주길 바라는 행복한 문화전달자.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가장 큰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옮긴 책으로는 《찰스 다윈 서간집 기원》, 《찰스 다윈 서간집 진화》, 《편집된 과학의 역사》, 《의도적 눈감기》, 《나, 소시오패스』, 《크리에이션》 등이 있다.

 

 

 

 

 

 

 

 

 

서평단 모집 스크랩에 전혀 상관없는 글로 옆길로 빠지자면, 오늘 문예출판사 창립기념일이다. 1966년에 창립되었는데 처음으로 출판된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우리나라에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출판사가 많지 않다. 문예출판사보다 더 오래된 출판사는 1946년에 설립된 을유문화사가 있다. 그 다음에 1951년에 설립된 현암사로 알고 있다. 방금 언급한 출판사 이외에도 오래된 출판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갑자기 우리나라 출판 역사가 궁금하다. 혹시 지금도 운영되면서 가장 오랜 역사가 있는 출판사를 댓글로 알려주신다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좋아요'를 꾹 누르겠다.  

 

생각해보니 책을 많이 사고, 읽는 애서가 중에 출판사의 역사를 기억하는 이가 드물 것이다. 사실 나도 을유출판사 그리고 현암사가 반세기의 역사가 있는 출판사인 줄 모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는 2년만 더 채우면 창립 50주년이 된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이와나미 쇼텐, 프랑스의 갈리마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을 만드는 훌륭한 출판사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책 좋아하는 독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로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지만, 출판사가 살아남으려면 책값이 부담되더라도 독자가 책을 많이 사고 읽어야 한다.

 

 

작년 3월에 첫 책이 나온 새내기 과학 전문 도서출판사 반니도 오래오래 발전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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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러브크래프트 전집(총 4권)은 출판사 혹은 역자가 정한 작품성의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1권은 러브크래트프를 처음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데이곤」 「니알라토텝」 「크툴루의 부름」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인스머스의 그림자」 등) 2권은 러브크래프트의 후기 대표작들, 3권은 환상소설  그리고 4권은 주제를 분류하기 어려운 다양한 작품들로 수록되었다. 4권에 수록된 작품 수가 다른 책에 비해 많다.

 

2, 3권도 훌륭한 러브크래프트의 대표작들이 한 권당 두 편 이상 들어 있다. 각 권에 수록된 대표작들을 꼽아보면 2권의 「우주에서 온 색채」 「광기의 산맥」 , 3권의 「랜돌프 카터의 진술」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가 있다. 이런 구성 때문에 4권은 앞에 나온 책들에 비해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미미하다. 짧은 분량 위주의 소설들이 많은 데다가 늦게 출간되는 바람에 이미 1, 2권을 읽은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렇다면 외면받은 4권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은 없을까? 전집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 나름 고민을 해본 결과, 집필 연도순으로 읽어보기로 했다. 위키피디아를 참고하면서 전집에 있는 모든 작품들을 집필 연도순으로 정리했다. 러브크래프트는 초기 때 쓴 작품을 몇 년 지나서 《위어드 테일즈》과 같은 잡지에 발표했다. 발표 연도순으로 정리하면 작품 목록 계보가 무척 복잡해진다. 분류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분류 기준을 집필 연도로 정했다. 의외로 4권에 수록된 작품 대다수가 러브크래트프의 초기작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1권에 수록된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는 러브크래프트가 죽기 한 달 전에 발표한 최후의 작품이다.

 

 

 

 

 

 

 

나처럼 이렇게 읽었다고 해서 누구나 다 만족스러운 러브크래프트 독서를 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총 4권의 책을 이 작품 저 작품 번갈아가면서 읽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특히 전집 세트를 사지 않은 독자들은 이런 시도를 할 수가 없다. 이런 독서법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냥 별종 책덕후의 등신 같지만 멋있는 독서로 생각했으면 한다. 이 방법보다는 4권을 먼저 읽고 나머지는 차례대로 읽는 것이 낫다. 4권을 먼저 읽어도 1, 2, 3권에 있는 작품들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다만, 4권은 작품이 시작하기 전에 역자가 정리한 ‘작가 노트’가 없으므로 러브크래프트 독서를 처음 시작하는 독자가 4권을 먼저 읽으면 크툴루나 네크로노미콘의 실체 등을 자세하게 이해하는 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음 비올와 알토 비올

(사진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비올라 연주 자세

(사진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마지막으로 러브크래프트 전집에 있는 오역과 교정이 필요한 문장을 지적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1권에 있는 「에리히 잔의 선율」에서 악마의 힘에 사로잡힌 에리히 잔을 바이올린 연주자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원문에서 에리히 잔은 비올(viol)이라는 현악기의 연주자다. 「에리히 잔의 선율」은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일곱 번째 책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현대문학, 2014년)에도 수록되어 있는데(제목은 ‘에리히 잔의 연주’) 여기서는 원문 그대로 비올 연주자로 올바르게 번역했다.

 

 

 

 

 

 

 

 

 

 

 

 

 

 

 

비올은 바이올린보다 앞선 시기에 나온 오래된 현악기인데 비올라(viola)와 다르다. 비올은 바이올린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콘트라베이스나 첼로처럼 옆으로 세워서 연주한다. 반면에 비올라 연주 방법은 바이올린과 비슷하다. 역자는 원문에 있는 ‘viol’을 바이올린과 비슷한 ‘viola’로 착각했을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악기의 역사 하나, 비올은 바이올린의 등장으로 악기로서의 역할이 잊혀진 악기다. 둘,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함께 등장했다.

 

4권의 「사냥개」에 있는 문장이다. 계속 읽을수록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읽은 책은 올해 찍은 1판 5쇄이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의 고독한 집은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특질을 지닌 악의 품은 존재의 더불어 살았다. (286~287쪽)

 

 

 

 

- 작품 목록 (참고도서: 황금가지 판본. 집필 연도순으로 정리했고, ‘Writ’는 ‘Date Written'의 줄임말이다. 작품명 앞에 있는 숫자는 전집 권수)

 

4 동굴 속의 짐승 ※ The Beast in the Cave (Writ 1904~1905년)
4 연금술사 ※ The Alchemist (Writ 1908년)
4 무덤 ※ The Tomb (Writ 1917년)
1 데이곤 ※ Dagon (Writ 1917년)
4 새뮤얼 존슨 박사를 회상하며
※ A Reminiscence of Dr. Samuel Johnson (Writ 1917년)
3 북극성 ※ Polaris (Writ 1918년)
3 잠의 장벽 너머 ※ Beyond the Wall of Sleep (Writ 1919년)
4 기억 ※ Memory (Writ 1919년)
4 올드 벅스 ※ (Writ 1919년)
4 후안 로메로의 전이 ※ The Transition of Juan Romero (Writ 1919년)
4 화이트 호 ※ The White Ship (Writ 1919년)
4 사나스에 찾아온 운명 ※ The Doom that Came to Sarnath (Writ 1919년)
3 랜돌프 카터의 진술 ※ The Statement of Randolph Carter (Writ 1919년)
4 거리 ※ The Street (Writ 1919년)
4 무서운 노인 ※ The Terrible Old Man (Writ 1920년)
3 울타르의 고양이 ※ The Cats of Ulthar (Writ 1920년)
4 올리브 나무 ※ The Tree (Writ 1920년)
4 셀레파이스 ※ Celephaïs (Writ 1920년)
2 저 너머에서 ※ From Beyond (Writ 1920년)
4 신전 ※ The Temple (Writ 1920년)
1 니알라토텝 ※ Nyarlathotep (Writ 1920년)
1 그 집에 있는 그림 ※ The Picture in the House (Writ 1920년)
4 고(故) 아서 저민과 그 가족에 관한 사실
※ Facts Concerning the Late Arthur Jermyn and His Family (Writ 1920년)
4 이름 없는 도시 ※ The Nameless City (Writ 1921년)
4 이라논의 열망 ※ The Quest of Iranon (Writ 1921년)
4 달의 습지 ※ The Moon-Bog (Writ 1921년)
4 망각으로부터 ※ Ex Oblivione (Writ 1920~1921년)
4 또 다른 신들 ※ The Other Gods (Writ 1921년)
4 아웃사이더 ※ The Outsider (Writ 1921년)
1 에리히 잔의 선율 ※ The Music of Erich Zann (Writ 1921년)
3 히프노스 ※ Hypnos (Writ 1922년)
4 달이 가져온 것 ※ What the Moon Brings (Writ 1922년)
4 아자토스 ※ Azathoth (Writ 1922년)
1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 ※ Herbert West–Reanimator (Writ 1921~1922년)
4 사냥개 ※ The Hound (Writ 1922년)
4 잠재된 공포 ※ The Lurking Fear (Writ 1922년)
1 벽속의 쥐 ※ The Rats in the Walls (Writ 1923년)
4 형언 할 수 없는 것 ※ The Unnamable (Writ 1923년)
4 축제 ※ The Festival (Writ 1923년)
2 금단의 저택 ※ The Shunned House (Writ 1924년)
4 레드 훅의 공포 ※ The Horror at Red Hook (Writ 1925년)
4 그 ※ He (Writ 1925년)
4 시체 안치소에서 ※ In the Vault (Writ 1925년)
2 냉기 ※ Cool Air (Writ 1926년)
1 크툴루의 부름 ※ The Call of Cthulhu (Writ 1926년)
1 픽맨의 모델 ※ Pickman's Model (Writ 1926년)
4 안개 속 절벽의 기묘한 집 ※ The Strange High House in the Mist (Writ 1926년)
3 실버 키 ※ The Silver Key (Writ 1926년)
3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
※ The Dream-Quest of Unknown Kadath (Writ 1926~1927년)
3 찰스 덱스터 워드의 사례 ※ The Case of Charles Dexter Ward (Writ 1927년)
2 우주에서 온 색채 ※ The Colour Out of Space (Writ 1927년)
4 후손 ※ The Descendant (Writ 1927년)
4 토박이들 ※ The Very Old Folk (Writ 1927년)
1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 History of the Necronomicon (Writ 1927년)
1 더니치 호러 ※ The Dunwich Horror (Writ 1928년)
4 이비드 ※ Ibid (Writ 1928년)
3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자 ※ The Whisperer in Darkness (Writ 1930년)
2 광기의 산맥 ※ At the Mountains of Madness (Writ 1931년)
1 인스머스의 그림자 ※ The Shadow Over Innsmouth (Writ 1931년)
4 위치 하우스에서의 꿈 ※ The Dreams in the Witch House (Writ 1932년)
3 실버 키의 관문을 지나서
※ Through the Gates of the Silver Key (Writ 1932~1933년)
1 현관 앞에 있는 것 ※ The Thing on the Doorstep (Writ 1933년)
4 어떤 책 ※ The Book (Writ 1933년)
4 사악한 성직자 ※ The Evil Clergyman (Writ 1933년)
2 시간의 그림자 ※ The Shadow Out of Time (Writ 1934~1935년)
1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 The Haunter of the Dark (Writ 193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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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디바 2014-12-0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저도 전집이 다 있는데 단편마다 호불호가 좀 갈리더군요~ 이런 친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처음 에리히 잔의 선율을 읽었을 때의 공포가 떠오르네요. 우주적 공포. 아무 것도 아닌 심연에 대한 두려움에 소름이.

cyrus 2014-12-02 13:48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에 1권만 구입해서 읽었을 땐 정말 흥미진진했어요. ‘에리히 잔의 선율’도 인상 깊었고요. 도서정가제 도입 전날에 반값할인으로 전집 세트를 장만했어요. 전집 세트로 구입해야 4권까지 독서의 흐름이 안 끊으면서 쭉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cyrus 2014-12-02 14:05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러브크래프트 외전편 5, 6권도 곧 나온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습작이랑 러브크래프트에 영향을 준 작가들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더군요. 이번 주에 출간될 거라고 출판사 페이스북에서 확인했는데, 조금 늦네요.

보슬비 2014-12-02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브크래프트를 읽는다면 cyrus님께서 알려주시는 방법대로 따라하고 싶어요. ^^

cyrus 2014-12-02 21:27   좋아요 0 | URL
꼭 전집 세트로 읽으셔야 합니다. 한 번 읽으면 계속 읽고 싶어져서 재미있습니다. ^^

그라디바 2014-12-0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5,6권이라니.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반값에 풀렸었다니 초큼 슬프네요 ㅋㅋ

cyrus 2014-12-02 21:29   좋아요 0 | URL
저는 도서정가제 반값할인 때 책을 많이 사지 않았어요. 정말 꼭 사야할 책이 있으면 살 생각이었는데 마침 러브크래프트 전집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구입인 것 같습니다. ^^

보슬비 2016-07-1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데, 2년이 지나서 최근 20쇄판을 구입해서인지 `바이올린`이 `비올`로 번역되었어요. cyrus님 글을 보고 수정한게 아닐까요? ㅎㅎ

그런데 cyrus님 말씀하신 순서가 아닌 그냥 정주행중입니다. ^-^

cyrus 2016-07-12 16:35   좋아요 0 | URL
제가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린 후에 황금가지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때 관리자가 오류를 고치겠다고 댓글로 답변했습니다. 고쳐져서 다행입니다. ^^

정주행으로 읽는 게 편합니다. 저처럼 읽으면 피곤해져요. ㅎㅎㅎ
 
러브크래프트 전집 4 러브크래프트 전집 4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류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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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언덕과 정원, 햇살 속에서 노래하는 분수, 잔잔히 속삭이는 바다 위로 솟아 있는 황금빛 절벽, 청동과 돌로 이루어진 잠든 도시로 뻗어 있는 평원, 그리고 예장을 걸친 백마에 올라 깊은 숲의 가장자리를 따라가고 있는 어둑한 유령 같은 영웅들의 행렬에 대한 기묘한 환상에 대한 꿈을 꾸고서 한밤중에 잠을 깬 몇몇 사람들이 우리들 중에도 존재한다. (「셀레파이스」에서, 182쪽)

 

 

꿈속의 정신상태는 평상시의 정신활동과 다른 뚜렷한 특징을 가진다. 꿈을 꾸는 동안 우리는 엉뚱한 시공간으로 순간적으로 쉽게 이동하거나, 여러 시공간이 겹쳐지고 혼동되는 현상을 겪는다. 연속된 사건들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지는 못하지만, 꿈에서 느꼈던 정서는 평상시보다 더 생생하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 타르티니는 꿈에서 악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었다. 그는 잠에서 깨자마자 꿈에서 들은 소리를 재현해 보려 했다. 그 음악은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로 탄생했다. 시인 생 폴 루는 매일 밤 침실 문 앞에 ‘시인은 시작(詩作) 중’이라는 글귀를 걸어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꿈에서 많은 영감의 원천을 찾았다. 살바도르 달리는 자서전에서 일곱 살부터 여덟 살까지 현실과 상상적인 것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꿈과 신화의 지배 속에서 살았다고 밝혔다. 특이한 유년시절의 기억은 그를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표현하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중심으로 우뚝 솟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달리에 의해 꽃 피운 초현실주의는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 환상의 세계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초현실주의는 자아도취적이고, 시적이고 꿈과 같은 세계의 향연으로 이해됐고 기교가 부족한 난해한 미술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초현실주의가 추구하는 환상의 세계는 그동안 익숙했던 사회질서와 정체성을 파괴해 낯설고 두려운 미지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고전 공포소설의 대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트프도 마찬가지다. 그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초자연적 현상을 유령 같은 외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꿈속에서 찾으려고 했다. 그 역시 달리처럼 꿈과 신화의 지배 속에 살았던 괴이한 은둔자였다. 소설을 통해 기이한 환상들이 결합한 어두컴컴하고 습한 꿈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곳에 러브크래프트가 꿈속에서 만났을 법한 신비스럽고도 괴상한 존재들이 산다. 크툴루, 니알라토텝, 데이곤은 수많은 후배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에 의해서 새롭게 재창조되었다.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거대한 외계인처럼 생긴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지만, 지금까지도 오컬트 마니아들은 러브크래프트의 창조물들에 열광하고 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악마의 책’ 네크로노미콘이 가공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오컬트 마니아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책이라고 믿는다. 그만큼 러브크래프트와 관련된 오컬트 신드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이다.

 

러브크패트프의 소설은 1900년대 초에서 1930년대까지 이르는 시기동안 탄생하였다. 세상에 나온 지 백여 년은 훌쩍 지났다.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고전 공포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상당히 오래된 배경과 이야기 속 분위기는 독자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러브크래프트 작품집을 두세 권 정도 읽게 되면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 전개와 플롯이 유사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상상의 도시, 어두컴컴한 지하 밀실 공간, 축축한 습기와 곰팡내가 가득한 흉물스런 저택 그리고 그곳에 인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악마나 괴물 같은 존재가 등장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금기의 장소를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저주를 무시하고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공포에 떠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한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또 어떤 작품에 나온 배경과 주인공 및 주변 인물들이 또 다른 소설에 카메오처럼 재등장하기도 한다. 여러 작품을 계속 읽어나갈수록 작가가 곳곳에 숨겨진 ‘러브크래프트 코드’를 찾을 수 있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본인이 만든 창조물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환상적인 분위기의 배경만 약간 언급할 뿐, 정체를 언급하지 않는다. 독자의 의문만 늘어놓게 한 모호한 결말은 훗날 후배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이 되었지만, 러브크래프트 세계에 이제 막 들어선 초보 독자 입장에서는 아쉽고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러브크래트트의 일부 작품에 포와 로드 던세이니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낡은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 처음 그의 소설이 나왔을 때만 해도 독자에게 강렬하면서 생생한 공포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러브크래프트 세계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작가의 후예들(스티븐 킹, 클라이브 바커, 브라이언 럼리 등)이 등장하면서 원조는 공포소설의 클리셰가 되고 말았다.

 

황금가지 출판사에 나온 러브크래프트 전집은 총 4권이다. 일반적으로 1권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것은 당연한데, 이러한 독서가 러브크래프트 작픔의 매력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왜냐하면, 러브크래프트 문학의 전성기에 나온 걸작들이 1,2,3권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1권은 데이곤, 크툴루 신화, 니알라토텝, 네크로노미콘 같은 대표적인 러브크래프트 코드가 나오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메인 요리라고 해도 전혀 반박할 수 없는, 훌륭한 에피타이저라고 보면 된다. 2, 3권은 SF가 결합한 코스믹 호러와 환상소설이 등장한 중후반기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4권은 어떤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4권의 부제는 러브크래프트의 단편 소설 제목인 ‘아웃사이더’라고 붙였지만, 여기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역자는 서문에 4권을 장르를 구분하기 어려운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러브크래프트 전집 중 4권은 앞 권에 비해 대체로 작품들이 평이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다. 

 

사실 4권에 수록된 작품 일부는 러브크래프트의 초기 작품들이다. 「동굴 속의 짐승」, 「연금술사」「무덤」「데이곤」「니알라토텝」(이상 1권에 수록) 이전에 나온 초기작이다. 러브크래프트 코드가 처음으로 언급되고 소개되는 작품도 있다.

 

비록 잠깐이지만,「인스머스의 그림자」(1권에 수록)의 배경인 인스머스가 최초로 언급되는 작품이「셀레파이스」다. 「이름 없는 도시」는 네크로노미콘의 저자로 알려진 아랍의 광인 알하즈레드가 처음으로 언급된 작품이며 그 이듬해 발표된「사냥개」에서 네크로노미콘이 처음으로 소개된다. 「또 다른 신들」에 지상의 신들이 살고 있다는 카다스(Kadath)가 처음으로 언급된다. 카다스는「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억」(1권에 수록)과 연관된 미지의 공간이다.

 

전집의 목차가 발표 연도순이 아닌 장르별로 정한 것이라서 러브크래프트 세계의 단초가 되는 작품들은 4권에 수록되었다. 음지에 있던 러브크래프트 세계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 같은 작품이 전집의 제일 마지막 권에 있는 기이한 편집이 연출되고 말았다. 4권이 나오기를 3년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독자들이라면 이 사실이 허무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러브크래프트 문학의 단물만 잔뜩 읽고 있었다. 4권을 소홀히 읽었던 독자라면 저주받은(?) 4권을 다시 한 번 펼쳐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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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1-3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글 쓰시는 분들 정말 부럽고 대단하세요!

cyrus 2014-12-01 12:42   좋아요 0 | URL
예전에 비하면 이것도 줄여서 쓴거랍니다. 그래도 북플로 보기에는 이 글도 길어보이네요. ^^;;

2014-12-01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1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2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2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