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와 관련된 서적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책세상, 1997)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이 책은 미국의 문예지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에 실린 11명의 작가의 인터뷰 모음집이다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간된 <파리 리뷰>는 영국의 작가 E. M. 포스터(E. M. Forster)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유명한 작가들을 인터뷰해왔다2016년에 총 세 권으로 구성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 (출판사명: 다른)출간을 시작으로, 2019년에 작가들의 인터뷰를 주제별로 편집한 작가라서》(출판사명: 다른)가 출간되었다.











[품절]

* 파리 리뷰 인터뷰, 안정효 옮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책세상, 1997)



평점

2점  ★★  C





알라딘에 등록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총 다섯 권이다(11인의 위대한 작가들작가란 무엇인가작가라서). 그러나 국내 최초로 출간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일하는 작가들: 파리 리뷰지 기획 인터뷰(출판사명: 백제)이다. 이 책은 파리 리뷰가 기획한 <Writers at Work series>에 실린 인터뷰 중에 10명의 작가의 인터뷰만 선별해서 수록한 것으로, 1978년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번역자는 안정효. 10명의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솔 벨로(Saul Bellow),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T. S. 엘리엇(T.S.Eliot),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E.M. 포스터.


1989년에 안정효가 역자를 맡은 나의 삶 나의 문학: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책세상)가 출간되었다이 책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로 제목이 바뀌기 전에 나온 초판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순서과 내용이 같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일하는 작가들》를 직접 비교해서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4명의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작가의 인터뷰(포크너, 헤밍웨이, 벨로, 파스테르나크, 엘리엇, 프로스트, 핀터)는 같은 내용일 것이다. 두 권의 역자와 부제가 같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포함된 4명의 작가는 파블로 네루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Isaac Bashevis Singer), 아서 밀러(Arthur Miller), 윌리엄 개스(William H. Gass).

















* 리타 기버트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그책, 2019)





나는 네루다의 인터뷰만 보려고 동네 도서관 서고에 보관된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을 대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에 책을 반납했다.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네루다의 인터뷰이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한 리타 기버트(Rita Guibert). 안정효는 리타 기버트를 리타 기베르라고 표기했다. 기버트는 네루다를 포함한 일곱 명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고, 이 생생한 기록들을 자신의 책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에 그대로 담았다.


<파리 리뷰>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 전문은 7개의 목소리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는 일부의 내용이 누락된 채 번역된 것이다. 그래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네루다는 인터뷰 도중에 자신의 시를 낭송했는데,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서는 네루다가 낭송한 시가 나오지 않는다. 번역도 좋은 편이 아니다.


네루다의 시집 지상의 거처(Residencia en la tierra)대지의 집(188)’으로 옮긴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지상의 주소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번역자의 오류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안정효는 역주에서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Graves)의 출생지를 에이레(Eire, 게일어로 표현한 아일랜드의 국명, 게일어는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다)’라고 썼는데(190),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영국 윔블던에서 태어났다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아버지이자 시인인 알프레드 그레이브스(Alfred P. Graves)의 출생지가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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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툴루 신화 대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다. 생소한 용어가 나온 항목은 대충 보고, 관심 있는 항목만 정독했다. 대충 보기와 정독을 반복했다. 오자와 오류를 살펴보기 쉽게 항목과 쪽수를 표시했다21~28번 오식은 부록에서 발견한 것이다. 국내 번역본 제목을 표기하지 않은 작품명들도 보였.

















* 히가시 마사오 크툴루 신화 대사전(AK커뮤니케이션즈북스, 2019)






1

 

 

* 공포 문학의 매혹, 16

 




모파방 모파상(Maupassant)

 





2



* 네시, 37

 



 

프레시오사우루스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us)







3

 

 

* 드쟌의 책, 66

 



 

블라바츠키 부인(1831~1891) 저서인 블라바츠키 부인 저서인







4

 

 

* 레이 존스, 74

 



 

이상한 우물에 모인 물을 마시고 이상한 우물에 고인 물을 마시고






5



* 로드 던세이니, 77

 




메텔랑크 메테를링크(Maeterlinck)







6

 

 

* 바람을 타고 걷는 것, 123

 



 

알저넌 블랙우드 앨저넌 블랙우드(Algernon Blackwood)







7



* 브라이언 럼리, 141

 



 

스페이스 히로익 판타지 스페이스 히로인 판타지







8



* 싱긋 웃는 구울, 175

 




로버크 블록 로버트 블록







9



* 아우구스티누스, 185

 




고백론 고백록







10



* 어빈 S. 코브, 216

 




S. T. 요시 S. T. 조시(S. T. Joshi)



403, 406, 414쪽에도 요시로 표기되어 있다.






11



* 에드거 앨런 포, 218

 




19491849







12



* 에리히 잔, 221

 




비올라 비올(viol)







13



* 웬디고, 247




 

알샤넌 블랙우드 앨저넌 블랙우드







14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63

 



 

개구리 사내 개구리 하인






15



* 찰스 로버트 매튜린, 295

 



 

바자익 발자크(Balzac)







16



* 패트릭 라프카디오 헌, 344

 



 

야크모 야쿠모


블르와 릿튼 불워 리턴(Edward Bulwer Lytton)







17



* 페렌치 남작, 346

 




에드워드 핫친슨 에드워드 허친슨 (사전 220~221쪽 참조)







18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367

 



 

폴라북스 북스피어







19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377

 



 

황금가지 민음사


 


황금가지, 민음사: 우리가 남이가?

(황금가지 출판사는 민음사 출판 그룹에 속해 있다)






20



* 홈즈, 로웰 그리고 롱펠리우가 붉은 산에 묻혀 잠들다, 379

 



  

롱펠리우 롱펠로우(Longfellow)







21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384

 




애셔 가의 붕괴 어셔 가의 몰락







22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388, 394

 






애드거 앨런 포 에드거 앨런 포







23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395

 




19981898







24



* <다른 차원의 인간-러브크래프트의 생애와 문학> 412

 




나이트 나이트 곤







25



* <그 후의 크툴루 신화> 428

 




드루즈 들뢰즈(Gilles Deleuze)







26



* <그 후의 크툴루 신화> 429

 




카뮤 카뮈(Albert Camus)






27



* <그 후의 크툴루 신화> 434

 




브라바츠키 부인 블라바츠키(Blavatsky) 부인







28



* <러브크래프트가 있는 일본 문학사> 446

 




늙은 바이올리니스트 늙은 비올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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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3-19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물에 모인.....바자익....휴우....바자익...^^:; 그런데 황금가지가 민음사라는 걸 저는 어째, 이제 알았어요^^;;;

cyrus 2021-03-20 12:46   좋아요 0 | URL
문학동네 그룹에 속한 출판사들도 있어요. 대형 출판사 계열에 속한 출판사 브랜드가 많아서 저도 헷갈려요. ^^;;

얄라알라 2021-03-2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상 하권이 있거든요^^ ㅋㅋ 저는 [황금가지] 책도 ˝황금가지˝에서 펴낸 줄 알았는데, 어제 이 글 보고 확인했더니 ˝까치˝더라고요. 까치 책 좋은 거 많았는데 요새 안 보이는 출판사네요. 출판사 관계자분들은 어쩌면 이렇게 네이밍을 잘 하시는지, 하위 이름들이 예쁜게 참 많네요

cyrus 2021-03-20 15:28   좋아요 1 | URL
지금도 까치 출판사의 책들이 나오고 있어요.. ^^;; 순우리말로 된 출판사 이름은 정감이 느껴져서 좋아요.
 
크툴루 신화 대사전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히가시 마사오 지음, 전홍식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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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  B






러브크래프트(H. P. Lovecraft)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와 함께 미국 공포문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작가이다러브크래프트의 에세이 공포문학의 매혹(Supernatural Horror in Literature, 1927)은 기성 문학에 가려진 공포문학 작품들을 양지로 드러나게 한 글이다이 글의 시작을 알린 첫 문장은 공포문학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된다.



* 공포문학의 매혹(홍인수 옮김, 북스피어) 중에서, 9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인간의 감정은 공포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것이 미지에 대한 공포다.



러브크래프트가 선호한 공포소설은 미지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그래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속에는 초자연적인 미지의 존재 앞에서 두려워하고, 정신이 처참히 무너지는 무력한 인물들이 나온다그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 부닥친다러브크래프트의 단편소설 크툴루의 부름(The Call of Cthulhu, 1928)은 그의 작품 세계관이 드러난 작품이다크툴루는 인류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지구에 지배했던 신적 존재이다러브크래프트는 크툴루 이외에 다양한 고대의 신들을 묘사했다. 후대의 작가들은 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고대의 신들을 모티프로 한 창작물을 썼고러브크래트프의 작품 세계관이 반영된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를 완성시켰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일찍 소개된 나라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감명받은 일본 작가들이 많았고, 크툴루 신화는 일본의 대중문화에 영향을 주었다크툴루 신화 대사전은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책이다이 책은 1995년에 처음 발간되었고, 현재까지 개정 5판이 나왔다. 국내에 번역된 크툴루 신화 대사전2018년에 나온 개정 5판이다.


이 사전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과 크툴루 신화 세계관에 나온 고대의 신들, 등장인물 이름, 지명, 기타 용어들을 소개하고 집대성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작가(공포문학의 매혹에 언급된 작가들)와 그에게 영향받은 후대의 작가들도 나온다이 책의 뒤표지에 크툴루 신화 체계와 러브크래프트 문학에 입문하는 최고의 안내서라는 문구가 있다. 냉정하게 보자면, 크툴루 신화 대사전은 입문용 도서로 적합하지 않다최고의 안내서도 아니다


국내에 생소한 서구권 작가들이 많다. 공포문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가 아니라면 그들의 이름과 작품명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사전 항목의 구성 방식 아쉽다. 러브크래트트의 작품에 등장한 가상 인물과 작품에 언급된 실존 인물을 명확히 구분해서 소개해야 하는데, 가상 인물과 실존 인물이 용어라는 범주(category)로 분류되어 있다스페인의 화가 고야(Goya, 사전 14~15쪽)와 이탈리아의 화가 살바토르 로자(로사, Salvator Rosa, 사전 152쪽)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속에 잠깐 언급된 실존인물이다그런데 이 두 사람은 용어에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소설을 쓴 실존 인물은 작가라는 범주에 들어있다. 흔히 작가를 글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작가의 의미는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사전의 항목 분류가 세밀하지 않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는 국내에 출간된 작품명을 번역본 제목으로 소개했으며 출판사 이름까지 밝혔다사전을 보는 독자가 번역본을 읽을 수 있도록 역자가 꼼꼼하게 번역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하지만 엄청 많은 사전 항목의 내용(항목이 몇 개인지 세어보지 않았으나 대략 500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을 한 사람이 전부 옮기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오역도 할 수 있다. 정체불명의 이름과 오자가 많이 보인다(사전에 있는 모든 오자와 오류를 정리한 글은 다음에 공개하겠다. 그 글의 제목은 크툴루 신화 오식 대사전’이). 오류가 많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사전은 최고의 안내서’라고 할 수 없.


그래도 크툴루 신화 대사전최악의 안내서’는 아니다사전의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부록은 읽어볼 만하다.그 후의 크툴루 신화는 크툴루 신화의 탄생 배경과 신화 창작에 기여한 작가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러브크래프트가 있는 일본 문학사는 러브크래프트가 일본 문학에 영향을 끼친 장면들을 정리한 글이다. 독자는 이 글에서 일본 문학사를 정리한 책에서 보기 힘든 일본 장르 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부록은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 요긴한 자료가 될 수 있다내 눈에는 이 사전의 배꼽이 배보다 더 크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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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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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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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거리를 걸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묻는다. “이보시오, 지금 뭐 하고 있소?” 디오게네스는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의 얼굴에 등불을 들이대면서 말했다. 나는 사람을 찾고 있소.” 디오게네스가 찾고 싶은 사람은 정직한 인간이었다.  


가난의 문법의 저자 소준철은 4년 동안 등불을 켜고 거리를 걸어 다닌 도시 사회학자다. 사회학자의 등불은 빈곤 노인의 노동 문제를 환기시킨다. 저자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불철주야 거리를 걸으면서 노인의 ‘보이지 않은 노동을 찾으려고 했다. 노인이 길거리에 있는 재활용품을 주워 리어카에 싣고 이동하는 일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은 노동이다. 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실상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 노동이다.


재활용품 수집은 가난하고 일자리가 없는 노인들이 생계를 위한 자구책으로 선택하는 일이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것도 노동이다. 노인들은 거리에서 주워 모은 재활용품과 폐품을 고물상에 팔아 돈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비공식노동으로 취급받는다재활용품 수집 노인 중에 여성이 많은 편이다. 60대 중반(우리나라 노인 기준 연령은 만 65세다), 70대 노년 여성은 학업을 포기하고 저임금 노동을 했다. 결혼하면 가사노동에 전념하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 그래서 노년 여성은 동년배 남성보다 노동 경력이 짧다저자는 가난한 노년 여성의 삶과 노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가상 인물의 일상을 재구성한다이 책의 주인공 윤영자는 저자가 조사하면서 만난 노년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형상화한 가상 인물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 접어들면서 배달과 온라인 주문량은 증가했다. 그러면서 종이 포장지와 종이 상자의 생산량과 사용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종이 포장지와 종이 상자를 집 앞에 놔둔다. 집 앞을 지나가는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그것을 줍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폐품을 집 앞에 배출하는 것을 돈 벌고 싶은 노인들에게 도움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노인의 일을 천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폐지 줍는 노인을 무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말년에 저런 고생을 하게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인의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정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지적한다. 개인의 잘못 때문에 가난해지는 걸까저자의 등불은 우리나라 노인을 가난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를 비친다노인은 계속 일하는데도 빈곤하다.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이러면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기반이 부족해진다.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국가의 사회보호안전망은 취약하다. 노인은 삼중고 속에 빈곤을 버티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이전 세대보다 부유한 삶을 사는 젊은 세대가 가난한 노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126~127) 젊고 부유한 소비자들이 폐품을 배출하고 처리하는 일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91~92). 젊고 부유한 사람만이 가난한 노인을 천대하는 성향이 강하고, 노인의 빈곤 문제에 무관심할까? 경제적으로 잘 사는 노인이 있을 수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은 폐지 줍는 동년배를 어떻게 생각할까? 연민 아니면 경멸?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 노년 장애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저자가 미처 보지 못한 문제가 많다노인 빈곤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가난의 문법보이지 않은 노동이 잘 보이도록 초고령화 사회를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과 같은 책이다저자의 등불이 오늘도 켜져 있을 거로 믿는다. 여전히 보이지 않은 노동과 빈곤 문제를 계속 밝혀주길 바란다.






교정 보이 cyrusMini 미주알고주알

 

 

* 49쪽 (4쇄)

 

 우리는 현재의 노인이 사회보장제도가 안착되기 전에 이미 노령기에 접어든 이들이라 노후생활의 안정 위한 도구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한 인구집단이라는 특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 노후생활의 안정 위한 도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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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21-03-18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에서, 일체의 생산이 모두 멈춘 도시에서 사람들은 폐기된 물품들을 주워서 연명하는데 어르신들에겐 이 도시가 바로 그 소설 속 폐허가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남 일 아니고 제 일이라 생각하고 읽었어요.

cyrus 2021-03-19 10:19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잘 사는 국가에도 쓰레기를 주우면서 사는 빈곤층이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계속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사회가 지속되면 저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도 폐지 줍는 가난한 노인이 될 수 있어요.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들이 보고 싶어졌다그 화가가 세상을 묘사하는 방식은 어린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비슷하다.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0)




* 어린이라는 세계, 한 명은 작아도 한 명중에서, 200

 


 만일 어린이가 보는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내가 작아지는 것보다 주변의 모든 것이 커진다고 상상하는 쪽이 낫다




어린이는 주변 사물을 실제보다 크게 보는 성향이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저자 김소영은 어린이의 부풀리기는 무시할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24). 앞서 내가 언급한 화가는 사물과 모델을 크게 그렸는데, 상당히 어설퍼 보여도 그 그림에도 나름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이 화가의 정체는 앙리 루소(Henri Rousseau).



























[e-Book, 밀리의 서재]

* 김정일 엮음 내 손 안의 미술관, 앙리 루소(피치플럼, 2020)

 

[품절]

* 앙겔라 벤첼 앙리 루소: 붓으로 꿈의 세계를 그린 화가(RHK, 2006)

 

* 코르넬리아 슈타베노프 앙리 루소(마로니에북스, 2006)

 

* 재원 편집부 엮음 앙리 루소(재원, 2005)

 

* 오승우 엮음 루소(서문당, 1994)

 



루소는 1844년에 가난한 양철공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에 데생과 성악으로 상 받은 일을 제외하면 딱히 특출한 학생이 아니었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루소는 처가의 소개로 세관 공무원이 되어 일했다. 비록 하급 관리직이었지만, 한가한 시간이 많았다루소는 쉬는 시간에 그림을 그렸다그가 주로 그림을 그린 날은 일요일이다. 그래서 루소를 일요일의 화가라고 불린다전업 화가가 되려면 미술학교에 입학하거나 미술관 출입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미술관 출입 허가증이 있으면 미술관에 전시된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 화가 루소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미술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미뤘다. 25년 동안 세관원에 근무한 루소는 본격적으로 전업 화가가 되기 위해 49세에 일을 그만두었다. 미술관 출입 허가증을 받았지만, 매달 나오는 연금만으로는 미술학교에 다니면서 생활할 수 없었다. 루소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되었고, 화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음악과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학자들은 파리의 온실 속에 있는 열대 식물이 루소의 그림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루소는 온실을 자주 방문했으며 상상력을 가미해서 실제로 가보지 않은 열대우림을 그렸다. 그렇지만 나는 화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지낸 시간도 루소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루소는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이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묘사하는지 관찰했을 것이다.















원근법을 모르는 어린이는 자기가 보는 그대로 대상을 그린다. 또 대상을 보면서 느낀 것을 꾸밈없이 그린다. 따라서 어린이의 그림에 있는 대상은 실제와 거리가 먼, 단순한 형상이다. 어린이의 그림에는 어린이 특유의 부풀리기단순함이 공존한다. 이 두 가지 특징은 루소의 그림에도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근법을 무시하고, 모델을 실제보다 크게 또는 작게 그린 루소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다.


루소의 그림 솜씨가 서투르다고 무시하지 마시라. 루소는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동료 화가에게 경쟁심을 느끼기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인정한 화가이다. 피카소는 자신의 화실에서 루소를 위한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연회의 이름은 루소의 밤이다. 이 연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루소와 피카소가 친하게 지낸 젊은 문인과 예술가들이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등이 루소를 찬양하기 위해 연회에 참석했. ‘루소의 밤은 루소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열렸다. 그날 밤은 루소가 화가로서 긍지를 제대로 느낀 최고의 순간이었다.


서양미술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화가는 앙리 루소다. 루소의 그림은 단순해서 좋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왜 저렇게 그렸는지 해석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가 보는 방식으로 루소의 그림을 감상하면 그림 속 세상이 유치하다기보다 색다르게 느껴진다.






교열 보이 cyrusMini 미주알고주알

 


* 루소(서문당), 28: 도로네

* 루소(서문당), 35: 로벨로 도로네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 루소(서문당), 46: 막스 자곱 

막스 자코브(Max Jacob)


* 루소(서문당), 46: 도루드, 스타인 

거트루드 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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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18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이가 보는 방식‘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지식 습득~! 감사합니다^^

cyrus 2021-03-18 14:08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나서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어땠는지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