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들이 보고 싶어졌다그 화가가 세상을 묘사하는 방식은 어린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비슷하다.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0)




* 어린이라는 세계, 한 명은 작아도 한 명중에서, 200

 


 만일 어린이가 보는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내가 작아지는 것보다 주변의 모든 것이 커진다고 상상하는 쪽이 낫다




어린이는 주변 사물을 실제보다 크게 보는 성향이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저자 김소영은 어린이의 부풀리기는 무시할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24). 앞서 내가 언급한 화가는 사물과 모델을 크게 그렸는데, 상당히 어설퍼 보여도 그 그림에도 나름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이 화가의 정체는 앙리 루소(Henri Rousseau).



























[e-Book, 밀리의 서재]

* 김정일 엮음 내 손 안의 미술관, 앙리 루소(피치플럼, 2020)

 

[품절]

* 앙겔라 벤첼 앙리 루소: 붓으로 꿈의 세계를 그린 화가(RHK, 2006)

 

* 코르넬리아 슈타베노프 앙리 루소(마로니에북스, 2006)

 

* 재원 편집부 엮음 앙리 루소(재원, 2005)

 

* 오승우 엮음 루소(서문당, 1994)

 



루소는 1844년에 가난한 양철공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에 데생과 성악으로 상 받은 일을 제외하면 딱히 특출한 학생이 아니었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루소는 처가의 소개로 세관 공무원이 되어 일했다. 비록 하급 관리직이었지만, 한가한 시간이 많았다루소는 쉬는 시간에 그림을 그렸다그가 주로 그림을 그린 날은 일요일이다. 그래서 루소를 일요일의 화가라고 불린다전업 화가가 되려면 미술학교에 입학하거나 미술관 출입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미술관 출입 허가증이 있으면 미술관에 전시된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 화가 루소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미술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미뤘다. 25년 동안 세관원에 근무한 루소는 본격적으로 전업 화가가 되기 위해 49세에 일을 그만두었다. 미술관 출입 허가증을 받았지만, 매달 나오는 연금만으로는 미술학교에 다니면서 생활할 수 없었다. 루소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되었고, 화실에서 어린이들에게 음악과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학자들은 파리의 온실 속에 있는 열대 식물이 루소의 그림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루소는 온실을 자주 방문했으며 상상력을 가미해서 실제로 가보지 않은 열대우림을 그렸다. 그렇지만 나는 화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지낸 시간도 루소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루소는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이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묘사하는지 관찰했을 것이다.















원근법을 모르는 어린이는 자기가 보는 그대로 대상을 그린다. 또 대상을 보면서 느낀 것을 꾸밈없이 그린다. 따라서 어린이의 그림에 있는 대상은 실제와 거리가 먼, 단순한 형상이다. 어린이의 그림에는 어린이 특유의 부풀리기단순함이 공존한다. 이 두 가지 특징은 루소의 그림에도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근법을 무시하고, 모델을 실제보다 크게 또는 작게 그린 루소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했다.


루소의 그림 솜씨가 서투르다고 무시하지 마시라. 루소는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동료 화가에게 경쟁심을 느끼기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가 인정한 화가이다. 피카소는 자신의 화실에서 루소를 위한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연회의 이름은 루소의 밤이다. 이 연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루소와 피카소가 친하게 지낸 젊은 문인과 예술가들이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등이 루소를 찬양하기 위해 연회에 참석했. ‘루소의 밤은 루소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열렸다. 그날 밤은 루소가 화가로서 긍지를 제대로 느낀 최고의 순간이었다.


서양미술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화가는 앙리 루소다. 루소의 그림은 단순해서 좋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왜 저렇게 그렸는지 해석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가 보는 방식으로 루소의 그림을 감상하면 그림 속 세상이 유치하다기보다 색다르게 느껴진다.






교열 보이 cyrusMini 미주알고주알

 


* 루소(서문당), 28: 도로네

* 루소(서문당), 35: 로벨로 도로네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 루소(서문당), 46: 막스 자곱 

막스 자코브(Max Jacob)


* 루소(서문당), 46: 도루드, 스타인 

거트루드 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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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18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이가 보는 방식‘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지식 습득~! 감사합니다^^

cyrus 2021-03-18 14:08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나서 잊고 있었던 과거의 내 모습이 어땠는지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