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와 관련된 서적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책세상, 1997)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이 책은 미국의 문예지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에 실린 11명의 작가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간된 <파리 리뷰>는 영국의 작가 E. M. 포스터(E. M. Forster)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유명한 작가들을 인터뷰해왔다. 2016년에 총 세 권으로 구성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 (출판사명: 다른)출간을 시작으로, 2019년에 작가들의 인터뷰를 주제별로 편집한 《작가라서》(출판사명: 다른)가 출간되었다.
[품절]
* 파리 리뷰 인터뷰, 안정효 옮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 (책세상, 1997)
평점
2점 ★★ C
알라딘에 등록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총 다섯 권이다(《11인의 위대한 작가들》과 《작가란 무엇인가》와 《작가라서》). 그러나 국내 최초로 출간된 파리 리뷰 인터뷰 모음집은 《일하는 작가들: 파리 리뷰지 기획 인터뷰》(출판사명: 백제)이다. 이 책은 파리 리뷰가 기획한 <Writers at Work series>에 실린 인터뷰 중에 10명의 작가의 인터뷰만 선별해서 수록한 것으로, 1978년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번역자는 안정효다. 10명의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솔 벨로(Saul Bellow),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T. S. 엘리엇(T.S.Eliot),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조르주 심농(Georges Simenon), 해롤드 핀터(Harold Pinter),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E.M. 포스터다.
1989년에 안정효가 역자를 맡은 《나의 삶 나의 문학: 20세기 대표작가들과의 대화》(책세상)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11인의 위대한 작가들》로 제목이 바뀌기 전에 나온 초판이다. 두 권의 책 모두 순서과 내용이 같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과 《일하는 작가들》를 직접 비교해서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4명의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작가의 인터뷰(포크너, 헤밍웨이, 벨로, 파스테르나크, 엘리엇, 프로스트, 핀터)는 같은 내용일 것이다. 두 권의 역자와 부제가 같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포함된 4명의 작가는 파블로 네루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Isaac Bashevis Singer), 아서 밀러(Arthur Miller), 윌리엄 개스(William H. Gass)다.
* 리타 기버트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 (그책, 2019)
나는 네루다의 인터뷰만 보려고 동네 도서관 서고에 보관된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을 대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에 책을 반납했다. 읽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네루다의 인터뷰이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한 리타 기버트(Rita Guibert)다. 안정효는 리타 기버트를 ‘리타 기베르’라고 표기했다. 기버트는 네루다를 포함한 일곱 명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고, 이 생생한 기록들을 자신의 책 《7개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증인들》에 그대로 담았다.
<파리 리뷰>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 전문은 《7개의 목소리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 실린 네루다의 인터뷰는 일부의 내용이 누락된 채 번역된 것이다. 그래서 읽을 필요가 없었다. 네루다는 인터뷰 도중에 자신의 시를 낭송했는데, 《11인의 위대한 작가들》에서는 네루다가 낭송한 시가 나오지 않는다. 번역도 좋은 편이 아니다.
네루다의 시집 《지상의 거처》(Residencia en la tierra)를 ‘대지의 집(188쪽)’으로 옮긴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지상의 주소’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번역자의 오류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안정효는 역주에서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Graves)의 출생지를 ‘에이레(Eire, 게일어로 표현한 아일랜드의 국명, 게일어는 아일랜드의 고유 언어다)’라고 썼는데(190쪽), 이는 잘못된 내용이다.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영국 윔블던에서 태어났다.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아버지이자 시인인 알프레드 그레이브스(Alfred P. Graves)의 출생지가 아일랜드 더블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