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헌사

 


틈만 나면 내게 금정연정지돈의 글이 재미있다고 알려준 서한용 씨에게

오늘, 이 글이 태어날 수 있게 내 옆에서 여러 번 도움을 준 

산파 서한용 씨에게.





Scene 2

루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정지돈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이 아닌: 서울과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것들(문학동네, 2021)

 

* 장 자크 루소, 문경자 옮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문학동네, 2016)




토요일과 일요일, 나는 혼자였다. 정지돈은 산문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이 아닌>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의 첫 문장을 인용했다.



 마침내 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나 자신 말고는 형제도, 이웃도, 친구도, 교제할 사람도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인간들 중에서도 가장 사교적이고 정이 많은 내가 만장일치로 인간 사회에서 쫓겨난 것이다.

 

(장 자크 루소, 문경자 옮김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첫 번째 산책중에서, 7)



마침내 나는 주말 외톨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루소처럼 만장일치로 인간 사회에서 쫓겨난 외톨이는 아니다. 나는 루소와 반대로 사교적이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사교적이지 않아서 외톨이로 지낸 시간이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홀로가 된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 오랜만에 두류도서관까지 걸어서 갔다. 걸어서 책의 세계 속으로. 루소가 산책하는 심정으로 루소의 뿔처럼 혼자서 갔다.





Scene 3

나는 왜 쉬는 날에 일기를 쓰는가

 















* 조지 오웰, 이한중 옮김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에세이(한겨레출판, 2010


이 책은 오래전에 내가 활동했던 알라딘 신간 도서 평가단선정 도서. 출판사는 홍보 목적으로 알라딘 신간 도서 평가단 정회원들에게 책을 무료로 제공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은 정회원은 정해진 기간 안에 서평을 써야 했다. 



그러게‥…? 내가 봐도 이상하. 평소에 안 쓰던 일기를 노동절에 썼고, 어린이날을 삼켜서 더욱더 빨개진 주말에 두 번째 일기를 쓰게 됐다. 이건 뭐, 주말 부부도 아니고‥…. 이런, 결혼하지 않아서 내가 주말 외톨이였구나. 부인(婦人)이 없다는 사실을 부인(否認)하지 않겠다.





Scene 4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책

















* 정지돈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 2024)


금정연 매일 쓸 것뭐라도 쓸 것마치 세상이 나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북트리거, 2024)



 

정지돈의 신작 장편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을 금요일 밤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의 겉모습이 얇다. 나는 토요일이 된 새벽에 작은 책을 다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이 빗나갔다.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책은, 읽고 싶은 책을 여러 권 부르게 하는 힘을 지닌 한 권의 책이다한마디로 표현하면,책 속에 책이다. 이런 책들을 너무 많이 만나는 바람에 내가 책을 많이 샀지브레이브 뉴 휴먼은 무시무시한 마력을 가진 책 속에 책이다. 소설을 읽다가 다른 책들이 내 눈앞에 한두 권씩 나타났다. 내 눈앞에 얼쩡거리는 책들을 찾기 위해 소설 읽기를 멈추고, 책 탑을 허물기 시작했다한밤중에 책 정리 시작. 책 정리는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시작하면 해야 하는 나만의 노동이다(내가 쓴 노동절 일기참조).


다행히 내가 원하던 책들을 찾았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책 탑을 다시 세워야 한다. 책 탑을 새로 쌓는 속도는 더디다. 왜냐하면 책 탑을 쌓다가 예전에 찾지 못했던 책을 만나기 때문이다.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고. 나중에 읽어야 할 책들은 되도록 내 눈에 띌 수 있는 곳에 배치한다. 이러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책 많이) 사서 고생하는 나책 많이 사서 후회하는 금정연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책장에 새 책을 둘 자리가 없어서 한참 노려보다가 그냥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왜 맨날 책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면서 또 책을 사는 걸까? 마조히스트인가?

 

(금정연매일 쓸 것뭐라도 쓸 것》 68일 일기 중에서, 93~94)

 





Scene 5

책이 없으면 서점으로

 


올해 일요일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휴일인 어린이날을 삼켰다. 그래도 일요일이 양심이 있는지 더 쉬고 싶은 우리를 위해 빨간 월요일을 뱉어냈다. 하지만 완전 공휴일이 된 일요일과 붉게 변한 월요일에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는다. 이날에 도서관이 열려 있으면 보고 싶은 책들을 빌릴 수 있을 텐데. 되도록 책을 안 사고 싶었는데. 결국 서점에 가서 책을 사기로 했다.



















* 쥘 베른, 김남주 옮김 20세기 파리(알마, 2022)

 

* [절판, No Image] 쥘 베른, 김남주 옮김 20세기 파리(한림원, 1994

※ 검색하면 역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서점에 구매한 책은 딱 한 권이다. 휴, 정말 다행이다. 내가 산 책은 쥘 베른(Jules Verne) 사후에 발표된 소설 20세기 파리. 나는 오래전에 나온 20세기 파리를 가지고 있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대구 헌책방에서 만났다







20세기 파리는 한동안 절판된 책이었다가 2022년에 새로운 출판사를 만나서 다시 태어났다. 절판된 20세기 파리》의 번역가 김남주가 새 책의 번역을 맡았. 절판본과 새 책의 문장을 비교해 봤는데 역자가 문장을 새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22년에 출간된 20세기 파리를 구매한 이유는 이 책에 정지돈의 단편 소설 언리얼 퓨처: 22세기 서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쥘 베른의 20세기 파리》를 패러디한 이 단편 소설의 주제는 인공 자궁과 가족 제도이다언리얼 퓨처: 22세기 서울』은 인공 자궁 기술이 허용된 미래 사회를 그린브레이브 뉴 휴먼이 나오기 전에 발표된 소설이라서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20세기 파리전자책이 있는데도 종이책을 샀다.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20세기 파리 ‘SF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레이가 말한 은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이겠지.





Scene 6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일기















 


* 강지희, 김신회, 정지돈 외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한겨레출판, 2022)








비가 내린 일요일. 집 근처 콩나물국밥 전문 식당에 가서 콩나물이 든 잔치국수부추전 먹었다. 마신 음료는 막걸리다. 





Scene 7

지돈 일기! 어때요?



53일에 쓴 금정연의 일기유튜브를 하기로 결심한 정지돈과 주고받은 대화가 나온다. 금정연은 정지돈을 위해 유튜브 이름을 지어준다.

 



지돈티비! 어때요?”

지돈 씨가 한숨인지 분노인지 모를 것을 내뱉었다.

‥…

내가 재빨리 덧붙였다.

지식이 돈이 되는 지돈티비.”

그러자 지돈 씨가 말했다.

, 그건 좋은데‥…


(금정연매일 쓸 것뭐라도 쓸 것》 5월 3일 일기 중에서, 209)

 

 

내가 쓴 일기의 다른 제목 지돈 일기지식이 돈이 되는 일기가 아니다지돈 일기는 내가 주말에 지출한 돈’을 어디에 썼는지 공개한 일기다. 혼자서 책 사고, 혼자서 밥 먹고 쓴 일. 



이 글의 주인공은 토요일에 산책한 나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산 책들이다.

 

(내가) 산책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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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6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밌는데? ㅎㅎ 난 알고 있었다. 너 휴일이면 일기 쓰는 거. 휴일이나돼야 너의 근황을 알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두번째 사진 서점같다. 책 좋아하는 죄지 뭐. ㅋ
근데 설마 혼자 먹었던 건 아니지? 막걸리 먹어 본지가 삼백만 년쯤된 것 같다. ㅠ

cyrus 2024-05-13 06:18   좋아요 1 | URL
그날 국수 혼자 먹은 거예요. 주말에 카페에서 책 읽거나 글을 쓰면 식사는 밖에서 해결해요. 그래야 능률을 올릴 수 있거든요. 글을 써야 한다면 밥만 먹고요, 책을 읽어야 한다면 낮술을 마셔요. 그날 몸 상태와 작업 방식에 따라 메뉴와 음료가 달라요. 글을 제대로 쓰는 날이면(이때, 집중력이 높아진 상태예요.) 식사 한 끼 거를 때가 있어요. ^^;;

서니데이 2024-05-07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어린이날 연휴 잘 보내셨나요.
이번 연휴에 금정연 작가의 신작을 선물받아서 읽었는데, 오늘 cyrus님의 글 속에서 인용된 부분을 읽으니 반갑네요. 연휴에 비가 오는 날 맛있는 음식 드셨군요. 사진만 보아도 따뜻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5-13 06:19   좋아요 0 | URL
연휴 잘 보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일보다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북깨비 2024-05-09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야말로 무서운 리뷰입니다 😭 대체 책을 몇권을 더 사고 싶게 만드나요!?

cyrus 2024-05-13 06:25   좋아요 2 | URL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 한 명만 알고 지내면 무서울 정도로 ‘책 과소비’를 하게 돼요. 그 사람이 추천한 책을 사서 읽었는데, 하필 그 책 속에 언급된 책들마저 좋아하게 되면... 어휴.. 생각만 해도 무섭네요. ㅎㅎㅎㅎ
 
브레이브 뉴 휴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7
정지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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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e New Human》,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 소설, 정지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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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자연사 - 협력과 경쟁, 진화의 역사
마크 버트니스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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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표준국어대사전은 자연사(natural history)인류가 나타나기 이전 자연의 발전이나 인간 이외의 자연 발전의 역사라고 설명한다. 자연사의 사전적 의미에 인간 생존의 역사, 인류사가 빠져 있다. 자연사와 인류사는 서로 반대되는 의미가 있는 한 쌍의 단어로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을 자연 세계의 일부로 이해한다면 자연사와 인류사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두 발로 제대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공짜 자원으로 활용했다. 자연을 개발 대상으로 인식한 인간중심주의가 득세하면서 자연 파괴 문제가 심각해졌다. 진화론에 심취한 지식인들은 인류의 문명, 특히 서양 문명이 진보의 정점에 있다고 착각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연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동된 무한경쟁 세계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보다 열등한 자연을 얼마든지 이용하고 정복할 수 있게 되고, 자연이 있던 자리에 문명을 세운다. 인간의 자연 지배를 정당화한 문명사는 자연을 배제한 인류사.


문명의 자연사: 협력과 경쟁, 진화의 역사는 문명을 만든 인간을 치켜세우며 자연을 배제한 인류사를 거부한다. ‘인류가 나타나기 이전 자연만 바라보는 자연사와 인류사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보는 관점도 따르지 않는다자연사를 논할 때 인류가 나타나기 이전 자연의 발전에 지나치게 쏠린 채 바라보면 인간은 지구에 민폐만 끼치는 동물로 비친다. 맞는 사실이지만, 자연을 약탈하는 인간의 폐해만 강조하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문명을 만든 인간의 능력이 간과된다이 책을 쓴 생태학자 마크 버트니스(Mark Bertness)는 자연사와 인류사를 서로 얽혀 있는 관계로 본다. 인간을 자연 속의 일부로 보는 문명의 자연사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고 경쟁하는 관계로 엮어진 지구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느 하나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온 집합체다. 






<cyrus가 쓴 주석과 정오표>



* 24







이유 이유





* 54

 




폴 에얼릭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 [주]




* 뒤표지







[]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폴 에얼릭(1854~1915)인간의 본성()(이마고, 2008)의 저자이자 이 책의 추천사(책 뒤표지)를 쓴 미국의 생물학자 폴 에얼릭(Paul R. Ehrlich, 1932~ )과 동명이인이다. 인간의 본성()을 쓴 생물학자는 1964년에 자신의 논문에 공진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노벨상을 받은 폴 에얼릭은 독일 사람이다. 그러므로 ‘Paul Ehrlich’를 영어식이 아닌 독일어식으로 표기하면 파울 에를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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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않은 깊은 산 - 블랙홀에 대한 진짜 이야기
베키 스메서스트 지음, 하인해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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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블랙홀(black hole)은 이름이 많다우리에게 친숙한 블랙홀20세기에 붙여진 이름이다블랙홀의 첫 번째 이름은 검은 별(Dark star)’이었다.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블랙홀에게 이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영국의 성직자 존 미첼(John Michell)이다. 그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상상한 검은 별은 태양보다 무겁다. 검은 별은 질량이 매우 커서 빛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세다미첼은 우주 어딘가에 검은 별이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검은 별을 관측하지 못했다. 렌즈와 거울을 개량한 망원경으로 더 깊숙한 우주를 바라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검은 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블랙홀을 가르강튀아(Gargantua)’라고 부를 것이다가르강튀아는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가 쓴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 나오는 거인의 이름이다블랙홀도 한자어 이름이 있다. 黑洞.[주]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흑동? 흑통?은 두 가지 뜻을 가진 한자라서 음()도 두 개다. 골짜기를 뜻하면 골 동’, 밝음을 뜻하면 밝을 통이 된다.


베키 스메서스트(Becky Smethurst)는 블랙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천체물리학자다. 그녀는 블랙홀이 태양계에서 발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번 빨려 들어가면 절대로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소원을 끔찍한 재앙으로 여긴다. 블랙홀을 사랑하는 천문학자는 자신의 소원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녀가 블랙홀의 또 다른 이름 黑洞을 알게 된다면 매우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黑洞은 블랙홀의 진짜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그녀가 쓴 검지 않은 깊은 산블랙홀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주는 책이다저자는 블랙홀은 이름과 다르게 검지 않으며 거대한 구멍으로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책 제목인 검지 않은 깊은 산은 저자가 평소에 블랙홀을 소개할 때 쓰는 표현이다블랙홀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만 하는 천체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들은 모조리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블랙홀 주변에 빛을 포함한 물질들이 중력에 이끌려 궤도 운동을 한다이때 빛은 휘어진 상태가 된다블랙홀 주변에 맴도는 물질들이 점차 쌓이면 거대한 산이 된다. 물질로 이루어진 산들이 솟아나면 골짜기(洞)가 생긴다. 우리는 아주 멋진 광경이 펼쳐진 우주의 산골짜기를 가까이 볼 수 없지만, 그곳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洞) 곳이다


검지 않은 깊은 산은 상상의 검은 별’이 정식으로 블랙홀로 인정받기까지 수백 년에 걸친 모든 연구의 여정을 보여준다. 블랙홀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의 역사에 너무나도 유명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 그는 죽을 때까지 블랙홀의 존재를 부정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등이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남성 과학자들의 명성에 가려진 여성 과학자들도 주목한다.


책 속에 오류라는 구멍이 보인다. 독자가 금방 눈치챌 정도로 커다란 구멍은 아니지만, 사실과 다르므로 저자나 편집자 또는 번역자가 이 구멍을 메꿔야 한다.



* 91~92





 러더퍼드1907년 맨체스터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방사능 원소가 붕괴하면서 내보내는 물질들을 계속 연구했다. 그는 이미 세 가지 방사선을 발견하여 각각 알파, 베타, 감마(빛의 감마선도 여기에서 비롯된 용어이다)라고 불렀고, 붕괴가 일어나면 원자가 자발적으로 다른 종류의 원자(다른 원소)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이 발견으로 190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원문]


 In 1907, he moved to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where he continued to study what was emitted by radioactive elements when they decayed. He had already identified three different types of radiation, which he dubbed alpha, beta and gamma rays of light get their name from), and showed that when the decay happens an atom spontaneously transforms into another type of atom (another element). It was for this that he won the Nobel Prize in Physics in 1908.



저자는 러더퍼드를 노벨 물리학상수상자로 착각했다. 러더퍼드는 노벨 화학상(Nobel Prize in Chemistry)’을 받았다.




* 100~101





 과학자들이 블랙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첫 번째 결정적인 사건은 1967년에 전파천문대에서 조셀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마틴 휴이시와 함께 초마다 진동하는 미지의 전파 신호를 발견하면서 일어났다. 이듬해에는 1054년에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기록한 초신성 잔해인 게성운의 중심에서도 같은 전파 진동이 발견되었다. 1970년까지 50곳에서 발견된 이러한 전파 진동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지만, 과학자들이 가장 크게 수긍한 설명은 중성자별의 회전이다. 이처럼 전파를 내보내는 별인 펄서(pulsar)는 별이 어떻게 생을 마감하는지에 관한 퍼즐을 완성할 잃어버린 조각이었다.



펄서를 발견한 학자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마틴 휴이시가 아니라 앤터니 휴이시(Antony Hewish)’저자가 휴이시를 펄서 공동 발견자인 천문학자 마틴 라일(Martin Ryle)과 혼동했다. 





[주] 위키백과 블랙홀’ 항목. 위키백과에 적힌 참조 주석에 따르면 黑洞의 출처는 한국천문학회가 편찬한 천문학 용어집》(서울대학교출판부)이다. 하지만 2013년에 출간된 천문학 용어집개정판에 블랙홀’은 있지만 黑洞’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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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차원의 세계 포스트 사이언스 (POST SCIENCE) 18
신카이 유미코.하인츠 호라이스.야자와 키요시 지음, 전재복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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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점  ★★  C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니나가 잡혀있는 마왕의 소굴로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기 있다.


 

-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 주제가(1984KBS 방영) 중에서 -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차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속이 꽉 찬 입체를 자르면 단면이 생긴다. 단면을 한 번 더 자르면 이 생긴다. 선을 자르면 이 된다. 입체는 3차원이다. 이 세상은 3차원 공간으로 되어 있다. 3차원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가로, 세로, 높이를 규정할 수 있다면은 2차원이다. 가로와 세로만 있다. 선은 1차원이다. 선 한 개 표시하면 위치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점은 0차원이다. 점은 도형이 아니다. 공간도 아니다. 길이와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는 차원의 정의를 설명할 때 입체가 아닌 점부터 시작한다. (0차원)을 아무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 선(1차원)이 생긴다. 선이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움직이면 면(2차원)이 된다. 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입체(3차원)가 된다푸앵카레의 설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3차원에 차원 하나가 추가된 ‘4차원을 상상했다.


수학자들이 공통으로 정의를 내린 차원(0~3차원)공간이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3차원 공간에 시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추가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합친 4차원을 제시한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은 단순히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개념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에 뉴턴(Isaac Newton)이 믿은 절대 시간절대공간이 없다. 뉴턴은 어느 장소든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절대 시간), 시간이 지나도 공간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절대공간).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상태로 된 차원의 정의를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내세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하는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지나간다. 그런데 운동하는 물체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이 주변 환경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지나간다고 느낀다. 아인슈타인은 관찰하는 사람의 위치나 운동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어디서든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이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아인슈타인 이후에 활동한 물리학자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차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칼루차(Theodor Kaluza)클라인(Oskar Klein)은 상대성이론과 전자기학을 융합한 ‘5차원 시공간을 제시했다. 두 사람이 제안한 5차원 시공간은 크기가 아주 작은 둥근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관측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는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의 연구 대상인 차원이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차원은 생각보다 쉽게 설명하기 힘든 개념이다. 나처럼 차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과학에 접근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수학자가 바라보는 차원과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차원은 차이가 있다. 수학자는 수식과 이론을 이용하면서 차원을 설명한다면, 물리학자는 관찰하고 검증하면서 차원을 이해하려고 한다.


물리학과 수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차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와 같은 입문서를 읽으면 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 두 명과 독일 출신의 저자가 함께 썼다. 책을 번역한 역자는 수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다. 과학책을 읽기 전에 제일 먼저 원서가 출간된 연도를 확인해야 한다. 출간된 지 오래된 과학책은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 13년 전에 나온 책이다. 오래된 외국 과학책을 출간하려는 번역자와 편집자는 새로 발견된 연구 성과를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책에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책의 빈 곳을 역자와 편집자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은 중력파(gravitational wave)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썼다(122). 책이 나온지 4년이 지난 2015년에 중력파를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저자들은 힉스 입자로 알려진 힉스 보손(Higgs boson)’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입자라고 소개했다.



* 165~166

 




 이론물리학자들은 표준이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아직 미지의 입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입자에 힉스 보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중략) 많은 물리학자나 우주론 학자는 이 거대한 장치가 성능을 발휘해서, 힉스 보손의 존재가 확인되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힉스 입자는 중력파와 함께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오래된 숙제 중 하나였으나 2013년에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이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201112월에 힉스 입자의 존재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를 먼저 공개했다.


책의 편집 상태도 좋지 않다. 오류와 오탈자가 너무 많다. 정오표 작성은 생략하고, 오류만 언급하겠다. 







96쪽에 아인슈타인의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880년에 태어나서 1952년에 사망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1879년에 태어나서 1955년에 태어났다. 1880년에 태어나서 1952년에 죽은 아인슈타인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6촌 동생이자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귀화한 음악학자 알프레트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이다.







133쪽 각주에 있는 닐스 보어(Niels Bohr)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연도가 틀렸다. ‘1926이 아니라 ‘1922이다. 192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장 바티스트 페랭(Jean Baptiste Perr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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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4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상한 나라 폴! 너도 알고있니? 근데 84년이라고? 더 됐을 것 같은데. 나 초등학교 때 본 것 같은데. 암튼 내 최애 만화영화였지. ㅋ

cyrus 2024-05-04 19:25   좋아요 1 | URL
나무위키에 ‘이상한 나라의 폴’ 국내 방영 역사가 나오는데요, 1977년 TBC에서 처음 방영했어요. 그런데 너무 오래돼서 오프닝 영상이 남아 있지 않고요, 1984년 KBS판 만화 오프닝 영상이 유튜브에 있어요. 이때 나온 주제가가 저도 아는, 그 노래에요. 만화가 생각보다 진짜 오래됐어요. 저는 1996년에 나온 SBS판을 봤거든요. ^^

stella.K 2024-05-04 20:1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이게 버전이 여럿 있구나. 96년도에도 있었다니 몰랐네. 난 오리지널 버전으로 본 거지. 진짜 어릴 때 생각난다. 😭

그레이스 2024-05-0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폴, 저도 봤죠. 신밧드의 모험을 볼 때랑 비슷한 느낌을 받맜던듯 해요^^

cyrus 2024-05-04 19:27   좋아요 0 | URL
<신밧드의 모험>, 이 만화도 제가 초등학생 때 봤어요. KBS에 방영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