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 않은 깊은 산 - 블랙홀에 대한 진짜 이야기
베키 스메서스트 지음, 하인해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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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블랙홀(black hole)은 이름이 많다우리에게 친숙한 블랙홀20세기에 붙여진 이름이다블랙홀의 첫 번째 이름은 검은 별(Dark star)’이었다.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블랙홀에게 이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영국의 성직자 존 미첼(John Michell)이다. 그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상상한 검은 별은 태양보다 무겁다. 검은 별은 질량이 매우 커서 빛이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세다미첼은 우주 어딘가에 검은 별이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검은 별을 관측하지 못했다. 렌즈와 거울을 개량한 망원경으로 더 깊숙한 우주를 바라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검은 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블랙홀을 가르강튀아(Gargantua)’라고 부를 것이다가르강튀아는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가 쓴 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 나오는 거인의 이름이다블랙홀도 한자어 이름이 있다. 黑洞.[주]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흑동? 흑통?은 두 가지 뜻을 가진 한자라서 음()도 두 개다. 골짜기를 뜻하면 골 동’, 밝음을 뜻하면 밝을 통이 된다.


베키 스메서스트(Becky Smethurst)는 블랙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천체물리학자다. 그녀는 블랙홀이 태양계에서 발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번 빨려 들어가면 절대로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소원을 끔찍한 재앙으로 여긴다. 블랙홀을 사랑하는 천문학자는 자신의 소원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킨다


그녀가 블랙홀의 또 다른 이름 黑洞을 알게 된다면 매우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黑洞은 블랙홀의 진짜 모습에 가깝기 때문이다그녀가 쓴 검지 않은 깊은 산블랙홀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주는 책이다저자는 블랙홀은 이름과 다르게 검지 않으며 거대한 구멍으로 생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책 제목인 검지 않은 깊은 산은 저자가 평소에 블랙홀을 소개할 때 쓰는 표현이다블랙홀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만 하는 천체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들은 모조리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블랙홀 주변에 빛을 포함한 물질들이 중력에 이끌려 궤도 운동을 한다이때 빛은 휘어진 상태가 된다블랙홀 주변에 맴도는 물질들이 점차 쌓이면 거대한 산이 된다. 물질로 이루어진 산들이 솟아나면 골짜기(洞)가 생긴다. 우리는 아주 멋진 광경이 펼쳐진 우주의 산골짜기를 가까이 볼 수 없지만, 그곳은 우주에서 가장 밝은(洞) 곳이다


검지 않은 깊은 산은 상상의 검은 별’이 정식으로 블랙홀로 인정받기까지 수백 년에 걸친 모든 연구의 여정을 보여준다. 블랙홀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의 역사에 너무나도 유명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 그는 죽을 때까지 블랙홀의 존재를 부정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등이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남성 과학자들의 명성에 가려진 여성 과학자들도 주목한다.


책 속에 오류라는 구멍이 보인다. 독자가 금방 눈치챌 정도로 커다란 구멍은 아니지만, 사실과 다르므로 저자나 편집자 또는 번역자가 이 구멍을 메꿔야 한다.



* 91~92





 러더퍼드1907년 맨체스터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방사능 원소가 붕괴하면서 내보내는 물질들을 계속 연구했다. 그는 이미 세 가지 방사선을 발견하여 각각 알파, 베타, 감마(빛의 감마선도 여기에서 비롯된 용어이다)라고 불렀고, 붕괴가 일어나면 원자가 자발적으로 다른 종류의 원자(다른 원소)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이 발견으로 190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원문]


 In 1907, he moved to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where he continued to study what was emitted by radioactive elements when they decayed. He had already identified three different types of radiation, which he dubbed alpha, beta and gamma rays of light get their name from), and showed that when the decay happens an atom spontaneously transforms into another type of atom (another element). It was for this that he won the Nobel Prize in Physics in 1908.



저자는 러더퍼드를 노벨 물리학상수상자로 착각했다. 러더퍼드는 노벨 화학상(Nobel Prize in Chemistry)’을 받았다.




* 100~101





 과학자들이 블랙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첫 번째 결정적인 사건은 1967년에 전파천문대에서 조셀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마틴 휴이시와 함께 초마다 진동하는 미지의 전파 신호를 발견하면서 일어났다. 이듬해에는 1054년에 중국의 천문학자들이 기록한 초신성 잔해인 게성운의 중심에서도 같은 전파 진동이 발견되었다. 1970년까지 50곳에서 발견된 이러한 전파 진동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지만, 과학자들이 가장 크게 수긍한 설명은 중성자별의 회전이다. 이처럼 전파를 내보내는 별인 펄서(pulsar)는 별이 어떻게 생을 마감하는지에 관한 퍼즐을 완성할 잃어버린 조각이었다.



펄서를 발견한 학자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마틴 휴이시가 아니라 앤터니 휴이시(Antony Hewish)’저자가 휴이시를 펄서 공동 발견자인 천문학자 마틴 라일(Martin Ryle)과 혼동했다. 





[주] 위키백과 블랙홀’ 항목. 위키백과에 적힌 참조 주석에 따르면 黑洞의 출처는 한국천문학회가 편찬한 천문학 용어집》(서울대학교출판부)이다. 하지만 2013년에 출간된 천문학 용어집개정판에 블랙홀’은 있지만 黑洞’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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