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 ㅣ 포스트 사이언스 (POST SCIENCE) 18
신카이 유미코.하인츠 호라이스.야자와 키요시 지음, 전재복 옮김 / 북스힐 / 2022년 7월
평점 :
평점
2점 ★★ C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니나가 잡혀있는 마왕의 소굴로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기 있다.
-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 주제가(1984년 KBS 방영) 중에서 -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Euclid)는 ‘차원’을 이렇게 설명한다. 속이 꽉 찬 입체를 자르면 ‘단면’이 생긴다. 단면을 한 번 더 자르면 ‘선’이 생긴다. 선을 자르면 ‘점’이 된다. 입체는 3차원이다. 이 세상은 3차원 공간으로 되어 있다. 3차원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자신을 기준으로 삼아 가로, 세로, 높이를 규정할 수 있다. 면은 2차원이다. 가로와 세로만 있다. 선은 1차원이다. 선 한 개 표시하면 위치와 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점은 0차원이다. 점은 도형이 아니다. 공간도 아니다. 길이와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는 차원의 정의를 설명할 때 입체가 아닌 점부터 시작한다. 점(0차원)을 아무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 선(1차원)이 생긴다. 선이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움직이면 면(2차원)이 된다. 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입체(3차원)가 된다. 푸앵카레의 설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3차원에 차원 하나가 추가된 ‘4차원’을 상상했다.
수학자들이 공통으로 정의를 내린 차원(0~3차원)은 ‘공간’이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3차원 공간에 ‘시간’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추가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합친 4차원을 제시한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은 단순히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개념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에 뉴턴(Isaac Newton)이 믿은 ‘절대 시간’과 ‘절대공간’이 없다. 뉴턴은 어느 장소든 시간은 똑같이 흐르고(절대 시간), 시간이 지나도 공간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절대공간). 아인슈타인은 정적인 상태로 된 차원의 정의를 뒤집는 새로운 이론을 내세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하는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지나간다. 그런데 운동하는 물체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이 주변 환경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지나간다고 느낀다. 아인슈타인은 관찰하는 사람의 위치나 운동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어디서든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이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아인슈타인 이후에 활동한 물리학자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다차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칼루차(Theodor Kaluza)와 클라인(Oskar Klein)은 상대성이론과 전자기학을 융합한 ‘5차원 시공간’을 제시했다. 두 사람이 제안한 5차원 시공간은 크기가 아주 작은 둥근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관측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는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의 연구 대상인 ‘차원’이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차원은 생각보다 쉽게 설명하기 힘든 개념이다. 나처럼 차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과학에 접근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수학자가 바라보는 차원과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차원은 차이가 있다. 수학자는 수식과 이론을 이용하면서 차원을 설명한다면, 물리학자는 관찰하고 검증하면서 차원을 이해하려고 한다.
물리학과 수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차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와 같은 입문서를 읽으면 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일본인 저자 두 명과 독일 출신의 저자가 함께 썼다. 책을 번역한 역자는 수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다. 과학책을 읽기 전에 제일 먼저 원서가 출간된 연도를 확인해야 한다. 출간된 지 오래된 과학책은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 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 13년 전에 나온 책이다. 오래된 외국 과학책을 출간하려는 번역자와 편집자는 새로 발견된 연구 성과를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신비로운 차원의 세계》을 추천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책에 최신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지 않았고, 책의 빈 곳을 역자와 편집자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은 중력파(gravitational wave)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썼다(122쪽). 책이 나온지 4년이 지난 2015년에 중력파를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저자들은 ‘힉스 입자’로 알려진 ‘힉스 보손(Higgs boson)’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입자’라고 소개했다.
* 165~166쪽
이론물리학자들은 표준이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우주 질량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아직 미지의 입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입자에 ‘힉스 보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중략) 많은 물리학자나 우주론 학자는 이 거대한 장치가 성능을 발휘해서, 힉스 보손의 존재가 확인되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힉스 입자는 중력파와 함께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오래된 숙제 중 하나였으나 2013년에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이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12월에 힉스 입자의 존재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를 먼저 공개했다.
책의 편집 상태도 좋지 않다. 오류와 오탈자가 너무 많다. 정오표 작성은 생략하고, 오류만 언급하겠다.
96쪽에 아인슈타인의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880년에 태어나서 1952년에 사망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1879년에 태어나서 1955년에 태어났다. 1880년에 태어나서 1952년에 죽은 아인슈타인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6촌 동생이자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귀화한 음악학자 알프레트 아인슈타인(Alfred Einstein)이다.
133쪽 각주에 있는 닐스 보어(Niels Bohr)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연도가 틀렸다. ‘1926년’이 아니라 ‘1922년’이다. 192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장 바티스트 페랭(Jean Baptiste Perri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