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Shakespeare)1564에 태어났고, 체호프(Chekhov)1904에 숨을 거두었다. 우연하게도 올해는 두 극작가가 특별히 주목받는 해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지 460주년, 체호프가 세상을 떠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위대한 극작가를 말할 때 셰익스피어와 체호프는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 독자는 ‘4대 비극‘5대 희극에 포함된 작품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매력에 푹 빠진다. 연극인은 체호프의 ‘4대 장막극을 절대로 모를 수 없다.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은 대학교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희곡을 읽으면서 작품을 분석하고, 연극 대본을 읽으면서 연기 연습을 한다. 학생들은 대학별 연극영화과 지정 희곡 목록에 포함된 작품 한 편을 선택해서 독백 연기를 준비해야 한다. 셰익스피어와 체호프의 극작품들은 연극영화과 지정 희곡으로 자주 나온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경식 옮김 햄릿(문학동네, 2016)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 세 번째 선정 도서]

* 안톤 체호프, 강명수 옮김 갈매기(지만지드라마, 2019)





햄릿은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많이 무대에 올랐고, 가장 많이 재창작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다. 갈매기는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제일 먼저 발표된 작품이다. 갈매기는 초연 당시 반응이 매우 좋지 않았다


















* 안톤 체호프, 김규종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시공사, 2010)

* [절판] 안톤 체호프, 전훈 옮김 숲 귀신(애플리즘, 2010)

* 안톤 체호프, 이주영 옮김 체호프 희곡 전집 3(연극과인간, 2002)





1889년에 체호프는 숲의 수호신(‘숲 귀신’, ‘숲의 정령)이라는 장막극을 선보였으나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이때 당시 겪은 실패는 체호프의 자존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체호프는 숲의 수호신재출간과 공연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한동안 단막극과 단편소설 집필에 주력했다. 그러다가 1895년에 갈매기를 쓰기 시작했다. 체호프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상태로 갈매기를 쓰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작품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갈매기무척 바보 같은 이야기라면서 경멸에 찬 표현을 썼다.


체호프는 지인들 앞에서 이전에 경험한 실패에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야심 차게 집필한 갈매기를 극장에 공개했다. 체호프는 갈매기실패한 작품이 될 거라면서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극장을 찾은 체호프는 관객들에게 외면받은 갈매기를 눈앞에서 지켜봤고, 또 한 번 그의 자존심이 크게 다쳤다. 갈매기마저 실패하자 체호프는 희곡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갈매기가 초연된 지 2년 후에 체호프와 친분이 있는 연출가는 대중과 연극인들이 알아보지 못한 갈매기의 매력에 이끌렸다. 그는 체호프에게 공연을 허락하지 않으면 자신을 죽이는 일이라면서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제안했다. 다행히 갈매기재공연은 성공했다


















* 콘스딴찐 스타니슬랍스키, 강량원 옮김 나의 예술 인생: 현대 연기 시스템 완성을 향한 스타니슬랍스키의 창조의 길(책숲, 2015)

 



갈매기두 번째 공연 장소는 모스크바 예술 극장이다이 극장을 설립한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y)는 체호프의 극작품들을 연출한 전설적인 연출가다. 그는 자서전 나의 예술 인생에서 체호프의 희곡이 없으면 모스크바 예술 극장 소속 극단에서만 생기는 고유의 향기가 잃어버렸다고 회상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있어서 런던 글로브 극장(Globe Theatre)의 전성기가 빛날 수 있었던 것처럼 체호프의 희곡은 모스크바 예술 극장의 명성을 높여주었다. 


젊은 체호프는 단편소설을 엄청 많이 쓰면서도 희곡에 향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 이 시기에 그가 열심히 공부한 극작가는 셰익스피어다. 1882년에 체호프는 모스크바의 푸시킨 극장에 공연된 셰익스피어 작품을 관람했다. 1887년에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라는 제목의 보드빌(vaudeville, 대사보다 춤과 노래가 많은 연극)을 쓰려고 준비한 적도 있다.


갈매기의 등장인물 트레플료프는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배우로 활동하는 어머니 이리나는 트레플료프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트레플료프는 새로운 형식의 문학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낡은 과거의 문학을 비판하는데, 트레플료프는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리나를 과거에 벗어나지 못한 예술인으로 여긴다. 트레플료프는 소린 영지의 저택에 모인 사람들 앞에서 직접 만든 연극을 공개한다. 이리나는 주류 문학에 완전히 벗어난 아들의 연극을 이해하지 못한다. 수치심을 느낀 트레플료프는 연극 공연을 중단시킨다.


이라나는 트리고린이라는 작가와 사귄다. 트레플료프는 과거의 문학에 졸졸 따라다니면서 성공한 작가이면서 어머니가 편애하는 트리고린을 싫어한다. 트레플료프는 자신의 실패한 연극에서 연기를 했던 니나를 사랑한다. 그러나 니나도 트레플료프가 만들고 싶은 문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니나는 시골이나 다름없는 소린 저택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연극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성공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그녀의 눈빛은 가난한 백수 트레플료프가 아닌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유명한 작가 트리고린으로 향한다. 결국 트리고린으로 향한 니니의 동경은 사랑으로 변해버린다. 니나는 배우와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트리고린과 함께 소린 영지를 떠난다.


갈매기의 트레플료프는 햄릿과 비슷한 인물이다. 그는 애인과 같이 다니는 어머니를 질투한다. 트레플료프는 이리나와 트리고린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햄릿은 친부를 독살하고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한 숙부를 덴마크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숙부와 함께 침실을 쓰는 어머니를 증오한다.


햄릿갈매기극중극이 나온다. 햄릿은 숙부의 양심을 잡아낼 방법(22)’으로 극단과 함께 <곤자고의 살인>이라는 연극을 꾸민다. 햄릿은 <곤자고의 살인>에 숙부가 친부를 죽이는 과정과 똑같은 장면을 의도적으로 넣는다. 트레플료프는 이리나와 니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연극을 직접 써서 연출까지 맡는다. 만약 공연이 중단되지 않고 잘 마무리돼서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면 그는 두 여자에게 작가가 될 만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는 동시에 사랑받았을 것이다


햄릿은 친부의 영혼을 만난 이후로 복수의 비수를 가슴속에 품기 시작한다. 하지만 복수의 비수를 일찌감치 빼지 못한 바람에 어머니와 오필리아 등 여러 인물이 죽는다. 어정쩡한 복수극의 결말은 햄릿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햄릿의 복수 지연은 햄릿위대한 비극으로 유명하게 만든 주제다갈매기의 트레플료프도 복수를 과감히 실행하지 못해서 불행에 빠진 인물이다. 그는 트리고린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면서 복수를 위한 총을 가슴 속에 품고 다닌다. 하지만 트레블료프는 복수의 총을 트리고린의 심장을 향해 쏘려는 결단력이 부족했다. 결국 운 좋게(?) 살아남은 트리고린은 니나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두 여자를 모두 빼앗긴 트레블료프는 트리고린의 심장에 박혀 있어야 할 복수의 총알 한 발을 자신의 머리 쪽으로 돌린다.


갈매기에서 니나와 함께 불행한 여성으로 묘사되는 마샤 햄릿의 오필리아에 해당한다. 마샤는 소린 영지의 햄릿트레플료프를 좋아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포기한다. 그녀는 트레플료프에 대한 사랑을 잊기 위해 메드베덴코라는 가난한 교사와 결혼한다. 메드베덴코는 마샤를 좋아하지만, 마샤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이 된 메드베덴코를 따사로운 애정 한 점 느껴지지 않는 태도로 대한다. 햄릿은 미친 척하면서 오필리아를 무척 매정하게 대한다. 오필리아는 햄릿의 매정한 태도를 진심으로 느꼈고,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물에 빠져 자살한다. 마샤는 자살하지 않지만,  그녀의 첫 대사 한 줄에서 우리는 그녀가 현실적인 삶을 이미 포기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샤는 항상 입고 다니는 검은 옷을 인생의 상복이라고 말한다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운명을 선택함으로써 불행을 자초한다


서평가 이현우햄릿갈매기를 함께 분석한 글에서 체호프의 희극(갈매기)’셰익스피어의 비극(햄릿)’보다 더 잔혹하다고 평한다.[트레플료프, 이리나, 니나, 트리고린, 이 네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갈매기를 읽는다면 트레플료프의 비극적 삶과 죽음이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하지만 갈매기에 나오는 주변 인물들 또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영지와 큰 저택의 주인 소린은 도시로 가고 싶어 하지만,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둔다. 메드베덴코는 마샤와 그녀의 식구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편한 동거를 끝내지 못한다


암울한 회색빛 현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더 짙어진다. 칙칙한 쇠퇴의 그림자가 덮친 영지에 사는 인물들은 분위기를 밝게 해보려고 함께 먹고, 마시고, 오락을 즐긴다. 하지만 희망의 밝기를 억지로 부풀리면 불행이 사라지기는커녕 일시적으로 가려질 뿐이다. 애써 행복한 척하면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쓴웃음이 삐져나온다. 갈매기는 잔혹한 희극이라기보다는 비극의 농도가 짙은 희극이다.







[] <비극보다 더 잔혹한 희극>, 중앙선데이, 20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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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책을 샀다. 책의 이름은 간부 구두. 이상한 책을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러시아 단막 소설 선집이야.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하다. 


단막(單幕)은 하나의 막을 뜻하는 연극 용어이 책을 만든 출판사는 연극과 인간이다국내외 희곡과 연극 관련 도서를 주로 출판한다간부 구두》는 희곡집이 아니다. 이 책에 희곡이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인무학 · 염무웅 함께 옮김 간부 구두》 (연극과인간, 2014)

 




간부 구두의 진짜 정체는 러시아 단편 소설 선집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푸시킨(Pushkin),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 톨스토이(Tolstoy), 막심 고리키(Maxim Gorky), 솔제니친(Solzhenitsyn)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여기서 이 책의 이상한 점이 또 있다단편 소설이 아닌 글도 있다.

















이반 끄르일로프정막래 옮김 끄르일로프 우화집》 (문학과지성사, 2006)

 

이솝천병희 옮김 이솝 우화》 (도서출판 숲, 2013)

 

라퐁텐김명수 옮김 라퐁텐 우화상상력을 깨우는 새로운 고전 읽기》 (황금부엉이, 2020)





늑대와 양 새끼(욕이 아니다. 발음하면 욕설처럼 느껴지는 양 새끼보다는 새끼 양으로 쓰는 게 좋다), 원숭이와 안경코끼리와 모씨까는 러시아의 시인 이반 크릴로프(Ivan A. Krylov)의 작품이다이 세 작품 모두 우화(寓話)’


크릴로프는 러시아 최초의 우화집을 발표한 작가다그는 처음에 이솝(Aesop) 우화집과 라퐁텐(La Fontaine) 우화집을 모방해서 썼다. 여러 권 출간된 우화집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자 크릴로프는 러시아 민중의 삶이 묻어나 있고, 러시아 당대 사회를 풍자한 우화를 썼다크릴로프 우화집은 이솝라퐁텐과 함께 ‘3대 우화집으로 거론되지만두 사람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다그렇지만 이미 오래전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개작한 크릴로프 우화집이 몇 권 출간되었다문제는 작가 이름표기가 책마다 제각각 다르다간부 구두에는 크릴롭으로 표기되어 있다그 밖에도 크뤼로프’, ‘끄로일로프’. 끄르일로프가 있다끄르일로프 우화집은 총 9권으로 출간된 크릴로프 우화집을 완역한 책이다.

















세르게이 예세닌김성일 옮김 예세닌 시선》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단편 소설 선집에 우화뿐만 아니라 세르게이 예세닌(Sergei Yesenin)의 시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예세닌은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Isadora Duncan)을 미국에서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시인의 극심한 우울증과 두 사람의 성격 차이 등의 이유로 1년도 채 안 돼 이혼했다.


















금정연 한밤의 읽기금정연의 강연 에세이》 (스위밍꿀, 2024)

 

세르게이 도블라토프김현정 옮김 수용소교도관의 수기》 (지식을만드는지식, 2020)




간부 구두의 이상한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저자명은 레오니드 안드레예프(Leonid Andreev)’그런데 책에 안드레예프의 단편소설이 없다표제작 간부 구두는 세르게이 도블라토프(Sergei Dovlatov)가 쓴 단편소설이다도블라토프는 서평가 금정연의 강연 에세이 한밤의 읽기에 언급된 작가금정연은 강연에서 국내에 번역된 도블라토프의 책이 네 권이라고 했다. 강연 이후에 나온 수용소교도관의 수기까지 포함하면 네 권이 아니라 다섯 권이다

















































※ 『반카가 수록된 단편 선집



체호프박현섭 옮김 상자 속의 사나이》 (문학동네, 2024)

 

체호프이상원 옮김 자고 싶다》 (스피리투스, 2021)

 

[개정판] 강명희 · 명정 함께 옮김 크리스마스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꼼지락, 2019)

 

[구판 절판] 강명희 · 명정 함께 옮김 크리스마스 이야기》 (자음과 모음, 2013)

 

체호프문석우 옮김 연극이 끝난 후청소년을 위한 체홉 단편문학선》 (써네스트, 2015)


체호프최선 옮김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귀부인체호프 단편선》 (고려대학교출판부, 2008)

 




체호프의 단편소설 바니카는 반카라는 제목으로 여러 번 번역된 작품이다반카는 고아가 된 아홉 살의 구두장이 수습공이다그는 구두장이 밑에서 힘겹게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소년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시골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크리스마스 전날 밤소년은 할아버지에게 부치는 편지를 쓴다소년은 편지에 그동안 살아온 힘든 나날들을 언급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구세주가 되어 달라고 호소한다. 반카는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무사히 할아버지에게 잘 전달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여기서 체호프는 씁쓸한 여운이 감도는 결말을 선보인다직접 읽어보시길.


간부 구두는 시와 우화가 수록된, 이상한 러시아 단편소설 선집이다작품을 이렇게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그리고 안드레예프의 소설이 없는지도 알고 싶다간부 구두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 받은 러시아 작가의 좋은 글을 모은 책이면서도 교정을 제대로 했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드는 나쁜 책이다책을 펼치자마자 오탈자가 나타난다문장도 엉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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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1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긴한데 구매욕은 확 떨어지네. 어디서 다시 나와주면 좋겠어.

cyrus 2024-08-19 06:34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 보시는 게 좋아요. 어제 세르게이 도블라토프의 중편소설 <여행 가방>이라는 책을 샀어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인데, ‘간부 구두’는 <여행 가방> 이야기의 일부였어요. 그러니까 ‘간부 구두’는 원래 중편소설의 일부였고, 단편소설이 아닌 거죠. ^^;;
 
먼지 -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
요제프 셰파흐 지음, 장혜경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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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이 세상은 티끌세상이다. 티끌은 먼지를 뜻한다. 티끌세상은 우리에 고통을 주는 어수선한 속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티끌은 집요하게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고 달라붙으면서 괴롭힌다. , , 입으로 들어오는 미세먼지는 건강에 해롭다티끌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티끌이 없으면 공기가 깨끗해질 것 같다. 티끌을 털지 않아도 되니까 청소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미세먼지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티끌 없는 세상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맑은 천국이라고 생각한다과연 티끌 없는 세상은 정말로 우리가 살기 좋은 세상일까티끌이 없다면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태어날 수 없다. 우리만 없는 게 아니다. 이 세상도 없다. 수많은 티끌이 한데 뭉쳐지고 분해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주와 생명체가 만들어졌다. 티끌 없는 세상은 ()’ 그 자체다.


김광섭 시인은 저녁에별 하나를 바라보면서 생긴 감정을 그러모아서 한 편의 시로 엮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1969년)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화가 김환기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 감명받아 그림을 그렸다. 그는 화폭에 네모로 된 푸른 점을 촘촘하게 그려 넣었다. 화가의 붓을 휘어잡은 시의 마지막 구절은 그림 제목이 되었다.


먼지: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라는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는지알 수 있다. 죽은 별이 남긴 먼지로 가득한 우주에서 지구를 포함한 행성이 생겼고, 지구 위에 인간이 생겼다. 수명이 다한 별은 폭발한다(초신성). 먼지가 된 별의 잔해들이 만나면 정전기가 생긴다. 정전기는 아주 가벼운 별 먼지 알갱이들을 합쳐지게 만든다. 먼지 알갱이들이 뭉쳐지면 먼짓덩어리가 된다. 먼지 알갱이들이 계속 달라붙을수록 먼짓덩어리는 커진다


지름 1킬로미터의 먼짓덩어리는 미세 소행성(Planetesimal)’으로 분류된다. 중력은 미세 소행성들이 서로 만나서 부딪힐 수 있게 부추긴다. 미세 소행성들이 부서지고 뭉쳐지면 행성이 생긴다별 먼지 알갱이 속에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화학 원소들이 있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원소는 탄소, 수소, 산소 등이다. 이 원소들이 만나서 지구의 물과 암석이 생겼고,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 되었다. 우리는 죽으면 다시 먼지가 된다. 살아있을 때 각각 ‘너‘나’에 들어 있었던 두 개의 먼지는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져 다시 만난다.

 

김광섭 시인은 자신도 언젠가는 별처럼 어둠 속에 사라진다면서 슬퍼했다. 시인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시를 쓴 지 8년 후에 시인은 세상을 떠났다먼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저녁에를 읽으면, 인생의 무상함을 떠올리는 서글픈 눈물이 우리 마음을 적시지 않는다. 우리는 죽으면 이름만 남기지 않는다. 먼지도 남긴다. 우리 몸의 일부였던 먼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세상의 빈 자리는 먼지로 채워진다먼지는 흙이 되고, 물이 되고, 공기가 되고, 구름이 된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지구가 된다. 별 먼지 알갱이를 흡수한 생명체는 지구를 마시고 먹으면서 자란다지금도 먼지는 이 세상을 만들고 있다티끌 모아 괴로운 티끌세상이 아니다. 우리는 티끌 모아 풍요로운 지구’ 속에 살고 있.






* 17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는 4개의 바위 행성(지구형 행성), 즉 수성 · 금성 · 화성 · 지구가 남았고, 바깥에서는 지금의 가스 행성(목성형 행성), 즉 목성 · 토성 · 천왕성 · 해왕성[1]이 남았다.



[1] 천왕성과 해왕성의 표면은 , 암모니아, 메테인(메탄)이 포함된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두 행성만 따로 거대 얼음 행성(Ice giant Planet)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 150

 





 화산은 166조 리터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먼지와 황 입자, 재를 하늘로 던졌다. 그 먼지가 햇빛을 흡수해 땅에 떨어지는 빛의 양을 줄였다. 거대한 검은 구름이 세상을 뒤덮었다. 그 구름이 유럽에 도착한 1816년은 여름이 없는 해였다. 한여름에 눈이 내리고 수확량이 급감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하지만 화산 폭발은 창의력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중략] 세상을 어둡게 물들인 그림자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문학적 인물을 만들었다.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2]이다.

 “주먹만 한 우박과 피처럼 붉은빛이 감도는 비를 피해 메리 고드윈은 제네바 호숫가의 빌라 디오다티를 자주 방문했다. 이 젊은 여성 작가는 그곳에서 몇 주 동안 문학에 열정적인 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 시인 바이런 경과 그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 미래의 남편인 작가 퍼시 비시 셸리가 그들이다. 음침한 멸망의 분위기는 네 사람을 자극했고, 괴담이 쏟아졌다. 그런 분위기 덕분이었는지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메리는 진정한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완성했다.

 

 

[2] 인용문은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진 된 계기에 관한 내용이다. 메리 고드윈(Mary Godwin)메리가 시인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와 결혼하기 전에 쓴 이름이다. 


소설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Victor Frankenstein)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다. 소설에 묘사된 괴물의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정작 소설에 괴물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창조물을 ‘creature’, ‘thing’, ‘devil’, ‘spectre’, ‘wretch’ 등의 여러 가지 단어를 써가면서 언급한다.





* 204

 




 블랙홀 주변에는 수많은 별이 통조림에 들어간 청어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날고 있다. 블랙홀의 인력, 즉 중력이 공간을 강하게 구부리는 바람에 이 별들은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난다. 자살하려고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쥐 떼[3]처럼 수천 개의 별과 태양이 검은 목구멍으로 곤두박질친다.


[3] 레밍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나그네쥐는 오랫동안 물에 빠져 자살하는 쥐로 잘못 알려졌다. 레밍은 죽으려고 물에 빠지는 동물이 아니다. 레밍은 무리를 지어서 이동한다. 레밍 무리는 우두머리가 이동하는 대로 따라다니는 습성이 있다. 우두머리 레밍이 벼랑이나 물가로 향하면 무리도 그를 따라가는 것이다. 레밍은 헤엄칠 수 있다. 수심이 깊지 않은 물이라면 레밍은 수영해서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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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13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리뷰는 좀 시적이네.
그래서 영화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장면을 그렇게 묘사하나 봐. ㅋ
수와진의 노래가 생각나는구만. 아나? ㅋㅋ

cyrus 2024-08-15 13:43   좋아요 0 | URL
수와 진 알죠. 쌍둥이 가수잖아요. 대표곡 <파초>, <새벽 아침>.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가 안상수의 <영원히 내게>에요. 가끔 생각나면 이 노래를 듣곤 해요. ^^
 
운석 -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
팀 그레고리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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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운석은 살아있는 돌덩이다. 우주에서 온 돌덩이는 아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와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았다운석을 잘 모르는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돌덩이를 별똥별이라고 부른다사실 별똥별의 정체는 유성체. 유성체는 혜성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암석 조각이다. 여러 개의 유성체가 빛을 내면서 밤하늘을 지나는 현상이 유성우. 유성체 중 일부가 지구에 떨어지면 운석이 된다


운석의 순우리말 이름을 새로 정할 수 있다면, 별 먼지또는 별 알갱이로 부르고 싶다운석은 한때 별의 일부였다. 별은 죽기 직전에 핵융합을 일으켜 자기 몸을 뜨겁게 달군다. 뜨거워진 별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그 순간 별은 매우 밝은 빛을 뿜은 채 산산이 부서진다. 별이 폭발하면서 눈부신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을 초신성이라고 한다


산산이 흩어진 별 알갱이는 중력에 이끌려 또 다른 별 알갱이를 만나고 부딪힌다. 두 물체 사이에 가스가 스며든다. 이렇게 별 알갱이와 가스가 섞이고 뭉치자 행성이 태어난다행성이 되지 못한 별 알갱이는 우주의 방랑객이다. 외따로 지낸 별 알갱이는 우주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지구가 내뻗은 중력을 우연히 만난다. 지구의 중력을 느낀 별 알갱이는 지구 쪽으로 내달린다대기권을 뚫은 별 알갱이는 매우 뜨거운 상태가 된다. 이때 별 알갱이는 다 타버리면서 사라진다대기권은 별 알갱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장소이다하지만 생명력이 강한 별 알갱이는 화염을 버틴다. 비록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결국 지구의 땅에 닿는다과학자들은 땅에서 운 좋게 만난 별 알갱이를 운석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운석은 지구로 찾아오는 우주의 불청객으로 알려졌다어쩌다가 한번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호들갑을 떠는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언젠가 지구 종말이 오는 건가라고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공룡이 멸종된 원인을 잘 안다. 지구에 충돌한 거대한 운석이 공룡을 몰살시켰다는 상식을.


운석: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은 운석을 별똥별이 아닌 별 알갱이라고 불러야 할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 주는 책이다별똥별은 운석을 둘러싼 부정적인 편견을 불러일으킨다별똥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운석은 지구에 절대로 떨어지면 안 되는 우주 쓰레기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운석을 찾으러 남극에 가는 과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에게 운석은 꼭 찾고 싶은 소중한 별 알갱이


아주 작은 부스러기가 된 별 알갱이도 운석이다. 이런 운석을 우주 먼지라고 하며 맨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별 부스러기라고 해서 절대로 하찮지 않다. 크기가 어떻든 간에 운석 안에 ‘젊은 우주와 아기 지구’가 함께 들어 있다젊은 우주와 아기 지구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 오래된 과거 흔적이다우주가 젊었을 땐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신성으로 인해 생긴 별 알갱이들과 가스가 만나서 또 다른 별과 행성이 되었다. 아기 지구의 땅과 암석은 운석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것들이다운석에 들어 있는 유기물은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운석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를 만든 씨앗이다. 돌로 된 씨앗은 아주 오래된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별이 죽어서 파괴되면 별 알갱이들이 모여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듯이 운석이 지구와 부딪혀서 파괴되면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한다. 공룡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기후 재앙을 ‘K-Pg 대멸종이라 한다K-Pg 대멸종이 일어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많이 알려진 운석(소행성) 충돌설은 멸종 원인의 유력한 가설 중 하나이다운석 충돌 이후로 생긴 엄청난 양의 먼지가 대기를 뒤덮었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대기가 장기간 지속되었으며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왔다싸늘한 지구는 죽음의 땅이 아니었다. 낯선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종들이 나타났다대멸종 이전까지 몸집이 작은 포유류는 땅속에 살았다. 공룡이 사라지고 난 후에 포유류가 본격적으로 땅 위에 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몸에 털이 나 있어서 추운 날씨에 적응할 수 있었다.


운석은 지구를 위협하는 불길한 불청객이 아니다. 귀중한 씨앗이다. 지구에 안착한 운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대기권을 뚫다가 반쯤 타버린 운석은 땅에 떨어질 때 완전히 분해된다. 땅에 박히거나 묻힌 운석 파편은 산소와 미생물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한다돌로 된 씨앗이 잘게 부서지면서 다시 뭉쳐지는 순간 거대한 우주가 발아되었다. 홀로 된 씨앗은 수백만 년 동안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로 향한다. 어느 별의 일부였던 운석은 푸른 별 지구의 일부가 된다운석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엄청 긴 세월을 살아가면서 우주와 지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cyrus의 주석>



* 86



 


 북반구의 겨울철 밤하늘에는 오리온자리의 성운(오리온성운은 오리온의 검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다)[1]과 플레이아데스성단을 희미한 얼룩처럼 둘러싸고 있는 성운을 볼 수 있다.

 

 

[1] 오리온자리에 성운이 많다. 오리온자리에 있는 성운들과 성단, 별들을 묶어서 오리온자리 분자운 복합체(Orion molecular cloud complex)’라고 부른다. 가장 많이 관측된 성운은 M42 오리온 대성운, M43 드 모이란 성운, 불꽃 성운, 말머리성운이다


M42 오리온 대성운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과 함께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다M43 드 모이란 성운은 M42 바로 밑에 위치한 오리온의 검에 있다. 오리온의 검이라고 알려진 곳에서도 밝게 빛나는 별들이 있다. M42 오리온 대성운과 드 모이란 성운에 붙여진 메시에 번호(M: Messier number)가 다르지만, 드 모이란 성운은 오리온 대성운의 일부이다.






* 108

 




나트륨 나트륨(소듐) [2]



[2] 2014년에 화학 용어 개정안을 발표한 대한화학회는 나트륨을 영어식 명칭인 소듐으로 표기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나트륨과 소듐을 표준어로 인정했다. 







이 책은 독일어인 기존 원소 이름과 대한화학회가 권장하는 영어식 이름을 동시에 표기했다(173: 크로뮴-크롬, 타이타늄-티타늄, 몰리브데넘-몰리브덴). 그런데 나트륨은 소듐과 함께 표기되지 않았다.






* 115쪽 원주



 


가장 큰 금속 소행성은 폭이 약 200킬로미터인 프시케이다. [3]

 


[3] 지금까지 밝혀진 16 프시케(16 Psyche)의 금속(-니켈) 함량은 95%2021년 미국 애리조나대학 행성 과학 연구팀은 프시케의 금속 함량이 82.5%이며 공극률은 3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극률이란 암석의 빈 부분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출처: <‘쇳덩어리소행성 금속 함량 알려진 것만큼 높지 않아>, 연합뉴스, 2021610)

 

애리조나대학 행성 과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가설이다. 과학자들은 실험과 관찰을 반복하면서 가설을 검증한다. NASA의 무인 탐사선 프시케의 관측 자료가 나올 때까지 16 프시케의 금속 함량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 310



 


 공룡이 사라지자, 땅굴을 파고 살던 작은 동물 집단이 땅굴에서 나와 지상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살아 있는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고 몸에 털이 있다는 점에서 동물계에서 아주 독특한 부류인 작은 온혈 동물[4]인 대재앙의 여파를 금방 떨쳐 내고 크게 번성했다.

 


[4] 온혈 동물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을 뜻한다. 온혈 동물은 체내에 있는 열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한다. 그래서 뜨거운 피라는 뜻을 가진 온혈은 잘못된 표현이다. 지금은 온혈 동물 대신에 정온 동물또는 항온 동물이라고 쓴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외부 환경에 맞춰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은 과거에 냉혈 동물이라고 했다. ‘냉혈이라는 표현 역시 과학적으로 맞지 않아서 변온 동물로 용어가 바뀌었다.





* 324



 


사분의자리 유성우 [5]



[5] 사분의자리는 과거 별자리 목록에 포함되었으나 국제천문연맹(IAU) 공인 별자리 목록에 제외되었다. 사분의자리 유성우(유성군)용자리 이요타(Iota, 요타)’라는 별 부근을 지나는데, 용자리는 국제천문연맹 공인 별자리다. 그래서 사분의자리 유성우를 용자리 유성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책의 유성우 목록에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딱 한 개만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 사분의자리 또는 용자리를 지나는 유성우는 두 개. 하나는 방금 언급한 사분의자리(용자리) 유성우이며 나머지 하나는 1933109일에 처음으로 관측된 용자리 감마 유성우또는 자코비니 유성우. 이 유성우의 모 혜성은 자코비니-지너 혜성(Giacobini-Zinner)’이다. 하지만 자코비니 유성우는 아시아에서 관측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우리나라에 볼 수 있다. 오늘 밤 1130에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나타난다. 이 시간대가 유성우를 볼 수 있는 최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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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1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운석이 별먼지라고? 그냥 지구의 먼지라고 생각하면 크게 오산이네. 별먼지 모으는 사람도 있잖아. 예전에 우박 맞고 죽은 사람도 있다던데 그게 그냥 우스개 소리가 이니었어. ㅋ

cyrus 2024-08-13 06:43   좋아요 0 | URL
다 타지 않고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 희귀한 편이에요. 이걸 빨리 발견하지 못하면 돌이 지구의 미생물에 의해서 오염되거나 풍화돼서 없어져요. 그래서 아주 작은 운석 알갱이도 찾는 과학자들도 있대요. ^^

서니데이 2024-08-13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말씀해주셔서 알았네요.
밤하늘 별자리는 설명을 들어도 하늘에서 보고 찾는 게 어렵더라구요.
뉴스를 검색해보니, 작년 12월에 8월 12일 유성우 기사가 있어요.
아마 이전에 읽었다고 해도 그 사이 몇 달 지나서 기억하지 못했을거예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8-15 13:45   좋아요 1 | URL
유성우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서 집 옥상에 올라갔어요. 제가 본 게 유성우인지 모르겠지만, 밤하늘에 천천히 움직이는 별 몇 개가 보였어요. ^^;;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지음, 양미래 옮김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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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 양희은 노래, <작은 연못>(1972) 1절 노랫말, 김민기 작사 · 작곡 -






우주가 까만 사막이라면, 지구는 작은 연못이다. 시푸른 연못이 비좁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우주로 가고 싶어 한다하지만 우주는 온통 위험투성이다. 우주는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거칠다우주 방사선(Cosmic Ray)은 우주인의 건강을 위협한다소행성은 가탈스럽게 우주를 떠돈다. 묵직한 소행성이 이리저리 우주를 배회하다가 갑자기 지구 쪽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같이 놀고 싶지 않은 불청객으로 돌변한 소행성이 작은 연못으로 풍덩 빠져 버리면 연못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다 죽는다. 소행성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중력이다. 천문학자들이 소행성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도 소행성이 움직이는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소행성은 우주여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작은 연못 안은 항상 소란스럽다. 이 연못에서 20만 년을 살아온 인간 때문이다. 인간들은 서로 싸우느라 바쁘다. 민족 및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킨다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연못은 계속 뜨거워진다그런데도 환경 오염을 방관해 온 기업과 정치인들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우주를 까맣고 위험한 사막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주에서 거창한 사업을 하려는 기업인들의 눈동자에 달러($)가 박혀 있다. 오직 돈만 보이는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우주는 까만 노다지.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 아주 알맞은 행성이다. 인간은 지구에서 아주 오랫동안 운 좋게 살아남았다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타인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써가면서 놀린다우리의 눈길을 익숙한 지구가 아니라 낯선 우주에서 시작해 보자. 우주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작은 연못 속 물고기. ‘작은 연못 속 물고기는 지구가 얼마나 살기 좋은 아늑한 행성인지 모른다.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는 책의 부제. 책의 부제에 있는 일상이라는 단어를 우주의 작은 연못또는 지구로 바꿔 보자. 그러면 독자는 우주에 직접 가지 않고도 우주인이 될 수 있다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들은 지구를 바라보는 순간 경외감을 느꼈다. 그들은 지구가 없으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경외감을 느끼는 우주인들의 심리 상태를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라고 한다저자는 우주 비행사의 태도를 취하면서 지구를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2의 지구를 서둘러 찾을 필요 없다. 지구 바깥에 또 다른 지구는 없다.[1] 더 잘 살려고 아등바등 싸우면서 살아가는 것은 지구와 함께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지구로 언제 올지 모르는 소행성보다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어떤 학자는 조망 효과가 우주인들에 미치는 영향을 회의주의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에서 딱 한 번 지구를 바라본다고 해서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단번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구가 아닌 우주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진 우주인들도 있다.


저자는 우주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와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저자는 과학이 낯선 독자들이 어려워할 수 있는 과학 용어를 많이 쓰지 않았다과학 용어 대신에 천문학자와 우주를 몸소 체험한 우주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았다그래서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에 실린 여러 편의 글 곳곳에 지구와 우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묻어 있다


책 속에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채워져 있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69쪽에 저자는 파충류 뇌(reptile brain)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본문 밑에 파충류 뇌에 대한 옮긴이 각주가 있다.






 체온 조절, 숨쉬기, 맥박 조절, 먹기, 잠자기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뇌간을 가리킨다. 뇌의 구조와 기능이 생존에 필요한 행동만 하는 파충류와 닮았다는 이유로 흔히 파충류의 뇌로 불린다.



파충류 뇌’가 있다고 믿는 학자들은 3억 년 전 인류의 뇌는 도마뱀의 뇌와 비슷했다고 주장한다. 도마뱀의 뇌는 음식을 먹고 교미하는 행동을 좋아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뇌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생존 본능을 통제하는 이성이 발달하였고, 인류는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포유류가 되었다.


과거 뇌과학자들은 뇌를 세 가지 층으로 분류했다. 그들의 학설은 삼위일체의 뇌(triune brain)’라고 불린다. ‘삼위일체의 뇌모델에 따르면 뇌간파충류 뇌, 뇌의 가운데 층에 있는 변연계감정적 뇌, 뇌의 바깥층에 해당하는 대뇌피질인간에게만 있는 이성적 뇌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이성적으로 진화한 사실을 강조(자랑)할 때마다 삼위일체의 뇌’ 모델을 언급했하지만 삼위일체의 뇌오류로 판명되었다. 뇌는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뇌는 신경세포를 만들어가면서 진화했고, 점점 커지면서 재조직되었다. 인간,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 등 모든 생명체의 뇌 크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뇌 구조와 기능은 별반 차이가 없다. 전부 다 같은 종류의 신경세포들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대뇌피질이 다른 동물보다 크다고 해서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낭설이다너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삼위일체의 뇌모델은 유전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이 한데 얽혀서 복잡하게 진화한 뇌를 설명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파충류 뇌’는 잘못된 통념이다.[참고문헌]




[참고문헌] 리사 펠드먼 배럿, 변지영 옮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1/2가지 진실, 더퀘스트, 2021. (1뇌는 하나다, 삼위일체의 뇌는 버려라)







<cyrus의 주석>



[1] 아메데오 발비, 장윤주 옮김,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북인어박스, 2024, 244.



* 99, 옮긴이 주

 




[아리안 로켓]

 유럽 우주국이 개발한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 197912월 아리안 1 발사에 성공한 후 아리안 5까지 차례로 개발되었다.[2]

 


[2] 올해 79일 오후 4(한국 시간 710일 오전 2)아리안 6가 발사되었다. 아리안 6호에 초소형 위성 9가 장착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항공대 연구팀이 만든 위성 ‘OOV-CUBE’.




* 185





 

데이비드 포스트 월리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David Foster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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