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마욜린 판 헤임스트라 지음, 양미래 옮김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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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가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 양희은 노래, <작은 연못>(1972) 1절 노랫말, 김민기 작사 · 작곡 -






우주가 까만 사막이라면, 지구는 작은 연못이다. 시푸른 연못이 비좁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우주로 가고 싶어 한다하지만 우주는 온통 위험투성이다. 우주는 인간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거칠다우주 방사선(Cosmic Ray)은 우주인의 건강을 위협한다소행성은 가탈스럽게 우주를 떠돈다. 묵직한 소행성이 이리저리 우주를 배회하다가 갑자기 지구 쪽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같이 놀고 싶지 않은 불청객으로 돌변한 소행성이 작은 연못으로 풍덩 빠져 버리면 연못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다 죽는다. 소행성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중력이다. 천문학자들이 소행성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도 소행성이 움직이는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소행성은 우주여행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다.


작은 연못 안은 항상 소란스럽다. 이 연못에서 20만 년을 살아온 인간 때문이다. 인간들은 서로 싸우느라 바쁘다. 민족 및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킨다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연못은 계속 뜨거워진다그런데도 환경 오염을 방관해 온 기업과 정치인들은 지구 온난화를 부정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우주를 까맣고 위험한 사막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우주에서 거창한 사업을 하려는 기업인들의 눈동자에 달러($)가 박혀 있다. 오직 돈만 보이는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우주는 까만 노다지.


지구는 인간이 살기에 아주 알맞은 행성이다. 인간은 지구에서 아주 오랫동안 운 좋게 살아남았다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타인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을 써가면서 놀린다우리의 눈길을 익숙한 지구가 아니라 낯선 우주에서 시작해 보자. 우주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작은 연못 속 물고기. ‘작은 연못 속 물고기는 지구가 얼마나 살기 좋은 아늑한 행성인지 모른다.


우주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면.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는 책의 부제. 책의 부제에 있는 일상이라는 단어를 우주의 작은 연못또는 지구로 바꿔 보자. 그러면 독자는 우주에 직접 가지 않고도 우주인이 될 수 있다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들은 지구를 바라보는 순간 경외감을 느꼈다. 그들은 지구가 없으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때 경외감을 느끼는 우주인들의 심리 상태를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라고 한다저자는 우주 비행사의 태도를 취하면서 지구를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2의 지구를 서둘러 찾을 필요 없다. 지구 바깥에 또 다른 지구는 없다.[1] 더 잘 살려고 아등바등 싸우면서 살아가는 것은 지구와 함께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지구로 언제 올지 모르는 소행성보다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어떤 학자는 조망 효과가 우주인들에 미치는 영향을 회의주의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주에서 딱 한 번 지구를 바라본다고 해서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단번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구가 아닌 우주의 색다른 매력에 푹 빠진 우주인들도 있다.


저자는 우주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와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저자는 과학이 낯선 독자들이 어려워할 수 있는 과학 용어를 많이 쓰지 않았다과학 용어 대신에 천문학자와 우주를 몸소 체험한 우주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았다그래서 우주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에 실린 여러 편의 글 곳곳에 지구와 우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묻어 있다


책 속에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채워져 있지만,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69쪽에 저자는 파충류 뇌(reptile brain)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본문 밑에 파충류 뇌에 대한 옮긴이 각주가 있다.






 체온 조절, 숨쉬기, 맥박 조절, 먹기, 잠자기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뇌간을 가리킨다. 뇌의 구조와 기능이 생존에 필요한 행동만 하는 파충류와 닮았다는 이유로 흔히 파충류의 뇌로 불린다.



파충류 뇌’가 있다고 믿는 학자들은 3억 년 전 인류의 뇌는 도마뱀의 뇌와 비슷했다고 주장한다. 도마뱀의 뇌는 음식을 먹고 교미하는 행동을 좋아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뇌도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생존 본능을 통제하는 이성이 발달하였고, 인류는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포유류가 되었다.


과거 뇌과학자들은 뇌를 세 가지 층으로 분류했다. 그들의 학설은 삼위일체의 뇌(triune brain)’라고 불린다. ‘삼위일체의 뇌모델에 따르면 뇌간파충류 뇌, 뇌의 가운데 층에 있는 변연계감정적 뇌, 뇌의 바깥층에 해당하는 대뇌피질인간에게만 있는 이성적 뇌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이성적으로 진화한 사실을 강조(자랑)할 때마다 삼위일체의 뇌’ 모델을 언급했하지만 삼위일체의 뇌오류로 판명되었다. 뇌는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뇌는 신경세포를 만들어가면서 진화했고, 점점 커지면서 재조직되었다. 인간,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 등 모든 생명체의 뇌 크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뇌 구조와 기능은 별반 차이가 없다. 전부 다 같은 종류의 신경세포들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대뇌피질이 다른 동물보다 크다고 해서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낭설이다너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삼위일체의 뇌모델은 유전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이 한데 얽혀서 복잡하게 진화한 뇌를 설명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파충류 뇌’는 잘못된 통념이다.[참고문헌]




[참고문헌] 리사 펠드먼 배럿, 변지영 옮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1/2가지 진실, 더퀘스트, 2021. (1뇌는 하나다, 삼위일체의 뇌는 버려라)







<cyrus의 주석>



[1] 아메데오 발비, 장윤주 옮김,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생명체, 우주여행, 행성 식민지를 둘러싼 과학의 유감, 북인어박스, 2024, 244.



* 99, 옮긴이 주

 




[아리안 로켓]

 유럽 우주국이 개발한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 197912월 아리안 1 발사에 성공한 후 아리안 5까지 차례로 개발되었다.[2]

 


[2] 올해 79일 오후 4(한국 시간 710일 오전 2)아리안 6가 발사되었다. 아리안 6호에 초소형 위성 9가 장착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항공대 연구팀이 만든 위성 ‘OOV-CUBE’.




* 185





 

데이비드 포스트 월리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David Foster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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