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
요제프 셰파흐 지음, 장혜경 옮김 / 에코리브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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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이 세상은 티끌세상이다. 티끌은 먼지를 뜻한다. 티끌세상은 우리에 고통을 주는 어수선한 속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티끌은 집요하게 우리를 계속 따라다니고 달라붙으면서 괴롭힌다. , , 입으로 들어오는 미세먼지는 건강에 해롭다티끌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 티끌이 없으면 공기가 깨끗해질 것 같다. 티끌을 털지 않아도 되니까 청소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미세먼지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티끌 없는 세상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맑은 천국이라고 생각한다과연 티끌 없는 세상은 정말로 우리가 살기 좋은 세상일까티끌이 없다면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태어날 수 없다. 우리만 없는 게 아니다. 이 세상도 없다. 수많은 티끌이 한데 뭉쳐지고 분해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주와 생명체가 만들어졌다. 티끌 없는 세상은 ()’ 그 자체다.


김광섭 시인은 저녁에별 하나를 바라보면서 생긴 감정을 그러모아서 한 편의 시로 엮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 저녁에』(1969년)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화가 김환기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 감명받아 그림을 그렸다. 그는 화폭에 네모로 된 푸른 점을 촘촘하게 그려 넣었다. 화가의 붓을 휘어잡은 시의 마지막 구절은 그림 제목이 되었다.


먼지: 거실에서 우주까지, 먼지의 작은 역사라는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는지알 수 있다. 죽은 별이 남긴 먼지로 가득한 우주에서 지구를 포함한 행성이 생겼고, 지구 위에 인간이 생겼다. 수명이 다한 별은 폭발한다(초신성). 먼지가 된 별의 잔해들이 만나면 정전기가 생긴다. 정전기는 아주 가벼운 별 먼지 알갱이들을 합쳐지게 만든다. 먼지 알갱이들이 뭉쳐지면 먼짓덩어리가 된다. 먼지 알갱이들이 계속 달라붙을수록 먼짓덩어리는 커진다


지름 1킬로미터의 먼짓덩어리는 미세 소행성(Planetesimal)’으로 분류된다. 중력은 미세 소행성들이 서로 만나서 부딪힐 수 있게 부추긴다. 미세 소행성들이 부서지고 뭉쳐지면 행성이 생긴다별 먼지 알갱이 속에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화학 원소들이 있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원소는 탄소, 수소, 산소 등이다. 이 원소들이 만나서 지구의 물과 암석이 생겼고,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이 되었다. 우리는 죽으면 다시 먼지가 된다. 살아있을 때 각각 ‘너‘나’에 들어 있었던 두 개의 먼지는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어져 다시 만난다.

 

김광섭 시인은 자신도 언젠가는 별처럼 어둠 속에 사라진다면서 슬퍼했다. 시인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시를 쓴 지 8년 후에 시인은 세상을 떠났다먼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저녁에를 읽으면, 인생의 무상함을 떠올리는 서글픈 눈물이 우리 마음을 적시지 않는다. 우리는 죽으면 이름만 남기지 않는다. 먼지도 남긴다. 우리 몸의 일부였던 먼지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세상의 빈 자리는 먼지로 채워진다먼지는 흙이 되고, 물이 되고, 공기가 되고, 구름이 된다.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지구가 된다. 별 먼지 알갱이를 흡수한 생명체는 지구를 마시고 먹으면서 자란다지금도 먼지는 이 세상을 만들고 있다티끌 모아 괴로운 티끌세상이 아니다. 우리는 티끌 모아 풍요로운 지구’ 속에 살고 있.






* 17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는 4개의 바위 행성(지구형 행성), 즉 수성 · 금성 · 화성 · 지구가 남았고, 바깥에서는 지금의 가스 행성(목성형 행성), 즉 목성 · 토성 · 천왕성 · 해왕성[1]이 남았다.



[1] 천왕성과 해왕성의 표면은 , 암모니아, 메테인(메탄)이 포함된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두 행성만 따로 거대 얼음 행성(Ice giant Planet)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 150

 





 화산은 166조 리터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먼지와 황 입자, 재를 하늘로 던졌다. 그 먼지가 햇빛을 흡수해 땅에 떨어지는 빛의 양을 줄였다. 거대한 검은 구름이 세상을 뒤덮었다. 그 구름이 유럽에 도착한 1816년은 여름이 없는 해였다. 한여름에 눈이 내리고 수확량이 급감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하지만 화산 폭발은 창의력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중략] 세상을 어둡게 물들인 그림자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문학적 인물을 만들었다.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2]이다.

 “주먹만 한 우박과 피처럼 붉은빛이 감도는 비를 피해 메리 고드윈은 제네바 호숫가의 빌라 디오다티를 자주 방문했다. 이 젊은 여성 작가는 그곳에서 몇 주 동안 문학에 열정적인 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다. 시인 바이런 경과 그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 미래의 남편인 작가 퍼시 비시 셸리가 그들이다. 음침한 멸망의 분위기는 네 사람을 자극했고, 괴담이 쏟아졌다. 그런 분위기 덕분이었는지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메리는 진정한 고전 프랑켄슈타인을 완성했다.

 

 

[2] 인용문은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진 된 계기에 관한 내용이다. 메리 고드윈(Mary Godwin)메리가 시인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와 결혼하기 전에 쓴 이름이다. 


소설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Victor Frankenstein)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다. 소설에 묘사된 괴물의 이름을 프랑켄슈타인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정작 소설에 괴물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창조물을 ‘creature’, ‘thing’, ‘devil’, ‘spectre’, ‘wretch’ 등의 여러 가지 단어를 써가면서 언급한다.





* 204

 




 블랙홀 주변에는 수많은 별이 통조림에 들어간 청어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날고 있다. 블랙홀의 인력, 즉 중력이 공간을 강하게 구부리는 바람에 이 별들은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이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난다. 자살하려고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쥐 떼[3]처럼 수천 개의 별과 태양이 검은 목구멍으로 곤두박질친다.


[3] 레밍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나그네쥐는 오랫동안 물에 빠져 자살하는 쥐로 잘못 알려졌다. 레밍은 죽으려고 물에 빠지는 동물이 아니다. 레밍은 무리를 지어서 이동한다. 레밍 무리는 우두머리가 이동하는 대로 따라다니는 습성이 있다. 우두머리 레밍이 벼랑이나 물가로 향하면 무리도 그를 따라가는 것이다. 레밍은 헤엄칠 수 있다. 수심이 깊지 않은 물이라면 레밍은 수영해서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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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8-13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리뷰는 좀 시적이네.
그래서 영화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장면을 그렇게 묘사하나 봐. ㅋ
수와진의 노래가 생각나는구만. 아나? ㅋㅋ

cyrus 2024-08-15 13:43   좋아요 0 | URL
수와 진 알죠. 쌍둥이 가수잖아요. 대표곡 <파초>, <새벽 아침>.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가 안상수의 <영원히 내게>에요. 가끔 생각나면 이 노래를 듣곤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