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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 -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
팀 그레고리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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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점 ★★★★ A-
운석은 살아있는 돌덩이다. 우주에서 온 돌덩이는 아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와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았다. 운석을 잘 모르는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돌덩이를 ‘별똥별’이라고 부른다. 사실 별똥별의 정체는 유성체다. 유성체는 혜성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암석 조각이다. 여러 개의 유성체가 빛을 내면서 밤하늘을 지나는 현상이 ‘유성우’다. 유성체 중 일부가 지구에 떨어지면 운석이 된다.
운석의 순우리말 이름을 새로 정할 수 있다면, ‘별 먼지’ 또는 ‘별 알갱이’로 부르고 싶다. 운석은 한때 별의 일부였다. 별은 죽기 직전에 핵융합을 일으켜 자기 몸을 뜨겁게 달군다. 뜨거워진 별은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그 순간 별은 매우 밝은 빛을 뿜은 채 산산이 부서진다. 별이 폭발하면서 눈부신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을 ‘초신성’이라고 한다.
산산이 흩어진 별 알갱이는 중력에 이끌려 또 다른 별 알갱이를 만나고 부딪힌다. 두 물체 사이에 가스가 스며든다. 이렇게 별 알갱이와 가스가 섞이고 뭉치자 ‘행성’이 태어난다. 행성이 되지 못한 별 알갱이는 우주의 방랑객이다. 외따로 지낸 별 알갱이는 우주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지구가 내뻗은 중력을 우연히 만난다. 지구의 중력을 느낀 별 알갱이는 지구 쪽으로 내달린다. 대기권을 뚫은 별 알갱이는 매우 뜨거운 상태가 된다. 이때 별 알갱이는 다 타버리면서 사라진다. 대기권은 별 알갱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장소이다. 하지만 생명력이 강한 별 알갱이는 화염을 버틴다. 비록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결국 지구의 땅에 닿는다. 과학자들은 땅에서 운 좋게 만난 별 알갱이를 ‘운석’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운석은 지구로 찾아오는 ‘우주의 불청객’으로 알려졌다. 어쩌다가 한번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호들갑을 떠는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언젠가 지구 종말이 오는 건가, 라고.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공룡이 멸종된 원인을 잘 안다. 지구에 충돌한 거대한 운석이 공룡을 몰살시켰다는 상식을.
《운석: 돌이 간직한 우주의 비밀》은 운석을 ‘별똥별’이 아닌 ‘별 알갱이’라고 불러야 할 과학적인 이유를 알려 주는 책이다. 별똥별은 운석을 둘러싼 부정적인 편견을 불러일으킨다. 별똥별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운석은 지구에 절대로 떨어지면 안 되는 ‘우주 쓰레기’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운석을 찾으러 남극에 가는 과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에게 운석은 꼭 찾고 싶은 소중한 ‘별 알갱이’다.
아주 작은 부스러기가 된 별 알갱이도 운석이다. 이런 운석을 ‘우주 먼지’라고 하며 맨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별 부스러기라고 해서 절대로 하찮지 않다. 크기가 어떻든 간에 운석 안에 ‘젊은 우주와 아기 지구’가 함께 들어 있다. 젊은 우주와 아기 지구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 오래된 과거 흔적이다. 우주가 젊었을 땐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신성으로 인해 생긴 별 알갱이들과 가스가 만나서 또 다른 별과 행성이 되었다. 아기 지구의 땅과 암석은 운석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운석에 들어 있는 유기물은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운석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를 만든 씨앗이다. 돌로 된 씨앗은 아주 오래된 우주와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별이 죽어서 파괴되면 별 알갱이들이 모여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듯이 운석이 지구와 부딪혀서 파괴되면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한다. 공룡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기후 재앙을 ‘K-Pg 대멸종’이라 한다. K-Pg 대멸종이 일어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많이 알려진 ‘운석(소행성) 충돌설’은 멸종 원인의 유력한 가설 중 하나이다. 운석 충돌 이후로 생긴 엄청난 양의 먼지가 대기를 뒤덮었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대기가 장기간 지속되었으며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왔다. 싸늘한 지구는 죽음의 땅이 아니었다. 낯선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새로운 종들이 나타났다. 대멸종 이전까지 몸집이 작은 포유류는 땅속에 살았다. 공룡이 사라지고 난 후에 포유류가 본격적으로 땅 위에 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몸에 털이 나 있어서 추운 날씨에 적응할 수 있었다.
운석은 지구를 위협하는 불길한 불청객이 아니다. 귀중한 씨앗이다. 지구에 안착한 운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기권을 뚫다가 반쯤 타버린 운석은 땅에 떨어질 때 완전히 분해된다. 땅에 박히거나 묻힌 운석 파편은 산소와 미생물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한다. 돌로 된 씨앗이 잘게 부서지면서 다시 뭉쳐지는 순간 거대한 우주가 발아되었다. 홀로 된 씨앗은 수백만 년 동안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로 향한다. 어느 별의 일부였던 운석은 푸른 별 지구의 일부가 된다. 운석은 알고 있다. 자신들이 엄청 긴 세월을 살아가면서 우주와 지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cyrus의 주석>
* 86쪽
북반구의 겨울철 밤하늘에는 오리온자리의 성운(오리온성운은 오리온의 검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다)[주1]과 플레이아데스성단을 희미한 얼룩처럼 둘러싸고 있는 성운을 볼 수 있다.
[주1] 오리온자리에 성운이 많다. 오리온자리에 있는 성운들과 성단, 별들을 묶어서 ‘오리온자리 분자운 복합체(Orion molecular cloud complex)’라고 부른다. 가장 많이 관측된 성운은 M42 오리온 대성운, M43 드 모이란 성운, 불꽃 성운, 말머리성운이다.
M42 오리온 대성운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들과 함께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다. M43 드 모이란 성운은 M42 바로 밑에 위치한 ‘오리온의 검’에 있다. ‘오리온의 검’이라고 알려진 곳에서도 밝게 빛나는 별들이 있다. M42 오리온 대성운과 드 모이란 성운에 붙여진 메시에 번호(M: Messier number)가 다르지만, 드 모이란 성운은 오리온 대성운의 일부이다.
* 108쪽
나트륨 → 나트륨(소듐) [주2]
[주2] 2014년에 화학 용어 개정안을 발표한 대한화학회는 나트륨을 영어식 명칭인 ‘소듐’으로 표기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나트륨과 소듐을 표준어로 인정했다.
이 책은 독일어인 기존 원소 이름과 대한화학회가 권장하는 영어식 이름을 동시에 표기했다(173쪽: 크로뮴-크롬, 타이타늄-티타늄, 몰리브데넘-몰리브덴). 그런데 나트륨은 소듐과 함께 표기되지 않았다.
* 115쪽 원주
가장 큰 금속 소행성은 폭이 약 200킬로미터인 프시케이다. [주3]
[주3] 지금까지 밝혀진 16 프시케(16 Psyche)의 금속(철-니켈) 함량은 95%다. 2021년 미국 애리조나대학 행성 과학 연구팀은 프시케의 금속 함량이 82.5%이며 공극률은 3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극률이란 암석의 빈 부분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출처: <‘쇳덩어리’ 소행성 금속 함량 알려진 것만큼 높지 않아>, 연합뉴스, 2021년 6월 10일)
애리조나대학 행성 과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가설이다. 과학자들은 실험과 관찰을 반복하면서 가설을 검증한다. NASA의 무인 탐사선 프시케의 관측 자료가 나올 때까지 16 프시케의 금속 함량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연구는 계속될 것이다.
* 310쪽
공룡이 사라지자, 땅굴을 파고 살던 작은 동물 집단이 땅굴에서 나와 지상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살아 있는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고 몸에 털이 있다는 점에서 동물계에서 아주 독특한 부류인 작은 온혈 동물[주4]인 대재앙의 여파를 금방 떨쳐 내고 크게 번성했다.
[주4] 온혈 동물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을 뜻한다. 온혈 동물은 체내에 있는 열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한다. 그래서 ‘뜨거운 피’라는 뜻을 가진 ‘온혈’은 잘못된 표현이다. 지금은 온혈 동물 대신에 ‘정온 동물’ 또는 ‘항온 동물’이라고 쓴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외부 환경에 맞춰 체온을 조절하는 동물은 과거에 ‘냉혈 동물’이라고 했다. ‘냉혈’이라는 표현 역시 과학적으로 맞지 않아서 ‘변온 동물’로 용어가 바뀌었다.
* 324쪽
사분의자리 유성우 [주5]
[주5] 사분의자리는 과거 별자리 목록에 포함되었으나 국제천문연맹(IAU) 공인 별자리 목록에 제외되었다. 사분의자리 유성우(유성군)는 ‘용자리 이요타(Iota, 요타)’라는 별 부근을 지나는데, 용자리는 국제천문연맹 공인 별자리다. 그래서 사분의자리 유성우를 ‘용자리 유성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책의 유성우 목록에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딱 한 개만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 사분의자리 또는 용자리를 지나는 유성우는 ‘두 개’다. 하나는 방금 언급한 ‘사분의자리(용자리) 유성우’이며 나머지 하나는 1933년 10월 9일에 처음으로 관측된 ‘용자리 감마 유성우’ 또는 ‘자코비니 유성우’다. 이 유성우의 모 혜성은 ‘자코비니-지너 혜성(Giacobini-Zinner)’이다. 하지만 자코비니 유성우는 아시아에서 관측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우리나라에 볼 수 있다. 오늘 밤 11시 30분에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나타난다. 이 시간대가 유성우를 볼 수 있는 최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