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리처드 세넷 <투게더> 현암사

 

 

 

 

 

 

 

 

 

 

 

 

 

 

 

 

불통의 시대, 무한 경쟁과 자살, 비인륜적 범죄, 공감이 상실된 사회. 우리 사회는 점점 폭력적이고 냉소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이 사회에 '투게더(Together)', 즉 '함께 살아가기'의 미덕이 부흥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지역에서, 정치에서, 온라인 등 다양한 사회적 집단 속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대화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세넷은 불안정한 사회에서 협력의 기술을 다시 배우고 공동체를 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은 인간 본성과 사회의 경험 속에 이미 스며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가 책에서 주장하는 메시지는 유토피아로 들릴 수 있지만 전통 사회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함께 살아가기'의 가치가 상실된 지금, 그가 힘주어 말하는 '투게더'의 의미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2. 테오도르 몸젠 <로마사> 푸른역사

 

 

 

 

 

 

 

 

 

 

 

 

 

 

 

 

국내에 번역된 로마사에 관한 책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로마사 고전 중의 하나인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와 로마의 역사를 대중적으로 널리 소개하는데 성공한 스테디셀러가 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이 있다. 그 밖에 로마사 관련 도서가 국내에 많이 나왔지만 테오도르 몸젠의 <로마사>는 오랫동안 고전으로서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췌 번역본 한 권이라도 소개되지 않을 정도로 이번에 초역이다. 몸젠의 <로마사>는 5책 총 3권으로 구성될 정도로 방대한 내용으로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실증적이면서 객관적인 서술로 1902년 제2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최초의 비문학 작품 수상, 독일인 최초 문학상 수상 등 제1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 역사서를 가볍게 볼 책이 아니다. 만약에 이 책이 3월의 추천도서로 선정된다면 앞으로 출간될 나머지 <로마사> 시리지를 분권씩이라도 구입할 희망이 있다. 참고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7권까지 소장하고 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즉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1권을 처음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과연 15권 완편까지 구입하고 완독하는 날이 찾아올 수 있을까?

 

 

 

 3. 페르디난트 자입트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현실문화

 

 

 

 

 

 

 

 

 

 

 

 

 

 

 

 

구조주의 역사학을 토대로 로마 제국의 몰락부터 근대 유럽 국가가 등장하기까지 중세 1천년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구조주의 역사학 계열에 서 있지만 서술 방식에 있어서 이 틀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구조주의 역사학과 미시사적 역사학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대학가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중세 필사화 속에 담겨 있던 장인들과 석공들의 작업 과정, 중세의 건축물과 예술 작품 뒤에 숨겨져 있던 개인들 등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말 그대로 이 한 권에 중세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까치출판사에서 '중세의 빛과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같은 번역자의 글로 새로운 출판사에서 좀 더 세련된 표지로 재출판했다. 까치출판사 판본은 절판 상태인데 13년 만에 다시 출판된 점에 두 손 들고 환영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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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4-06 00:37   좋아요 1 | URL
몸젠의 로마사, 저도 오며가며 제목만 들은 책인데, 이게 아직 국내번역본도 없었는지는 몰랐군요. 예전에 저도 시오노 나나미 책 읽고 필 받아서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 카이사르의 갈리아전기 이런 거 막 도서관에서 빌리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군요. (정작 빌려놓고 읽지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3-04-30 17:22   좋아요 1 | URL
죄송합니다. 답변 늦었네요. 이번 달에 중간고사에 치이다보니 댓글을 제대로 확인 못했네요. 이번에 운 좋게도 몸젠의 책이 선정되었네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오자마자 바로 열독 준비해야겠습니다. ^^

아이리시스 2013-04-29 21:41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이나 내일 몸젠의 로마사, 사요ㅠ.ㅠ 이번에는 나올때마다 차곡차곡 읽어보겠어요!(불끈) 시루스님 잘 지내나요? 리뷰가 막 올라오는 거 보니, 어쩐지 힘이 나요 :)

cyrus 2013-04-30 17:24   좋아요 1 | URL
저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어야겠어요. 괜히 여유 부리고 책표지 눈팅만 하다가 서평 제출 마감 기한에 허둥지둥 쓰게 되거든요. 이제 시험도 끝났겠다 열독하고 글 쓰려고 해요. 또 게을러 터져서 언제 또 잠수 탈 지 모르겠지만요 ㅎㅎㅎ 그래도 이렇게 책 읽고 글 쓰는 날도 이제는 많지 않아서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겠어요. ^_^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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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유시민, 환영합니다!

 

2년 전에 KBS 1라디오 프로그램인 ‘열린토론’은 방송 2000회를 맞아 전국 성인남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토론을 가장 잘할 것 같은 정치인이 누군지 전화설문을 한 적이 있었다. 1위는 바로 유시민 전 의원이었다. 응답자의 12.3%가 유 전 의원을 꼽았다. 유 전 의원은 ‘직업으로서의 정치’ 생활을 청산하고 예전의 ‘지식소매상’으로서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많이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개혁정책의 상징, 보건복지부 장관, 통진당 공동대표. 통진당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간 힘겨루기에 치이고 만신창이가 된 그가 공동대표직을 내려놓고 탈당을 선언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정치생활의 근간으로서 추진해왔던 야권 진보연대의 꿈이 허무하게 물거품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분으로 꺾였던 연대의 날개가 다시 한 번 화려하게 펼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통진당에서 나온 신당권파와 함께 ‘진보정의당’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시작했을 때 이미 ‘진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너무나도 냉담했다. 그러나 자신의 트위터에 단 7줄의 글만 가지고 정계를 은퇴한다고 선언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계 은퇴 선언한 지 1년 뒤, 유 전 의원은 정말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걸어왔던 인생길을 반추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대학생 시절부터 지식소매상으로서의 활동을 거쳐 ‘직업으로서의 정치’ 생활까지 예사롭지 않았던 삶의 이력을 책 한 권에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런데 글의 내용은 과거형인데 반해 책의 제목은 미래형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단순히 사진 앨범을 들춰보는 것처럼 과거의 서사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지난날의 시간을 성찰하면서 이제 막 본격적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삶의 후반기를 어떻게 살 것인지 자신만의 인생철학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전쟁터와 같은 정치판에서 나와 글쟁이로 돌아와준 것에 대해서 격하게 환영해주고 싶다. 정계 입문 전에 탄탄하고 논리적인 문장의 글쓰기로 이름을 날렸던 ‘지식소매상’ 글쟁이답게 필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글쓰기의 방식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전작 때 선보였던 글쓰기와는 다르게 유 전 의원은 산전수전 겪었던 인생사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식을 인용, 가공해서 유창하게 풀어냈던 이전의 글쓰기가 이 책의 전체 중에서 반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사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오랫동안 고집했던 글쓰기에 약간의 변화를 주느라 적잖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번에 쓴 책이 지금까지 썼던 책 중에서 힘들었으며 글쓰기만큼은 정치적 자기 검열을 철저히 했다고 한다. 시작부터 독자와 좀 더 가까이 소통하려는 그의 ‘내려놓음’이 돋보인다.

 

 

 

 "저는 원래 사나운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직업 정치인’ 유시민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치고 나가는 감각이 좋습니다. 그 점에서 ‘엉덩이’가 무거운 민주당의 386 정치인보다 낫죠. 그리고 그는 권력의 속성, 정치라는 ‘게임’의 법칙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어요. ‘마키아벨리’적인 재능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유시민에게는 품성에 대한 ‘낙인’이 있습니다. 이 ‘낙인’은 그가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을 예를 갖추지 않고 야멸치게 비판하면서 생긴 것이죠.

 

(조국,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 2010, 277쪽)

 

그렇다면 ‘지식소매상’ 유시민은 ‘직업 정치인’ 유시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냉철한 모습에 대해서 억울하다고 말한다. 감히 이렇게 표현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변(辯)은 재미있다. 본인의 가십을 위트 넘치게 '개그'로 승화시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는 '내려놓음'을 보여준다.  

 

「개그콘서트」의 ‘희극 여배우’를 흉내내서 말해 본다. “저는 원래 사나운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사실 조용하고 수줍은 편입니다.” 미디어에서만 나를 본 사람들은 아마 비웃을 것이다. 당신이 사납지 않다고? 그렇다. 나는 사납지 않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민다. 그 분노를 감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패할 때가 많다. 분노를 억누르는 데 겨우 성공하는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냉소적으로 변한다. 내 안에 내가 아닌 누군가 있는 것만 같다. 이게 뭐지?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아포리아, 2013, 108~109쪽)

 

토론 진행 경험이 있어서 유 전 의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친정이나 다름없던 TV 토론 방송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향하는 시민논객의 반박 의사를 논리적으로 재반박함으로써 주장 의지를 꺾이게 하였는데 이 장면은 ‘토론 잘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다시 한 번 부각시켜줬다. 상대방의 견해를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동시에 자신의 견해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동의하게 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이성이 묻어 나 있는 화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의 토론식 화술은 정치판에서 다른 의원을 설득하거나 그 의견을 반박했을 때 크게 먹혔을지 몰라도 정치 인맥 관계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영준 민통당 전 최고위원은 유 전 의원을 가리켜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라고 말할 정도이니 과거 유 전 의원은 정계에서는 ‘상남자’(?)로 통했다고 할 수 있다. 유시민 안에 있는 '누군가'는 바로 중요한 상황에 냉철하게 승부를 걸 줄 알고, 부조리한 상황 앞에서 분노할 줄 아는 '상남자' 유시민인 것이다.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 '내려놓음'의 진수를 보여주다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유 전 의원의 솔직담백한 고백은 흥미로울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시절 사회주의 사상을 공부했지만,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힌 내용과 유물론의 철학적 가치를 설명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유시민도 피를 속일 수 없는 종북이었어.” ‘젊은 보수’를 자처하고 종북 진보를 비판하는 젊은 청년 독자라면 이 내용을 근거로 들면서 이 책을 자기 합리화의 변명을 모아 놓은 산물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종북’이라는 오명 때문에 ‘진보’의 참된 의미가 씨알도 안 먹히는 세상인 만큼 자기 검열의 옷을 크게 벗은 유 전 의원의 글은 오독의 여지가 있다.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이 자신의 종북 이미지를 탈피하는 동시에 정계 복귀를 노리는 의도적인 글쓰기가 아니냐고.

 

‘종북’이라면 분노의 치를 떠는 내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오독의 유형이 실제로 있다면 그것은 난센스라고 여기고 싶다. 유 전 의원이 독일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배운 '진보'와 요즘 우리나라에 자주 거론되는(특히 통진당) '진보'의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다. 표독스러우면서 싸가지 없는 진보적 정치인 유시민이 기억나는 독자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반드시 자신의 감정부터 정치적 자기 검열을 거칠 것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외향적으로 보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뿐 상대방의 내면에 담겨 있는 가치와 행복에는 관심을 두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언가의 실적에 집착하고, 자신의 성과를 포장하기에 바쁘기도 하다. 이러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내려놓음’과 겸손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유 전 의원의 손아래 누이는 그를 ‘유쾌한 남자’라는 별명을 지어줬다고 한다. 지나치게 심각해지는일 없이 세상의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사는 그의 성격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알고 보면 그는 버들나무 이파리처럼 바람의 거친 세기에 유연하게 탈 줄 아는 '버들낭군' 유(柳, 버들 류)시민이었다.

 

완벽주의자가 들고 다니는 사전에는 ‘실패’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를 거부하므로 언제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직성이 풀린다. 반면 최적주의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 세계에는 어느 정도의 실패와 슬픔이 불가피하며 성공은 실제로 달성 가능한 기준에 따라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 결과 실패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불안감을 덜어내며 삶을 좀 더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현실의 한계와 제약을 인정하므로 실제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정하여, 그 결과 성공하고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다. 그러기에 완벽하지도 않고 완벽할 수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도, 조직도 유한한 존재며 우리가 하고 있고 맡은 일과 자리도 유한하다. 그러기에 그 유한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여 최선을 다하면서 절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비움으로 인해서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내면의 자신감을 갖추는 것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유쾌한 남자’ 유시민은 후자의 인간상에 잘 어울린다.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몰두할 수 있는 놀이에 빠져들고 싶다.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게 사랑받고 싶다. 그렇게 일하고 놀고 사랑하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싶다. 그래야 인생의 마지막 날에도 내 삶에 대해 황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아포리아, 2013, 62쪽)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경험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한다. 이러한 삶의 과정을 잘 견뎌내는 사람이 바로 최적주의자다.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비울 수 있다는 것처럼 자신을 강하게 만드는 것도 드물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고, 무언가를 지켜야 하고,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자신을 구속하고 집착하게 하고 여유가 없게 만든다. 오히려 내려놓음으로써 그리고 비움으로써 우리는 더 큰 행복과 진정한 세상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누군가가 유시민을 사회적 약자들이 잘 먹고 잘 살면서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말할지라도 그는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 살고 있는 진정한 세상의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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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4

 

                                   김지하

 

 

아직 살아 있으니

고맙다.

 

하루 세 끼

밥 먹을 수 있으니

고맙다.

 

새봄이 와

꽃 볼 수 있으니

더욱 고맙다.

 

마음 차분해

우주를 껴안고

 

나무 밑에 서면

어디선가

생명 부서지는 소리

새들 울부짖는 소리.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라고 노래했습니다. 4월이 잔인한 달이라... 아무래도 낯설고, 어색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이름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올해도 반쪽을 찾지 못한 모태솔로에게 4월은 정말 잔인한 계절이기는 합니다.

 

4월은 꽃 피고, 새가 지저귀는 생명의 계절, 축복의 계절입니다. 지금 온 천지가 꽃의 물결이고, 연둣빛 생명이 넘실거리는 봄의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김지하 시인은 새봄의 정기를 만끽할 수 있는 삶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춘심(春心)에 몸과 마음을 차분히 맡겨 보면서 삶의 여유를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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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라지지 마 - 노모, 그 2년의 기록
한설희 지음 / 북노마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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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큼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가장 멀리 있는 것처럼 부르게 되는, 항상 부르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 것만 같은 그 이름, 엄마. 엄마의 모습을 자신만의 피사체로 담아낸 사진집 <엄마 사라지지 마>는 예순아홉, 노년에 접어든 주부 사진가가 처음으로 사진기로 표현하는 시각적 사모곡이자, 내밀한 고백이다. 2010년부터 2년간 매일 경기도 용인 자신의 집에서 서울 어머니의 집을 오가며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하루하루를 카메라에 담았다. 하얀 머리카락이 드문드문 나기 시작할 정도로 노년으로 접어든 자녀는 이미 백발이 성성한 93세의 노모를 바라볼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사진가는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세월 동안 ‘엄마 바라보기’를 게을리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긴 시간, 한 번도 그녀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다. ‘엄마, 사라지지 마.’



사진가는 ‘엄마’를 이렇게 정의한다. 「주름 골이 깊고 검버섯이 핀 여자. / 흐트러진 백발과 초점 없는 눈으로 침묵하는 여자. / 고단한 세월이 옹이처럼 얼굴에 박힌 여자. / 혼자 누워 있거나 밥을 먹는 여자.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p 33)

그것은 사진가 자신의 어머니인 동시에, 우리 시대 모든 어머니들이 살아낸 모성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길고 긴 산고를 겪고, 제 젖을 물리고, 제 살을 떼어주며 우리를 키워낸 엄마. 그 촌스럽고 어리석고 못난 이름, 한 남자만을 평생 바라보기로 약속한 순간 ‘여자’이기를 포기해버린 이름. 그래서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이다. 카메라 셔터의 손끝에서 더욱 미련하고 촌스럽게, 그래서 더욱 아프게 그려진다.



어두컴컴한 바다 깊숙이 사는 심해어는 햇빛이 들어오는 해수면 위로 오르면 오래 살지 못한 채 죽고 만다. 엄마는 빛이 전혀 투과되지 않은 고독의 심연 속에서 산 심해어다. 사진가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품은 채 살았던 ‘엄마’를 세상의 빛이 비치는 양지로 머물도록 소리 내어 불러본다.

「엄마, 이거 봐요. 빛이 이렇게 좋아요. / 누가 밖에서 보면 어떡하니. / 구십 넘은 할머니를 누가 훔쳐본다고 그래요.」(p 55)




「저 하늘에 해와 달은 변함없이 비치지만 / 사랑하는 우리 엄마 어느 곳에 계시나요. / 비 옵니다. 비 옵니다.....」(p 79)

살아가면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잘 와 닿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잘 알지만, 어쩐지 막연하게 엄마와 나는 헤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는 착각에 빠져 살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종종 ‘엄마’에 관한 것은 ‘2순위’가 되곤 한다. ‘다음에 해도 되니까, 나중에 봐도 되니까’라는 말로 엄마보다는 연인을, 친구를, 그리고 나 자신을 앞세우고 살지는 않았던가. 그래도 언제나 이해해줄 것만 같고, 언제나 기다려줄 것만 같은 사람도 바로 엄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스마트폰으로 향할수록 정작 가까이에 있는 것을 놓칠 때가 있다. 바로 엄마다. 혼자 있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 시간은 물 흐르듯이 지나간다. 그러나 엄마 곁에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공중으로 금방 증발되는 아세톤처럼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는 바보같이 정말 소중하면서도 가까운 존재의 부재를 너무 뒤늦게 깨달아버린다.

「늦든 빠르든 우리는 언젠가 고아가 된다. / 내 머리 위를 받치고 있던 커다란 우산이 순식간에 거두어지고. /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비와 눈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것. / 그것이 부모를 잃는 경험이 아닐까.」(p 20)




한평생, 무겁고 가혹한 삶에 억눌려 살아온 사람이 명줄만은 질기게 길어 아흔 해를 사는 엄마. 그 긴 세월을 자식한테 행여 누가 될까 뒷전에서 숨죽여 바라보며 가슴 속 응어리마저 삭히며 살아온 그녀는 사람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쓸쓸한 무인도가 되었다. 그 모습이야말로 지은 죄도 없는데 평생 자신을 희생하며 우리를 키워낸 우리들의 엄마일지 모른다.




이 사진집을 읽는 도중에 문득, 엄마 생각이 나면 가슴이 뻥 뚫린 듯 명치끝이 아려왔다. 분명 내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엄마의 따스한 감촉을 잃은 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다. 이제야 엄마와 함께 보낸 하루하루가 ‘행복’이었음을 깨닫는다. 「엄마가 거기에 있다는 것, / 그 사실이 새삼 고맙다.」(p 60) 사진가의 솔직한 고백은, 사실 우리 모두의 고백이다. 마음껏 표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엄마가 계신 지금, 미루지 말고 함께 행복을 나눠보도록 아들인 내가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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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신경림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욱 억울해진다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오늘 자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에서 읽은 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억울해하면서 사는 거 같다. 무언가 손해를 본 것 같고 누군가한테 당한 거 같기도 하고... 그러나 조금만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보면 어떨까. 내가 조금 손해를 봐서 다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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