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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레드북 -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 '여자는 누구나 그날을 기억한다'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엮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여성들이 매월 주기적으로 겪는 월경.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치러야만 하는 이 생리 현상은 ‘여성으로 거듭나는 아름다운 불결함’ 이다. 특히 어린 나이에 불쑥 맞게 되는 첫 생리, 초경은 여성 입장에서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가득찬 충격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초경을 혼자만의 기억으로 감춘 채 입밖에 내기를 꺼려한다.

여성의 생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시대나 문화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신성하지 못하거나, 부정타고, 불결하고, 재수없고, 더럽고, 귀찮은 등 부정적이고 금기시하는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여성 자신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있다.   

특히 '순결, 깨끗함' 을 강조하는 생리대 광고는 여성들로 하여금 월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이는 생리란 원래 불편하고 지저분한 것이라는 전제에 기인한다. 생리대 광고에 출연하는 모델들을 보라.  한결같이 순결한 20대 여성들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말할 수 없는 것, 감춰야 되는 것, 부끄러운 것, 불결한 것. 드러내지 않음으로 인한 여러 가지 월경에 대한 오해와 금기들이 형성되어져 왔다.

  

 

  초경에 대한 두려움

    

 

에드바르드 뭉크 <사춘기>  1895년

  

유년기는 혼자만의 공포든, 사회 속에서의 공포든 두려움 없이 지나가지 않는다. 어쨌든 모든 것은 중학생의 끔찍한 머릿속에서 나온다.  아이들은 비열해지고 10대 시절에 느끼게 되는 불안감으로 말미암아 더욱 더 취약해진다.  사춘기 또는 사춘기의 두려움 때문이다.  젖멍울이 맺히기 시작한 소녀들은 가슴이 절벽인 소녀들 앞에서 거만을 떤다.  탐폰이나 생리가 뭔지 모르는 아이는 지진아 취급을 받는다.  

- 에리카 종 [열네 살의 두려움] 중에서, <마이 리틀 레드 북> pp 35 -   

 

소설가 에리카 종의 표현은 초경을 마주하게 된 여성들이 갖게 되는 원초적 두려움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스티븐 킹의 소설 <캐리>의 초반부에 갑작스레 샤워실에서 월경을 하게 되는 캐리를 비웃고 놀리는 또래 친구들의 모습이 단지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한 설정은 아니었나 보다.   실제로 또래 여자아이들끼리 월경을 시작하는 특정 여자아이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장면이 에리카 종의 에세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주변의 환경에 영향 받기 쉬운 사춘기 시기의 소녀들. 특히 입시 스트레스 및 교우관계 등에 얽매이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학생들에게는 월경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고 심하면 피로와 불안감 그리고 우울증이 동반될 수 있다.   

<마이 리틀 레드 북> 속에 담겨진 월경과 관련된 추억담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모두 초경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 인간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대할 때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 그 미지의 것이 적대적인 존재일지라도 일단 정체가 밝혀지면 인간은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상대의 정체를 알지 못하면, 상상을 통해 두려움을 부풀리는 과정이 촉발된다 ' 라고 말한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표현대로 자신의 몸에서 기인된 신비스러운 첫 만남이 여성에게는 두려움이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대개 이런 경우의 증상들을 부모님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부모들은 초경 시기가 사춘기와 겹쳐 '질풍노도의 시기' 라 그러려니 하고 오해하거나 그냥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초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아버지 입장에서는 초경이라는 신체적 증상은 여성만 통하는 금기인마냥 내심 수줍어하기도 한다.    

내가 생리를 시작하자 아버지는 식물이 죽는다면서 물을 주지 말라고 했다.  

- 델마 캔들 [화분 물주기여 안녕], 같은 책 pp 42 -  

 

월경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게 되면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왜곡된 금기마저 생기게 된다.  실제로 1920년대에는 생리 중인 여성의 몸에는 식물을 죽이는 '메노톡신' 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학설이 존재하기도 했다.   

 

     

  초경, 여성의 잔치는 시작되었다 

 

엄마는 흑인 여성으로서 우리의 초경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엄마가 될 수 있으며, 몸과 감정 그리고 여러 가지 면에서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나의 중요한 날에 아빠는 덕담을 건넸다.  나는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있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아빠의 덕담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빠는 내가 더는 꼬마가 아니라 어엿한 여성이라는 뜻으로 축하한 것이리라.   

- 자넷 루이스 [초경과 책임감] 중에서, 같은 책 pp 62 -

 

하지만 초경은 징조 없이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초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함께 몸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주변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미리 미리 생리대를 준비시키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초경과 월경을 맞을 준비를 하는데 부모의 역할은 올바른 상식을 상세하게 알려줘야 하는 법이다.   

<마이 리틀 레드 북> 속 월경 이야기에는 단지 초경에 대한 두려움만 기록되어 있는 건 아니다. 자넷 루이스의 경험처럼 초경을 맞이한 자녀를 위해 부모가 적극적으로 초경에 대해 이해할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며 특히 자녀의 초경을 막연히 두려운 증상이 아닌 어엿한 여성이 되었다는 의미로운 기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 성대한 축하 파티도 열어주기도 한다.  

 

나는 결혼으로 인하여 처음으로 자신이 이 지구라는 태양계의 제3혹성에 사는 인류의 일원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실감하게 됐다. 나는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는 태양의 둘레를 회전하며, 그 지구의 둘레를 달이 회전하고 있다. (중략)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아내가 거의 정확하게 29일을 주기로 생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달의 참·이지러짐과 완전하게 호응하고 있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중에서 -

  

모든 여성들의 깊고 깊은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월경 때문에 잠시나마 고통을 겪어야하는 그들에게는 이런 마음을 한번쯤은 가져봤을 수도 있지 않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구절처럼 생리를 하게 되면 힘겨운 하루를 보내면서도 속 시원하게 누군가에게 하소연 할 곳도 없는 여성들의 말 못하는 고민을 이해할 줄 알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남편이나 애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여성에게 있어서 월경이라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생활의 일부이다. 월경 기간 중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생리통과 심리적 변화 등이 일어나 고생을 하지만, 이것이 월경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에 특히 남성에게 알려질까봐 심적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초경을 맞이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살펴보고 지켜보고 아낄 수 있는 권리, 월경을 하지 않는 여성 역시 자신의 몸을 알고 소중히 할 수 있는 권리. 아직도 이런 권리를 여성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여성의 생리를 이해하면 여성이 보인다.  소중한 생명을 낳기 위해 28일을 주기로 신체에서 반복되는 여성생리를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은 여성자신 뿐만 아니라 남성들의 몫이기도 하다.  여성의 생리가 정상이라는 말은 곧 여성이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여성의 생식기계가 특별한 이상없이 모든 기능이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월경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여성인권 보호차원에서 여성의 주장이나 권리의식이 신장됨으로 이제는 생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생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고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사회 변화와 함께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지면서 월경은 더 이상 ' 말 못하며 말해서는 안 될 대상 ' 은 아니다.  정작 여성으로서의 몸에 대해서 모른 채 살아간다면 월경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은 오랫동안 강하게 자리잡을 것이고 자칫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초경과 월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야말로 진정한 여성으로서의 충만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첫 관문인 것이다.     

    

 

P.S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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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3 15: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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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4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3 15: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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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4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8-14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양한 책을 거리낌없이 읽어내시는 시루스님, 요즘 독서력이 최강이군요. 얼마 안남은 방학도 화이팅! 이 책 주제 참 흥미롭네요. 사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많이 읽어야 할 책인 듯한데.. 원래 남자분들 대상으로 나온 책은 아닌 거죠?

cyrus 2011-08-14 15:33   좋아요 0 | URL
시간이 많은 방학이라서 학기보다는 편한거 같아요. 벌써 다음 주에
2학기 수강신청 기간이네요. 방학도 얼마 안 남았네요.

남성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보다는 아무래도 여전히 월경에 대해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여성을 위한 책이라고 봐도 좋을듯해요.
물론 남성도 읽으면 참 좋고요 ^^
 
룸살롱 공화국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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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특유의 접대 문화

최근에 시청자들의 논란을 뒤로한 채 드라마 <신기생뎐>이 막을 내렸다.  드라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첫 회가 방영될 때부터 드라마 속 설정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화제가 된 동시에 '막장 설정' 이라는 극명한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기생들은 전통을 지키는 자존심을 유지하면서 한국 최고의 부유층들이 다닌다는 '부용각' 이라는 최고급 요정에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자존심을 걸고 지키는 한국 전통문화가 한국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할 바로 ’술접대 문화‘ 라는 것은 몇 번의 에피소드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드라마 속의 부용각 소속 기생들은 마치 황진이처럼 노래와 춤을 선사하며 술 접대를 하고 있다. <부용각> 손님들은 ‘양주’ 를 마시며 ‘한국 전통’ 을 지키고, 또 현대판 기생들인 그녀들은 기생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영어를 배우며 한국전통을 지켜 간다. 한국에선 바이어들에게 한국여성을 접대시키며 비즈니스를 한다는 사실이 이미 국제화되었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서구 비즈니스 손님들까지 등장시키며 ‘한국여성은 술접대용‘ 이란 전통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런 한국의 접대문화를 예쁘게 단장해 세계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신기생뎐>뿐만 아니라 몇 몇 드라마에서도 진한 화장에다 야한 옷을 입은 젋은 여자들을 양쪽에 끼고 술을 마시는 접대 장면이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 국내 언론매체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과 공직자들이 생각하는 향응, 접대 문화가 가장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분야가 '정치' 쪽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2010년 7월 6일자)   그리고 기업에서도 접대 한 번 하는데 드는 비용이 평균 40만 원이 초과할 정도로 사회조직적 집단 내에서 접대문화는 빠질 수가 없다.  '룸살롱 접대' 를 관행으로 인정하는 정계와 기업의 모습을 통해 접대문화가 독특하면서도 올바르지 못한(?) 또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다.  

 
 

  우리나라 접대문화의 불편한 역사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서울 3대 고급 요정 중의 하나였던 오진암이  

작년에 매각되어 철거됨으로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서울 종로구 익산동에 위치했던 오진암은 1950~70년대 밀실 정치의 주무대였다. 

(사진출처: 한겨레)  


 

책의 저자 강준만 교수는 룸살롱의 전신인 '요정'이 전성시대를 구가한 해방정국을 그 발원지로 보고, 마침내 위세가 절정에 달한 현재까지 룸살롱 발달의 과정과 변모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한다. 

1947년 서울에만 3천여개 이상의 요정이 있었으니, 요릿집과 기생집이 보통 사람들의 화제가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당시 요릿집과 기생집 출입은 정치 지도자들에서부터 경찰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만연된 관행이었다.  

1963년 광화문전화국의 최고 사용률을 기록한 업소는 요정이었다. 2위는 다방, 3위 여관, 4위는 언론사다. 1967년에 언론과 학계에서는 “요정정치를 청산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그 당시 집권하고 있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 야당 정치인에게 정치보복을 하더라도 여자관계만큼은 건드리지 말라 " 는 지시를 내릴 정도로 기생 파티의 가치를 인정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인물이었다. 분명 좋은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받아들일 리 없었다.  이 때만해도 정계와 접대문화의 은밀한 관계는 땔래야 땔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위에서부터 늘 요릿집과 기생집을 출입하는데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었던 접대문화가 쉽사리 근절될 리는 없었다. 

1970년대부터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룸살롱과 이에 따른 '호스티스 문화' 가 번화가 한가운데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룸살롱이 아닌 업소들도 룸살롱 흉내를 내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도 유사 룸살롱으로 인해 룸살롱의 엄격한 정의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룸살롱 '원맨밴드' 경력 33년인 A씨에 따르면, 국내에 룸살롱이 들어선 것은 1970년대 중반이며, 1세대 룸살롱은 서울 퇴계로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이후 이태원 근처에 '길싸롱', '밤길' 같은 룸살롱이 생기기 시작했다.   

88 서울올림픽은 ‘룸살롱 올림픽’ 이라 불릴 정도로 룸살롱이 흥행하기 시작하였다. 전두환 정권은 11개 대형 요정업체에 20억원이나 되는 돈을 특별융자했고, 요정 수십곳은 ‘모범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도 강준만 교수는 정계, 경영계에서 이루어지는 룸살롱 관련 사건뿐만 아니라 연예인 성 접대 사건 그리고 최근에 경기 불황으로 인해 룸살롱 접대부로 일하는 20대들의 현실까지 읽는 내내 얼굴이 화근거리고 민망함을 느낄 정도로 룸살롱 안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밀실문화를 적나라하면서도 담담하게 소개하고 있다.  



 

  룸살롱에서 부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부패의 막장으로 파고 들어가는 구조적 악습의 뿌리는 '패거리 문화' 에 있다. 그리고 이런 룸살롱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칸막이' 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준만 교수는  ‘칸막이' 는 연고, 정실 중심의 패거리 만들기의 필수 요소라고 분석하고 있다.  칸막이 현상의 이익을 쟁취하고자 하는 게 접대이고 주고받는 접대 속에 부정부패가 꽃을 피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가청렴도가 답보 상태인 우리나라가 공정한 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 각 부분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부패 친화적 접대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횡령, 뇌물, 유용 등 전통적인 형태의 부패행위 외에 부패친화적 문화와 연계된 향응, 접대 등에 대해서도 부패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룸살롱은 정치인과 판·검사, 재벌과 언론 등 권력 자본가, 엘리트들이 음주와 놀이를 기본으로 접대를 주고받은 장소다.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 강요를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 탤런트 故 장자연씨는 한국 접대 문화의 희생양인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기 불황을 이유로 젋은 20대들이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본인 스스로 화려하면서도 음침한 룸살롱으로 향하고 있다. 권력자들의 노리개로 전락한 접대부(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들 중에는 더욱 희망의 빛은커녕 어둠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파탄된 삶에 후회만 거듭하다가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룸살롱 메커니즘은 부정부패의 꽃만 피우는 것이 아니다. 사회지도층이란 사람은 룸살롱에 들어서는 순간 악마가 되어 자신들의 쾌락을 충족하고 미래를 꿈꾸는 서민들의 희망을 짓뭉개기도 한다.  그만큼 이 사회는 곪을 대로 곪아 썩은 '룸살롱 공화국' 의 현실인 것이다.

먼저 떠나간 사람들은 숙제를 남겨 놓았다.  남은 사람들은 그 숙제를 나누어 풀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란 비극적이고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접대문화의 문제점에 대해서 끊임없이 제기하여 재고해야 한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공동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반부패 청렴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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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8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생뎐은 하두 어이가 없어서 처음부터 보지 않았습니다.
정말 웃기는 설정이었지요, 일본의 게이샤 흉내를 내고 싶었던걸까요?

룸싸롱이라, 시루스님..
이번에 남성 전용 클럽으로 회원 딱 300명인가만 모집하는 외국 체인점 생긴거 아세요?
영국에서 들여왔다던가... 부유층 전용으로 회비가 어마어마한데
남성들만의 장소를 만들거라고 합니다. ㅎㅎ. 머하는 짓거리랍니까..

cyrus 2011-07-28 19:34   좋아요 0 | URL
요즘 VIP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외국 회사에서도 우리나라에
그런 클럽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노는 건 좋긴 좋지만 너무 과할 정도로
흥청망청 노는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

아이리시스 2011-07-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끝에 쫌 봤어요. 신기생뎐. 이 책 흥미롭네요. 이런 걸 문화라고 하기도 좀 뭐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 술문화,접대문화 저는 너무 잘못됐다고 보거든요. 접대가 꼭 술이라는 것도 그렇고 우리도 밤 몇 시 이후에는 술을 안팔았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어요. 미국 어느 주들은 요일제한,시간제한 그런 거 있다고 하던데............

아 맞다, 시루스님 장학금 축하해요.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 한국 실업의 역사
강준만 지음 / 개마고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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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2주 전 금요일, 우연히 MBC에서 방송된 ' MBC 스페셜 - 나는 9급 공무원이 되고 싶다 ' 편을 보게 되었다.  이 날 방송에서는 청년실업이 200만 명에 달하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9급 공무원을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일상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루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단지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두꺼운 공무원 시험 문제집 앞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서울 번화가에 위치하는 공무원 입시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일부로 서울로 상경하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의지하고 있는 백수 공무원 시험 준비자도 있었다.      

일부 고시생들은 인터뷰 도중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2011년 1/4분기 청년 실업률은 8.8%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에 취업을 향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15만 명의 청년들이 9급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올해 4월 9일에 치뤄진 국가직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의 응시자 경쟁률이 평균 93.3대 1이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취업난의 현실을 반영해주는 씁쓸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청년 실업률 문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공부를 하는 고시생들뿐만 아니라 지금도 취업을 위해서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스펙을 쌓거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지 못해 2~3년씩 대기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20대들은 ' 88만원 세대 ' 라는 암울한 명함을 달게 되었다.  

이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강구해보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일자리 고용 문제는 사회적 논쟁에서 비켜나 있다. 실업과 취업은 대개 정부 정책과 기업의 고용계획 그리고 통계 언저리에서만 맴돌뿐 정작 청년실업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실업 문제가 우리나라 역사에 미친 영향  

이 책에서도 강 교수는 그동안 저술활동을 하면서 선보였던 통시적 저널리즘 방식을 통해서 ' 실업 ' 이라는 특정 주제어로 꿰어내 사회적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특히 그는 수많은 언론자료 및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겪어야했던 주요 정치적 상황과 사건들의 배후에는 실업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분석을 도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952년에서 1960년까지 대학생 연평균 증가율은 14.5%였다. 이 같은 대학생의 양적 증가는 혁명을 발생하게 한 원인들 중 하나였다.  1960년에 10만명에 육박했던 대학생들의 30%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게 되면서 정부에 대한 분노가 4.19 혁명 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강 교수는 5.16 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실업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예편 대상 1순위로 곧 군복을 벗게 될 처지였던 박정희는 4.19 직후의 혼란상을 지켜보며 쿠데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문제는 도시화와 대졸자 수의 증가에 따라 요동쳤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걷게 된 이후 농촌을 빠져나와 도시로 집중된 인구는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야기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졸업정원제 실시로 대학생 수가 크게 증가하자 고용시장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이는 또다시 좋은 직장의 전제조건으로서 명문대 입학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점점 파괴적 양상으로 치달아온 전 세대에 걸친 고용불안은 이제 손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된 것이다.

  

  

  레포트의 내용대로 이루어진 사회병리현상    

책에서 인용된 자료 중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1997년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실업현상을 분석한 [실업자 1백만 명 시대의 과제]라는 이름의 레포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자료를 통해서 고실업 시대에 나타날 8가지 사회병리현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늘날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현상들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실업 급증으로 인해 사회불안감이 확산되어 사회범죄가 발생하며 계층간 위화감 증폭,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의 졸업 기피, 경영정상화를 위한 과격한 노사대립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 내용대로 고실업 시대에 접어든 지금,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안정한 경기로 인한 사회양극화가 심화될수록 ' 묻지마 범죄 ' 가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되었으며 취업 시즌이 다가올수록 졸업을 연기하는 것이 예비 졸업생들의 관례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실업의 역사는 돌고 돈다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처한 실업 문제를 거시적으로 깊게 보기를 권한다.  실업 문제는 그 어떤 이념도 뛰어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운영과 작동방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의 좌우 이념의 틀을 벗어나 승자독식 문화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고 공존공생의 자세를 찾지 않으면 영원히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하지만 ' 원수와도 같이 살자 ' 는 식의 자세만 가지고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성급하게 마무리짓는듯한 저자의 결론이 통사적으로 우리나라 실업 문제를 접근한 내용에 비하면 아쉽게만 느껴진다.   강 교수의 결론은 그 이전에도 실업문제와 관련해서 경제학자나 정계 인사들이 내렸던 진부한 해결방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잘못된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과 맞물린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낸 허무주의적 관점일수도 있다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 비판하는 시늉만 ' 내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취업대란이 심각한 사회문제인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의 해결방안이 결론으로 제시되기를 바랐던 독자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실업 현상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역사적 이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 ' 역사는 돌고 돈다 ' 라고 하였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법이다. 책에서 소개된 대한민국 업대란의 역사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실업현상이 야기할 새로운 문제라는 '도전' 에 '대응'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업 문제는 반짝 등장하는 일시적 유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거에 지속되었던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고질적인 사회문제이다.  실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과거의 문제를 반복, 답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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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1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사회적 문제가 너무 넘쳐나서
이젠 감당하지 못 할 수준이 되는 것 같지 않나요?
어디에서 어디까지 손을 대야, 평등과 자유를 함께 가질 수 있을까요?

비는 엄청 쏟아지고, 기분이 너무 쳐지네요. 요즘 시루스님은 어떠세요?
알바하고 책 읽고, 그러세요? 근황 이야기 요즘은 못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cyrus 2011-07-12 17: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점점 심각해지는 사회적 문제가 도저히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여기도 오늘 비가 안 올줄 알았는데,, 오네요.
내일 예비군 훈련 있는데 내일도 비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그래야 하루 놀 수 있거든요,

학교 학과사무살에서 일하고 있어요, 땜방으로 하게된 것도 있고,,
방학이라서 힘들지 않아요, 예전에 휴학생 때 새벽 편의점 알바보다
편해서 좋아요 ^^

카스피 2011-07-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넘의 실업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cyrus 2011-07-12 17: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부가 제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들에게 악영향이 이어질꺼 같아요. -_-
 
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어느 여배우의 1인 시위  

 

  

 

"반값 등록금 공약, 안 지키면 우리가 반만 내버리자",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는 바꿉시다"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는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함께 하는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주제로 헌 릴레이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김여진 씨는 "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 반만 내버리자! " 라는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홀로 광화문 광장 앞에 섰던 것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영화배우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홍보다 아닌 생뚱맞게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어필해보려고 별 수작을 다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여진 씨의 독특한 행보는 그저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일회성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지난 달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여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신 있게 발언하기도 하였으며 시위하기 전날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이미 시위 사실을 예고한 바 있었다.  

이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 개념 연예인 " 이라고 불리우면서 그녀의 행동에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김여진 씨의 행보는 대학 등록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고' 쥐벽서 티셔츠' 판매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등 최근 국내에 떠오르고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등록금 폭탄, 이제서야 관심?

김여진 씨의 ' 반값 등록금 ' 1인 시위로 인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까?  폭발하기 일부 직전인 ' 대학 등록금 폭탄 ' 에 대한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국민들의 불만을 정부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가 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가 벌여진지 1주일 뒤에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가 무상등록금을 포함한 모든 등록금 인하 방안을 검토한 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집권당의 최고위급 인사가 일종의 공약을 하게 되자 서민층 학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적잖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포퓰리즘 의혹을 앞세우면서도 차질없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2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은근슬쩍 사라지고,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 수뇌부에서 제기한 문제여서 향후 추이에 더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도 친이계 인사들은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대학 등록금에 대한 정치적 현안이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 반값 등록금 ' 현실화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막상 본선에 들어가자 공약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밝힌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했던 이력이 있는데다가 지난 5년간 등록금이 30% 넘게 폭등할 때까지 ‘ 남의 나라 불구경 ’ 하듯 묵묵부답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여당이 이제서야 관심을 갖게 되자 야당과 국민들이 그들의 입장에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번 일도 선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관적 시각이 많은 편이다.  

 

  

  ' 대학 등록금 ' 포퓰리즘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하지면 여기서 반값 등록금 도입에 대한 사회적 현안이 그저 차기 대선의 포석을 위한 정부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남게 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문제점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마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총이 없다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 없듯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문제의 원인과 요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 반값 등록금 ' 을 외치면서 총장실을 점거하고, 삭발 투혼을 벌여봤자 고착화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경과될수록 더 악화될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로 비싼 편이다. 그야말로 한 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이라도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려면 빚을 얻어야 할 판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한 ‘ 알바 ’ 에 매달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거나,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악순환의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학의 '보수' 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최근에 김여진 씨가 동참하였던 시위를 주도한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는 우리나라가 정말 ' 미쳤다 ' 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솟은 대학 등륵금 인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이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인상의 구체적인 원인과 과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 해결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패배주의적 인식의 배경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옹호하는 입장 세력(대학총장, 학교법인 관계자 등이 만들어낸 왜곡된 레토릭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보수주의자들의 담론, 주장, 수사법과 같은 정치 언어 분석을 통해서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을 파헤친 앨버트 O. 허시먼<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에서 소개되고 있는 세 가지 반동 명제로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역효과 명제 : " 대학 무상교육을 도입하면 나라살림 결딴 난다 "  

2010년 정치권은 무상급식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내세운 민주당 등 야권은 6·2 지방선거를 휩쓸기 시작했고,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도 등록금 정책을 주장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란 이슈를 무상교육과 등록금 조정으로 막아보려한 셈이다. 실제로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그에 맞선 보수세력의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수석도 그랬고, 곽노현 서울 교육감과 맞선 보수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다.  

일부 여당의 정계 인사들이 야당이 제시한 ' 무상 ' 관련 정책의 비현실성을 이유로 비판을 하였고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에 집착하는 좌파의 평등지상주의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색깔론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국가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 보편적 복지 ’ 라는 그럴 듯한 이름의 포퓰리즘을 내세워 선거에서 표만 많이 얻으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정략일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 무상 ' 이라는 단어가 ' 완전 공짜 ' 라는 동등한 의미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맞물려 경제적 상황을 근거로 한 실현불가론이 지배하여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마저도 무상교육에 대해서 회의적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육, 의료, 주거 등과 같은 복지 관련 부분에 투자해야 할 예산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4대강 사업 재정 지출을 늘리는데만 급급하고 고소득자들의 소득제를 감면해주는 ' 부자 감세 ' 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스스로 복지정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조세제도가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대학 무상교육 도입이 가능하다.

  

  2) 무용 명제 : " 그렇게 난리쳐 봤자 등록금 문제는 해결 안 돼 "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불어온 신자유주의라는 바람은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가에도 불어왔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주의 경제학자나 보수적인 교육가들은 대학도 시장 체제에 편입시키려 한다.  그리고 대학됴 기업 못지않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정부의 대학 지원을 반대한다. 이런 추세 덕분에 산학협력 활성화, 민간기금 확보, 적립금 펀드투자와 부동산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대학 등록금이 사용되어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결국에는 대학의 시장화를 부추기는 경제적 보수 세력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논리에 인해서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거덜나게 만든 것이다.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것이 등록금은 대학생이 직접 내야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점이다.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이에 대한 일정한 값을 지불하는 것처럼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대학교육이라는 상품을 구매한 대가로 당연히 지불해야한다고 생각하며 그 가격은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된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몇 년동안 등록금 동결과 인하를 요구한다해도 취업에 매달려야하는 대학생들이 시큰둥해하는 반응을 가지게 마련이다.    

 

  3) 위험 명제:  " 대학 등록금을 내리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      

앨버트 O 허시먼은 위험 명제의 전형적인 특징을  “ 지배적인 여론 상황 때문에 정면으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펼치는 논리 ” 라고 말한다. 즉, 우회하여 공략하는 방법이라는 의미다.   

2010년 초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 " 는 우려 아닌 우려로 등륵금 정책에 대한 답변을 대신한 바 있다. 얼핏 듣기엔 ' 등록금이 싸면 좋겠다 ' 는 바람 같지만, 정작 전하고자 하는 요지는 ' 저렴한 등록금과 질 높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 는 주장이다. 

- <미친 등록금의 나라> p 77 -

   

등록금 인하를 원하는 여론 속에서도 정부와 대학 관계자들은 ' 등록금 액수 ' 와 ' 교육의 질 ' 이라는 대립구도를 결부시켜 설정하게 함으로써 어떻게든 민감한 사안을 우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등록금이야말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복지 향상에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 대학생활을 한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질 높은 대학교육을 받기를 희망하면서 묵묵히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수준이 세계 2위에다가 미국 대통령이 칭찬할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 교육 수준은 선진국의 대학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수입 구조를 가진데다가 부족한 교육공간 확보 및 개선이라는 이유를 들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법인(일명 사학법인)이 대학을 자신의 수익 창출 목적을 위해서 무리한 시설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법인의 엉뚱한 예산 사용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떨어뜨리고 있다.  

     

 

  대학 등록금 문제, 적극적 결단이 필요할 때

반값 등록금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점화되기 시작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도 “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 대신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 고 분명히 했다.  포퓰리즘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접근시 문제는 심각한 이분구도로 비추어 질 수 있으나 교육비의 상승은 다른 측면이다. 현 사교육비 급증에 따른 계층간 교육장벽의 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사회통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접근해야 한다.

등록금 인하는 단순히 당정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당장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이 조달되지 않고선 추진이 아예 불가능하다. 3년 연속 동결로 아우성을 치는 대학에 인하 분을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가 재원으로 부담해야 하는 데 우선 순위에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는 철저히 떠져봐야 할 일이다. 재원 대책없이 무상 운운하는 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재단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대학 금고에 잠을 자고 있는 비용을 등록금 인하 해결에 사용될 수 있다.이미 ' 등록금 인하 ' 라는 검을 빼낸 이상 이제까지 등록금 인상으로 재미를 본 대학이 논의에서 발을 빼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5월에 있었던 최대 사회적 이슈를 손꼽히게 된다면 단언 ' 대학 등록금 인하 ' 논쟁일 것이다. 작년에 쟁점화되었던 무상 교육, 무상 급식에 이어서 또 한 번 대학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놓고 국민과 정부 간의 팽팽한 접전이 오고 갈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몇 몇 대학 광장에서는 대학생들이 여전히 ' 반값 등록금 ' 을 요구하는 시위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에 어느 학교는 학교 축제에 초청된 인기가수의 공연을 보면서 환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등록금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로 대한민국은 미쳐 가고 있는데 요즘 대한민국 젋은이들, 등록금 때문에 자신의 청춘이 시들어가고 있는 것도 모른채 학교를 찾은 인기가수에 미칠 정도로 열광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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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5-2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 대학원 가고 싶어하는 저로서도 굉장히 관심있는 논제입니다.

요즘 하두 사회가 이상해서,
위에 동동 떠있는 이슈들만 보면 한도 끝도 없는 문제와 아이러니한 상황만 보이구요.
저는 우리나라의 사람들이 왜 '복지' 라고 하면 좌파 취급을 하는가에 대해서
'열심히 해서 성취해야만 하는거다' 라는 생각과 '열심히 안 해서 그 모양 그 꼴이다' 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경직된 사고인거죠. 모 아니면 도.

그리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보니
정직하게 하면 바보가 되는 사회에서 누구도 신뢰할 수 없으니
내게 직면된 일이 아니면 신경도 안 쓰는 '내코가 석자다' 사회도 문제라 생각합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5 12:37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아파트 경비 용역의 시급이 굉장히 작거든요.
내년부터 인상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관리비가 무려 10만원 가까이 올라가요.
안 그래도 2년 사이에 두배로 뛰었는데, 거의 30만원 넘게 생겼어요.
그래서 감시 단속적 근로자의 법 적용 예외를 위한 서명을 받는데
이걸 안 하자니 당장 내야할 관리비가 문제이고
서명을 하자니 돈을 적게 받는 경비 아저씨와 사회에 죄송하고 머 그런. ㅠㅠ

cyrus 2011-05-26 16: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이슈가 떠오르자마자 조중동 사설에서는
반값 등록금 반대 입장의 내용이 나오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과 유사하더라구요.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면 국가 재정이
파탄난다는 식으로요.

아파트 경비 용역과 관련된 마고님 상황 충분히 이해갑니다.
저도 루쉰님처럼 비싼 등록금만 축내는 학교를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워낙에 대학 졸업이 사회에서 우선시되다보니 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을겁니다. ^^;;

루쉰P 2011-05-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을 자퇴해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죠. 저 역시 자퇴의 기준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그 따위 교육을 받아야 하나란 생각에 과감하게 때려쳤어요.
등록금을 많이 내든 안 내든 교육이 개판인 것은 확실합니다. 답답해요. 정말...

cyrus 2011-05-26 16:35   좋아요 0 | URL
에구,, 저도 마음만 먹으면 학교 그만 두고 싶은데 말이죠.
하지만 요즘 사회에 대학 졸업이 강조되다보니 쉽지 않은거 같습니다. ^^;;

아이리시스 2011-05-2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왜 저 배우가 갑자기 등록금 투쟁을..^^ 이건 뭐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요. 솔직히 전 졸업도 했고.. 아.. 또 갈 일이 있을지도..^^ 그리고 제 자식도.. 헐;;

저는 대학이 아니라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간단하게 따고 하고싶은 걸 배울걸 그랬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막상 이래도 제때에 용기를 갖는 건 굉장한 용기가 아닐까 싶어요.^^

cyrus 2011-05-26 22:35   좋아요 0 | URL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면 정말
다음 세대들에게 악순환이 되물림될거에요. 이번 기회에
여당이 언급한 등록금 문제가 원만히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

루쉰P 2011-06-1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사회적 정의를 위해 불꽃 리뷰를 쓰신 cyrus님이 이달의 당선작이 되실 줄 알았습니다. 너무 축하드리고 알사탕으로 기말 고사 잘 보셨으면 합니다. ^^

cyrus 2011-06-14 14:48   좋아요 0 | URL
마음은 사회적 정의를 외치는데 정작 실천은 못 하는 젋은 소시민이랍니다.^^;; 오늘부터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데 시험 잘 보겠습니다. ^^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새로운 명령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 꿈을 향한 도전 ' 에 매료된 대한민국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열정’ 이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면접관은 구직자에게, 광고는 소비자에게 ‘ 당신은 과연 열정적으로 살고 있느냐.’ 고 물어본다. 특히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취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입사 면접은 물론 ‘슈퍼스타 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그렇다.  ‘열정적으로 부딪치면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 는 말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대표적 논리로 통하고 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꿈’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끝없는 노력과 도전으로 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청자들 역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게 만들며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그 어떤 조건보다 도전자가 가진 ‘재능’ 과 ‘열정’ 과 ‘노력’ 의 크기로 평가되면 큰 사랑을 받았으며 유사 프로그램들도 양산되고 있다.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 과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그램인 ‘신입사원’ 등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 외에도 '성공신화' 오페라 가수 폴 포츠를 탄생시켰던 영국의 브리튼 갓 탤런트를 표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에도 나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평범한 대중, 특히 젋은 세대들에게  ‘꿈을 향한 도전’ 이라는 열망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정이라는 또 하나의 본성이 발현되기도 한다.

  

  

  단순히 꿈과 열정만 가지고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어제 스승의 날을 맞아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특강하게 되었는데 김 총리는 그 날 특강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 꿈, 열정, 사랑의 정신으로 G20 세대인 학생들이 선진 인류국가를 향한 대한민국의 희망이 돼 달라" 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세계의 찬사를 받는 중심국가로 도약했다면서 학생들의 무대는 국내가 아닌 세계무대라고 강조하였다.   

'열정' 이라는 단어 속에는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에 대한 열정은 충분한 보상을 필요조건으로 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열정의 정신만 가지고도 G20 세대들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무대까지 주름 잡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말이야 정말 쉬워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직업으로 삼는다는 인생의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것이니까.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는 사회, 정말 좋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젋은 청춘의 세대들이 열정만 가지고 희망의 씨앗을 틔우기에는 너무나 척박하다. 

  

 

  열정의 미학화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작년에 슈퍼스타 K2에 허각이 우승하여 대중들로부터 이목을 끌었던 무렵에 정치인들 사이에서 '너도나도 허각처럼' 될 수 있는 공정사회를 외쳤던 적이 있었다. 특히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던 대정부 질문 중에 한나라당 소속 홍일표 의원은 허각의 등장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며 불공정에 지친 국민들에게 공정사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하였다.  

홍 의원은 허각을 앞세워 공정사회의 화두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여기서 이 글에서 말하고자하는 열정을 강조하는 사회의 문제점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환풍기 수리공' 허각의 성공 스토리는 성공에 목말라 있던 대한민국 젋은 세대들에게는 자신도 허각처럼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단비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젋은이들은 노래실력을 가지고 성공한 허각을 통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꾸준히 노력하여 자신의 존재 가치를 실현시키고 싶어했다.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 성공을 위한 프로세서의 유형은 비단 허각의 등장에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해찬 前 국무총리가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에 주장한 '하나만 잘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 ' 는 평등교육을 표방하기 시작할 즈음에 게임 실력만 가지고 대기업 임원 못지 않는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 임요환의 등장이 겹치게 되면서 많은 학생들과 청년들 사이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심히 하여 성과를 발휘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무모하게 하나만 가지고 매달렸던 학생들과 청년들이 맞닥뜨린 진짜 현실은 신자유주의적 경쟁 사회였다. 일명 '이해찬 세대' 라고 부르던 젋은이들은 거대한 경쟁 사회 시스템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눈여겨 봐야할 점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교육부 장관으로 활동하던 시절이나 제2의 허각을 꿈꾸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에는 공통적으로 젋은이들 사이에서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이 아름답게 포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면서까지 젋은이들이 성공을 위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부으면서 하고 있는 작업의 행위들이 '노가닥' 즉 노동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시나리오 작가 故 최고운 씨와 인디음악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꿈을 자본주의가 어떻게 착취하고 있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도 영화의 꿈을 안고 충무로로 들어온 젊은이들은 '돈보다는 경력이 중요하다' 는 논리에 임금 한번 받지 못한 채 날을 새며 일하고 있으다.  게임을 좋아하는 젋은이들은 스타리그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되기를 바라면서 24시간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다. 과연 이 수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제2의 박찬욱, 제2의 택뱅리쌍이 몇 명이나 나올 수 있을것인가?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나게 된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자신의 열정이 부족했음을 느끼면서 스스로 '루저' 가 되고 반면에 경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은 공장의 기계처럼 열정을 권하는 사회 속에서 열정을 바쳐야하는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열정 노동의 등장  

열정이 노동이 되어버린 오늘날, 청년들은 자신의 열정이 노동이 되고 있는지 모른채 다음과 같은 귀납법적인 프로세서를 형성하게 된다.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 

 (2) 그러므로 나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다. 

 (3) 고로 나에겐 노동자의 권리가 필요 없다.    

 - 한윤형, 최태섭 외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p 186 -

  

이렇다보니 열정이 곧 근면, 성실함이라고 생각하는 젋은이들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열정이 가져다주는 성공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산업의 노동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리고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결과에 대해서 열정이 부족하다고 자신 스스로 반성해야했다.

열정 노동이 우리나라에 등장하게 되는 시점은 IMF와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1990년대 이후의 상황에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만이 신지식인이다.’, ‘영화 한편이 자동차 몇천대보다 낫다.’ 등의 논리를 펴며 산업 구조를 대폭 재편했고 동시에 고용의 안정성을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빈자리를 채우려는 수단의 일환으로 ‘열정을 가지고 스스로 경영하라.’ 는 식의 탈노동자화가 장려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수용하여 한국적으로 변신하게 된 신자유주의는 직업에 관계없이 열정적으로 한 우물만 파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만들었다.  ‘유연화’ 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노동시장 재편은 ‘더 많은 해고’ 의 자유를 기업에 주었을 뿐 노동자들의 현실은 갈수록 나빠졌다. 자본이 열정을 동원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자본은 ‘꿈을 좇으라’는 구호를 유포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근면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꿈을 좇아 나선 청년 노동자들이 결국 마주치는 것은 ‘노동 의 유연화’ 의 결과 비약적으로 늘어난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으로의 편입이었다.  자신의 열정이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다가 한순간에 비정규직 인생으로서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열정이 죽어버린 대한민국 사회     

제도화한 열정은 20대들을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있다. 열정노동은 힘들다 토로하는 20대들에게 기성세대들은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  ‘그 정도 열정이 없어서야…’ 라고 자극하며 끝없이 일하라 한다. 열정을 뒷받침된 근면과 노력은 성공을 위한 미덕이 되어버려 세상 물정 모르는 젋은 청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면서 열정을 매개로 개인의 노동력을 시장 경쟁에 편입시키는 ‘열정 노동’ 의 세계에서 실패는 개인의 책임으로 치부된다.   

그렇다면 열정 노동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견고한 체제로 이루어진 제도화된 구조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서야 열정 노동의 구조를 비판한다하더라도 열정이 성공을 위한 미덕이 되어버린 지금, 상황을 극복하기가 어렵기만 하다.  지금도 수많은 젋은 구직자들은 여러번 대기업 면접 심사를 통해서 자신의 '열정' 을 강조하고 있을 것이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그 '열정' 은 도서관에 틀어박혀 앉아 정작 좋아하는 일과 관련이 없는 각종 자격증, TOEIC 공부에 한창 쏟아붓고 있다.  경쟁 사회 속에서 만약에 조금이라도 '열정'적인 자세가 보이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쳐진다거나 죽을 때까지 평생 하류 사회 속에서 살아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듯, 젋은 세대들은 열정 노동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학교에서는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에 나오는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면 성공할 것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오늘날로서는 개미처럼 단순무식하게 성실함의 노동을 강조하다가는 정작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열정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의 열정은 한낱 노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정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서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면접관의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 평소에 하지 않은 생각과 행동들을 자신의 열정이라고 포장해야 한다.  그리고 열정이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라는 극명한 결과로 나뉘어진다.

이렇듯, 경쟁과 지본이 우선시되는 탐욕에 점칠된 사회구조 속에서 수많은 젋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열정은 본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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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5-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 대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꼭 읽고 싶다고 찜 해둔 책이에요. ^^ 다른 말로 하자면 젊은이들의 꿈에 빨대를 꼽아서 쭉쭉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지금 사회의 존재들이 문제죠. 열정을 가지고 일 했다가 완전 배신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읽고 싶은 책입니다. 조만간 저도 쓰고 리뷰 도전할려구요. ^^
cyrus님은 절대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먹이로 삼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가서 일하지 마세요. ^^ 반드시 말이죠!!

cyrus 2011-05-16 12:31   좋아요 0 | URL
이 책,, 예전에 읽었던 엄기호 씨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이 많이 떠올렸어요. 그동안 우리 세대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보이지
않은 사회현실의 부정적인 구조를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 여건이 되지 못해서 한편으로는 읽는 내내 막막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요,, ^^;;

마녀고양이 2011-05-1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이제 사이러스님이라 부르던 고집을 버리고, 타인들처럼 시루스님으로 부를게염. 홍홍. (시루떡 생각나서 맘에 안들고, 한국식 영어 발음같아 싫지만~)

훌륭한 리뷰네요. 하지만
저는 기본적인 면에서 다른 시각을 가진 부분이 있답니다.
일단 '열정'이라고 말하는 분야가 너무 한정되어 있고, 감각적인 부분이 많다는거죠.
끝없는 인내심이나 노력, 타인의 찬사가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젊음의 '열정'이 없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전제한다는 자체가 문제라 생각합니다.

끝없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상위권 클래스에 든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 부각.
하지만 지루하고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분야는 어떻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좀 더 반짝이지 않는 분야의 행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도 들구요.

물론........ 열정이기에 제대로된 노동권이 형성되지 않은 것은
이슈화되고 비판받고 수정되어야 마땅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본 전제 조건이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어떻게해도 부작용이 만연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한주되시구요~

cyrus 2011-05-16 12:40   좋아요 0 | URL
제 글에서 언급하지 못했는데 책에서도 마고님이 지적하신대로 열정을 전제하는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저자도 인정을 했어요.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정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직업군이 서비스 종사자(네일아트), 프로게이머, 영화 관련 종사자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어요.

사실 이 책 읽으면서 염려되는 부분이 저와 같은 젋은 또래나 저보다 나이 어린 독자들이 읽을 때 열정이 포함되어 있는 노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저 스스로 생각해봅니다. ^^;;

저는 아직도 열정이 담긴 노력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창년이거든요 ^^

노이에자이트 2011-05-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98년에 대학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 이른바 IMF세대...이들이 이제 30대 중반을 넘기고 40이 가까와 오고 있습니다.이들이 지금의 20대와 세대적인 공감을 가질까요? 참 궁금합니다.

cyrus 2011-05-16 12:42   좋아요 0 | URL
그들도 이제 어느덧 기성세대로 접어들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기성세대로 접어들었다면 오늘날 세대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들어요. 정말 우리 사회에는 세대 간의 대화와 공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5-16 17:03   좋아요 0 | URL
친구가 되어야 공감하는 마음이 생길텐데 우리나라 처럼 나이가 다르면 위계질서를 적용하니 세대 간 공감지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참 문제입니다.

네오 2011-05-1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읽었습니다~

cyrus 2011-05-16 12:42   좋아요 0 | URL
긴 글인데 읽어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은빛 2011-05-15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읽었지만, 한윤형씨가 저자에 들어가있어서 관심 갖고 있던 책입니다.
이 글 읽으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조금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네요.
어쨌거나 한번은 읽어줘야 할 책인 것 같네요.

cyrus 2011-05-16 12:45   좋아요 0 | URL
벌써부터 이 책에 대한 감은빛님의 리뷰가 기다려지는데요(무언의 압박^^;;)
오늘날 세대와 기성세대들이 이 책을 동시에 읽게 된다면 어떤 의견이
나올게 될까요? 감은빛님이 언급하신 생각이 다른 부분이 어떤건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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