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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등록금의 나라 - 반값 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ㅣ 지금+여기 1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지음 / 개마고원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어느 여배우의 1인 시위
"반값 등록금 공약, 안 지키면 우리가 반만 내버리자",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는 바꿉시다"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는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함께 하는 반값 등록금 현실화를 주제로 헌 릴레이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김여진 씨는 " 미친 등록금의 나라, 이제 반만 내버리자! " 라는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홀로 광화문 광장 앞에 섰던 것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에 대한 뉴스를 처음 접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영화배우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 홍보다 아닌 생뚱맞게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을 어필해보려고 별 수작을 다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여진 씨의 독특한 행보는 그저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일회성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지난 달 모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여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소신 있게 발언하기도 하였으며 시위하기 전날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이미 시위 사실을 예고한 바 있었다.
이후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 개념 연예인 " 이라고 불리우면서 그녀의 행동에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였다. 김여진 씨의 행보는 대학 등록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고' 쥐벽서 티셔츠' 판매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등 최근 국내에 떠오르고 있는 정치 현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등록금 폭탄, 이제서야 관심?
김여진 씨의 ' 반값 등록금 ' 1인 시위로 인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 것일까? 폭발하기 일부 직전인 ' 대학 등록금 폭탄 ' 에 대한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국민들의 불만을 정부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가 보다.
김여진 씨의 1인 시위가 벌여진지 1주일 뒤에 황우여 한나라당 대표가 무상등록금을 포함한 모든 등록금 인하 방안을 검토한 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집권당의 최고위급 인사가 일종의 공약을 하게 되자 서민층 학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적잖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포퓰리즘 의혹을 앞세우면서도 차질없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2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은근슬쩍 사라지고,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 수뇌부에서 제기한 문제여서 향후 추이에 더욱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도 친이계 인사들은 황 대표의 입장에 대해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대학 등록금에 대한 정치적 현안이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 반값 등록금 ' 현실화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막상 본선에 들어가자 공약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밝힌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했던 이력이 있는데다가 지난 5년간 등록금이 30% 넘게 폭등할 때까지 ‘ 남의 나라 불구경 ’ 하듯 묵묵부답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여당이 이제서야 관심을 갖게 되자 야당과 국민들이 그들의 입장에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번 일도 선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관적 시각이 많은 편이다.
' 대학 등록금 ' 포퓰리즘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하지면 여기서 반값 등록금 도입에 대한 사회적 현안이 그저 차기 대선의 포석을 위한 정부의 포퓰리즘 공약으로 남게 되는 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 문제점에 대해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과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검토마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총이 없다는 것은 죽음이나 다름 없듯이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데 문제의 원인과 요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 반값 등록금 ' 을 외치면서 총장실을 점거하고, 삭발 투혼을 벌여봤자 고착화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경과될수록 더 악화될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2위로 비싼 편이다. 그야말로 한 해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서민은 물론이고 중산층이라도 자녀 둘을 대학에 보내려면 빚을 얻어야 할 판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벌기 위한 ‘ 알바 ’ 에 매달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거나,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마저 나오는 악순환의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학의 '보수' 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최근에 김여진 씨가 동참하였던 시위를 주도한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기획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는 우리나라가 정말 ' 미쳤다 ' 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치솟은 대학 등륵금 인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이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인상의 구체적인 원인과 과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 해결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패배주의적 인식의 배경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옹호하는 입장 세력(대학총장, 학교법인 관계자 등이 만들어낸 왜곡된 레토릭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보수주의자들의 담론, 주장, 수사법과 같은 정치 언어 분석을 통해서 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을 파헤친 앨버트 O. 허시먼의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에서 소개되고 있는 세 가지 반동 명제로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역효과 명제 : " 대학 무상교육을 도입하면 나라살림 결딴 난다 "
2010년 정치권은 무상급식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내세운 민주당 등 야권은 6·2 지방선거를 휩쓸기 시작했고,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무상교육과 반값 등록금 정책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도 등록금 정책을 주장한 쪽은 한나라당이었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이란 이슈를 무상교육과 등록금 조정으로 막아보려한 셈이다. 실제로 무상급식을 처음 도입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그에 맞선 보수세력의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수석도 그랬고, 곽노현 서울 교육감과 맞선 보수 후보들도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다.
일부 여당의 정계 인사들이 야당이 제시한 ' 무상 ' 관련 정책의 비현실성을 이유로 비판을 하였고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에 집착하는 좌파의 평등지상주의 논리에 따른 것이라고 색깔론적인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국가 재정이 거덜나든 말든 ‘ 보편적 복지 ’ 라는 그럴 듯한 이름의 포퓰리즘을 내세워 선거에서 표만 많이 얻으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정략일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 무상 ' 이라는 단어가 ' 완전 공짜 ' 라는 동등한 의미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맞물려 경제적 상황을 근거로 한 실현불가론이 지배하여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마저도 무상교육에 대해서 회의적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보육, 의료, 주거 등과 같은 복지 관련 부분에 투자해야 할 예산 수요가 늘어나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4대강 사업 재정 지출을 늘리는데만 급급하고 고소득자들의 소득제를 감면해주는 ' 부자 감세 ' 를 추진하는 등 정부가 스스로 복지정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조세제도가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대학 무상교육 도입이 가능하다.
2) 무용 명제 : " 그렇게 난리쳐 봤자 등록금 문제는 해결 안 돼 "
1990년대에 우리나라에 불어온 신자유주의라는 바람은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가에도 불어왔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주의 경제학자나 보수적인 교육가들은 대학도 시장 체제에 편입시키려 한다. 그리고 대학됴 기업 못지않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정부의 대학 지원을 반대한다. 이런 추세 덕분에 산학협력 활성화, 민간기금 확보, 적립금 펀드투자와 부동산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대학 등록금이 사용되어졌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등록금이 인상되었다. 결국에는 대학의 시장화를 부추기는 경제적 보수 세력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논리에 인해서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거덜나게 만든 것이다.
대학 등록금에 대해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착각하는 것이 등록금은 대학생이 직접 내야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점이다. 물건을 구입하게 되면 이에 대한 일정한 값을 지불하는 것처럼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대학교육이라는 상품을 구매한 대가로 당연히 지불해야한다고 생각하며 그 가격은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된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가 어렵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몇 년동안 등록금 동결과 인하를 요구한다해도 취업에 매달려야하는 대학생들이 시큰둥해하는 반응을 가지게 마련이다.
3) 위험 명제: " 대학 등록금을 내리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다 "
앨버트 O 허시먼은 위험 명제의 전형적인 특징을 “ 지배적인 여론 상황 때문에 정면으로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펼치는 논리 ” 라고 말한다. 즉, 우회하여 공략하는 방법이라는 의미다.
2010년 초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 " 는 우려 아닌 우려로 등륵금 정책에 대한 답변을 대신한 바 있다. 얼핏 듣기엔 ' 등록금이 싸면 좋겠다 ' 는 바람 같지만, 정작 전하고자 하는 요지는 ' 저렴한 등록금과 질 높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 는 주장이다.
- <미친 등록금의 나라> p 77 -
등록금 인하를 원하는 여론 속에서도 정부와 대학 관계자들은 ' 등록금 액수 ' 와 ' 교육의 질 ' 이라는 대립구도를 결부시켜 설정하게 함으로써 어떻게든 민감한 사안을 우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등록금이야말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복지 향상에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 대학생활을 한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질 높은 대학교육을 받기를 희망하면서 묵묵히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수준이 세계 2위에다가 미국 대통령이 칭찬할 정도로 다른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 교육 수준은 선진국의 대학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대학은 지나치게 학생이 내는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수입 구조를 가진데다가 부족한 교육공간 확보 및 개선이라는 이유를 들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특히 학교법인(일명 사학법인)이 대학을 자신의 수익 창출 목적을 위해서 무리한 시설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법인의 엉뚱한 예산 사용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는커녕 떨어뜨리고 있다.
대학 등록금 문제, 적극적 결단이 필요할 때
반값 등록금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점화되기 시작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도 “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 대신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 ” 고 분명히 했다. 포퓰리즘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접근시 문제는 심각한 이분구도로 비추어 질 수 있으나 교육비의 상승은 다른 측면이다. 현 사교육비 급증에 따른 계층간 교육장벽의 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사회통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접근해야 한다.
등록금 인하는 단순히 당정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당장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이 조달되지 않고선 추진이 아예 불가능하다. 3년 연속 동결로 아우성을 치는 대학에 인하 분을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가 재원으로 부담해야 하는 데 우선 순위에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는 철저히 떠져봐야 할 일이다. 재원 대책없이 무상 운운하는 건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그리고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재단적립금이라는 명목으로 대학 금고에 잠을 자고 있는 비용을 등록금 인하 해결에 사용될 수 있다.이미 ' 등록금 인하 ' 라는 검을 빼낸 이상 이제까지 등록금 인상으로 재미를 본 대학이 논의에서 발을 빼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5월에 있었던 최대 사회적 이슈를 손꼽히게 된다면 단언 ' 대학 등록금 인하 ' 논쟁일 것이다. 작년에 쟁점화되었던 무상 교육, 무상 급식에 이어서 또 한 번 대학과 관련된 복지정책을 놓고 국민과 정부 간의 팽팽한 접전이 오고 갈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몇 몇 대학 광장에서는 대학생들이 여전히 ' 반값 등록금 ' 을 요구하는 시위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에 어느 학교는 학교 축제에 초청된 인기가수의 공연을 보면서 환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등록금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로 대한민국은 미쳐 가고 있는데 요즘 대한민국 젋은이들, 등록금 때문에 자신의 청춘이 시들어가고 있는 것도 모른채 학교를 찾은 인기가수에 미칠 정도로 열광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