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위키 ‘절판’ 항목에 보면 ‘가치를 인정받는 절판본들의 예’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가치를 인정받은 절판본들의 제목을 볼 수 있다. 이 문서에 법정 스님의 책이 포함되어 있다. 두산동아 판 《이기적인 유전자》는 ‘전설 아니고 레전드’다. 지금도 이 책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나’다). 제프리 버튼 러셀(Jeffrey Burton Russell)의 《악마의 문화사》(황금가지, 1999)와 《마녀의 문화사》(르네상스, 2004)도 있다.
그런데 《마녀의 문화사》는 ‘가치를 인정받는 절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녀의 문화사》는 2001년에 첫 출간된 이후 절판되었으나 2004년에 재출간되었다(원서는 1980년에 출간). 지금도 이 책은 판매 중이므로 절판본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이 더 이상 팔리지 않으면 절판될 수 있다.
* 제프리 버튼 러셀 《악의 역사 1 : 데블》 (르네상스, 2006)
* 제프리 버튼 러셀 《악의 역사 2 : 사탄》 (르네상스, 2006)
* 제프리 버튼 러셀 《악의 역사 3 : 루시퍼》 (르네상스, 2006)
* 제프리 버튼 러셀 《악의 역사 4 : 메피스토펠레스》 (르네상스, 2006)
《악마의 문화사》는 절판된 책이다. 그러면 사서 읽을 만한 가치 있는 책인지 살펴보자. 《악마의 문화사》의 원제는 ‘Prince of Darkness : Radical Evil and the Power of Good in History’다. 원서는 1988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러셀은 이미 서양을 대표하는 악마를 다룬 네 권의 책, 일명 ‘악의 역사’ 시리즈를 썼다. 《데블》은 1977년, 《사탄》은 1981년, 《루시퍼》는 1984년, 《메피스토펠레스》는 1986년에 나왔다. ‘악의 역사’ 시리즈 집필이 완료된 이후에 나온 《악마의 문화사》는 네 권의 책에 있는 주요 내용을 선별하여 편집한 책이다. 《악마의 문화사》는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론’과 ‘결론’에 해당하는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은 ‘악의 역사’ 시리즈 내용 일부와 겹친다. 《악마의 문화사》와 ‘악의 역사’ 시리즈의 대응 관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러셀은 ‘악의 역사’ 시리즈에 있는 오류를 고치고, 거기서 제시된 논지를 좀 더 확장하기 위해 《악마의 문화사》를 썼다고 밝혔다. 이러면 《악마의 문화사》를 요약본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악마의 문화사》는 ‘가치를 인정받는 절판본’에 해당한다.

‘악의 역사’ 시리즈를 완독한 독자라면 ‘악의 역사’ 시리즈와 《악마의 문화사》를 비교하면서 읽는 계획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다섯 권의 책을 다 읽고, 많은 내용을 이해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악마의 문화사》에 저자의 주석, 참고 문헌, 색인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러셀은 《악마의 문화사》의 인용문이나 특정 주제에 더 알고 싶으면 ‘악의 역사’ 시리즈를 참조(라고 쓰고, ‘읽어라’고 말한다)하고 권한다. 이런, 악마 같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