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친구 공개 글’입니다. 몇 시간 지난 후에 ‘전체 공개’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어제 책 선물을 받았습니다. 선물을 주신 분의 닉네임을 공개하고 싶지만, 고심 끝에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는 ‘대인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대인배님이 ‘기프티북’으로 책을 보내주셨고요, 저는 처음으로 ‘편의점 배송’으로 책을 받았습니다. 이제 하도 제가 책을 계속 주문하니까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택배 직원들 만나기가 부담스러워하셨어요. 택배 때문에 마음대로 외출을 못했고요. 그래서 시험 삼아 ‘편의점 배송’을 했습니다. ‘편의점 배송’을 신청할 때 물품 받는 장소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편의점에 들렀는데요, 놀라운 건 배송비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수령자 서명만 하고 나왔어요. 다음부턴 책 주문할 때 ‘편의점 배송’으로 해야겠어요.

 

 

 

 

 

선물로 받은 책의 가격이 비쌉니다. 정가가 4만 원입니다! 책값이 부담스러워서 저 같은 책성애자도 책을 안 사는 시대입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을 위해 책 사는 일도 주저하게 됩니다. 제게 이런 큰 선물을 주신 분은 정말 ‘대인배’입니다.

 

작년 12월에 제가 대인배님에게 책 선물을 드렸습니다. 그 분은 항상 제 글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대인배님의 북플에 있는 ‘읽고 싶은 책’ 목록을 확인했습니다. 그 중에 가격이 싸면서도 오래 두고 읽을 만한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저는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보낼 때 책의 가격을 먼저 따집니다. 제가 읽고 싶은 책 한 권 더 사고 싶은 욕심 때문에 도서 구입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하는 거죠. 다행히 대인배님은 제가 고른 책에 만족하셨고, 이 책의 리뷰도 남겨주셨어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알라딘 서재 활동 7년 동안 여러 사람에게 책 선물을 전달해봤지만, 가격 2만 원 이상의 책을 고른 적이 없었거든요. 평균적으로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사이의 가격대의 책을 골랐습니다. 제가 대인배님을 위해 고른 책의 정가는 1만 2천 원입니다. 제가 대인배님의 입장이었다면, 그 가격에 비슷한 책을 골랐을 겁니다. 그런데 대인배님은 통 크게 비싼 책을 보내줬습니다.

 

대인배님의 실제 닉네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자주 접속하는 분이라면, 대인배님의 닉네임만 들어봐도 이 분이 누군지 다 알 정도로 유명합니다. 대인배님의 서재를 즐겨 찾는 분도 많고요. 만약 제가 대인배님의 닉네임을 언급했으면,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이런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대인배님이랑 친해지면, 저런 비싼 책을 공짜로 받을 수 있겠구나.’

 

‘저 사람이 받은 책은 내가 저번에 대인배님한테 받은 책보다 비싸고 좋잖아? 대인배는 사람 차별하는군, 정말 실망했어!’

 

선물 인증 사진(또는 글)은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공개해야 합니다. 선물을 준 당사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선물 받은 분은 기분 좋겠으나 선물 인증 사진을 보는 분들은 위화감이 생깁니다. 제가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하는 분이 열 명 이상 넘습니다. 이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선물로 전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 분 한 분 일일이 챙겨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는데도 책 선물 하나 주고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항상 책 선물을 받으면 인증 사진을 남기지 않습니다. 좀 늦더라도 책 한 권 다 읽은 뒤에 리뷰를 작성하고, 글 마지막에 짤막하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실 제 글은 분량이 길어서 정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아마도 제가 남긴 감사의 인사를 못 보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저는 자랑을 조용하게 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오늘 특별히 이 선물 인증 글을 ‘친구 공개’ 설정한 겁니다.

 

‘좋아요’ 5번 이상 받으면 ‘화제의 서재글’에 노출됩니다. ‘화제의 서재글’에 리뷰든 일기든 사진이든 뭐든 나오면 좋습니다. 하지만 알라딘 서재 본래 의미를 생각한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리뷰가 많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제가 말한 리뷰는 독후감도 포함됩니다. 제 인증 글에 향한 사람들이 시선이 너무 쏠리게 되면, 좋은 리뷰들이 묻힐 수 있습니다. 책에 대한 리뷰가 아니더라도 주제에 상관없이 성실하게 쓴 글도 많은 분들이 못 볼 수도 있어요.

 

쓸데없이 글이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제 입장이 건방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고, 그냥 ‘cyrus처럼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대인배님께 책 선물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에 저도 좀 비싼 책 한 권 보내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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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1:25   좋아요 1 | URL
자랑은 하면 할수록 좋지만, 이게 너무 지나치면 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해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친목질’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특정 회원이 누군가에게 주거나 받은 선물을 공개 자랑한 글을 계속 올리고 있으면, 무조건 좋다고 볼 문제가 아닙니다. ‘화제의 서재글’, ‘알라디너의 선택’은 모든 사람들의 글이 공개되는 공적 게시판입니다. 몇 년 전부터 쭉 지켜봤습니다. ‘알라디너의 선택’, 특히 ‘주간 인기글’은 특정 회원의 공개 일기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전 그분이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3-17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공감... 저도 택배 때문에 약속마저 취소한 적 있습니다..ㅎㅎ

이 글에 공감하는 이유가 저도 책 선물 받으면 쪽지로 감사히 받았다 말할 뿐
굳이 이름 공개하고 페이퍼 작성은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게 주신 분의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또 이웃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생각해야 되고....

cyrus 2017-03-17 11:11   좋아요 0 | URL
작년에 곰발님이 쓰신 <소설 마태우스> 리뷰가 그 글을 보는 분이나 선물을 주신 분 모두 만족스럽게 해준 인증 글로 생각합니다. ^^

2017-03-17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1:22   좋아요 1 | URL
댓글 고맙습니다. ***님. ***님의 선물 인증 사진과 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번도 뵙지 못한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와 ***님이 서로 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시기라서 처음에 조금 당황한 건 사실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님을 만난 이후부터 저 역시 절 따뜻하게 대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남을 위해 베푸는 마음도 전염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또 경제적 여건이 되면, 선물 드리고 싶습니다. ^^

2017-03-17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7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8:28   좋아요 1 | URL
***님은 제 마음을 잘 아십니다. 책을 다시 보게 되는 일이 분명히 옵니다. 그래서 제가 읽은 책을 선물받으면 도서관에서 가서 책 빌리는 일이 없어요.

제가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보다 저는 ***님이 서재에 오랫동안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

2017-03-17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8:38   좋아요 0 | URL
책의 세계에 탈출하기가 힘듭니다.. ㅎㅎㅎ

***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북프리쿠키 2017-03-17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뭇한 글입니다.
정말 감명받은 책을 선물받으셨군요.
저도 이책 구입하고픈데
한나아렌트 누님땜시 담으로 ^^;

마르케스 찾기 2017-03-17 16:52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 책까지는 아니어도,,
영화 정도는 예매해 드릴 수 있습니다ㅋㅋ
업무상 공짜표가,, 꽤 생기는지라,, 보고픈 영화가 있으시면(이왕이면 평일-공짜표의 특성상 평일이ㅠ 2D뿐아니라 3D까지 됩니다ㅋ)
가까운 CGV에 보고픈 영화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셔요. 제가 예매한 후 예매번호 알려드리면 그 번호로 티켓팅하시면 됩니다.
늘 감사해서,, 드릴 수 있는 게 이런 거 뿐이네요ㅠ

cyrus 2017-03-17 18:30   좋아요 0 | URL
올해 안에 북프리쿠키님께 책 선물 드리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제가 먼저 한 약속은 꼭 지킵니다. ^^

2017-03-17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3-17 18:32   좋아요 0 | URL
저는 받는 책 선물의 가격은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주는대로 받습니다. ㅎㅎㅎ

다음부터는 한 번 읽은 책도 받겠습니다. ^^

구름물고기 2017-03-1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나눈다는거 참 좋은일이에요~주변에 책선물을 할 때 저는 평소에 말하는거나 글들을 읽고 어울리는걸 해주는데 ㅎ 가격따윈 술 한번 거르는걸로 ㅋ 주변에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건 함정 ㅋ

cyrus 2017-03-17 18:35   좋아요 1 | URL
책 선물하기가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상대방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방에게 어떤 책을 받고 싶은지 먼저 여쭤봅니다. 그러면 양자 모두가 만족스럽습니다. 책 안 읽는 사람에게 책 선물 주는 일이 제일 까다롭습니다.. ^^;;

비연 2017-03-17 1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 하도 제가 책을 계속 주문하니까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택배 직원들 만나기가 부담스러워하셨어요. .. 이 대목에서 저희 집과 오버랩이. 저희 어머니.. 택배 직원이 이젠 그냥 스윽 주고 가버린다. 얼마나 왔으면... 해서 저도 조금 부담스러운 상황이거든요. ㅜ

cyrus 2017-03-17 18:37   좋아요 2 | URL
저희 어머니가 책 보관할 공간이 없는 현실을 잘 알고 계셔서 주문할 때마다 잔소리합니다.. ㅎㅎㅎ

그래서 몰래 책을 주문하고 싶은데, 가장 좋은 방법이 편의점 택배인 것 같습니다. ^^

AgalmA 2017-03-20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알흠다운 일이^^
저는 특히 신간일 때 대문짝으로 걸리는 ‘알라디너의 선택‘으로 글이 걸리기 싫을 땐 책을 안 끼워 넣고 시간이 지나 나중에 살짝 추가하기도 합니다ㅎ;

책선물 받을 땐 좋은데 보답결벽증 때문에 저는 항시 동등한 가격대로 돌려드리고자 노력합니다ㅎ; 이게 좀 피곤하게도 느껴져서 사양할 때도 많은데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려는 걸 사양하긴 어렵죠^^; 차라리 받고 선물로 돌려 드리는 게 서로 더 좋지 않겠나 싶어서^^
암튼 좋은 책 선물하는 문화 많을수록 좋죠^--^

cyrus 2017-03-21 12:01   좋아요 1 | URL
Agalma님의 생각이 저와 비슷하군요. 동질감 느끼는 분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ㅎ 저도 동등한 가격의 선물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4만 원짜리 책 한 권으로 주기 힘들 것 같고, 대인배님께 4만 원 가격에 맞는 책 두 권을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대인배님! 이 댓글 보고 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