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신기한 옷 입기를 아주 좋아하는 임금이 살고 있었다. 그 소문을 들은 사기꾼이 임금을 찾아왔다. 사기꾼은 오직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신기한 옷을 만들 줄 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기꾼의 거짓말을 알아차리지 못한 임금은 그 사기꾼에게 엄청난 액수의 돈을 줬다. 사기꾼은 옷을 만드는 흉내만 냈다. 임금의 신하는 옷을 하나도 만들지 않은 사기꾼을 꾸짖었다. 그러자 사기꾼은 자신이 만든 옷이 아름답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신하는 난처했다. 만약 신하가 옷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신하는 옷이 보인다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궁전에 돌아와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옷을 칭찬했다. 임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착각이었다. 임금을 제외한 많은 사람은 임금이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몰랐던 사람은 임금 자신뿐이었다. 벌거벗은 임금이 어느 날 궁궐 밖으로 행차했을 때, 백성은 보이지 않는 임금의 옷에 탄성을 질렀다. 그때 어린 아이가 임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박근혜는 라임()’[1], 벌거벗은 임금이다. 그녀는 벌거벗은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떠드는데 정작 본인은 왜 모르는 척 청와대에 남아있을까. 자신의 어리석음과 실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선과 아집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한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한다면 분명히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타인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식적인 이치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자신의 정당성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인간관계는 힘들어진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다를 바 없다.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불통의 뿌리로 인해 하루하루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증폭되었다. 불통(不通), 불신(不信). ‘2()’은 박근혜에게 안정감을 주는 담요이면서도 그녀가 항상 청와대에 등장할 때마다 입는 투명옷 역할을 했다. 그녀는 4년 동안 청와대에 눌러앉아 포근한 ‘2()’을 덮고 지냈다. 청와대를 드나들던 최순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엄마처럼 ‘2을 덮어주는 자상함을 보였다. 박근혜가 ‘2을 덮고 있을 때, 최순실과 그 일당들은 마음껏 잇속을 챙겨왔다.

 

일부 청와대 측근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의 눈과 귀까지 덮은 ‘2()’의 정체를 알면서도 진실을 외면했다. 박근혜는 그렇게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은 채 편안하게 청와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국정은 최순실에게 맡겼다. 그녀는 쓴소리를 듣지 않는 벌거벗은 권력자.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박근혜 게이트와 비교되는 면이 있다. 임금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권위와 굴종에 눌려 그 많은 신하 어느 사람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 할 때 임금은 벌거숭이라고 사실대로 외쳤던 것은 누구였던가. 박근혜 주변의 정치인들은 그동안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 아무도 바른 소리를 내지 못 했다. 벌거벗은 것을 벌거벗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못했던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인가.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최순실이 주도한 국정에 순순히 따르고, 일부러 눈 감고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국가 지도자의 책임 의식이 취약하면 참모들이 보완해야 하는데, 역사는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음을 말해주고 있다. 권위 앞에서 직언하는 사람은 없어지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자신의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이렇게 되면 벌거벗은 임금이 될 위험성이 커진다. 개인이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확신하는 내용이 아닌 한 다수가 옳다고 말하는 내용을 받아들이기 십상이며,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얻기 위해서도 그 집단의 주류 견해에 동조하기 쉽다. 그래도 그 엄연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오직 하나,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다. 오늘 사회의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정치인은 이런 어린이와 같아야 한다. 세상 물정 모르고 자신의 불이익을 감내하려는 것이 참된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의 모습이다. 좋은 세상으로 가는 일. 그것은 다수의 그림자 뒤에 숨어버리려는 타성을 벗어던지고, 사실을 사실로 말하는 기개가 필요한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1]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를 의미하는 임금은 순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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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1-16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상상하던 것보다 그 이상의 상상현실 입니다.ㄷㄷㄷㄷ

cyrus 2016-11-16 11:30   좋아요 1 | URL
방송 3사는 올해의 연기대상, 예능대상을 박근혜에게 줘야 합니다. 최순실은 나라 말아먹은 일로 공로상을...

stella.K 2016-11-16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라임이 진짜 그런 뜻이 있었구나. 작가가 선견지명이 있었네. 솔직히 작가들 이름 짓는 게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거든.ㅋ

cyrus 2016-11-16 15:23   좋아요 0 | URL
저는 라임이 순우리말인 줄 알았어요. 이름 작명할 때 ‘벌거벗은 나‘를 잘 쓰지 않잖아요. ^^;;

푸른희망 2016-11-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설마하며 무엇을 상상하던 모두가 현실이 되는 기막힌 세상입니다,

cyrus 2016-11-16 18:01   좋아요 0 | URL
탄광에 일하는 분들을 생각해서 이런 단어는 진짜 쓰고 싶지 않았는데, 완전 최악의 끝을 보여주는 ‘막장’입니다. ㅠㅠ

오쌩 2016-11-1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거벗은 임금님 다시 생각해보니 되게 철학적인 내용의 책이네요.
군중심리부터해서...
아침에 길라임 덕분에 엄청 웃었습니다. 이게 끝은 아니겠죠 ㅠ

cyrus 2016-11-17 08:31   좋아요 0 | URL
이제 길라임을 검색하면 박씨가 뜹니다. ㅠㅠ

표맥(漂麥) 2016-11-16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력에 취하여 국민을 볼모로 잡은 희대의 여왕님... 씁쓰레 합니다...

cyrus 2016-11-17 08:32   좋아요 0 | URL
진짜 민폐 갑입니다.

transient-guest 2016-11-17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누리당 일부가 아니라 사실 다 알고 있었다고 봐요..권위가 아니라 열심히 잇속을 챙기고 자리보전을 하느라 외면하거나 덮고 있었겠죠..지금은 다 박근혜 탓이라고만 하는걸 보면..박근혜씨는 이제 국민왕따로 등극할 듯...

cyrus 2016-11-17 08:35   좋아요 0 | URL
물러난 뒤에 한국에서 지내기 힘들 겁니다. 호화 저택을 짓고 말년을 보낼 수도 없어요. 박씨는 감옥에도 한 번 생활해보셔야 합니다.

낭만인생 2016-11-1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뭐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이나 뽑은 사람이나..

cyrus 2016-11-17 11:43   좋아요 0 | URL
박 씨를 두둔하는 사람들이 더 심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