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은 제리를 잡으려다 계단에 내려오는 피아노에 부딪혀 혼수상태에 빠진다. 톰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간다. 천국행 열차를 타려면 천국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역무원 고양이의 확인 절차를 받아야 한다. 천국행 열차 탑승객이 아니면 지옥으로 가야 한다. 역무원 고양이 앞에 줄로 묶은 자루가 공처럼 통통 튀면서 등장한다. 자루 밖에 나온 세 마리 새끼고양이들은 물기를 털면서 천국행 기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간다. 새끼고양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역무원 고양이는 혀를 차며 ‘정말 안 됐군’ 하면서 혼잣말을 한다.

 

 

 

 

톰과 제리 ‘천국행 열차(Heavenly puss)’의 장면, 3분 16초부터

 

 

이 짧은 장면 속에 불편하고 가슴 아픈 진실이 있다. 새끼고양이들은 인간의 손에 의해 자루에 담겨 물에 빠져 죽은 것이다. 과거 미국에는 고양이의 번식력을 감당하지 못해 새끼고양이를 물에 빠트려 죽이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고양이 잔혹사를 되돌아보면 고양이 미신과 연관성이 깊다. 아주 오래전부터 고양이, 특히 검은 고양이는 마법의 상징이나 흉조로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숭배했는데,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했다.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 문화권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마주치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는 미신이 전해 내려왔다. 고양이를 두려워한 유럽인들의 인식은 오래된 고전문학 작품 속에 남아 있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검은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 미신을 소재로 한 공포작품으로 유명하다. 주인공은 자신이 기른 애꾸눈의 검은 고양이가 흉측스러워서 죽이려다가 그만 아내를 살해한다. 이 남자는 그전에 ‘플루토(지옥의 왕)’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내어 나무에 매달아 죽였다. 러브크래프트의 짧은 단편 《울타르의 고양이》는 고대부터 전해져오는 고양이의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울타르(Ulthar)는 고양이 살육을 금지하는 마을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고양이를 신처럼 모신다. 과거에 마을 사람이 고양이를 죽인 뒤에 끔찍한 저주를 받았다. 그 사건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고양이를 신성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 나오는 고양이 또한 무시무시하면서도 불길한 분위기를 조장한다. 테레즈는 남편 카미유 몰래 남편 친구 로랑과 불같은 사랑을 한다. 테레즈의 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사는데, 테레즈와 로랑이 사랑을 나눌 때 고양이는 마치 그들을 감시하듯이 쳐다본다. 욕망에 눈이 먼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낀 로랑은 자신을 바라본 고양이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테레즈의 고양이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장면은 포의 《검은 고양이》의 사건 발단과 유사하다.

 

 

 

 

 

 

 

 

 

에두아르 마네  『올랭피아』 (1863~1865년)

 

※ 그림 오른쪽에 있는 고양이를 확대한 부분

 

 

 

죄책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내면의 심연을 깊숙이 찌르는 고양이의 날카로운 시선은 졸라의 독창적인 발상이 아닐 수도 있다. 《테레즈 라캥》이 발표되기 2년 전, 졸라의 친구이자 화가인 에두아르 마네는 관람자를 노려보는 고양이를 그림에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이 파리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던 『올랭피아』다. 그림 오른쪽 구석에 있는 검은 고양이가 꼬리를 바짝 세운 채 관람자의 눈을 응시한다. 『올랭피아』의 고양이는 매음굴에 가서 발기하는 파리의 부르주아 남성들을 상징한다. 마네의 의도를 알아챈 남성 관람자들은 <올랭피아> 그림에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남성들은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들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이 두려웠다.

 

 

 

 

 

 

고양이 미신에 대한 믿음을 지우지 못한 인류는 불길한 분위기를 가라앉으려고 고양이를 무자비하게 죽이기까지 했다. 고대 로마의 형벌 중에 살인죄를 저지른 사형수를 자루에 넣어 물에 빠뜨려 죽이는 익살형이 있었다. 익살형 집행자는 자루에 사형수와 개, 원숭이, 암탉, 뱀을 함께 넣었다. 이 네 마리 동물은 죄를 정화하는 주술적 힘을 가진 제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원숭이, 뱀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원숭이와 뱀을 대체하는 동물로 고양이를 선택했다. 그들이 무슨 의미로 고양이를 사형수를 위한 제물로 선택했는지 현재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인류의 마음을 점령한 고양이 미신의 위력을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악의 상징인 고양이를 사형수와 함께 죄를 씻겨내야 할 존재로 봤을 것이다. 미신이라는 이름으로 죄 없는 고양이들이 자루에 갇혀 물에 빠져 죽었다. 불쌍하게도 인간이 저지른 죗값에 고양이가 대신 치렀다.

 

 

 

 

 

 

 

 

 

 

 

 

 

 

 

 

 

심지어 통제 불가능한 인간의 무시무시한 분노에 희생당할 때도 있다. 1730년대에 프랑스 인쇄소 노동자들은 고양이 대학살을 감행한다. 고양이 대학살을 주도한 인쇄소 노동자 인쇄공 제롬과 레베이예는 부르주아 집안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먹다 남긴 밥을 먹을 정도로 비참하게 살았다. 인쇄소 노동자들은 고양이보다 못한 자신들의 삶에 분노하여 단체로 고양이들에게 화풀이했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신에 집착했다. 그렇지만 잘못된 미신이 이성의 눈을 가리는 바람에 동물이 희생당했다고 보는 인간의 변명은 치졸하다. 이제 인간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만만하게 본다. 인간은 자신의 폭력성을 증명하기 위해 고양이를 마음껏 죽인다. 쓰레기봉투 옆을 사자처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히거나 죽이는 일은 범죄에 가까운 동물 학대다. 도시의 고양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살아간다. 인간의 분노가 담긴 발길질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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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 2016-04-1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캣쏘우` 라는 필명의 누리꾼은 영화 쏘우에 아이디어를 얻어 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애묘인으로 둔갑하여 분양받은 고양이를 칼로 절단하고 죽이는 등의 혐오스러운 범죄를 저질렀는데요. cyrus님의 글을 읽던 도중 문득 그 사건이 생각나 덧글을 달아봅니다. 인간은 고양이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물들을 생존이 아닌 재미로 희생시키고 있고 또 희생시킬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cyrus 2016-04-13 22:09   좋아요 0 | URL
기억납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서 그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 공개하는 또라이도 있어요. 그들은 폭력에서 즐거움을 찾아요. 그리고 그걸 과시하고 싶어서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제정신이 아닙니다.

시이소오 2016-04-12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만 보느라 고양이가 있는줄 몰랐네요. 예리한 관찰력이 십니다. 고양이가 이렇게 학대받아온지도 몰랐네요. 고양이뿐만 아니라 인간 때문에 참 많은 생명들이 고통받는군요. 또 이렇게 배우고 갑니다. ㅎㅎ

cyrus 2016-04-13 22:12   좋아요 0 | URL
화젯거리가 안 돼서 그렇지, 알려지지 않은 동물 학대 건수가 상당히 많을 걸요. 가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자신의 동물 학대를 자랑이라고 공개하니까 욕먹습니다.

transient-guest 2016-04-1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세에도 주기적인 `고양이 대학살`이 있었지요. 이유가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평민층에 허가된 일종의 축제 같은 것으로 고양이를 죽이면서 귀족에 대한 화풀이를 했다는 강의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민담에서도 고양이가 좋게 나오는 경우는 드문 것 같네요. 한국에서는 토끼띠 (묘)라고 하지만, 중국이나 동남아권에서는 발음이 비슷한 고양이띠 (묘) 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그리 좋은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더라구요..

cyrus 2016-04-13 22:1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고양이가 익살형의 제물이 된 이유가 중세의 축제 목적과 유사하겠군요. 한국 전래 동화 중에 고양이를 부정적으로 나오는 장면이 있는 것 같은데, 계속 떠올려봐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yureka01 2016-04-1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반려 동물,혹은 가축이나 어떤 식물이나 동물은 사람 곁에 있으면
좋은 꼴보기가 어렵다능 ....

동네에 돌아다니는 고양이 대부분이 유기묘라는 거....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론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 적용되는 말은 아닌거 같아서
씁쓸하죠...

cyrus 2016-04-13 22:17   좋아요 0 | URL
길고양이에 대한 일부의 불만(소음, 길거리 미화 문제 등)은 이해하지만, 그 불만이 과열된 분노로 표출되는 건 문제 있다고 봅니다.

빨강앙마 2016-04-1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제리가 너무 미웠던 기억이 있네요 톰과제리..이야기에서..ㅡ.ㅡ
고양이를 무자비하게 죽이다니..사실 그 울음소리와 눈빛때문에 저역시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아무 이유없이 그런건 좀..ㅠㅠ

cyrus 2016-04-13 22:19   좋아요 0 | URL
어른이 되면 어렸을 때 봤던 만화의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씩 깨닫게 되죠. ㅎㅎㅎ
예전에 둘리가 어른들에 맞서는 영웅이었는데, 지금은 고길동이 더 불쌍해 보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