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도깨비다. 이 세상에 도깨비가 어디에 있냐고? 스마트폰 안에 산다. 이 도깨비는 지옥에서 왔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만 괴롭힌다. 아이가 반찬 투정을 할 때, 이를 안 닦을 때 도깨비가 스마트폰 화면에 튀어나온다. 그러면서 무서운 목소리로 아이를 혼낸다. “이놈! 말을 안 들으면 아주아주 뜨거운 냄비에 삶아서 잡아먹을 테다!” 아이는 도깨비 목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 얌전해진다. 이 도깨비의 정체는 스마트폰 어플이다. 그러니까 말 안 듣는 아이를 위해 일본에서 개발한 훈육(?)용 어플이다. 메뉴를 선택하면 전화벨이 울린다. 도깨비가 왔다는 신호다. 아이가 전화를 받으면 도깨비 얼굴이 튀어나와 무서운 목소리를 낸다. 아이는 도깨비가 오는 전화벨 소리만 듣고도 무서워한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까지 한다. 부모들은 아이를 타이르는 데 효과적인 도깨비 어플을 선호한다.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도깨비 어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 어른인 내가 봐도 스마트폰 화면의 도깨비 얼굴이 무섭게 느껴진다. 도깨비 얼굴이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보시길. 도깨비 사진을 보고 깜짝 놀라지 마시라.
스마트폰이 없었던 옛날에는 그림이 아닌 말로 아이들을 혼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시끄럽게 우는 아이에게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겁을 줬다. 호랑이 그림을 보여주지 않아도 아이는 호랑이 소리에 울음을 뚝 그친다. 아이는 실체가 없는 대상에 두려운 반응을 보인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잔인한 표현이 들어간 동요가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아이의 정서에 부적합하게 느껴질 정도로 표현 수위가 세다. 예를 들어 영국 전래 동요 모음집 《마더 구스》(Mother Goose, 원제는 ‘마더 구스의 노래’)에 수록된 ‘고자질쟁이 팃 (Tell Tale Tit)’이라는 동요의 노랫말은 이렇다.
네 혓바닥을 찢어서
온 동네 개들이
조금씩 잘라 먹을 거야.
Your tongue shall be slit,
And all the dogs in the town,
Shall have a little bit.
‘Tell Tale’은 다른 아이의 잘못을 어른에게 고자질하는 아이를 뜻하는 단어다. 입이 가볍고 친구들 뒤통수 잘 치는 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해서 어른들은 ‘Tell Tale Tit’을 만들었고, 아이들은 노랫말을 따라 불렀다. 《마더 구스》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동요집이다. 처음 노랫말을 들었을 땐 몸을 벌벌 떨 정도로 겁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요를 자주 듣거나 반복해서 부를수록 순진한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다음부턴 고자질하지 말아야지. 내 혓바닥은 소중하니까.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말에서 말로 전해지는 전래 동화, 동요의 시대가 저물었다. 생생한 화면과 음성이 흘러나오는 텔레비전은 인류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나 텔레비전 자체를 신기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은 기분 나쁜 화면과 음성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텔레비전 화면이다. 특히 초기 공익광고는 문제 많은 어른보다는 죄 없는 순진한 아이들이 더 무섭게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공익광고협의회가 제작한 광고 두 편을 보자. 첫 번째 광고는 1989년에 만들어진 폭력 근절 광고다. 여자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잘 놀던 여자아이 쪽으로 갑자기 돌멩이가 튀어나온다. 아이는 날아오르는 돌멩이에 겁에 질려 도망간다. 장난감이 망가지고, 연이어 폭발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폭력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폭력추방’이라는 문자가 나타난다. 이 광고를 본 아이들은 장난감이 부서지면서 망가지는 장면에 놀란다. 자신도 저 광고 속 아이처럼 순간적으로 공황 상태에 이른다. 여자아이가 불에 그슬린 인형을 품에 안은 채 울면서 광고는 끝이 난다. 과거에 공익광고 영상이 끝나면, 특유의 BGM(배경음악)이 등장했다. 어떤 음인지 궁금하면 광고 동영상 끝 장면에 집중해서 들어보시라. 70,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공익광고 관련 게시판에 이 배경음악이 무서웠다는 사람들의 댓글을 볼 수 있다. 사실 나도 어렸을 때 이 배경음악이 무서웠다. 이 배경음악은 슈만의 교향곡 제2번 2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음악이 기괴하게 들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역대 공익광고 중에서 제일 무서운 광고로 알려졌다. 1991년에 만들어졌으며 마약 근절을 강조한 광고다. 마약을 올가미로 표현했다. 음침한 분위기의 배경화면에 올가미들이 휙휙 소리를 내면서 나타난다. 올가미에 걸린 남자가 기괴한 비명을 지른다. 공익광고협의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옛날 공익광고를 볼 수 있다. 거기에 감상평을 남길 수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 마약 근절 광고를 보면 무서웠다고 글을 남겼다. 남자의 비명소리는 아이들을 겁주기에 충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은 이 광고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이 광고가 나간 이후에 마약 관련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날까지 공포감을 조성하는 공익광고로 회자할 정도면 광고 제작자가 광고 한 편 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광고는 전 세계 광고들과 작품성으로 경쟁을 펼치는 뉴욕광고페스티벌에 출품되어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초기 공익광고는 경고성 메시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려고 일부러 무섭고, 과장되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소리에 민감한 아이들은 공익광고의 한 장면만 봐도 겁을 냈다. 아이들의 눈에는 공익광고가 30초짜리 공포 영상처럼 보였다. 이렇다 보니 초기 공익광고협의회 공식 로고가 해골 형상처럼 보여서 무섭다고 말한 사람도 있더라.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 또한 마음을 불쾌하게 만드는 음악(혹은 소음)이나 화면을 싫어한다. 광고 제작자는 의도하지 않게 광고를 잘못 만들어 무지하게 욕먹는다. 그러나 일부러 이 효과를 노이즈 마케팅 식으로 이용해 광고를 만든 회사도 있다. 2005년에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하였던 하우젠 세탁기 광고는 '최악의 광고', '쓰레기 광고'로 비난받았다. 광고에 나오는 여자 목소리가 마치 흐느끼는 처녀 귀신 소리처럼 들린다. 모르는 광고라면 일단 한 번 보시라. 그러나 당신의 귀를 책임 못 진다.
'살↗균↘세탁 하셨나요 하↗우↘젠↗'
요즘 같은 시대에 사람들은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에 친숙했던 대상이 한순간 낯설게 느껴지면 공포가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든 것이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이는 어른보다 감성이 예민해서 낯선 상황에 두려움을 잘 느낀다. 심하면 트라우마까지 남는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 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부짖는 모습을 그저 귀엽다고 바라보는 어른들의 태도는 가학적으로 느껴진다. 부모들의 행동이 아이에게 위협감을 줄 때가 있다.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 하지 마시라. 아이들은 사납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매서운 목소리를 내뱉는 부모의 모습을 무서워한다. 사소한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