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초에 민음사가 직원 6명을 해고했다가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자 사흘 만에 해고를 철회한 소동이 있었다. 민음사 소동에 대한 논란이 커지게 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열악한 출판계 노동 현실의 고질적 문제 또한 수면 위에 떠올랐다. 민음사 같은 대형 출판사에서부터 중소형 출판사까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일을 일종의 관행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암묵적으로 용인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최근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고용을 강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소식을 최초로 알린 유일한 언론 매체는 한국일보다. 그래서인지 작년 민음사 논란에 비하면 잠잠하다. 해당 출판사 직원이 회사의 부당한 고용을 폭로했는데 사실 이 내용만 가지고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근로기준법을 어기면서까지 직원들에게 갑질 행세를 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 양측 입장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본 뒤에 사실을 명확하게 밝혀내어 누가 잘못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만 자음과모음 사장과 주자음 대표의 진술이 엇갈린 점으로 보아서 자음과모음에 대한 의혹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특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계약이 법을 어기는 행위임에도 이를 관행이라고 주장하는 주자음 대표의 발언은 놀랍다. 작년 민음사 소동으로 출판계 전체가 발칵 뒤집었던 적을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인가. 어쩌면 지금도 일부 출판사 안에선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주자음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은 노동과 근로기준법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출판사 대표를 맡는다 하더라도 책을 만드는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들지 못한다. 또 출판사가 제대로 운영될 리 만무하다. 출판계 노동에 무지하고 외면하는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우리나라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책을 만드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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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3-29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자모 그런걸로 유명한 회사예요. 전 왠만하면 안사요.

cyrus 2015-03-30 18:08   좋아요 0 | URL
예전에 있었던 사재기 사건도 기억하고 있어서, 아마도 그때부터 자음과모음 출판사에 나온 책을 사지 않거나 읽지 않았어요.

수이 2015-03-29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더 이상 자모 책 안 봐_

cyrus 2015-03-30 18:09   좋아요 0 | URL
독자들이 기피하는 출판사로 쌤앤파커스와 자모가 가장 많을 것 같아요.

만병통치약 2015-03-2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은 이래 저래 엉망이고, 책을 만들어 내는 출판사는 3D네요. 극히 일부라고 믿고 싶을 뿐입니다.

cyrus 2015-03-30 18:1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 안 좋은 소식만 들리면 정작 좋은 책을 잘 만드는 출판사까지 손해를 입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런 소식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잠자자 2015-03-2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이 만들어질 환경이 못 되는 군요 ㅠㅠ

cyrus 2015-03-30 18:13   좋아요 0 | URL
네, 책 만드는 환경이 열악하면 책 만드는 사람도 나올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책 안 읽는 사회인데 책 만드는 회사 내부가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책을 만들어도 독서 문화의 기반을 절대로 마련할 수 없습니다.

2015-03-30 0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30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30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5-03-3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관행이란 미명하에 모든것이 용서되진 않지요.

cyrus 2015-03-30 18:19   좋아요 0 | URL
자모 이외에도 법을 어기면서 회사를 운영하는 출판사가 더 있을 거예요. 그런데 주자모 대표의 발언은 나도 죽었으니 너희들도 죽자는 식의 경솔한 발언입니다.

해피북 2015-03-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꿈이 출판사에서 일해보는거 였는데 ㅠㅜ 이런 글 읽으면 속상하네요 무엇보다도 좋은 책을 만든다고 자부하는 곳들에서 이런 모습 좋지 않네요ㅠㅜ

cyrus 2015-03-30 18:22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이 출판사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고 봅니다. 오래된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 잡지 않고, 언론의 도마에 오른다면 책 만드는 일마저 기피할 겁니다.

에이바 2015-03-30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격적이네요. 근로계약서마저도 쓰질 않다니요. 말문이 막힙니다.

cyrus 2015-03-30 21:23   좋아요 0 | URL
언론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출판사 내부에 비상식적인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하양물감 2015-03-31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일이 있군요. 책 내용만큼이나 책 만드는 곳도 건강했으면 합니다.

transient-guest 2015-04-02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도 그렇고, 출판업계에 횡횡한 일들 중 하나가 직원이 쓴 글을 버젓이 다른 윗대가리의 글로 둔갑시킨다죠? 예전에 먼 친척이 종교계 출판사에서 일할 때 겪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