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 말만 들으면 벌벌 떨었다. 내가 제일 무서웠던 말은 ‘얼레리 꼴레리’였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의 코러스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얼레리 꼴레리, cyrus는 OOO을 좋아한데요!” 여자아이의 손을 살짝만, 아주 살짝만 건드렸을 뿐인데 친구들은 그걸 보면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놀려댄다. 이래서 진짜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있어도 함부로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

 

친구들의 놀림을 받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그녀에게 장난을 치면서 괴롭힌다. 긴 머리카락에 살결이 희고 예쁜 여자아이가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그녀와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직접 말 걸어보고, 집에 가는 방향이 같다면 같이 하굣길을 지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용기가 나지 않았다. 비록 좋아하는 감정을 여자아이에게 전달하지 못하더라고 그녀에게 최대한 관심 받고 싶었다. 그녀에게 짓궂으면서도 유치한 장난을 쳤다. 긴 머리카락을 살짝 당기거나 치마를 들치고 재빠르게 도망갔다. 그녀는 화가 나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도 장난을 멈출 수 없었다. 뭔지 모를 희열감이 느꼈다. 그녀가 내 행동에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까.

 

도가 지나친 장난은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가까이해주기는커녕 더 멀어지게 만든다. 당신이 상대방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에 나쁜 의도가 없는 장난을 치더라도 상대방은 당신의 장난을 그냥 철없는 태도로 볼 뿐이다. 특히 스토커는 사랑하면 집착에 가까운 장난질도 괜찮다고 가볍게 생각한다. 관심 있는 상대를 병적으로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끈질기게 전화로 구애하거나 선물 공세를 펴기도 하지만 음란한 말을 하거나 폭행이나 협박, 강간이나 상해, 심지어는 살인이나 납치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사랑에 굶주린 아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관심이다. 그들은 따뜻한 사랑은 둘째치고 부모가 자기를 좀 쳐다보기라도 했으면 한다. 칭찬하건 욕을 하건 상관없으니 관심만이라도 가져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속으로 ‘날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며, 부모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 것은 그래서이다. 다 자란 어른도 예외는 아니다. ‘그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은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고독감을 덜어줌으로써 약간의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한다. 그런데 상대의 시선이 자신에게만 향하길 원하는 마음이 집착으로 변하면 문제가 된다.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히면서 자기를 알리는 데 열중한다. 그 피해의 정도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상대를 괴롭혀야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사랑을 쟁취하려는 행동으로 자기합리화 한다. 이런 행동은 본질적으로 관심을 받고 싶고, 사랑을 원하는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가카께서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펴냈다.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둥 자신의 업적을 자평한 내용 때문에 가카를 미워하는 여론과 독자들이 많아졌다. 신기하게도 2만 8000원이 되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 800쪽에 이르는 분량에 달하는 가카의 책을 안 읽은 사람들도 너나할 것이 회고록에 대한 악평을 남겼다. 정말 가카의 능력은 대단하다. 최악의 책은 독자들은 거들떠보지 않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하루 자고 일어날수록 판매부수는 늘어난다. 사람들은 가카의 회고록을 돈 주고 읽지 말라고 권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사보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가카는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다. 자신의 업적을 좋게 포장해서 국민들에게 알리면 전임 대통령이 돼서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카가 회고록을 펴내는 데 고집하는 태도에서 애정결핍자의 전형적인 심리 상태를 발견할 수 있다. 상대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도록 민폐를 끼쳐서라도 상대에게 최대한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가카의 임기 시절을 떠올리면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가카는 대통령 자리에 물러나서도 끝까지 국민들을 괴롭힌다. 가카는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뻔뻔하게도 회고록을 펴내는 아주 심한 장난을 치고 말았다.

 

회고록이 잘 팔려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으로 쭉쭉 올라가더라도 가카의 인지도는 쭉쭉 떨어진다. 대통령 시절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해 빅엿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회고록 한 권으로 단 며칠 만에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가카가 자초한 일이다. 국민과 여론은 가카의 회고록을 너무나도 뻔뻔하고 정도가 지나친 최악의 장난질로 생각하는데 가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진지하다. 왜 자신의 회고록을 나쁘게 보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럴 만하다. 애정결핍자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좋은 쪽으로 합리화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자신의 약점과 절대로 드러내면 안 되는 치부를 가릴 수 있으니까. 국민들에게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가카가 불쌍하다. 회고록에 임기 시절에 이룬 업적을 과대포장하지 않고, 부족한 국정 운영의 원인을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아니, 그냥 회고록을 펴내지 않고 조용히 자택에 머물러 있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심한 욕을 먹지 않았다.

 

가카가 회고록을 향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자뻑에 가까운 자화자찬이 넘치는 회고록에 대해서 이 말 한 마디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임기 시절에 불통 이미지 1위에 올랐던 가카 클라스는 영원하다. 국민들을 상대로 회고록을 펴내는 거대한 장난질에 대해 반성하는 카가의 모습은 영영 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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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02-0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디너 선택에 그런 시스템이 있군요 항상 궁금했습니다 ^^ 저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봐요 조용히 파 묻혀 있으면 잊어 버릴텐데 사람들의 관심과 분노를 일으켰잖아요 ㅋㅋ

cyrus 2015-02-07 11:21   좋아요 0 | URL
아무리 가카는 숨어 지내도 불편한 진실은 밟혀지기 마련입니다. 독 안에 든 `쥐`에요.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러스 님의 이명박을 향한 ˝ 부들부들 ˝ 이 느껴집니다.

cyrus 2015-02-07 11:23   좋아요 0 | URL
가카의 회고록을 읽고 진솔한 악평을 남겨주신 지인이 있는데 그 분 덕분에 제 수명이 연장될 수 있었어요. 생명의 은인입니다. ㅋㅋㅋ

마태우스 2015-02-0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 가카가 회고록을 내주신 덕분에 님의 이 훌륭한글을 읽었네요 부끄럽지만 님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확실시 알게됐습니다그런점은 긍정적인 면이네요

cyrus 2015-02-07 11:28   좋아요 0 | URL
회고록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은 졸문인데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2-07 0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좋아하는 아이에게 짓꿎은 장난만 친 나날들에 대한 후회가...-_-::
그건 그렇고, 가카의 저 회고록은 가짜 fact를 기록으로 남겨 나중에 써먹겠다는 의도가 하나 보이는 것 같은데요. 나중에 변명꺼리든 보수든 누군가 분명히 이를 인용할테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자신이 저지른 실정의 내역을 하나씩 리스트하는 것으로 끝난듯...ㅎㅎ 그야말로 자기발을 쏴버린 결과를 맞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cyrus 2015-02-07 11:27   좋아요 0 | URL
언젠가 가카는 회고록을 펴내는 일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ㅎㅎㅎ

stella.K 2015-02-0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아닌 것 같던데...
좋아요 5개라도 알라디너의 선택에 꼭 올라가는 건 아닌 것 같더라구.
나도 경험한 바 있고, 다른 알라디너도 보니까 그렇고.
그러니까 알라디너의 선택은 알라딘 사측이 최종적으로 좋아야 올라 간다는 말씀!
또한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도 가카를 싫어하는가 보지.
그러니 이 알라디너의 선택이란 것도 별로 공정한 것 같진 않고...
나도 좀 읽지도 않으면서 또 앞으로 읽을 것도 아니면서 악평부터 하는 일은
좀 그만 하면 좋겠다.ㅠ
그런데 몇년 전에 빌 클린턴이 회고록 냈잖아.
전화번호부 같은 책 두 권이던데 그것과는 어떻게 비교되는지 궁금하긴 하더군.

cyrus 2015-02-07 12:0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누님 말씀 듣고 보니 예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우연히 다른 알라디너님의 글을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 인지도 높은 출판사의 책만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마립간 2015-02-07 12:55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의 선택`은 `지기` 님의 어느 글에 본 것인데, 로직으로, 그러니까 기계적으로 반영된다고 했습니다. 단, 책의 링크가 있어야 하고 그 책이 신간이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요. 그리고 당연히 추천의 시간도 관련있고요. 인지도가 낮은 출판사로 인해 노출이 적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데요.

cyrus 2015-02-0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 마립간님 / 제가 `알라디너의 선택`에 관한 언급 때문에 북플에 처음 가입하는 분들에게 오해를 불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립간님 말씀대로 알라딘 로직, 그러니까 `알라디너의 선택`에 부합되는 글이 노출되도록 하는 알고리즘이 있는 건 맞습니다. 제가 ``알라디너의 선택`을 보게 되면 인지도 높은 책이 언급 횟수가 많다고 언급한 점은 제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알라디너의 선택`을 유심히 보지 않아서 잘못된 추측을 하고 말았습니다. 몰랐던 점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qualia 2015-02-0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판단엔 가카는 영리(영악)하신 분이에요.
그에 비해 ‘우리’나 우리 국민들은 미련하기 짝이 없는 곰탱이들이죠.
가카는 국민들이 미련 곰탱이라는 걸 완전 파악하고 그걸 기막히게 이용한 것뿐이죠.
해서 비판 대상은 가카보다는 우리 국민 자신이어야 합니다.
한국 국민들보다 ‘병신스런/병신 같은’ 국민은 세상에 없습니다.

알라딘 서재 동네 사람들한테는 커다란 착각이 있는 듯합니다.
즉 책깨나 읽는다는 사람들이 더 현실감각 없는 착각을 잘한다는 것이죠.
지적/비판적 판단감각과 정의감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고 발언하는
계층이 다수일 거라고, 아니 최소한 다수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계몽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세상은 결국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착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책상/서재에서 일어나 바깥에 나가서 50~60대 이상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실세계 여론을 들어보고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그들도 가카나 닭통 비판/욕은 해요.
쓴웃음 나오는 게 저들은 우리보다 욕의 강도가 더 세다는 것입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결국 결론은 박정희고 최종적으론 종북 타령입니다.
더 이상 대화가 안 통합니다. 계속하다간 멱살잡이 아니면 정신병자 소리 듣습니다.
수많은 평균적/일반적 이명박과 박근혜가 가카를 만들고 닭통을 만든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 자신이 바로 그들 자신이란 것입니다.

아무리 가카나 닭통 같은 위대한 영도자가 나타나서 연속으로 나라꼴을 완전히 절단내도
이 병신 같은 한국 국민들은 계속 결론은 박정희로 수렴됩니다.
그리고 자학/자멸의 굿판인 종북 타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친아버지를 죽인 의붓아버지를 자신의 친아버지로 섬기는 병신 같은 한국 국민들...

아무리 가카나 닭통을 신랄하게 비판해도 소용없다고 봅니다.
그보다 더 우매하고 병신 같은 국민들이 무슨 천지개벽이라도 벌어져서 깨어나지 않고서는...

[덧]

‘병신스런/병신 같은’이란 말보다 한국 국민들의 우매함과 어리석음을 더 잘 표현하는 수식어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매우 상스럽고 반지성적으로 들리는 말이라서, 쓰는 사람이 오히려 누워서 침 뱉는 격에 해당하죠. 그러나 세계적으로/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등신 같고, 머저리 같고, 미련 곰투가리 같은 한국 국민들의 우매함/어리석음/멍청함/비굴함 따위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저 말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와는 약간 다른 뉘앙스지만, 이수열 선생께서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 1999)에서 분명히 쓰고 있는 표현입니다. 저런 적나라한 표현을 자주 입에 올릴 필요는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때는 강력한 의미를 담아서 써야 할 듯합니다. 저 또한 한국 국민의 일원이지만, 정말 구제불능의 한국 국민들은 병신 같다고 생각합니다. 종북/빨갱이/친북 타령으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행위는 결국 친아버지를 죽인 의붓아버지를 원수인 줄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자신의 친아버지로 섬기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병신과 머저리들의 작태일 뿐입니다. 적어도 한반도 반쪽 남한땅의 52~60% 이상은 그런 점에서 광신도와 다름없습니다. 우리 한민족이 비정상이 아닌 이상, 같은 동포/형제자매와 칼과 총을 겨누며 악에 받쳐 싸울 까닭이 없습니다. 따라서 병신스러운/병신 같은 한국 국민이란 표현은 결코 틀린 표현도, 지나친 표현도 아닙니다.

cyrus 2015-02-07 17:38   좋아요 0 | URL
댓글 잘 봤습니다. 작년에 정몽준 아들이 국민이 미개하다는 발언을 하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은 적도 있었죠. 이 해프닝 때문에 정치인으로서의 정몽준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몽준 아들의 발언이 불쾌하게 들릴 수 있는 심한 표현을 해서 그렇지 아직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성숙하다고 볼 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 정부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문제 때문에 국민의 원성이 높아졌는데 차기 대선 때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뼛속 깊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대구 경북은 새누리당 출신을 뽑으니까요.

qualia 2015-02-08 07:45   좋아요 0 | URL
제 비판 맥락은 정몽준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과는 전혀 다릅니다. 저는 또한 정몽준 아들의 발언에 동의하지도 않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제 비판 내용이나 맥락은 정몽준 아들의 비난 내용이나 맥락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몽준 아들은 권력자의 편에서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본 시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 비판은 같은 ‘못난’ 국민의 일원이라는 자각/시각에서 나온 것으로서 반성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매한 국민들을 이용해먹는(중우정치를 획책하는) 정치꾼이나 권력자들을 최우선적으로 경계하고 강력 비판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제가 댓글 첫머리에서 이명박을 짧게 희화화하고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마무리한 뒤) 곧장 우매한 국민 수준 비판에 돌입한 것은 바로 그런 전제/맥락에서였습니다. 저는 독자분들이 그런 맥락 정도는 충분히 감지하리라고 봅니다.

다른 독자분들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 최근(뿐만 아니라 십수 년째) 제 일터에서 다양한 계층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면서, 특히 우리 아버지/어머니 세대 분들과 만나 직접 세상 살아가는/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논쟁하면서, 파악한 여론을 근거로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저 개인적/주관적/심리적 분기탱천에서 게거품을 문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국 (국민)이 자초하고 있는 ‘병신같이’ 한심스러운 현상황 ― 남북대치의 극렬화, 호남과 영남의 지역대결 격화, 이런 민족적 갈등과 반목을 확대재생산하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꾀하는 정치꾼/권력자들, 적대적 공존을 획책하는 남북 정권/군부세력 무리들, 이런 무리들의 노예를 자처하면서 선거 때마다 표를 몰아주는 우매한 국민들 등등...

거의 24시간 남한과 북한의 극한대결 조장에 혈안이 된 듯한 종편 채널들의 ‘병신 같은’ 짓거리 ― 종편을 보면 건전한 상식인의 시각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논리들이 판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구세력들의 이런 노골적 ‘국민의식화교육’ 프로그램들을 50~60대 이상의 우리 아버지/어머니 세대 분들이 인기 드라마보다 더 열광적으로 시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가정은 물론이고 대중목욕탕, 노인정, 버스 터미널 등등, 텔레비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종편의 선전선동 방송이 채널을 독차지하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함 가셔서 직접 확인들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들이 내보내는 뉴스, 대담 프로, 특집방송 등등은 거의 모두 종북 때려잡기, 남북 이질화 추진, 남북대결 조장, 수구세력 특권/이권/지배권 강화, 현정권 실정에 대한 대리변명과 옹호, 범야권 비판세력 확인사살식 음해, 신자유주의적 사상 주입, 미국 속국 자처, 친일 친미 논리 주입 따위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의 50~60대 이상 국민들이 세상 사건사고에 대한 소식/뉴스와 정치적 견해 등등을 어디에서 입수하고 어떻게 형성하겠습니까? 책깨나 읽으면서 그래도 합리적/비판적 지성인임을 은근히 자처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조차 세상 사건사고에 대한 소식/뉴스와 정치적 견해 등등은 TV 뉴스 프로그램, 대담 프로그램 따위에서 가장 많이 입수하고 그것들에 근거해 형성할 것입니다. 현대사회(특히 남한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구조화돼 있고, 우린 모두 그런 구조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이들수록 뇌가 굳어버려 사고방식이 점점 보수화/수구화돼가는 남한사회의 50~60대들 이상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제가 그들과 대화/논쟁하면서 거듭거듭 확인한/확인하는 사실은 그들이 종편의 논리와 주장을 놀랄 만큼 똑같이 앵무새처럼 되뇌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공사판 일터, 저잣거리, 택시 안, 주택가 골목, 공원, 심지어 명절날 고향땅 등등에서 만난 50~60대 이상 아버지/어머니 세대, 심지어 40대 아래의 젊은 세대까지 모두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보수화/수구화의 중증이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됐는지 모릅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광적인 증오, 종북/친북 개념에 대한 종편식 악의적 편파논리의 심화 등등은 이성적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만약 이에 대해 ‘진보적’ 민족적 시각으로 저들과 논쟁하다가는 멱살잡이까지 가거나 사회부적응자, 간첩, 정신이상자 취급까지 받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이석기 재판 결과, 신은미/황선 토크 콘서트 종북 낙인찍기 따위 등등은 이 대한민국 사회의 이념적 매카시즘적 광기/독재정권적 사상검증과 사상탄압/정신적 병리 현상/양심 마비/민주적 정의 추락/법치 상실 따위가 빚어낸 블랙 코미디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알라딘 블로거들과 진보적 젊은 세대들은 웬만큼 동의하리라 판단합니다만, 이런 진보적 견해를 끝까지 관철하는 한국 국민들은 이제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장악 당한 방송3사와 종편의 악영향과 폐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통일신라 676년부터 조선왕조 1910년까지 사실상 1천년 이상을 중국이나 이민족의 속국으로 살아왔다는 굴욕적 역사적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또한 일제 식민지 노예살이를 사실상 50년 이상 해왔었다고 자각해야 합니다. 그 뒤로는 한 술 더 떠서 동족살육/동족포식의 비극을 자초했고 그 대가로써 남과 북이 갈라져 70여년 동안 동포/형제자매 가슴에 총칼을 들이대며 집안싸움을 극렬하게 해왔고 지금 이 순간도 그 못난 짓을 계속하고 있는 민족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남쪽 땅덩어리는 호남과 영남으로 또 찢어져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병신 같은’ 짓거리입니까? 대체 이것 말고 무엇을 병신스럽다고 욕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런 자각이 있었다면 결코 우리 아버지/어머니 세대 분들이 저렇게까지 수구화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국 국민들이 이런 뼈아픈 자각에 이르지 못하고 노예적 삶을 자초해왔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 같은 무능 정권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지금 신성한 한국 국민들은 (진보/보수 진영을 떠나 모두) 현시국의 난맥상이나 살림살이의 고초 따위에 대한 책임을 정부나 정권 측에 전가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병신 같은’ 행태입니다. 그런 병신 같은 의식 수준으로 병신 같은 정권을 뽑아놓은/만들어놓은 당사자들이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자각하지 못하는, 자기반성하지 못하는, 못난 국민들의 전형적인 행태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노예가 노예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즉 한국 국민들이 병신 같은 의식 수준에 벗어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한국/한민족은 멸망하고 말 것이라 봅니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여부보다 한국 국민들의 병신스러운 의식 수준이 더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2015-02-08 03:11)

레삭매냐 2015-02-0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는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셨네요.
어느 신문 칼럼에선가 보니 그냥 동아리 활동
이나 하시지 무슨 책까지 내냐고 하더군요.

cyrus 2015-02-09 21:15   좋아요 0 | URL
가카가 국민의 관심을 받고 싶은가 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