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1 또 다시, 수강변경
어제 날씨가 참으로 무더웠다.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어제 대구의 최고 낮 기온이 무려 35도나 올랐다고 한다. 개강하기 전 주에는 날씨가 덥지 않아서 더위가 한풀 꺾일줄만 알았다. 그리고 세계육상대회 개최 전부터 이번 주에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한다는 예보 소식이 있어서 대회 진행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무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걸로 보아하니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갔는가보다.
어제 개강하는 날이라 학교로 가기 위해서 버스를 타게 탔는데 하필이면 버스를 탄 시간대가 자외선이 가장 강하게 내리쬔다는 오후 4시 경이었다. 만약에 누군가가 대구에 살면서 제일 더운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보게 된다면 오후 3~4시 사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일반적으로 오후 3~4시 사이가 자외선이 가장 강렬하게 발하는 시간대로 알고 있다. 혹시 여행차 대구에 들려서 오후에 외출할 일이 생긴다면 자외선 차단 크림은 필수다.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번화가일수록 제일 무덥게 느껴진다.
내가 다니는 학교로 향하는 버스가 번화가를 거쳐 지나가는데 운 없으면 오후에도 만원버스가 될 정도로 손님이 많고 그만큼 불쾌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서울, 경기도나 그 밖의 다른 지방에 사시는 분들 중에 남, 여 마라톤이나 경보 경기를 보셨다면 아실 수 있겠는데 선수들이 달렸던 코스 일부 구간이 바로 대구 내 번화가로 알려진 동성로라는 곳이다. 내일 모레 남자 마라톤 경기가 남았는데 선수들이 지나가는 코스를 유심히 잘 보시기를.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 새고 말았다. ^^;;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본의 아니게 또 수강변경을 하게 되었다.
하루에 시간이 겹치는 수업이 두 과목이 있는데 그 중에 수업을 담당하는 전공 교수님 한 분께 직접 연락해서 넉넉한 시간대로 변경될 수 있도록 설득(?)했다. 표현상으로는 교수님께 무턱대고 시간대를 다시 바꿔달라고 때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정중하게 나의 상황을 교수님께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시간이 겹치는 걸 알면서 왜 수강신청했냐고 되물으셨다. 그러고는 **대학교에 몇 년간 다녔으면 시간표 잘 때 왜 그걸 고려하지 못했냐고 은근히 훈계를 하면서 지금으로서 시간대를 학생 개인의 의사만 가지고 다시 변경할 수 없으니 한 과목은 포기하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교수님께 전화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그럴 줄 알고 방학 기간에 수업 시간표를 짜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대비하고 있었다. 좀 멋있게 표현하자면 일명 '수업시간표 플랜 B' 인 것이다. 야간 수업 한 과목을 듣지 못하게 되면 그것을 포기하고 주간 수업 한 과목으로 대신 채우기로 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날씨만큼이나 여름방학 때 학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수강변경 기간 사태 때문에 다행히 다음 주에도 수강 변경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게 되었다. 원래는 전공수업이 대부분 지금 다니고 있는 2학년 과목에다가 나머지 한 과목은 4학년 과목이었는데 또 다시 수강변경을 하게되면서 2, 3, 4학년 전공과목 한 과목씩 동시에 듣게 되는 참으로 보기 드문 시간표가 완성되었다.
Scene #2 대학교 등록금이 올라가면 '함께' 올라가는 것
오랜만에 강의실에 들어오면서 평소에 친한 과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 중에 몇 몇은 이번 학기에 휴학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두 달만에 보게 된 강의실 안의 풍경과 분위기가 1학기 때와는 사뭇 달랐다. 각각 따로 떨어져서 학생들이 앉다보니 강의실 분위기가 썰렁한 느낌이 나기도 했다.
야간 수업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업이 아닌 이상 수강하는 학생들 수가 적은 편이다. 내가 듣게 되는 야간 수업에 참관하는 학생 수가 거의 33~39명 사이 정도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학생 수가 25~35명 정도면 적당하다고 한단다.
야간보다는 주간에 하는 수업을 선호하는 학생들도 많겠지만 주위에 휴학하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걸로 봐서는 취업 준비 혹은 다음 학기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학기 정도 휴학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대학생들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힘들게 등록금을 마련해게 되는데 하늘 높게 치솟아 오르고 있는 요즘 대학교 등록금을 생각하면 월급을 많이 주는 비정규직 혹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이상 100 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만 않다.
'행정개혁' 관련 과목을 담당하는 B 교수님이 대학교 휴학생 관련 기사 내용을 말씀하셨는데 4년제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휴학하는 이유가 대부분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학생 52%, 등록금 마련 위해 알바]
조선일보 2011년 8월 24일
해마다 대학교 등록금이 인상될수록 학생과 그의 가족들의 재정적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휴학률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수치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오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등록금 인상인 것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가 올해 우리나라 최대의 사회적 논쟁으로 남을 줄 알았건만 무상복지 화두에다가 곽노현 서울교육감 비리 사건 그리고 서울시장 선거 전초전까지... 최근동안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와 사건들이 생길수록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인과 시민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듯하다.
Sence #3 도서관에서 빌린 책
개강하는 날이다보니 수업을 일찍 마쳤다. 수업 첫 날은 간단히 앞으로 진행하게 될 수업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수업이 마쳤을 때 시간이 밤 8시 20분쯤이었다. 야간 스쿨버스가 10시부터 출발하는데 그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마땅히 할 게 없었고 그렇다고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기에는 교통비가 아까운... 어중간한 시간만 남게 되었다.
항상 이 시간때쯤이 되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라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저녁 식사를 권하기에는 조금 늦은 시간이라 항상 같이 다니는 동기들을 꼬셔서 2학기 첫 날인데 술집에 가자고 바람 잡았다. 하지만 누구는 며칠 전부터 계속 술 마셔서 질린다고 그러고 또 누구는 돈이 없다고 안 마신다고 하였다. 사실 나 역시 지갑 안에는 정신줄 놓을 정도로(!) 마실 수 있는 술값이 없었다.
4년 전, 갓 대학교의 세계에 들어선 1학년 때만해도 아무런 근심 없이 주야장천으로 마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술 마시고 놀 수 있는 돈이 없어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불리게 식사 할 수 있는 식비가 제일 먼저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대학생활의 즐거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지는거 같다.
결국에는 합일점을 찾기 못한 채 헤어지기로 하였다. 같이 어울리는 동기들은 다 자가용이 있어서 집으로 귀가하게 되었지만 자가용 없이 버스로 통학하는 나는 남는 시간을 도서관에서 때우기로 했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신간도서 비치가 내가 애용하고 있는 공공도서관보다 빠른 편이다. 아무래도 공공도서관보다 소장할 수 있는 서가 공간이 넉넉한데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책으로 구입하기에 도서관 예찬론자로써는 만족스럽다. 가끔씩 눈에 보이는 빈 공간의 책장 때문에 대학 도서관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학교 도서관을 신뢰하는 이유는 알라딘에서 이슈가 되는 신간도서들이 비치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어제도 신간도서 코너에서 그 전부터 읽고 싶었던 신간도서들이 보여서 무척 반가웠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두 권이었는데 둘 다 이번 알라딘 신간평가단 선정도서들이다. 그것도 신간평가 도서로 공개된지 얼마 안 된 것들이다. 내가 무슨 책을 빌렸는지 공개하지 않겠다. 알라딘 블로그 활동을 1년동안 하면서 깨닫게 되었는데 출간된지 얼마 안 된 신간도서를 페이퍼 형식으로 소개한 글이 추천을 3개 이상(맞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받으면 '알라디너의 선택' 으로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가끔 페이퍼를 쓰다보면 내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 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읽고 있는 책에 대해새 간략하게 소개한 페이퍼라면 괜찮은데 책의 내용에 상관없이 그저 책표지만 노출한 채 쓴 글이 '알라디너의 선택' 으로 공개된다는게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간도서를 구매자들에게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일간지 북섹션처럼 책에 대한 내용을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게 만드는 글. 아니면 리뷰라고 생각한다. 신간평가단원들이 매달 작성하게 되는 신간도서 페이퍼처럼 소개하면 좋겠지만 지난 기수 때 활동해본 경험상 여러 권, 아니 딱 한 권의 신간도서를 핵심적으로 소개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겼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페이퍼보다는 차라리 리뷰로 소개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신간도서 페이퍼를 쓸 때 언급되는 책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어떤 내용이 100% 확실하지 않은' 책이지만 리뷰의 경우에는 완독 100%든 발췌해서 읽은 50%든지 간에 '읽은 상태' 에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리뷰로 신간도서를 소개하는게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단,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리뷰가 편하고 쓰기 좋다고 느낀 것이지 신간도서 리뷰가 구매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입장은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책을 어떻게 읽는냐에 따라서 책의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을 놓칠 수도 있거나 자칫 텍스트를 과장, 축소 또는 왜곡된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리뷰를 쓰다보면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해보지만... 이것도 쉽지가 않다. 신이 아닌 '인간' 이기에 완벽함을 끝까지 추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 한창 많이 배워야할 학생이라서 지금도 너무 모르는게 많다. 하지만 모르는게 많은게 부끄럽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모르기 때문에 앎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나를 키운 것은 팔할... 은 좀 과장이고.. ^^;;
현재 나를 키우고 있는 것이 독서 그리고 공부라고 생각된다.
어제 개강하는 날에 대해서 좀 재미있게 쓰려다보니.. 주제도 옆으로 새고 내용도 너무 진지해져버렸다. 학업 관리 때문에 독서를 소홀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생활하다 재미난 이야기가 있으면 페이퍼로나마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서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알게 되면 변변찮은 서재를 들려주시는 이웃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P.S>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그 비공개의 신간도서 두 권에 대해서 힌트를 주자면요..
한 권은 인문사회 분야이고 나머지 한 권은 예술 분야 도서입니다.
두 책의 저자는 공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며 이름만 대면 누구다 알고 있는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요. 그리고 두 사람 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을 하기로 유명하고요... 그 중 한 사람은 독설가로 유명합니다. (결정적인 힌트 ㅎㅎ)
추석 때까지는 당분간은 개강하는 기간이라 책 읽을 시간이 넉넉해요. 그 때까지 신간도서가 어떤 것인지 리뷰로 공개하겠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책이라 리뷰로 쓰기에는 살짝 부담되네요. 비공개라는 이유만으로 리뷰에 대해서 큰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