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당의 ' 반값 등록금 ' 논의 때문에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그 이전부터 등록금 문제는 끊이지 않게 거론되었지만 이제는 등록금 문제가 대학가의 이슈를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 등록금 인하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의 교육환경이 질적으로 향상되기 위해서는 몇 몇 대학교에 존재하고 있는 사학재단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 쟁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미친 등록금의 나라>(한국대학교육연구소 저, 개마고원, 2011)에서는 학교법인(일명 사학법인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사학재단으로 명칭을 통일하여 사용하겠다)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교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게 만드는 주적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자마자 미군정의 지배를 받게 된 과도기 시절 때부터 대학교들이 설립되기 시작하였는데 사학재단의 존재가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국공립대가 아닌 사립대학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사립대학에서는 등록금을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대학생들에게 부담해야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 형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신자유주의 바람에 맞물려 정부에서는 대학교의 수준 향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축소하게 되었는데 이는 재정적 지원 역할을 사학재단에게 맡겨버린 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학재단은 대학교의 교육 환경 수준 향상을 위한 마련은커녕 자신들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루어진 학교 재산을 사용하였다. 개인의 막대한 자본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육을 빌미로 공공의 탈을 썼던 것이다. 교육에 써야 할 학교 재산의 개인 유용이 빈번했고, 교육에 써야 할 학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입찰 비리가 횡행하기 시작하였다. 대학 재산이 이렇게 부당하게 사용되고 있었음에도 사학재단의 손아귀 안에 있는 대학교에서는 등록금이 해마다 올라가고 있었다.
사분위의 탄생
그러나 1980년대 민주화 바람으로 1990년대에는 비리와 전횡을 저지른 사립대 이사진과 대학 구성원들의 분규 사이에서 비리 재단 축출을 선택하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었다. 1988년 영남대와 조선대, 1993년 상지대와 광운대, 1994년 대구대, 1997년 덕성여대 재단 이사진이 횡령과 입시 비리 등 각종 비리로 교육부의 감사 등을 받으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고, 교육부가 파견한 관선이사 또는 임시이사 체제로 학교법인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7년 임시이사 체제의 '민주성' 에 대해 마땅치 않게 여기던 한나라당과 로스쿨 입법을 원하던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거래로 사립학교법이 변경됐고, 그 결과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탄생했다.
결국 사분위의 탄생이 사학재단이 복귀할 수 있는 원인이 되었다. 지난 해 상지대 김문기 전 이사장 일가의 복귀로 인해 대학 내에서 사학재단 복귀 반대에 대한 반발이 커지게 되었다. 김 전 이사장은 1993년 공금 횡령과 부정입학 혐의로 구속된 뒤 이듬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았던 전력이 있었고 1978년부터 1993년 이사장으로 직임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은 채 스스로 모든 학교 행정을 결정했다.
그러나 사분위는 김 전 이사의 전력이 학교 운영에 크게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며 전 이사 쪽에서 추천하는 이사 5명을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구대 등 4곳도 비리재단 복귀?]
한겨레 2011년 5월 11일자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구대 정상화 문제
대구대는 1994년 교육부 감사에서 대구대학교 설립자 故 이영식 목사의 며느리인 고은애 전 이사 쪽이 주도한 학교법인 영광학원 운영 과정에서 재단의 교비 불법 유용, 교원 부당 임용과 허위 보고, 학내 공사 입찰 비리 등 27건의 문제가 적발돼 임시이사가 파견되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비리를 저지른 옛 재단 쪽 인사들이 학교법인 운영진으로 속속 복귀하면서, 고 전 이사 쪽도 학교 운영권을 다시 찾기 위해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재단이 휘청거리면서 학내 분규가 일어났고, 이후 지금까지 관선이사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의 정상화 방안에는 유가족 간 첨예한 대립이 있었는데 정상화를 주도한 측은 이 박사의 장남이지만 미망인과 딸이 구 재단 복귀를 주장하며 이견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구대가 제출한 학원 정상화 방안을 교육부가 수용할지 불투명하다.
원래 지난 달 17일에 대구대 재단정상화 안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대구대 재단에 대한 심의가 열리기로 했었으나 학교법인 영광학원 측의 반발로 연기되고 말았다.
그동안 재단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영남대와 대구예술대는 모두 정상화되었다. 대구대만 남은 셈이다. 관선 이사 체제의 대구대는 그동안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교가 정상적으로 발전해도 대외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에도 제대로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다시 학교와 학생이 떠안게 된다. 학생들이 떠안게 될 부담은 곧 등록금 문제이다. 최근에 우여곡절 끝에 등록금이 동결되었는데 사학재단이 복귀한다고 해서 현재의 등록금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대구대학교 영광학원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 대구대학교 동편 60만평의 부지와 문천지(대구대학교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저수지) 수면이용권을 활용해 어려운 재정에 빠져있는 대학의 미래를 책임 있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종전 재단의 복귀가 유일한 해법" 이라면서 구 재단의 복귀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좋은 대학 건물 몇 채 짓고 캠퍼스를 공원처럼 만들어 학생들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등록금 인하이다. 현재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현 시점으로서는 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교육에 대한 기회의 평등이 마련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학재단은 개인이 설립했지만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학재단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개인이 재단을 전횡하기 때문이다. 설립자의 유가족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설립자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