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

 

EP. 3

 


202119일 토요일, 수성못이 얼 정도로 추웠음.







책방에 오실 때 사진기 꼭 챙겨오세요. 오랜만에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담담 책방(담담)에서 특별한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 그분을 안 본 지 거의 일 년 조금 넘었다. 나는 책방에 먼저 가서 지인을 기다리기로 했다.







지인은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판매하는 케냐 AA 커피 원두 가루를 챙겨왔다. 연말에 서·탐 책방지기가 케냐 AA 원두 가루를 담은 작은 봉투 세 개를 선물로 줬다. 갈색 종이 봉투를 열면 그 안에 종이 주머니(티백)가 있다. 종이 주머니를 연 다음, 그것을 찻잔 안에 고정한다. 뜨거운 물을 종이 주머니에 붓는다. 그러면 종이 주머니에서 우러나온 커피가 찻잔을 채운다.


담담에 오면 책방지기가 커피를 대접했다. 이번에는 내가 대접할 차례다. 그런데 내가 너무 기분이 들떴던 것일까.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 종이 주머니를 열지 않은 채 그냥 뜨거운 물을 부었다. 책방지기는 실제로 녹차를 마시듯이 종이 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그분은 커피 향과 맛이 좋다고 했다. 다행이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뒤에 지인’을 드디어 책방에서 만났다. 이 분이 누구냐면‥…






사진 에세이를 낸 작가이자 알라딘 블로거인 유레카(yureka01) 이다사진 에세이를 낸 작가이자 알라딘 블로거인 유레카 님이다. 그분의 한 손에 소리 없는 빛의 노래 다섯 권이 들려 있었다.

















 

* 유병찬 소리 없는 빛의 노래(만인사, 2015)



 

유레카 님은 책방에 오자마자 사진기를 꺼냈다. 책방 내부를 쭉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유레카 님은 작년에 어떻게 지내셨을까? 유레카 님은 이직에 성공했지만,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독서와 사진 찍기는 물론 블로그 활동도 하지 못했다유레카 님은 뒤늦게 경제와 투자에 눈을 떴다고 했다. 노후 보장을 위해서 틈틈이 경제 및 투자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책방지기, 유레카 님, 그리고 나, 이 세 사람은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아무래도 유레카 님과 나는 알라딘 블로거라서 알라딘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책방지기는 책과 쓰기 마니아들이 모인 알라딘 서재에 흥미를 보였다유레카 님은 알라딘 서재의 좋은 점을 주로 얘기했지만, 반대로 나는 알라딘 서재의 문제점과 한계 들을 언급했다삼자 대화를 할 땐 나 같은 악당(villain) 한 명은 있어야 한다.


유레카 님과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고, 그분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담담이 잠들 때까지 계속 책방에 있었다. 나만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담담 책방 안에 있는 히터가 고장나는 바람에 책방 내부는 냉기로 가득했다. 책방지기는 히터를 고치기 위해 정비업체 직원을 불렀다. 히터 고장의 원인을 자세하게 알지 못했지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주말 첫날이라서 그런지 그날은 책방지기가 바빠 보였다. 유레카 님이 가고 난 후에 대구 녹색당원으로 활동 중인 부부가 책방에 왔다. 책방지기는 그분들을 반갑게 맞이했고, 커피를 대접했다.

 

부부가 가고 난 후에 책방지기는 자신의 작은 사무실(책방 안에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 개인 업무를 봤다. 나는 부부가 앉은 탁상 위에 놓은 두 개의 찻잔을 치웠다. 책방지기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커피를 다 마셨으면 빈 찻잔을 스스로 치우는 건 당연한 일이다책방지기가 바쁘면 책방에 있는 손님이 책방 정리를 해야 한다


책방지기는 기회가 되면 서·탐과 같은 동네 책방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담담 책방지기와 서·탐 책방지기가 만날 수 있게 연결고리를 만들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각자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책방지기 두 분이 서로 만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제발 그 날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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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1-11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성못이 얼었군요. 삼자 대화뿐 아니라 알라딘서재에도 꼭 필요한 악당이십니다 *^^*

cyrus 2021-01-12 10:24   좋아요 1 | URL
책의 오자를 잡는 빌런이 되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1-01-11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 소식이 궁금했는데, cyrus님의 서재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cyrus님 날씨가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1-01-12 10:25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날씨가 조금 풀린다고 해요. 밖에 나가 햇빛을 받아야겠어요. 서니데이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21-01-11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 줄 알았다. 유레카님이 고생이 많으신가 보다.
벌써 서재를 떠나신지가 꽤 되는 것 같은데
서재는 고사하고 그 좋아하시는 사진도 여태 못 찍고 계시다니.ㅠ

근데 너 참 용감하다. 수성못이 얼 정도면 집에 있지.
2008년인가 9년도 겨울이 무척 추웠지.
하필 그렇게 추운데 시나리오 학원 동기들이 모인다는 거야.
추우면 웬만해서 안 나가는데 만날 때야 반갑지만
오가는 버스안에서 무슨 열일인가 싶더군.
그나마 눈이 안 오니까 나갔지 눈 왔으면 나 죽었소 하고 안 나갔을 거다. ㅋ

cyrus 2021-01-12 10:28   좋아요 1 | URL
집에서 책방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추워도 걸어 다닐 수 있어요. 문제는 집으로 돌아갈 때가 힘들죠. 책방이 잠들 시간이면 해가 져서 날씨가 춥거든요.. ^^;;

얄라알라 2021-01-11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유레카님을 뵈었네요. 저도 가끔씩 들러서 사진보며 감탄하는 분이신데, 근사한 커피 포장과 깊은 커피 향 그리고 아마도 우아한 대화로 행복하셨겠어요. 어른 사람과 대화다운 대화 나눠본지 언제인지^^

cyrus 2021-01-12 10:30   좋아요 1 | URL
책방에 오면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21-01-11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운 유레카 님....
저도 요즘 알라딘 시스템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어느 정도 떠난 상태.

cyrus 2021-01-12 10:32   좋아요 2 | URL
알라딘 서재의 수준과 비슷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보는 중인데, 그런 데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니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독서와 서평 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제가 지금 눈여겨보는 온라인 플랫폼은 브런치입니다.

붕붕툐툐 2021-01-1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유레카님께 마음의 빚이 있어서.. 언젠간 꼭 갚아야 할텐데요... 죄송스럽지만 그래서 더 궁금한 유레카님 소식 전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의 오작교(?)도 꼭 성공하시길!!^^😊

cyrus 2021-01-12 10:33   좋아요 1 | URL
책방지기 두 분은 기혼자라서, 우정의 오작교가 어울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