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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인기를 원한다 - 관심에 집착하는 욕망의 심리학
미치 프리스턴 지음, 김아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독서 모임에 새로운 사람이 참석하면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요즘은 모임 내에서 자기소개할 때 나이와 직업이 아닌 ‘관심사’를 얘기한다. 한 번은 내 소개할 때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내 소개가 끝나자마자 독서모임 지인 한 분이 나를 ‘알라딘 파워 블로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나는 사실대로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파워 블로거는 아니라고 말했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생각이 든 것은 파워 블로거라고 불릴 만한 기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당연히 파워 블로거는 인기가 많다. 하루 평균 블로그 방문자 수, 이웃 수, 포스트의 ‘좋아요’ 수, 댓글 수 등이 많으면 파워 블로거로 볼 수 있다. 내 블로그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00~150명이다. 가끔 200명 이상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구글의 검색 로봇 작동으로 인해 방문자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오는 경우일 수 있다. 현재 내 블로그를 즐겨 찾는 이웃 수는 1655명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파워 블로거라고 명함을 내밀기도 민망스럽다. 2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웃을 잘 받지 않는 편이고, 자체적으로 이웃 수를 줄이고 있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내 관심사를 알리고 싶지 않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이웃들의 글만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게 됐고, ‘좋아요’ 수와 댓글 수는 일 년 전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었다.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무리 혼자가 편한 사람이라도 인기에 향한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블로그나 SNS를 계속하면 친밀감뿐만 아니라, 자기 현시 욕구나 ‘자신의 좋은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감정 욕구도 생긴다. 블로그와 SNS는 인정의 욕구를 모델로 하고 있다. 자신의 사진이나 글을 봐줄 사람이 없다면 블로그와 SNS는 무용지물이다. 이 두 매체는 타인에게 자신을 전시하는 행위, 그리고 이에 동참하는 타인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 결합은 곧 자신이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 블로그 활동에 푹 빠져 있었을 때, 내가 알라딘에서 인기가 많은 줄로만 알았다. 시간을 지난 뒤에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엄청난 착각이었다.
《모두가 인기를 원한다》는 내 과거 속의 착각을 되돌아보게 만든 책이다. 이 책은 인기와 타인의 인정을 얻고 싶은 인간의 심리와 그 원인을 치밀하게 밝힌다. 저자는 2001년 예일대 교수 시절에 ‘또래 집단에서의 인기’라는 제목의 강연을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누구나 인기를 원한다. 우리가 인기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뇌의 반응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정말 어렵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호감을 사고, 박수를 받는 게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남들한테 잘 보이려고 적극적으로 다가왔더니만 오지랖 부린다며 싫어하고, 그냥 조용히 지내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으면 왠지 상대방의 무심한 반응에 서운한 마음이 든다. 이렇듯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흔히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그의 입맛에 맞게 나를 바꾸거나 ‘대화 좀 하자’는 식으로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애쓴다. 결국, 우리는 혼자가 되거나,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타고난 욕망은 우리 삶에 지속해서 영향을 준다.
그런데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되면 행복할까? 인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원만하고 폭넓은 인간관계의 척도를 SNS상의 ‘좋아요’ 수치나, 자신에 대한 언급 즉 ‘태그’를 통해 증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정을 받아야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 저당 잡힌 인생을 사는 셈이다. 저자는 인기를 ‘지위(status)’와 ‘호감(likeability)’으로 나누어 인기의 속성을 분석한다. 지위형 인기는 누구나 원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호감형 인기는 상대방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게 만든다. 호감은 함께 하면 즐겁거나 친근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저자는 호감형 인기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지위형 인기를 선호한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높은 지위를 가졌거나 영향력이 높은 사람을 보기만 해도 뇌의 보상 중추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지위형) 인기를 향한 욕망을 조절하기는커녕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답답해하며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이 인기 없는 이유를 남 탓으로 돌린다. 상대방을 손쉽게 통제할 정도로 지위를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서열화한다. ‘인간관계의 서열화’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과도하게 지위를 통해 자기 존재 증명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들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불쾌감을 주는지 깨닫지 못한다.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뇌는 타인을 우등하거나 열등한 존재로 분류한다.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호감’이다. 인간관계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혼자 끙끙 고민하는 대신 이 책을 읽어보자. 어떤 유형의 인기를 추구했는지, 호감을 얻는 데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에 따라 어떻게 삶이 변화했는지 추적한 연구 결과는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기의 강력한 영향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알려준다. 블로그와 SNS은 갈등과 변화 대신 안정과 평안만을 갈구하는,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다. 이 속에서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을 받을 때 삶 전체가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느끼고,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은 불행하고 살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친구’와 ‘추종자’만 남아 있는 거울로 이루어진 온라인 공간은 우리의 뇌를 취하게 한다. 과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 Trivia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02/pimg_7365531662039659.png)
리뷰 제목은 타니가와 니코(谷川ニコ)의 만화 제목에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