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품절이고 작가는 다음 작품을 안내고. 너무 잔인하다고들 생각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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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쉬 2011-06-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오

다락방 2011-06-28 13:47   좋아요 0 | URL
전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moonnight 2011-06-2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이 책 굉장히 좋으셨나봐요. +_+;

다락방 2011-06-28 13:47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좋았어요, 문나잇님. 품절이 아니라면 여기저기 선물하고 싶은데 말이죠. 흑 ㅜㅡ

관찰자 2013-01-29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책장을 열고 맥도널드 장면부터 좋아지기 시작했었는데요.ㅠㅠ
온라인 서점에 접속하면 습관적으로 검색해 보는 작가들이 있는데,
'수키 김'도 그중 한 사람.
근데.
책, 어지간히도 안 써요.
완전 짜증 지대로.ㅠㅠ
 
헌사(獻辭)

 

'나보코프'의 『절망』을 가방에 넣고 외출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그 당시, 나는 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이 책을 챙겨 가면서도 내가 읽지는 못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나는 많은 시간을 멍하니 보낼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지하철 안,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첫장을 넘겼을 때, 나는 이런 문장을 보았다.  

 

 
나의 아내에게 바친다 


  

 

흰 여백에 쓰여진 단 한줄의 헌사. 간결한 단 한줄의, 단 한명에 대한 헌사는 언제나 내 마음을 흔든다. 마음이 술렁술렁. 나는 이 단 한줄이 좋아서 아주 잠깐동안, 이 문장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좋구나.   



 

나보코프가 아내에게 바쳤다면, 수키 김과 사샤 스타니시치는 부모님께 바쳤다. 

 

 

수키 김의 『통역사』에는 이렇게 써있다. 

부모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 

 

사샤 스타니시치의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에는 이렇게 써있다. 

나의 부모님께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에서 니콜 크라우스는, 자신의 남편과 조부모님께 책을 바쳤다. 나는 그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 보다는 이런 소설을 써서 그것을 남편에게 바칠 수 있다는 것이 몹시 부럽다. 그러니까 그녀의 남편이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는 것이. 아, 나도 그에게 바치고 싶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사는것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사라지는 것의 반대를 가르쳐주신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그리고 내 인생 조너선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미셸 깽의 『처절한 정원』은 책의 내용과 일치하는 헌사가 쓰여져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으며 광부였던 할아버지와
레지스탕스 요원이었으며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두 분은 나에게 공포에 대한 기억의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또한 두 분은 역사의 흑백논리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나에게 독일어를 배우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베르나르 비키에게도 이 책을 바치고자 합니다. 

 

 

만약 내가 책을 쓰게 되고 그리고 책의 제일 앞장에 헌사를 넣게된다면, 나는, 가족을 넣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가족이 아닌 타인을 넣고 싶다. 가족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고 어쩔 수 없는 이름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책에 넣는 헌사에까지 가족을 넣고 싶지는 않다. 내가 쓴 책이고 내가 쓴 글이라면, 그것은 온전히 내 마음대로 내가 주고 싶은 사람,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주고 싶다. 그러나 나는 헌사에 '바친다' 혹은 '바칩니다' 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고 가장 간단하며 바로 이것이다 싶은 헌사는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에 쓰여진 헌사이다. 

 

 

리사에게 

 

나는 리사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에게 리사는 이 책에 헌사로 쓰여질 단 하나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리사는 그의 아내이거나 그의 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한들 그는 '아내에게' 라든가 '딸에게' 라는 이름을 대신하는 위치를 넣지 않았다. 그는 그저 리사에게, 라고 했다. 나는 이런식의 헌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 단 한명의 이름을 넣는것. 상대의 포지션을 넣는게 아니라 이름을 넣는 것.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그의 소설 『바람의 그림자』의 헌사에, 이름을 넣었지만 수식어를 함께 넣었다.  

 

 

보다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조안 라몬 플라나스를 위해 



'보다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이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참 매력적이지만 이름을 간결하게 넣는쪽이 내게는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름만 넣으면 그 이름 앞에는 아주 많은 수식어들의 가능성들이 열려있으니까. 

 

 

조너선 프랜즌은 그의 소설 『자유』에서 내가 원하는 형식 그대로 이름만을 간결하게 넣었다. 

 

 

수전 골롬브와 조너선 갈라시에게 



그러나 두명의 이름이 들어가있다. 수전 골롬브와 조너선 갈라시. 이 책은 미국 내 판매 100만부를 돌파했다고 하며 전 세계 34개국에 판권 계약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전 골롬브와 조너선 갈라시는 전 세계에 걸쳐 자신의 이름을 한번씩 읽히게 된다. 자랑스럽고 뿌듯하기도 할 것이다. 이런책이 나에게 바쳐졌어, 내가 수전 골롬브야. 왜 두명일까, 이 둘은 조너선 프랜즌과 무슨 관계일까? 형제도 아닌것 같고 자녀도 아닌 것 같은데. 수전 골롬브와 조너선 갈라시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은 조너선 프랜즌과 어떤 관계일까? 어떤 사이길래, 어떤 감정으로 교감을 나누었길래 미국내에서만 100만부를 돌파하고 여기 대한민국에 사는 내가 읽기도 하는 이 책에 이름이 쓰여지게 됐을까? 이 책을 펼쳐 제일 앞장, 흰 여백에 자신들의 이름이 쓰여진걸 확인한 순간 그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울었을까? 가슴이 벅찼을까? 

 

 

'필립 베송'의 『포기의 순간』의 헌사는 독특하다.  

 

 

경계를 넘은 이들을 추억하며 

 

책을 읽기 전에는 이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 지를 알 수가 없다. 경계를 넘었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 헌사는 그저 아름다운 문장에 지나지 않는걸까? 그러나 책을 다 읽고 이 헌사를 다시 마주하면, 아,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어쩌면 이 책속의 주인공들 같은 인물들을 필립 베송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이 헌사를 다시 보면 이 문장이 얼마나 애틋하게 느껴지는지.

  

위에도 언급했듯이, 내가 쓰고 싶은 헌사는 '리사에게' 같은 헌사이다. 나는 그 한문장으로 모든게 충분하다고 믿는다.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단 한줄로 넣는 순간 이미 나와 그 사람 사이에는 어떤것들이 오고갔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아마 상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헌사가 쓰여졌던 책을이 어떤 것들이었지, 하고 책장 앞에 서서 기억을 더듬어 꺼내보다가, 문득, '안토니오 수잔 바이어트'의 『소유』의 헌사는 누구 앞으로 되어있는지 궁금해졌다. 어쩐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책장을 열었을 때 그 책속에 헌사는 없었다. 내가 내 책장들에 꽂혀있는 책들 속에서 내 이름이 쓰여지길 원하는책이 있다면, 내가 헌사를 받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것은 『소유』이다.  

 

내가 가진건 왼쪽의 구판인데 개정판이 나오면서 설마 없던 헌사가 들어가있진 않겠지.

  

 

   
 
"네 이모님한테 말 좀 전해 주려무나. 네가 어느 시인을 만났는데, 그 아저씨가 사실은 무정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찾고 있다가 너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며, 이젠 새로운 곳의 숲과 초원을 찾아 떠나는 중이라고 말이다."(「소유」, 하권, P.536) 
 
   

  

오늘 아침 출근준비를 하고 있을 때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는 Karina 의 Slow Motion 이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리고 있고,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을 했다. 아직 커피는 마시지 않았다.

  

추가: 

『소유』의 구판에도 헌사가 있었다. 브론테님이 댓글로 적어주신 '이소벨 암스트롱을 위하여' 라고. 다만 표지를 펼치면 다른글이 먼저 나오고 또 그 책장을 넘겨야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니다. 내가 어째서, 어떻게, 왜 놓쳤을까. 조너선 사프런 포어가 그의 아내 니콜에게 바친 헌사를. B님이 제보해주셨고, 집에 와서 찾아와 보았다. 무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헌사. 젠장.  

 

 

 

 

니콜
내 아름다운 여신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For
NICOLE,
my idea of beautiful
 

 

 

 

 

 

 

 

하아-  

나의 마음은 황무지 차가운 바람만 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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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 <소유>에는 "이소벨 암스트롱을 위하여"란 헌사가 들어가 있네요 ^^

다락방 2011-06-27 10:06   좋아요 0 | URL
그럼 제가 될 수 없겠군요. orz
구판에는 없었는데 제가 책장을 잘못 넘긴걸까요? 집에 가서 다시 넘겨봐야 겠어요. 소유의 헌사를 받는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일 것 같아요.

네꼬 2011-06-27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트위터에 이 글이 링크되었는데, 멘션에서 "다락방님"이란 글자를 읽는데 왜 내가 으쓱하고 뭉클한 거예요? 응? (나 연예인 누구랑 친하다! 하는 기분?) 아 좋아.

다락방 2011-06-27 10:13   좋아요 0 | URL
흥! 뭐 그정도를 가지고. 별 거 아니에요. 흥. (한껏 으쓱하며 잘난척한다)

레와 2011-06-27 10:18   좋아요 0 | URL
네꼬님, 미투!!! ㅎㅎ

다락방 2011-06-27 10:21   좋아요 0 | URL
레와님도 참. 진짜 뭐 이정도 가지고 그래요. 이게 뭐 별거라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치니 2011-06-27 11:48   좋아요 0 | URL
미투, 나는 페이스북에서도 봤음! ㅎㅎ

다락방 2011-06-27 12:40   좋아요 0 | URL
아이, 치니님도 참. 왜들 이러세요. 저 다락방이에요. 움화화화화화화화홧(하늘높은 줄 모른다)

레와 2011-06-2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결한 한줄의 문장도 좋고, 이름만 들어간 헌사도 좋고 난 다 좋아요.
이 책 한권이 날 위한 것이라니.. 엄청 근사하잖아요!!

다락방 2011-06-27 10:21   좋아요 0 | URL
그쵸, 근사하죠? 게다가 그 책이 정말 멋진 책이라면(소유라든가, 포기의 순간이라든가)얼마나 더 근사할까요. 최고일거에요, 그 기분은. 어휴..생각만해도 벅차요. ㅠㅠ

루쉰P 2011-06-2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멋지네요. 전 헌사는 그냥 지나쳤거든요. 근데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며 헌사라는 것이 꽤 매력적이구나 하는 생각이들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은 만약 헌사를 쓰게 될 기회가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꼭 넣을꺼에요!! 반드시요!! 다락방님이 조금 싫어하시는 월요일이에요. ^^;
커피 한 잔 드시며 여유를 가지시기를...저는 닭도리탕 해 먹고 있어요. 혼자서 월요일의 여유죠..푸하하하!

다락방 2011-06-27 12:41   좋아요 0 | URL
밥도 먹었고 커피도 마신 점심을 막 보내고 있습니다. 문득 책상위를 보니 참.. 한숨이 나네요. 너무 지저분해서. 이것들을 다 어떻게 치우고 정리하나 싶어서 말입니다.
전 오후에 쵸코하임 먹을거에요. 하하하하

네, 루쉰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으세요. 그러나 넣기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섣불리 넣지 마시구요. 왜냐하면 이미 인쇄되어 세상에 뿌려진 책들은 아주 오랜시간 남아있으니까요. 아주아주 오래요. 그 오랜시간동안 그 책속에 인쇄된 이름은 지울 수 없어요.

야클 2011-06-2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못쓰는 저는 매달 주는(바치는) 현금봉투에 아내에 대한 헌사를 항상 바꿔가며 쓰지요.
예를 들면,

" 무슨 조화인지 날이 갈수록 더 예뻐져가는 XX에게 꽈자값을 드립니다 " 같은. ^^

다락방 2011-06-27 12:58   좋아요 0 | URL
오. 그런 봉투라면 헌사 없이도 이미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겠는걸요!! ㅎㅎㅎㅎ

레와 2011-06-27 13:46   좋아요 0 | URL
역시, 야클님은 멋쪄요! 꽈자라니, 까오~

야클 2011-06-27 13:53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 역시 봉투는 겉 보다 속이 중요한듯. ^^

다락방 2011-06-28 08:22   좋아요 0 | URL
속이 꽉 찼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ㅎㅎ

blanca 2011-06-2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헌사 읽으면 왠지 가슴이 뭉클하더라구요. 그리고 항상 이름만 있는 헌사에서 그 이름을 가진 이는 누구일까? 궁금해요. 그런 간단명료한 헌사가 항상 궁금하고 부러웠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다락방 2011-06-28 08:23   좋아요 0 | URL
저 어젯밤에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헌사를 보고 부르르 떨었어요. 니콜이 너무 부러워서 주저앉을 지경이었어요. 하아- 저도 니콜이 부러워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니콜
내 아름다운 여신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ㅠㅠ

moonnight 2011-06-2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요. 관계를 밝히지 않은 헌사와 마주하면 생각하게 돼요. 이 사람은 누구였을까. 작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헌사를 쓴 걸까. 이러면서 괜히 애틋해지는데. 다락방님께서 꼭 집어주시네요. ^^

다락방 2011-06-28 08:2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문나잇님. 아내나 부모라는 누구나 추측하기 쉬운 관계 말고 단순히 이름만이 적혀있을 때 거기에 더 관심이 가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일까, 하고 말이지요. 이름을 넣고 싶어요, 저도. 만약 제게 그런일이..생긴다면요. 하하하하 ㅠㅠ

얼룩말 2011-06-2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사에게..
짱!^^

다락방 2011-06-28 08:25   좋아요 0 | URL
근사하죠? 저 책도 엄청나게 매력적이에요. 제목도 무려 [매혹] 아닙니까!

마노아 2011-06-2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에는 누구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자주 나오는데 보통 작가의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음반에도 땡스투~라던가 스페셜 땡스 투~이런 이름이 곧잘 나오죠.
그런 자리에 올려진 단 하나의 이름이 내가 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무척 벅찬 걸요.
하지만 역시 먼댓글 연결된 타인의 삶의 헌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다락방 2011-06-28 08:26   좋아요 0 | URL
엄마나 아빠가 본인의 아이들에게 바친다는 건 너무 당연해 보여서 그러니까 음, 좀 특별하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물론 그림책이라든가 동화책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당연히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겠지만, 부모와 자식으로 엮이는 일은 살다보면 엄청나게 많은데 만약 제가 그 입장이 된다면 그때만큼은 누구의 엄마나 누구의 자식이라기 보다는 나라는 인간 자체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기분이거든요. 글쎄요, 막상 그런일이 생긴다면 제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타인의 삶의 헌사는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헌사죠. 저도 엄청나게 좋았더랬습니다.

잘잘라 2011-06-2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1-06-28 08:27   좋아요 0 | URL
제가 왜 멋집니까. 저 헌사를 쓴 작가들도, 저 헌사를 받은이들도 제가 아닌걸요. orz

새초롬너구리 2011-06-2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갑자기 예전에 본 영화마냥 눈앞에 장면들이 떠올라요.

미녀:(바에 앉아 조용히 술을 마신다)
바텐더:(컵을 닦다가 그녀쪽을 보고) 저...혹시 작가인 #$%$#%$아니신가요?
미녀:(아 조용하게 먹긴 글렀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며) 네, 맞아요.
바텐더:최근작 #%$#%^를 정말 잘 봤어요. 그래서 기억해요.
미녀:네
바텐더;근데 혹시 헌사를 바친 #%$#%는 누군가요? 정말 궁금해서요.
미녀:딴여자랑 바람이 나서 통장,집,별장까지 다 소송비용으로 날리게 한 전남편이예요.
바텐더:(당황하여 얼었다)
미녀:책을 쓸때만해도 책과 함께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람이 어느순간 세상 모든 것을 줘서라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을때에도 여전히 그 헌사를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엿같은지 아나요?

음, 비가 와서 그런가. 우울한 너구리였어요~



밥이좋다 2011-06-27 23:08   좋아요 0 | URL
멋진걸요

다락방 2011-06-28 08:29   좋아요 0 | URL
새초롬너구리님 ㅠㅠ 울고싶네요 ㅠㅠ
제가 저 위에 어제 루쉰p님의 댓글에도 달았지만 책은 한순간 없어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단 하나의 이름을 올릴때 생각을 깊게 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생각을 깊게 했다고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리고 그때는 확신을 가졌겠지만, 책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또 사랑을 고백하는 것도, 그 모든것들이

시간이 지나도 내가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이 일을 꼭 해야만 하겠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뒤에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밥이좋다님, 전 현실은 잔인하다는 생각밖에 들질 않아요. 흑 ㅜㅜ

starover 2011-06-27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보다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조안 라몬 플라나스를 위해'와 '경계를 넘은 이들을 추억하며'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다락방 2011-06-28 08:30   좋아요 0 | URL
이프리트님, '보다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이라는 수식어는 그 수식어 자체로도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사랑하는' 이라든가 '내 전부인' 이라든가 '아름다운' 이라는 수식어는 뻔하고 흔하고 식상한데 '보다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는' 이라니, 작가는 괜히 작가가 아니구나 싶어요. 그런 수식어는 듣는 사람을 꽤 기분좋게 만들어줄게 틀림 없어요.

경계를 넘은 이들을 추억하며, 라는 헌사가 쓰여진 [포기의 순간]은 헌사만큼이나 책도 아름답습니다.

비로그인 2011-06-2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또 추천수 100을 찍어 봅시다아~ ^^

헌사도 글도 멋집니다.

다락방 2011-06-28 08:31   좋아요 0 | URL
100은 무리겠어요, 바람결님. 욕심입니다. 하하

헌사는 거창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도 멋질 수 있는 문장인 것 같아요.
:)

꼬마요정 2011-06-2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사에게.. 저도 한 표!^^

다락방 2011-06-28 08:32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요.

리사에게
간결한 단 한줄.

2011-06-2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8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8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8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07-0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전부일지도 모를, 단 한 문장 - 이 제목에 끌려 들어왔어요. 맘에 들어서요^^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1-07-01 14:33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언제나 책이 이겼다. 원작이 있는데 책으로 만들어지면 어쩔 수 없다. 무조건 책이다. 책이 담고 있는 걸 두시간짜리 필름에 제대로 다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나의 상상력이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속의 남자 주인공은 가장 환상적이고, 책 속의 섹스는 화면보다 더 에로틱하다.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그 모든것들은 영화속에서 결코 따라올 수가 없다. 그것이 너무 좋은 책이 영화화 됐을 때 영화를 보려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걸 깨버릴까봐. 가장 좋아하는 남자와는 사귈 수 없고, 가장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책은, 며칠 후 다시 언급할 것 같지만, 정말 좋았다. 영화는 내 기대를 채우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건 어쩔 수 없는거니까. 그래, 결말의 먹먹함 같은건 영화가 표현해주진 않았다. 책으로 읽는 결말은 얼마나 아팠다고. 그런데,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아주 많이. 미치게 좋았다. 

 

영화속에서 남자는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을 맞닥뜨린다. 아프고 슬프다. 그리고 힘들다. 술에 취해 엉망이 되고 나때문일까 하는 자책에 빠진다. 그런데 그는 자기 자신의 슬픔을 미처 돌볼 겨를이 없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엉망이 된 얼굴, 엉망이 된 머리, 엉망이 된 머릿속, 엉망이 된 그의 마음. 그러나 그가 법정에 들어설 때에는 다시 양복을 차려입고 머리를 곱게 빗고 표정을 감춘 후다.  

매튜 맥커너히가 이걸 너무 잘해줬다. 이 장면을. 그토록 힘든데 그것들을 몸소 겪어내는 감정을 그가 너무 잘 연기해줬다. 나는 영화에서는 모든 사건과 모든 감정의 표현들이 책만큼을 해주지 못할거라고 믿는쪽이었는데, 매튜 맥커너히가 미키 할러가 되어서 슬픔과 고통을 표현하는 그 장면이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미키 할러를 보면서 아 얼마나 힘들까 하고 안타까워져서, 나는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  

자신의 슬픔에 풍덩 빠져있어서 자신을 돌보기조차 힘든데 보통날과 다름없이 일을 해야한다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고, 또 어김없이 끔찍하다. 그럴때 일을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테면 실연을 당했을 때 실연휴가를 쓸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연한 후에도 출근을 하고 업무를 보고 퇴근을 한다는 것은 끔찍하다. 나는 어느 날 오전 업무상의 전화를 받고 내 마음을 제대로 추스리지 못해서, 그게 너무 힘이 들어서, 오후에 통화합시다 내가 전화할게요,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 업무상의 전화를 그렇게 받았던 것은 그때가 유일하다. 상사가 자리를 비우고 동료 직원도 자리를 비우고 잠깐동안 내가 혼자가 된 그 틈을 타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자리에 앉아서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멍하니 허공을 보고 멍하니 의미없는 낙서들을 하는게 다였다. 끊임없이 업무상의 통화를 해야 하고, 상사가 언제 뭘 물을지 몰라 아는 정보를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어야 하고 이런 모든것들을 실연한 후에도 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지독하지 않은가. 그러니 너 지금 실연으로 마음이 아프고 힘들지, 그렇다면 쉬어, 라고 하는 실연휴가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는 생리휴가도 눈치 보여 쓰기 힘든 경우가 많다. 실연휴가는 아마도 다른 이유로 쓰지 못할 것 같다. 실연휴가 낼게요, 라고 휴가계를 내는 순간 내가 실연했음을 모두에게 알리게 되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밝혀야 하니까. 그건 더 끔찍하지 않은가. 실연휴가가 있어도 아마 사용하지 못하지 않을까. 나에게 마치 그런일은 없었던 것처럼.  

그렇지만 실연을 하고, 친구를 잃고, 부모님이 아프고, 그 외의 모든 마음이 심하게 다치는  일들에 대해서는 회복할 수 있을때까지, 아니면 최소한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수 있을 때까지 만이라도 업무에서 물러나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서 또 좋았던 건,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가, 친구를 잃고 아파하는 남자를 보며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이다. 나는 그 장면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보는 일. 힘들어하고 자책을 하며 괴로워하는 남자를 보는 여자도 충분히 아파하고 있다는 걸 이 영화속에서 그 짧은 시간동안에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봤다. 그 장면이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고통을 보며 아파하는 그녀를.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가야했을 때 내가 울었던 건,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를 잃은 친구가 힘들어 할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고통과 괴로움을 견뎌내고 있는 친구를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본다는 건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런건, 내가 견딜 수 없는 몇가지 일들중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의 결말은 너무 모든걸 매끄럽게 처리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잘 이해됐을까 싶기도 해서 전체적으로 이 영화를 썩 훌륭한 영화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나는 몇몇 장면들 때문에 이 영화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새벽 두시 오십분인데 커피를 내렸다. 나 원 참. 나는 이러고 있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아주 많이 퍼붓다가 조금내리다가 했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아마 내일도 오겠지. 

비, 오든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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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1-06-26 0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세시 반인데, 커피는 다 드셨어요?

다락방 2011-06-26 20:55   좋아요 0 | URL
커피는 다 마시고 잤습니다. 하하하하. 일요일 밤이에요. ㅜㅡ

프레이야 2011-06-26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면에서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는 충분히 훌륭했어요.
실연휴가와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내야하는 것의 고통, 공감이에요.^^
다락방님 여기도 어제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요. 장맛비니까^^
지금도 빗소리 자자작거리는 아침, 조용하네요.
오늘 늦잠도 좀 자고 푹 쉬세요.^^

다락방 2011-06-26 20:56   좋아요 0 | URL
매튜 맥커너히는 그동안 로맨틱 코메디에만 나오는 외모 근사한 배우, 정도로만 제게 인식되어져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서는 많이 달라졌어요. 프레이야님 말씀대로 충분히 그는 연기를 잘해줬어요. 고마울 정도였다니까요. 냉소적이고 비열한 캐릭터도, 그리고 상처받은 캐릭터도 그는 충분히 잘 소화해냈습니다.

늦잠도 잤고 널부러져 있었어요.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인데 하나도 하지 못했어요. 부끄러운 게으름. 그런 가운데 또 일요일밤이 닥쳐왔습니다. ㅜㅡ

Forgettable. 2011-06-26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토익보러가여 ㅠㅠ 알람 네개 맞췄어요 ㅠㅠ 이런 일상 ㅠㅠ (어쩐지 땡깡부리는 초딩댓글이다)

다락방 2011-06-26 20:56   좋아요 0 | URL
땡깡부리는 초딩 ㅎㅎㅎㅎㅎ
리스닝 공부, 더 하세요!!

hnine 2011-06-2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흘 내리 퍼붓던 비가 오늘 새벽 잠시 멈췄습니다.
저 컵의 그림처럼 우산마저 다 날라가버릴 비바람이었어요.
제목이 너무 드라이 해서 별로 볼 생각을 안하고 있던 영화인데.
실연한 후에도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사는게 그렇지요. 제목, 좋습니다.

다락방 2011-06-26 20:58   좋아요 0 | URL
영화속에서 친구의 죽음을 맞닥뜨리고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는 주인공을 보자니, 힘들면서도 회사에 출근하고 어쩔 수 없이 일을 해내야 하는 제 자신이 겹쳐지더라구요. 그럴때가 힘든 것 같아요. 어느 TV 광고처럼 이제는 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아파도 아프지 않은척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일상을 살아야 하는 그런때요. 다들 그런일들을 어떻게들 견뎌내고 있는지, 세상의 모든 보통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제가 휴가를 주고 싶습니다. 그들 모두에게요.

마노아 2011-06-2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쏘우 쿨한 마지막 반응! 어제는 돌아가는 길에 우동 안 먹었어요?
새벽에 커피 마셔도 잠은 잘 오나요?
난 요새 불면증이에요.
좀체 잠이 오질 않아요. 뒤척이며 뒤척이며 꿈만 무성해요. 꿈에서 여름 휴가를 떠나려고 짐을 쌌어요.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무척 다급한 마음이었어요.

다락방 2011-06-26 20:59   좋아요 0 | URL
새벽에 커피 마셔도 잠은 잘 오더군요, 마노아님. 늦은 새벽이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늦게 자면 다음날이 너무나 고단해요. 늦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고 말이지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동을 먹지는 않았어요. 따뜻한게 몹시 간절했는데 모든게 다 귀찮고 부질없이 느껴졌어요.
저는 꿈에서 간절히 원하던 것을, 그러나 간절히 원한다고 결코 말할수는 어떤 소식을 들었어요. 눈을 뜨고 나서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한참을 생각했답니다.

치니 2011-06-2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감성적인 글에 홀딱 깨는 현실적인 댓글이지만...실연휴가라고 이름 붙이지 않고, 그냥 '이유 없는' 휴가가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휴가계에 사유를 적지 않아도 되는, 당당하게 나만의 이유가 있지만 말할 수 없어서 휴가를 쓴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 기준은 누가 봐도 공명정대하게 세울 가능성이 턱없이 부족하죠. ㅠ

다락방 2011-06-26 21:01   좋아요 0 | URL
치니님, 중소기업에서는 아무리 연차와 월차 생휴가 보장되어 있으도 쓰기에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요. 위에서는 내가 언제 쓰지 말라고 했냐, 라고들 하지만 막상 내가 하루 안나오면 그 일들을 동료들이 할게 뻔하니까요. 나는 눈치 주지 않아, 라고 하지만 모두들 눈칫밥 먹으며 살고 있지 않습니까. 실연휴가라니, 당치도 않지요. 그런데 때때로, 정말 가혹하게 느껴져요. 일상이.

turnleft 2011-06-26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느끼지만, 다락방님은 책에서든 영화에서든 캐릭터들을 참 잘 읽어내요. 저는 서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영화 별로였다고 말할텐데 말이죠.
(컵이 이뻐요 ㅋ)

다락방 2011-06-26 21:04   좋아요 0 | URL
컵 이쁘죠? ㅎㅎㅎㅎㅎ
음, 저는 아마도 그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 보다는 그들이라는 인간 자체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봐요. 개인적으로는 실제 제 주변인물들에 대해서 아주 무심하고 냉정한 편인데, 그래서 욕도 많이 들어먹는데, 책이나 영화속의 주인공한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것 같아요. 전 가끔 제 마음에 어떤 장애가 있는건 아닌가 싶어지기도 해요.

건조기후 2011-06-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연휴가... 전 또 페이퍼에 어울리지도 않는 멋대가리 없는 생각이 떠올라서 자책하고 있어요. ; 말 안 해야지 ;;
태풍과 어울리는 컵이네요. 메아리컵 ㅎㅎㅎ

다락방 2011-06-26 21:06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 저는 건조기후님께 할 말이 아주 많을 것도 같고 어쩌면 아주 없을것도 같습니다. 건조기후님은 지금의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세요. 우리는 혹여 나중에 공원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게 되면,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때 많은 이야기를 합시다. 아니면 진탕 취하거나. ㅎㅎ

블루데이지 2011-06-27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영화가 맘에 들게끔 하는 몇몇 장면 보러 갑니다....
책과 영화를 소개해주신 다락방님과 마노아님께 ...꾸벅~~ 인사드려요!!
모처럼 친구들 앞에서 아는 척 좀 했어요~ㅋㅋ

다락방 2011-06-27 10:06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책이 훨씬 더 재미있어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본 제 주변인들 모두 영화는 못미친다고들 말하더라구요. 제 남동생은 영화가 완전 별로였대요. 그런데 저는 몇몇 장면이 괜찮으면 영화를 다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하핫

... 2011-06-27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를 보러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중이었거든요. 이제 결심했어요, 보러가기로!

다락방 2011-06-27 10:10   좋아요 0 | URL
전 매튜 맥커너히가 막 좋아지는 바람에 ㅠㅠ
근데 영화에서의 결말은 책에서의 결말처럼 먹먹하지가 않아요. 갑자기 맥이 탁 풀려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전 좋았습니다!!

레와 2011-06-27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키 할러역으로 매튜 맥커너히는 정말 좋았어요. 인정.


나는 힘든일이 있을때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일에 푹 파묻혀서 힘든일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미친듯이 바빴으면 좋겠더라구요. 그렇지 않으면 생각의 늪에 빠져 죽어버릴지도 몰라서..


다락방 2011-06-27 10:11   좋아요 0 | URL
책을 처음 읽을때는 매튜 맥커너히가 안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중간쯤부터는 오, 그라면 잘 할 수도 있겠다, 괜찮네, 싶어지는 거에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정말 딱이었어요. 연기를 엄청 잘해줬어요. 대체 그동안 왜 로맨틱 코메디만 찍었던 걸까요?

네, 맞아요. 힘든일이 있을 때 일이 더 많은쪽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쩌면 회사를 다니고 있고 매일 어딘가에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버텨지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도 해요. 안그러면 한없이 한없이 나락으로 추락할테니까요.

네꼬 2011-06-2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에서 봤어요, 이 영화. 몹시 피곤했기 때문에 난 분명 잠들 줄 알았는데, 아주 집중해서 보아 버렸고 심지어 좋았어요. 있죠, 다음날까지도 그 다음날까지도 생각이 났어요. 그게 왜일까 생각했는데, 다락님 말 보니까 알 것 같아요. 나도 그런 적 있어요. 얼마 전까지도 그랬어요. 회사 책상 앞에서 광고 문구를 쓰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거든요. 회사에 나오는 게 나은지, 집에 혼자 있는 게 나은지 알 수 없었지요. 그런 거였군요. 다락님은 놀라워라.

다락방 2011-06-27 13:00   좋아요 0 | URL
미치겠더라구요, 네꼬님. 나는 지금 마음이 지옥인데 그 지옥과 상관없이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다는게 말이죠. 그렇다고 업무상의 전화들마다 그리고 같은 사무실의 모두에게 나 지금 이러저러해서 지옥을 겪고 있으니 나 건드리지 마시오, 라고 말할 수도 없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약속을 만들지 않는거였어요. 차마 친구들을 만나서 깔깔대고 웃는 것 까지는 못하겠더라구요. 퇴근을 하면 온전히 혼자가 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어요. 일상을 사는 건 정말 힘들어요, 네꼬님. 가장 힘든일인 것 같아요.

moonnight 2011-06-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커너히 연기 칭찬 많이들 하더군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예전에 어떤 미국인과 얘기하다가 영화얘기가 나왔는데 제가 매튜 매커너히 라고 또박또박-_- 얘기했더니 정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서 상당히 민망했어요. 원어민발음은 어떤 걸까요? -_-a

수년전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있었는데 저랑 같은 방을 썼어요. 저보다 많이 어린 아이라 나름 귀여워했었는데 이 친구는 실연을 하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굉장한 영향을 줬어요. 출근은 했는데 일은 하지 않고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려서 훌쩍거리고,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_-; 막내인데도 보스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결국 내보내게 되었죠. 아무리 힘들어도 프로인데 일에 영향을 미치면 되나. 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가끔은 그 아이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나도 다른 사람들 눈치보지 않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 이러면서요. ^^;

다락방님도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티내지 않으려고 애쓰실 거 같아요. 가장 힘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애써 지으며 일상을 유지하는 것. 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해요. (왠지 울컥;)

다락방 2011-06-27 13:08   좋아요 0 | URL
저도 들어보고 싶어요. 원어민의 발음으로 그 이름은 어떻게 불리는지! 대체 왜 또박또박 발음한걸 못알아듣는거죠? 네? 네? 흥!!

저도 어떤면에서는 문나잇님 직장 동료처럼 그런 사람이 부럽기는 해요. 최소한 그렇게 티를 내면 다들 나를 건드리지는 못하고 봐줄테니까요. 그렇지만 사실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짜증나잖아요. 일터인데 그렇게 자기 감정 주체하지 못하고 철푸덕 거리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잖아요. 설사 업무적으로 겹치지 않고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해도 신경이 쓰이고. 나는 나 때문에 누군가가 신경을 쓰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문나잇님이 보신것처럼 전 직장에서도 티를 내지 않고 집에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죠. 그래봤자 예민한 구성원들은 잡아내긴 하지만. 저는 알라딘 활동도 그래요, 문나잇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같은 페이퍼를 쓰죠. 나에겐 늘 아무일도 없다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강한 여자로 인식되고 싶은가봐요. 문나잇님. 가장 힘든 건 일상을 사는게 맞아요. 일상을 사는건 언제나 가장 힘들어요. 그 아무렇지도 않고 반복되는 삶을 그대로 유지해나가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 어제의 나와 같아 보인다는 것, 그럴때 본인의 속은 타들어가죠.

점심 드셨어요? 울컥하는 마음 추스리고 맛있는 것 드세요, 문나잇님.

blanca 2011-06-2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생각보다는 별로였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저는 결론을 못 보고 나와버렸답니다. 아이 유치원 시간 때문에요--;; 그런데 원작이 정말 좋은가 봐요. 다들 그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책과 영화가 비등하게 좋았던 경우는 <잉글리쉬페이션트>요!! 책 읽고도 너무 아름다워서 울고 영화보고도 그랬어요.

다락방 2011-06-27 17:5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전 원래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그려지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재미있게 읽어도 높게 평가하지 않는 편인데, 링컨차는 달랐어요. 제가 혹여 조만간 상반기 결산하는 페이퍼를 쓰게 된다면 링컨차는 반드시 다시 언급할 겁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블랑카님. 링컨차를 읽는 재미를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현실이었다면,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 여자들중 하나가 됐을 겁니다. 충분해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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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1-06-2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은 좋았군요!

다락방 2011-06-27 09:15   좋아요 0 | URL
네 좋았어요. 매튜 맥커너히 좋아할거에요. ㅠㅠ

moonnight 2011-06-2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봤는데, 다락방님이 좋으셨다니 꼭 봐야겠어요. 요즘은 영화보러 가는 것도 왜 이리 힘든지 -_ㅠ

다락방 2011-06-27 10:54   좋아요 0 | URL
매튜 맥커너히가 그간 로맨스 코메디에만 나와서 매력을 제대로 다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링컨차는 그가 아주 잘 만난 영화인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안면인식 장애가 있다. 뭐 이게 크게 부끄럽지는 않다. 물론 난감한 일은 많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는 얼굴을 기억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걸 제대로 못해서 동료직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점. 그러니까 누군가 방문하면 나는 동료 직원의 얼굴을 보고, 그 직원은 내게 입모양으로 누구라고 말해준다. 부끄럽다. 이 인식 장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작동하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나는 연애하는 남자의 얼굴도 만나기 직전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심각한건, 첫키스 상대에 대해서인데, 정말 미안하게도 그의 얼굴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헤어스타일도, 얼굴 형태도.. 미안한데, 이름도 생각안난다. 참 이상도 하지. 그날 했던 대화와 장소 손짓과 몸짓 날씨까지 다 생각나는데 그 남자의 얼굴과 이름만이 까맣다. 그래서 나는 두렵다. 혹시라도 길을 걷다 우연히 첫키스 상대를 만났는데 그가 내게 아는척을 해오고, 나는 그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그래서 내가 누구시더라? 라고 했을 때 이름을 말할까봐. 이름을 말해도 내가 기억을 못해서 저 기억이 잘..이라고 했을 때 너 나랑 첫키스 했잖아, 라고 할까봐. 아, 생각만 하도 끔찍하다. 젠장. 내가 주책이지, 그것이 첫키스라고 왜 말했을까. 머저리.  

나는 여자사람 친구도 오랜만에 만나면서 알아보지 못했었다. 모르는 여자에게 가서 반갑다고 어깨를 친 것. 그 여자 옆에는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서있었는데,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온 줄 알았다. 여자가 계속 나를 모른척 하길래 너 왜이래, 하면서 큰소리까지 쳤는데 그때 그 여자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이여자 미쳤나봐.." 

orz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고 잠시후에 내 친구가 도착해서 여기서 뭐하냐고 해서 그 여자한테 죄송합니다 하고 돌아섰다.

안면인식 장애라는 단어를 뒤늦게 알게되고 나는 그런 장애가 없다고 굳게 믿어오다가, 그리고 첫키스 상대를 기억 못하는건 심리적인 거라고 생각하다가, 오, 나는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 때문에 비로소 내가 그 장애가 있음을 인식했다. 

 

 

 

 

 

 

 

 

난 이 둘이 한명인줄 알았다. 나니아 연대기에 나온 하얀 마녀와 반지의 제왕의 요정이 같은 인물인줄 알았다. 그래서 이 여자는 이런 역을 즐겨하는군, 하고 말았더랬다. 그러다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고 나와서 동행이 그 둘이 닮았더군요, 하는데 나는 깔깔 웃으며 닮은게 아니라 분장을 잘한거죠. 한명이에요. 라고 거침없이 답한거다. 그럼 1인 2역이에요? 라고 묻는 동행에게 그렇다고 답했다. 대체 어디서 그런 근거없는 확신을...orz 동행은 그런 정보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나는 아마도 영화의 재미를 위해 비밀로 한게 아닐까요, 라고 말한거다. 머저리.. 그리고 그걸 확실히 해주기 위해 다음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나는 이 둘이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맙소사. 나 그렇게 잘난척 했는데..어쩌지. 

 

백화점에 가서 남성 향수를 구입할 일이 있었다. 나는 매장 직원에게 향수를 시향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 에단 호크가 광고하는 다이아몬드 향수요, 라고. 그러자 매장 직원은 아, 조쉬 하트넷이 광고하는 거요? 하는거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쉬..하트넷 이라고?  

 

 

 

 

 

 

 

 

 

 

난 이 둘이 따로 있으면 구분할 수 없다. ㅜㅜ 틸다 스윈튼과 케이트 블란쳇도 마찬가지. 언젠가 친구가 대화하다가 제시카 알바와 안젤리나 졸리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깔깔대며 비웃었던 적이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그런데 그 친구는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을 구분할 수 있었다. 아, 나란 인간은 정말. 

 

며칠전에 화창한 오전, 나는 길을 걸으면서 문득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한 영화 『블랙 스완』이 생각났다. 흑조로 변신해 완벽하게 춤을 추고 자랑스런 표정과 몸짓으로 무대 뒤로 들어가던 그 장면. 그때 뱅상 카셀에게 키스했었지. 하고 뱅상 카셀을 자연스레 떠올리는데, 아, 나는, 김갑수의 웃는 표정만 생각났다. 나에게 뱅상 카셀은 김갑수였다. 

 

 

 

 

 

 

 

 

 

 

 

 

 

나를 어쩌면 좋아. 나는 사람을 두번째와 세번째 만날때가 두렵다. 내가 알아보지 못할까봐. 나는 부디 상대가 먼저 나를 알아봐주기를 바란다. 나는 진짜로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건 내가 상대를 좋아하고 싫어하고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냥 나는 그런 장애를 가진 것 뿐이다. 나는 내가 얼굴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두렵다. 하아- 

문제는, 내 얼굴은 기억이 잘 되는 얼굴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 얼굴을 기억을 잘한다. 나는 기억을 못하는데 사람들이 잘해서 .. 당황스럽다. 특히 음식점 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환상의 기억력을 가지고 계신다. 그 기억력과 나의 얼굴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작렬하는데, 한두번 간 음식점 에서도 나를 알아보고 심지어 어느 자리에 앉았는지까지도 기억하는 것이다. 백화점 매장 직원들도 마찬가지. 지난번에 이 향수 시향하셨잖아요, 라고 아는척을 하는데 내게 그 직원은 낯.설.다. 미안할 따름이다..  

 

페이퍼에 두번이나 이름을 넣어줬건만 댓글 한번 달지 않는 임지규는 이제 무시하기로 했다. 역시 송편이 짱이다 싶어서 아까는 문득 검색창에 김석훈을 넣고 검색해봤다. 그러고보니 나는 일전에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관람했던 바, 김석훈을 실제로 본적이 있구나. 그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하하. 뭐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김석훈을 검색했는데, 오, 놀랍다. 그의 전공은 연극인데 특기가 발레와 현대무용이란다! 대체 이남자는 어떤 삶을 살았던 거지? 어떻게 발레와 현대무용을 하는거지? 전공은 연극이고? 아 멋져. 짱이네. 이런 남자라니..대단하다. 하버드 법대와 발레전공은 나의 로망인데..  

 

  

 

금요일밤에는 A,B,C 군을 만나기로 했는데 A,B 군과는 몇주전에 미리 약속을 잡아놓은 상황. C 군은 오늘 듣게 됐다. 넷이서 다같이 메신저로 대화를 하는데 C군에게 내가 그랬다. 야, 우리 넷이 만난다. 너 없을때 우리끼리 정했어, 라고. C군은 언제냐 물었고 금요일 밤이라 답했더니 황금시간대군, 이라고 답한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골든 타임에 골드 미스를 만나는군 

하하하하 나는 또 완전 뿜어가지고. 모두가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가 A 형(brother)은 피씨를 재부팅한다고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고, B 군은 전화통화를 하는 상황, 대화창에는 C 군과 나만 남았다. 내가 말했다. 

우리 둘 뿐이군. 

그러자 C 군이 말했다. 

두려워. 이럴때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들 돌아와 다시 대화를 하고 최종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니 C 군에게 말했다.  C군아, 이제 그만 나랑 결혼하자, 라고 말했더니 C군이 싫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C 군에게 다시 말했다. 

너 젊었을 때 나 좋아했잖아. 그때를 기억해봐. 

그러자 C 군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기엔 너무 돌아왔어요, 누나.

나는 또 말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내가 도와줄게. 

옆에서 B 군이 도와준다. 

그래, 이제 락방 누나한테 너 자신을 던져. 

ㅎㅎㅎㅎㅎㅎㅎ 나는 금요일밤, C 군에게 집에 들어갈 생각 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하하하. 애들(이라고 했지만 한명은 나보다 위)하고 대화하다가 너무 웃겨서 아, 니네는 정말 너무 또라이들이야. 라고 말하자 B군이 말했다. 

누나가 최고야. 누나가 늘 짱이었어. 또라이 짱.  

잠시후에 B 군이 C 군에게 너 락방누나랑 사랑해라, 라고 했더니 C군이 말했다. 

손 떠는 중....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어휴, 코맥 매카시 다음에 읽기에는 정말 적절하지 않은 책이다. 의욕은 앞서지만 너무나 뻔한 글들의 모음이랄까. 어떻게 이렇게 뻔할까 싶어서 리뷰들을 찾아보니 다들 좋다고 말한다. 오, 나 혼자 뻔하다고 생각하는구나. 뭐, 어쩔수 없지.  

다 읽고 덧붙인다. 마지막 두편의 단편은 뻔하지 않았을 뿐더러 꽤 좋기까지 했다.

 

 

 

 

 

앗. 내일 금요일인줄 알았는데 목요일이네 ㅜㅜ  어쨌든 그래도 시간은 참 잘도 흘러간다. 상반기 결산..하는 페이퍼 하나쯤 써야 할 타이밍인 것 같군아.  

그리고 지난번에 LOVE VIRTUALLY 에서 못 찾았던 문장을 찾았으니, 마지막으로. 

   
 

She teases me, irritates me-at times I could boot her into cyberspace, but then I'm just as eager to get her back again. I need her here on earth, you see.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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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4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11-06-24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다락방님 페이퍼 올만에 즐겁게(?)읽었습니다.
직업탓인지 뭔 탓인지...사람의 얼굴, 이름, 목소리...느무 잘 기억합니다.
스스로가 무서워요.ㅜㅜ
근데 말이죠.
어제 있었던 일은 잊어버려요.ㅜㅜ

다락방 2011-06-24 16:29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이름도 잘 기억못해요. 목소리도 잘 기억 못해요. 전..그러니까..제가 기억할 수 있는건 대체 뭘까요? 남들보다 잘 기억하는게 없네요. 전 그러고보면 안면인식장애가 아니라 기억력이 후진건가봐요. orz

메르헨 2011-06-2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탓일까요? 돌아보면 내 나이가 이만큼인가 싶어 깜짝 놀라요.ㅠㅠ

다락방 2011-06-24 16:34   좋아요 0 | URL
저도 제 나이 생각하면 갑자기 현기증이... ㅠㅠ

버벌 2011-06-24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잼나게 읽었어요. 나도. 페이퍼 쓰고 싶은건 태산인데. 게을러서 옮기질못하고있어요. ㅠㅠ 수첩엔 올릴패이퍼들 제목만 잔뜩있다는. 개인적으로 c 군 추천이요. 황금시간대에. 전 뭘 하고 있을까요. ㅋㅋ. 힘내라 C군

다락방 2011-06-26 21: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날은 이미 지나갔고 저는 또 필름이 끊겼다는...orz
정신 차려보니 집에 누워있고 대체 제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남동생에게 나 샤워는 하고 자드나? 물었더니 했다고 하더군요. 하아-
전 페이퍼 쓰는 중이었는데 알라딘 상품넣기가 갑자기 안되서 패닉이에요.. 후-

꽃핑키 2011-06-2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ㅋㅋㅋㅋ 저도 약간있어요;;;; 저는 <이나영>과 <김하늘>이 같은 사람인 줄 알았구요 ㅋㅋㅋㅋ
<고수>와 <홍경민>도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
으하하 그래도 제 증상(?)은 약과였군요;; ㅋㅋㅋㅋ 이러면 안되는데.. ㅋㅋ 위로받고있어요 ㅋㅋㅋ
행복한 금욜 보내고 계시죠? 다락방님 ^_^ㅋ

다락방 2011-06-26 21:08   좋아요 0 | URL
저도 이나영과 김하늘은 어쩐지 이미지가 같아서 이나영 팬인 친구한테 욕먹은 적도 있었어요. 하하하하.
고수랑 홍경민도 비슷하죠. 고수쪽이 더 잘생겼지만. 아, 그러고보니 어제 영화보는데 예고편에서 고수 나오는 영화 나오더라구요. 히히. 봐야지.
행복한 금욜이..있기나 했었는지. 벌써 악몽같은 일요일밤 ㅠㅠ

달사르 2011-06-2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반갑습니다. 저도 그래요. 저는 안면인식장애라는 말 대신 얼굴맹이라는 말을 썼더랬어요.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면 어찌 그리 반가운지 모르겠어요. 알라딘에서 만나니 더 반갑군요! 최소한 알라딘에서는 이런 장애가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
다락방님 포스팅 글이 좋아서 진작에 친구등록하고 댓글 처음 답니당~ 수줍.. 반가워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1-06-26 21:0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요즘 알라딘서재 최신글에서 달사르님의 닉네임을 종종 봤던 터였는데, 반갑습니다. 얼굴맹이라는 말이 있군요. 저도 안면인식장애라는 말을 들은게 얼마 안돼요. 하핫.
수줍게 인사 해주셨으니 앞으로 종종 뵙도록 합시다, 달사르님.
:)

감은빛 2012-07-1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 전쯤에 쓰신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병'이라고 표현했고, 다락방님께서는 '장애'라고 표현하셨군요.
그걸 뭐락고 부르던 간에 같은 증상을 갖고 계신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원래 이런거 반가워하면 안되는거 아닌가 싶기는 한데~)

읽어보니 그래도 저보다는 증세가 덜한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어제도 거래처 방문했다가 벌써 열댓번이나 만났던 담당자 얼굴을 또 기억하지 못하고,
마침 주변에 있던 업계 선배에게 물어보고서야 담당자를 확인했습니다.
그 선배가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이 잊혀지지 않네요.

다락방 2012-07-13 13:43   좋아요 0 | URL
아니, 감은빛님! 이 페이퍼를 어떻게 찾으셨습니까? 차례대로 읽어내려오진 않으셨을텐데, 설마 그랬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겠습니까!, 저도 이런 페이퍼를 썼다는것만 기억했지 제목도 뭔지 몰라서 아까 찾아서 링크해드릴까 하다가 포기했는데, 오, 감은빛님은 정녕 의지의 알라디너시네요!

감은빛님, 저는 대체적으로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하는 얼굴들도 있어요. 또렷하게 생각나는 얼굴들도 물론 있구요. 그렇지만...눈썰미가 없다고 해야하나, 키가 몇쯤 되는지 그런것도 전혀 몰라요. 제 머릿속에서는 170의 남자들을 죄다 180으로 만들어버리고 그래요. 좋아하는 남자 얼굴도 떠올려지질 않아요. 현재 좋아하고 있어도요. 저는 시각적인것을 외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람 얼굴이든, 환경이든, 그림이든 말이죠.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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