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윌라>를 통해 토지1권을 듣고 있다. 내가 몇해전 읽은 종이책은 <나남출판사> 였는데 알라딘에서는 이제 검색이 안된다. 하는수없이 검색되는 마로니에북스를 들고 왔다. 윌라에서는 어느 출판사인지 모르겠고 어쨌든 윌라 독점이란다.

읽다가 중간에 시트콤도 보고 그러느라 아직 1권을 마저 다 읽지는 못햇는데, 아이고야, 이 극진한 사랑 부분에서 진짜 가슴이 뜨거워지고 막 애가 탄다. 사랑, 그게 대체 뭐라고.. 별당아씨랑 구천이와는 완전히 또 다른 사랑 이야기, 그러나 그보다 더 극진한 사랑이야기가 월선이와 용이에게 있다.


월선이의 어미는 무당이고 그래서 월선이는 제대로 된 자리로 시집을 갈 수가 없다. 용이와 젊은 시절 사랑에 빠졌지만 용이의 부모가 무당의 딸이란 이유로 반대했고 월선네도 제 딸이 멀쩡한 총각과는 결혼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용이에게 차라리 다리가 불구였으면, 눈 하나가 안보였으면 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월선이와 용이는 그래서 결혼할수 없었고 하는수없이 월선이는 월선이대로 용이는 용이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품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시간이 흘러 월선이는 혼자가 되었고 주막을 차려 사람들에게 술을 팔고 있다. 용이는 강청댁과 결혼했지만 그들 사이엔 사랑이 없고 다정함도 없고 아이도 없다. 강청댁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남편 잘생겨서 좋겠다는 부러움의 말을 듣지만 그건 정말 속을 모르는 소리다. 용이는 강청댁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고 아이라도 있으면 둘 사이가 나아질텐데 뭐 아이를 가질만한 상황도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게다가 딱히 성실한 남자도 아니어서 강청댁은 속을 끓인다. 물론, 월선이와의 과거도 알고 있고, 그게 강청댁을 더 환장하게 하는 지점이다.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나와의 살림에 딱히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거다. 강청댁은 시종일관 용이에게도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포악하기만 한데, 그 포악함이 너무 이해가 되는거다. 강청댁의 욕망은 어느것 하나 실현되지 않은 채로 이 삶을 마주하고 있는 거다.


용이는 용이대로 장날이면 읍내로 나가 월선이 얼굴을 잠깐 보고 온다. 별 말도 없이 그냥 술이나 한잔 하면서 월선이의 얼굴을 보고 오는 것, 그게 전부이고, 강청댁도 이 사실을 안다. 월선이도 용이가 오면 오는대로 맞아주고 그들 사이에 더 깊은 교류는 생기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밤 월선네에서 밤을 보내고난 후, 그 밤이 지나고나자 그들 사이에 육체적 정이 포텐 터져서 그 뒤로 용이는 뻔질나게 월선을 찾아들게 되는거다. 마음만 주고받다 몸까지 주고 받고나니 이 사랑 제대로 폭! 발! 해버려. 그러던 어느 순간 용이 발길을 끊는다. 월선이는 애가 탄다. 왜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장날에 다른 사람들이 보이면 혹시 용이가 아픈지 물어본다. 그렇지도 않다는데 용이가 오지 않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달포가 넘어간다. 아아, 하는수없어, 월선은 용이 너무너무 보고싶다. 그래서 찾아간다. 한 밤에, 강을 넘어, 용이에게로. 용이에게로 가는 배 위에서 월선은 돌아가신 제 어머니 생각을 한다.



'우찌 그리 못 살고 왔노, 용이가 그러데요. 우찌 그리 못살고 왔겄노. 어매, 불쌍한 우리 어매. 팔자치리하고 살라 카더마는 내 신세가 어매 한세상맨치로 우찌 그리 똑같겄소. 짝도 없고 임자도 없고 어매자식 어매 안 닮고 뉘 닮았겄느냐고 했더마는… 너무 보고 저바서 왔소. 용이 사는 울타리라도 한분 보았이믄 싶어서 왔소. 어매, 날 미친년아, 기든 년아 하겄지요? 나도 모르겄소. 보고 저바서 미치고 기들겄십디다. 나도 모르겄소.'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34




아아... 밥을 먹으면서 이 부분을 듣는데, 아이고야, 세상에. 이 극진한 사랑을 도대체 어쩌면 좋은가 싶은거다. 세상에.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대. 울타리가 나에게 말을 할거야 안아줄거야. 울타리는 울타리일 뿐인데,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곳의 그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대. 너무 보고싶어서 올 수밖에 없었대.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다니. 아 진짜 미치겟는거다. 그런 한편 이정도의 사랑이라니, 이만큼의 사랑이라니,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 그런 사랑이라니. 도대체 그런 사랑은 무언가 싶은거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곳의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가? 라고 내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답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보고싶어서 울타리라도 보겠다고 찾아가는 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울타리가 내게 무얼 해줄 수 있담? 게다가 상대의 허락없이 그 집앞을 서성이는 것은, 우리 둘이 사랑한 사이었다고 해도 자칫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소설속의 상황이 서로에게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렇단 말이다. 나는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고 그래서 울타리라도 보러 가지는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그게 나은 것이었는가 하면, 이젠 그걸 잘 모르겠는 거다.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 찾아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해보고 기어코 바닥까지 다 보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은 나에게 늘 바닥까지 가보라고,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 털어낼 수 있다고 조언하곤 했다. 나는 번번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런데, 사실은 그랬어야 했을까? 나는 울타리라도 보겠다고 찾아가는 사람인가? 그 마음은 알지만 찾아가진 않을 것 같다. 나는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싶다고 말을 하고 상대로부터도 만나고 싶다는 긍정의 대답을 얻은 후에 만나고 싶다. 그렇지 않고 몰래 보는 일은 너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내가 나한테 못할 짓 같은 거다. 월선이의 마음을 알지만, 그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만, 그러나 나는 울타리를 보러 가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그가 사는 집을, 그의 울타리의 위치를


모른다


그런데 월선이는 갔다. 월선이의 사랑은 내가 하는 사랑보다 더 극진했던 것일까? 울타리가 뭘 해준다고 울타리를 봐, 울타리라니. 울타리가 도대체 내게 뭘 해줄 수 있다고. 그런데 그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월선이는 배를 타고 강을 지난다. 


ㅋ ㅑ-


그렇게 숨어서 그 집 울타리를 보려는데 마침 강청댁의 말소리가 들린다. 마실을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서는거다. 그러니 이 집에, 이제 용이만 혼자 있다. 그토록 보고싶던 용이가,



있는 거다. 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울타리라도 보고싶었고 그렇게 울타리를 보았으니 돌아서 가면 되는것이지만,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혼자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의 모습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불러보고 싶다. 나를 보게하고 싶다. 마주하고 싶다.. 라는 마음 완전히 들지 않나. 대체 그걸 어떻게 참나.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을까. 월선은 마을 외딴 곳에 있는 제 집으로 가려고 수수밭을 나섰다. 열려진 삽짝 앞을 지나가려다가 걸음이 멎는다. 기둥에 걸어둔, 초롱불빛이 비치는 마루에 용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소."

분명 입 속으로 중얼거린 것 같았는데 용이 번쩍 얼굴을 쳐들었다.

"누고?"

"……"

곰방대를 팽개치고 용이 달려나온다.

"누, 누고?"

월선임을, 똑똑히 두 눈으로 보고 난 뒤에도 그는 누구냐고 물었다.

"나 집에 다니러 왔소. 지나는 길에,"

여자의 목소리를 쌀쌀했다.

"지, 집에, 집에 온다고?"

한동안 우리에 갇힌 짐승같이 용이는 뱅뱅이를 돌았다.

"그라믄, 그라믄 거기 가 있거라. 내 곧 갈 기니, 곧 갈 기니!"

"오지 마시오."

했다. 용이는 여전히 삽짝 앞에서 왔다갔다 뱅뱅이를 돌고 있었다.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숱한 하늘의 별도 보이지 않았지만 월선이는 울타리를 따라 걸어 올라간다.

"오지 마소, 오지 마소, 오지 마소, 내 새북녘에 나릿선 타고 떠날기요."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37-238



아, 오지 말기를 바랐다면 월선이는 제 등장을 알리지 않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쌀쌀하게 오지 말라고 그에게 말하는 것은 그에 대한 원망을 담고 있고 그런 한편 보고싶었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비록 입으로는 오지 마소, 하고있지만, 그러나 그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면 제 등장을 왜 알린단 말인가. 볼 일이 있어 집에 들르러 왔다니, 이 뻔한 거짓말을 용이라고 모르겠는가. 집에 왔는데 유부남의 집앞을 왜 서성이며 들른단 말인가. 너무나 뻔한 거짓말,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 뻔한 거짓말. 오지 마소, 라고 말해서 만약 용이가 오지 정말 오지 않는다면, 그 날밤 월선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찢어지고 무너지지 않았을까. 아프지도 않고 특별한 일도 없었으면서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던 날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여기 있음에도 내게 오지 않다니, 나를 향한 그의 마음은 이제 식어버린 걸까 원망하지 않았을까. 



용이는 온다. 월선에게로 온다. 월선을 으스러지게 끌어안는다. 



"가, 가소, 이, 이러믄 안 될 기요, 보고 저버서, 어, 얼굴만 보고, 우, 울타리라도 보고, 이러믄 안 될 기요."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43



너가 너무 보고싶어서 왔어, 울타리라도 보고 싶어서 왔어, 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안으면 안되는거야, 라고 하는 말은 도대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단 말인가. 하아. 

용이는 용이대로 말한다. 밤마다 너를 찾아가는게 부끄러웠노라고, 니를 술청에 내어놓고 밤에 찾아가는 게 부끄러웠노라고. 그래서 발길을 끊었노라고 했다. 그리고 이 밤을 같이 보낸 용이는 월선에게 '우리 도망갈까?' 라고 묻지만, 그러나 정말 도망갈 수 있어서 묻는 것은 아니다. 용이는 이 땅을, 부모가 묻혀 있는 이 땅을 떠날 수 없노라고 했다. 자식된 도리로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밤이 깊어가고 월선이는 용이에게 이제 그만 가라고 한다. 너 가봐야 하지 않겠니, 니 와이프가 알면 빡칠텐데..



"보, 보소, 가봐야 … 가보시요."

별안간 월선이는 날카롭게 말했으나 손은 오히려 용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용이 팔이 파르르 떨린다.

"와?"

"어 가시요. 이자 나는 마음놓고."

움켜쥐었던 옷자락을 놓으며 월선은 일어나 앉으려 했다.

"머할라꼬."

"불 킬라요."

"키지 마라. 이대로 좀더 있다가."

어둠 속에서 용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자거라, 니가 잠들믄 갈 기니." -<토지1>, 박경리, 나남출판사, p.245




나는 이 지점에서 용이에게 대단히 빡쳤다. 후레자식이라고 갈겨주고 싶었다. 월선이가 이미 용이를 사랑하는 마당에 네가 잠든걸 보고 가겠다는 용이의 말은 얼마나 다정한가. 그동안 찾아오지 않아 무심한 태도에 상처받았다가 너 자는거 보고 갈게, 하는 그 말은 월선이에게 얼마나 위로인가.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졌을까. 이 상황의 월선이에게 용이는 기꺼이, 마땅히 사랑할 사람이다. 이 사람 말고 대체 누굴 사랑하란 말인가, 할 것이다. 그러나 용이가 제대로 된, 월선이를 사랑하는 태도가 올바른 사람이라면, 너 자는 거 보고 '갈게'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잠든 걸 보고 제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의 남자가 좋은 남자일 리 없다. 뿐만 아니라 용이는 (이미 돌아가신 부모에게) 자식된 도리를 지키고도 싶고 또 월선이랑 사랑도 하고 싶고, 이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하는 바람에 월선이의 마음에도 수시로 창을 꽂고 함께 사는 강청댁에게도 언제나 불행한 삶을 주고야 만다. 내 아내가 강청댁인 이상 나는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겠다, 라고 월선이랑 이별하거나, 내 사랑은 월선이인데 네 옆에서 살 순 없다고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는 것. 이 둘중의 하나를 용이는 해야만 한다. 지금 이걸 못하고 자기 마음 편하자고 아내 옆에 살면서 섹스하러 월선이한테 가는 것은 이 두 여자 모두에게 못할짓이란 거다. 그래놓고 사랑은 무슨 사랑이야.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강을 건너온 월선이는 극진한 사랑을 품었지만, 그러나 그녀가 극진하게 사랑을 품은 대상은 그 사랑을 받기에 가치가 없다. 그 정도의 사랑을 받을만한 남자가 아니다. 용이 진짜 졸라 싫다. 


결국 강청댁은 그 먼 월선이네 주막을 한 밤중에 찾아가 기어코 머리끄댕이를 잡고야 만다. 한쪽은 극진한 사랑을 품고 한쪽은 껍데기만 갖고 있는 공허함을 품고 그 둘은 싸우는데, 그 남자는 우유부단하게 결정도 못내리고 무심하여라. 여자들이 남자를 놓고 싸운다면, 그 남자가 좋을 남자일 확률은 없다. 좋은 남자라면, 두 여자를 싸우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용이를 사랑하는 월선에게 내 말은 안들리겠지...  에휴... 


여자들아, 내가 다른 여자랑 이 남자를 놓고 싸우고 있다? 그러면 그 남자는 반드시 구린 남자다. 명심해야 해. 좋은 남자는 애초에 싸우게 만들지 않는다. 유 노 왓 아 민? 아무튼 남자 때문에 누가 나한테 싸움 건다면 저는 무조건 항복입니다, 양보입니다, 그 남자 가져가세요. 저는 그런 남자는 반사...용이 진짜 졸라 싫음 개 싫음.




지난 주에는 두 권의 책이 도착했다.



김지승의 《짐승일기》는 선물 받았다. 선물 받지 않았다면 몰랐을 책이었을 것.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잘 읽겠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산 책은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삶》단 한권이다. 내가 지난주에는 딱 한 권의 책을 샀어. 만세! 이 책을 왜 샀는지는 한 번 페이퍼 쓴 적 있으므로 링크로 대신한다. ☞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취약성 과 행복 찾기 (aladin.co.kr)


















지난주에 단 한 권의 책을 샀으니 이번 주엔 아예 안사는 게 목표이긴 한데 … 화이팅!!



그나저나 여러분 오늘 9월 26일 입니다. 이제 슬슬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완독했다는 글들이 올라와야 하지 않겠어요?

라고 아직 다 읽지 못한 사람이 씁니다. 



그리고 월선이에게는 오늘 이 노래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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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용이 몹쓸 남자임에는 분명한데 또 월선이를 생각하면 무너져버리고~ 저는 못났다는 생각이 더 커요. 답답하기도 하고. 이런 남자는 다락방님 말처럼 결코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입니다. 자신들을 둘러싼 여자들에게 다 몹쓸 짓이니 말이죠! 에휴...

다락방 2022-09-26 10:31   좋아요 1 | URL
월선이의 마음은 만나면 만나는대로 못보면 못보는대로 얼마나 널을 뛸까요. 울타리라도 보고 싶은 그 마음은 정말이지 얼마나 극진합니까. 사랑, 대체 그게 뭐길래. 하아- 보러 가는 길은 얼마나 간절햇을 것이며, 너 자는 거 보고 갈게 할때는 또 얼마나 녹아내렸겠습니까.
저는 용이 같은 남자가 진짜 싫어요. 이것도 포기못해 저것도 포기 못해 결국 모든걸 다 쥐고 있으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잖아요. 강청댁이 찾아왔을 때 그저 맞고만 있어야 했던 월선이를 생각하면, 때린 강청댁도 어쩐지 진 기분 들게 하고. 대체 이게 뭐예요. 엉엉 ㅠㅠ

다섯 2022-09-26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이성적이 아닙니다.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 감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요. 용이와 월선이의 사랑은 만주 용정에서 끝을 맺죠. 월선이가 병으로 죽습니다. 어떤 사랑은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고 너그럽게 봐주세요^^

다락방 2022-09-26 10:33   좋아요 3 | URL
아뇨, 저는 어떤 사랑을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고 너그럽게 볼 생각이 없습니다. ^^

잠자냥 2022-09-26 1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쟝님이랑 락방 님 왜 둘 다 아침부터 사랑사랑해요? 사라랑.........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0:49   좋아요 2 | URL
사랑 대체 뭘까요? 그게 대체 뭐길래 사람 감정을 들었다놨다 하는건지. 하아-
밥 잘 먹고 지내야겠어요. 잠자냥 님도 밥 잘 먹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6 10:50   좋아요 4 | URL
요즘엔 울타리 보러 가면 스토킹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0:52   좋아요 3 | URL
참 마음이 거시기하더라고요. 저도 안그래도 월선이는 스토커인가.. 막 이런 생각하면서, 그런데 월선이 보기를 용이도 원했는데,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스토커와 스토커 아닌 자가 갈리는가.. 아 역시 사랑은 안하는게 장땡이에요. 머리아파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6 10:56   좋아요 2 | URL
꼴 페미도 사랑을 안다…

- 2022-09-26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자면안돼… 맘만 주고받지 몸 주고 받으면 끝이라니까… 비극이여.. 맘이몸이여… 비겁한 용이 새끼… 니가 그 토종이구나…

다락방 2022-09-26 11:01   좋아요 1 | URL
뻐킹 몸 정....

등롱 2022-09-26 11:24   좋아요 2 | URL
토종 ㅋㅋㅋ ㅋㅋㅋㅋ 그러네요 토종이네요 ㅋㅋㅋㅋㅋ
토지를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는데,
용이 괜찮은 남자처럼 묘사되는 게 그 때도 너무 이해가 안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강청댁과는 왜 결혼을 하고, 월선이와는 왜 도망치지도 못하고 끊어내지도 못하고 두 여자에게 모두 고통을 준단 말인가... 다른 사람 괴롭게 하는 게 어디가 괜찮은 남자란 말인가... 이런 남자를 짧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생겨서 좋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1:46   좋아요 2 | URL
제가 보았던 드라마에서 용이가 박상원 이었거든요? 저 요즘 토지 들으면서 박상원까지 너무 싫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6 12:16   좋아요 3 | URL
푸하하 얼마전에 다락방님이 알려주셔서 저도 알게 된건데 “박경리 토종” 넣고 검색하면 짤 나와요 ㅋㅋㅋ 박범신 욕하는 ㅋㅋㅋ 원저자 박경리님 맞으시고, 한남용어 전에 토종이란 단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26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왼쪽에 <토지 듣기> 폴더 하나 만드시죠. 전 다시 읽기도 듣기도 자신이 없어서요. 락방님 읽는거 구경이나 할랍니다 ㅋㅋㅋㅋㅋ
전 울타리 보러 가는 쪽이에요. 글고 몰래 되돌아온다파. 몸정 반대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1:43   좋아요 2 | URL
저는 제 주변이 웉타리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저한테 울타리를 보고 오라고, 차라리 그게 저한테 더 나을 거라고 조언을 수차게 들었더랬죠. 그러나 저는 보러 가지 않는 사람.. 비울타리파 ㅋㅋㅋ
아니 몸정 반대파라니 ㅋㅋㅋ 아니 너무 좋네요? 어감이 너무 좋다. 몸정 반대파. 응원하고 싶은 심정이네요.ㅋㅋㅋㅋㅋ

수이 2022-09-26 13:05   좋아요 3 | URL
몸정파가 감히 댓글을 답니다. 단발님 몸정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

단발머리 2022-09-26 13:14   좋아요 2 | URL
아흐ㅋㅋㅋㅋㅋ 저를 너무 잘 아시네요. 제가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반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6 17:36   좋아요 1 | URL
저도 울타리 보러 간 경험이 한 번 있는데 그러고 그 남자랑 결혼했...

몸정이 뭡니까 그런거 몰라요 없어요 알고싶지 않아...

여기서 다시 떠오르는 <어글리 러브> 중의 대사

섹스를 하게 되면 헤어질 때 더 힘들 거야. 너도 알잖아. (141쪽)

영어로는 뭐라 써 있는지 급 궁금해짐. 나중에 찾아봐야겠네요 ㅎ

단발머리 2022-09-26 17:3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고급지시다. 이 상황에 원서 챙기시다니 ㅋㅋㅋㅋㅋ그나저나 다 울타리파네요. 다락방님 많이 외로우셨을듯…. 사랑은 울타리를 타고 ㅋㅋㅋㅋ 수하님 러브 스토리 함 들어야겠네요. 넘나 흥미진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6 17:44   좋아요 1 | URL
갑자기 궁금해져서... (요즘 책 통 못읽고 있는 자의 허세랄까요)

울타리파 많나요? 아 다락방님 주변에 ㅎㅎ
저도 가서 보고 몰래 와서 마음 접고 전화번호도 지웠는데
나중에 연락이 와서 ㅋㅋㅋ
그분은 제가 울타리 보러 갔었는지 아직도 몰라요

단발머리 2022-09-26 17:52   좋아요 1 | URL
위의 글 보시면 다락방님 친구분들은 울타리파가 많으신 듯 해요. 전 강 건너 간다할때 아… 뭐, 이렇게까지 싶었는데… 그래도 울타리파…. 그러나 안 들키고 돌아오는 쪽이었는데요 ㅋㅋㅋㅋㅋ 수하님 그 분 아직도 모르신다고요? ㅋㅋㅋㅋㅋ 진정한 승자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26 19:48   좋아요 1 | URL
진정한 승자 이런거 아니고요 저는 처음 차여봐서 충격이 컸고 ㅋㅋㅋ (나에게 이런건 네가 처음이야 뭐 이런) 그분은 그냥 엄청 이기적인 사람이다 뭐 이런… 전혀 아름답지 않은 스토리…

다락방 2022-09-27 09:20   좋아요 0 | URL
수하 님, 어글리 러브에서 인용해주셨는데, 맞습니다. 섹스를 하게 되면 헤어지기가 더 힘들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 섹스하기도 더 쉽죠. 섹스는 안하는게 장땡입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울타리파가 많았어요. 저는 철저하게 비울타리파였고요. 친구들은 항상 저에게 울타리파가 되어서 바닥까지 치라고 했죠. 그래야 다시 올라온다고... 저는 그러는 과정에서 제가 망가질 것 같고 망가진 모습을 사랑했던 사람에게 보이는게 진짜 싫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망고 2022-09-26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용이 너무 마음에 안들었어요 용이랑 얽히는 세여자가 다 불쌍해요 착한 월선이 뿐만 아니라 뭣모르고 시집온 강청댁의 포악질도 이해되고 심지어 임이네도 불쌍...괜히 용이가 임신시켜서 오도가도 못 하게 만들었잖아요ㅜㅜ용이 너무 답답했어요

다락방 2022-09-26 11:45   좋아요 1 | URL
제가 오래전에 종이책으로 읽고나서 기억에 남는게 임이네가 용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거였거든요? 근데 이번에 읽는데 용이 아내가 강청댁이고 임이네가 아니더라고요? 아니, 임이네는 그럼 .. 아내가 아닌데 나중에 괴로워했던 것인가... 아....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ㅠㅠ 괴로웠습니다 ㅠㅠㅠㅠㅠ

망고 2022-09-26 11:50   좋아요 1 | URL
임이네는 용이가 욕정에 드글드글 휘말려서 밤에 막 그렇게 해가지고 그렇게되는 뭐 그런.....용이는 월선이 사랑한다면서 임이네한텐 왜그랬대요 으휴ㅋㅋㅋ

다락방 2022-09-26 11:51   좋아요 1 | URL
세상 찌질하고 나쁜새끼네요 진짜루 ㅠㅠ 아 너무 싫어요 ㅠㅠ

건수하 2022-09-26 17:34   좋아요 0 | URL
저는 임이네는 별로 안 불쌍한데... 임이네 때문에 월선이가 더 불쌍해져서 너무 싫었어요 ㅠㅠ

수이 2022-09-26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의 댓글들 보니 토지 안 읽은 사람은 저뿐인가 봅니다. 이번 여성주의 책 좋은데 막 진도가 쭉쭉 빠지지는 않더라구요. 다시 2장 읽고 있는 1인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

단발머리 2022-09-26 17:41   좋아요 0 | URL
앞쪽이 좀 난해하고요. 뒤에 맘스타그램이랑 불법촬영 이야기는 우리 실생활이라ㅠㅠㅠ 비교적 쉬워요. 뭐, 완독 못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닙니다만 ㅋㅋㅋㅋㅋ 화이팅!

독서괭 2022-09-26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정말 뒤로 가면 용이 더 빡칩니다 ㅠㅠ 월선이는 답답이 ㅠㅠ 용이가 월선이 생각하는 마음이 진실하긴 한데, 그놈의 선영봉사니 법으로 만난 사이니가 뭐라고.. 진짜.. 암튼 저도 용이 싫어요. 흥
한권 사기 성공이라니 너무 놀랐습니다(깜딱)!! 다음주도 응원할게요 ㅎㅎ

건수하 2022-09-26 17:33   좋아요 0 | URL
아 용이 뒤로 가면 정말...
그리고 월선이는 너무 희생의 캐릭터잖아요 슬퍼요 ㅠㅠ

20-21세기 시각으로 그 시대를 보면 안되지만...

바람돌이 2022-09-26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토지의 월선이의 사랑은 진짜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 콧물 빼게 하는 그런 사랑.
제가 용이처럼 우유부단한 남자를 극혐하게 되는데 토지의 영향이 컸어요. 저거 다 갖고 싶어서 욕심부리는거지. 나쁜 놈이자 사랑에 대한 예의도 없는 놈.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읽다가 주디스 버틀러 읽고 싶어졋는데 너무 어려워보여요. 내가 이 나이에 학문으로 대성할 것도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 책을 꼭 읽어야 할까? 아니야 그래도 읽고 싶잖아 막 이러면서 제 마음이 싸우는 중.... ㅠ.ㅠ

mini74 2022-09-26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지금도 용이 싫어합니다 ㅠㅠ 용이 동생 죽은 이야기가 참 슬펐어요 ㅠㅠ
 














세번째 글, 김수정 의 <ASMR, 지디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감각, 정동, 젠저/섹슈얼리티> 를 읽었다. 지금 네 번째 글까지 읽고 있는 중인데 사실 김수정의 이 글이 시작은 가장 지루했다. 그렇다해도 놀랄만한 글이었는데, 이 글에서야말로 내가 관심도 없었던 그리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사유들이 주루룩 펼쳐졌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에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ASMR 이 어떤 뜻인지도 몰랐고, 어렴풋이 '먹방에서 먹는 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는 거구나'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ASMR 은 먹방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고 먹방은 그 후에 그중에 하나로 파생된 걸로 보면 되겠다. 우선,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 ASMR 의 풀이를 책에서 인용하자면,


'자율감각쾌락반응' 이라 번역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특정 소리 자극에 대해 느끼는, 머리에서 등줄기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찌릿한tingling 감각 경험을 가리킨다. -p.87



그래서 나는 이 글이 먹방에 대한 건줄 알았다. 그러나 그 전에 정말로 이 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영상들이 있었던 거다. 



속삭임, 귀 파는 소리ear cleaning(뭐, 이런게 있어?!), 바삭한 음식 씹는 소리, 요리할 때 생기는 소리, 입으로 내는 소리, 손톱으로 무엇을 긁거나 톡톡 치는 소리, 손이나 브러시로 쓰다듬는 소리, 종이 구기는 소리, 사각대는 글 쓰는 소리 등 다양한 미세한 소리들이 팅글을 야기하는 자극물, 즉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p.87


이 영상의 창작자들은 역할극을 한다거나 해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고 또 작은 목소리로 속삭임으로써 청취자에게 위안과 위로를 준다는 거다. 나는 경험한 바가 없어서 그런줄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국내의 창작자가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다는데, 이름도 처음 들어봐서 도대체 어떤 영상을 찍는 사람이야? 하고 검색해 보았다. 본인의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채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는 창작자인가 본데, 나는 영상을 보진 않았고 인터뷰를 잠깐 읽었는데, 자신의 영상중에 귀 파는 게 제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걸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하고 또 그걸 들으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일단 나에게는 너무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저런 소리들을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이걸 들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훨씬 더 많겠지만, 이 영역 역시 내가 전혀 모르던 일들로 가득했다. 숙면을 취하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시청하는가 보았다.



김수정의 글을 놀라운 점은, 이런 것들을 알려주어서가 아니라, 이런 영상들과 젠더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고 또 우리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도 연구한 바가 있는데, 이런 ASMR 영상 창작자들은 특히 여성이 많고 구독자들은 거기에서 위안을 얻음으로써 돌봄의 기능을 수행하는 여성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처음에는 이런 영상들이 성적인 함의를 포함하지 않았다해도 자본주의 시장에서 더 잘 팔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드러나야 하니 차츰 성적인 메세지를 넣기도 한다는 것. 그렇게 섹슈얼리티가 포함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비판이 이 글에 다 있는 거다. 


그러니까 ASMR 에 대해서 젠더화된 수행이 맞다는 연구가 나오고 침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촬영하기도 하면서 성적인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게 맞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상들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할까. 그러나 곧이어 이런 영상들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진 연구에 대해 밝혀준다. 즉 ASMR 은 '이성애 규범을 넘어선 대안적 쾌락' 이라는 것. 무슨 말이냐하면, 이성애 그리고 섹스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둘만 있을 때 해오던 사적인 것이었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 인해서 비규범적이 된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그리고 이내 여기에 다른 연구자의 연구가 덧붙여진다. 이성애 섹스라는 것을 너의 몸과 나의 몸이 하는것이었다는 걸 넘어서 이런 공개적인 영상에는 여러 테크놀로지들이 결합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의 성적 개념과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고 규범적 이성애 섹스에 분열을 일으킨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아 뭐야 진짜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걸 사람들이 연구하고 나는 이렇게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연구한 걸 알게 되다니. 너무 짜릿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런 흐름인거다.


ASMR은 사람들을 잠들게 함으로써 친밀감을 주지 → 그렇지만 창작자 대부분이 여성이란 걸 감안하면 다분히 젠더롤 규정이 되지 → 특정한 신체부위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성적인 영상이기도 해 → 아니야 보는 사람들도 그걸 기대하고 보는게 아니라 위로를 받으려고 보는걸 → 그래 맞아, 처음엔 성적인 영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고 또 시청하다보니 성적인 영상들이 생겨나 → 그렇지만 그런 영상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이성애 성적 규범을 파괴하지, 그 사이에는 너와 내가 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테크놀로지가 매개하잖아,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사는거야!


와 너무 재미있지 않나. 나는 세상에는 학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하나하나 그 과정에서 단순했던 것들을, 심지어 창작자나 시청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들을, 연구자들은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결론으로 도출해내는 거다. 물론 거기에서 끌어오는 결론들이 모두 맞는 것도 정확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을 읽어봄으로써 어떤 지점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진짜 연구 만세, 학자 만세, 공부 만세만세 만만세다! 처음엔 도대체 뭐여, ASMR 이 먹방이 아니었어? 뽀모.. 라는 사람이 인기가 많아? 지루했다가 읽을수록 너무 씐나는거다. 


물론 나는 이 연구자가 보여준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 그리고 주장에 대해서 오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네, 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인 함의를 담은 영상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성애 규범을 전복 시킨다거나 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나는 사실 그보다는 좀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는 한데, 성적인 메세지들이 공공연하게 자꾸만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내가 성적 보수주의자여서 인가? 내가 꼰대여서인가? 이건 내 스스로 언어나 문장을 만들어낼 때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김수정은 자신의 글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보여줌으로써 그러나 우리가 아직 이 영상들이 어떤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힌다. 분명 다양한 소리들로 친밀감을 주는 것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고 이것은 다른 연구자의 주장처럼 그동안 성적 문화에 대한 어떤 도전이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좀 더 들여다보고 고찰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에는 다른 사유들을 자극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썼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나에게는 저자의 의도가 완전히 와닿은 글이었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나는 먹방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여기에 대해 정리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일전에도 친구에게 먹방은 포르노랑 다를 바가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직 날카롭게 거기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건, 먹방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임,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내게는 '그래서는 안된다'로 연결되어지는 거다. 굳이 썰지 않은 커다란 고기덩어리를 들고뜯는 일이, 굳이 라면을 몇 개나 끓여서 한 번에 먹는 일이 보여져야 할 일인가. 사람들은 거기에서부터 무엇을 얻는가. 나는 이게 포르노랑 되게 비슷하다고 보여지는거다. 이런 영상들은 나에게 어떤 유익함을 가져다주거나 하질 않는다. 나는 유튜브로 먹방을 보지는 않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1분짜리 먹방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그걸 중도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보고 그 다음 영상도 연관되어 나왔을 때 별 생각 없이 들여다봤던 거다. 그런 후에 어떤 일이 생기냐면, 갑자기 영상속에서 창작자가 먹었던 빨간 냉면이 먹고 싶어지고, 그것을 후루룩 먹고 싶어지는 거다. 나는 그동안 먹방을 봐왔던 사람이 아니고 또 내가 먹는 양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한 끼에 두 메뉴를 놓고 먹는다해도, 먹방 창작자들처럼 라면을 한꺼번에 네 개씩 먹고 그러지는 못한다는 거다. 게다가 라면 하나가 1인용이라고 했을 때,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1인분이라는 용량이 정해진 것들이 있는데, 굳이 그대로 먹는게 아니라 해도, 도대체, 어째서, 왜, 한 사람이 치킨과떡볶이를 시켜두고 또 라면까지 네 개 끓여가면서 먹어야 하냐는 거다. 왜 그래야 하는걸까. 그리고 그걸 왜 보는걸까, 그리고 보는 사람들은 왜 계속 보는걸까. 그걸 볼 때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드는가. 매운 고추를 잔뜩 썰어넣고 커다란 그릇에 도무지 한 사람의 양이라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밥을 담아 먹는 걸 보여주는 건, 창작자와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 왜. 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러 함으로써 자극을 주고,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그 자극을 맛보고 싶게 만들고, 그리고 그 자극을 줌으로써 창작자는 돈을 벌어간다. 이거 너무 포르노스럽지 않나. 이걸 어떻게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나는 누가 이미 정리해두었길 바라고, 그런 글을 읽고 싶다. 이 책에는 먹방이 아니라 먹스타그램이 있던데, 그 글은 내가 알고자 하는 바를 충족시켜주는 글인걸까? 


사실, 나야말로 연구자가 되었어야 하는걸까?


아무튼 이 책 너무 좋고 매 글마다 생각하게 해서 진짜 짜릿하다. 너무 좋네요 ㅠㅠ



그나저나 다음은 웹툰인데, 나는 또 웹툰도 안봐가지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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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9-23 0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다락방님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님도 연구자가 되어야해요! 저 어제 못읽었는데 이 부분이
이런 내용이군요. 먹방이 포르노와 비슷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저도 먹방을 본 일은 없지만 너튜브에서 먹방으로 인기인 사람들이 지상파에 출연해 이야기나누는걸 잠시봤거든요. 수십개의 치킨다리를 먹는데...다분히 가학적이고 자본주의화 되어있다고 느꼈어요.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비규범화된‘다는부분에도 깜짝놀랍니다. 이번달 책은
굉장히 재밌네요! 저도 얼른 따라가겠습니다. 🤭

다락방 2022-09-23 09:54   좋아요 3 | URL
네, 먹방은 포르노와 그 흐름이 같죠. 과하고, 자극적이고, 중독되고, 누군가는 크게 돈을 버는것까지. 우리 10월 도서가 포르노랜드 잖아요. 저는 먹방에서 한 인간이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도대체 왜인지 모르겠어요. 일종의 자기학대와도 연결되는게 아닌가 싶고요, 그것은 포르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지거든요. 이 점에 대해서 누군가가 잘 정리해준 글이 있다면 읽고 싶어요. 밑에 별족 님이 소개하신 책이 그런 책인가 싶어 읽어보려고 하는데, 책 소개를 보니 한국인의 밥 권하는 문화 같은 얘기를 해놓은 것 같네요. 접근이 섬세하지 못한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네요.

- 2022-09-23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먹방) 그걸 보지 않는 것보다 보는 것이 수월하고 그게 알고리즘인 것 같아요. 이 기능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 낸 것이고요. 저는 페미니즘이 결국은 자본주의 비판과 동시에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 선명해지는데… 그 많은 기술과 자본이 투하된 플랫폼자본주의를 이기기엔 너무 자장이 거센 것 같아요!
과거의 시절에 대체 페미니즘 없이 어떻게 사회를 분석하려고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적인 자극이 됩니다… 여자 연구자들 더 생겨라!!!! 공부하자!!! 연구자들에 투자해라!!!!

다락방 2022-09-23 09:50   좋아요 3 | URL
맞아요, 페미니즘은 결국 자본주의 비판과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 아주 깊게 몸을 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자기모순에 직면하게 되겠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기 비판과 고통을 끌어안아야 할까요.. 윽. 그래도 아무튼 가보렵니다. 가던 길 계속 가야지요. 결국은 어디에 닿지 않겠는가, 합니다.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 2022-09-23 10:26   좋아요 1 | URL
그렇게 치자면 가부장제 이성애 사회에도 깊숙하게 몸을 담고 있는 우리지요 ^^ 자기 모순을 한껏 직면하지만 그것들에 우리를 다 내어주지 않기 위해 똑바로 보려는 글쓰기를 하는 우리들. 나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장하고, 또 그런 우리를 어떻게든 만들어가는 작은 쪼꼬만 움직임일 꾸준히 하는 다락방님이 장해요! 더더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다락방 2022-09-23 10:28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남자의 육체를 좋아하는 저는 그래서 심히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도 벗어나지 못했고요. 단단한 등.. 사랑해요 ㅠㅠ

- 2022-09-23 10:31   좋아요 0 | URL
슬퍼하지 말아요
기뻐하지 말아요
다 지난 일이야
이젠 잊어 버려요
(회전목마) 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3 10:33   좋아요 2 | URL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있으니..

나는 단단한 등과 함께있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23 10:35   좋아요 1 | URL
바람이 부네요… 다시….

거리의화가 2022-09-23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직접 검색도 해보셨군요~ 저는 차마 검색은...^^; 저 이미지 클립들만 봐도 자극적인 것이 눈에 보이네요. 눈 아래 이미지 컷들을 보여주는 것 말이죠. ASMR에서 왜 사람들은 위로와 공감을 표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생각하니 놀랍고 새로운 사유들을 많이 얻게 되었어요! 웹툰, 유튜브 저는 다 친하지 않은 매체라 더 놀라웠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9-23 09:4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칠개국어로 자막도 단다고 해서 뭐라고? 하고 검색해봤습니다. 차마 영상을 보진 못하겠더라고요. 저 영상 보는게 왜이렇게 겁나고 하기 싫은지, 원 ㅋㅋㅋ
저도 웹툰도 안보고 유튭도 안봐서 완전히 새로운 글이었어요. 그런데 읽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후훗.

별족 2022-09-23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이라는 책에서 먹방을 (만들고)보는 한국인, 포르노를 (만들고)보는 일본인,에 대해 말하던 게 좀 더 와 닿습니다. 모든 걸 성적으로 연결하는 건, 일종의 결핍이나 억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다락방 2022-09-23 09:46   좋아요 1 | URL
오, 언급하신 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책인데 어쩌면 제가 정리하지 못했던 걸 정리해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분들 백자평을 보니 국뽕이라는 단어가 보이긴 하지만요.

잠자냥 2022-09-23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저런 시장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먹방, ASRM 이런 시장. 저는 이 두 컨텐츠가 다 너무 원초적 자극을 주는 거라 포르노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다부장 님이 찾아 올리신 저 이미지도 뭔가 좀.... 성적인 컨텐츠 같아 보여요. 저 여자 입술하며...ㅠㅠ).

참고로 먹방은 그걸 시청하는 사람의 뇌도 음식을 먹고 있다고 착각해서 심지어 살이 찐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다락방 2022-09-23 10:17   좋아요 5 | URL
네, 잠자냥 님. 저도 먹방을 보는 순간 ‘굳이 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확 포르노랑 연결되어 생각되더라고요. 위에 미미님댓글에도 답했지만 자극적이며 중독적이고 과한 설정에 자기학대, 그리고 자본주의. 이 흐름은 먹방과 포르노가 똑같이 연결되는것 같아요. 제가 인스타에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1분짜리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걸 보면서 뭐랄까, ‘이걸 보는 나‘가 싫었거든요. 저는 만약 제가 포르노를 본다면 그 역시도 ‘이걸 보는 나‘가 싫을 것 같아요. 먹방을 보는 것도 포르노를 보는 것도 그런 모습의 저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싫은 나일 것 같은데, 그렇게나 인기있는 걸 보면... 뭐, 그렇습니다.

저는 남들 앞에서 그렇게나 과하게 많은 음식을 먹고 그걸로 돈을 번다는 게 진짜 너무 이상해요, 정말 너무 이상해요. 포르노도 그렇잖아요. 남들 보는 앞에서 성적 학대를 하고 돈을 벌잖아요. 그거 진짜 너무 이상해요. 그리고 큰 돈을 벌어요. 저는 진짜 이거 너무 이상합니다.

(저도 저거 검색해서 어떤 창작자인지만 보고 영상은 차마 못봤습니다..)

2022-09-2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3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SMR의 원천이 그런 거였어요?
저는 애들이 들려주던 영상을 들어보니까 음식 먹는 바사삭~ 그런 소리들이 많이 나서 음식 씹는 모음집인 줄 알았더니???
처음엔 이 바사삭~ 쩝쩝쩝~ 소리가 왜 유해인 건지 소름 끼치면서 이해가 안가던데 나중에 자연의 소리들을 들었을 때는 아...힐링되는 기분에 유행을 타는가 보다!! 쉽게 생각했네요?
뽀모 저 유튜버도 처음 들었는데 제목이나 사진만 봐도 약간 포르노 영상같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정말 알게 모르게 두뇌가 잠식되어 가고 있었군요? 갑자기 소름이 쫘악~~~~~ㅜㅜ

다락방 2022-09-23 14:23   좋아요 2 | URL
저도 워낙 유튜브와 동떨어진 인간이다보니 ASMR 에 대해서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이게 뭐다 딱 정리를 해주더라고요. 이래서 책을 읽는건 뼈가 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지식이 되는가봅니다. 후훗.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데 ASMR 의 창작자도 그리고 시청자도 성적인 의도로 만들거나 보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보다는 정말 힐링이나 위안을 위해 듣는 거였죠.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들을 가만 놔두질 않는 것 같습니다. 돈이 되기 위해서는 자극적이 되어야 하는거지요. 저는 먹방이 포르노스럽게 연출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먹방 자체가 포르노랑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고 있는 거고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자극이 더 큰 자극으로 더 큰 자극으로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멍하니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되는것이요. 이 흐름이 너무 포르노랑 똑같잖아요.

영상만 보는건 확실히 뇌를 쓰지 않는 일인것 같아요. 책나무 님,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읽고 씁시다. 책나무 님, 계속 가는거예욧!!!!!

바람돌이 2022-09-23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남의 귀파는 소리를 듣고싶지? 하고보니 왜 모르는 여자가 소변을 보고 응가를 하는 화장실 몰카를 보고싶지라는 질문과도 연결이 되어 버리는..... 먹방과 포르노가 일맥상통한다는 것도 어렴풋하게 느끼던 것들인데 다락방님 글 읽고 나니 확실하게 더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네요. 다락방님 언젠가 이 주제로 책 내십시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가능합니다.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2-09-23 17:20   좋아요 2 | URL
저도 영상을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귀를 파주는 걸 보여주면서 소리를 들려주는것 같아요. 거기에서 시청자들은 편한 자세로 누군가 내 귀를 파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힐링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여자의 불법촬영물을 보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ASMR 은 대리만족 혹은 타인으로부터의 위로가 목적이고 불법촬영물은 자신 안의 열등감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위로나 위안 혹은 힐링이 목적이었어도 점점 ASMR 이 자극적이 되어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어휴, 이런 주제로 책을 내는건 저보다 더 전문적으로, 더 오래, 더 깊게 공부하신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책만 읽는걸요. 후훗.

- 2022-09-23 17:32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저도 그게 너무 궁금해요 ㅋㅋㅋ 그래서 남.자 를 샀습니다ㅋㅋㅋ 이 열등감에 돌아버린 한남의 남성성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었음 좋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유구한 전통이 분명있다는 겁니다 ㅋㅋㅋ 그리고 한남성만도 아니란 것을 점점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난티나무 2022-09-23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챕터 읽다가 조금 남기고 덮어두었는데 다락방님 찾아보신 유튜브 ㅠㅠ 책으로 읽을 땐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처음엔 어땠는지 몰라도 저 이미지만으로는 그럴 만한 이유가 당근 있구나 싶네요.ㅠㅠ 하…

다락방 2022-09-26 07:48   좋아요 2 | URL
네, 저 이미지 만으로도 좀 거부반응이 들죠. 영상은 보고싶지도 않을 정도로 거부반응이 들어요 ㅠㅠ
저 여전히 읽고 있는데 먹스타그램 부분과 웹툰, 맘스타그램 은 딱히 재미없네요. 흐음.

독서괭 2022-09-26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이 글 읽었는데 신기하더라고요. ASMR 이란 게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아무 생각 없었는데(이해 잘 안 된다는 생각만) 역시 학자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다락방 2022-09-26 17: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독서괭님. 연구자나 학자는 확실히 사유의 깊이가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면 안되는 사람들이로구나 하고요.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다니, 아니 정말 너무 대단한 사람들 아닙니까?!
 

오늘 출근길에는 시사인 784호를 펼쳐들었다. 시사인을 받아들면 제일 먼저 <새로 나온 책>코너를 살피고 관심가는 책이 있으면 부랴부랴 장바구니에 넣는다. 오늘은 관심가는 책이 없더라. 그 후 영화 리뷰를 읽고 <장정일의 독서일기>로 넘어갔다. 책 리뷰 코너에서도 역시 장바구니로 옮겨지는 책들이 생겨나곤 하는데 오늘도 그랬다. 오늘 장정일은 친구 출판사에서 나온 책 세 권을 소개한다고 했다. 나는 그 중 제일 첫번째로 소개한 이 책에 끌렸다.


앤 윌슨 섀프의 《중독사회:우리는 모두 중독자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도입부에서 이 책을 우선 소개하면서 이 책은 2016년 5월에 출간되었는데, '사회가 중독자가 될 때(When Society Becomes an Addict)'라는 원제에 가까운 한국어판 제목은 마땅히 받아야 할 여성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왜 이 책은 마땅히 여성 독자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책인걸까? 


이 책의 저자 앤 윌슨 섀프는 ''중독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백인 남성 시스템(White Male System)'이라는 명료한 용어로 가다듬었' 다고 한다. 중독.. 을 백인 남성.. 과 연관 시켰다고? 요즘 즐겨 보았던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에도 알콜중독에 힘들어하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8년간 술을 잘 끊었다가 자신이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버지로부터 어김없이 또 멸시당하자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남성. 우리의 주인공 '루피타'는 그의 다시 시작된 중독을 알게 되고 그를 상담사에게 보내고 마음을 써준다. 약물 중독이나 알콜 중독, 도박 중독 같은 걸로 중독을 떠올리게 되는데 도대체 '백인 남성 시스템'이 이 책에서 어떻게 흘러가기에 도달하는걸까? 또한 이 책에서는, '백인 남성 시스템의 공범이 '반동 여성 시스템(Reactive Female System)'이다. 많은 여성들은 백인 남성 시스템과 동반 관계를 맺은 채 백인 남성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성장해 나가도록 돌보는 역할을 맡는다. 지은이는 반동 여성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자신의 전공인 중독 치료에서 빌려왔'다고 한다. 


아니, 너무 궁금하지 않은가?

보통 중독자들이 계속 중독자로 머무르는 건 그 사람을 그렇게 되게끔 하는 보조인물이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 술값을 대주는 사람, 약값을 대주는 사람. 그러니까 문제를 계속 대신 해결해주는 사람. 

이 책에서는 그걸 '동반 중독'이라고 말하는데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가족이나 돌봄 담당자들이 그들의 이타심 때문에 심신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중독자보다 더 열악한 삶을 살게 되는 상황'을 가리킨다는 거다.


아니, 진짜 너무 궁금하지 않나. 너무 읽어보고 싶지 않나.

그래서 나는 또 부랴부랴 장바구니에 담기 위해 검색하는데, 아니 장정일 님.. 지금 뭐하시는거예요?





품절된 책 소개하기 있긔없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참나원 진짜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소개한다며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그 소개로 인해 그 책 더 잘팔리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란 말인가? 여기에 리뷰를 쓰는 이유가 뭔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책을 소개하고 읽게 하려고 하는거 아니야? 어째서, 왜 때문에, 품절인 책을 소개하죠? 아놔 어이없네. 게다가 구할 수 없습니다 라는 문구도 뜬단 말이야?


중고상품 제일 저렴한게 16,500원이고 이 책의 정가는 17,000 원이다. 교보문고나 예스24를 가면 중고로 30,000원에 책정되어 있다. 지금.. 장난해?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때문에 품절인 책을 소개하죠? 아 어이없네. 너무 읽고 싶잖아?


어쩐지 밑줄 박박 그어가며 읽고 싶은 책인데 살 수 없다니.. 너무 슬프다. 슬픔의 새드니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볼까 싶어 도서관에 검색했더니 있더라. 히히 그러면 오늘 가서 빌려볼까~ 룰루랄라~ 했다가 어라? 우리 도서관 목요일에 쉬지 않나? 하고 체크해봤더니 아뿔싸 .. 오늘 도서관 쉬는 날이네? 껄껄.


장정일 님, 지금 저한테 뭐하신거예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품절돼서 너네는 못읽는 책 나는 읽었지롱~ 

이거 하신거예요?




이번 시사인에는 10년만에 새 시집을 낸 진은영 시인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시집의 제목은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은 '사랑'이란 "어긋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하기'가 낳는 불가해한 낙담, 나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발생할 때의 통증 앞에서 '미래는 장밋빛일 거야'라는 아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겠다'는 의지만이 정확한 사랑의 태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시사인 784호, p.63 (진은영 인터뷰 중)


나 역시도 사랑을 구성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생각한다. 상대에게 어떤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곁에 있기를 선택하는 것. 왜냐하면 사랑하지 않았을 경우 상대의 단점은 '그러므로' 떠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하고 함께 있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좋은 연인이 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타인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 둘 자신이 없다. 나는 '그러므로' 내팽개쳐버릴 것 같은 그런 사람이라서. 나이들수록 점점 더 그러는 것 같아서.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하는 진은영 시인은 앞으로도 열심히 사랑하며 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진은영 시인이 말한 사랑은, 이 인터뷰에서도 언급되지만, 반드시 연인의 사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공감과 연대, 인류가 모두 포함된다.


무엇보다 시집의 제목이 좋은데,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라는 구절이 그 자체로 시같은데, 그러나 ..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한다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된 거리가 반드시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니까. 오래된 거리는 여행지에서는 구시가지.. 뭐 이런거 아닌가. 아아, 나는 정말이지 시를 읽을 수 없는 몸이 된 것 같아. 오래된 거리.. 랑 사랑? 막 이렇게 되어서. 오래된 거리를 사람들은 사랑하나요? 저는 신시가지를 좋아합니다..


아무튼 내가 제목을 보고 떠올린 건 '에피톤프로젝트'의 노래 <이화동> 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어떤 동네에 특별한 사연이 숨겨져 있고, 그래서 그 동네 자체로 노래를 만들거나 글을 쓸 수도 있다. 어쩌면 진은영 시인의 '오래된 거리'도 그런 개념이엇을 것이다. 나는 에피톤프로젝트의 이화동 노래가 너무 좋아서, 도대체 그 동네가 어떻길래 에피톤프로젝트는 이런 노래를 만든걸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 좋은 노래의 배경이며 소재가 된 곳, 그곳은 어떤 곳일까. 그래서 하루는 날잡고 이화동엘 갔는데, 정말이지 아무런 특별한 게 없는거다. 음.. 역시 어떤 장소가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연이 더해진 것이겠구나 싶었다. 이화동은 노래로만 좋아할 수밖에 없겠군.

이게 서태지도 무슨 동네로 노래를 만든 걸로 기억하고, 이효리도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서울이란 노래를 만들었는데, 서태지 노래는 안들어봤고 이효리 노래는 일부 조금 들어봤지만 좋지 않았다. 역시 사연은 모두 저마다의 것.


그렇다면, 만약 내가 노래를 만든다면, 그러면 나는 어느 동네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자하마 '신사동'이 떠올랐다. 신사동이 좋아서가 아니라 너무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정확히는 신사동이 싫은게 아니라 가로수길이 싫었다. 평소 가로수길 갈 일도 없는데 엊그제 급하게 애플스토어 가야 해서 가로수길을 가게 됐다. 핸드폰을 맡기고 한 시간의 공백이 생겨 가로수길을 조금 걸었는데 어우 야.... 내 타입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지금 애플스토어 때문에 여기 왔지만, 애플스토어 아니면 올 일이 없을 곳이군, 했다. 까페도 술집도 식당도 다 내가 들어갈 마음이 생기질 않더라. 어떤 분위기가 어떻게 작용한건지 모르겠지만 가로수길 .. 내 타입 아니네요. 반면 수리가 끝난 아이폰을 찾아서 논현역으로 가기 위해 걸었던 신사동 큰 길은 좋았다. 아 나는 이런곳이 좋아 가로수길은 영 아니야... 라는 생각을 그날 정말 강하게 해서, 신사동 너무 각인되어 버렸고 '만약 내가 어떤 장소로 노래를 만든다면?'을 떠올리자 바로 신사동이 튀어나와 버리는 것이다. 아직 가사는 짓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가로수길보다 로테르담이 더 좋다. 가로수길보다 호안끼엠 호수가 더 좋다. 가로수길보다 맨하튼이 더 좋다. 아 임 쏘리, 가로수길.. 우린 아닌 것 같아. 



이화동이나 듣자.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이화동.

이별을 하고 이별의 포옹을 하고 눈이 부시게 화창한 다음날 아침 버스 안에서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들었던 곡.

이화동이나 듣자.




우리 두 손 마주잡고 걷던 서울 하늘 동네
좁은 이화동 골목길 여긴 아직 그대로야
그늘 곁에 그림들은 다시 웃어 보여줬고
하늘 가까이 오르니 그대 모습이 떠올라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푸르게 빛나던 나뭇잎까지
혹시 잊어버렸었니?
우리 함께 했던 날들 어떻게 잊겠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그 해 오월 햇살
그대의 눈빛과 머릿결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해
아직 난 너를 잊을 수가 없어
그래, 난 너를 지울 수가 없어... 




음.. 이 페이퍼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화동으로 끝낼 생각은 없었는데 슬퍼져버리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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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2 0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혹 장정일님이 소개하는 책들 중에는 품절되거나 절판된 책들이 포함되더라구요. 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ㅠㅠ 글을 써서 재출간을 종용하는 의도가 담긴 걸까요~? 그럼 좋겠습니다만.
진은영님의 시집은 요즘 어딜 가나 소개가 되서 밟히기는 하는데 제가 그 시들을 오감으로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전히 구매는 꺼려지네요ㅜ 에피톤 프로젝트 얼마전 신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음악이 밝고 긍정적이라 항상 소풍 같은 느낌이 나서 좋더라구요. 즐거운 하루 되시길요!

다락방 2022-09-22 14:24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것처럼 재출간을 종용하는 의도가 담겼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 내가 이렇게 소개했고 사람들은 읽고 싶어할테니 개정판을 내다오, 라는..
저도 진은영 시인의 시집 제목도 좋아서 살까 하다가도 제가 시집을 사서 시를 읽으면 잘 받아들이지를 못하더라고요? 이게 뭔 뜻이여..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인문학 보다 어려운게 시인 것 같아요 ㅠㅠ 그래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시집 한 권 사뒀는데 그것도 펼쳐보지 않고 있거든요.

에피톤 프로젝트 신보라니요! 오오 검색해봐야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2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밤에 뒤적거리다가 대충 봐서 새로 출간되서 소개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표지도 요즘 스탈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다락방 2022-09-22 14:07   좋아요 2 | URL
저도 검색해보기 전까지는 신간이라서 소개한 줄 알았지 뭡니까? 신간이면 제일 처음에 나올텐데 밑으로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도 안나와서 뭐지? 하다가 ㅋㅋㅋ 똭- 찾았더니 품절이더라고요? 도대체 왜 이런 소개를... 하하하하하. 장정일 장난꾸러기!!

청아 2022-09-22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앞쪽 너무 재밌었는데 노래 듣다가 조금 서글퍼지네요? 그리고
마지막 시사인 표지에 화가나는 감정의 3종세트ㅋㅋㅋㅋ
일단 장정일씨가 이 페이퍼를 꼬옥~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해명도 궁금하구요. 저도 일단 도서관에 <중독사회>있나 찾아봐야겠어요.^^*

다락방 2022-09-22 14:02   좋아요 2 | URL
저도 결국 저렇게 흐를줄 몰랐는데 갑자기 이화동 찾아 올리다보니 그 아련한 그 날의 일들이 떠오르면서 슬퍼졌어요. 나를 슬프게 만드는건 누구? 바로 나다... 하하하하하.

오늘은 도서관 휴관이라 안되고 저도 조만간 가서 빌려읽어야겠어요. 아니 너무 읽고 싶잖아요. 품절을 도대체 왜 소개하는 겁니까, 왜, 왜!! ㅠㅠ

mini74 2022-09-22 1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저 찔렸어요. 북플님께 추천해드렸는데 품절책?! 언제 왜 ? ㅎㅎㅎ 노래 좋아요 다락방님 !!
저도 지울 수가 없네요. 그 넘이 오늘도 국이 짜다 하며 나갔거든요 ㅎㅎㅎ

다락방 2022-09-22 14:01   좋아요 3 | URL
도대체 왜 품절된 책을 저렇게 읽고 싶게 소개해가지고 저를 안타깝게 만드나요? 장정일 나쁩니다.

아니, 아름답게 눈이 부시던 햇살아래 손잡고 같이 걷던 남자와 지금 같이 사시는군요! 미니님이야 말로 해피엔딩을 이루셨네요. 저처럼 이화동 듣다가 우는 엔딩이 아니라...(저 먼 곳을 바라본다)

단발머리 2022-09-22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사인 정기구독할 때 장정일 코너는 꼭 찾아 읽어더랬죠. 뭐랄까. 믿을 수 있는, 최소한 중타? ㅋㅋㅋㅋㅋ 이런 느낌.
근데 품절은 좀 아쉽네요. 적어도 품절이다, 이 정도는 알려줬어야 하는데요.

이제는 시사인도, 한겨레 21도 안 보는 사람이 되어버린 나,는 이제 다락방님 책소개 페이퍼만을 기다리고 있으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2 13:57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 시사인 정기구독 끝나면 연장은 안하려고 해요. 제가 꼼꼼하게 읽는게 아니라서 항상 책소개만 읽고 버리는 느낌이에요 ㅋㅋㅋㅋ 가끔 관심가는 기사 있으면 그때그때 사서 보는게 나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저는 품절된 저 책 때문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좀 가야겠네요. 아니 그런데 사두고 안읽은 책이 산더미인데 도서관에 가도 되는건가요? 도대체 뭘 어쩌자는건지... 에휴.......

잠자냥 2022-09-22 1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도 신시가지가 더 좋아요~
그나저나 가로수길 정말 싫죠? 전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가 그쪽에 있었어서 늘 거길 갔어야 했고, 점심도 거기서 먹었어야 했는데 정말 싫었어요. 가뜩이나 싫은 출근길 더 싫어짐...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신사동에 있어서 볼거리 먹을거리 많겠다고 좋겠다고 했는데 노노- 전 그 동네를 떠난 지금이 더 좋습니다.

다락방 2022-09-22 13:55   좋아요 2 | URL
가로수길 분위기 정말 싫어요. 거기 가기도 싫지만 거기에서 노는거 좋아하는 사람과 저는 잘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ㅎㅎ
이래가지고 저는 노래를 만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

잠자냥 2022-09-22 14:21   좋아요 1 | URL
오, 저 그 마음 알아요. 제가 그렇거든요.
어디서 만나자고 할 때 굳이 가로수길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집이 가깝다거나 직장이 근처라 퇴근 후 그냥 거기서 보자는 게 아닌데도 굳이 거길 고집하는 사람) 저도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ㅋㅋㅋㅋ (청담동 포함)

다락방 2022-09-22 14:26   좋아요 1 | URL
아 청담동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청담동도 일전에 한 번 갔다가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몸이 꼬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압구정동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나마 거긴 좀 나아요. 압구정 씨지브이에 영화를 보러 몇 번 갔었거든요. 영화보러 갈 때 가긴 하지만 그러나 약속장소를 압구정으로 잡는 일은 없습니다. 차라리 대전에 잡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2 14: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그 셋 중엔 압구정이 그나마 가장 나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압구정 씨지비는 저도 종종 영화 보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씨지비에 예술 영화 전용관이 있어서 가게 되더라고요.)

다락방 2022-09-22 15:26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예술영화 전용관 아니면 압구정 씨지비 갈 일은 전혀 없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압구정아, 니가 그나마 그거 가지고 있어서 가끔 날 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2-09-22 14: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이 품절일 때 정말 황당하고 짜증나죠.
그래서 제가 출판사에 있었을 때는 어지간하면 품절이나 절판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아무리 안 팔리는 책이라도 어떻게든 책을 유통시키려고 애썼죠.
반품을 재생시키거나, 정 안되면 좀 비싸더라도 소량 인쇄를 해서 말이죠.

저도 최근에 가끔 중독에 대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이 책을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22-09-22 14:29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싶은 책이 품절인 관계로 도서관에 들러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얼마전에 알콜 중독 등장인물이 나오는 시트콤을 봤더니 중독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물론 저 책의 소개를 보면 저 책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긴 하지마요.
시트콤 속의 알콜중독자는 꼭 폭주하거나 절주를 해야 하나, 나에게도 조금씩 가끔 마시는 일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하고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는데, 그게 조절이 안되더라고요. 그런 심리랄까 증상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어요. 역시 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습니다.

따라쟁이 2022-09-22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콜중독이라니, 그것은 저의 전문 아니겠어요? :D

다락방 2022-09-22 14:38   좋아요 2 | URL
오 안녕, 따라쟁이 님.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열독중이신가요? ㅎㅎ

바람돌이 2022-09-22 15: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사동 하면 주현미언니가 생각나는 세대....ㅠ.ㅠ
저는 지금 에밀리 브론테의 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치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겟습니다.
그녀의 정신세계는 저와 닿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2-09-22 15:27   좋아요 2 | URL
아 바람돌이 님 ㅋㅋㅋㅋㅋㅋㅋㅋ 에밀리 브론테의 정신세계는 바람돌이 님과 닿는 곳이 하나도 없다니.. 그런데 어쩐지 저도 없을 것 같네요? 에밀리 브론테가 시도 썼는줄은 몰랐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2 15:41   좋아요 2 | URL
바람님의 정신세계에 닿지 않으면 돌이에게 보내요~

바람돌이 2022-09-22 15:41   좋아요 2 | URL
아 죄송 죄송
이젠 에밀리 브론테 아니고 에밀리 디킨슨요.
에밀리가 지금 막 저를 고문하고 있어요. ㅠㅠ

바람돌이 2022-09-22 15:43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그거 해봤는데 지금 돌이가 충격받아서 가출했어요

다락방 2022-09-22 15:54   좋아요 3 | URL
아 브론테 아니라 디킨슨! ㅋㅋㅋㅋㅋ 브론테가 언제 시까지 썼단 말인가 했네요. 후훗.
그나저나 디킨슨의 시라니. 브론테든 디킨슨이든 아무튼 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2 16:46   좋아요 3 | URL
에밀리 브론테가 시도 썼더라고요^^
민음사 세계시인선 ‘상상력에게‘ 있어요.
저도 시, 특히, 번역시는 잘 읽히지 않아서 작년에 이 시집 좀 읽다가 멈췄네요;;;;
바람돌이님, 디킨슨 민음사 버전 읽으시나요??

수이 2022-09-22 20:44   좋아요 4 | URL
에밀리 브론테도 시 썼어요 저도 읽다 포기했지만 ㅋㅋ 아 디킨슨은 그냥 아주 좋기만 한데 바람돌이님 어느 지점에서 힘들어 하시는 걸까요??

다락방 2022-09-23 07:47   좋아요 2 | URL
아 진짜 알라딘 너무 좋네요. 브론테가 시를요? 묻는 사람이 있고 시 썼어요~ 답해주는 사람이 있고. 아 여긴 진짜 너무 좋은 공간이다. ㅋㅋㅋ

비타 님, 비타 님은 시를 잘 읽는 분이신 것 같고요, 저는 아직 브론테의 시를 읽어본 건 아니지만 제가 읽어도 어쩐지 바람돌이 님과 같은 감상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23 08:44   좋아요 1 | URL
다락과 방이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9-23 13:53   좋아요 1 | URL
비타님은 위대한분.
어느 지점이 힘드냐고 물으시면 아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겟다고 대답하겠사옵니다.
저는 그래서 영화도 봣어요. 좀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서....근데 이 시인의 삶도 잘 이해가 안가고, 시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 아니 무슨 감정을 저렇게 어렵게 표현하는지 말입니다.

- 2022-09-23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시가지를 좋아하는 다락방을 좋아합니다!!! 이화동은 플리에 넣겠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2-09-23 09:34   좋아요 2 | URL
오늘 아침에 이화동 들으면서 왔는데 막 따라부르면서 감정 제대로 잡혔네요. 어우~

독서괭 2022-09-23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품절책을 소개하냐는 말씀에 저도 품절책 재판매 독려에 더해 “나는 이 책 갖고 있지롱” 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다락방님도 그말을 쓰셨네여 ㅋㅋㅋ 가로수길 저도 몇번 안 가봤는데 왜 여기가 핫한 것인지 잘 모르겠더이다.. 맘에드는 이자카야가 있어서 두번 가긴 했어요. 요즘은 가로수길 휑하다 합니다. 아무튼 역시 중요한 건 추억이겠죠?^^

다락방 2022-09-23 09:36   좋아요 2 | URL
나는 이 책 갖고있지롱~ 에 더해 ‘이 책 친구 출판사가 만든거지롱~‘도 있겠지요? ㅋㅋ
어쩌면 가로수길은 저에게 너무 낯설어서 그럴 수도 있을 거예요. 만약 제가 어쩔 수 없이 자주 방문해야 했다면 이렇게까지 싫지는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음 그렇지만 여행가서 낯선 도시를 싫어한 적은 없는데... 아무튼 이렇게 가로수길도 제 추억이 됩니다. 애플스토어 갔다 걸어본 추억... ㅋㅋㅋㅋㅋ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















아, 진짜 이 책 너무 좋다. 두번째 꼭지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까지 읽었다. 제일 처음 김예란의 글도 너무 좋았는데, 백지연의 글도 진짜 너무 좋다. 그간 학자들도 그렇고 스스로 옳다고 확신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여성들의 미러링 말하기에 대해 비난하는 걸 익히 들어왔는데, 백지연은 미러링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잘 밝혀주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말하기를 시도하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너무 잘 파악하고 증거하고 있달까. '여성커뮤니케이션 연구총서'라는 이 책의 타이틀이 오늘 아침엔 확 다가온다.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게 거부감없이 수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미러링을 통해 표현된 언어의 원본은 ‘일간베스트‘ 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생산되고 누적되어온 여성혐오 발언과 철저하게 대립쌍을 이루고 있다. 이 대립의 구조는 미러링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순간그의 원본이 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함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도록 짜여진 언어적 전략이다.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을 수용하는 사람의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로 만드는 구도인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 P72


오늘 백지연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던 책이 바로 이런 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두번째 글까지밖에 못읽었지만 이 책은 나의 올해의 책이 될 것 같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비난을 숱하게 들어왔던바-트페미다, 한남같다, 공부 안한다- 나는 항상 그 비난에 분노했던 거다. 공부란 뭘까. 여성차별을 그리고 여성혐오를 자기가 태어나서 살아온 그 삶, 그것을 몸으로 감각하는 것이야말로 차별과 혐오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트페미라는 멸시, 미러링에 대한 비난 다 좆같다고 생각하던 가운데 이 책의 연구자들은 젊은 여성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보여주며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그들의 말하기야말로 바로 행동 그 자체임을 주장하는 거다. 크- 너무 좋다. 진짜 너무 좋아. 만세만세 만만세다. 젊은 여성들도 만만세고 이 책의 연구자들도 모두 만만세다. 만세만세만만세!!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메시지인 뉴스(김훈순, 1997)가 재현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8년 이상의 기간을 거치면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거의 변화지 않았다(김경희 ·강혜란, 2016) -p.55



나는 위의 인용문을 읽으면서 일요일에 보았던 영화 <공조2> 를 떠올렸다. 나는 가끔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엘 가는데, 부모님과 함께 보기에는 한국영화이면서 코믹액션이 가장 좋다. 공조2는 마침 거기에 맞춤한 게 아닌가. 게다가 현빈+다니엘 헤니의 잘생김 후훗. 그렇게 룰루랄라~ 부모님과 보러 갔는데,



정말이지 ... 딥빡침을 느끼고야 말았다. 

부모님은 재미있게 보셨다고 했고 내 옆자리의 나이든 관객들도 영화가 끝나자 재밌네~ 하였지만, 그래 나도 재미있긴 했지만, 불쾌함이 사라지질 않는거다.


2017년 <공조> 는 현빈이 잘생기고 유해진이 웃긴 영화였다. 그게 전부인 영화. 

2022년 <공조2>는 과학기술이 발전해 언제나 '몸으로 뛰어야 한다'는 유해진도 과학수사의 협조를 받고 엄청난 마약유통범을 잡기 위해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공조수사를 하기도 한다. 드론을 띄워 사건 해결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범죄자들 조차도 신종 마약을 만드는 것이 쉬워지고. 그러니까 모든게 다 발전한 거다. 과학기술 자체도 발전했지만 고지식했던 몸으로 뛰는 형사의 업무에 대한 자세도 좀 발전한거다. 그런데,


여자 조연(주연은 없다)인 윤아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유튜버로 돈벌겠다는 명분으로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자신이 흠모했던 현빈이 다시 온다는 소식에 옷장에서 옷을 잔뜩 꺼내가지고 와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 고민한다. 현빈이 최고 잘생긴 줄 알았다가 등장하는 다니엘 헤니를 보고 넋을 잃고, 중요한 순간에는 나이트클럽의 죽순이었던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클럽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자신이 춤을 추고 있으면 부킹이 들어오고 그러면 자신은 이 룸 저 룸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찾는 범죄자에 닿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나름 돕는다면 돕는거였는데, 사건이 다 해결되고 난 후의 윤아는 떠나는 현빈에게 '기다릴게요' 라고 말한다. 이 영화속에서 윤아가 하는 일은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고,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삼겹살을 굽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고,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그리고는 남자에게 '기다릴게요' 라고 말하는게 전부. 이게 전부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과학수사로 최고봉에 서고 나이든 형사 조차도 과학수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세계가 하나 되어 범죄자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앞으로 쭉쭉 나아가지만, 그러나 2022년 이석훈 감독이 그려낸 공조에서 단 하나, 여자의 성역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모든게 발전하고 그 발전을 느끼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지만, 그러나 여자는 아직 인간인지 잘 모르겠어...



영화는 재미있고 코믹하다. 남자주연 세 명에게 고루 액션과 멋짐을 나눠주었고 적당한 순간에 감동을 주기 위해 음악도 잘 썼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여자는 남자에게 반하고 남자를 기다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 생각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이 영화를 보면 너무나 자연스레 몸으로 뛰고 위험을 감수하고 여자를 그리고 나라를 구하려는 남자들과 동시에, 잘생긴 남자에게는 반하고 돈은 안벌고(백수인 윤아는 형부의 비상금을 노린다) 예쁘게 꾸미고, 그렇지만 클럽에서는 모두의 시선을 끄는 여자가 보인다. 그것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것이고,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굳히겠지. 이 지점이 너무나 빡치는거다. ㅠㅠ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메시지인 뉴스(김훈순, 1997)가 재현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8년 이상의 기간을 거치면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거의 변화지 않았다'는 백지연의 말은 한국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제는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아나운서도 있고 여성주연 서사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지점인거다. 남성들이 재현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동한 거 아닐까. 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튼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오늘 아침 또 캐나다뷰를 배경으로 찍어보았다. ㅋㅋ





그럼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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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21 0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조2> 영화 가족들이랑 극장에서 봤어요. 포스터에서 윤아도 있길래 오~ 윤아도 같이 공조하나보다! 기대하고 봤는데...아!!!! 뭐야??? 윤아는 왜 시나리오를 받아들였을까? 안한다고 하면 스텝들과 선배 배우들에게 몰매 맞겠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1보다 더 못한 영화가 아녔나? 싶어 돈 아깝다!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다니엘 헤니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구요ㅋㅋㅋ
여름동안 한 7 편 정도 영화를 본 듯한데 그중 으뜸은 <헤어질 결심>이었어요^^
그나저나 책 읽어야 하는데 전 어려워서 진도가 안나가던데 다락방님은 재미있으시다니 그동안 독서 내공이 빛을 발하시는 것 같아 그저 부럽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1 08:53   좋아요 2 | URL
와~~댓글 1등!!!!^^

다락방 2022-09-21 09:46   좋아요 3 | URL
책나무 님도 보셨군요! 저는 저런 대본-여자는 인간이기보다 여성이기만 한-을 받아들고 다른 배우들은 다 괜찮았던 걸까? 그 역할을 연기했던 윤아도 그렇지만 그냥 저기 숱하게 있는 남자배우들, 다 아무렇지도 않았나? 싶더라고요. 그 영화를 보고 고정될 여성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짜증났어요. 어떻게 아직도 그런 여자를 만듭니까. 나름대로 고심한건지 여성 요원에게도 나중에 중요 역할을 맡기는데 그래봤자 총 한 방 쏘는게 끝이었죠. 그런 부분이 너무 징그러운 그야말로 남자의 영화였어요. 발전을 얘기하지만 발전 없는 남자의 영화요.

저는 너무 재미있고 좋고 행복합니다, 책나무 님. 아 진짜 이 책 탁월하다, 내가 읽고 싶었던 바로 그 책이다! 싶고 말이지요. 1부의 1장은 학자들의 이론들을 가져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현실을 사는 여성들에 대해 아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나무 님, 힘내세요! 빠샤!!

- 2022-09-21 09: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이그 알탕들 ㅋㅋㅋ 영화 그렇게 밖에 못만드냐 ㅋㅋㅋㅋ 1 도 소비 안했지만 2도 소비 안할란다 ㅋㅋㅋ

잠자냥 2022-09-21 09:37   좋아요 3 | URL
한국 알탕 영화 안 본지 어언 10년은 넘어가는 1인...
나는요 알탕도 완전히 안 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1 09:44   좋아요 4 | URL
저는 바로 거기에서도 또 게으름을 느낍니다. 알탕 영화를 만드는 자들의 게으름, 발전하는 세계의 한쪽면만 보고 그걸 담으면서 뿌듯해하는 그 게으름. 그런 게으름은 결국 제자리에서 퇴보로 향하게 되죠. 으...
그런 게으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기에 관객들은 자꾸 똑똑해지는 것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9-21 0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실 책에서 1장의 첫 꼭지가 가장 중요한 핵심 이론과 메시지를 담고 있을텐데 제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다락방님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실 정도라고 하니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네요. 디지털미디어 기술에 편승해 교묘하게 이용되는 젠더 불평등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락방 2022-09-21 09:43   좋아요 3 | URL
저는 지금 1부의 두 꼭지만 다 읽은 상황이거든요.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첫 꼭지에 너무 많은 학자들을 인용하고 있긴 하지만 저는 그 메세지가 너무 좋더라고요.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거 보다 더 나아가 고정된 세계에 발을 성큼 내밀어 내 고통을 발화하고 기득권 세상을 붕괴시키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지점이 진짜 너무 소름돋게 좋았고요, 뭐랄까, ‘이제 여자들은 참지 않아!‘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짜릿했어요.

2부를 읽을 읽도 너무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어 더 읽기에 좋은 것 같아요. 아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ㅠㅠ

- 2022-09-21 10:4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제 여자들은 참지 않아 인데 저는 왜 무언가를 참는 느낌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엔 저의 그런 마음들이 보여서 좀 속상합니다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1 10:52   좋아요 1 | URL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선언도 그리고 미투도 모두 저는 ‘여자들은 더이상 참지 않아‘ 에서 발현된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쟝님이 참는게 무언지 모르겠지만 참는 어떤 마음들이 느껴진다면, 그걸 참음으로 인해서 갖게 되는 다른 것을 선택하는 것이겠지요. 아무쪼록 마음의 평안을 바랍니다.

- 2022-09-21 11:02   좋아요 1 | URL
섹스참기요 ㅋㅋㅋㅋㅋ 드립칠려다 실패 ㅋㅋㅋ ㅋㅋㅋㅋ 왤케 진지해 ㅠㅠ

다락방 2022-09-21 11:08   좋아요 0 | URL
아 진지한 멘트인줄 알았네? 껄껄


- 2022-09-21 11: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섹스 그건 뭐 꼭 참아야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ㅋㅋㅋ 잘 사귀는 커플 보고, 로맨스 읽고 그러면 어떤 친밀함에 대한 그리움을 떠나보내야 하는 거구나 하게 되어요~! 아직 그걸 원한다는 뜻이겠죠? 기왕 일케 된김에 진지하게 댓글달기…

얄라알라 2022-09-21 0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막 책 읽으려하는데, 책 날개 필진 약력을 보니, 한국에 이렇게 좋은 학자들이 전력투구하고 계시구나, 미래가 밝다! 기분이 좋아졌어요 책 읽기도 전부터

다락방 2022-09-21 09:39   좋아요 3 | URL
맞아요, 얄라알라 님! 제가 진짜 딱 그랬어요. 책 날개 를 항상 책 읽기 전에 먼저 보는데 이번 책의 작가들 이력을 보고 얼마나 감탄이 나오던지요. 이 많은 학자들이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냈다니. 너무 좋더라고요! 얄라알라님께도 좋은 독서의 시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후훗.

청아 2022-09-21 1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요즘 영화,어쩌다 드라마 보며 너무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곳에서 다락방님따라 공부하며 너무나 더디게 변화하는 현실을 더욱 실감하는것도 같구요.
대놓고 문화전반의 분위기가 이러하니
각종 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의 집단적 두려움은 당연하고
상대적으로 여성을 자신의 소유로 여기고 함부로하는 남성들의
비뚤어진 욕망도 여전하다고 봐요.

저도 이 부분 읽고 전율이 일었어요 다락방님ㅜ.ㅜ
(미러링에 대해 북플에서 어떤분에게 지적받았던거 떠올라요.)
이 책 많이들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22-09-21 10:50   좋아요 3 | URL
미미님, 72페이지 인용문 정말 좋지요?
저는 미러링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또 미러링이 없었던 것보다 있었던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러링을 함으로써 사람들은 얼마나 지저분한 혐오 표현들이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됐잖아요. 그런 한편 ‘걔네가 그런다고 너네까지 그러냐‘ 라는 비난의 말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그러면 왜 안되나요? 미러링 하기 전까지는 그렇다면 왜 원본을 만든 ‘걔네들‘한테 아무말도 하지 않았나요? 미러링 때문에 현실을 인지하게 됐으면서 미러링을 비난하는 건 행동하는 자들에게 돌을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미러링은 아, 역시나 원본을 따라잡을 수 없더라고요. 저는 남자들이 하는 말들이나 행동들-당연히 범죄로 이어지죠-을 보고, 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끔찍하다고? 놀라다가 더 끔찍한게 나와서 미러링은 진짜 원본을 따라갈 수가 없구나 싶더라고요. 무지와 악의를 갖춘자를 따라간다는 건 보통의 사람들에게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들이 앞으로 하는 말들은 또 어떤 것일지 기대가 큽니다. 미미님, 우리 계속 읽어봅시다!!

난티나무 2022-09-21 1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조2 아 진짜 ㅠㅠ 저 앞부분 조금 봤는데 딥빡… 안 보길 잘했네요. 뒷부분 이야기 들으니 더 빡침요.
저는 군데군데 읽고 있어서 아직 이 부분 읽기 전인데 저도 무지 기대됩니다!!!

다락방 2022-09-21 14:47   좋아요 2 | URL
아 난티나무 님은 순서대로 읽지 않으시는군요! 뒷부분 너무 기대됩니다. 밑줄도 많이 긋고 그래서 플래그도 많이 붙여요. 전 정말 이 책 너무 좋네요.

공조2는 아무리 잘생긴 남자들과 웃긴 남자 섞어 재미있게 하려 했어도 여성혐오에 대해선 진짜 멍청한 영화였어요. -.-

독서괭 2022-09-21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헐 윤아는 남성관객들 눈호강 위해 등장하나요 ㅠㅠ 넘 안타깝네요. 그런데 애들 만화에도 아직도 그런 식이 좀 있나봐요. 대표적으로 시크릿쥬쥬-하도 얘길 들어서 저는 애들 안 보여줍니다^^; 여전히 대장은 남자인 경우가 대다수고요. 뽀로로도 은근히 성역할 고정관념 심하고.. 아직 멀었네요!

다락방 2022-09-22 08:43   좋아요 2 | URL
눈호강 이란 단어가 적절하네요. 영화 끝나고 나오면서 아빠가 윤아 참 예쁘다 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왜케 듣기 싫은지 ㅠㅠ 아 너무 짜증납니다.
뽀로로 성역할 고정관념 심하다고 계속 얘기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 전반적으로 고위직에 여성들이 많아져야 성역할 고정관념도 좀 사라질 것 같아요. 일하는 여성들이 여기저기 투입되어서 그런 컨텐츠 만들 때마다 ‘그게 뭐하는 짓이여?‘ 하고 항의해주고 또 자신들이 일하는 것처럼 제작도 해주고 그래야할 것 같아요. 진짜 한국 남자감독이 만든 영화 속의 여자등장인물 보는 일은 너무 괴롭습니다 ㅠㅠ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게 거부감없이 수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미러링을 통해 표현된 언어의 원본은 ‘일간베스트‘ 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생산되고 누적되어온 여성혐오 발언과 철저하게 대립쌍을 이루고 있다. 이 대립의 구조는 미러링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순간그의 원본이 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함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도록짜여진 언어적 전략이다.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을 수용하는 사람의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로 만드는 구도인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 P72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주류 미디어에서는 원본의 폭력성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격한 표현들이 미러링의 전부인 것처럼 재현되지만, ‘여자가큰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좀 할 수 있지‘, ‘역시 큰일은 여자가 해야‘ 등 일상에서 오가는 언어를 비튼 표현도 존재한다. 온라인 공간의 여성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이런 종류의 표현은 원본의 차별성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자체로 여성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기도 한다. - P72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들의 언어 생산물이 ‘절대로 원본(의 폭력성과 현실성)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었기에 미러링을 만들 수 있었다. 여성들의 신체적 감각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기보다는 누적된 경험의 결과물로, 여성들이 그동안 노출되어왔던 여성혐오적인 게시물의 규모와, 거기서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얼마나 주목해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 P73

오프라인 시위 현장에서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이용해 얼굴을 가리는 행위는 1차적으로는 신변과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지만, 그동안 내가 하는 말의 내용이 아닌 여자로서의 내 얼굴이 말의 가치와 진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던 경험에서나온 것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과의 개인 인터뷰를 철저하게 통제하는것 역시 그동안 여성들이 언론과 맺어온 관계에서 비롯한다. 여성들은자신의 말을 언론이 보태고 자르기를 통해 어떻게 소비시킬 수 있는지를알고 있으며, 노출된 한 사람에게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있다. 한때의 ‘영웅‘이 어떻게 ‘마녀‘로 몰려 매장당하는지를 보아온 탓이기도 하다. 더불어 여러 가지 의제가 뒤섞인 사회운동이 그 ‘배후‘와
‘순수성‘을 묻는 질문 앞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본 한국인으로서의 여성은 시위를 하나의 의제를 목적하는 것으로 통제하고, 개인이아닌 조직의 이름을 내세워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을 차단하기도 한다. - P74

다음의 사진은 디지털 매체에서 시작된 여성들의 싸움 성과가 가장전통적인 매체에 의해 재현된 모습이다. 『타임』 지는 2017년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silence Breaker‘을 선정했다. 표지는 여성들이(2016지금까지 무엇을 이뤄왔는지를 영광스럽게 재현하면서, 우리가 불안 때문에 무엇을 ‘못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상징적 기호를 담고 있다. 표지의 오른쪽 아래에 드러난오른팔의 모습이 그것이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이 여성은 이미 당한성폭력에 이어 자신과 가족들이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려움을 이기고 침묵을 깬공로를 인정받는 상황에서조차 여성은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 - P75

여성들의 불안이 사회적이고 젠더화된 감정인 만큼, 익명의 여성이느꼈을 불안은 자신이 달성한 성취의 영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개인적 차원의 안타까움 이상의 파장을 갖는다. 가령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총장 퇴진을 위한 시위가 끝난 뒤, 학교 본관을 점령했던 기간 동안쌓아왔던 시위 관련 데이터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여전히 공포의 기억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교내의 모니터에는 시위 관련 장면을 띄울 수 없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금기시된다. ‘시위와 관련된 기억을 모든 세상이 다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고백하는 학생도 있다. ‘여성혐오‘라는 말이 한국 사회의 공론장에 나오기전부터 여성혐오의 대표적인 피해자였던 학생들은 끝내 익명성을 선택했다(진명선, 2017.11.13). 이렇게 여전히 내재된 불안이 여성의 성공 경험 명명과 기록을 방해하는 탓에, 우리는 그녀들이 누구이고 무슨 일을했는지 아직 다 알 수가 없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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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변하지 않는 여성의 모습
    from 마지막 키스 2022-09-21 08:09 
    아, 진짜 이 책 너무 좋다. 두번째 꼭지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까지 읽었다. 제일 처음 김예란의 글도 너무 좋았는데, 백지연의 글도 진짜 너무 좋다. 그간 학자들도 그렇고 스스로 옳다고 확신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여성들의 미러링 말하기에 대해 비난하는 걸 익히 들어왔는데, 백지연은 미러링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잘 밝혀주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말하기를 시도하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젊은 여성
 
 
- 2022-09-2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해하는 부장님 💪

다락방 2022-09-21 07:49   좋아요 1 | URL
페이퍼 쓰는 중입니다 ㅋㅋ

- 2022-09-21 10:41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은 다락방에게 글을 쓰게 한다! 참 조흔 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