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
아, 진짜 이 책 너무 좋다. 두번째 꼭지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까지 읽었다. 제일 처음 김예란의 글도 너무 좋았는데, 백지연의 글도 진짜 너무 좋다. 그간 학자들도 그렇고 스스로 옳다고 확신을 가진 많은 사람들도 여성들의 미러링 말하기에 대해 비난하는 걸 익히 들어왔는데, 백지연은 미러링이 왜 생겼는지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너무 잘 밝혀주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말하기를 시도하는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너무 잘 파악하고 증거하고 있달까. '여성커뮤니케이션 연구총서'라는 이 책의 타이틀이 오늘 아침엔 확 다가온다.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게 거부감없이 수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 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미러링을 통해 표현된 언어의 원본은 ‘일간베스트‘ 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생산되고 누적되어온 여성혐오 발언과 철저하게 대립쌍을 이루고 있다. 이 대립의 구조는 미러링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순간그의 원본이 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함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도록 짜여진 언어적 전략이다.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을 수용하는 사람의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로 만드는 구도인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 발화 방식을 통해 이뤄낸 목적 외의성과 중 하나는 언어 시장의 청자 일반에 대한 상상적 이미지를 바꾸고있다는 것이다. - P72
오늘 백지연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던 책이 바로 이런 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 두번째 글까지밖에 못읽었지만 이 책은 나의 올해의 책이 될 것 같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비난을 숱하게 들어왔던바-트페미다, 한남같다, 공부 안한다- 나는 항상 그 비난에 분노했던 거다. 공부란 뭘까. 여성차별을 그리고 여성혐오를 자기가 태어나서 살아온 그 삶, 그것을 몸으로 감각하는 것이야말로 차별과 혐오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아닌가. 트페미라는 멸시, 미러링에 대한 비난 다 좆같다고 생각하던 가운데 이 책의 연구자들은 젊은 여성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보여주며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그들의 말하기야말로 바로 행동 그 자체임을 주장하는 거다. 크- 너무 좋다. 진짜 너무 좋아. 만세만세 만만세다. 젊은 여성들도 만만세고 이 책의 연구자들도 모두 만만세다. 만세만세만만세!!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메시지인 뉴스(김훈순, 1997)가 재현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8년 이상의 기간을 거치면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거의 변화지 않았다(김경희 ·강혜란, 2016) -p.55
나는 위의 인용문을 읽으면서 일요일에 보았던 영화 <공조2> 를 떠올렸다. 나는 가끔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엘 가는데, 부모님과 함께 보기에는 한국영화이면서 코믹액션이 가장 좋다. 공조2는 마침 거기에 맞춤한 게 아닌가. 게다가 현빈+다니엘 헤니의 잘생김 후훗. 그렇게 룰루랄라~ 부모님과 보러 갔는데,
정말이지 ... 딥빡침을 느끼고야 말았다.
부모님은 재미있게 보셨다고 했고 내 옆자리의 나이든 관객들도 영화가 끝나자 재밌네~ 하였지만, 그래 나도 재미있긴 했지만, 불쾌함이 사라지질 않는거다.
2017년 <공조> 는 현빈이 잘생기고 유해진이 웃긴 영화였다. 그게 전부인 영화.
2022년 <공조2>는 과학기술이 발전해 언제나 '몸으로 뛰어야 한다'는 유해진도 과학수사의 협조를 받고 엄청난 마약유통범을 잡기 위해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공조수사를 하기도 한다. 드론을 띄워 사건 해결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범죄자들 조차도 신종 마약을 만드는 것이 쉬워지고. 그러니까 모든게 다 발전한 거다. 과학기술 자체도 발전했지만 고지식했던 몸으로 뛰는 형사의 업무에 대한 자세도 좀 발전한거다. 그런데,
여자 조연(주연은 없다)인 윤아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유튜버로 돈벌겠다는 명분으로 화장을 예쁘게 하고, 자신이 흠모했던 현빈이 다시 온다는 소식에 옷장에서 옷을 잔뜩 꺼내가지고 와 어떤 옷을 입으면 좋을까 고민한다. 현빈이 최고 잘생긴 줄 알았다가 등장하는 다니엘 헤니를 보고 넋을 잃고, 중요한 순간에는 나이트클럽의 죽순이었던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클럽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춤을 춘다. 자신이 춤을 추고 있으면 부킹이 들어오고 그러면 자신은 이 룸 저 룸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찾는 범죄자에 닿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나름 돕는다면 돕는거였는데, 사건이 다 해결되고 난 후의 윤아는 떠나는 현빈에게 '기다릴게요' 라고 말한다. 이 영화속에서 윤아가 하는 일은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고,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삼겹살을 굽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고,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그리고는 남자에게 '기다릴게요' 라고 말하는게 전부. 이게 전부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과학수사로 최고봉에 서고 나이든 형사 조차도 과학수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세계가 하나 되어 범죄자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앞으로 쭉쭉 나아가지만, 그러나 2022년 이석훈 감독이 그려낸 공조에서 단 하나, 여자의 성역할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모든게 발전하고 그 발전을 느끼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지만, 그러나 여자는 아직 인간인지 잘 모르겠어...
영화는 재미있고 코믹하다. 남자주연 세 명에게 고루 액션과 멋짐을 나눠주었고 적당한 순간에 감동을 주기 위해 음악도 잘 썼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여자는 남자에게 반하고 남자를 기다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게 될 수많은 사람들에 생각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이 영화를 보면 너무나 자연스레 몸으로 뛰고 위험을 감수하고 여자를 그리고 나라를 구하려는 남자들과 동시에, 잘생긴 남자에게는 반하고 돈은 안벌고(백수인 윤아는 형부의 비상금을 노린다) 예쁘게 꾸미고, 그렇지만 클럽에서는 모두의 시선을 끄는 여자가 보인다. 그것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인식될 것이고,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굳히겠지. 이 지점이 너무나 빡치는거다. ㅠㅠ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메시지인 뉴스(김훈순, 1997)가 재현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은 1990년대 후반 이후 18년 이상의 기간을 거치면서도 양적으로, 질적으로 거의 변화지 않았다'는 백지연의 말은 한국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제는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아나운서도 있고 여성주연 서사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들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해지는 지점인거다. 남성들이 재현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동한 거 아닐까. 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튼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오늘 아침 또 캐나다뷰를 배경으로 찍어보았다. ㅋㅋ
그럼 빨빨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