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글, 김수정 의 <ASMR, 지디털 문화 시대의 감각화된 친밀성: 감각, 정동, 젠저/섹슈얼리티> 를 읽었다. 지금 네 번째 글까지 읽고 있는 중인데 사실 김수정의 이 글이 시작은 가장 지루했다. 그렇다해도 놀랄만한 글이었는데, 이 글에서야말로 내가 관심도 없었던 그리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사유들이 주루룩 펼쳐졌기 때문이다. 내가 워낙에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ASMR 이 어떤 뜻인지도 몰랐고, 어렴풋이 '먹방에서 먹는 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는 거구나' 정도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ASMR 은 먹방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고 먹방은 그 후에 그중에 하나로 파생된 걸로 보면 되겠다. 우선,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 ASMR 의 풀이를 책에서 인용하자면,


'자율감각쾌락반응' 이라 번역되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은 특정 소리 자극에 대해 느끼는, 머리에서 등줄기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찌릿한tingling 감각 경험을 가리킨다. -p.87



그래서 나는 이 글이 먹방에 대한 건줄 알았다. 그러나 그 전에 정말로 이 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영상들이 있었던 거다. 



속삭임, 귀 파는 소리ear cleaning(뭐, 이런게 있어?!), 바삭한 음식 씹는 소리, 요리할 때 생기는 소리, 입으로 내는 소리, 손톱으로 무엇을 긁거나 톡톡 치는 소리, 손이나 브러시로 쓰다듬는 소리, 종이 구기는 소리, 사각대는 글 쓰는 소리 등 다양한 미세한 소리들이 팅글을 야기하는 자극물, 즉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p.87


이 영상의 창작자들은 역할극을 한다거나 해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고 또 작은 목소리로 속삭임으로써 청취자에게 위안과 위로를 준다는 거다. 나는 경험한 바가 없어서 그런줄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국내의 창작자가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다는데, 이름도 처음 들어봐서 도대체 어떤 영상을 찍는 사람이야? 하고 검색해 보았다. 본인의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채로 다양한 소리들을 들려주는 창작자인가 본데, 나는 영상을 보진 않았고 인터뷰를 잠깐 읽었는데, 자신의 영상중에 귀 파는 게 제일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 걸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하고 또 그걸 들으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일단 나에게는 너무나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저런 소리들을 보여주고 들려줄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이걸 들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훨씬 더 많겠지만, 이 영역 역시 내가 전혀 모르던 일들로 가득했다. 숙면을 취하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이런 영상을 시청하는가 보았다.



김수정의 글을 놀라운 점은, 이런 것들을 알려주어서가 아니라, 이런 영상들과 젠더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연관성을 생각해보고 또 우리에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도 연구한 바가 있는데, 이런 ASMR 영상 창작자들은 특히 여성이 많고 구독자들은 거기에서 위안을 얻음으로써 돌봄의 기능을 수행하는 여성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처음에는 이런 영상들이 성적인 함의를 포함하지 않았다해도 자본주의 시장에서 더 잘 팔리기 위해서는 더 많이 드러나야 하니 차츰 성적인 메세지를 넣기도 한다는 것. 그렇게 섹슈얼리티가 포함되는 것에 대한 연구와 비판이 이 글에 다 있는 거다. 


그러니까 ASMR 에 대해서 젠더화된 수행이 맞다는 연구가 나오고 침실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 촬영하기도 하면서 성적인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게 맞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상들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할까. 그러나 곧이어 이런 영상들에 대한 다른 시선을 가진 연구에 대해 밝혀준다. 즉 ASMR 은 '이성애 규범을 넘어선 대안적 쾌락' 이라는 것. 무슨 말이냐하면, 이성애 그리고 섹스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둘만 있을 때 해오던 사적인 것이었는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 인해서 비규범적이 된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그리고 이내 여기에 다른 연구자의 연구가 덧붙여진다. 이성애 섹스라는 것을 너의 몸과 나의 몸이 하는것이었다는 걸 넘어서 이런 공개적인 영상에는 여러 테크놀로지들이 결합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의 성적 개념과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고 규범적 이성애 섹스에 분열을 일으킨다는 거다.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아 뭐야 진짜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걸 사람들이 연구하고 나는 이렇게 책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연구한 걸 알게 되다니. 너무 짜릿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런 흐름인거다.


ASMR은 사람들을 잠들게 함으로써 친밀감을 주지 → 그렇지만 창작자 대부분이 여성이란 걸 감안하면 다분히 젠더롤 규정이 되지 → 특정한 신체부위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성적인 영상이기도 해 → 아니야 보는 사람들도 그걸 기대하고 보는게 아니라 위로를 받으려고 보는걸 → 그래 맞아, 처음엔 성적인 영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고 또 시청하다보니 성적인 영상들이 생겨나 → 그렇지만 그런 영상들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이성애 성적 규범을 파괴하지, 그 사이에는 너와 내가 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테크놀로지가 매개하잖아,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사는거야!


와 너무 재미있지 않나. 나는 세상에는 학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하나하나 그 과정에서 단순했던 것들을, 심지어 창작자나 시청자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들을, 연구자들은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결론으로 도출해내는 거다. 물론 거기에서 끌어오는 결론들이 모두 맞는 것도 정확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연구 결과들을 읽어봄으로써 어떤 지점들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지 않나. 진짜 연구 만세, 학자 만세, 공부 만세만세 만만세다! 처음엔 도대체 뭐여, ASMR 이 먹방이 아니었어? 뽀모.. 라는 사람이 인기가 많아? 지루했다가 읽을수록 너무 씐나는거다. 


물론 나는 이 연구자가 보여준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 그리고 주장에 대해서 오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네, 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인 함의를 담은 영상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성애 규범을 전복 시킨다거나 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나는 사실 그보다는 좀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는 한데, 성적인 메세지들이 공공연하게 자꾸만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은, 내가 성적 보수주의자여서 인가? 내가 꼰대여서인가? 이건 내 스스로 언어나 문장을 만들어낼 때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김수정은 자신의 글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보여줌으로써 그러나 우리가 아직 이 영상들이 어떤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힌다. 분명 다양한 소리들로 친밀감을 주는 것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방식이고 이것은 다른 연구자의 주장처럼 그동안 성적 문화에 대한 어떤 도전이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좀 더 들여다보고 고찰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에는 다른 사유들을 자극할 수 있도록 이 글을 썼다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나에게는 저자의 의도가 완전히 와닿은 글이었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나는 먹방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여기에 대해 정리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일전에도 친구에게 먹방은 포르노랑 다를 바가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아직 날카롭게 거기에 맞는 문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건, 먹방에서 보여주는 자극적임,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내게는 '그래서는 안된다'로 연결되어지는 거다. 굳이 썰지 않은 커다란 고기덩어리를 들고뜯는 일이, 굳이 라면을 몇 개나 끓여서 한 번에 먹는 일이 보여져야 할 일인가. 사람들은 거기에서부터 무엇을 얻는가. 나는 이게 포르노랑 되게 비슷하다고 보여지는거다. 이런 영상들은 나에게 어떤 유익함을 가져다주거나 하질 않는다. 나는 유튜브로 먹방을 보지는 않는데,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1분짜리 먹방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그걸 중도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보고 그 다음 영상도 연관되어 나왔을 때 별 생각 없이 들여다봤던 거다. 그런 후에 어떤 일이 생기냐면, 갑자기 영상속에서 창작자가 먹었던 빨간 냉면이 먹고 싶어지고, 그것을 후루룩 먹고 싶어지는 거다. 나는 그동안 먹방을 봐왔던 사람이 아니고 또 내가 먹는 양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한 끼에 두 메뉴를 놓고 먹는다해도, 먹방 창작자들처럼 라면을 한꺼번에 네 개씩 먹고 그러지는 못한다는 거다. 게다가 라면 하나가 1인용이라고 했을 때,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1인분이라는 용량이 정해진 것들이 있는데, 굳이 그대로 먹는게 아니라 해도, 도대체, 어째서, 왜, 한 사람이 치킨과떡볶이를 시켜두고 또 라면까지 네 개 끓여가면서 먹어야 하냐는 거다. 왜 그래야 하는걸까. 그리고 그걸 왜 보는걸까, 그리고 보는 사람들은 왜 계속 보는걸까. 그걸 볼 때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드는가. 매운 고추를 잔뜩 썰어넣고 커다란 그릇에 도무지 한 사람의 양이라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밥을 담아 먹는 걸 보여주는 건, 창작자와 시청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 왜. 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러 함으로써 자극을 주고,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그 자극을 맛보고 싶게 만들고, 그리고 그 자극을 줌으로써 창작자는 돈을 벌어간다. 이거 너무 포르노스럽지 않나. 이걸 어떻게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나는 누가 이미 정리해두었길 바라고, 그런 글을 읽고 싶다. 이 책에는 먹방이 아니라 먹스타그램이 있던데, 그 글은 내가 알고자 하는 바를 충족시켜주는 글인걸까? 


사실, 나야말로 연구자가 되었어야 하는걸까?


아무튼 이 책 너무 좋고 매 글마다 생각하게 해서 진짜 짜릿하다. 너무 좋네요 ㅠㅠ



그나저나 다음은 웹툰인데, 나는 또 웹툰도 안봐가지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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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9-23 0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다락방님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님도 연구자가 되어야해요! 저 어제 못읽었는데 이 부분이
이런 내용이군요. 먹방이 포르노와 비슷하다는데 동의합니다. 저도 먹방을 본 일은 없지만 너튜브에서 먹방으로 인기인 사람들이 지상파에 출연해 이야기나누는걸 잠시봤거든요. 수십개의 치킨다리를 먹는데...다분히 가학적이고 자본주의화 되어있다고 느꼈어요.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비규범화된‘다는부분에도 깜짝놀랍니다. 이번달 책은
굉장히 재밌네요! 저도 얼른 따라가겠습니다. 🤭

다락방 2022-09-23 09:54   좋아요 3 | URL
네, 먹방은 포르노와 그 흐름이 같죠. 과하고, 자극적이고, 중독되고, 누군가는 크게 돈을 버는것까지. 우리 10월 도서가 포르노랜드 잖아요. 저는 먹방에서 한 인간이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고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도대체 왜인지 모르겠어요. 일종의 자기학대와도 연결되는게 아닌가 싶고요, 그것은 포르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지거든요. 이 점에 대해서 누군가가 잘 정리해준 글이 있다면 읽고 싶어요. 밑에 별족 님이 소개하신 책이 그런 책인가 싶어 읽어보려고 하는데, 책 소개를 보니 한국인의 밥 권하는 문화 같은 얘기를 해놓은 것 같네요. 접근이 섬세하지 못한것 같은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겠네요.

공쟝쟝 2022-09-23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먹방) 그걸 보지 않는 것보다 보는 것이 수월하고 그게 알고리즘인 것 같아요. 이 기능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 낸 것이고요. 저는 페미니즘이 결국은 자본주의 비판과 동시에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 선명해지는데… 그 많은 기술과 자본이 투하된 플랫폼자본주의를 이기기엔 너무 자장이 거센 것 같아요!
과거의 시절에 대체 페미니즘 없이 어떻게 사회를 분석하려고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적인 자극이 됩니다… 여자 연구자들 더 생겨라!!!! 공부하자!!! 연구자들에 투자해라!!!!

다락방 2022-09-23 09:50   좋아요 3 | URL
맞아요, 페미니즘은 결국 자본주의 비판과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 아주 깊게 몸을 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역시나 자기모순에 직면하게 되겠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기 비판과 고통을 끌어안아야 할까요.. 윽. 그래도 아무튼 가보렵니다. 가던 길 계속 가야지요. 결국은 어디에 닿지 않겠는가, 합니다.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공쟝쟝 2022-09-23 10:26   좋아요 1 | URL
그렇게 치자면 가부장제 이성애 사회에도 깊숙하게 몸을 담고 있는 우리지요 ^^ 자기 모순을 한껏 직면하지만 그것들에 우리를 다 내어주지 않기 위해 똑바로 보려는 글쓰기를 하는 우리들. 나는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장하고, 또 그런 우리를 어떻게든 만들어가는 작은 쪼꼬만 움직임일 꾸준히 하는 다락방님이 장해요! 더더 읽고 쓰고 공부합시다😍

다락방 2022-09-23 10:28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남자의 육체를 좋아하는 저는 그래서 심히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지금도 벗어나지 못했고요. 단단한 등.. 사랑해요 ㅠㅠ

공쟝쟝 2022-09-23 10:31   좋아요 0 | URL
슬퍼하지 말아요
기뻐하지 말아요
다 지난 일이야
이젠 잊어 버려요
(회전목마) 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3 10:33   좋아요 2 | URL
다시 바람은 불고
우린 함께있으니..

나는 단단한 등과 함께있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9-23 10:35   좋아요 1 | URL
바람이 부네요… 다시….

거리의화가 2022-09-23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직접 검색도 해보셨군요~ 저는 차마 검색은...^^; 저 이미지 클립들만 봐도 자극적인 것이 눈에 보이네요. 눈 아래 이미지 컷들을 보여주는 것 말이죠. ASMR에서 왜 사람들은 위로와 공감을 표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생각하니 놀랍고 새로운 사유들을 많이 얻게 되었어요! 웹툰, 유튜브 저는 다 친하지 않은 매체라 더 놀라웠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9-23 09:48   좋아요 1 | URL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칠개국어로 자막도 단다고 해서 뭐라고? 하고 검색해봤습니다. 차마 영상을 보진 못하겠더라고요. 저 영상 보는게 왜이렇게 겁나고 하기 싫은지, 원 ㅋㅋㅋ
저도 웹툰도 안보고 유튭도 안봐서 완전히 새로운 글이었어요. 그런데 읽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후훗.

별족 2022-09-23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이라는 책에서 먹방을 (만들고)보는 한국인, 포르노를 (만들고)보는 일본인,에 대해 말하던 게 좀 더 와 닿습니다. 모든 걸 성적으로 연결하는 건, 일종의 결핍이나 억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다락방 2022-09-23 09:46   좋아요 1 | URL
오, 언급하신 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책인데 어쩌면 제가 정리하지 못했던 걸 정리해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읽어봐야겠어요. 다른 분들 백자평을 보니 국뽕이라는 단어가 보이긴 하지만요.

잠자냥 2022-09-23 1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저런 시장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먹방, ASRM 이런 시장. 저는 이 두 컨텐츠가 다 너무 원초적 자극을 주는 거라 포르노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다부장 님이 찾아 올리신 저 이미지도 뭔가 좀.... 성적인 컨텐츠 같아 보여요. 저 여자 입술하며...ㅠㅠ).

참고로 먹방은 그걸 시청하는 사람의 뇌도 음식을 먹고 있다고 착각해서 심지어 살이 찐다고 합니다. 신기하죠?

다락방 2022-09-23 10:17   좋아요 5 | URL
네, 잠자냥 님. 저도 먹방을 보는 순간 ‘굳이 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확 포르노랑 연결되어 생각되더라고요. 위에 미미님댓글에도 답했지만 자극적이며 중독적이고 과한 설정에 자기학대, 그리고 자본주의. 이 흐름은 먹방과 포르노가 똑같이 연결되는것 같아요. 제가 인스타에서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1분짜리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걸 보면서 뭐랄까, ‘이걸 보는 나‘가 싫었거든요. 저는 만약 제가 포르노를 본다면 그 역시도 ‘이걸 보는 나‘가 싫을 것 같아요. 먹방을 보는 것도 포르노를 보는 것도 그런 모습의 저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싫은 나일 것 같은데, 그렇게나 인기있는 걸 보면... 뭐, 그렇습니다.

저는 남들 앞에서 그렇게나 과하게 많은 음식을 먹고 그걸로 돈을 번다는 게 진짜 너무 이상해요, 정말 너무 이상해요. 포르노도 그렇잖아요. 남들 보는 앞에서 성적 학대를 하고 돈을 벌잖아요. 그거 진짜 너무 이상해요. 그리고 큰 돈을 벌어요. 저는 진짜 이거 너무 이상합니다.

(저도 저거 검색해서 어떤 창작자인지만 보고 영상은 차마 못봤습니다..)

2022-09-23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3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SMR의 원천이 그런 거였어요?
저는 애들이 들려주던 영상을 들어보니까 음식 먹는 바사삭~ 그런 소리들이 많이 나서 음식 씹는 모음집인 줄 알았더니???
처음엔 이 바사삭~ 쩝쩝쩝~ 소리가 왜 유해인 건지 소름 끼치면서 이해가 안가던데 나중에 자연의 소리들을 들었을 때는 아...힐링되는 기분에 유행을 타는가 보다!! 쉽게 생각했네요?
뽀모 저 유튜버도 처음 들었는데 제목이나 사진만 봐도 약간 포르노 영상같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정말 알게 모르게 두뇌가 잠식되어 가고 있었군요? 갑자기 소름이 쫘악~~~~~ㅜㅜ

다락방 2022-09-23 14:23   좋아요 2 | URL
저도 워낙 유튜브와 동떨어진 인간이다보니 ASMR 에 대해서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서 이게 뭐다 딱 정리를 해주더라고요. 이래서 책을 읽는건 뼈가 되고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지식이 되는가봅니다. 후훗.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데 ASMR 의 창작자도 그리고 시청자도 성적인 의도로 만들거나 보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보다는 정말 힐링이나 위안을 위해 듣는 거였죠.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들을 가만 놔두질 않는 것 같습니다. 돈이 되기 위해서는 자극적이 되어야 하는거지요. 저는 먹방이 포르노스럽게 연출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먹방 자체가 포르노랑 본질적으로 같다고 보고 있는 거고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자극이 더 큰 자극으로 더 큰 자극으로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멍하니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되는것이요. 이 흐름이 너무 포르노랑 똑같잖아요.

영상만 보는건 확실히 뇌를 쓰지 않는 일인것 같아요. 책나무 님,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읽고 씁시다. 책나무 님, 계속 가는거예욧!!!!!

바람돌이 2022-09-23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남의 귀파는 소리를 듣고싶지? 하고보니 왜 모르는 여자가 소변을 보고 응가를 하는 화장실 몰카를 보고싶지라는 질문과도 연결이 되어 버리는..... 먹방과 포르노가 일맥상통한다는 것도 어렴풋하게 느끼던 것들인데 다락방님 글 읽고 나니 확실하게 더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네요. 다락방님 언젠가 이 주제로 책 내십시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가능합니다.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2-09-23 17:20   좋아요 2 | URL
저도 영상을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귀를 파주는 걸 보여주면서 소리를 들려주는것 같아요. 거기에서 시청자들은 편한 자세로 누군가 내 귀를 파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힐링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여자의 불법촬영물을 보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ASMR 은 대리만족 혹은 타인으로부터의 위로가 목적이고 불법촬영물은 자신 안의 열등감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위로나 위안 혹은 힐링이 목적이었어도 점점 ASMR 이 자극적이 되어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어휴, 이런 주제로 책을 내는건 저보다 더 전문적으로, 더 오래, 더 깊게 공부하신 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책만 읽는걸요. 후훗.

공쟝쟝 2022-09-23 17:32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저도 그게 너무 궁금해요 ㅋㅋㅋ 그래서 남.자 를 샀습니다ㅋㅋㅋ 이 열등감에 돌아버린 한남의 남성성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었음 좋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유구한 전통이 분명있다는 겁니다 ㅋㅋㅋ 그리고 한남성만도 아니란 것을 점점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난티나무 2022-09-23 1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챕터 읽다가 조금 남기고 덮어두었는데 다락방님 찾아보신 유튜브 ㅠㅠ 책으로 읽을 땐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처음엔 어땠는지 몰라도 저 이미지만으로는 그럴 만한 이유가 당근 있구나 싶네요.ㅠㅠ 하…

다락방 2022-09-26 07:48   좋아요 2 | URL
네, 저 이미지 만으로도 좀 거부반응이 들죠. 영상은 보고싶지도 않을 정도로 거부반응이 들어요 ㅠㅠ
저 여전히 읽고 있는데 먹스타그램 부분과 웹툰, 맘스타그램 은 딱히 재미없네요. 흐음.

독서괭 2022-09-26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이 글 읽었는데 신기하더라고요. ASMR 이란 게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아무 생각 없었는데(이해 잘 안 된다는 생각만) 역시 학자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다락방 2022-09-26 17:12   좋아요 1 | URL
맞아요, 독서괭님. 연구자나 학자는 확실히 사유의 깊이가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면 안되는 사람들이로구나 하고요.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연구하다니, 아니 정말 너무 대단한 사람들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