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기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1』,문학동네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 만큼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은 알아두면 아주 쓸모가 많다. 내가 인용하기에도 쓸모가 많겠지만, 외국 작품들을 읽다보면 숱하게 인용되기 때문이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도 읽어두면 우리는 번역된 많은 작품들 속에서 핍과 미스 해비셤을 만날 수 있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할런 코벤'의 책, 『홀드 타이트』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을 아주 많이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나름의 고민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걸 아주 잘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열한살(열두살이었나..) 여학생에게, 남교사가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학생의 신체적 특징을 언급한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이 여학생을 놀리게 되고, 여학생은 전학과 이사를 생각할 정도로 학교생활을 괴롭게 하고 있으며, 놀림이 됐던 코 밑에 거뭇거뭇한 수염은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여학생은 가끔 이 선생님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아버지 역시 이 선생에게 복수할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한다. 정말이지, 너무 절망적인 고통 속에서 아이가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교사 역시 마찬가지. 이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의 편이 되고자 늘상 노력했다. 그러나 그 날은 자신의 피곤함과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그렇게 '실수'를 해버렸고, 그 이후 지금까지 쭉, '내가 학생에게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왜그랬을까' 하며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자기가 만든 감옥에 갇혀버렸달까...



학생은 학생대로 괴로운데 '이제 그만 교사를 용서하라' 말할 수가 없고, 교사는 교사대로 괴로워 미치겠는데 '이제 그만 괴로워하라'는 말은 소용이 없다. 크-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갈등이 이뿐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모든 갈등들을 다 언급하고 갈 순 없다. 나도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쨌든 '아, 이걸 어떡해야 하지' 하는 과연 정답은 있는지 의문나는 상황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지만 정말 그게 옳은 일일까????? 하게 되는 일들. 




사춘기 아들이 위험에 빠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부가 나오는데, 그러다가 아버지 역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남편을 잃을 상황이 될지도 모른 여자는, 남편의 병실 안에서 남편의 회복을 바란다.


티아는 자신의 손을 남편의 팔뚝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잘생기고, 훤칠하며, 강인한 남편이었다. 그녀는 다트머스에서 이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이 사람과 침대를 함께 쓰고, 아이를 낳고,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을 했다. 환상 속에 그리던 백마 탄 왕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멋진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실제로 누군가를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다는 건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둘 사이가 조금이라도 벌어지지 않도록 애를 써야만 한다. 두 사람의 사이를 일분일초마다 더 좋아지고 더 열정적으로 만드는 모든 일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당신을 정말 사랑해." 티아는 속삭였다. (p.230-231)



티아와 마이크는 둘 사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애를 썼기 때문일까, 사이가 좋다. 아니 어쩌면 애를 썼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애를 써도 잘 되지 않는 것들도 있으니까. 

반면, 허셀은 아내인 아일린에게 별거를 제안했다. 자신들의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하면서. 아일린은 자신의 분야에서 엄청나게 능력을 인정받은 여자였지만, 자신은 모든게 다 잘 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는가 보다. 자신은 아직도 왜 남편이 별거를 하자고 했는지 잘 모르겠고, 어느틈에 이것이 자기에게 닥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일린은 부부로서의 사랑이 더 남아 있지 않은 남편 허셀에 대해 생각했다. 혹시 남편의 썰렁한 농담에도 폭소를 터뜨리며 기분을 맞춰주던, 최근에 이혼한 그 깜찍한 접수원과 허셀이 바람을 피운 게 아닌가 의심했고,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뭐가 더 남아 있다는 거지, 아일린……." 그런 질문을 던진 사내는 이미 오래전에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서 하차해버렸다. 아일린은 남편이 하차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뿐이다. (p.341)



아...너무 슬프다. 한쪽은 이미 하차했는데, 다른 한쪽은 상대가 하차했다는 사실조차 늦게 알아차리다니. 이 시간차와 온도차는 대체 왜 발생하는걸까. 이별은 항상 이런 식으로 오는 것 같다. 시간 차로, 온도 차로. 한 쪽은 마음을 접고 있는데, 다른 한 쪽은 여전한 마음이어서. 나중에야 상대가 이미 하차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놓친 게 어느 부분이었을까? 그때 이 말은 그런 뜻이었을까?, 그때부터 그는 하차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아직 여기 있고 앞으로 더 가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혼자가 된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우리는 같이 타서 같이 내리기로 했던 게 아니었던건가?


이게 이별이 오는 방식인 것 같다. 한 쪽이 먼저 하차해버리는 것, 그리고 상대는 그걸 늦게 알아차리는 것. 아 슬프다.....






어제 퇴근길에는 Lauren Christy 의 <The Color of The Night>을 들었다. 요즘 왜인지 이 노래가 생각나서 퇴근길과 출근길에 반복해 듣고 있는데, 어제 퇴근길에도 반복해 들으면서 한껏 감정이입을 했더랬다. 나는 늘 어두울 때만 그를 보는 여자가 되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널 밝은 곳에서 보는 것 뿐이야, 이러면서 흐윽- 흐느끼고, 신이여 구해주세요, 이러면서 막 흐윽흐윽 흐느끼면서 곧 울 것 같은 심정이 되어 갓, 세이브 미~ ♪ 하고 있는데, 아 글쎄 전화가 오는 게 아닌가!!! 아...너무 기분 잡쳤어.... 업무상의 간단한 전화였다. 

전화는 이래서 나쁘다. 나의 가장 완벽한 시간을 방해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진짜 책 읽을 때 방해받는 것도 싫지만, 글을 쓰거나 음악 들으면서 한껏 머릿속에서 혼자 상상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어떤 것이, 누군가가 똭- 하고 끼어들어 방해하는 게 너무 싫다. 어제 음악을 들으면서 한껏 비극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가 되어 흐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똭- 방해를 하면, 하아, 내 공상의 리듬이 깨지잖아... 그러지마... 내가 이래서 전화를 싫어해...왜 그렇게 마음대로 전화해? 어제 전화를 끊고 다시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공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삐삐를 살까.... 생각했다. 나는 삐삐를 사는 것에 대해 몇 년전부터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고민'만'하고 있긴 하다. 삐삐라면.... 이렇게 음악 들으면서 흐느끼다가 방해받는 일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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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nd I moving in the dark
Bodies close but souls apart
Shadowed smiles
And secrets are unrevealed
I need to know the way you feel

I'll give you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I'll put it in your hands
If you could open up to m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to see you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I can't go on running from the past
Love has turned away this mask
And now like clouds, like rain
I'm drowning and I blame it all on you
I'm lost, God save me

I'll give you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I'll put it in your hands
If you could open up to m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to see you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God save me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Forever and again I'm waiting for you
I'm standing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Please come out
from the color of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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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로렌 크리스티 이 노래 진짜 슬프지 않나.... 오죽하면 신한테 구해달라 그러고 막 ㅠㅠ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밝은 곳에서 보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들으면 혼자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 다드는데, 아니, 왜 어두운 곳에서만 사랑을 하는겁니까, 대낮에도 사랑을 해야죠, 하는 생각이 막 들고, 어두운 곳에서만 숨어서 사랑해야 하는 그 사정이란 것은, 결국, '해서는 안되는 사랑' 이 아닌가 싶고.... 그렇게 상대가 나를 낮으로 데려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는 그 마음은 어떤걸까.... 미치겠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너는 항상 밤에 전화하지, 나는 수화기를 들지



하는 캐서린 맥피의 노래가 생각나는 것이다.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하는 노래. <ov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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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over your lies
And I’m over your games.
I’m over you asking me when you know I’m not ok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And though you’ve been telling me, I know you’re not alone

And that’s why your eyes,
I’m over it.
Your smile,
I’m over it.
Realized
I’m over it, I’m over it, I’m over.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m so…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over your hands
And I’m over your mouth.
Trying to drag me down and fill me with self doubt

Oh and that’s why your world
I’m over it.
So sure,
I’m over it.
I’m not your girl
I’m over it, I’m over it, I’m over.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m so…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so over it

Don’t call,
Don’t come by.
Ain’t no use
Don’t ask me why.
You never change;
There'll be no more cryin'in the rain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t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so over it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t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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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나이 먹어서 느낀 건 밀당을 하지 말자는 거다. 피곤해...그런 거 하지 않고 그냥 좋다좋다 예쁘다예쁘다 쓰담쓰담 해주고 우쭈쭈 해주면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장땡이다. 게다가 저렇게 밤에만 전화해서 불러대는 새끼들은 짤라내야 한다. 물론, 말이 이렇지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좋아 죽겠는데 어떡해. 자꾸 밤에만 부르는데 어떡해 ㅠㅠ 그렇지만, 밤에만 나를 불러내는 사람은, 나를 자신의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밤에만 불러내서 쾌락만 같이 나누거나, 밤에만 불러내서 술값 대신 내달라고 하거나..... 나를 나 자체로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낮에는 말고 밤에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나같은 여자를 만나지마!!!!!


그렇지만...빛속에서 만나면 뭐하나...다 부질없지.....낮에 만나면 뭐하나........한 쪽이 먼저 하차해버리면 그것도 끝인데....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자..밤에 부르면 밤에 텨나가고 낮에 부르면 낮에 텨나가고...텨나올 수 있는 사람 부르고 싶으면 아침에도 부르고 낮에도 부르고, 밤에만 부르고 싶으면 밤에만 부르고..... 섹스만 하고 싶으면 섹스만 하고 술만 마시고 싶으면 술만 마시고...죄다 부질없지 뭐.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이고, 미래는 예측불허이고... 밤에만 전화오면 밤에만 전화 받으면 되지 뭐..받기 싫으면 안받게 되겠지..... 근데 캐서린 맥피가 저 부분 부를 때 발음이 진짜 끝내준다. 너무 좋아. 유 콜 미 앳 나잇 앤 아 '피컵 더 뽄' 할 때. 진짜 발음 너무 좋아.


살고 싶은 대로 살자, 에헤라디여~

바닥까지 치고 올라오면 되지 뭐...........



그냥 나는 별로 욕심이 없다. 좋은 노래 들으면서 머릿속에서 막 상상하고 이야기 만들어가고 있을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수화기를 들지, 하니까... 또 공일오비 노래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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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곁에 머물러줘요 말을 했지만
수많은 아픔만을 남긴채 떠나간 그대를
잊을수는 없어요 기나긴 세월이 흘러도

싸늘한 밤 바람속에
그대 그리워 수화기를 들어보지만
또다시 끊어버리는 여린 가슴을
그댄 이젠 알수 있나요

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초라한 모습은
오늘도 변함없지만 오늘은 꼭 듣고만 싶어
그대의 목소리 나에게 다짐을 하며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라라라~~~~~~~~

난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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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제 공중전화에 동전 몇 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삐삐를 사용한다면 알았을텐데...역시 삐삐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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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y95 2016-11-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음악이 잘어울려요.^^

다락방 2016-11-15 15:28   좋아요 0 | URL
크크크 그렇지요? 하나같이 다 좋은 노래들입니다.

감은빛 2016-11-1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공일오비!
90년대에 노래방에서 정말 많이 불렀던 노래네요.
동전 숫자가 점점 많아질 수록 그 부분만 바꿔 불렀던 기억이 나요. ㅎㅎ

로렌 크리스티 1집 앨범을 참 좋아했어요.
다른 곡들은 요즘도 가끔 듣는데, 이 노래는 정말 오랫만에 듣네요.

다락방 2016-11-16 08: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님 저랑 연배가 비슷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일오비 반가워 하시네요 ㅋㅋㅋㅋㅋ저도 노래방에서 동전 갯수 바꿔가며 불렀던 기억 나네요.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한가봐요. ㅎㅎ

로렌 크리스티는 1집을 들어보고나 한 건 아니고, 이 노래만 알고 들어봤어요. 이 노래 너무 좋아요. 가사가 너무 슬프고 애절해서 막 듣다가 흐느끼면서 울고 싶어지죠. 어흐흐흑 하면서. ㅎㅎ
굿모닝!
 















마음속에서 늘 애틋한 누군가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물론 그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조차 나를 필사적으로 지켜 주고 있지만, 글을 쓸 때마다 나를 지켜 주는 수호천사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도록 늘 내 등짝을 떠미는 영혼의 바람은 바로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건 바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리 바쁜 날에도 결코 멈출 수 없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시험도 없고 자격증을 딸 일도 없는데,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믿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나를 지켜 주는 내 안의 수호천사는 교과서에도 안 나오고 문제집에도 없는, 그렇게 평생 답이 없는 인문학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세상 모든 것과 목마른 대화를 꿈꾸는 '공부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매순간 지켜 주고 채찍질하고 대로는 어개를 토닥여 주기에, 나는 아직도 '나 자신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나 자신으로 가는 길이 바로 저 멀리 뒤돌아 앉은 당신을 향해 가는 길임을, 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p.6)



나는 국민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점점 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대학교때는 아주 난리가 났었다. 도서관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하고 매일 만화방에서 라면이나 먹으며 만화를 봤고, 시험지를 백지로 내거나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내기도 했다. 결국 4학년 1,2학기를 통틀어 1,2학년 때 빵꾸 낸 거 메꾸느라 진짜 힘들었고, 간신히 졸업을 했다. 나는 내가 '머리는 좋지만 공부에 있어서 노력을 하지 않는 애'라고 아주 오랜 기간 생각해 왔었는데, 이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나중에야 알게됐다. 부모들은 자식이 공부를 못하면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라고 하는데, 그건 그냥 공부를 못하는 거다. 그런 핑계 따위, 다 소용없어. 나는 머리 좋고 노력안한다고 착각을 한, 그런 공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남들보다 유독 못하는 것도 아니어서, 어정쩡한 .. 위치였달까. 어느 시점까지는 공부 잘하는 애들 집단에 내가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공부로는 언급되지 않는 학생이 되었고, 대학때는 그냥 이상한 애...가 되어 있었지. 훗. 그렇지만 나는 내가 공부 못하는 걸 별로 싫어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수를 할까 편입을 할까 어학연수를 갈까 기타 등등을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반대하고 내가 귀찮아서 안하더라. 엄마가 괜히 반대한 게 아니었어...엄마가 밀어줬어도 나는 뭐 더 앞으로 나갔을 것 같진 않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공부로 성공할 사람은 아니었어...딱히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어........ 뭐 암기하거나 이런 거 보면 아이큐는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 거란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 재미있다. 책 읽는 거 너무 재미있고, 글 쓰는 것도 너무 좋다. 같은 책을 읽고 사람들이 다른 생각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고, 그것을 듣고 읽는 것이 너무 즐겁다. 어제도 집회와 시위에 관한 친구들의 저마다의 의견을 읽으면서 또 너무 좋았다. 이미 나보다 앞선 생각을 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된다는 것은, 별 노력 없이 얻어지는 큰 수확이다. 내가 이런 사람들을 친구로 두었다니, 한껏 어깨에 힘이 생겼다. 그러니까 내가 더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부터는 그동안 좋은 글을 쓴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글을 읽으며 ,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생각이 바뀌고 태도도 변하고, 세상은 더 넓어지고... 공부를 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공부를 멈출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훌륭한 정여울은, 나보다 훨씬 먼저 이런 걸 깨달았기 때문에 나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제야 알아서...너무 늦었지...그래도 이렇게 되지 않는 것보다 낫잖아........ 뭐 어쨌든 공부하는 사람을 보고 만나고 읽고 듣고 하는 건 진짜 너무 좋다. 어제 알라딘에 올라온 친구의 글과 또 자신들의 블로그와 트윗에 올린 내 친구들의 글은, 나로 하여금 정말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얼마전에는 이것도 저것도 다 공부하고 싶어지고 계속 공부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그 의욕이 막 샘솟아서, 나 앞으로 계속계속 공부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나 공부하는 내내 옆에 있어줘, 라고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도 보냈다. 친구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 진짜 너무 신나지 않나? 




공부가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 정여울이 공부하는 방법은 나와 같았다. 책을 읽는 거다. 책을 읽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글을 쓴다. 책 읽기를 그래서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계속계속 공부하려면 계속계속 책을 읽어야 해!!! 나에게는 소설책이 가장 좋고, 요즘엔 비소설 분야도 이것저것 기웃대고 있는데, 이 모든 책들이 진짜 다 너무 좋다! 정여울도 말하는데, 책을 읽고나면 그냥 그걸로 멈추는 게 아니라, 그 후에 활동을 해야한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해주거나 글을 쓰는 일들을. 그렇게 책 한 권을 읽고난 후에 내 감상과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물론 그렇게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 까먹긴 하지만.....어떻게든 미미하게라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모이고 모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일테니까. 



토요일에 만난 친구1은 내게 '인복이 많다', '복 받은 사람이다' 라는 얘기를 했는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들 너무 멋져! 요즘엔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생각하는데, 내 주변의 친구들은 다들 이런 친구들이다. 자기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친구들. 그러니 앞으로 친구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엄청 많을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또 친구들 너무 좋으면 참을 수가 없어서, 사랑이 샘솟으면 참을 수가 없어서 바로바로 다 말하곤 하는데, 방금전에도 다른 블로그의 친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온 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이 너무 좋아서 사랑한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아아, 나는 뒤늦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면서, 사랑할 줄 아는 능력도 너무나 뛰어난 여자사람이다. 멋져!



갑자기, 정희진의 책에서 본 구절 생각나고요.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p.104)









지난 연애에서 내가 잘한 게 정말 많지만, 가장 잘한 걸 꼽으라면 상대에게 사랑을 듬뿍 준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는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을 한 순간도 의심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헤어지고 나서도. 내가 이걸 정말 잘했구나, 요즘 이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칠 살 조카도 이모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는데, 나의 전(前)애인도 이걸 잘 알고 있었다. 그걸 그가 잘 알고 있고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도 좋았다. 아, 내가 이만큼이나 사랑을 줬고, 그걸 상대로 하여금 알게 하였다, 라는 것. 내가 진짜 이런 능력이 짱인 것 같다. 내가 받았던 사랑의 크기보다 내가 주었던 사랑의 크기가 훨씬 큰 것이었고, 상대 역시 그걸 알 수 있었다는 것. 이건 진짜 내가 가진 어마어마한 능력이다. 나는 늘 사랑한다면, 상대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상대가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혼자 숨기지 말고, 감추지 말고, 그런 건 바로 알려야 해! 사랑받는다는 건 삶에 있어서 큰 축복이니까, 누구에게나 아무때나 수시로 찾아다는 게 아니니까.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하니까. 세상에 단 한사람이라도 나를 사랑해준다면, 그것만으로 얼마나 많은 힘이 되는지. 




그녀는 누군가 골목길에 버리고 간 낡은 피아노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고, 매일 그 버려진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자신을 한결같은 미소로 응원해 준 할머니의 힘으로 가수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 나를 이해해주고 믿어 주는 단 한 사람. 나를 전적으로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돼요." 그녀의 이름은 잊었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기억에 생생합니다. 나를 전적으로 응원해 줄 단 한 사람, 바로 그 한 사람을 얻는 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시려 오는 요즘입니다. (p.253)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이 점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나는 엄마를 사랑하고, 여동생과 남동생을 사랑하고, 칠 살 조카와 네 살 조카를 사랑한다. 이만큼만 해도 다섯명이고, 한 명만 있어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데 다섯 명이나 있어서 정말이지 너무 풍족하다고 느낀다.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들은, 그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있어서 한 치의 의심도 가지 않는 사람들이다. 음... 네 살 조카는.... 확신할 수가 없네? 얜... 보류. 얜 더 커야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칠 살 조카는 나를 엄청 사랑하는데! 어제도 오자마자 내게 얼마나 안겨드는지! 이모, 이모하고 이백번은 나를 부른 것 같다. ㅋㅋㅋㅋㅋ


나는 이 사람들의 삶을 끝까지 응원하고 이 사람들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정말이지 충만한 사랑속에서 살고 있다. 나는 나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내가 복받은 사람이라고 느낀다. 호텔이나 명화를 사주는 친구가 없어도, 국회의원 친구가 없어도....(응?) 어쨌든 나는 상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 상대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까지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




이 책(장뤼크 낭시,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사랑'을 향한 저자의 열정적인 강의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부르는 단어인 '자기'라는 평범한 단어에서 사랑의 신비로운 기원을 발굴합니다. 우리말에서는 좀 간지러운 뉘앙스가 강하지만, 사람들이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자기(caerie)'라고 부를 때 그 말 속에는 '누군가에게 완전한 가치를 부여하다'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자기'라고 부를 대 우리는 '소중히 여기다, 지극히 사랑하다'라는 의미를 송출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어에서 '자기(cherie)'라는 말은 '자비(charite)'와도 어원이 같다고 하지요. 사람들이 무심코 말하는 '자기'라는 단어 속에는 "내가 절대적으로 최상으로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 즉 유일하고 비교할 수 없는 모든 가치를 넘어서는 가치를 부여하는그 혹은 그녀"를 말합니다. 놀랍게도 '쓰다듬다, 어루만지다(caresse)'라는 단어의 어원 역시 자기 및 자비와 같은 곳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랑하는 존재를 향한 어루만짐, '접촉'이야말로 낭시가 열정적으로 탐닉하는 또 하나의 철학 개념입니다. (p.174)




나는 그간 연애를 해오면서 한 번도 상대에게 '자기'라고 부른 적이 없다. 이건 정여울도 언급했듯이 너무 간지럽게 느껴진 탓이다. 내가 내 입으로 상대에게 '자기야'를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건 어쩐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할 것 같은, 그런 말이었어. 그래서 자신의 연인을 '자기'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저게 어떻게 가능할까, 늘 궁금했다. 난 진짜 입 밖으로 '자기'라는 말을 꺼내기가 너무.....너무......각오해도 안되던데...................이건... 나의 성격탓인것 같어....... 이건 혼자 있을 때 연습해봐야 하나....아, 생각만해도 또 너무나 오글오글.......이건 어쩐지 내가 할 수 있다고 해도 상대도 웃을 것 같다. 나랑 너무 안어울리는 단어야....


그러나 지난 연애에서 어, 나,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러나 그간 해보지 않았던 삶을 살아온지라, 해볼까, 이제 그렇게 불러볼까, 라고 생각만 하다가, 결국 입밖으로 꺼내보진 못하고, 아, 역시 이건 너무 어려워, 그렇지만 이젠 해볼까, 이 생각만 내내 하다가, 쿵-, 이별을 당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졸라 속으로 혼자 이런 거 고민하고 있는데, 상대는 이별을 생각하고 있었어.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졸라 온도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또 멘붕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졸라 의미있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자기를 자기야로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하고 박살나버렸는데, 이건 아마 앞으로도 안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 쉽게 안변해........자기야는 무슨 얼어죽을 자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좋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술마시고 여행다니면서......제이슨 스타뎀이나 동경하면서 살아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야, 는 제목에만 한 번 써보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군가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자기야를 말하지만, 누군가는 사십 년을 살아도 자기야를 못해보기도 하고....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는 거니까요, 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여울의 이 공부하는 책을 읽으니 나도 공부하고 싶어진 책이 늘어났다. '헤르만 헤세'의 책,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예전에 사둬서 다행이다. 참...잘해, 나는. 이런 것도 사두고. 그렇지만 사야할 책이 또 많이 늘었다. 정여울의 공부하는 책을 읽으면서 보관함에 또 책들을 검색해 쓸어담았다.













자, 또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시작해야겠다.










겉보기에는 폭력을 당하는 쪽이 열등해 보이지만 진짜 심각한 열등감 콤플렉스를 앓고 있는 사람은 ‘남을 괴롭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남을 괴롭히지 않고서는 자신의 힘을 느낄 수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자체로부터 만족을 느낍니다. 어딜 가나 타인의 좋은 점을 발견하며, 자신의 결점을 오히려 먼저 고백함으로써 타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고유한 힘을 느끼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 어떻게‘ 자신의 힘을 느끼는지가 중요합니다.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 친구의 돈을 빼앗고 왕따를 시키는 학생들, 여성을 억압하며 성적으로 착취하는 남성들, 도둑질이나 사기 행각을 통해 타인이 소중하게 쌓아 올린 삶을 무너뜨리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진짜 내 것‘이 없다는 거입니다. 진짜 내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들은 결코 남의 것을 빼앗지 않습니다. 진짜 내 것 중에는 물건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켜 온 삶의 소중한 가치들‘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p.232)

나만 생각하다가는 남은 물론 나 자신까지도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아들러는 이런 처방을 내립니다. "14일 만에 좋아질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한 사람을 정해서 매일 그 사람을 어떻게 기쁘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기심은 자아를 향해 과도하게 집중된 리비도입니다. 내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까‘를 생각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고 성장의 시작이며, 뜻하지 않게 자기 안의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이 되기도 합니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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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6-11-1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여울 이 책 참 좋았어요. 죽을 때까지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데 잘 될런지... 노력해야겠지요. 저도 자기야 ㅋㅋ 는 정말 못 부르겠던데 이상하게 같은 여자들이 저한테 자기야,라고 부를 때에는 기분이 좀 --;; 그 ‘자기야‘는 어감이 확 틀려지거든요.

다락방 2016-11-14 11:18   좋아요 0 | URL
저도 죽을 때까지 꼰대가 되지 않고 멈춰 있지 않으려고요. 그러려면 계속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이게 혼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서로 격려할 때 더 좋은 것 같아요. 더 힘이나고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요. 블랑카님, 우리 서로 꼰대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격려하면서 공부합시다!

자기야, 는 하는 것도 어색해서 못하겠지만, 듣는 것도 너무 어색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가끔 저한테 자기야, 라고 누가 그러면(애인 사이 아니어도 자기야 를 말하는 남자,여자들이 있더라고요) 막 몸이 뒤틀리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6-28 11:57   좋아요 0 | URL
자기야_ 저 잘 하는데 ㅋㅋㅋㅋㅋㅋ 막 이 댓글 읽고 찔렸어요.

비연 2016-11-14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죽을때까지 열심히 ‘공부‘ 해요... 에 정말 백퍼동감입니다. 락방님 함께 해요!!!

다락방 2016-11-14 11:26   좋아요 0 | URL
우와 비연님.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너무나 힘이 됩니다. 우리 계속 계속 공부하면서 격려해주고 그럽시다. 너무나 고마워요! ㅠㅠ

hnine 2016-11-1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가 결심의 대상이 아닌, 생활이 되는 그날까지!
(저도 이책 무척 좋았어요)

다락방 2016-11-14 13:4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나인님. 공부가 결심이 아니라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하는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16-11-14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기야, 는 못합니다. 도무지 타인이 왜 자기여야하는지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서요 ㅋㅋㅋ 글렀어 ㅋㅋㅋ

다락방 2016-11-14 13:49   좋아요 1 | URL
이거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막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왜 우리는 안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몽 2016-11-14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거죠? 자기야를 못하는 제가 이상한게 아닌거죠? 저는 결혼 14년찬데 남편은 저를 ‘자기야~‘라고 부르는데 저는 자기야 보다는 차라리 ‘여보‘나 ‘당신‘이라는 호칭으로 남편을 부릅니다.
남편은 좀 섭섭해하지만 어쩌겠어요.
이리생겨먹은것을..ㅋㅋ
남편이 자기야라고 저를 부를때마다 그 오글거림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아직 힘들어요.T.T

다락방 2016-11-15 09:14   좋아요 1 | URL
아 결혼 14년차에도 오글거리는거군요! 역시 안되는 사람들은 안되는건가 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깨끗하게 포기하고 살아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몽님, 화이팅!! ㅋㅋㅋㅋㅋ

세실 2016-11-15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아우 나두 욕하고 싶다.....
미래는 예측불허! 요즘 드는 생각입니다. 한치 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그저 공부 밖에는 답이 없어용. 나두 끼워줘요~~~~

다락방 2016-11-15 15:32   좋아요 1 | URL
세실님은 지금도 계속 공부중이시잖아요. 열심히 함께 책읽는 모임도 가지시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책 읽을 수 있을까도 고민하시잖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생각하는 삶을 우리 함께 살아가도록 해요!!!

저는 ‘자기야‘ 나 ‘오빠‘ 보다 욕이 더 편하네요. -0-

감은빛 2016-11-15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학창시절 성적은 늘 별로였어요.
4년제 대학은 갈 수 있지만, 좋은 대학은 가기 어려운 성적이었죠.
대학에서는 학생운동 하느라 또 공부하기 싫어서 노느라 성적이 엉망이었죠.
그래도 군대 갔다와서 전공 수업은 학점이 나쁘지 않아어요.
우리과는 발제 점수를 높게 평가하는 과목이 많았는데,
제가 발제 하나는 확실하게 잘 했거든요.
여자 후배들이 막 저하고 같은 조가 되고 싶어했죠.
그렇게 여러 여자들이 저를 원했던(?) 경험이 평생 그때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고,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했던 친구들이
그리 똑똑하거나 현명하지 않더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제가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자기야‘라는 단어는 정말 다른 이를 ‘자기‘라고 부르는 거군요.
W님의 댓글 보고 깨달았어요.

다락방 2016-11-16 08:08   좋아요 1 | URL
여러 여자들이 원하는 그런 남자사람이었군요. ㅋㅋ 그런 경험이 있다는 건 좋은거네요. 그나저나 발제를 잘했다니, 으윽 발표하는 거 너무 싫어요..조별과제 이런것도 너무 싫고 발표도 싫고..그냥 저는 학교가 싫었어요. 여전히 그때 학교 다니면서 열심히 도서관도 다니고 공부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고요. 대학교 때 씨씨를 못해본 것도 너무 가슴 아프고요...크-

뭐, 이제라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위해 노력하면 되죠. 같이합시다!

블랙겟타 2016-12-02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으니 다락방님의 사랑스런 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ㅎㅎㅎ
저도 책 부지런히 읽고 생각해야겠어요.
책 읽는 것 까진 되는데 아직 읽고난 뒤의 생각을 쓰는것 까진 잘 이어지지 못하지만요. ^^;;;
그거까지 잘했으면 제 머리에 더 많은 지식들이 들어 있었을텐데요.. ㅜㅜ

수이 2022-06-28 11:57   좋아요 1 | URL
겟타님은 지금으로도 충분해요

블랙겟타 2022-06-28 17:44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
 
눈을 뜨면
You give people their space.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모신 하미드'는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에서, 내가 되고 싶은 나와 본연의 나는 다르다고 말해서 사람 가슴을 찢어놓더니, 이 작품에서도 결국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아니, 그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내가 그렇게만, 그것만 받아들인 것 같다. 처음엔 묵직한 작품이 아니잖아? 하고 설렁설렁 읽다가, 결국 또 가슴이 뜯겨져나가 버렸다 ㅠㅠ 페이퍼로 길게 막 쓰다가, 너무 구질구질해져서... 간단하게, 내 가슴 찢어졌다고만 말하련다 ㅠㅠ



다 읽고나니, 내가 나를 다시 보게 된다. 본연의 나를 더 깨닫게 되고, 내 위치를 새삼 알게 됐달까. 나에게도 '내가 되고 싶은 나'가 있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예쁜 여자'가 내가 맡고 싶은 역할이었고,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나니, 그것은 한낱 나의 바람이었을 뿐이고, 내가 지금 맡은 역할은 고작해야, 안 되는 걸 바라다가 포기하고 옆으로 돌아눕는, 이 책 속에서 남자의 '아내' 였달까.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결국 아내는, 자신의 사랑을 놓는다. 


사랑이 무서운 지점은 바로 여기다. 엄청나게 뜨겁고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도, 멀어지기도 하고 희미해지기도 하고, 그러다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 남편은 뒤늦게 그것이 자신에게서 떠난 걸 알고 찾아보려 하지만, 안녕, say goodbye. 



마침, 어제 삼겹살 먹으러 가는 길에 들었던 노래, '일기예보'의 <떠나려는 그대를>이 생각난다. 







슬퍼서 더는 리뷰를 쓸 수가 없다.
하아- 오늘도 술을 마셔야겠다.....





"네 말소리에 엄마가 깨지 않으셔?"
"나 지금 옥상이야."
당신은 잠시 생각해본다. 그녀가 혼자 옥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숨이 멎을 것 같다. (p.55)

"너야?" 그녀가 묻는다.
당신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그녀는 당신을 와락 끌어안는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느닷없이 뜨거운 포옹을 나누려니 무척 당황스럽지만 짜릿한 흥분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감촉이 달빛이 내리비추던 옥상을 떠오르게 한다.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가 당신의 뺨에 입을 맞추자, 당신은 그녀가 여전히 자기 여자일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p.93)

"결혼은 했어?"
"아니. 너는?"
그녀가 웃음을 터뜨린다. "안 했어. 남자들이 나 같은 여자랑 결혼을 하려고 할지 모르겠는걸."
"나 같으면 할 거야."
"고마운 얘기네. 그러니까 내 말은, 남자들이 나 같은 여자랑 결혼하면 안 될 거라는 뜻이야."
"왜?"
"내가 수시로 변하니까."
"사람은 누구나 변해."
"나 자신도 종잡을 수가 없어."
"알아. 너는 옛날에도 그 동네를 떠나고 싶어 하더니 결국 그 꿈을 이뤘잖아. 이제는 유명한 사람이 됐고." (p.95)

당신은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어온다. 그렇게 자주는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꼴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밤늦은 시간에 영화를 본 뒤 졸음이 잔뜩 묻은 나른한 목소리로, 이미 술을 한 잔 하고서,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전화를 할 때가 있다. 그녀는 당신을 자기 지으로 초대하지도 않고, 어디서 만나자는 말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당신, 그리고 당신 인생과 인연을 이어간다. 이것이 때로는 못 견디게 힘들 때도 있지만, 또 때로는 일말의 희망을 주기도 한다. (p.97)

당신은 지금까지 술을 입에 대본 게 딱 두 번이고 취하도록 마신 적은 한 번도 없어서, 나른하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 느낌이 낯설기만 하다. 당신과 그녀는 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다가,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 만큼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간절한 열망이 피어오르니 그녀와 이토록 가까이 있다는 게 새삼 실감 난다. 하지만 식사가 너무 빨리 끝나고 포도주 병마저 빈다. 이제 곧 오늘의 만남도 끝나겠거니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불쑥 그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내 방에 한 병 더 있어. 같이 올라갈래?"
"그래." (p.117-118)

이따금 예쁜 여자 생각이 나고, 그녀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녀는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당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연락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연락을 끊고 지낼 때조차, 예쁜 여자는 당신의 인생에 개입한다. 당신에게 진짜 여자는 그녀뿐이어서, 당신의 아내는 가짜 밖에 될 수 없다. 아내를 볼 때마다 그녀가 떠오르는 바람에 당신은 아내에게 온전히 마음을 열 수가 없다. 아내의 웃으소리를 들으며 살을 섞는 순간에도 예쁜 여자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다. 당신은 아내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한 발 물러선다. (p.142)

아내와 함께 침대에 나란히 누운 당신은 그녀의 몸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정전 사태에 대비해 최근 아래층에 설치한 소형 발전기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목뒤가 자꾸 뻣뻣해지는 탓에 목에 수건을 받치고 누운 당신은, 아내의 사랑이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그 사랑이 영영 사라지고 나면 그제야 못 견디게 그리워질 거라는 사실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다. (p.143)

"너야?" 그녀는 전에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아에 선 여인을 바라본다.
"그래." 당신이 대답한다.
두 사람 다 말을 잇지 못한다. 천천히 그녀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녀가 당신의 손을 잡자, 관절에 와 닿는 그녀의 살갗이 매끈하면서도 서늘하다.
"나도 너처럼 늙어 보여?" 그녀가 묻는다.
"아니." 당신이 대답한다.
"거짓말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당신이 미소짓는다. "가끔 할 때도 있어." (p.212)

"널 혼자 두고 싶지 않은데." 어느 날 오후, 그녀가 차를 홀짝이는 당신을 향해 중얼거린다.
"걱정하지 마." 당신이 대답한다. 하인도 있고, 세입자도 있고, 전화로 아들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이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p.228)

약은 그녀의 고통을 조금씩 분산시켜주기는 하지만 덜어주지는 못해서,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만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잡는다. 마치 흔들리는 젖니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처럼,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게 조금 성가시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만 떠나고 싶다는 생물학적 욕구가 밀려드는 순간까지도 그녀가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고개를 들고 당신에게 미소를 짓거나 손을 붙잡는 것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달리 표현하면 사랑에 대한 눈물겨운 배려다. (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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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6-11-1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신 하미드의... 소설이었어요???
가슴을 찢는...?
제목 때문에 몰라봤어요

다락방 2016-11-12 12:31   좋아요 0 | URL
네, 이것은 소설인 것입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16-11-1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저두 소설인줄 몰랐네요?
자기계발서 비슷한건줄 알았어요
리뷰를 못쓸만큼의 소설이라???
음~~~

다락방 2016-11-12 12:32   좋아요 0 | URL
읽고나서 가슴이 막 찢어졌어요 ㅜㅜ 휴- 힘들었답니다 ㅜㅜ 이젠 기운 나는 책 읽으려고요 :)

2016-11-11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2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었고 중고로 선택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더랬다. 며칠 전에 넣었는데 다른 중고책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이 안사가더라. 딱 한 권 있었는데... 그래, 내 월급날까지만 무사히 있어줘, 내가 월급을 받으면, 너를 비롯해서 다른 책들까지 사주마!!! 그렇게 장바구니에는 중고책이 네 권쯤 들어 있었다. 그 중에 한 권은 살까말까 망설이던 책이라, 아마도 결제할 때는 빠지겠거니 싶었다. 월급이 들어왔고, 나는 이제 장바구니를 조율하고 있었다. 뭔가를 더 넣고, 어떤 책을 빼고...그렇게 한 박스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리 넣어보고 저리 빼보고 하다가, 오후 네 시쯤, 으음, 이제 결제해야겠군, 하고 다시 들어가니, 내가 꼭 사려고 했던 중고책 두 권이 이미 팔린 뒤였다..


철푸덕...Orz



아니, 내내 잘 기다리다가 어쩜...어쩜 그래? 아 허망해...나는 예스와 교보의 중고샵까지 다 가보았다. 없었다.....허탈해....인생은 이다지도 허탈한 것인가.... 아니, 내내 가만 있다가 왜 .......그 책을 사간 누군가도 어제가 월급날이었던 것인가...나보다 한 발 빠르게 그 책을 낚아챈 것인가........속상해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0-



며칠 전에 친구는 알라딘 중고샵에 책을 팔아서 옷을 샀다고 얘기했더랬다. 나는 <회원에게 팔기>로 중고책을 파는데, 이걸로 나는 옷을 살 수가 없다. 계속 팔리고 있긴한데, 한 권씩... 사 가....그래서 오늘 5천원 들어오고 사흘 뒤에 4천원 들어오고...이런 식이다. 나는 이걸 또 차곡차곡 모으는 스타일이 아니라, 오예~ , 이러면서 책을 또 사.....빈곤의 악순환이련가......아무튼지간에 그래서 내가 이 빈곤을 탈출하고자 '모신 하미드'의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법]을 읽기 시작했다...


는 중요한 게 아니고,


















이쯤에서 중고샵 광고 한 번 들어가고.


다락방 중고샵 바로가기 ☞ http://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12609




보시다시피 최저가 책들이 많고요, 여러권을 주문하시면 사은품도 드립니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가 되려면 책 팔아서는 불가한가....더럽게 부자가 되고 싶지만 책이 안팔려...... 하아-




그리고 내일, 여기 오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저도 여기 있을 겁니다. 후훗. 지나다가 혹시라도 빨간 손톱이 보이면 '당신이 다락방입니까?' 라고 물어주세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이미지는 아무개님 서재에서 허락 없이 ㅠㅠ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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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미 2016-11-1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 책방 잘 보고 갑니다

다락방 2016-11-11 10:24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 2016-11-11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회원간 팔기 하는데...우씨 웃기는 건 편의점택배로 보내면 먹을걸 꼭 사서 판 돈보다 편의점에서 사 먹는 돈이 더 들어 목돈이 안 되네요~

2016-11-1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11-11 10:25   좋아요 0 | URL
아 기억의 집님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의점에 가서 사 먹는 돈이 더 크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다행스럽게도 택배만 보내고 텨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11-1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1-11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 읽는 책을 팔아서 나온 돈으로 원하는 책을 더 사도 책 욕심이 멈추지 않았어요. 책장의 빈 자리가 보이면 허전해서 그 자리에 책 욕심을 채웁니다. 끝이 없는 욕심은 정말 무서워요. ^^;;

재는재로 2016-11-12 14:51   좋아요 0 | URL
그게맞는것같은데 전 반대로가고있어서 문제네요 책장에책이가득차는게무서운 책판돈으로 또새책사고 또파는 무한반복의 책을안읽을수는없고

다락방 2016-11-14 08:14   좋아요 1 | URL
저는 책장의 빈자리를 좀 만들고 싶은데 왜이렇게 세상엔 읽고 싶은 책이 많은지 ㅠㅠ 그거 사느라 허리가 다 휠 지경이에요. 다 사봤자 다 읽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또 새롭게 읽고 싶은 책은 생기고....그러면 책장이 또 넘치고... 또 내다 파는데 또 넘치고...그런데 이젠 잘 팔리지도 않아요... ㅠㅠ

재는재로 2016-11-1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파는거도 더이상읽지않는책을팔아도 요새는잘팔리지않네요 책구매자는한정되어있고 저는일단성격이급해서 안읽었던책아니면 신간으로사서 다읽고소장할책만소장하고나머지는 파는스타일이라 예전에는다모았지만 책장에책놓은데가없어 책장 옆에쌓아두었는데 자는데무너져서 두번다시는 책안쌓고 책장도수시로정리합니다 이것도일종이강박관념같은게 책장에책이가득차는게 무서워요 그래서팔거나 도서관에기증하는데도 이런저런뎃니사거나받은책으로점점늘어나는편입니다 읽는건좋은데 모이는이네요 모이는양이 늘어나는게 감당이않되요

다락방 2016-11-14 08:1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저도 부지런히 파느라고 파는데 계속 책장이 부족해요. 저 역시 읽는 족족 팔아치우면서 가끔 안읽은 책도 끼워서 파는데, 그래도 사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네요. 읽는 속도는 너무나 느리고요... ㅠㅠ 이제 그만 사고 있던 거 읽고 팔기나 해야지, 싶은데 그게 또 잘 안돼요. 읽고 싶은 책은 너무나 많으니까요...

재는재로 2016-11-11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긴건 신간으로책사서 읽고나서 팔고는 지나서 또 중고로산적이있다는거 그리고같은책을 두번이나산적도있다는거죠

재는재로 2016-11-11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만 천권이넘는책을샀는데 만약안팔고그대로소장했으면 방에잘곳도없었을거요 그래서 서재나개인적으로책을보관할장소가있는분이부러워요 어릴때는 부모님부모님이 사준책읽지도않고 이사가면서 결국다버렸는데 나이먹고책에빠지다니 이상하죠

다락방 2016-11-14 08:18   좋아요 1 | URL
저는 제 돈 주고 책 사기 시작한게 직장 다니면서거든요. 이십대 중반 부터요. 처음에는 사둔 거 읽으면서 새로운 책 샀는데, 언젠가부터 한 권 읽고 다섯 권 사고..이런 식으로 되다 보니까.....집에 책장도 사야했고.... 하아- 책은 한 번 사기 시작하면 책이 책을 부르기 때문에.... Orz

이바구 2016-11-1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원에게 팔기로 했으니 3~4천원이라도 들어오지 알라딘 오프샵에 들고 가면 버스비도 안빠집다 ㅠㅠ
무거운 가방에 한가득 싣고 갔다가 대실망 이후로 온라인에서만 팝니다
친구분은 어떻게 옷을 샀는지 모르겠네요 옷 정도 살려면 용달차 10대 정도는 가지고 가야 하는데... 그럼 용달비는????? ㅋㅋ

다락방 2016-11-14 08:17   좋아요 1 | URL
아, 친구는 거의 신간 슈퍼바이백을 알라딘에 팔기로 팔았어요. 그래서 목돈이 생길 수 있었답니다.
저는 일전에 알라딘 대량매입으로 120권 한 번에 판 적 있었는데, 그 때 20만원 이상 나왔었어요. 그 돈은 다 어디갔는지...신간 팔아야 돈이 돼요. 구간은 매입불가에 균일가매입으로 가격 후려치기 돼서 너무 속상하죠. 회원에게 팔기로 파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러다 너무 안팔리면 그냥 방출하기도 하고요.

고양이라디오 2016-11-1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페이퍼와 댓글은 항상 재밌어요^^ㅎ
저는 상당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서 그런지 아직 책에 치이지는 않습니다ㅎ 요즘 책 안사고 산 책 읽기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하고 있어요ㅠㅋ

다락방 2016-11-16 12:28   좋아요 1 | URL
으앗, 고양이라디오님. 제가 오늘 아침만해도, 아아, 사놓고 안읽은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그것들을 차례차례 읽어나가는 프로젝트를 해볼까....하고 고민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다가 리스트 만들기 싫어서 포기했어요. 그리고 지금, 현재!! 장바구니에 책 잔뜩 넣어두고 뭘 빼지...하고 있습니다. 아아, 구제불능이어요, 저는.. ㅠㅠ

고양이라디오 2016-11-16 14:36   좋아요 0 | URL
어제 읽고 싶은 책하고 오늘 읽고 싶은 책이 다르니깐 자꾸 사게되는거 같아요ㅠㅠ...
저는 사놓고 안 읽은 책들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둬서 조금씩 조금씩 읽고 있어요ㅎ 물론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지만요ㅠㅠㅋ

박총무 2016-11-2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부자되는 것 보다는 방이 좁아진다는 거겠죠! ㅋㅋㅋ
점점 쌓이는 책들을 바라보면서 서재를 만든다고 하지만 언제 해보련지...... 아! 사지말자 해놓고 또 사서 쌓이게 되니....

다락방 2016-11-21 17: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살고 있군요. 저는 그래도 부지런히 팔고 있습니다. 오늘도 한박스를 알라딘에 보낼 예정입니다. 물론 파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몇 배나 더 빨라서 자꾸 쌓이지만 말입니다. Orz
 

그들은 마을로 들어서서 이스트 메인이라는 이름의 도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걷다 보니 사거리가 나타났고 그곳을 지나자 도로의 이름은 웨스트 메인으로 바뀌었다. 상점 창문들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문에는 모두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베리빌은 모범생들만 모여 사는 도시인 것 같았다. 날이 저문 지 고작 두어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도시 전체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리처는 연신 곁눈으로 터너를 살폈다. 볼수록 멋진 여자였다. (p.157)
















비록 탈출하고 도망중이긴 하지만, 리처와 터너가 함께 걷는다. 정말이지 이 사소한 장면, 이 대단하지 않은 장면이 나는 너무나 좋았다. 서로 호감을 가진 남녀가 함께 걷는 것. 어두워진 길을 계속 걷는 것. 나는 걷는 걸 너무 좋아하고,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도 너무 좋고, 나 혼자 걷는 것도 너무 좋다. 걷는 속도가 유독 맞지 않는 사람이랑 걷는 건 별로 안좋아하지만, 걷는 속도마저 비슷하면 진짜 짱이다. 게다가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은가. 157페이지의 저 인용문을 읽으면서 아 걷고싶다, 생각했다. 혼자 걸으면 아주 많은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고,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아침에 걸어도 좋고 늦은 밤이나 새벽에 걸어도 좋다. 걷는 건 진짜 무지하게 좋다. 호감을 가진 남녀가 만나 데이트하는 데는 수많은 코스가 있겠지만, 걷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소하면서도 가장 짜릿한 것 같다. 진짜 너무 좋아. 아, 걷고 싶다... 생각했는데,


오늘 오전에 외근 다녀오면서, 아이쿠, 그런데 이 계절엔 그냥 실내에 콕 처박혀서 술이나 마셔야겠다... 생각했다. 추워서, 코끝이 시려서..걷기 싫어졌어. 두 다리로 걷는 건 좋은데, 머리통도 너무 춥고...모자도 쓰고 머플러 단단히 두르고, 장갑도 낀 다음에 걸어야지, 이거 어디 추워서 많이 걷겠나..싶은 거다. 나는 여행을 가면 줄곧 걸으려고 하는 편인데, 날이 추우면 쉬이 포기하게 된다. 몇 해전에 친구랑 전주 갔다가, 너무 추워서 얼마 안가 포기했더랬다. 전주는 나한테 딱히 좋은 장소도 아니었고, 음식도 별로였고, 전주 여행은 그냥 별로인 여행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피로해졌던 기억이 있다. 날이 추워 그랬다. 추울 땐 오래 걸을 수 없어... 어쨌든 리처와 터너가 함께 걷는 거 너무 좋다! 도시 전체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에도 함꼐 걷다니...아아, 없던 정도 생기겠는 것.....너무 좋아. 게다가 함께 걷는 남자는 운동 안해도 식스팩 있는 남자, 운동 안해도 이두박근이 농구공만한 남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함께 걷는 장면 너무 좋았는데, 이 장면도 좋았다.



이제 목적지까지는 3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새벽 4시에 리치가 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리처는 단잠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래서 리처는 두 눈을 감았다.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내에게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리처에게 땅콩을 던지는 게 고작일 것이다. 그것도 손이 아니라 입으로 불어서. 터너 역시 같은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리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리처는 좌석을 젖히지 않고 상체를 등받이에 꼿꼿이 기댄 채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건 리처의 장거리 여행 수칙 가운데 하나이다.

'자다가 공격을 받으면 깨어나는 동시에 이마로 받아버린다.' (p.304)




둘은, 어쩌면 잭 리처의 딸일지도 모를 소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이었고, 앞으로 세 시간이 남은 상황, 터너가 잭 리처의 어깨에 기대 잠드는 거다. 그렇게 기대서 숙면을 취하는데, 와, 너무 좋아. 좋아하는 남자랑 같이 비행기 타고, 그 남자한테 기대서 자고...아, 너무나 사소하지만 너무나 좋다... 사실 기차든 비행기든 버스든 그게 뭐든, 내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어깨에 기대서 잠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게 키가 나랑 비슷하면 내가 너무 목이 밑으로 가니까 불편하고, 뭐 여튼 이래저래 어깨에 기대어 잠든다는 건 불편한 일인데, 아, 잭 리처라면.. 안불편할 것 같아. 잭 리처라면 그 어깨에 기대고, 그 농구공만한 팔을 내 양 팔로 감싸가지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크- 좋구먼..... 


인생, 뭐 별 거 있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함께 비행기 타고 그러다 어깨에 기대 잠들고...그러는거지...... 행복, 뭐 별 거 있나... 다 그런거지...





어제는 여행친구와 함께 와인을 마셨다. 내가 와인을 마신다는 얘기를 마시는 도중 친구들에게 했는데, 다들 한결같이 '너한테 벌준다며', '사흘간 금주라며' 같은 소리들을 해댔고.....



닥쳐! 오늘부터 하면 될 거 아냐!!



같은 말을 나는 내뱉진 않았지만.....뭐 그런 심정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지. 어쨌든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아, 나 여행가고 싶어, 이번 달 안에 가고 싶어, 영월에 갈까, 했더니 여행친구가 나를 말렸다.


안돼, 너 12월에도 가고 1월에도 가잖아....참어......



그래, 그것이 현명한 거다 ㅠㅠ 그게 맞아 ㅠㅠ 맞는데 ㅠㅠㅠㅠ 또 가고 싶어. 그렇지만 지금 걸으면, 그게 어디든..춥겠지... 이렇게 추운데 아무도 나랑 여행 가고 싶어하지 않겠지....그리고 돈은... 어떡해. 여행 가면 돈이 한두푼 깨지는 것도 아닌데..... 당장 12월과 1월에 호텔비도 할부로 나갈거고...그런데 여기에 뭔가를 더하면 안되겠지...그렇지만 11월에는 그러면, 모텔에서 자면 되잖아? 모텔은 저렴하잖아? 안돼..그만 가.... 가서 실컷 먹으면 돈들어. 알았어, 안갈게. 흙 ㅠㅠ 이러다가, 또다시 청도는 비행기값도 저렴한데...같은 생각을 하다가, 또 스스로를 말리다가... ㅠㅠㅠㅠㅠ



















영화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은 나의 패이버릿인데, 영화 속에서 여자는 자신의 방에 큰 세계 지도를 붙여두고는, 가고 싶은 곳에 초록색 압정을 박아두고 갔다 온 곳에는 빨강색 압정을 박아둔다. 어쩌면 색깔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세계지도를 보며 자신이 가고 싶은 곳과 다녀온 곳을 표시하는데, 그 장면은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때의 여자에겐 뭐랄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져서 너무 좋은 거다. 


그러다 여자가 덴마크 왕자랑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되어서 덴마크 왕비가 되는데, 왕비가 되니 떠받들어주는 사람도 많고 온갖 보석으로 몸을 치장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서 여자는 왕비 자리를 내놓고 떠난다. 여전히 세계지도를 보면서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여자는 원했던 거다. 덴마크 왕자는 그런 여자에게 잘 가라고 인사해주고 그녀의 삶을 응원해준다. 크- 멋져.




나는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는데, 특히나 세계사,국사, 한국지리,세계지리를 못했다.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과목들이라, 나보다 훨씬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도 높은 점수를 받는 과목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암기에는 진짜 완전 재능이 1도 없어서, 저 네 과목은 항상 낮은 점수만 받았던 거다. 게다가 방향 감각도 없어서, 지금도 길을 찾을 때면 지도를 보면서 너무 헤매야 되고... 결국 나는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가는 걸 택하는 편이다. 그런 내가, 나의 지구본을 너무 좋아한다. 지구본 들여다보는 건 너무 즐거워!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다가 내 방으로 탁탁탁 튀어가서 지구본 들고 나오고, 돌려보면서, 엄마, 저 나라는 여기야, 라고 말하는 순간이 너무 좋고, 조카들에게 지구본 빙빙 돌려가면서, 여기봐, 여기가 이모가 갔다온 데야, 하는 것도 너무 좋다. 지구본은 구남친1의 선물인데, 깊이 감사하고 있다. 아주 좋은 선물이었다. 내가 갖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슝- 날라왔더랬다. 지구본이, 내게로. 너무 좋다. 나는 구남친1보다 구남친1이 준 지구본이 훨씬 좋다. 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구남친2의 선물도 생각나는데, 그는 내 생일날에 미니컴포넌트를 선물로 주었더랬다. 지금도 그것이 내 방에 있음에 감사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라디오를 켜고, 술마신 어느날 밤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엉엉 울기도 하니, 역시 구남친2보다 구남친2가 준 미니컴포넌트가 훨씬 더 좋다.



남자는 가도 선물은 남는 것..... -0-





2017년 다이어리를 사기 위해 지난주에 잠실 교보에 들렀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이번엔 스벅에 작은 사이즈가 없고, 커피빈은 작년과 디자인이 똑같아서 쓰기 싫었다. 너무 크거나 무겁지 않아야 했지만, 너무 작아도 곤란했다. 몇 해전만 하더라도 작은 수첩도 괜찮았는데, 요즘의 나는 가슴에 한이 많아서 털어놓을 게 많아.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양이 많을 것...그러면서 예뻐야 돼...라고 생각했는데,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게 없더라. 그래서 아직도 사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yes24 에서 내게 포인트 5천점으로 상품권 교환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여긴 예전에도 한 번 그래서 갑자기 들어가서 책 사게 만들더니 어제도 그러대? 그래서 부랴부랴 5천원 상품권으로 교환하고는 책 한 권 사야지 므흣므흣 하다가, 아, 그런데 다이어리나 구경할까, 하고는 다이어리를 검색해봤다. 뭐, 나는 인터넷 쇼핑이든 오프라인 쇼핑이든 쇼핑 엄청 귀찮아해서 한 두 세권 보다 말아야지 했는데, 두 권째가...오! 세계지도가 있대!!!!!





그래서 부랴부랴 주문했다. 5천원 할인 받고. 후훗. 지금 내게로 오고있는데 두근두근하다. 나는 멍때리고 싶을 때마다 내 다이어리를 펼쳐서 세계지도를 볼 수 있어! >.< 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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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6-11-10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난 내가 준 선물만 생각나고 받은 선물은 죄다 허접쓰레기 뿐이죠 남친은 가도 선물은 남는 그런연애하고 싶어요 상처 이런것말고 팔수있는 물건으로다 ㅎㅎ

다락방 2016-11-10 08:15   좋아요 0 | URL
그쵸. 쓸모있는 선물을 받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실속있는 선물을 받아야 해요. ㅎㅎㅎㅎㅎ 앞으로의 연애에서는 반드시 실속 있는 선물을 받으시길 바랄게요!! ㅎㅎㅎㅎㅎ

크- 그러고보니 제가 준 가장 영향력있는(?!) 선물이 떠오르네요. 아이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mira 2016-11-10 08:17   좋아요 0 | URL
전 명품가방해줬어요 ㅠㅠ

다락방 2016-11-10 08:18   좋아요 0 | URL
오!! 만만치 않으시군요! ㅎㅎㅎㅎ
아니, 명품가방 해주셨는데, 받은 선물은 죄다 허접쓰레기 뿐이란 말입니까?!!! (분노한다)

mira 2016-11-1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제가 미쳤죠 전 고작받은게 어디것인지도 모르는 장지갑 (가격대는 4-5) 부끄러워서 평소에 못들고 다니고 그인간 만날때만 ㅠㅠ , 근데 더웃긴것은 그인간이 거래처랑 밥먹고 갔다가 식당에 놔두고 와서 잃어버린거예요 사준지 두달만에 그리고 별로 안아까워 했다는거 난 아직도 할부가 남았는데 참생각만해도 저의 모지란 흑역사예요

다락방 2016-11-10 08:34   좋아요 0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 딥빡침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선물 받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네요. 아놔.... 그 할부 갚으실때마다 속이 타들어가셨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는 법이죠 ㅠㅠ

감은빛 2016-11-1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걷는 거 참 좋아해요.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도 좋고, 혼자 걷는 것도 좋죠.
바람이 좀 차긴 하지만,
이 가을날 맑은 하늘 아래 걷는 일은 참 좋아요!

핸드폰이란 게 생겨서 저에게 제일 좋은 점은 걸으면서 통화할 수 있는 거예요.
예전에는 공중전화 부스 안에 갇혀서 통화해야 했잖아요.
전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통화할 때는 저도 모르게 계속 걸어요.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선물 말씀하시니 갑자기 생각났는데,
오래전 여친이 커플 속옷을 사줬어요.
당시 제 기준으론 제법 비싼 거였죠.
나중에 그와 헤어진 후에도 그 속옷은 그냥 입고 다녔는데,
그 다음 만난 여자친구가 어쩌가 그 속옷을 봤어요.
그러더니 그거 뭐냐고 막 따지더라구요.
난 속으로 찔렸지만, 뭐가 문제냐고 막 모른척 했는데,
대번에 커플 속옷 아니냐고 묻더라구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렇게 막 대놓고 그런 디자인도 아니었는데.
결국 그와 사귀는 동안은 그 속옷은 옷장 깊숙히 박아놓고 안 입었어요.

다락방 2016-11-11 09: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커플 속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커플 속옷 이라고 하시니까 생각나는데,

제가 이십대 중반에 사귀던 남자랑 여행을 갔는데, 이 남자가 저 만난다고 망사팬티를 입고 온거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남자들이 망사팬티 입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거 보고 너무 웃겼는데 ㅋㅋㅋㅋㅋ 근데 그 팬티가, 어, 음, 찢어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도 다른 팬티가 더 있어서 노팬티로 집에 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감은빛님 댓글 읽으니 구남친의 찢어진 망사팬티 생각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