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기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 1』,문학동네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 만큼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은 알아두면 아주 쓸모가 많다. 내가 인용하기에도 쓸모가 많겠지만, 외국 작품들을 읽다보면 숱하게 인용되기 때문이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도 읽어두면 우리는 번역된 많은 작품들 속에서 핍과 미스 해비셤을 만날 수 있다. 아,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할런 코벤'의 책, 『홀드 타이트』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을 아주 많이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나름의 고민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는 걸 아주 잘 보여주는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열한살(열두살이었나..) 여학생에게, 남교사가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학생의 신체적 특징을 언급한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이 여학생을 놀리게 되고, 여학생은 전학과 이사를 생각할 정도로 학교생활을 괴롭게 하고 있으며, 놀림이 됐던 코 밑에 거뭇거뭇한 수염은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여학생은 가끔 이 선생님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아버지 역시 이 선생에게 복수할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한다. 정말이지, 너무 절망적인 고통 속에서 아이가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교사 역시 마찬가지. 이 교사는 '좋은 교사'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의 편이 되고자 늘상 노력했다. 그러나 그 날은 자신의 피곤함과 짜증을 숨기지 못하고 그렇게 '실수'를 해버렸고, 그 이후 지금까지 쭉, '내가 학생에게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왜그랬을까' 하며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자기가 만든 감옥에 갇혀버렸달까...



학생은 학생대로 괴로운데 '이제 그만 교사를 용서하라' 말할 수가 없고, 교사는 교사대로 괴로워 미치겠는데 '이제 그만 괴로워하라'는 말은 소용이 없다. 크-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갈등이 이뿐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모든 갈등들을 다 언급하고 갈 순 없다. 나도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어쨌든 '아, 이걸 어떡해야 하지' 하는 과연 정답은 있는지 의문나는 상황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지만 정말 그게 옳은 일일까????? 하게 되는 일들. 




사춘기 아들이 위험에 빠진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부가 나오는데, 그러다가 아버지 역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남편을 잃을 상황이 될지도 모른 여자는, 남편의 병실 안에서 남편의 회복을 바란다.


티아는 자신의 손을 남편의 팔뚝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잘생기고, 훤칠하며, 강인한 남편이었다. 그녀는 다트머스에서 이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이 사람과 침대를 함께 쓰고, 아이를 낳고, 평생의 동반자로 선택을 했다. 환상 속에 그리던 백마 탄 왕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멋진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실제로 누군가를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다는 건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둘 사이가 조금이라도 벌어지지 않도록 애를 써야만 한다. 두 사람의 사이를 일분일초마다 더 좋아지고 더 열정적으로 만드는 모든 일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당신을 정말 사랑해." 티아는 속삭였다. (p.230-231)



티아와 마이크는 둘 사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애를 썼기 때문일까, 사이가 좋다. 아니 어쩌면 애를 썼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애를 써도 잘 되지 않는 것들도 있으니까. 

반면, 허셀은 아내인 아일린에게 별거를 제안했다. 자신들의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하면서. 아일린은 자신의 분야에서 엄청나게 능력을 인정받은 여자였지만, 자신은 모든게 다 잘 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는가 보다. 자신은 아직도 왜 남편이 별거를 하자고 했는지 잘 모르겠고, 어느틈에 이것이 자기에게 닥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일린은 부부로서의 사랑이 더 남아 있지 않은 남편 허셀에 대해 생각했다. 혹시 남편의 썰렁한 농담에도 폭소를 터뜨리며 기분을 맞춰주던, 최근에 이혼한 그 깜찍한 접수원과 허셀이 바람을 피운 게 아닌가 의심했고,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뭐가 더 남아 있다는 거지, 아일린……." 그런 질문을 던진 사내는 이미 오래전에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서 하차해버렸다. 아일린은 남편이 하차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뿐이다. (p.341)



아...너무 슬프다. 한쪽은 이미 하차했는데, 다른 한쪽은 상대가 하차했다는 사실조차 늦게 알아차리다니. 이 시간차와 온도차는 대체 왜 발생하는걸까. 이별은 항상 이런 식으로 오는 것 같다. 시간 차로, 온도 차로. 한 쪽은 마음을 접고 있는데, 다른 한 쪽은 여전한 마음이어서. 나중에야 상대가 이미 하차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놓친 게 어느 부분이었을까? 그때 이 말은 그런 뜻이었을까?, 그때부터 그는 하차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아직 여기 있고 앞으로 더 가려고 했는데, 왜 갑자기 혼자가 된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우리는 같이 타서 같이 내리기로 했던 게 아니었던건가?


이게 이별이 오는 방식인 것 같다. 한 쪽이 먼저 하차해버리는 것, 그리고 상대는 그걸 늦게 알아차리는 것. 아 슬프다.....






어제 퇴근길에는 Lauren Christy 의 <The Color of The Night>을 들었다. 요즘 왜인지 이 노래가 생각나서 퇴근길과 출근길에 반복해 듣고 있는데, 어제 퇴근길에도 반복해 들으면서 한껏 감정이입을 했더랬다. 나는 늘 어두울 때만 그를 보는 여자가 되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널 밝은 곳에서 보는 것 뿐이야, 이러면서 흐윽- 흐느끼고, 신이여 구해주세요, 이러면서 막 흐윽흐윽 흐느끼면서 곧 울 것 같은 심정이 되어 갓, 세이브 미~ ♪ 하고 있는데, 아 글쎄 전화가 오는 게 아닌가!!! 아...너무 기분 잡쳤어.... 업무상의 간단한 전화였다. 

전화는 이래서 나쁘다. 나의 가장 완벽한 시간을 방해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진짜 책 읽을 때 방해받는 것도 싫지만, 글을 쓰거나 음악 들으면서 한껏 머릿속에서 혼자 상상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어떤 것이, 누군가가 똭- 하고 끼어들어 방해하는 게 너무 싫다. 어제 음악을 들으면서 한껏 비극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가 되어 흐느끼고 있는데 그렇게 똭- 방해를 하면, 하아, 내 공상의 리듬이 깨지잖아... 그러지마... 내가 이래서 전화를 싫어해...왜 그렇게 마음대로 전화해? 어제 전화를 끊고 다시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공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삐삐를 살까.... 생각했다. 나는 삐삐를 사는 것에 대해 몇 년전부터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고민'만'하고 있긴 하다. 삐삐라면.... 이렇게 음악 들으면서 흐느끼다가 방해받는 일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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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nd I moving in the dark
Bodies close but souls apart
Shadowed smiles
And secrets are unrevealed
I need to know the way you feel

I'll give you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I'll put it in your hands
If you could open up to m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to see you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I can't go on running from the past
Love has turned away this mask
And now like clouds, like rain
I'm drowning and I blame it all on you
I'm lost, God save me

I'll give you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I'll put it in your hands
If you could open up to m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to see you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God save me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Oh can'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Forever and again I'm waiting for you
I'm standing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Please come out
from the color of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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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로렌 크리스티 이 노래 진짜 슬프지 않나.... 오죽하면 신한테 구해달라 그러고 막 ㅠㅠ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을 밝은 곳에서 보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들으면 혼자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 다드는데, 아니, 왜 어두운 곳에서만 사랑을 하는겁니까, 대낮에도 사랑을 해야죠, 하는 생각이 막 들고, 어두운 곳에서만 숨어서 사랑해야 하는 그 사정이란 것은, 결국, '해서는 안되는 사랑' 이 아닌가 싶고.... 그렇게 상대가 나를 낮으로 데려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하는 그 마음은 어떤걸까.... 미치겠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너는 항상 밤에 전화하지, 나는 수화기를 들지



하는 캐서린 맥피의 노래가 생각나는 것이다.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하는 노래. <ov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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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over your lies
And I’m over your games.
I’m over you asking me when you know I’m not ok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And though you’ve been telling me, I know you’re not alone

And that’s why your eyes,
I’m over it.
Your smile,
I’m over it.
Realized
I’m over it, I’m over it, I’m over.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m so…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over your hands
And I’m over your mouth.
Trying to drag me down and fill me with self doubt

Oh and that’s why your world
I’m over it.
So sure,
I’m over it.
I’m not your girl
I’m over it, I’m over it, I’m over.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m so…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so over it

Don’t call,
Don’t come by.
Ain’t no use
Don’t ask me why.
You never change;
There'll be no more cryin'in the rain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t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I’m so over it

Wanting you to be wanting me
No, that ain’t no way to be.
How I feel, read my lips
Because I’m so over, I’m so over it

Moving on, and it’s my time.
You never were a friend of fine
Hurt at first, a little bit
And now I’m so over,
So ov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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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나이 먹어서 느낀 건 밀당을 하지 말자는 거다. 피곤해...그런 거 하지 않고 그냥 좋다좋다 예쁘다예쁘다 쓰담쓰담 해주고 우쭈쭈 해주면서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장땡이다. 게다가 저렇게 밤에만 전화해서 불러대는 새끼들은 짤라내야 한다. 물론, 말이 이렇지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좋아 죽겠는데 어떡해. 자꾸 밤에만 부르는데 어떡해 ㅠㅠ 그렇지만, 밤에만 나를 불러내는 사람은, 나를 자신의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밤에만 불러내서 쾌락만 같이 나누거나, 밤에만 불러내서 술값 대신 내달라고 하거나..... 나를 나 자체로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낮에는 말고 밤에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나같은 여자를 만나지마!!!!!


그렇지만...빛속에서 만나면 뭐하나...다 부질없지.....낮에 만나면 뭐하나........한 쪽이 먼저 하차해버리면 그것도 끝인데....



그냥 살고 싶은 대로 살자..밤에 부르면 밤에 텨나가고 낮에 부르면 낮에 텨나가고...텨나올 수 있는 사람 부르고 싶으면 아침에도 부르고 낮에도 부르고, 밤에만 부르고 싶으면 밤에만 부르고..... 섹스만 하고 싶으면 섹스만 하고 술만 마시고 싶으면 술만 마시고...죄다 부질없지 뭐.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만 편지이고, 미래는 예측불허이고... 밤에만 전화오면 밤에만 전화 받으면 되지 뭐..받기 싫으면 안받게 되겠지..... 근데 캐서린 맥피가 저 부분 부를 때 발음이 진짜 끝내준다. 너무 좋아. 유 콜 미 앳 나잇 앤 아 '피컵 더 뽄' 할 때. 진짜 발음 너무 좋아.


살고 싶은 대로 살자, 에헤라디여~

바닥까지 치고 올라오면 되지 뭐...........



그냥 나는 별로 욕심이 없다. 좋은 노래 들으면서 머릿속에서 막 상상하고 이야기 만들어가고 있을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수화기를 들지, 하니까... 또 공일오비 노래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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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곁에 머물러줘요 말을 했지만
수많은 아픔만을 남긴채 떠나간 그대를
잊을수는 없어요 기나긴 세월이 흘러도

싸늘한 밤 바람속에
그대 그리워 수화기를 들어보지만
또다시 끊어버리는 여린 가슴을
그댄 이젠 알수 있나요

유리창 사이로 비치는 초라한 모습은
오늘도 변함없지만 오늘은 꼭 듣고만 싶어
그대의 목소리 나에게 다짐을 하며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라라라~~~~~~~~

난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뿐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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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제 공중전화에 동전 몇 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삐삐를 사용한다면 알았을텐데...역시 삐삐가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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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y95 2016-11-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음악이 잘어울려요.^^

다락방 2016-11-15 15:28   좋아요 0 | URL
크크크 그렇지요? 하나같이 다 좋은 노래들입니다.

감은빛 2016-11-1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공일오비!
90년대에 노래방에서 정말 많이 불렀던 노래네요.
동전 숫자가 점점 많아질 수록 그 부분만 바꿔 불렀던 기억이 나요. ㅎㅎ

로렌 크리스티 1집 앨범을 참 좋아했어요.
다른 곡들은 요즘도 가끔 듣는데, 이 노래는 정말 오랫만에 듣네요.

다락방 2016-11-16 08: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님 저랑 연배가 비슷하셔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일오비 반가워 하시네요 ㅋㅋㅋㅋㅋ저도 노래방에서 동전 갯수 바꿔가며 불렀던 기억 나네요.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한가봐요. ㅎㅎ

로렌 크리스티는 1집을 들어보고나 한 건 아니고, 이 노래만 알고 들어봤어요. 이 노래 너무 좋아요. 가사가 너무 슬프고 애절해서 막 듣다가 흐느끼면서 울고 싶어지죠. 어흐흐흑 하면서. ㅎㅎ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