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누구를 대답해야할지 헷갈린다. 혼자 좋아해도 일단 사랑이란 감정이 처음 생겨본게 첫사랑인지, 첫사귐이 첫사랑인지, 첫 성관계가 이루어져야 첫사랑인지 사실 명확한 기준은 없으니까. 




















DVD 타이틀의 저 [당신의 첫경험은 첫사랑인가요?]는 이 영화와 크게 상관이 없다. 이 영화에 어울리려면 저렇게 자극적인 문구여서는 안되는데, 좀 아쉽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제작노트]

영화 첫사랑열전은 한국독립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한 영화이다. 

첫째, 저예산 영화 제작시스템의 새로운 시도. 
영화 <첫사랑열전>(제작/배급 웃기씨네)은 감독이 투자, 기획, 제작, 각본, 연출을 맡았으며 이 영화는 시나리오 개발부터 완성까지 4년(2005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여의 제작기간을 통하여 제작 완료된 영화이다.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스텝과 배우가 최소한의 교통비만을 받으며 전 스텝 배우가 노개런티로 참여했으며 심지어 상업시스템에 있는 배우들조차 노개런티로 참여한 영화이다. 영화배우 이청아, 류현경, 정애연이 주연배우로 참여했으며 신인배우 김성곤, 김동곤, 이가영이 주연배우로 출연했고 가수 JK김동욱과 영화배우 김효진이 OST 참여하는 등 많은 배우와 가수가 함께 작업한 영화이다. 

둘째, 옴니버스영화의 새로운 표현 방식. 
우리 기억속의 첫사랑은 어떤 추억을 갖고 있나?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첫사랑열전>은 젊은 날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로 생각되던 첫사랑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첫사랑 열전>을 구성하는 세계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극영화 형식의 옴니버스영화가 아니라 스토리 전개상 관객들의 집중을 끌고 가는 새로운 실험를 하고자 했다.


첫 번째 <종이학>(Paper crane) 
조금은 진부하면서도 어디서 본 듯한 형식의 영화. 일상 속에서 묻혀 버릴수 있는 한남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두 번째 <한번만 다음에>(Come on just once, Maybe next time) 
코믹 영화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 직한 성에 관한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까지. 

세 번째 <설렘>(Leap of one's heart) 
잊고 있던 첫사랑의 죽음 때문에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여자의 이야기. 

이렇게 <첫사랑 열전>은 형식은 옴니버스지만 스토리 전개상 관객들의 집중을 끌고 가는 새로운 시도(지켜보기→공감하기→고민하기)를 통해 첫사랑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을 취하는 하나의 장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영상의 표현 방식에 있어서 한명의 작가가 다양한 시선으로 세 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 카메라 워킹과 거친 편집의 활용을 통하여 영상표현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영화의 실험적 관점에서 창의적이다. 

 

펼친 부분 접기 ▲


이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박범훈 감독은 영화계의 커피소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 찾아오면 알 수 있을거야~' 라고 노래부르는 그 커피소년. 뭐랄까.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간직한 소년같은 이미지랄까. 혼자 좋아해도, 모텔에 함께 가도, 결국은 헤어져도,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또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듯 하다. 게다가 꽤 낭만적이다. 낭만적인 남자가 갖추어야할 것들을 영화속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데(종이학접기, 사랑하는 여자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등), 어쩌면 이건 감독이 그렇다기보다는, 사랑이란 감정이 찾아온 남자들에게 대체적으로 나타나는 성향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럴때 가끔, 남자들이 귀엽다. 유치하고 뻔한 일들을 자랑스레 해댈 때. 영화는 전체적으로 서투른 감이 있는데, 그 서투름은 어쩐지 첫사랑과 닮아있다.


총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인데, 처음 에피소드를 보고, 그 다음의 에피소드들을 봐야할지 망설이게 될만큼 그 식상함에 실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가능한 스토리라 진부하기까지 하다. 종이학을 접어 하나씩 매일 그녀에게 주는 장면에서 살짝, 가슴이 설레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그 남자의 첫사랑 혹은 애절함 이라고 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생각한대로 진행된다. 당황스러웠다. 아, 너무 갈 길이 먼게 아닌가 싶었다. 사채빚을 안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분식집 여자를 혼자서 몰래 좋아하는 서툰 사채업자라니, 이건 좀 사춘기적 만화같지 않나?


그러나 두번째 에피소드는 조금 달랐다. 이건 말그대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는데, 중간에 잠깐 보이는 [박범훈성형외과]에서는 풋, 웃어버리고 말았다. 박범훈은, 이 영화의 감독이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이 감독은 사실 닥터가 되고 싶었던걸까, 그 꿈을 이렇게 간판으로나마 실현한건 아닐까. 하하하하하. 

마지막 장면, 연인과 그 연인의 선배까지 셋이 모인 방에서 남자가 졸업앨범을 보는 장면, 졸업앨범을 본 남자를 보는 남자의 선배와 남자의 여자친구. 그 장면은 꽤 긴장되고 재미있다. 아이쿠야, 저걸 어쩌나 싶어진달까. 남자와 여자가 처음 사귀기 시작할때 여자가 남자에게 '남자친구, 아니 여자친구 사귀어 본 적 있어요', 라고 묻는것도 그래서 남자가 '처음이에요', 라도 대답하는 것도 마지막까지 보고나면 다시 떠오른다. 아, 그 질문이 이래서 나왔구나, 하고. 하여튼, 이제 그들은 어쩌나..


세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좋았다. 첫사랑을 추억하며 첫사랑과 놀러갔던 바다를 다시 혼자 찾은 여자가 우연히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한 여자와 마주치게 된다. 이건 보면서 내내 아쉬웠던게, 조금만 더 잘하면 꽤 근사한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이건 잘만 쓰면 꽤 멋진 문학작품이 될 것도 같고(줌파 라히리가 좀 써줬으면..) 잘만 만들면 아주 여운이 긴 장편 영화가 될 수도 있을것 같다. 음악이 커지면서 방 문에 첫사랑 아내의 그림자가 보일때, 그 때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누군가의 첫사랑이 다른 누군가의 마지막 사랑이 되기도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영화속 여자의 대사처럼, 기억에 사랑을 더하면 추억이 된다는 것은 보편적인 진리고.




나도 첫사랑을 잊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이런 사랑은 그 누구도 못해봤을거라고도 생각했다. 어떤 여자도 이런 사랑을 받아보진 못했을거라고. 나는 일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도 결코 이 남자를 잊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설사 다음에 누구를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 하더라도, 가슴속에 이 남자는 항상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도 당연히 했다. 그러나 시간은 추억을 기억으로 만들고 그 기억을 서서히 지워버린다. 미안하게도, 나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나서 더 좋은 감정들을 가졌다. 그리고 이제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명단에 나의 첫사랑은 없다. 간혹 누군가는 먼 훗날 길에서라도 우연히 마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첫사랑에 대해서라면 별로 그런 감정도 없다. 한때는 머리를 흔들면서 그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내야 했었는데, 이제는 억지로 떠올려야 그를 생각해낼 수 있게됐다. 아마 지금쯤 많이 늙어있을텐데, 잘 늙고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은 잘 늙고 있나요? 나는 여전히 젊어요.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이승환의 노래가사처럼, 첫사랑을 잊을 수 없는건 남자들에게만 해당하는걸까. 아니면 여자들도 잊지 못하는데 나만 이러는건가. 시간이 지나면 첫번째 사랑이든 두번째 사랑이든 상관없이 잊혀질 놈은 잊혀지는게 아닌가. 나로 말하자면 지금도 생각나고 먼 훗날에도 다시 만나고 싶은 남자는 첫사랑이 아니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첫 에피소드에 있었다. 여자는 남자가 주문한 음식들을 포장하기전, 무언가를 가지러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바깥에는 순대 옆에 순대를 썰던 칼이 놓여져 있다. 남자는 그 칼을 집는다. 나는 남자가 그 칼을 집어서 그 길로 사채업자형님을 찾아가 찔러버리는게 아닐까 싶어서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남자는 그 칼을 조심스레 칼꽂이에 꽂아둔다. 여자가 볼 일을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칼은 칼꽂이에 꽂혀있었다. 남자가 칼을 조심스레 칼꽂이에 꽂아두는 장면은 아주아주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아무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런 행동은 나올 수가 없는거니까.

















로사리오는 (영화속에서)굉장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사실 그녀의 외모가 예쁘긴 하지만 영화속에서 나오는것처럼 어떤 카리스마가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튼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탐내고 갖고싶어하고 사랑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환경을 겪은 그녀가 세상에 대해 혹은 남자에 대해 냉담한 것은 어쩔 수 없는일.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잣집 도련님에 대해서도 그녀는 자신을 강간하는 남자와 그다지 다르게 보질 않는다. 그런 그녀가 남자의 친구와 다정하게 지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친구는 그녀에게도 친구이다. 어느 하루, 남자는 자신의 친구에게 로사리오와 무슨 이야기를 그리 오래했냐고 묻는다. 친구는 별 얘기 안했다고 한다. 남자는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친구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들, 이라고 대답한다. 그때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이상하군. 나에겐 그런 얘기를 전혀 안하는데.



로사리오의 마음은 어떤걸까. 왜 남자와는 섹스를 하고 남자의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들으면서 그러나 자신의 일상에 대한 얘기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얘기는 남자의 친구에게 할까. 그녀가 정말 사랑하고 그래서 잃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가지게 된 상대는 친구가 아니었을까. 결코 헤어지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 연인이라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테고 또 헤어지면 남이 되어버리지만, 친구로 지낸다면 그 둘 사이는 오래도록 유지될 수도 있으니까,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포지션은 연인이 아닌 친구로 두어야 하는게 아닐까. 오래오래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 이 영화 『로사리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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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7-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순대 옆의 칼을 조심스레 칼꽂이에 꽂아넣는 장면, 저도 보고 싶네요. 저런 영화는 왠만한 영화관에서는 안 틀어주죠? 컴퓨터가 CD 넣는 부분이 고장난지 오래인데 얼른 고쳐서 봐야겠어요. 글을 읽으면서 나의 첫사랑을 곰곰 생각해봤는데, 저는 첫사랑이 특별히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 사랑의 매혹이 찾아오지 않았나봐요. 크크 그래서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사랑이 첫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두근두근 하네요!

커피소년 노래를 찾아서 들어볼래요~~ 아참, 도니도니돈까스 어땠는지 꼭 말씀해주세요!

다락방 2012-07-04 18:2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장면들이 참 좋아요, 수다쟁이님.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어른 남자가 아이 남자에게 담요를 둘러주던 장면 같은것들요. 크고 강한 사람이 작고 약한 사람을 보호하려는 거, 지켜주려는 거. 그런 장면이 무척 좋습니다, 수다쟁이님.

첫사랑은, 훗, 부끄럽게도 고백하자면 저도 아주 늦게 했어요. 스물 다섯에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많이 늦은게 아닌가 싶은데, 아마도 늦게 시작해서인지 참..불같이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니도니돈까스는 아마도 내일 아침에 먹어보게 될 것 같은데 먹고 나면 말씀드릴게요. 이히히히히

2012-07-04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4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5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07-0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다락방님의 페이퍼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어요. 첫사랑에 대한 페이퍼는 저도 언젠가 한 번 써보고싶어요. 그 첫사랑이 첫사귐을 가리키는 것이라면요. 짝사랑도 첫사랑이라 쳐준다면 지금이라도 쓰고요. 언젠가는 소설로도 한번. 이를테연 세번째 에피소드랄까.... ㅎㅎ 줌마 라히리 아니면 인되는거죠?

다락방 2012-07-05 10:10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소이진님이 지금 첫사랑 얘기를 한다면 스물이 되어서 또 서른이나 마흔이 되어서 얘기하는 첫사랑과는 많이 다른 글이 나올거에요. 그래서 의미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게 언제이냐에 따라서 감상이 달라지듯이, 글을 쓰는것도 언제이냐에 따라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 써봐요. 히히.

소이진님, 줌파 라히리 읽어봤어요? 줌파 라히리는 최고에요! 음, '젊은', '남성' 이 읽기에도 최고일런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게는 엄청난 단편소설이 바로 그녀의 [지옥-천국] 이었어요. 너무 좋아서 두 번을 읽었어요!!

프레이야 2012-07-0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로사리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없다 ㅎㅎㅎㅎㅎ
완전 명쾌한 결론! 오늘 여긴 빗줄기 금방 떨어질 것처럼 잔뜩 눅눅해요.
이런 날, 좋지 않나요? ^^ 뭐든 좋아좋아. 히히.

다락방 2012-07-05 10:11   좋아요 0 | URL
[로사리오]는 왜 만들어진건지 모르겠어요. 설득력도 부족하고 캐릭터의 매력도 떨어지고 -_-

이런 날, 좋죠, 프레이야님. 지금 여기는 잔뜩 눅눅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조금 눅눅해요. 쏴아- 하고 비가 내렸으면 좋겠어요. 그건 그렇고, 프레이야님!

2012-07-05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5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6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7-06 09:23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

아무개 2012-07-0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는 첫사랑 이후에는 사람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자기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또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사랑하는거라고 하던데....그런걸까요?

다락방 2012-07-05 10:13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이 댓글을 읽고 생각을 해봤는데요, 반드시 그렇다기보다는 그런일이 있기도 한건 사실인것 같아요. 저부터도 그 '사람'을 사랑한게 아니라 '사랑받는 느낌' 때문에 연애를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해보고나면 사실, 그 관계는 미안함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데...

그렇지만 저는 첫사랑보다 더 사랑한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마중물님. ㅎㅎㅎㅎㅎ 더 젊고 더 잘생겨서 그만...쿨럭. ( ")

아무개 2012-07-05 10:43   좋아요 0 | URL
더 젊고 잘생겨서 ㅋㅋㅋㅋ
You win!

다락방 2012-07-05 11:19   좋아요 0 | URL
이것이 바로 인생이지요. ㅋㅋㅋㅋㅋ

2012-07-05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5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2-07-0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는 여전히 젊어요.. 라는 말씀이 ㅎㅎ 예쁘고 '잘생겼지만' 수줍은 과 관련있는건가요ㅎ 가끔씩 소개글을 바꾸시는데ㅎㅎㅎ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의 포지션은 친구에 두어야 된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다만 친구가 가능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겠죠, 풋. 저로서는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동일한 것일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완전 다른데, 아하하. 그나저나 댓글을 보다가 끄적거리는 건데 스물다섯에 사랑하는 것이 늦은건가요?? 물론 저는 스물다섯 이전에 사랑에 빠졌었지만[..이봐]

다락방 2012-07-05 15: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얼마전에 어느분으로부터 잘생겼다는 말을 들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못생긴것보다는 잘생긴게 낫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ㅎㅎㅎㅎㅎㅎㅎ

그런데요,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의 포지션을 친구에 두어도, 잃게 될 사람은 잃게 되는것 같아요. 세상에 영원한게 있기나 한가 싶습니다. 아무리 뜨겁게 사랑했다한들 한 때고, 다른 소중한 사람이 지금의 소중한 사람을 밀어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절친한 친구도 절교하고 그러잖아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라고 저도 종종 생각하지만 그러나 마음은 변덕스럽게도, 변하더라구요. 그렇게 보고싶던 사람이 그렇게 좋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보는것도 귀찮아지고 이러든지 저러든지 아무려나, 뭐 이렇게 되기도 하구요.

스물다섯이면..좀 늦지 않나요? 물론 적당한 때는 없지만 다들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에 이미 불같은 연애들을 하는것 같아서.....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연님, 스물 다섯 이후에는요? 그 후에는 사랑에 빠진적 없어요?

난 스물다섯에도 그 이후에도 그리고 물론 서른 이후에도 빠졌었어요, 사랑에. ㅋㅋ

감은빛 2012-07-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글을 이렇게 재밌게 잘 쓰실까?
다락방님 글을 읽을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스물 다섯에 첫 사랑이라면 엄청 늦은 거 아닌가요?
그게 짝사랑이 아닌 사귐을 말씀하시는거죠?
음 저는 짝사랑 기준이면 중학교 때로 내려가구요.
사귐을 기준으로 하면 고등학교 때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둘 다 좋아하긴 했지만,
'사랑'이라고 까지 말할만한 감정이었나 싶기도하구요.

다락방 2012-07-06 09:21   좋아요 0 | URL
어머 감은빛님. 저 감은빛님의 댓글이 너무 좋아서, 으응? 이 글이 재미있나? 하고 제 글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별로 재미없는데요 ㅠㅠ 그러니 과찬이십니다, 감은빛님. 그렇지만 엄청 기분좋아요. 저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ㅎㅎㅎㅎ

네, 스물 다섯에 첫사랑이라 많이 늦었다고 저도 생각해요. 제 친구들도 저더러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애가 불났다고 했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그전까지는 여성적 매력이 전무했던건지 아무도 안다가오다가 스물 다섯에 남자들이 떼거지로 다가와서 벅찼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진 마세요..orz)


저도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그게 사랑이었나 싶더라구요. 그건 그저 연애이고 열정이었던게 아닐까, 하는. 그게 사랑과 너무 많이 동떨어진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따지고보면 저는 지금까지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저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라, 앞으로도 사랑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요, 저, 비가 와서 그런지, 조금 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2012-07-05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6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6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9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9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전문가 2012-07-0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당신은 잘 늙고 있나요? 나는 여전히 젊어요" 하핫

다락방 2012-07-06 13:24   좋아요 0 | URL
하하. 그당시에 제가 늙은 남자랑 사랑한 탓이지요. ㅋㅋㅋㅋㅋ
 















알라딘 13주년을 맞아 알라딘 도서팀에서 기획한 추천 컬렉션 에디션. 1부는 13편의 단편소설로, 2부는 13편의 독서에세이로 구성했다.(단편은 전재, 독서에세이는 각 1챕터씩 발췌.수록했다.)


십삼곱하기이(13X2)

1부 : 단편소설 편

구스타프 마이링크 - 나펠루스 추기경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게사와 모리토
어니스트 헤밍웨이 - 킬리만자로의 눈
레이 브래드버리 - 지구인
로알드 달 - 피부
와카타케 나나미 - 7월: 상자 속의 벌레
앨런 라이트먼 - 1905년 5월 14일
김소진 - 자전거 도둑
박완서 - 그 여자네 집
애니 프루 - 브로크백 마운틴
김연수 - 뉴욕제과점
찰스 유 - 사실주의
이윤 리 - 골드 보이, 에메랄드 걸

2부 : 독서에세이 편

이현우 -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김열규 - 내 생애 첫 고전, 듣기
윤성근 - 꼬마 젠틀 매드니스
앤 패디먼 - 책의 결혼
요네하라 마리 - 내 몸으로 암 치료 책을 직접 검증하다
서경식 - 희망이란 : 루쉰의 <고향>
최성일 - 머리말을 대신하여 : 고(故) 최성일의 아내 신순옥
헤럴드 블룸 - 왜 읽는가?
은종복 - 나는 왜 책을 내려고 하는가
다치바나 다카시 - 체험적인 독학 방법
피에르 바야르 - 비독서의 방식들 : 책을 전혀 읽지 않는 경우
이권우 -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
윌리엄 암스트롱 - 읽은 것에서 더 얻는 법 : 독서의 기술

* 전자책의 경우 각 부가 별개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편소설 목차를 보라지. 아... 미치겠다. 게다가 독서에세이는 어떻고. 나는 원래 전자책은 싫어해서 알라딘 요술램프도 그냥 막 써버리는데(누구에게 줄 수 있다면 정말 주고 싶다), 이 책만큼은 전자책을 다운받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책은 지금 전자책으로 무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알라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판매금액 0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합니다 알라딘. 그러니까 이 책이 알라딘 13주년 이벤트로 이벤트대상도서 1권이상 포함하면 주는 책인데, 전자책으로는 그냥 무료인거다. 책 안사도 전자책으로 볼 수있다. 나는 이제 책 안살거니까 종이책을 받을수는 없는데(정말?), 그럼에도불구하고 읽을수가 있는거다. 우앗, 제일 먼저 브로크백 마운틴을 다시 읽을까, 아니 앤 패디먼의 에세이를 읽을까. 뉴욕제과점을 읽어볼까. 좋구나 좋다. 아, 좋다. 훈훈하구나. 


리스트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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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7-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독서에세이편이 완전 좋던데, 풋. 어제 새벽에 봤지요, 개인적으로 서경식씨의 글이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답니다.

다락방 2012-07-03 11:51   좋아요 0 | URL
저는 오늘 r 님이 알려줘서 알았지 뭐에요. 전 원래 알라딘 메인을 잘 안봐서 ㅋㅋㅋㅋㅋ 이벤트에 무심한여자 ㅋㅋㅋㅋㅋ 에세이도 좋아요. 서경식씨 글 좋아해요? 나도 읽어봐야지. 흐흣

... 2012-07-03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 목록 완전 멋져요! 전자책으로 받아서 자기 전에 하나씩 읽어도 좋을듯. 헤밍웨이, 이윤 리, 사랑해요!

다락방 2012-07-03 11:52   좋아요 0 | URL
이윤 리의 저 글은 읽어보지 않은참인데 정말 잘됐지 뭐에요! >.<

아무개 2012-07-0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 무료? 완전 가질수 없는 너 로군요. 쿨럭....아쉽당

다락방 2012-07-03 11:59   좋아요 0 | URL
이 틈에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세요, 마중물님.
전자책 공짜 받기위해 스마트폰 사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2-07-03 12:03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PC뷰어 깔고 컴퓨터에서 보세요.
"가질 수 있는" 무료 전자책!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S00055983 ==> 여기서 pc 뷰어 다운로드 받으시면 되요.

다락방 2012-07-03 12:06   좋아요 0 | URL
오! 이런방법이 있었군요! 꺅 >.<

아무개 2012-07-03 13:40   좋아요 0 | URL

우유빛깔 브론테, 사랑해요 브론테!!!

회사에서는 안되지만 집에서는 되겠네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홋^^
다 가져주겠어!^^

다락방 2012-07-03 17:35   좋아요 0 | URL
아 미치겠다 ㅋㅋㅋㅋㅋ브론테님 우유빛깔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2-07-03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와요 ^-^/

다락방 2012-07-03 12:00   좋아요 0 | URL
전 아마 못받을거에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책을 안살거니까요.

레와 2012-07-03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이랑 템블러, 에코백.. 다 갖고 싶어요.ㅡ.ㅜ
알라딘은 앙마..

아무개 2012-07-03 13:37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정말 구매욕구에 불을 지르는 사은품을 잘 만드는거 같아요.
티셔츠 받은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됐는데 저....멋져보이는 템플러는 뭐랍니까 힝~

레와 2012-07-03 15:08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도 티셔츠 받으셨어요??
전 아직 티셔츠도 못 받았...;;; ㅠ_ㅠ 엉엉.. 티셔츠 질도 좋다면서요?? 엉어..ㅠ_ㅠ




다락방 2012-07-03 15:17   좋아요 0 | URL
레와님...아직 티셔츠도 못받았어요?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아직도 못받고 뭐했습니까!! =3=3=3=3=3

아무개 2012-07-04 08:41   좋아요 0 | URL
티셔츠는 아주 요긴하게 잠.옷.으로 잘 입고 있습니다.^^
근데 저 템플러...하악하악~

문제는 제가 사고 싶은 책들은 저 이벤트에 포함이 안된다는거 힝~

다락방 2012-07-04 17:30   좋아요 0 | URL
어머, 저는 몇 권 포함되는데 돈이 없어서 망설이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댈러웨이 2012-07-0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좋은 정보를, 이라고 땡큐해하면서, 브로크백 마운틴이 단편이었네요. 그러니까 제가 책방에서 본 그 두꺼운 책은 소설집이었던 거구나... 김연수도 겹치고,,, 다락방님, 그냥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에요, 저는. ㅎㅎㅎ


다락방 2012-07-04 17:3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브로크백 마운틴 책 살 때 장편소설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책 받고 책장을 넘기다보니 단편소설이더라구요. 하하.
김연수의 뉴욕제과점은 아직 못 읽어본 작품이거든요. 언제고 한번은 읽어봐야지, 했던터라 아주 반가워요. 헤헷

이진 2012-07-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이 이벤트 보다가 소름 돋았잖아요. 한권도 아니고 두권이래. 게다가 알차! 박완서에 헤밍웨이까지... 어쩔수없이 오만원질러야... 텀블러도 너무 이쁘고. 지금 적립금 이만원밖에 없는데 음. 책을 주다니 알라...딘......하

다락방 2012-07-04 17:32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적립금이 없.............orz

그런데 장바구니엔 11만원어치의 책이 담겨있어요. 자제하려고 노력중이에요. 혼자 계속 최면걸고 있어요. 넌 읽을 책 많다, 안 사도 된다, 있는 책이나 다 읽어라, 정신차렷! 하면서 말이지요. 그렇지만 질러버리자, 하는 마음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요. 엉엉엉엉 ㅜㅜ

readersu 2012-07-0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5만원어치 책은 도저히 못 지르고 다락방님이 가르쳐주셔서 얼른 이북 다운 받았어요.
열라, 복잡해서 어쩌나, 했는데 어느새 내 아이폰으로 쏙 들어와 있더라구요. 신기신기^^
덕분에,
버스에서 이 좋은 단편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2-07-04 17:33   좋아요 0 | URL
저도 도저히 책을 못지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자꾸만...딱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렇게 되고 있어요. 우아아아앙 ㅠㅠ
저는 이거 읽겠다고 막 좋아하고 흥분해놓구서 어제는 쿨쿨 잠만 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2-07-03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명 텀블러고 티셔츠고 다 이겨냈지만..... 이번엔 도저히 안 되겠어요. 그냥 무너질거에요 ㅎㅎㅎ
알라딘 짱 ㅜ 내 돈 다 가져 가세요 ㅋㅋㅋ

다락방 2012-07-04 17:35   좋아요 0 | URL
저도 가끔 알라딘 먹여살리려고 열심히 회사다니나 싶은 마음...카드 명세서를 보면 더더욱이 그런마음...하아-

건조기후님, 뭐 받을거에요?

건조기후 2012-07-05 13:07   좋아요 0 | URL
전 일단 책을 먼저 ㅎㅎ 그 다음은 모르겠어요. 주문을 몇 번이나 하게 될 지 두려워요... ;
알라딘 에러나서 사은품 다섯 개 다 체크됐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다락방 2012-07-05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웬디양님 구매자평 본 뒤에 책으로 급 마음을 결정했는데, 그러다가 정신차리고 안 사, 안 사!! 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사르 2012-07-0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일단 구매했습니닷. 공짜니깐. ㅎㅎ
다운받기는 아이튠즈를 지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미뤄놨지만..에..그래도 기분은 정말 좋네요. 공짜라서 좋고, 책 내용이 마음에 쏙 들어서 좋구.

그나저나 텀블러 가지고 싶어서 지금 뭘 주문해야하지, 눈이 뻘개져서 장바구니 목록을 뒤지는 중입니닷. 자그마치 오만원..하..

다락방 2012-07-04 17:38   좋아요 0 | URL
음, 위에 리더수님 보니 아이튠즈 없이도 아이폰에 알라딘 어플만 깔려있으면 손쉽게 받을 수 있을것 같은데요, 달사르님. 그나저나 이 책 읽을 생각에 막 설레여요. 아우 좋아 ㅋㅋㅋㅋㅋ

전 장바구니에 11만원어치 있는데 이걸 다 지르기 전까지는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그만 생각하려면 질러야하는데..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2-07-0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지네요. 구매해야겠다!!!

다락방 2012-07-04 17:38   좋아요 0 | URL
다운 완료 하셨습니까! ㅎㅎ

moonnight 2012-07-0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다락방님 고마워욧!!!!!! (주문하러 달려간;;;)

다락방 2012-07-04 17:38   좋아요 0 | URL
달리지마요, 문나잇님. 걸어가요. 달리다가 넘어지면 아파요.
:)

머큐리 2012-07-04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락방님의 페이퍼에 지름신이 강림해 버렸네요...에궁

다락방 2012-07-04 17:38   좋아요 0 | URL
지름신은 영원히 죽지 않나봐요. 흑흑
 
밤에 시작하지 말 것

나는 '존 카첸바크'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고맙다. 결국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부분이 따뜻한 부분이라서. 어제도 읽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그러나 존 카첸바크는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에서도 그랬고 이 소설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나는 그런 존 카첸바크가 고맙다. 


사람은 한 개인으로서 동물을 좋아할수도 있고 식물을 좋아할수도 있다. 환경을 생각할수도 있고 지구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은  조금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을 얼마만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랑하든, 그들이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좀처럼 그들을 사랑할 수 없다. 나는 우리가 결국 최종적으로 믿고 의지하고 함께 가게 되는건 인간이라고 믿는다. 악을 저지르는게 인간이고 선을 보여주는것도 인간이다. 전쟁을 일으키는것도 인간이고 그 전쟁에서 다친 사람들을 돌봐주는 것도 인간이다. 무기를 만드는것도 인간이지만 반전시위를 하는것도 인간이다. 자연은 그대로 있고 인간은 무수히 많은것들을 그 안에서 만들었다 없앴다 반복한다. 인류의 멸망을 앞당기는게 인간이라면, 그 시간을 늦추고자 하는것도 인간이다. 나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건 인간이라고 믿는다. 시니컬할수도 있고 자기 희생적일수도 있지만,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고 싸우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나는, 최종적인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건 인간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존 카첸바크가, 이 소설로서, 역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확인시켜줬다. 이 책은 소설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나는 이것이 단지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인어의 눈물을 받기 위해 인간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파고 슬퍼도 울지만 감동해서도 운다고. 울어야한다면, 아프고 슬픈것 보다는 감동해서 우는게 낫지 않을까. 
















이틀 내내 잘 시간을 넘겨가며 읽었더니 어젯밤에는 눈알이 빨개졌었다. 남동생이 그만 읽고 자라 눈 빨갛다, 라고 말했지만 나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나 가서 자라고 했다. 하핫.




시간이 흘렀고, 오랜 시간 은인이라고 혹은 가장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가 죽었다. 그 친구는 죽기전에 토미에게 자신의 장례식에서 추도문을 읽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토미는 어떤 글을 선택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좋은 글을 그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집에 찾아갔다가 너덜너덜해진 책을 발견한다. 



필립의 침대 옆 탁자에서 토미는 많이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오래된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The Wind the Willows] 초판본을 발견했다. 필립의 책의 제본 면지에 헌사를 적어놓았다. 그 책은 필립이 아들에게 준 선물이었다. 헌사의 내용은 간단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아무리 나이를 먹고, 슬기로운 사람이 되려고 아등바등하게 되더라도, 항상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청춘의 즐거움이란다. 네게 그런 때가 오면 이 책이 그 사실을 기억하게 도와줄 거야. 너의 아홉 번째 생일이라는 경이로운 이 순간, 최고의 사랑을 전하며, 아빠가 ‥‥‥.'

토미는 그 책에서 밑줄을 그어놓은, 색이 바랜 두 단락을 발견했다. 마치 아이가 끊임없이 되풀이해 읽은 것처럼 그 부분이 닳아 있었다. 첫 번째는 '새벽녘의 피리 부는 목신' 이라는 제목의 장에 있었다. '친절한 목신은 도움을 주려는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마지막으로 최고의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을 바로 망각이었다. 무시무시한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점점 커져 환희와 기쁨을 가리는 일이 없도록, 잊히지 않는 기억이 어린 동물들의 앞날을 망치지 않고, 계속해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었다 ‥‥‥.'(pp.677-678)



나는 이 부분이 무척 좋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는 필립. 그리고 밑줄이 그어져 있는 책. 나 역시도 책에 밑줄을 긋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밑줄을 긋는건 그 당시 나의 내밀한 감정이 겹쳐져있기 때문이다. 책속의 등장인물들(주연이든 조연이든)에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들을 나 대신 작가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그은 밑줄을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은 부끄러우면서도 자랑스럽다. 내가 그은 밑줄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할 때도 있다. 이 밑줄을 내가 그었을 때 어떤 감정으로 그었을지, 내 책을 읽을 누군가가 그것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문득, 내가 절실한 마음으로 밑줄을 긋고, 그 밑줄들을 가끔 꺼내어보는 책들이 떠올랐다. 그 책들중 어떤 책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있기도 했다. 또 어떤 책들은 내가 밑줄그은걸 선물하고 새로운 책으로 사두기는 했는데, 새로운 책은 어쩐지 '내 책'같은 느낌이 아니다. 다시 읽으며 밑줄을 그어도 어째 예전같은 맛이 나질 않는다. 정말 아끼는 책, 정말 아끼고 내가 밑줄그은 책은 다시는 누구에게도 주지 말아야지. 내 곁에 오래오래 두어야지. 언젠가 나는, 내가 너에게 줬던 책을 돌려줘,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입밖으로 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아야했다. 감정을 정리할 때 제일 아까운게 내가 내 책장에서 뽑아줬던 책이었다. 나는 요즘 대부분의 책들을 내보내고 있지만, 내가 아끼는 책들은 두고두고 여러번 꺼내볼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나의 벗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내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어보고는, 아 이 책을 너는 정말 여러번 읽었구나, 하는걸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책에다 밑줄을 긋는다는 건 정말이지 낭만적이다. 내 감정이 남겨지고 그 감정이 말없이 남에게도 보여질 수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기 전 그 책을 펼쳐 '당신을 사랑해요'에 빨간줄로 밑줄을 그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만약 너가 나와 같은 감정이라면 그 구절에 너도 밑줄을 긋고 싶겠지, 하는 무모한 생각으로. 물론, 그건 정말 무모한 일이었다. 참 쓸데없는 일이었다. 바보같은 짓이었다. 나이를 헛먹고 있다. 


아, 밑줄 그은 책이 나오는 부분 때문에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버리고 말았네.



이 책, 『하트의 전쟁』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다고 한다. 와우- 브루스 윌리스라니! 꺅 >.<















장바구니에 DVD 를 넣었는데 8,800원이나 하는구나! 굿다운로더를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오늘, 브랜디 칼라일의 스펠링을 확인하기 위해 검색하다가 오, 새로운 앨범이 나왔다는 걸 알게됐다.











참...자켓도 근사하네. 근사한 여자가 앨범을 만들면 자켓도 근사하게 만드는구나. 




이전의 앨범에서 내가 좋아했던 그녀의 노래, late morning lullaby.







부지런히 장바구니에 담는다. 어제는 '도니도니돈까스'를 담았는데(응?), 오늘은 브랜디 칼라일의 시디를 담고, 존 카첸바크의 다른 책들을 담는다. 세상엔 살 게 엄청 많구나.
















오늘은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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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7-0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브랜디 칼라일의 음반을 살 수 있다니.. 감동! ㅎㅎ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도 안 읽었는데, 존 카체바크 아껴두겠어요. 언젠가 미치게 지겨울때 이 작가를 생각하리다.

다락방 2012-07-03 11:53   좋아요 0 | URL
제말이 그말이에요. 그거 선물하느라고 수입시디로 몇 장 샀던걸 생각하면 .. 흑흑 ㅜㅜ
두꺼운 책이 아주 빨리 읽혀요, 레와님. 재미있어요!

가연 2012-07-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상당한 호평을 하셔서ㅎㅎ 저는 안 읽어봤는데, 궁금해지네요.

잠깐 여담을 하자면 저는 책에는 절대 밑줄을 안긋는데..ㅎㅎ 정말 깨끗하게 봐요, 심지어 전공서적에도 줄을 거의 긋지 않지요. 필기도 안하고, 쓰다보니깐 우울해지네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큼큼, 여하튼 완전 깨끗한 새책들이라는, 풋. 이는 나중에 중고서점에 비싼 값에 팔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줄을 그으면 나중에 그 부분만 눈에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랄까, 사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그냥 깨끗한 상태가 좋더군요, 풋. 이러면서도 다른 사람이 밑줄 그어 놓은 책은 되게 관심가지고 보는데, 풋.

다락방 2012-07-03 11:54   좋아요 0 | URL
제가 또 너무 재미있게 읽어가지고 ㅎㅎ 뭔가 영화스럽게 진행되는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참 재미있네요. 책 이야기 나오면 또 흥분되고 그래서 흑흑 ㅠㅠ

가연님만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떠올라서 부끄러워집니다. 얼굴이 빨개져요.. orz

마음전문가 2012-07-0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고 갑니다 읽을거리가 많은 곳이네요

다락방 2012-07-03 17:37   좋아요 0 | URL
하핫, 네, 고맙습니다.
:)

댈러웨이 2012-07-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누군가 헌사를 써준 -The Wind the Willows-를 겨울 밤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러니까, 다락방님의 밑줄을 다른 누군가(들)는 공유하고 있는 거겠죠.

p.s. 괴물, 이라는 말은 가급적 안쓰고 싶은데, 음,,, 다락방님은 과연 책 먹는 괴물이군요.

다락방 2012-07-03 17:39   좋아요 0 | URL
아, 댈러웨이님. 헌사, 란 말을 댈러웨이님 댓글에서 읽으니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하아- 음, 누가 생각났어요, 댈러웨이님. 나한테 한번도 헌사를 적어주지 않은 사람이요. 그래서 좀 원망스러워요.

그리고요 댈러웨이님, 저는 책 먹는 괴물이 아니고 ㅠㅠ 삼겹살과 술을 먹는 돼지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진 2012-07-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니도니돈까스ㅋㅋㅋㅋㅋㅋㅋ 지금 학굔데 팡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

저도 가연님처럼 한담을 해보자면 절대 저는 밑줄 안그었는데 이승우의 작문에세이를 읽고는 형광펜에 빨간펜에 포스트잇에다가... 어찌나 주옥같은 문장들을 툭툭 뱉어내던지요. 뭐, 아직 책 모퉁이에 메모하는건 못하겠지만요. 밑줄도 안긋고. 따로 문장노트를 만들어 거기 베껴쓰네요.

아무개 2012-07-03 15:01   좋아요 0 | URL
앗 문장노트 그거 참 좋네요.

다락방 2012-07-03 17:40   좋아요 0 | URL
이승우의 작문에세이라면, 그 뭣이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거 말하는거죠? 저 그거 엄청 좋아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버릴말이 절대 없지 않나요? 짱이에요, 짱. ㅋㅋ 그랬구나, 소이진님도 그걸 읽었구나. 잘했어요. 히히.

소이진님도 참, 뭘 도니도니돈까스에 팡터지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2-07-0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니돈까스 ㅋㅋ 와인이랑 드실려구요?
식품, 생활용품, 책, 시디 왠만한건 다 여기서 구매하시나봐요...
다락방님은 진정 알라딘이 격하게 아껴줘야하는 알라디너~~ ^^

전 제가 밑줄 그은책은 절대로 남 못 보여주겠어요. 민망하고 쑥쓰럽고 힝~
막막 대놓고 내 마음이 이래이래~ 뭐 이러는거 같아서 말이에요

다락방 2012-07-03 17:48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와인이랑 먹을려구요. 밥하고도 먹고. 아, 돈까스 요즘에 왜이렇게 좋죠? 완전 버닝중. 오늘 아침에도 돈까스 배터지게 먹어서 회사 왔는데도 너무 배가 불러서 접히지가 않아가지고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ㅜㅜ
그리고 도니도니돈까스는 알라딘에서 산거 아니에요. ㅎㅎ [도니도니몰]에서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검색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 설레여요, 돈까스가 배송된다는 생각에! >.<

네, 어떤 밑줄은 그래요, 민망하고 쑥스러워요.

moonnight 2012-07-0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도니도니 돈까스 맛있는 건가요? +_+ 저도 사 볼까 했는데 알라딘에서 파는 게 아니군요. 다른 몰 가기는 귀찮아요. ㅠ_ㅠ (이 게으름-_-;;;)

저도 책에 밑줄 많이 그어요. 밑줄 긋고 포스트잇 붙이고. 그러다보니 책을 못 빌려주겠어요. 너무 사적인 느낌이라. 가끔 말도 안 하고 오빠나 새언니가 제 책장에서 책 빼가곤 하는데 뭔가 민망하다는. -_-;;;;;

다락방 2012-07-04 17:41   좋아요 0 | URL
http://www.donidonimall.com

문나잇님. 비회원주문도 가능합니다. 저도 회원가입하기 싫어서 비회원주문 ㅋㅋㅋㅋㅋ 이거 맛있다고 일전에 새초롬너구리님께서 댓글 달아주셨거든요. 그때 머릿속에 쏘옥 정보를 넣어두었다가 이번참에 주문 ㅎㅎ 오늘 배송왔대요. 아...설레어요. 전 돈까스가 참 좋아요. 요즘엔 미치게 좋아요.


저도 민망한 적 있었어요. [이곳의 겨울은 마녀의 젖꼭지처럼 춥다]란 문장에 밑줄을 그었는데, 그걸 누가 봤어요.................................................................

레와 2012-07-04 17:47   좋아요 0 | URL
왜 주소를 알려주는거에요!!! 으앙!!!!!!!ㅠ_ㅠ

다락방 2012-07-04 17:49   좋아요 0 | URL
맛있는건 다같이 먹자...............는 심정으로............( ")
 

책 한 권을 다 읽어갈 때쯤이면, 다음엔 어떤 책을 읽을까 책장을 둘러보다가 이걸 읽자, 라고 선택한 뒤 그 책들을 꺼내 침대 위에 놓아둔다. 그러나 침대 위에 꺼내둔 책을 그대로 읽은적은 없다. 그 책들은 다시 책장에 꽂히기 일쑤다. 막상 한 권의 책을 끝내고 다음 책을 읽을때는 꺼내놓은 책은 무시하고 다시 책장앞에 서버리고 만다. 어젯밤도 그랬다. 침대 위에는 두 권짜리 책을 꺼내두었었는데, 제기랄, 나는 다시 책장앞에 섰고, 오, 이 책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이 책은 밤에 집어들면 안된다. 나는 어젯밤 열시 반에 이 책을 꺼냈고 한 시반까지 쉼없이 읽었다. 물론, 그래도 다 읽지 못했다. 이제 겨우 절반쯤을 읽었을 뿐이다. 360 페이지쯤. 아직도 이 책은 이만큼이 더 남아있는 것이다.


이만큼만 읽으면서도 얼마나 재미있던지, 나는 먼저 읽었던 이 작가의 책,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은 이 책에 비하면 재미로는 게임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월요일만 아니라면 나는 어제 밤을 새서라도 이 책을 다 읽고 잤을텐데, 정말이지 억지로 책을 덮고 꾸역꾸역 잠을 청했다. 아 싫어..



오늘 아침 출근길의 버스안에서 그리고 지하철안에서 이 책을 읽고나서 지금까지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데(여기는 회사!!), 어서 빨리 퇴근하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오늘 일이 산더미라 퇴근이 늦을것 같아 초조하고 또 초조하다. 아, 이럴땐 내가 직딩이라는게 진짜 완전 싫다. 간절히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일정시간 읽지 못하고 사무실에 구속당하고 있는 이 신세.. 후아-



[알라딘 책소개]

소설은 1944년 전쟁의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독일 포로수용소와 포로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1944년 5월 어느 날, 미군 포로 사이에서 전쟁 영웅이자 '장사꾼'으로 통하는 빈센트 베드포드가 목이 베인 채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으로 독일군과 미군 포로 집단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미군 장교 루이스 맥나마라 대령은 독일군 측에 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위하여 미군 법정을 열 수 있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평소 인종주의자였던 피살자와 대립했던 흑인 조종사 링컨 스콧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법정에 세운다. 하지만 그의 변호를 맡게 된 토머스 하트가 살해 동기와 살해 무기 등 스콧의 혐의를 명백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들 속에서 조작과 은폐의 흔적을 발견하고 사형집행을 위해 형식적인 수순을 밟아가던 재판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스콧과 그를 변호하려는 토미가 그들의 판사이자 대장인 맥나마라 대령을 찾아가는 부분을 읽었다. 그들이 찾아갔을 때 맥나마라 대령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이 도난당했다는 것을 알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 뒤에 나오려고 하는데, 스콧 중위가 방을 나오기 전에 대령에게 디킨스의 소설이 재미있느냐고 묻는다.



"디킨스의 소설이 재미있습니까, 대령님?"

맥나마라 대령은 순간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사실 디킨스의 작품을 처음 읽는 거라네. 어렸을 때부터 소설은 읽지 않았으니까. 주로 역사책이나 수학책만 봤지. 육군 사관학교에 다니다 보면 그렇게 된다네. 나는 사관학교에 있을 때 디킨스 같은 작품을 배우는 고전 수업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지. 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자유 시간이라는 것이 없기도 했고, 독일놈들 덕분에 이곳에 와서야 겨우 자유 시간이라는 게 생겼지. 어쨌든 지금 읽은 부분까지는 재미있더군."

스콧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학교에서는 주로 전공 관련 서적이나 교과서만 봤습니다." 그가 얼굴에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지만 고전은 계속해서 읽었죠. 디킨스, 도스트옙스키, 톨스토이, 프루스트, 셰익스피어. 호머와 그리스 비극들은 제대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제대로 교육받았다고 말하기 어렵죠. 어머니께서 그렇게 가르쳐주셨습니다. 교사셨거든요."

"맞는 말 같군, 중위. 그런 문제는 이제까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맥나마라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놀랍군요. 아무튼 디킨스는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디킨스 최고의 작품들을 읽을 때는 한 가지만 기억하고 계시면 됩니다. " 스콧이 말을 이었다.

"그게 뭔가, 중위?" 맥나마라가 물었다.

"처음 봐서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스콧이 대답했다. 

"디킨스는 천재입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대령님. 책 재미있게 읽으십시오." (pp.365)



이 부분이 왜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는 이 책을 처음부터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스콧 중위는 흑인이고, 인종차별이 심한 포로수용소의 다른사람들은 그에 대한 강한 편견을 가지고있다. 맥나마라 대령은 편견을 가지지 않은듯 보이려고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흑인에 대한 모든 기준을 달리 가지고 있는 맥나마라 대령이야말로 무서운 사람이라고 스콧 중위는 말한다. 그런 스콧이 디킨스의 소설을 빌어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있다. 


"처음 봐서는 아무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가슴이 뻑뻑해지고 뭉클해졌다. 뿌듯하기도 했다. 디킨스의 소설을 읽은 스콧 중위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바로 나에게로 넘어와, 왜 나는 아직 디킨스의 소설을 읽지 않은건지, 스스로가 게으르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바보. 내가 디킨스의 소설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이 부분에서 더 많은 공감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다 읽으면 나는 디킨스로 넘어가야겠어. 





















아! 나는 책이 재미있는것도 좋지만, 그 책 속에서 다른 책을 얘기해주는 것도 너무 좋다. 『위대한 유산』을 읽고 싶어서 미치겠다. 아...어제 알라딘에서 책 질렀는데(라고 해봤자 딸랑 두 권!), 나는 또......사야 하는건가. 



아직 절반밖에 안읽었지만, 『하트의 전쟁』은 매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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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에 밑줄을 긋기
    from 마지막 키스 2012-07-03 10:11 
    나는 '존 카첸바크'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고맙다. 결국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부분이 따뜻한 부분이라서. 어제도 읽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그러나 존 카첸바크는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에서도 그랬고 이 소설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나는 그런 존 카첸바크가 고맙다. 사람은 한 개인으로서 동물을 좋아할수도 있고 식물을 좋아할수도 있다. 환경을 생각할수도 있고 지구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은 조금 더 많은 것을 누
 
 
레와 2012-07-0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영화만 봤는데, 원작도 읽어보고 싶어요.
[하트의 전쟁]은 정신 못 차릴까봐 읽기 두려운데요? ..ㅋㅋ

다락방 2012-07-02 17:14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만 봤는데 영화를 재미있게 보질 않은터라 원작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요. 기필코 보겠습니다. 꼭!
[하트의 전쟁]은 영화로도 이미 만들어졌던데, 책 다 읽고나면 영화도 찾아봐야겠어요. 히히.

moonnight 2012-07-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 폭풍눈물 흘리시게 될 거에요. 아직도 울컥. ㅠ_ㅠ

다락방 2012-07-02 17:15   좋아요 0 | URL
왜요 문나잇님 왜요. 왜 폭풍눈물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읽고서도 눈물 줄줄 흘렸는데..코까지 훌쩍였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는재로 2012-07-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대한 유산 에전 흑백영화로만 봤는데 결말이 이해가 되지 않던데 왜 창문을 부수는건지

다락방 2012-07-02 17:15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재는재로님, 저는 컬러영화로 봤는데 분수앞에서 소년과 소녀가 키스하던 거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아요, 아무것도.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하하하핫

이진 2012-07-0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트의 전쟁>도 <위대한 유산>도 질러버리고 싶은 책이군요. +_+
세 시간을 내리 책에 빠지셨다니, 저도 최근에는 며칠 동안 한 페이지 가량을 넘기다가 어느 밤에 날잡고 다 읽어버리는 스타일로 바뀌었어요. 요즘엔 밤이 아니면 책장이 안넘어가요...후.

<위대한 유산> 표지가... 너무 이쁘다.

다락방 2012-07-03 10:17   좋아요 0 | URL
저는 [위대한 유산] 질러버릴겁니다. 좀 더 있다가 지를거긴 하지만. 후훗.
저는 집에서 책 읽으면 꾸벅꾸벅 조는데 너무 재미있는 책은 졸지도 못하고 막 책장을 넘겨요. 그런책을 만나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나는 자고 싶으니까.....ㅠㅠ

비로그인 2012-07-02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 때 <위대한 유산>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확실히 재미는 있었는데, 처음이라서 아무 것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어요. 그런데 책표지가 좀 그래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소년과 소녀의 키스였는데... 좀 덜 순수해보여요! -ㅅ-
그나저나 스콧 중위는 참 똑똑한 사람 같아요.

다락방 2012-07-03 10:18   좋아요 0 | URL
전 위대한 유산을 영화로 봤는데, 저 장면은 소년 소녀였을때도 했었구요 어른이 되서도 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저도 빨리 위대한 유산 책 읽어보고 싶어요!! >.<

수다쟁이님, 저도 똑똑한 여자사람이 되고 싶어요.
:)

하루 2012-07-0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트의 전쟁]은 주인공이 참.. 멋졌는데 훗.

다락방 2012-07-03 10:18   좋아요 0 | URL
하트의 전쟁속 등장인물들은 비열한 인물들조차 싫지 않아요, 하루님.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흣.

가연 2012-07-0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속에 책을 이야기해주면 되게 좋던데.. ㅎㅎ 제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이유는 상실의 시대에서 언급되어서.. 였어요, 풋.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유산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풋. 개인적으로 디킨스의 작품 중에서 올리버 트위스트랑 위대한 유산을 좋다고 생각하는데.. 음.. 이는 읽은게 그 둘 뿐이어서.. 겠죠? 푸하하.

다락방 2012-07-03 11:55   좋아요 0 | URL
ㅎㅎ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하루키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그랬거든요. 하루키 때문에 대학생때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어요. 그러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놀랐죠. 그런데 이십대 후반이었나, 다시 읽은 위대한 개츠비는 정말 좋더라구요.

가연님은 위대한 유산을 읽었군요! 놀라워요! 언제 읽었단말입니까! 저도 얼른 읽어야겠어요. 히히.
 

텔레비젼을 거의 보지 않는 탓에 어느 드라마가 어느 방송에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여동생이 재미있다고 해서 『신사의 품격』을 한 회분 보게 되었는데, 아, 너무 품격 떨어지는 드라마라 깜짝 놀랐다. 장동건이 분한 '김도진'이란 역할은 사실 장동건이 아니라면 소화해낼 수 없을 만한 재수없는 인물인데, 그 드라마의 모든 인물들이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인물들인 것 같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도 친구의 문제는 내 문제, 라며 해결해줄 사람들이 있던가. 마치 학원물 만화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것만큼 어처구니 없는 드라마라서 신사의 품격은 품격이 떨어지는 군, 하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오늘 돈까스를 안주 삼아 다시 오랜만에 보게 된 신사의 품격은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건 그들의 캐릭터가 달라져서도 아니었고 드라마가 유치함을 벗어던져서도 아니었다. 김하늘과 장동건, 그들이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그 설레임이 그대로 느껴져서. 그게, 그런거 아닌가.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해, 라고 하는게 몇년몇월며칠, 부터 좋아할거라고 계획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언제부터 좋아졌어? 라고 물음에 그때부터지, 라고 대답하기도 곤란하고. 그런데 그 둘이, 어느 한쪽의 짝사랑으로 시작했던 그 연애가, 이제 펼쳐지려고 하는것이다.

 

연애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시작이 있어야 한다. 나와 너는 처음 만난 순간 처음부터 동시에 쑝갔고, 그래서 우리의 이 만남은 자연스러웠지, 는 지나치게 영화스럽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어느 한쪽은 분명 먼저 말을 걸고, 데이트를 신청하고, 짝사랑을 스스로 자각하는걸로 남녀간의 연애는 시작된다. 그 짝사랑이 나만의 사랑이었다면 연애는 불발에 그치지만, 사실 그쪽도 나름대로 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이 연애는 이제, 시작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신사의 품격을 보기전에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드라마가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샬레인 해리스의 새로운 시리즈. 나는 이 책 속의 주인공이 수키를 닮았으면 어쩌나 자꾸만 고민했는데, 작가도 그것을 고민한건지, 이 책속의 여자주인공은 검은머리 검은 눈동자에 168센티의 키를 가지고 있다. 수키와는 다르다. 외모만으로 다르다고하기엔 부족한감이 없지 않지만, 이 책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말하기 보다는 자신과 함께 다니는 오빠가 더 많은 말들을 대신해주고 있다. 아직 절반도 채 읽지 못해 이 책이 어떻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약속이 취소된 토요일, 나는 이 책을 읽다가 그만, 설레이고 말았다.

 

 


"홀리스입니다. 저녁을 같이하면 어떨까 싶어서요."

'메리 넬, 톨리버하고 같이 더블데이트를 할까요? 재미있겠네요.' 나는 입 밖으로 나오려는 이 말을 막기 위해 입술을 깨물면서 "저녁 약속이 있는데요"라고 머뭇거리듯 말했다. 딱 잘라 거절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식사 후에 술 한잔은요?"

"좋아요."나는 잠시 생각한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모텔로 모시러 가죠. 여덟 시 어때요?"

"좋아요, 이따 봬요."

"이따 봅시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p.134)

 

 

침대위에서 이 책을 읽는데 이 장면이 너무나 낭만적으로 읽혀졌다. 데이트의 정석같았다. 저녁을 함께할래요, 라고 말하는게. 그러나 나는 저녁 약속이 있다고 거절하자 재차 묻는다. 술 한잔은요, 하고. 나는 자고로 적극적인 남자가 예쁜 여자를 차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 저녁 약속 있어요, 라고 말할 때 아 아쉽네요 이만, 이라고 하면 그 약속은 불발에 그치며 더이상 진행되기 힘들다. 그러나 그 후의 술은요, 라고 제안해주니 나로서는 거절할 도리가 없는게 아닌가. 밥을 먹고서도 만날 수 있는 남자라면 어떤 일이든 못만나겠는가. 밥을 같이 먹을수도 있고 술을 같이 마실수도 있다니 근사하지 않은가. 너를 데리러 갈게, 라고 말하면 나는 내 집에서 그가 데리러오기 전까지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고 설레이는 마음이 된다. 나는 이 책의 이 부분을 읽는데 첫데이트 생각이 나면서 설레였다. 맛있는 것 사줄게, 저녁 먹자, 술 마시지 않을래, 그 모든 평범한 말들이 평범하지 않은 그 순간, 첫데이트를 수락하는 바로 그 순간.

 

 

 

나의 데이트들이 떠올랐다. 어느 여름에 나와 그는 공포영화를 보기로 했다. 우리는 아직 연인이라고 불리기엔 서투른 단계에 있었고, 공포영화를 예매해두고 극장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나는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왼쪽에서 올까 오른쪽에서 올까, 두리번거리며 내 모습을 가다듬고 있는데, 그는 갑자기 뒤에서 오면서 나를 툭, 쳤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내 뒷모습을 그가 먼저 봤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불편했다. 왜 거기에서 오냐고 묻자 그는 차를대고 왔다고 했다. 주차장은 내 뒤쪽에 있었던거다. 제기랄. 뒤쪽에서 올줄은 몰랐는데. 욕 튀어나오네.

 

어느 가을의 데이트에서 한 남자는 서점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길치에 방향치인지라 서점 자체를 잘못찾았고, 뒤늦게 찾았을 때에는 많은 시간이 흐른후였다. 그는 내게 어디냐고 물었고 나는 이제 도착하긴 했지만 여기엔 출입구가 많아서 내가 있는 곳이 어느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너의 옆에 어떤것들이 있냐고 묻고는 거기 가만있으라고 했다. 내가 너를 데리러 갈게, 라고. 그리고는 내가 고른 책들을 계산해주었다.

 

어느 겨울의 데이트에서 그 남자는 약속시간보다 빨리 왔다. 나는 아직 좀 있어야 끝났다고 말했고 그는 서점에 들르겠다고 했다. 내가 끝나서 약속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는 시간계산을 잘못해 아직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고, 결국 그는 나에게 줄 책을 산 뒤에 뛰어왔다. 그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내게로 뛰어오는 모습을 봤다. 여전히 선명히 기억한다. 나는 그날 그가 내게 준 책을 반 년도 훨씬 넘게 가방에 넣고 다녔다. 내게 그 책은, 그 남자였다. 그남자에게 그 책은, 어쩌면 나였을 것이고. 나는 그 겨울을 기억한다.

 

 

 

원래 내가 쓰려던 페이퍼는 다른 페이퍼였는데, 술김에 엉뚱한 페이퍼를 써버리고 말았다. 이런. 밤 과 데이트는 사람을 코너로 모는 경향이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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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2-07-0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타 소리가 듣기 좋네요. 조용한 이 시간에 아주 잘 어울려요.

다락방 2012-07-01 17:54   좋아요 0 | URL
어제 드라마 보다가 음악이 좋길래 음악검색 했어요.
:)

이진 2012-07-01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읽기에 참 달달하고 좋은 글이에요. 막 은희경의 소설을 다 읽고는 반쯤 잠에 빠져있어요. 꿈에서나마 데이트를 하길 바라며 이만 굳밤!

다락방 2012-07-01 17:55   좋아요 0 | URL
은희경의 소설을 다 읽었군요! 드디어!
좋은밤 보냈어요, 소이진님? 어느새 또다른 밤이 다가왔어요.

2012-07-0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여전히 이 드라마에 흥미를 못 느끼고 있어요. 출판사랑 짜고 넣는 PPL도 별로고..
그래도 다락방님 글은 좋네요. :)

다락방 2012-07-01 17:55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드라마 진짜 짜증난다고 볼때마다 생각해요. 보면서 막 부끄러워요. 아....뭐냐...이게 뭐냐....이러면서요.

치니 2012-07-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든 글이든, 어떤 식으로든 말씀하신 품격이 드러나고 작가의 평소 사상(?)이 조금이나마 반영된다고(사상이란 말이 좀 과하다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정도로 바꿔서 ^-^;;) 생각하는 저는, 신사의 품격을 도저히 못 보겠어요. 제게는 그 어떤 유치한 드라마보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이 많고 못마땅한 사상이 많아서. 김은숙 작가는 아무리 봐도 저랑 코드가 안 맞는 듯. ㅎ (시크릿가든 때도 저 혼자 그렇게까지 재미있어 하지 않았던 기억이 또 나네요)

다락방 2012-07-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코드가 안맞는다기 보다는 드라마가 짜증나요. 아, 이 작가가 시크릿가든 작가에요?
저는 이 드라마 몇번 보지도 않았지만 친구넷이 모인 장면들에선 어김없이 유치함의 절정을 찍는다고 생각해요. 가장 말이 안되는 장면이고 말씀하신대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원... 위에도 썼지만, 진짜 드라마가 부끄러워요. --;;

... 2012-07-0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 무덤의 남자, 다 읽었어요! 전반적으로 다 좋았는데 마지막 부분은 좀 엽기스러웠다는...

다락방 2012-07-02 17:07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마지막도 좋았어요, 브론테님. 음, 저를 엽기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것 같은데, 저는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거든요. 이 책 속의 여자가 마지막에 원했던 그런거요. 그래서 엽기적이라는 생각은 들질 않더라고요. 하핫;;
오히려 가볍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운이 길어서 좋았어요.

아무개 2012-07-02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사의 품격 몇번 봤는데 당췌 누가 신사라는건지 품격은 또 어디에? 뭐 걍 보지 말자..이랬었어요.

하는일 없이 슝~하고 지나가 버린 아쉬운 주말. 그리고 월욜이네요.
차라리 정신 없이 바쁜 하루가 되었음 좋겠어요. ㅡ..ㅡ::::::::

다락방 2012-07-02 17:13   좋아요 0 | URL
나이 많은 배우들 가지고 유치하게 드라마를 만들어놨어요. 그런데 제 친구가 제 글 보더니 신사의품격 욕하지 말라 그랬어요. 테러당한다고;; 하하하하핫 안해야지.

저는 미친듯이 일하고 정신차려보니 퇴근 한 시간 전이네요. 어휴. 월요일이 이렇게 가고 있어요, 마중물님. 어휴,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