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검색하면 이렇게 두 개의 사진이 한꺼번에 떠서 마치 두 권의 책인듯 하지만 책은 한 권이다. 앞에서부터 절반을 읽을 수 있고 또 뒤에서부터도 절반을 읽을 수 있게 해놔서 앞 뒤의 두 표지 모두를 올려두었나보다. 어쨌든 이 구성은 알라딘 13주년 기념 이벤트로 받은 책 『13*2』과도 같고 아주 오래전에 내가 읽었던 독일의 책, '안드레아스 슐뤼터'의 『어? 내가 사랑에 빠졌나봐』와도 같다.
지금보니 이 책, 2000년에 나온 책이구나. 벌써 십이년 전의 일이야..
『내가 사랑한 여자』의 목차를 보면 누구나 사랑할 만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선택해놓았기 때문에 사실 그다지 참신함이 느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공선옥과 김미월의 소설을 모두 읽어본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이들은 소설에서 더 빛나는 작가들이구나 싶기도 했다. 공선옥은 이 책에서 내가 읽어본 그녀의 소설보다 조금 심심했고 김미월은 내가 읽어본 그녀의 소설보다 이 책에서 조금 더 감상적이 되었다. 이 책에서 언급한 여자들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혹은 대략적으로 '어떤' 인물인지를 알고싶다면 이 책을 읽는것은 도움이 될테지만, 당연하게도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한다면 이 책에서 언급하는 각 인물에 대한 다른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것이다.
아! 그러니까, 이런거다. 실비아 플러스를 얘기할때 사람들이 왜 오븐을 얘기하는지 아직 모른다면, 로쟈 룩셈부르크가 지명이름인줄로만 알고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타사 튜더가 동화작가인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카미유 클로델이 로댕의 그늘에 가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었던 걸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그렇게까지 유용하지는 않을것이다. 오히려 좀 재미없다고 생각될 듯.
나는 이 책을 읽다가 '펄 벅'이 궁금해졌다. 정신지체 아이를 낳고 기르던 사람,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았던 사람, 인권운동가. 그녀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녀의 가장 유명한 책 『대지』를 검색해봤다.
앗. 나는 좀 놀랐다. 노벨상과 퓰리쳐상을 받았기 때문에 문학동네나 민음사등의 고전으로 소개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서문화사와 소담출판사의 작품이 최근에 나온 것들이었다. 물론 다른 출판사도 있었지만.. 그래서 어떤걸로 읽을까 하다가 동서문화사 소담출판사의 책으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검색하다 알게된건데, 오, 펄 벅의 책이 대지 말고도 아주 많았다.
우앗, 너무 많아서 다 못넣겠다. 근데 책들의 모습이 뭐랄까..좀....읽기 싫게 생겼다고 해야할까 ;; 어쨌든 『대지』를 읽어볼 것이다.
이 책에서는 누구나 그 이름을 넣을거라고 생각되는 '전혜린'도 언급되어져 있다. 공선옥이 사랑한 여자에 전혜린이 들어가있는데, 나는 전혜린에 대해서는 개운하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전혜린이 싫다거나 한 게 아니라 내가 전혜린을 사랑하지 않아서. 이게 스스로 좀 개운하지 못한거다. 전혜린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거나 한 게 아니라 그냥 그다지 관심이 없을 뿐이다. 공선옥은 십대시절 누구나 전혜린을 사랑했다고 하는데, 나는 삼십대가 될 때까지 전혜린을 몰랐다. 그 즈음에 만난 나보다 어린 남자가 전혜린을 좋아하고 언급하길래 누군가 하고 찾아보았고, 그래서 알게 된 인물이었다. 나는 그 남자를 좋아했고, 그래서 당연하게도 그 남자가 좋아하는 사람이 궁금해서 전혜린의 책을 샀다. 그러나 내가 산 책의 채 절반도 읽지 못한 채, 나는 그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걸 알게됐다.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질 않더라.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사랑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것. 세상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그 이름에 나는 왜 아무런 감정이 생기질 않을까. 나는 그게 개운하지 못하다. 다들 좋다는데, 왜 나는 그녀를 좋아할 수 없는거야!
그 책을 다 읽지 못하고 그 책을 읽고 싶어하는 회사동료 E 양에게 주었는데, E 양은 그 책을 읽고 무척 좋다고 했다. 그녀는 전혜린을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나는...나는? 나는 왜 그녀가 좋아지지 않아?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전혜린을 언급하고 전혜린에 대한 사랑을 고백할때마다 참 개운하지 못한 감정이 생겨버리고 만다. 나에게 그녀는 뭔가 다 풀지 못한 숙제같은 느낌이다.
나는 다만, 전혜린을 좋아했던 남자에 대해서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공선옥과 김미월이 선택한 여자들에 대하여 읽노라니, 나라면 어떤 여자들을 사랑한다고 넣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됐다. 가장 먼저 떠오른 여자는 '안젤리나 졸리'였다. 그리고는 더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만한 여자를 댈 수 없을만큼 무식하구나. 뭘 알아야 사랑을 하지..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