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432호 2015.12.26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시사인의 정기구독이 끝났다. 지난 2주간이었나, 정기구독이 곧 끝나니 다시 재구독 해달라는 전화가 여러차례 왔다. 낯선 번호라 받지 않았더니 문자로 남겨져서, 그래서 아 이 번호가 재구독을 권유하는 번호구나, 알았다. 


나는 텔레비젼을 보지 않고 몇 년간 보던 일간지도 구독을 끊은지 오래됐다. 인터넷으로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 그런 내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려주는 것은 시사인이었다. 물론, SNS도.

정기구독이 끝났다는 말에 친구는 1년 더 볼래? 물었고, 나는 아니, 그동안 고마웠어, 괜찮아, 라고 답했다. 그리고 이번 호를 서점에 가서 사왔다. 별책부록으로 해마다 그렇듯이 <2015 행복한 책읽기>가 딸려왔는데, 일단 시사인 보다 그 책을 먼저 봤다. 김명남 번역가를 보다가 너무 멋있어서 절망하고(!)-이런 근사한 사람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을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내 또래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 뭐했지 ㅠㅠ-, 몇 권의 책을 보관함에 담았다. 그리고 시사인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 나는 시사인이 좋구나, 생각했다.


독자들과의 대화가 소개되는 앞장도, 편집국장의 말도 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번 호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강원국씨 인터뷰>였는데,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그 글을 읽는데 하염없이 좋았다가 답답해졌다가 해서, 아, 내가 시사인이 아니라면 이런 것들을 어떻게 알겠는가 싶어지는 거다. 잠깐 인용해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설일 때는 직접 구술해줬다. 한번 올라가면 두 시간씩 얘기하는데, 녹음을 해도 사실 들을 시간이 없다. 구술하고 나면 빨리 다시 보고 싶어 한다. 바로 야마(주제)잡고 써야 한다. 한번은 전화로 구술받았다가 되게 혼난 적이 있다. 5년차 신년 기자회견이었는데, 대통령 콘텐츠를 이제 안다고 생각해서 나름 해석하면서 썼다. 대통령이 당일 아침에 보고 화가 났다. 하기 싫으면 그만하라고 했단다. 그걸 부속실장이 녹음해서 줬다. 마음이 참담했다.

(노무현)대통령이 실전에 강했다. 내가 실수했어도 실제로는 연설을 잘했던 거다. 잘하고 나니 화가 다 풀린다. 만약에 못했으면 '이 자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3.1절 때도 연설문 위에 메모해서 즉석연설을 후련하게 했다. 연설 원고에 본인이 메모지 붙인 걸 나중에 나한테 보내셨다. 공부하라고. 그만큼 임기응면에 강했다. 대통령이 연설을 잘 못한 거 임기 내내 딱 한 번 봤다. (시사인 인터뷰-강원국, p.37)



(위의 연설문에 대해)우린 그런 연설문 못 쓴다. 변호사 시절부터 자신이 절실히 겪은 문제기 때문에 나오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연설 안에 자기가 있다. (p.39)






올해 최악의 인물로 김무성이 뽑힌 것에 대해서 크게 동의한다.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도, <학교의 속살> 코너도 나의 패이버릿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내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내게 꽤 중요하게 여겨진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알려고 들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한 걸음 다가서게 되는 게 아닐까.


지난주에 회사 동료와 밥을 먹는데, 동료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차장님 제가 처음 만났을 때랑 정말 많이 달라지셨어요'. 나는 그 말을 긍정적으로 들었다. 확실히 나는 그 동료를 만났던 십년전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어 있다고 믿는다. 극단적으로 싫다고 말하는 일도 줄었고, 저 사람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늘어났다. 사소하게는 이 페이퍼 상에서 악플에 대처하는 자세도 유연해졌다. 세상일에 예전보다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가 앞으로도 계속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면 시사인을 그만 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월1일이 되면, 새해 선물로 내가 나에게 시사인 정기구독을 신청해줘야겠다. 아니, 지금 신청해야겠다. 더 나은 인간이 되자는 격려로 이것 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한엄마 2015-12-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저도 재구독했어요.반갑네요.^^

다락방 2015-12-28 11:1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재구독 신청 막 완료했어요! 반갑습니다! ㅎㅎ

꼬마요정 2015-12-28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구독 했네요.. 주간지는 자주 와서 다 챙기지 못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ㅎㅎ

다락방 2015-12-28 16:28   좋아요 0 | URL
18만원이라니 큰 맘 먹어야 했는데, 이게 매달결제가 가능해서 15,000원이면 되더라고요. 신문 구독하는 것과 같은 가격이니 매달 결제로 선택하니 부담이 좀 덜하게 느껴졌어요.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어요.

테레사 2015-12-28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재밌네요..시사인 구독을 은근 권유하는 글같아요..ㅎ 저는 한겨레21을 오랫동안 구독해 왔는데..시사인으로 갈아탈까..어쩔까..둘다볼까? 아냐 난 두개의 잡지를 볼 만큼의 형편은 안돼 했다가...암튼 아직도 결정 못내리고 있어요.

다락방 2015-12-28 16:30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시사인 하나도 다 챙겨보지는 못해서 보고싶은 것만 보게 되거든요. 그러니 매주 두 개의 주간지를 받아보게 된다면 무척 힘들것 같아요. 막 밀리고... 테레사님, 잘 생각하셔서 결정하세요. 하핫;;

비연 2015-12-2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악의 인물로 김무성이 뽑혔다는 말에... 잠시 저도 구독할까 싶어지네요.
크게 동의고 또 크게 동의하고.. 사실 보기도 싫은 인간상입니다..ㅜ

다락방 2015-12-28 16:31   좋아요 0 | URL
김무성은 끊임없이 어처구니 없는 말만 골라하는 인물인데 최악의 인물로 그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없지요. 아무쪼록 내년에는 최악의 인물로 선정되지 않을 수 있도록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_-

뽈따구 2015-12-2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울 아들이 매일 저보고 핸드폰 책 그만보고 종이책 읽으라고 잔소리 하는데, 저도 시사인 구독하고 아들책볼때 옆에서 시사인 종이책 봐얄까봐요. ㅎㅎㅎㅎ

근데,,,,, 악플이 있어요???! 몰랐네요, 그리고 놀랍네요. 이런 글들에도 악플이 달리다니..... >,.<

다락방 2015-12-28 16:33   좋아요 0 | URL
뽈따구님, 시사인 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저 위에 페이퍼에도 언급했지만 김형민 피디의 역사이야기가 정말 좋거든요. 저도 일 년 구독했으니 이제 되었다, 하려했는데 이걸 그만 볼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추천합니다!!

하하 네, 저에게도 악플이 달립니다. 왜 아니겠어요. 이런 글을 포함해서 제 다른 글들까지 되게 보기 싫고 짜증나고 화가 날 수도 있겠지요. 악플도 달리고 지적질도 달리고 그래요. 하핫.
그치만 이제 비난을 위한 비난은 그저 웃어넘길 수 있게 됐어요. 하핫.

책탐 2015-12-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사러가는것도 일이네요. 매주 다 챙겨읽진 못해도 정기구독이 좋을꺼 같기도 하고..올해가 가기전에 결정을 해야하는데..ㅜㅜ

다락방 2015-12-28 16:34   좋아요 0 | URL
저도 새해에 재구독 신청하려고 했는데요, 새해부터 받기 위해서는 지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페이퍼 쓰자마자 부랴부랴 재구독 신청했어요. 책탐님, 우리 정기구독 친구해요!! >.<

2015-12-28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8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12-28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글쿤요ㅜ 좋은연말보내십시오

다락방 2015-12-30 10:04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도 한 해 마무리 잘 하셔요!!

보슬비 2015-12-2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구독했어요. ^^

다락방 2015-12-30 10:04   좋아요 0 | URL
저도 재구독 했어요. 할 수밖에 없었어요. 흣.

transient-guest 2015-12-2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뽑은 최악의 인물은 2012년 12월 이래 꾸준히 `그녀`입니다. 이제 곧 다가오는 병신년, `그녀`는 변함없이 `그녀`가 하던 짓들을 이어갈 것이라 생각하니 갑갑하네요. 밤새 들어온 `위안부` `문제` 한일타결과 `그녀`의 담화에 빡쳐 하루 종일 화가 납니다. 시사인 계속 보세요.ㅎㅎ 주진우를 위해서라도.

다락방 2015-12-30 10:05   좋아요 0 | URL
진짜 토할것 같아요. 이 토할 것 같은 소식들을 알고 싶지 않다가도 그래도 알아야 뭘 해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보겠습니다! 하아-

2016-01-02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4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조카들이 깨워서 일어나고 조카 밥 먹이고 남동생에게 애들 보라고 한 뒤 나와서 잠깐 쉰다 ㅎㅎ
민낯으로 버스타고 잠실 교보와서 사고 싶었던 두 권의 책을 샀고 커피를 주문해 놓았다. 십 분만 쉬다 가야지. 흣

짜릿해!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보물선 2015-12-26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통 나같은 아이가 나올까봐 아이를 안낳았지 이러는데 ㅋㅋ

다락방 2015-12-27 17:59   좋아요 0 | URL
조금 읽었는데 시가 어렵네요...음... ㅎㅎ

세실 2015-12-26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십분만? 정말요? ㅎ

다락방 2015-12-27 17:59   좋아요 0 | URL
십분은 더 있었어요. ㅎㅎㅎㅎ 너무 달콤한 시간이었어서 말이지요. 하핫

2015-12-26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7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12-27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탄 담날인 오늘 잠깐 서점에 나가서 커피 마시고 왔지요. 책이나 잡지는 별로 눈에 들어오는 새것이 없더라구요.

다락방 2015-12-27 18:00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쓴 이 글을 보니까 지금 당장 나가서 또 커피 사마시고 싶네요. ㅠㅠ 그치만 일요일이니까 잠을 자기 위해선 참아야겠죠. ㅠㅠ
 
사랑은 타이밍인가봐요.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도 알라딘의 ㅇㅇㅂ 님 덕에 알게 됐는데, 영화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것도 오늘 추가로 알려주셨다. 오오, 그렇다면 번역본이 있는걸까? 하고 검색해보니 2011년에 이 책이 나와 있더라. 아... 설레인다, 궁금하다. 이번 달에는 다이어리 받느라 책을 엄청 사댔는데, 아아, 이 책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살까. 딱 한 권만 사면...괜찮지 않을까?










오늘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글에 이 시집에 대한 얘기가 있었고, 갑자기, 충동적으로,

아, 오랜만에 시를 읽고 싶다,

하고 생각했다.

당장 사고 싶어졌다. 

또 어쩌지?

오늘은 집에 가서 느긋하게 시집을 읽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러야 할까?

서점에 들러서 이 시집 딱 한 권만 살까?










시사인 정기구독이 지난주에 끝난 관계로, 이번주부터는 내게 시사인이 오질 않는다.


1년간 매주 시사인을 받아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1년동안 매우 잘 봤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벌써 일 년..)


12대 뉴스라니, 아아, 

집에 가는 길에 이번 주 시사인을 사야겠다. 






영화속에서 여자는 남자와 헤어진 후 혼자 여행을 떠난다.

식당에 들러 밥을 먹으려고 빠에야를 주문하는데, 

웨이터가 '빠에야는 2인분부터 주문을 받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남자와 헤어져서 아픈데, 혼자임을 실감하는데,

빠에야는 2인분부터 주문해야 한다니..

여자는 빠에야를 먹지도 못하고 슬퍼한다.

야한 영화라서 봤던 루시아, 어제 뜬금없이 검색해봤더니 (네이버)굿 다운로더로 단돈 500원...

그래서 다운 받았다.

외로운 밤, 긴긴 밤에 '다시' '돌려' 보려고.....






혼불 8,9,10권을 주문해서 집에 와있다. 아직 박스에서 꺼내진 않았다(책을 꺼내지 않은 박스가 집에 두 개...귀찮.....). 10권까지 다 읽으면 1권부터 10권까지를 한꺼번에 묶음으로 중고샵에 등록할 거다. 가격은 5만원에서 7만원 사이로 등록할 예정이다.

이거슨 중고판매 예정제... 

알라딘 다락방 중고샵 바로가기







이 책은 500페이지이고,

나는 현재 180쪽 까지 읽었는데,

이만큼 까지만 읽어도 몇 번이나 슬픔을 느꼈다.

앞으로 더 슬퍼지겠지.

보바리 부인은,

결혼 후에 몸이 아파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느낀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아무도...






「사실」 하고 그는 엠마 곁으로 되돌아와서는 커다란 사라사 손수건을 이빨로 물어 펴면서 말했다. 「농민들은 정말 불쌍해요」

「그들 말고도 또 있어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물론이지요! 예를 들어서 도시의 노동자들이 그렇죠」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실례지만 말입니다, 내가 아는 불쌍한 가정의 어머니들은, 정숙한 여성들은, 정말이지 거의 성녀라고 해도 좋을 사람들인데 빵 한 조각 없이 헐벗고……」

「하지만 저어……」 하고 그녀는 말을 받았다(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술 양쪽 끝이 일그러졌다). 「신부님, 빵은 있어도 여전히 뭔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여자들이……」

「겨울에 불이 없는 여자들」하고 신부가 말했다.

「아니! 그런 거야 아무려면 어때요?」

「뭐라고요! 아무려면 어떠냐고요? 내가 보기엔 사람이란 몸 따뜻하고 배불리 먹기만 하면……왜냐하면……결국……」

「아아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아」 하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p.167)



ㅂㅇ님 서재에서 <10년 다이어리>를 보게 됐는데, 아 좀 끌린다.. 살까? 나중에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메리 크리스마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5-12-2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이도 저는 참았어요. 오랜만에 오늘 알라딘 택배 아저씨를 만난답니다. ㅋ 그런데 왜 이리 늦으시는지... 락방님, 메리 크리스마스!! 보바리부인의 감상이 궁금해집니다. 사실 책 주문 좀 참으려고 한번 더 읽었거든요 ㅡㅡ;;

다락방 2015-12-24 16:06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로 보바리 부인(무려 아즈라 밀러가 나온대요!!)을 보고 싶어서 읽고 있는데 끝을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흑 ㅠㅠ
안그래도 얼마전에 블랑카님 리뷰 읽다가 엠마의 아버지에 대한 결말을 읽고 아... 그 분은 그렇게 되시는구나..하고 생각했거든요. 보바리 부인에 대해서도 저는 좀 불만이 있어요. 하녀들을 대하는 게 좀 마음에 안들어요 ㅜㅜ
어쨌든 끝까지 읽고 감상 남길게요. 밑줄 그을 부분이 많더라고요..

비로그인 2015-12-2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한번만하는 그심정 알것 같네요

다락방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5-12-24 16:06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요, 단잠님. ㅎㅎ
시집만이라도 오늘 살까 싶어요. 흣.

단잠님, 메리 크리스마스!! :)

초딩 2015-12-2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마담 보바리가 자꾸 눈에 보이네요 :-) 담아 봅니다~

다락방 2015-12-26 14:12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초딩님.
비록 연휴동안 한 장도 안읽었지만요 ㅎㅎ

2015-12-24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2-2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다락방 2015-12-26 14:13   좋아요 1 | URL
늘 설레이는 크리스마스인데 이렇게 지나가버렸어요. 술에 취한 채... 하핫
연휴 잘 보내세요, 서니데이님!
 

오래전 얘기다. 여자1이 남자1과 소개팅을 했다. 둘은 소개팅한 첫날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고 그래서 다시 만나기로 하며 다정한 감정을 교류한뒤 남자1이 여자1을 집에 데려다줬다. 그날은 평일이었고 다가오는 주말에 여자1은 나를 포함한 여자사람들,남자사람들과 함께 지리산에 놀러 가기로 되어있었다. 주말이 되어 우리는 예정대로 놀러갔고, 우리가 놀러가는 차 안에서 여자1은 남자1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행 잘 다녀오라는 다정한 안부였다. 우어어~ 잘되는가보구나, 하면서 친구들 모두 깔깔대고 웃고, 우리는 지리산에 도착해 산 입구를 잠깐 올랐다가 내려와서 고기를 구워먹고 술을 마시고 하룻밤 잔 뒤에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서울로 올라온 뒤로 며칠간 여자1은 남자1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며칠뒤에 오랜만에 남자1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조용한 목소리로 '미안한데' 라며 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근무중이었던 여자1은 그 말만 듣고도 분위기를 짐작하고 '알았어' 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나중에 사연을 알고보니 여자1이 우리와 놀러간 그 주말, 남자1은 올림픽공원에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나갔는데, 거기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좋은 감정이 생겼다는 거였다. 그 말을 나중에 들은 우리는 여자1에게 미안해졌다. 여행갈 때 같이 가자고 했어야 했나, 그 주말에 어떻게든 여자1과 남자1을 만나게 했어야 했나, 괜히 우리랑 놀러가느라 친구는 호감가던 남자를 놓친걸까...


결과적으로 남자1은 인라인 여자도 아닌 아예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해 잘 살고 있고, 여자1 역시 완전히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잘 지내고 있다. 만약 그때 여자1이 우리랑 놀러간 게 아니라 남자1을 만나기로 했어도, 그래서 그 둘이 데이트를 했어도, 결국은 이렇게 됐어야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왜 하필 그때 여자1은 놀러갔을까, 왜 하필 남자1은 그때 인라인을 타러갔을까, 왜 하필 인라인 여자는 그때 거기에서 인라인을 타고 있었을까. 결국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사귀게 되는 건 타이밍의 문제인가?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는 오랜 결혼생활을 유지해왔지만 남편과 이혼했다. 그녀가 느낀 절망은 어마어마했다. 우울의 감정속에 풍덩 빠져있을 때, 그녀의 친구들인 레즈비언 커플이 그녀에게 이탈리아 여행을 가라며 비행기표를 내민다. 원래 이 커플이 가려던 거였는데 한 명이 임신을 하게 돼서 갈 수 없다는 거였다. 고민하던 여자는 그 티켓을 받아들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게 되고, 가서는 계획에도 없이 이탈리아의 오래되고 낡은 집을 산다. 고장난 곳이 여러군데였던 집을, 인부들을 불러 고치면서 자신의 집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여기서 뭐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수시로 찾아들고 또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결혼식도 열리고 아이도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집안 공사에 신경을 쓴다.


그러던 어느 하루. 어떤 부속품을 찾기 위해 로마를 찾았던 여자는 그곳에서 우연히 이탈리안 청년을 만나게 되고, 아주 오랜만에 설레임을 느끼며 그와 지칠 정도로 뜨거운 밤을 보낸다.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다, 언제 내게 다시 올 수 있냐, 는 남자의 물음에 여자는 이번 주말이라고 답하고 헤어진다.


그러나 그녀가 그를 만나러 가기로 했던 주말, 그녀의 집에 임신한 그녀의 친구가 만삭인 채로 찾아온다. 그리고는 애인과 헤어졌다며 운다. 그런 친구를 두고 갈 수가 없어 그녀는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주엔 못가겠으니 다음주는 어떠냐, 그 다음주는? 하며 약속시간을 잡으려 한다. 좀처럼 시간을 잡을 수 없었고, 그녀가 그리운 나머지 남자는 북부로 가던 길에 잠깐 그녀의 집에 들르지만, 하필 그때 그녀는 집에 있지 않았고, 그렇게 그들은 또 엇갈린 채 만나지 못한다. 친구의 아이가 태어나고 여전히 집안 공사는 계속되면서, 그녀는 직접 그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북부로 찾아가 그를 만났을 때, 그의 옆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내가 잘못찾아왔구나, 하고 울며 돌아서려는 그녀에게 그는 말한다.



당신은 몇달전 우리가 좋은 감정으로 만났기 때문에 우리가 또 그렇게 이어질거라 기대했냐, 나는 그랬다. 나 역시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난 후 당신을 더 원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좀처럼 만날 수가 없고 자꾸 어긋나기만 했다, 이것은 우리가 맞지 않다는 거, 라고.



그녀에게도 그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로 만날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그 사이에 남자에겐 새로운 여자가 다가왔다. 남자는 슬퍼하는 그녀에게 '너도 너에게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다' 라는 말로 위로하며 작별을 고한다.




오래전에 친구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었다. 자꾸만 엇갈리기만 하는 관계라면 그들은 안사귀는 게 낫다고. 그렇게 결국 만나게 되었어도 그간 만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또 앞으로도 엇갈릴 거라는 불안을 가지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겠냐고. 꽤 어릴 적에 한 얘긴데,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사랑은 타이밍이란 생각을 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내게 일어났던 모든 연애도 다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싶다. 내가 그때 그 기분, 그 감정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남자1과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가 똑같이 들이대도 남자2는 나와 연애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국 우리는 서로가 마침 그 때 거기 있었기 때문에 연인이 되었을 것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오랜만에 자신의 열정을 불사르게 만들었던 남자와도 이별했지만, 여자는 진실한 사랑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른 젊은 커플을 응원하면서 진실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말하며 그러나 자신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아, 저 여자는 사랑을 잃고 잠깐 절망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해서 사랑에 대해 아예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있질 않은 거구나. 나는 그녀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어서 참 좋았다. 사랑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자세라고 해야하나. 게다가 '내가 이 나이에 무슨..' 하는 못난 생각 따위도 가지고 있질 않았다. 그녀는 사랑하는 커플들을 응원하고 이별한 사람을 다독여주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눈을 감고 햇볕을 쬐는 사이, 무당벌레는 그녀의 몸에 저절로 올라온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 혼자 외국에 나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해왔다. 일전에 엄마랑 식사중에도 나는 나중에 나이 많아져서 돈 벌기에 막 에너지를 쏟아도 되지 않는 때가 오면, 외국에 나가서 혼자 살아보고 싶어, 라고 얘기한 적도 있다. 늘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영화속의 여주인공의 삶이 내 로망의 실현으로 보이더라. 아무도 자신을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에 낡은 집을 사고 수리를 해가면서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고 또 거기에서 글을 쓰고 새로운 사랑도 만나고 하는 것이 딱 내가 원하던 삶이다. 게다가 그녀는 가끔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함께 맛있는 걸 먹기도 하는 거다!! 완전 내가 꿈꾸는 삶이야.. 그렇지만 내가 가게 된다면 이탈리아는 아닐 것 같다. 이탈리아는 분명 너무나 아름답겠지만, 나는 이탈리아어를 모르고 그걸 배우고 싶지도 않아. 노력하고 싶지 않아.. -0-

역시 물과 밥이 영어로 어떤 건지 알고 있는 미국이 제일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영어권을 가야 시작하기가 좀 낫지 않을까. 이탈리아나 프랑스라면... 음..... 뭔가 암담해지는 기분이야.....


요즘 너무 일에 치어서 그런지 리틀 포레스트도 자꾸 생각났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스크램블 에그를 해먹고 고구마를 쪄서 그릇에 담으면서, 음, 나 리틀 포레스트처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밥보다 잠을 택할 때, 나는 일어나서 고구마를 쪄..... 어디에 내놔도 내 살 길 잘 찾고 잘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어제는 여동생이 그렇게나 보고싶다고 예매해둔 [서울시립교향악단&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합동 콘서트]에 다녀왔다. 사실 클래식 공연에 가본 일이 거의 없는데, 앞으로도 내가 갈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여동생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연티켓을 끊어준다길래 그래 한 번 가보자, 하고 간 거다. 으앗.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이미 모두 자리에 앉아있고 공연 시작 시간이 되어서 정명훈이 똭- 들어오는데...아....뭔가 두근거렸어. 포스가... ㅠㅠ

게다가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에게 선곡도 탁월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이었는데, 나중에 다같이 합창을 하는데 진짜 너무 좋아서 소름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 끝나고 커튼콜로 박수를 칠 때는 눈물도 고이더라. 아, 좋은 공연이었어.. 나는 여동생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런 거 보게 해줘서 고마워, 좋은 공연이었어, 좋은 공연이었다. 여동생은 같이 할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나는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여동생에게 보답으로 고디바 초콜렛을 사주었다. 엄지 손톱보다 약간 큰 게 개당 3,900원 씩이나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가 사주지 않으면 자기 돈 내고 잘 못사먹는 게 바로 고디바 초콜렛 아닌가. 그래서 골라봐라, 했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먹겠다며 세 개를 고르더라. 총 네 개를 사서 한 개는 내가 먹었고 세 개는 여동생이 먹었다. 


어제 업무차 전화하셨던 임원1이 '너 목소리 왜그러냐' 할 정도로 내가 지쳐있었는데, 좋은 공연을 보고 맛있는 초콜렛을 먹고나니 집에 돌아갈 때쯤에는 기분이 한결 나아져 있었다. 역시 사람에게는 예술이 필요한 것 같다. 



아, 사랑도 필요하고.


술도,


고기도 필요하고.






교향곡 9번 (베토벤)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교향곡 9번을 작곡할 무렵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잃고 있었다.

교향곡 9번 d 단조 Op. 125 ("합창"으로도 불린다)는 루트비히 반 베토벤 청력의 완전상실 상태 에서 작곡한 교향곡으로, 1824년에 완성되었다. 명성있는 작곡가의 교향곡으로는 처음으로 성악을 기악곡인 교향곡에 도입한 작품이다 (최초의 성악교향곡). “합창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바로 4악장에 나오는 합창(및 독창) 때문이며 그 가사는 프리드리히 실러 환희의 송가에서 따온 것이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작품들은 물론 서양음악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네 번째 악장에 나오는 음악은 유럽 연합의 공식 상징가로 사용되며(독일어 가사는 공식은 아님), 자필 원본악보는 2003년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 에서 미화 3백3십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댓글(16) 먼댓글(2)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크리스마스는 시와 함께?
    from 마지막 키스 2015-12-24 15:37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도 알라딘의 ㅇㅇㅂ 님 덕에 알게 됐는데, 영화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것도 오늘 추가로 알려주셨다. 오오, 그렇다면 번역본이 있는걸까? 하고 검색해보니 2011년에 이 책이 나와 있더라. 아... 설레인다, 궁금하다. 이번 달에는 다이어리 받느라 책을 엄청 사댔는데, 아아, 이 책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살까. 딱 한 권만 사면...괜찮지 않을까? 오늘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글에 이 시집에 대한 얘기가
  2. 오빠!
    from 마지막 키스 2016-05-04 11:12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여자는 잠시 여행차 들렀던 이탈리아에 집을 구입하게 되고 그곳으로 옮겨와 살게 된다. 다 망가진 오래된 집을 수리하고 고쳐 자기가 살만한 자기만의 집으로 만들면서, 그녀에게는 소망이 생긴다. 자신의 집에서 근사한 결혼식이 열리는 것, 새 생명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그녀는 남편과 이혼했고 또 친구들과도 떨어져 이곳으로 혼자 온 터라 그녀가 바라는 바가 당장은 현실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탈리아에서 잠깐 끌리는 남자를 만났지만
 
 
기억의집 2015-12-23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 나가산다고 하실 때 어머님 반응이 어떠셨어요? 그 이야기도 마저 해 주시지..저도 요즘은 외국 가서 살고 싶어요. 헬조선 떠나서.

지난 번 시간강사다 페이퍼 읽고 씁쓸해 오늘 다음 스토리펀딩에 그 분 후원했어요!

다락방 2015-12-24 11:02   좋아요 0 | URL
제가 얘기했던 당시에 그랬거든요. 나는 나중에 동생들은 다 결혼해서 가족이 있을것이고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나면 혼자일테니, 그때는 그냥 자유롭게 훌훌 떠날래. 외국가서 혼자 살아볼래, 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엄마가 `내가 빨리 죽어야 니가 빨리 나가겠네` 하셨어요. -_-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며 약간 투닥거렸어요. 하하. 울엄마 못됐어요 ㅠㅠ

기억의집님 댓글 읽고 다음 스토리펀딩 가봤더니 그 분 글을 연재하시네요! 저도 후원해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5-12-2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엄마랑 살고싶어요....

다락방 2015-12-24 11:02   좋아요 0 | URL
저는 엄마랑 일주일에 4-5일 떨어져 있는데, 어제는 무척 힘이 들어서인지 엄마가 너무 보고싶더라고요.

엄마 보고싶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엄마랑 나랑 오늘 만나는데도... ㅠㅠ

테레사 2015-12-2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베토벤 합창 싫어요. ..뭐 합창이라는 장르를 싫어하기도 하고...희망찬 포스가 전,,,싫더라고요.ㅋ

다락방 2015-12-24 11:03   좋아요 0 | URL
저는 희망찬 포스라기 보다는 웅장함을 느꼈거든요. 그 웅장함이 참 좋더라고요.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좋은 접근인 것 같아요.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하고 쓴 곡이라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야클 2015-12-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이현의 < 달콤한 나의 도시>에 이런 글이 있어요.

은수: ˝결혼 말이야. 결국 타이밍의 문제겠지?˝

유희: ˝그걸 이제 알았니?.... 인생의 결정적 타이밍을 절묘하게 비껴서 만나면, 딱 요모양 요꼴이 되는거야.˝

잃어버린 반쪽과 천신만고 끝에 조우했다 치자. 그런데 그때 나이가 열다섯이거나 마흔아홉살이면 어쩔 것인가. 여자에게는 의처증 남편이 있고 남자에게는 부양할 다섯 자식이 있다면? 신의 장난은 종종 짖궃고 잔인하다.

은수: ˝그럼 결혼을 위한 결정적인 타이밍은 언제일까?˝

유희: ˝여러가지 연때가 맞을 때겠지. 마침 결혼이 하고 싶어지는 순간에 결혼할 만한 조건의 남자가 나타난다든지. 딴 애들 결혼하는 거 보면, 꼭 가장 사랑했던 남자랑 결혼하는 건 아니더라. 연때가 맞는 남자랑 하지.˝


사랑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일이 타이밍이죠. ㅎㅎ 연말 잘 보내시길. ^^


다락방 2015-12-24 11:04   좋아요 0 | URL
이런 부분이 있었군요. 저는 기억나지 않네요.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래서 타이밍인거죠, 타이밍. 연애도 결혼도 타이밍. 말씀하신 것처럼,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타이밍이죠!

야클님, 메리 크리스마스!!

Mephistopheles 2015-12-23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십대 초반 사무실 여직원이 간만에 연예라는 걸 시작했는데............

피부에서 광이 나더군요...따로 관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이..난다고요 다락방님..광이요...광...아주 반짝반짝 이쁘게...

다락방 2015-12-24 11:04   좋아요 0 | URL
음...그렇다면.....제 얼굴에서도 광이 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5-12-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서울시향.. 내 사랑 정명훈.... 다락방님, 완전 부러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다락방 2015-12-24 11:05   좋아요 0 | URL
뽈따구님, 심지어 제 여동생은 내년 연말에 정명훈 공연도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입니다!! ㅎㅎㅎㅎㅎ 저랑 함께 가겠대요. 꺅 >.<

에이바 2015-12-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셨군요! 투스카니의 태양이 원래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데 작가 홈피 가서 사진도 구경하고 레시피도 보고 그랬어요. http://www.francesmayesbooks.com/ 여기가 작가 홈피고요.. 궁금해서 작가네 집도 찾아보고 그랬다는... 스토커 돋나요?ㅋㅋㅋㅋㅋㅋ 사랑이란 타이밍이 맞는 것 같아요. 인연이란 참 모를...!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다락방님 ㅎㅎ

다락방 2015-12-24 15:05   좋아요 0 | URL
오오, 에이바님 덕에 이런 영화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래서 영화를 보게 됐는데, 이게 자전적 소설이라고요?? 놀랍습니다! 해서, 지금 검색해봤더니 번역본으로도 나와있네요. 우어엇 설레여라. 저 그래서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이번 달에는 다이어리 받느라 너무 많이 질러서 책 안살라고 했는데, 맙소사, 이 책은 꼭 사고 싶네요!! >.<

살리미 2015-12-2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요!! 역시 사랑이란 타이밍이라면 우리는 운명이라는 우주의 대 기운 속에서 살아가는 거 맞죠??
저도 혼자 외국 나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은데... 가끔 이런 저런 인연들이 다 짐스럽고 복잡하게 느껴질때요 ㅠㅠ .... 그런데 도무지 다른 언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럼 아직 덜 짐스러운거다 여기며... 엉덩이 붙이고 살게 되네요 ㅎㅎ 다락방님 글 읽으며 피식 웃음이 나는 부분이었어요^^

다락방 2015-12-24 16:46   좋아요 0 | URL
아우 오로라님, 저는 진짜 공부하는 거 너무 싫어해서요. ㅎㅎ 이탈리아어를 비롯한 다른 외국어 할 생각을 하면 그냥 한국에 있고 싶어지는거죠. 그나마 길이라도 물어보고 밥이라도 사 먹을 수 있는 영어권 나라가 낫겠다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퇴근후에 외국어 공부하는 취미 같은 게 있다면 좋겠는데 퇴근 후의 저는 술만 마시네요.
맨날 술이야~

힛.
올 한해 오로라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많이 써주셔야해요!
오로라님, 메리 크리스마스!
 
기회가 된다면 내가 술 한 잔 사고 싶다.

나이들면서 입맛이 바뀌는 것처럼 생각하는 바도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은 '절대' 라는 말을 써서는 안되는 것 같다. 이십대 무렵,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누군가를 욕하던 행위 그 자체를 나 스스로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아, 이런 사람 나는 욕했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네... 하고.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이 한 행동에 대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사람은 그럴 만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닐까? 하고.



12월은 내게 너무나 혹독한 달이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할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게 된다. 꽤 진지하게 북까페 하는 것을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지난주에는 회사에서 문서파쇄를 하느라 서고에서 서류들을 온통 들어내는 육체노동을 했는데, 너무 신이 났다. 같이 일하던 동료 e 가 '차장님 얼굴 표정이 진짜 밝아요, 되게 신나하는 것 같아요' 라고 하더라. 정말 신났다. 그 감정이 그대로 표정에 실렸는가 보다. 나는 정말 신이났고, 아, 이렇게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한다면, 그러면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철없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해야하나..하고 또 생각하게 됐다. 제일 먼저 생각난 건 편의점이었다. 나는 대학 시절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으니 아무래도 적응이 쉽지 않을까, 하다가, 그렇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고 나를 안써주겠지..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잘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패밀리 레스토랑의 매니저는 어떨까? 하게 되더라. 이건 서비스업이니 육체노동이라기 보다는 감정노동이겠지만, 늘 새로운 사람을 잘 대하는 것은 내가 잘 할 수 있는게 아닐까? 하다가 또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남들 퇴근후의 시간에 일해야 해... 그리고 생각난 게 알라딘 중고샵이었다. 알라딘 중고샵에서 직원으로 일한다면 육체노동의 최고봉을 달리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알라딘 중고샵을 갔을 때 직원들은 모두 한 손 가득 책을 들고 움직이면서 이 책장에서 저 책장으로 꽂고는 했으니까. 그걸 하면 어떨까? 그러나 내가 그런 쪽에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아마 월급이 확 줄어든채로 시작하게 되겠지? 그렇지만 소비를 줄인다면 괜찮지 않을까? 뭘 해도 지금 이 일보다는 나을 것 같다, 가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남동생은 남동생의 직장생활대로, 여동생은 또 여동생의 생활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상황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 다 각자의 영역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게다가 주말에 읽었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는 어떤가. 교수란 타이틀을 달아도 스트레스와 압박감, 그리고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지 않나.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해야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로부터도 벗어나고 여유롭고 평안하게 살 수 있을까?



토요일 밤, 남동생과 술을 마셨다. 엄마랑 셋이 둘러 앉아 맛있는 고기를 잔뜩 먹고 또 맛있는 치즈를 먹으면서 시청한 방송은, 남동생의 패이버릿, [나는 자연인이다] 였다. 버스기사였던 주인공은 오십대인 현재, 물가 근처에 집을 짓고 혼자 살고 있었다. 아내와 자식들과 떨어져서 가끔 찾아오는 아내를 맞으며, 그는 그곳에서 혼자 가끔 생선을 잡아 먹으면서, 산을 돌아다니면서, 비가 오면 물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지내고 있었다. 자신이 먹어야 할 것들을 부지런히 준비하면서 사는 그가 그 순간 한없이 부러웠다. 이 방송을 처음 보는 게 아닌데, 엊그제만큼은 참 부럽더라. 게다가 물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주인공은 물끄러미 그 광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지만, 아, 저럴 때 책을 읽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나는 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그저 내가 내 입 하나 신경쓰면서, 사방에 책을 쌓아두고 책이나 읽으면서 살면 정말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나 혼자 사는 곳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사람이 왜 저기로 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가고 싶었다.



아...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나는 늘 도시,도시 외쳤는데... 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금요일에는 포르투갈 같이 다녀온 친구 1,2 를 만났다. 마침 크리스마스를 한 주 앞두고 있으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갈까, 싶어서 책을 한 권씩 준비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기도 하고, 또 여행을 함께 잘 다녀오기도 해서 꼭 선물을 하고 싶었다. 작게나마 성의를 표시하고 싶어 책을 한 권씩 주문했는데, 주문하고나서는 '아차' 하는 심정이 되었다. 음, 내가 혼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내밀면 혹여 부담스럽진 않을까? 그래서 약간 갸웃갸웃 하다가, 그렇지만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음을, 부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꼭 밝혀야지, 생각하고 만남에 나갔다. 그렇게 고기랑 와인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다가 나는 준비해온 선물을 내밀었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였다. 항상 시골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친구1에게는 [할머니 탐구생활]을, 사회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자 하는 친구2에게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선물했다. 선물한 내 마음이 흡족했는데, 이에 질세라 친구1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무려 커다란 초콜렛을 카드와 함께 준비했더라. 으악, 나 초콜렛 너무 좋아!! 신나서 받았는데, 아니나다를까 친구2도 자신이 직접 만든거라며 사과청을 한 병씩 주었다. 아... 이 사람들 뭐지... 훈훈하다.... 우리중 누구도 선물을 챙기자고 말한 게 아닌데, 스스로 알아서들 이렇게 각자 선물을 준비해오다니... 이 사람들은... 뭐지...


우리가 갔던 패밀리레스토랑은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그래서 시끄러웠는데, 이 사람들과 함께 따뜻했다. 




그나저나, 내가 자연인이 된다면...이런.....모습.............이겠지? (읭?)




 (사진출처: 캔디스 스와네포엘 인스타그램)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뽈따구 2015-12-2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누군가를 험담하는것 자체가 쉽지 않더라구요.
˝나는 뭐가 그리 잘나서, 나는 뭐가 그리 옳아서˝ 라는 생각때문에. ㅋㅋㅋㅋㅋ
(물론, 정말 스트레스 빡쳐서 대 놓고 욕 한 사람이 인생에 딱 두번 있습니다만. ㅋㅋㅋㅋ)

요즘 힘드시간봐요. 힘내세요. 홧팅!!!!!

다락방 2015-12-23 10:13   좋아요 0 | URL
네, 뽈따구님.
요즘 정말 지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매일매일 다른 것들로 인해서 회복하고 그래요. 뭐 삶이란 게 사실 이런 식으로 구성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누군가를 미워해서 힘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미워하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인데, 도무지 이뻐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 하아-

힘내야지요. 벌써 수요일이에요. 우리 잘 보내봅시다, 뽈따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