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가서 체리따기로 여행경비를 버는 부분이 제일 부러웠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해서 힘이 든다고 하지만, 아 뭔가 대단히 낭만적으로 여겨져서 꼭 체리를 따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체리 따기 하기에 나는 너무 나이가 많은가.. (응?)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지치겠지만, 그런 지친 노동으로 과일을 한바구니 따낸다면 그건 그것대로 너무 좋을 것 같다. 캐나다는 나의 관심이 닿지 않는 나라였는데, 체리 따러 언젠가 가보고 싶어졌다. 체리.. 좋잖아?


멕시코시티의 서점도 궁금했다.



평소 너무나 흠모하며 '평생 저 곳에 한 번이라도 갈 수 있을까?' 꿈만 꾸던 멕시코시티의 서점 엘 뻰둘로에 가게 되었다. 비현실적으로 파란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 길을 지나 엘 뻰둘로 서점에 다다랐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의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웠다. 세상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웠다. 조명이 아닌 자연채광이 서점 모든 곳에 그득했다. 빛을 품은 책들은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마치 천국으로 가는 입구처럼 보였다. 오렌지나무가 서점에 활력을 더했다. (p.148)


...뭐지? 엘 뻰둘로 서점이라고? 자연채광? 멕시코도 내가 관심두지 않은 나라였는데.. 엘 뻰둘로?? 

궁금해져서 검색해봤다.

사진 여러장이 나왔는데, 캡쳐하는 것보다는 블로그를 링크하겠다.


엘 뻰둘로 서점 방문 후기 (퍼옴)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 여행기가 내게 맞는 여행기, 내가 재미있어 하는 여행기는 아니었다. 이 부부의 삶의 방식이라던가 추구하는 바, 나아가는 방향이 일치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여행을 가고 삶에 대해 성찰하는 바는 잘 알겠는데,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에 약간 거부감이 든다. 그러니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작은 마을에 가서 느림을 동경하며 그들의 삶을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는 것? 그건 이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각하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당연하지만), 나는 이런 식의 느림 동경에 대해 딱히 재미도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 이런 글을 읽으면 여행이란 것이 역시 저마다의 것,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 자체보다 사실 이 부부의 만남과 사랑에 대한 얘기가 더 신기했는데, 그건 그들이 하는 사랑과 내가 하는 사랑이 완전히 반대지점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둘은 서로 굉장히 닮은 게 많아서 서로를 사랑했는데, 내 경우엔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안좋아했고, 그는 자꾸 몸매 관리 할라 그러고, 걷기도 싫어하고........뭐 그렇다는 거다. 



바로 다음 날, 우리는 책을 주고받을 겸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뿔싸, 이 사람 나와 너무나 닮았다. 세상을 보는 시선과 꿈꾸는 미래,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절망까지도. 심지어 좋아하는 책과 음악, 여행지, 그 외에 사사로운 취미까지도 비슷했다. 자라온 환경은 전혀 달랐지만 우린 놀랍게 닮은 구석이 많았다. 조금씩 서로의 이야기에 취해갔다. 앉은 자리 앞 수족관에 그 어느 때보다 행복에 겨운 내 얼굴이 비친다. 그 순간 알아버렸다. 내가 평생 기다리던 사람이 이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주저 없이 그녀를 안아버렸다. (p.15)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부분 읽다가 정말 신났는데, 나도 내가 살면서 제일 좋아했던 남자를 책 주면서 만났기 때문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나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남자을 무려 알라딘에서 만났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그 남자는 나랑 완전 너무 달라서 한 해동안 읽은 책이 새벽 세시 한 권 뿐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내가 사줘서 읽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몇 권 더 사줬는데 그거 한 권 읽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레드 와인 좋아하는데 그는 화이트 와인 좋아하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라면 안좋아하는데 그는 라면 좋아하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이 더운 날씨에 개구리가 바깥에 있을 수 없다' 라고 말하는데 나는 '당신이 개구리가 되어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개구리의 마음을 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놀랍게도 닮은 구석이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걸까? 아니면 자신과 너무도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걸까? 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다가, 저들은 닮은 사람이라 사랑했고 나는 다른 사람이라 매력을 느꼈다면, 어쩌면 우리가 좋아할 상대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딱 정해져 있는데, 그 사람을 알아보고 사랑하면서, 거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사랑이 먼저 시작됐고, 그 후에 '우린 이렇게나 닮았어' 라든가 '놀랍게도 닮은 점이 없군!' 하면서.. 어쨌든 사랑은 각자의 몫이며, 거기에 대한 의미 부여도 각자의 몫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할 수도 있고,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던 거야, 할 수도 있을테니. 




토요일엔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하객으로 참석한 A 와 나는 마주보며 앉았는데 내 옆으로는 좌르륵, 다른 친구 I 와 한 번 보았던 다른 사람과, 결혼한 친구의 직장 동료와 어쨌든 다른 여러명이 앉아있었다. 식사는 뷔페였고, 다같이 테이블에 앉아 어색한 인사를 하기도 하다가 각자 음식을 담으러 다녀왔다. 한 접시씩 먹고 비슷한 타이밍에 그 한 접시에 대한 식사가 끝났고, 그래서 다같이 우르르 일어나 두 번째 접시를 담아왔는데, 아하하하하, 나와 A를 제외하고는 다 디저트를 담아 온거다. A 가 이에 그중 한 명에게 '벌써 디저트를 담아왔냐'고 물으니, '나이가 드니 식사량이 적어진다'고 얘길 하더라. 아....


난...

난........


나이를 먹는데 왜 식사량이 줄질 않지?

내가 두번째 담아온 접시에는 고기가 가득했다. 첫번째 접시보다 더 많은 고기들이... ㅠㅠ

내 친구중에 한 명도 나이드니 소화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나는 왜 소화 능력 안떨어지지 ㅠㅠ 소화 능력이 떨어져야 먹는 양이 적어질텐데..아니다, 이게 낫다. 소화 능력 떨어졌는데도 음식양은 줄지 않는 것보다 이게 천 배 낫지 ㅠㅠ 식탐 ㅠㅠ 그것은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잖아.




주말 동안 동생부부는 1박2일로 외출을 했고, 덕분에 나는 내내 조카들을 보았다. 읽던 책을 금요일에 다 읽었으니 새로운 책을 골라야 하는데, 당연히 그 일은 조카들이 돌아가고난 어젯밤으로 미뤄졌다. 조카들은 돌아가고 집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책장 앞에 서서 어떤 책을 읽을까, 고르는데 이 시간이 무척 좋았다. 그러니까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그 다음 읽을 책을 결정하는 일. 그래서 한 권 골라잡았고, 어제는 꾸벅꾸벅 졸다가 자지도 못하다가 치킨에 와인 마시다가..책을 못읽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음.... 처음 두 장 정도가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살짝 '그냥 팔아버릴까' 생각했다. 이 책은 지난번에도 이렇게 초반에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엔 조금 더 읽어보자 싶다. 상찬이 가득한 책이니 무언가 그 안에 있을 거야. 그렇겠지..




당분간 술을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2-3주간 미친듯이 술을 마신 것 같다.

술을 줄이면 다이어트도 좀 더 잘할 수 있고 돈도 절약되는데, 대체 왜 그걸 못줄이는건지 원..

그렇지만..

술을 줄인다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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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2-2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뜻대로 되는 것도 없는데 우리 먹는 것쯤은 맘대로 합시다 ㅎㅎㅎㅎ

다락방 2016-02-22 11:03   좋아요 0 | URL
전 술이 너무 좋아요, 모리님. -0-
그냥 이대로 살고싶어요... 그래도 되는거겠죠? ㅜㅜ

건조기후 2016-02-2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만난 분이 책을 안 읽는다는 사실이 제일 놀라운데요 ㅎㅎ

다락방 2016-02-22 11:04   좋아요 0 | URL
ㅎㅎ 네, 그렇지요? ㅋㅋ
세상엔 놀라운 일이 너무나 많아요!

clavis 2016-02-22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하는걸로요!!

다락방 2016-02-22 11:04   좋아요 1 | URL
ㅎㅎ 이건 무슨 뜻일까요? 그러니까 음.. 술을 줄여보라는 뜻인가요? ㅋㅋㅋㅋㅋ 배고파요 ㅠㅠ

책읽는나무 2016-02-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만난 분에게 책을 서로 권하고,권하는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권하는 책을 일 년에 한 권 읽는 착한 사람!!!(절대 한 눈 팔지 않는 사람이겠어요^^)
조금 아이러니한데도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어 정감 갑니다ㅋㅋ
그리고 나이 들어도 소화력이 뛰어난 사람들 엄청 부럽던데 락방님이 또 부러운 항목을 추가하시는군요^^

다락방 2016-02-22 11:05   좋아요 1 | URL
그나마도 제가 좋다고 하도 노래를 불러서 읽었지 안그랬으면 안읽었을 거에요. 게다가 읽고나서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하하하하하. 저는 예전부터 새벽 세시를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세상일은 그렇게 함부로 단정 지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아하핫.

책나무님, 저 너무 배고파요. 점심시간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서 간식을 뭘 먹어야 하나 고민중이에요. 케익도 있고 쿠키도 있고 바나나도 있어요. 으하하핫

책벌레 2016-02-2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쪽을 만나셨다니 부럽네요!!
이토록 본인과 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니 축복받은 삶이예요~^^
특히나 부부여행이 꿈이라 무척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멋져요 멋지다는 말밖엔 ㅎㅎㅎㅎㅎ 부러우면 지는거다 ㅠㅜ

다락방 2016-02-22 11:22   좋아요 0 | URL
네, 이들처럼 닮아있다면 게다가 삶의 방향까지 같다면 그다지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한편, 나한테도 이렇게 닮은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딱히 만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날 닮은 사람이 있는지는 궁금해지기도 해요. 음... 제가 절 닮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낄지는 잘 모르겠어요. 닮았든 아니든 `그사람` 이 먼저일 것 같긴 해요. 좋아하는 감정이 먼저일 것 같아요. 써놓고나니 페이퍼의 반복이네요. 하핫.

네꼬 2016-02-2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디저트를 생략. (그 공간에는 술과 고기를..)

닮은 점이 있나 없나 찾아가는 것이 재미라는 게 저의 의견입니다만.

다락방 2016-02-22 13: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네꼬님. 다른 게 매력이었고 끌렸지만 그렇게 다른 중에도 어쩌다 닮은 점이 나오면 그게 그렇게나 반갑고 좋더라고요. 으흐흣

단발머리 2016-02-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우리가 좋아할 상대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딱 정해져 있는데, 그 사람을 알아보고 사랑하면서, 거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사랑이 먼저 시작됐고, 그 후에 `우린 이렇게나 닮았어` 라든가 `놀랍게도 닮은 점이 없군!` 하면서...

이 문장이 참 좋았어요. 이런 생각도 참 좋구요.
저도 좋아할 상대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보자마자 좋아하느냐, 아니면 점점 좋아하게 되느냐의 차이일 뿐.

어떻게, 점심은 맛난걸로 드셨어요? ㅎㅎ

다락방 2016-02-22 13:43   좋아요 0 | URL
설렁탕 특 사이즈를 무려 1만원이나 주고 먹었어요. 커다란 고기가 듬뿍 들어있었어요. 물에 빠진 고기를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그러나 아주 맛있고 풍족한 식사였어요. 국물 한방울도 남기지않고 다 먹었어요. 뭔가 갸르릉 거리고 싶어지는 기분이 됐달까요. ㅎㅎ

이제 잠만 자면 딱인데...

저는 단발머리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아할 줄 알았어요.
신효범의 그 노래 아세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라는 노래요. 히힛

단발머리 2016-02-22 13:56   좋아요 0 | URL
ㅎㅎㅎ 잘 하셨어요.

저는 다락방님을 만나기 전부터...
다락방님과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내가 다락방님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걸요.

신효범의 노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검색하러 가요.
배부르고 등따신 오후 되세요~~~

다락방 2016-02-26 08:08   좋아요 0 | URL
아침엔 사발면에 밥 말아먹고 나왔더니 지금 나른하고 졸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야되는데 회사 출근하는 이 커다란 슬픔, 빅슬픔...

단발머리님, 아침 점심 저녁 다 맛있게 많이 많이 드세요! >.<

비로그인 2016-02-22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담배와 커피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담배는 건강을 위해 끊어야 할 것 같고 커피는 줄여야 할 것 같네요. 술도 요즘은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도수별로 나오더라구요. 술을 즐기신다면 도수를 낮은 것으로 취향을 바꾸는 것도 건강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인 듯 하네요. 아뭏든 즐겁게 사시고 건강하게 사세요. *^

다락방 2016-02-26 08:06   좋아요 0 | URL
저는 술을 너무 좋아하고 술마시면서 너무나 즐거워하기 때문에 아마도 건강하게 살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걸 하는 거니깐요. 제 생각엔 제가 그걸 참는 게 제 건강에 더 안좋을 것 같아요. ㅎㅎ

moonnight 2016-02-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은 맥주보다는 와인이 더 좋은데, 친구가 와인은 몸에 좋잖아. 그러더군요. 해서 제가 한 잔이면 좋겠지만 매일 한 병 마시면 안 좋겠지 그랬어요. ㅠ_ㅠ;;;; 많이 마실수록 몸에도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숨. (왠지 뻔뻔하군요. ㅠ_ㅠ;;;) 저도 술을 줄여야지 하는데 도저히 안 된다는. ㅠ_ㅠ;;;
나이 들수록 먹는 양이 줄긴 하는데 몸무게는 자꾸 늘어나는 미스테리 (자포자기-_-;;;;;)
멕시코 서점 너무너무 예뻐요. ㅠ_ㅠ;;; 저 서점이 내 서재였으면 좋겠다는 미친 꿈을 꿉니다만.... ㅠ_ㅠ;;;;;;;;;;;;;;;;;

다락방 2016-02-26 08:07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은 맥주를 거의 안마셔요. 와인이 훨씬 훠어어얼씬 좋아요. 마트가서 2만원에 세 병 하는 거 사거나 아니면 하나에 9,900원짜리 사서 즐겨 마셔요. 그리고 한 잔 가득 따라 마시는데, 그러면 벌써 반 병이 없어지고, 그래서 두 잔 마시면 한 병이 없어지는....ㅠㅠ 저는 심지어 와인 마시는 양이 늘었어요. 혼자 마실 땐 반 병 밖에 못마셨었는데 이젠 한 병 마시더라고요. 아.. 인생...

멕시코 서점은 너무 예뻐서 저 서점 때문에 멕시코를 가보고 싶어져요. 엉엉 ㅠㅠ
 
[전자책] 퍼스트 벨기에 처음 떠나는 해외여행 12
정기범.김숙현 지음 / 시공사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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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초적 정보들이 있어서 벨기에에 간다면 한 번 훑어보고 가는 게 좋겠지만 전자책임에도 분량이 적고 (총 108쪽)스케쥴 짜보라며 심지어 몇 개 안되는 정보를 한 번씩 다시 보여준다. 당황스러움.. 인터넷으로 여행 블로그 훑어보는 게 귀찮다면 이걸 보는 게 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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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클라라 2016-02-2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얇은 책이 다시 보여주는 정보라니.. 이런.. 싶으네요~

다락방 2016-02-22 11:06   좋아요 0 | URL
저 너무 당황했어요, 해피클라라님. 어처구니가 없었죠. 레스토랑이나 관광지 정보를 알려준 다음에 스케쥴 짜기라며 하루는 여기 레스토랑 가고 둘째날엔 여기 관광지 가고... 이게 뭡니까 ㅠㅠ

moonnight 2016-02-2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_-;;;;
그나저나 저는 아주아주 옛날에 배낭여행 갔을 때 벨기에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브리헤. 여기서 살고 싶다 그랬었는데 언제 다시 갈 일이 있을지 (˝ )( ˝);;;;;;;

다락방 2016-02-26 08:09   좋아요 0 | URL
크- 그러셨군요. 브리헤. 기억해둬야겠어요. 지난번에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고 벨기에를 어찌나 가보고 싶던지요. 너무나 예쁘고 먹을 것도 많아 보이고.. 아하하하하하하하. 저도 그래서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결심하고 있습니다. 불끈!
 
여자는 육덕진 맛을 아는 몸이 되어있었다.

안그래도 팔아놓고서 왜 팔았을까 다시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책 중에 한 권인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를 이번호 시사인에서 만났다. 게다가 알라딘 굿즈 얘기까지 같이 나온다. 돈 없다고 책을 읽는 족족 팔아버리고 있는데, 책을 팔아치우는 게 능사는 아니구나 싶다. 















어쨌든, 이렇게 시사인에서 만난 벨 훅스가 반가운데, 게다가 장일호 기자가 써놓은 글을 보노라니, 오오, 나도 이 책 읽으며 이런 생각 했던 것 같은데, 하게 되더라. 그래서 내가 써놓은 글을 찾아봤다. 아니나다를까, 이런 인용문이 있었다.



자녀는 단순히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 배우지 않는다. 자녀는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딸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나 다른 여성이 지닌 가치를 폄하한다면 건강한 자기애의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건강이라고 말하면서 딸들이 날씬해지기를 바라며 집착하는 아빠, 심지어 다른 여자와 비교하며 아내에게도 살을 빼라고 종용하는 아빠는 실질적으로 여성이 스스로를 싫어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체중이 자신의 가치를 매길 것이며, 결정적으로 사랑받을지의 여부를 결정지을 거라는 메세지를 받는다. 

『식욕』이라는 흥미로운 회고록에서 지닌 로스는 이렇게 고백한다. "날씬해진다는 것은 살로 상징화된 내면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해줄 마법으로 여겨졌다. 비만에서 벗어나면 상처의 핵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스는 사랑을 향한 여성의 탐구와 날씬해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집착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 평생 쥘 수 없었던 사랑과 존중, 인정을 얻게 되리라는 환상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어릴 적 소망의 성인 버전이다. 언젠가는 사랑을 얻게 되리라 믿었던 어린 시절, 우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환상을 꾸며내며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모습을 바꿔 다른 사람이 되기만 하면, 저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그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는 그 모퉁이를 돌겠다고 평생 동안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여성의 자기애는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p.144-145)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체중은 가치 혹은 사랑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는 것을 안다. 한 남자사람은 일전에 '남자들끼리는 여자들 뚱뚱한 거에 대해서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흉을 봐' 라고 얘기한 적이 있고, 한 여자사람은 또한 '남자들은 뚱뚱한 여자 싫어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게 그 둘의 문제이거나 한 게 아니라, 전반적이고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일 테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나깨나 다이어트 다이어트, 하는거지.


지난 주말에 친구들 여럿이서 함께 맛있는 안주와 술을 마시면서 다이어트에 대해 얘기했다. '사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다이어트를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내가 날씬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라고 내가 말하자 저 쪽에 있던 다른 친구 한 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다른 친구는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얼마나 성취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터라 그래 그렇지, 하고 수긍했지만, 나의 가장 강한 축을 이루는 부분은 '성취감'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위의 시사인 기자가 말한 것처럼, 어떤 상태이든 내 몸을 긍정하는 것, 을 나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랄까.

주말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 가기 위해 다이어트 해서 예쁜 옷 사입으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많이 먹고 있어. 하아- 어제 저녁에 고추장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까지 마시고, 오늘 아침, 아아, 어떡하지, 오늘 저녁을 굶을까, 생각했지만, 목요일도 금요일도 중요한 술약속이 있다. 하나도 취소할 수가 없어. 나에겐 모든 술약속이 중요해. 어쩌지.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다이어트는 못하고.....

고민하다가,

출근길,

양재역에서 사무실까지 뛰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양재역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17-20분정도 걸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생각하므로 최근 몇 개월간 버스를 타고 간 거다. 버스를 타고 가면 시간이 훅- 줄어드니까. 그러다보니 하루에 걷는 걸음수가 현저히 줄어든거다. 아무래도 20분간 걷는 게 줄어드니까... 아아, 이건 다이어트에도 나빠, 이 걷는 걸 확보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 고민을 했다. 걷고 싶다, 그런데 버스가 빠르다, 걷고 싶다, 그런데 버스가 빠르다..그렇다면...나는 '걷기'도 '시간단축'도 모두 원하니까...



뛰자!

뛰는 거야!

뛰는 게 답이야!!!


이 생각을 하고서 또 스스로 너무 똑똑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진짜 뛰어난 것 같다. 그래서 양재역 계단을 올라오고 나서는 계속 뛰었다. 모닝 조깅! 한참을 뛰다가 헉헉대며 조금 걷고, 핸드백을 다른 손으로 옮긴 뒤에, 다시 또 뛰었다!!!


그렇게 사무실에 도착하고나니 훅끈, 온 몸이 달아올랐다.

내일아침도, 모레아침도 뛰어서 출근하면, 주말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 조금 날씬해져서 갈 수 있을까?



너무 병신같은 소리를 하고있나...




문득 결심하게 된다. 나중에, 내가 이국의 작고 아름다운, 술집과 까페가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에 가서 한국책방을 열고자 할 때는, 팔고나서 후회하는 책을 다시 사가지고 가자고. 그것들의 리스트에 [사랑은 사치일까]를 넣어야겠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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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2-1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님의 첫번째 문장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머그 3종도 다 이뻐서 있는 책도 다 못 읽고 있다며 자제하느라 힘들었죠ㅠ
저 역시 나를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사랑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뉴스 기사를 보니, 다이어트에는 뛰는 것보다 걷는 것이 효과적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일찍 일어나서 걷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다락방 2016-02-18 09:36   좋아요 0 | URL
굿걸 배드걸 머그는 품절이네요. 저 오늘 그거 하나 선물용으로 받으려고 했는데.. 진작에 받았어야 했나봐요. 그 머그 품절이라니 의욕이 안생겨요 ㅠㅠ 저는 그 컵이 제일 욕심났거든요. ㅠㅠ

오늘은 걸었습니다. 효과적인걸 생각해서 걸었다기 보다는, 가방에 맥북이 들어있었는데 이게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뛸 수가 없었어요. 날 따뜻해지면 걷는 시간을 좀 더 늘려야겠어요.

꿈꾸는섬 2016-02-1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힐 신고 뛰는건 아니죠? 꼭 운동화 신으셔요.^^

다락방 2016-02-18 09:36   좋아요 0 | URL
네네, 운동화 신고 뛰었어요. 힐 신고 그렇게 먼 거리를 뛸 순 없을 것 같아요. ㅎㅎ 고맙습니다, 꿈섬님!

transient-guest 2016-02-18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뜀박질은 꼭 근육운동과 병행해주심이...무리하지 마시길...우리 나이는 관절이 하나씩 둘씩 고장나기 시작한다능...-_-

다락방 2016-02-18 09: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슬프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나이 ㅋㅋㅋㅋㅋㅋㅋ관절이 하나씩 둘씩 고장나기 시작하는 나이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제가 짐작하기에 게스트님과 제가 동갑일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몬스터 2016-02-18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사치일까 읽어보고 싶어서 다운 받을려 했더니 없네요. 같은 작가가 쓴 올 어바웃 러브를 대신 내려 받아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다락방 2016-02-18 09:40   좋아요 0 | URL
오, 더 좋아요, 몬스터님. 저는 [사랑은 사치일까?] 보다 [올 어바웃 러브]가 더 좋았어요. 그거 읽고 쓴 리뷰도 있을텐데.. 제가 찾아보고 올게요, 잠시만요..

여깄어요!
http://blog.aladin.co.kr/fallen77/7241192

비로그인 2016-02-18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체적 건강미는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건강한 몸매를 위해 운동을 하고 식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은 자연이 주는 충동이지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 하네요. *^

다락방 2016-02-18 09:41   좋아요 0 | URL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을 하고 식욕을 통제하는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긍정적일 수 있지만,
저는 제가 어떤 몸을 가지고있든 사랑할 수 있는 게 더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

붉은돼지 2016-02-1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땡!! 이에요.... 오답입니다.....저 역시 뛰는 것 보다는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
저는 뛰어본 지 한 오백년은 된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뛰는 방법을 잊어먹은 것도 같아요 ㅜㅜ

다락방 2016-02-18 15:33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저도 뛸 일은 별로 없네요,
라고 쓰고 싶었는데 사실 뛸 일이 많네요. 이를테면 버스가 저보다 조금 더 먼저 도착해있다던가, 지하철역에 도착했는데 지하철이 막 도착하고 있다던가 하는 경우에 말이지요. 그러면 다다다닥 뛰어가서 타야 합니다. 아하하하.
오늘은 걸어왔어요.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뛸 수가 없었거든요. 휴...

네꼬 2016-02-1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요일 때문에 며칠만이라도 술을 먹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이틀만에 보기 좋게 실패하고 어제 또... 먹는 건 애진작에 포기. 자 우리 솔직하게 만납시다! 몸도 마음도 솔직하게!

다락방 2016-02-18 15:34   좋아요 0 | URL
네네, 우리 몸도 마음도 솔직하게. 그리고 솔직한 내 자신을 인정하면서!!(응?) ㅋㅋㅋㅋㅋ
토요일날 만나요! :)

moonnight 2016-02-1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그만 제 몸을 긍정해야겠어요.ㅎㅎ;;;

다락방 2016-02-19 09:23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우리 각자의 몸을 긍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합시다! 히히

개인주의 2016-02-2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뛰면 관절 나가요오...
ㅎㅎㅎ
먹는건 좋은 겁니다.
식욕이 사라진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슬픕니까.

다락방 2016-02-22 11:07   좋아요 0 | URL
스누피님, 정말 그래요!
저도 식욕이 사라진다면 너무나너무나 슬플 것 같아요. 슬프고 불행할 것 같아요.
다이어트 약으로 식욕억제제를 많은 사람들이 먹던데, 저는 그걸 상상할 수가 없어요. 너무 큰 불행을 스스로에게 가할 수가 없어요. 제 안에 욕망이-그것이 식욕이든 성욕이든- 약으로 다스려져야 하는 거라면, 어휴, 너무나 슬프잖아요. 저는 제 욕망과 제 몸을 긍정하며 살겠습니다. 아하핫

기억의집 2016-02-20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작가가 올어바웃 러브 작가인가요? 전 그 영화 너무 좋았어요. 로맨틱 영화 안 좋아함에도 보고 나서 싱글벙글 했던 영화에요!

다이어트는 평생 짊어지고 가는 문제네요. 근데 저는 어느 순간 먹게 됐어요. 그래서 많이 쪘는데 그거같고 울 남편 막 뭐라하는데,,,, 신경 안 쓰고 살려고요!!!

다락방 2016-02-22 11:09   좋아요 0 | URL
아, 기억의집님. 제가 이 댓글 읽고 검색해봤는데 [올 어바웃 러브]라는 `클레어 데인즈` 주연의 영화가 있네요? 이 영화는 제가 위에 포스팅한 책과 전혀 다른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벨 훅스`는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쓰거든요. 제가 위에 포스팅한 책도 에세이 혹은 인문서적으로 봐야할 것 같아요. 생각하신 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보다 먹는 걸 좀 줄이긴 했는데(응?), 그래도 택도 없어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저는 그냥 뭐랄까,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날씬한 사람으로 살 순 없겠다고 생각해요. 그냥 백키로만 찍지 말자..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핫

2016-02-20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1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2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결혼해도 괜찮을까?
게일 브랜다이스 외 지음, 정미현 옮김 / 문학테라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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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읽지 않았을 때는 유머도 없는 이 책이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딱히 재미있는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에 더 집중하게 됐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아니 이렇게 다를 수도 있나, 하고 들여다보는 일에 내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거기에 있다. 결혼이 좋다 혹은 나쁘다, 라고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 이 책에 글을 쓴 이들은 각자의 결혼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 글은 행복과 안정감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불화하고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결혼을 한 번 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심지어 다섯번 이혼한 남자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다섯 번 이혼한 남자와 교제중인 여자는 다섯 번 결혼한 아버지의 딸이기도 하다. 또한 여성과 여성이 결혼해서 사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든든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굳이 책을 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역시 근사한 동반자를 얻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난 뒤, 함께 살아가는 시간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말해준다. 누군가는 자신이 바람을 피웠다고 얘기하고 그때는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얘기한다. 다른 누군가는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얘기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경우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알게됐는데, 그건 인간이 저마다 얼마나 다른 인간인지를 증명하는 바와 다름없다. 누군가에게는 아기가 절실해서 섹스가 단지 수단이 될 수있고, 누군가는 더 큰 쾌락을 위해서 성을 사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간 둘이 만나 커플이 되었을 때 당연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마찰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느냐를 결정하는 것일 테다. 우리는 모두 기쁨이 다르고 괴로움이 다르고 고민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스무살에 결혼한 사람이 있고 쉰이 넘어서 양욱을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의 내 나이는 '앞으로 이걸 할 것이다' 라는 걸 단정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나는 결혼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동거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내 미래에 어떤 일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결정하든, 그 안에서 내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결정을 한 이후 우리가 서로에게 다정하고 든든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앞으로 길어지게 된다면, 그때는 이 책의 누군가가 언급한것처럼 고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부정적인 생각도 커다란 단점도, 반드시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내가 바람을 폈을 때 한 번 뿐이니까 흔들릴 수 없다고 결심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도 인상깊고, 남편은 러시아에 살고 자신은 미국에 살면서 일년에 반 정도만 만날 수 있는 커플의 이야기도 인상깊다. 사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낯설었는데, 그래서 좋았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독서였다. 읽기를 잘했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별과 고통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일종의 희망 같은 것이 내게 자라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난 지 10년이 넘었다. 그 옛날 언젠가 나는 그에게 내 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가 전화를 걸었다. 나는 뭘 하느냐고 물었다. "저녁 만드는 중."이라고 그가 대답했다. "파이 굽고 있어. 버섯 치즈 파이." 나는 파이 굽는 남자를 원했다. 그가 해동하고 있는 게 실은 그의 어머니가 만든 파이였다는 걸 알게 됐을 땐 이미 우린 셔츠를 같이 입는 사이가 된 후였다. (펀 쿠퍼,p.55)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나는 그녀의 고운 마음씨를 가장 높이 산다. 그녀가 자기 엄마한테 휴가가 꼭 필요하다면서 이번에 휴가 보내드린다는 얘기를 하거나 도시의 보행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 제정에 애쓴다는 얘기를 할 때면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내 세포 하나하나가 사랑에 겨워 팔딱대는 기분을 느낀다. 내 연애사를 차지한 몇 번의 기나긴 짝사랑을 거친 뒤 정말 굉장한 누군가를 만났는데 이번엔 내가 그 사람과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늘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이 결혼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할 생각이다. (린다수전 울리히, p.131)

나는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단순히 이번 한 번의 실수로 우리 둘 사이를 규정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의 역사에 포함되는 이 한 조각에 비한다면 지금껏 쌓아온 우리의 관계는 더 크고 깊고 중요하다. 살다가 어느 시점에 혹시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할지라도, 그게 싫다고 마냥 이상적인 다른 누군가와 함께 그림책에 나올 법한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진 않다. 나한테는 에밀리가 필요하다. 음정이 안 맞지만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 바겐세일에 목숨 거는 모습, 사용설명서 독해 장애는 아닌가 의심되는 헐렁한 모습, 심지어 나를 상처 입히는 능력까지 나는 다 원한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이 그녀의 아찔한 미소와 영성, 총명함, 열정, 그리고 우리의 깊은 유대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삶을 함께하겠다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아주 잘. (린다수전 울리히, p.140-141)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딸과 함께 코네티컷에서 지냈다. 나는 거기서 글을 쓰고 근처 대학 두 곳에서 강의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더군다나 내가 소중히 여기는 뉴잉글랜드식 가치관을 지닌 나의 부모님, 그러니까 딸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가까이 살면서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댄은 그의 주 거처를 모스크바로 삼기로 했다. 자기 일에 진심으로 매진할 수 있는 곳이 거기니까. 딸의 방학 기간과 우리 부부의 각자 작업 일정을 요리조리 맞춰서 우리 가족은 1년에 반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낸다.
댄은 사랑하는 이들과 부대끼고 사는 일상을 그리워한다. 나는 매일 감당해야 하는 자녀 양육의 책임을 나눌 사람이 절실할 때가 많다. 우리 딸은 확연히 다른 두 문화를 접하는 혜택을 누리지만 일상의 연속성이 끊기는 경험을 자주 해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양쪽 집안 모두 우리 가족의 삶을 지지해줘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식으로 살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만족스럽다. 좀 희한한 방식이긴 해도 우리 부부는 마침내 결혼 생활에서 평등을 이뤄 냈다. (팡 메이 나타샤 창, p.188-189)

나는 결혼 경험이 많다. 말하자면 꾸준히 배필을 물색하는 연속일부일처주의자(*일정 기간마다 배우자를 바꾸는 연속 단혼의 결혼 형태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인간이 욕정부터 죽음까지 같이 짊어지고 갈 수 있다고 꾸역꾸역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조이스 톰슨,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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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2-17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에 한껏 끌리네요. 다락방님 리뷰 읽고나니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던지고 바로 읽고 싶네요^^

밑줄문장도 좋아요~~ 그건 냉동파이였고 우리는 이미 ㅎㅎㅎ

다락방 2016-02-17 16:52   좋아요 1 | URL
이미 가정을 이룬, 혹은 이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걸 들었다고 해서 제가 더 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른 방식으로 살고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음, 제가 `이렇게 사는 건 어떨까` 하고 혼자 생각하던 게 있었는데, 그렇게 사는 사람이 실제로 있어서 참 희망차게 여겨졌어요. 으하하하핫.


밑줄긋기는 몇 개 추가했습니다.

mira 2016-02-17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생에는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책 읽고 희망을 가져볼까요 ㅎㅎ

다락방 2016-02-17 16:52   좋아요 1 | URL
미라님은 희망을 가지시게 될지 혹은 역시 없어 없어, 하시게 될지 모르겠어요. 사실 결혼하고나서 우울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거든요. 행복했든 우울했든 그리고 이미 끝나버렸든 계속 진행중이든, 미이 해보았던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읽는 것은 제게 유익했습니다. 흣 :)

[그장소] 2016-02-1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읽고 싶어요.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남자도 필요하지만 역시 ㅡ다함께 책임을 나누고 함께 행복할 가족이란 단위가 필요하구나..가끔은 생각해요.
그런데 일반적 가정은 아니예요.
제가 꿈꾸는 가정은요..파괴적인 가정이랄까..지금으로썬.ㅎㅎㅎ

다락방 2016-02-18 09:43   좋아요 1 | URL
설명하지 않으셨지만 파괴적 가정에 대해 조금쯤 짐작이 되네요. 가족이란 게 구성원들 사이엔 가장 친밀함을 나눌 수 있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구속력이 어마어마하기도 하죠. 또한 타인에게 가장 배타적인 집단이기도 하고요. 일전에 [준벅]이란 영화를 보면서 그런 걸 느꼈거든요. 아, 가족이란 게 이렇게나 배타적이구나, 하고요. 그러니 그장소님이 생각하신 파괴적인 가정이란 건, 제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옵니다. 하핫

[그장소] 2016-02-18 16:21   좋아요 0 | URL
베타 ㅡ적이고 말고요. 그래서 집안 일 이라며
공공연한 폭력이 자행되기도 하는 집단이기도 하고 말예요.
뭐, 같은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아마도 비슷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ㅡ합니다.
구상은 ㅡ^^ 다락방 님과..
멋진 ㅡ신세계 ㅡ랄까..
아님 막장 신세계랄까..ㅎㅎㅎ

네꼬 2016-02-18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좋습니다. 다락님 글이 좋아요.

저 역시 희망을 가져보았고 그게 저를 결혼하게 만들었어요. 누구나 다른 종류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락님 좋아요.


다락방 2016-02-18 15:37   좋아요 1 | URL
저는 계속 혼자 생각하던 게 있었는데, 이 책에 제가 생각하는대로 사는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 음.. 좋았어요. 그래, 거봐, 이렇게 살 수 있잖아,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고통과 배신 체념등으로 결국 돌아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는데도 희망적인 느낌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좋았어요. 헷.

오늘 네꼬님 글 되게 좋았어요. 제가 좋게 읽은 책을 네꼬님도 좋게 읽어서 막 신나고 뿌듯하고 그랬어요. 게다가 네꼬님은 글을 참 재미있게 써서, 아 참 좋으네, 하면서 읽었어요. 고마워요. 히죽히죽 ^_____^

moonnight 2016-02-18 17:36   좋아요 0 | URL
와 다락방님 글도 좋고 네꼬님 댓글도 너무나 사랑스러워요. 저 역시 희망을 가져보았고 그게 저를 결혼하게 만들었어요. 라니요@_@;;;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희망을 가지길♡♡♡♡

다락방 2016-02-19 09:2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댓글도 좋아요. 알라딘에서 오래오래 문나잇님을 알고 지내는 거 참 만족스런 일중에 하나입니다. 히힛

네꼬 2016-02-19 17:26   좋아요 0 | URL
뭐죠 이 살랑이는 댓글의 물결. 달달하여라.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중고샵에 팔아버렸는데, 팔고나서 가장 후회하는 도서중에 하나가 되었다. 다시 사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책을 사게 되면 '다시' 사는 것은 뒤로 밀려나기 마련. 결국 여전히 다시 장만하지 못한채, 그걸 왜 팔았을까, 하고 시무룩해한다. 단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참 좋았는데.


그 단편을 쓴 '앤드루 포터'의 장편 소설을 읽었다. 이혼한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들의 아들 딸, 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 책은, 음, 일단 잘 읽힌다. 그리고 역시나 작가는 내가 기대한 그대로 세심한 것까지 다 신경을 쓰고 있더라. 이를테면 아들이 엄마에게 말을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하다 말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그때 말했어야 했던 게 아닐까, 후회하는 것들에 대한 장면들이 손에 잡히듯 생생하게 느껴지는 거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튀어나온다. 책장을 덮고나서 내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는 것.


이 책이 '전체적으로'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무조건 아픈 이야기도 아니다. 또한 가족 구성원들중 누군가에겐,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가고 결정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함으로써 다른 가족에게 치명적인 아픔을 준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삶, 앞으로 펼쳐질 삶, 사랑을 선택한 삶을 응원하기보다는,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아픈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공감하고 말아버린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나다니, 이건 너무나 잔인하지 않은가. 앞으로 남은 시간을 내내, 살아있는 동안 내내, 걱정하고 궁금해할 사람을 생각하니 도무지 먹먹해서 기분이 나아지질 않더라. 울적했어. 편집증과 강박증이 생긴다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잖아. 슬퍼.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와 언젠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헤어지게 될텐데, 나는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고 싶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결코 헤어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동안 그다지 나쁠 것도 없었다. 도시는 아기자기했다. 독립 서점들과 커피숍과 셀 수 없이 많은 술집들이 있는 나른한 대학도시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가에 조그만 아파트를 얻은 그는 오후나 저녁이면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곤 했다. 나뭇잎의 색깔이 바뀌기 시작했고 가을 들어 처음 부는 차가운 바람이 그의 얼굴에 부딪혔다. (p.521)




금요일 밤에 <걸어서 세계속으로> '지중해를 걷다' 편을 보면서 와인을 마셨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들이 너무 예뻐서 꼭 가보고 싶어지더라. 게다가 그곳에서 먹는 음식들은 또 어떨지 기대도 되고! 같이 보던 엄마는 저기 머니? 물으셨고, 나는 당장 내 방으로 가서 지구본을 들고 나왔다. 자 봐봐 엄마, 여기 장화처럼 생긴 여기, 여기가 이탈리아야. 그리고 지중해가 어디냐고 물었지? 이 앞에 보여? 이 바다가 지중해야. 여기서 이만큼 날아와야 여기, 대한민국이 있어. 열시간 넘게 걸리는데, 우리가 다섯시간인가 갔던 괌 있지? 그게 여기있어. 자 여기서 여기는 이만큼, 여기서 여기는 이만큼. 시간차가 느껴져? 재밌지? 그리고 봐봐, 여기 밑으로 쭈욱 내려가면, 여기가 호주야. 여긴 땅덩어리가 넓어가지고, 같은 나라인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렇게 이동하는 것만 비행기로 다섯시간 이래. 우리는 제주도까지 가는 거 오십분이면 되잖아, 그런데 여기는 자기네 나라인데 다섯시간이 걸리는거야. 재밌지?


아름다운 이탈리아와 그 안에 더 아름다운 음식들을 보면서, 아, 가고싶다, 생각했다. 저기에, 누군가와 함께 가서, 함께 저 아름다운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저녁이 되면 맛있는 걸 먹고 마시고 적당히 취해서, 깔깔대고 웃으며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런 일이 내게 있을까? 그런 날이 내게 올까?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여행을 싫어한다면, 저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는게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내가 그냥 혼자 가야지, 별 수없이. 혼자 가서 혼자 보고, 혼자 만끽하다가, 그 사이사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야지, 그도 나쁘지 않아.


그런 참에 훌쩍 다른 도시로 떠난 리차드를 만난 거다. 아기자기한 도시, 독립 서점들과 커피숍, 셀 수 없이 많은 술집. 눈 앞에 어떤 곳일지 풍경이 그려지면서, 아, 혼자 지내기에는 참 좋은 곳이겠구나 싶은 거다. 집 안에서 혼자 나만의 시간을 즐기다가, 집 밖으로 나가도 즐길 게 많은 삶. 나는 요란한 스포츠나 액션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술집과 서점과 까페를 좋아하는데, 리차드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그런 곳이 아닌가.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나면 여기가 아닌 다른 곳, 이국의 어떤 곳에 가서 지내고 싶고,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서울을 떠나는 것이라도 하고 싶은데, 리차드가 사는 곳이 내가 가기에 딱 적당한 곳이지 싶다. 크지 않고 요란하지 않은 곳, 그런 곳으로 가고 싶어.. 혼자 걸어다니고 혼자 차마시고 혼자 스테이크를 썰어도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조용하게 지내고 싶다...



그런차에 남자1이 문자메세지로 사진을 보내왔다. 애인과 전주로 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 피순대와 문어꼬치를 먹고 있다며 음식들 사진을 보내준거다. 아, 그 순간 좌르륵,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이탈리아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 책을 읽으며 리차드가 사는 그곳에서 나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하염없이 부러워졌다. 아, 부럽다. 정말 부럽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고, 거기에서 맛있는 걸 함께 사먹고-라지만 나는 문어꼬치는 먹고싶지 않다. 문어꼬치였나 문어튀김이었나...-, 함께 걷고 같은 것을 바라보는 시간이라니. 부러워...




너무나 우울한 독서를 마치고 그 우울함이 쉬이 가질 않아, 그래, 이 기분을 날려줄 재미있는 책읽기를 하자, 싶어서 책장앞에 섰다. 무슨 책을 읽어야할까. 무슨 책을 읽어야 신나질까. 무슨 책을 읽어야 키득키득 웃을 수 있을까. 좀처럼 눈에 띄는 게 없어. 잭 리처? 음, 아니야, 그런 거 말고 좀 더 유머가 가득한 책.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골랐다. 그래, 이 책이라면 조금 밝고 희망차고 또 유머가 가득가득할지도 몰라!
















하하하하하하하하. 얼마 안읽고 바로 알았다. 아, 이 책엔 유머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기랄. 나는 왜 유머있다고 생각했지. 왜 그런 걸 기대했을까. 유머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니깐. 나같은 사람이나 갖고 있는거지, 이거야 원. ㅠㅠ 밝고 재미있고 희망찬 내용이길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다. 재미없어. 재.미.없.어. 그래도 일단 끝까지 읽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나는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단순히 이번 한 번의 실수로 우리 둘 사이를 규정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의 역사에 포함되는 이 한 조각에 비한다면 지금껏 쌓아온 우리의 관계는 더 크고 깊고 중요하다. 살다가 어느 시점에 혹시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할지라도, 그게 싫다고 마냥 이상적인 다른 누군가와 함께 그림책에 나올 법한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고 싶진 않다. 나한테는 에밀리가 필요하다. 음정이 안 맞지만 열심히 노래 부르는 모습, 바겐세일에 목숨 거는 모습, 사용설명서 독해 장애는 아닌가 의심되는 헐렁한 모습, 심지어 나를 상처 입히는 능력까지 나는 다 원한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이 그녀의 아찔한 미소와 영성, 총명함, 열정, 그리고 우리의 깊은 유대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삶을 함께하겠다고 내가 선택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아주 잘. (린다수전 울리히, p.140-141)



결혼이라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단순히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이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 좋아한다는 마음, 그거 하나 만으로는 관계를 지속시키는 게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 관계를 유지해야겠다는 노력, 그것 없이는 앞으로 갈 수 없다. 그저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둘 사이가 연결된다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다. 서로가 서로의 같은 모습을 그리고 다른 모습을 보고 서로에게 적응하고 맞춰주는 시간들이 지나고나면, 그래서 이제 우리는 함께 살아야겠다, 라고 생각하고나면, 그 뒤에는 일상이라는 것이 불쑥 찾아든다. 불쑥 찾아들었다 싶으면 그것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잠에서 깨서 양치하기 전의 모습을 본다는 것, 엉덩이를 긁는 습관이 있다는 것, 어쩌면 내가 싫어할 지도 모를, 그외의 아주 많은 일상의 습관들이 수시로 드러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좋아했던 그 환상적인 사람이 사실은 이렇게 평범한, 이런 지저분한(?) 습관을 가진 사람이었나, 싶을 때가 수시로 찾아들 것이다. 내가 상대에게 주는 느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잠에서 깨서 하얀 침대위에 몇 개 떨어진 겨드랑이 털이 끔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욕실에 가끔 치우지 않은 머리카락이 널브러져 있기도 할텐데, 그런 것들은 우리가 그저 데이트만 하던 때에는 차마 알기 힘든 것들일 수도 있다. 상대의 장점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칭찬해주는 동시에, 내가 원하지 않았던 상대의 모습까지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함께하는 삶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 같다. 함께하는 동안 우리는 상대의 모습들에 익숙해지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에게 길들여지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서로의 모습에 실망만 켜켜이 쌓여갈 수도 있다. 



'앤드루 포터'의 [어떤 날들]에서 아내가 그랬다. 이혼한 남편과 자식문제를 앞에두고 함께 고민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서로에게 마음이 있나, 아니 우리가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있었나, 혼란스러워하던 그녀는, 여지없이 실망스런 남편을 맞닥뜨리게 된다. 



엘슨은 한 시간 전에 전화를 해 세시 십오 분 전에 건물 밖에서 만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간단히 정리해보고 들어가자고 약속해놓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거의 삼십 분이 늦어진 그때까지도 그는 나타나지 않고 음성메시지에 대답도 없었다. 이렇게 사라져버리는 건 그 사람답지 않은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최악의 순간에 나가떨어지는 것, 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일을 망쳐버리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그다운 짓이자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떠올리고 있었다. 엘슨이 리처드의 수영경기가 클로이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놓쳤던 일, 저녁식사에 삼십 분 만 늦겠다고 해놓고 결국 나타나지 않았던 일, 늘 출장 간다며 사라져버렸던 일, 가족 휴가여행을 취소하거나 저녁식사 모임에 혼자 가야 했던 일 등을. 그건 항상 일 때문이었는데, 아니 그의 주장은 그랬는데, 지금은 일도 안 하고 있잖아? 맞아, 그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그리고 그게 뭐든, 어쨌든 이것보다 더 중요하니까 하고 있을 그 일이 뭐든, 젠장, 좋은 일이 아니기만 해봐라. (p.461-462)




그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함께 받아들이고 상의하기 위해, 또 함께 헤쳐나가야 했기 때문에, 형사들을 만나야 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서 그는 제시간에 오지도 않고, 게다가 늦게라도 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전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리고 그녀 혼자 맞닥뜨리기엔 굉장히 큰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는 없었다.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결혼해도 괜찮을까?] 에서 '린다수전 울리히'가 '이번 한 번의 실수로 우리 둘 사이를 규정할 순 없다'고 생각했듯이, 만약 그녀의 전남편인 '엘슨'이 이번 한 번만 이런 실수를 한 거라면, 이런 일이 한 번 뿐이었다면 그들은 이혼까지 하게 되진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한 번의 실수는, 그가 그 전에 어떤 일들을 저질렀었는지 와르르 기억나게 만든다. 그래, 그는 항상 이랬어, 늘 이랬어, 늘 필요할 때 없었지. 서운함이 반복되고 쌓여간다면, 그 상태로 계속 함께 살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 그때는 그에게 '일'이 있었고, 그가 그런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건 '일'때문이라고 했지, 그러나 지금 그는 휴가중이다,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하자며, 꼭 해결하자며 회사에 휴가를 내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여기에 없는가, 그는 대체 무슨 일로 여기 없는가, 왜 연락조차 되지 않는가 말이다. 아, 내가 그의 전아내인 케이든스였다면, 나는 그에게 아주 차가워졌을 것이다. 아주, 아주 많이 차가워졌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거라곤 차가운 목소리, 차가운 시선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함께 산다는 건, 일상을 함께 겪어나가야 한다는 의미고, 일상을 함께 견뎌나가야 한다는 건, 단순히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감정 외에, 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나저나, 오늘 퇴근하고 충무로에 갔다와야 하나. 설연휴에 충무로 지하철 역에서 아이폰 카드수납 케이스를 봤는데 2만원이나 하는 거다. 어휴, 케이스가 너무 비싸, 하고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했더니, 인터넷 가격도 그정도 할 뿐더러, 게다가 내 마음에 드는 게 없는거다. 지난 주말에 광화문 교보에서도 딱 내 마음에 드는 걸 찾지 못해, 충무로에서 보았던 그것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는 거다.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는데, 그때 2만원을 썼어야 했나... 인터넷으로 그 비슷한 걸 찾아보려니 어휴, 골치아프다. 인터넷 쇼핑은, 알라딘 책쇼핑 말고는, 진짜 머리가 뽀샤지는 일인 것 같다. 지난 금요일에 맥북을 쇼핑할 때도 나는 그저 '맥북을 사고 싶다'는 말만 던지고, 남자사람 a 가 그날 하루 쇼핑에 매진해주었다. 야, 여길 가봐, 야, 여기를 통해 가면 7프로 할인이야, 야 전화해서 퀵배송 요청해봐 등등, 그는 내게 자꾸 링크를 툭툭 던졌고, 결국 나는 7프로 할인에, 무이자할부에, 신한카드 5천원할인까지 써서 결제할 수 있었다. 우하하하하. 물건은 언제 오려나. 인터넷 쇼핑은 알라딘 말고 나는 진짜 하기가 싫어. 쇼핑 싫어.. -.-

어쨌든 퇴근하고 충무로역 가서 그 케이스 사가지고 올까...



토요일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선약이 있다며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 아쉬운대로 우리끼리 만나서 노는데, 다른 친구들 모두 그 친구를 보고싶다고 하는 거다. 그러면서 혹시 그쪽 약속이 일찍 끝나면 여기에 오라고 하라는 거다. 그래서 전화했더니 그쪽 약속이 육시도 안되어 끝났더라. 그래서 여기 지난번 거긴데 오겠느냐 물었더니 지금 바로 온다는 게 아닌가. 그렇게 잠시 후에 방문한 친구의 손에는 찬모듬소세지가 들려있었다. 꺅 >.<  센스쟁이!! 너무 좋아!! 먹을 거 사가지고 오는 친구라니. 인생은 가끔 이렇게 뜻밖의 기쁨들이 지탱하게 해주는 것 같다. 움화화화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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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6-02-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북 +_+ 언제 오죠, 저도 같이 기다림.

`어떤 날들`은 제목 때문에라도 읽고 싶은 책인데, 내용이 ㅠ 뭔가 저를 후벼팔 것 같은 내용이네요. 다락방 님 생각엔 어때요? 제가 읽어도 괜찮을까요?

다락방 2016-02-15 16:23   좋아요 0 | URL
음, 이런 종류의 슬픔에 대해서라면 치니님은 저처럼 슬퍼하시진 않을 것 같아요. 음, 어쩌면 응원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제 생각에 치니님은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맥북은 지금 오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비공개 2019-07-1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북을.., 결제를..,, 하고말 것 같아요 ㅎㅎㅎ 이 페이퍼를 이제서야 발견하고 다시 읽은 것도 뜻밖의 기쁨이네요.

다락방 2019-07-16 17:11   좋아요 0 | URL
저도 곧 이북 결제를 몇 권 할 예정입니다. 어제는 어제의 종이책이 왔구요...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