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가서 체리따기로 여행경비를 버는 부분이 제일 부러웠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해서 힘이 든다고 하지만, 아 뭔가 대단히 낭만적으로 여겨져서 꼭 체리를 따러 가고 싶었다. 그러나 체리 따기 하기에 나는 너무 나이가 많은가.. (응?)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지치겠지만, 그런 지친 노동으로 과일을 한바구니 따낸다면 그건 그것대로 너무 좋을 것 같다. 캐나다는 나의 관심이 닿지 않는 나라였는데, 체리 따러 언젠가 가보고 싶어졌다. 체리.. 좋잖아?
멕시코시티의 서점도 궁금했다.
평소 너무나 흠모하며 '평생 저 곳에 한 번이라도 갈 수 있을까?' 꿈만 꾸던 멕시코시티의 서점 엘 뻰둘로에 가게 되었다. 비현실적으로 파란 하늘과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 길을 지나 엘 뻰둘로 서점에 다다랐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의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웠다. 세상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웠다. 조명이 아닌 자연채광이 서점 모든 곳에 그득했다. 빛을 품은 책들은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마치 천국으로 가는 입구처럼 보였다. 오렌지나무가 서점에 활력을 더했다. (p.148)
...뭐지? 엘 뻰둘로 서점이라고? 자연채광? 멕시코도 내가 관심두지 않은 나라였는데.. 엘 뻰둘로??
궁금해져서 검색해봤다.
사진 여러장이 나왔는데, 캡쳐하는 것보다는 블로그를 링크하겠다.
엘 뻰둘로 서점 방문 후기 (퍼옴)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 여행기가 내게 맞는 여행기, 내가 재미있어 하는 여행기는 아니었다. 이 부부의 삶의 방식이라던가 추구하는 바, 나아가는 방향이 일치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여행을 가고 삶에 대해 성찰하는 바는 잘 알겠는데, 나는 이런 식의 이야기에 약간 거부감이 든다. 그러니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작은 마을에 가서 느림을 동경하며 그들의 삶을 행복해 보인다고 말하는 것? 그건 이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각하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당연하지만), 나는 이런 식의 느림 동경에 대해 딱히 재미도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 이런 글을 읽으면 여행이란 것이 역시 저마다의 것,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 자체보다 사실 이 부부의 만남과 사랑에 대한 얘기가 더 신기했는데, 그건 그들이 하는 사랑과 내가 하는 사랑이 완전히 반대지점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둘은 서로 굉장히 닮은 게 많아서 서로를 사랑했는데, 내 경우엔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안좋아했고, 그는 자꾸 몸매 관리 할라 그러고, 걷기도 싫어하고........뭐 그렇다는 거다.
바로 다음 날, 우리는 책을 주고받을 겸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뿔싸, 이 사람 나와 너무나 닮았다. 세상을 보는 시선과 꿈꾸는 미래,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절망까지도. 심지어 좋아하는 책과 음악, 여행지, 그 외에 사사로운 취미까지도 비슷했다. 자라온 환경은 전혀 달랐지만 우린 놀랍게 닮은 구석이 많았다. 조금씩 서로의 이야기에 취해갔다. 앉은 자리 앞 수족관에 그 어느 때보다 행복에 겨운 내 얼굴이 비친다. 그 순간 알아버렸다. 내가 평생 기다리던 사람이 이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주저 없이 그녀를 안아버렸다. (p.15)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부분 읽다가 정말 신났는데, 나도 내가 살면서 제일 좋아했던 남자를 책 주면서 만났기 때문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나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남자을 무려 알라딘에서 만났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그 남자는 나랑 완전 너무 달라서 한 해동안 읽은 책이 새벽 세시 한 권 뿐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내가 사줘서 읽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몇 권 더 사줬는데 그거 한 권 읽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레드 와인 좋아하는데 그는 화이트 와인 좋아하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라면 안좋아하는데 그는 라면 좋아하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이 더운 날씨에 개구리가 바깥에 있을 수 없다' 라고 말하는데 나는 '당신이 개구리가 되어본 적도 없으면서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막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개구리의 마음을 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놀랍게도 닮은 구석이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걸까? 아니면 자신과 너무도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걸까? 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다가, 저들은 닮은 사람이라 사랑했고 나는 다른 사람이라 매력을 느꼈다면, 어쩌면 우리가 좋아할 상대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딱 정해져 있는데, 그 사람을 알아보고 사랑하면서, 거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사랑이 먼저 시작됐고, 그 후에 '우린 이렇게나 닮았어' 라든가 '놀랍게도 닮은 점이 없군!' 하면서.. 어쨌든 사랑은 각자의 몫이며, 거기에 대한 의미 부여도 각자의 몫이다. 어떻게 하다보니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 할 수도 있고,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던 거야, 할 수도 있을테니.
토요일엔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하객으로 참석한 A 와 나는 마주보며 앉았는데 내 옆으로는 좌르륵, 다른 친구 I 와 한 번 보았던 다른 사람과, 결혼한 친구의 직장 동료와 어쨌든 다른 여러명이 앉아있었다. 식사는 뷔페였고, 다같이 테이블에 앉아 어색한 인사를 하기도 하다가 각자 음식을 담으러 다녀왔다. 한 접시씩 먹고 비슷한 타이밍에 그 한 접시에 대한 식사가 끝났고, 그래서 다같이 우르르 일어나 두 번째 접시를 담아왔는데, 아하하하하, 나와 A를 제외하고는 다 디저트를 담아 온거다. A 가 이에 그중 한 명에게 '벌써 디저트를 담아왔냐'고 물으니, '나이가 드니 식사량이 적어진다'고 얘길 하더라. 아....
난...
난........
나이를 먹는데 왜 식사량이 줄질 않지?
내가 두번째 담아온 접시에는 고기가 가득했다. 첫번째 접시보다 더 많은 고기들이... ㅠㅠ
내 친구중에 한 명도 나이드니 소화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는데, 나는 왜 소화 능력 안떨어지지 ㅠㅠ 소화 능력이 떨어져야 먹는 양이 적어질텐데..아니다, 이게 낫다. 소화 능력 떨어졌는데도 음식양은 줄지 않는 것보다 이게 천 배 낫지 ㅠㅠ 식탐 ㅠㅠ 그것은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잖아.
주말 동안 동생부부는 1박2일로 외출을 했고, 덕분에 나는 내내 조카들을 보았다. 읽던 책을 금요일에 다 읽었으니 새로운 책을 골라야 하는데, 당연히 그 일은 조카들이 돌아가고난 어젯밤으로 미뤄졌다. 조카들은 돌아가고 집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책장 앞에 서서 어떤 책을 읽을까, 고르는데 이 시간이 무척 좋았다. 그러니까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그 다음 읽을 책을 결정하는 일. 그래서 한 권 골라잡았고, 어제는 꾸벅꾸벅 졸다가 자지도 못하다가 치킨에 와인 마시다가..책을 못읽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음.... 처음 두 장 정도가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살짝 '그냥 팔아버릴까' 생각했다. 이 책은 지난번에도 이렇게 초반에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엔 조금 더 읽어보자 싶다. 상찬이 가득한 책이니 무언가 그 안에 있을 거야. 그렇겠지..
당분간 술을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2-3주간 미친듯이 술을 마신 것 같다.
술을 줄이면 다이어트도 좀 더 잘할 수 있고 돈도 절약되는데, 대체 왜 그걸 못줄이는건지 원..
그렇지만..
술을 줄인다면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