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육덕진 맛을 아는 몸이 되어있었다.
안그래도 팔아놓고서 왜 팔았을까 다시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책 중에 한 권인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를 이번호 시사인에서 만났다. 게다가 알라딘 굿즈 얘기까지 같이 나온다. 돈 없다고 책을 읽는 족족 팔아버리고 있는데, 책을 팔아치우는 게 능사는 아니구나 싶다.

어쨌든, 이렇게 시사인에서 만난 벨 훅스가 반가운데, 게다가 장일호 기자가 써놓은 글을 보노라니, 오오, 나도 이 책 읽으며 이런 생각 했던 것 같은데, 하게 되더라. 그래서 내가 써놓은 글을 찾아봤다. 아니나다를까, 이런 인용문이 있었다.
자녀는 단순히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 배우지 않는다. 자녀는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딸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나 다른 여성이 지닌 가치를 폄하한다면 건강한 자기애의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건강이라고 말하면서 딸들이 날씬해지기를 바라며 집착하는 아빠, 심지어 다른 여자와 비교하며 아내에게도 살을 빼라고 종용하는 아빠는 실질적으로 여성이 스스로를 싫어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체중이 자신의 가치를 매길 것이며, 결정적으로 사랑받을지의 여부를 결정지을 거라는 메세지를 받는다.
『식욕』이라는 흥미로운 회고록에서 지닌 로스는 이렇게 고백한다. "날씬해진다는 것은 살로 상징화된 내면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해줄 마법으로 여겨졌다. 비만에서 벗어나면 상처의 핵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스는 사랑을 향한 여성의 탐구와 날씬해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집착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 평생 쥘 수 없었던 사랑과 존중, 인정을 얻게 되리라는 환상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어릴 적 소망의 성인 버전이다. 언젠가는 사랑을 얻게 되리라 믿었던 어린 시절, 우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환상을 꾸며내며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모습을 바꿔 다른 사람이 되기만 하면, 저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그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는 그 모퉁이를 돌겠다고 평생 동안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여성의 자기애는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p.144-145)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체중은 가치 혹은 사랑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는 것을 안다. 한 남자사람은 일전에 '남자들끼리는 여자들 뚱뚱한 거에 대해서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흉을 봐' 라고 얘기한 적이 있고, 한 여자사람은 또한 '남자들은 뚱뚱한 여자 싫어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게 그 둘의 문제이거나 한 게 아니라, 전반적이고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일 테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나깨나 다이어트 다이어트, 하는거지.
지난 주말에 친구들 여럿이서 함께 맛있는 안주와 술을 마시면서 다이어트에 대해 얘기했다. '사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다이어트를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내가 날씬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라고 내가 말하자 저 쪽에 있던 다른 친구 한 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다른 친구는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얼마나 성취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터라 그래 그렇지, 하고 수긍했지만, 나의 가장 강한 축을 이루는 부분은 '성취감'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위의 시사인 기자가 말한 것처럼, 어떤 상태이든 내 몸을 긍정하는 것, 을 나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랄까.
주말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 가기 위해 다이어트 해서 예쁜 옷 사입으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많이 먹고 있어. 하아- 어제 저녁에 고추장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까지 마시고, 오늘 아침, 아아, 어떡하지, 오늘 저녁을 굶을까, 생각했지만, 목요일도 금요일도 중요한 술약속이 있다. 하나도 취소할 수가 없어. 나에겐 모든 술약속이 중요해. 어쩌지.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다이어트는 못하고.....
고민하다가,
출근길,
양재역에서 사무실까지 뛰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양재역에서 사무실까지 걸어가면 17-20분정도 걸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고 생각하므로 최근 몇 개월간 버스를 타고 간 거다. 버스를 타고 가면 시간이 훅- 줄어드니까. 그러다보니 하루에 걷는 걸음수가 현저히 줄어든거다. 아무래도 20분간 걷는 게 줄어드니까... 아아, 이건 다이어트에도 나빠, 이 걷는 걸 확보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면서 고민을 했다. 걷고 싶다, 그런데 버스가 빠르다, 걷고 싶다, 그런데 버스가 빠르다..그렇다면...나는 '걷기'도 '시간단축'도 모두 원하니까...
뛰자!
뛰는 거야!
뛰는 게 답이야!!!
이 생각을 하고서 또 스스로 너무 똑똑해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진짜 뛰어난 것 같다. 그래서 양재역 계단을 올라오고 나서는 계속 뛰었다. 모닝 조깅! 한참을 뛰다가 헉헉대며 조금 걷고, 핸드백을 다른 손으로 옮긴 뒤에, 다시 또 뛰었다!!!
그렇게 사무실에 도착하고나니 훅끈, 온 몸이 달아올랐다.
내일아침도, 모레아침도 뛰어서 출근하면, 주말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 조금 날씬해져서 갈 수 있을까?
너무 병신같은 소리를 하고있나...
문득 결심하게 된다. 나중에, 내가 이국의 작고 아름다운, 술집과 까페가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에 가서 한국책방을 열고자 할 때는, 팔고나서 후회하는 책을 다시 사가지고 가자고. 그것들의 리스트에 [사랑은 사치일까]를 넣어야겠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