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의원은 필리버스터의 처음, 시 두 편을 읽고 시작했다. 브레히트의 시였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로지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영화 [타인의 삶] 에서 처음으로 브레히트를 만났던 것 같다. 그때부터 언젠가 브레히트를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는구나. 필리버스터 덕에, 이학영 의원 덕에 이렇게 나는 브레히트를 읽어보려고 한다.




오늘 집에 놀러 온 일곱 살 조카가 나랑 놀던 중에 "같이 삽시다" 라고 말했다. 아, 이런 말을 일곱 살 조카에게 듣게 되다니, 심쿵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소꿉놀이 진행중이었고, 조카는 식당 직원 역을 맡아서 손님인 나에게 차를 내어주고 있었던 거다. 이 차는 몸에 좋고 하루에 백 잔을 먹어도 돼요 , 라고 말하길래 자꾸자꾸 마셨더니 맛있어요? 묻는 게 아닌가. 네, 맛있어요, 또 주세요, 라고 하니까, 이거 계속계속 줄게요, 같이 삽시다, 이러는 거다. 아... 이 녀석아 ㅠㅠ 


그 후에 저 시를 들었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나는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더 조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빗방울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같이 삽시다, 라고 말하는 조카를 위해서라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6-02-2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빗방울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게, 이 부분이 생각에 빠지게 만드네요. ;^^

clavis 2016-02-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조카님 덕분에 저도 기분 좋은 심쿵이를♥.♥

레와 2016-02-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난다. ....

수퍼남매맘 2016-02-2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는 못 들었네요.
김남주 시인의 시도 여러번 읽어주셨죠.
인문학 강의 듣는 기분이 들었어요.

단발머리 2016-02-2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를 읽는 이런 국회의원이 있다는게 새삼 감동적이예요.
같이 삽시다,에 버금가는 감동이예요^^

나와같다면 2016-02-2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프로포즈예요.. ˝같이 삽시다˝
왜 내가 이리 설레이지..? 심쿵♡
 

회사에 있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업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나의 소중한 맥북으로-아직 할부를 한 달도 갚지 않은!!- 국회방송을 하루종일 틀어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필리버스터란 것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로 나는 알게 되었다. 어? 필리버스터? 하고 용어에 대한 것만 알았다가, 의원들이 차례대로 발언하는 걸 보면서, 아 이걸 말하는구나, 하고 바로 그 뜻이 와닿았다. 이들은 악법이 만들어지는 걸 저지하려는 거구나. 필리버스터란 이런 거였어! 그래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싶지만, 낮동안 내내 회사에 있고 집에 가면 자기 바빠서 실상 내가 이걸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제는 퇴근길에 들었고, 집에 가서는 맥북으로 켜두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시 켜두었고, 그렇게 머리를 감고 화장을 하고 아침을 먹었고, 그리고 출근길에 들었다. 들으면서,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이를테면 테러방지법이 왜 나쁜 법인지, 국정원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거에 박정희는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테러방지법을 왜 막아야 하는지. 막연하게 혹은 조금 알고 있던 것들을 그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된 거다. 게다가 희망도 자라났다. 나는 국회의원이란 쌈질만 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늘 칠봉이는 '국회의원은 사실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자리다' 라고 내게 말했다. 법에 대한 걸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새로운 법을 만들고 거기에 대해 의논을 하고 하려면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거다. 안그래도 이번에 발언하는 의원들을 보면서, 아 저들이 저렇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니, 저들이 안되는 것에 대해 저렇게 잘 알고 있었다니, 내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해지기까지 하는 거다. 친구들이랑 그런 얘기를 나눴다. 그간 이런줄을 몰라봐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계속 차분하게 자신의 말을 오래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좀 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방송을 많이 보지 못했으니 텍스트로 좀 봐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많은 방송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 깨알같이 기록을 해줘서 너무 좋다. 내 친구들과도 자꾸 얘기한다. 칠봉이랑도 자꾸 얘기한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박정희 시대의 강압적인 일들이, 그 수많은 간첩누명이 낱낱이 까발려졌고, 국정원이 한 일들이 탈탈 털렸다. 이렇게나 많은 말들이 차분하게 쏟아지고 있는데, 공중파 어디에도 여기에 대한 얘기가 없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회사 직원에게 얘기했는데 필리버스터 자체를 아예 모르더라. 그러니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거다. 그래, 어차피 이 방송은 관심 있는 사람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정작 읽어야할 사람들이 아예 읽지 않는 것처럼, 이 방송 역시 정작 들어야 할 사람들은 아예 듣지 않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만 하더라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위라며 책상을 탕탕, 무려 이십분간이나!! 쳤다지 않은가.


아, 그런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고 ㅋㅋㅋㅋ 이런 필리버스터가 글쎄, 책 얘기도 해주신다. 어제 신경민 의원이 국정원에 대해 쓴 책을 가지고 나오시더니!















좀 전에 서기호 의원은 '코리 닥터로우'의 [리틀 브라더]를 소개했다!!

















어머, 이게 뭔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 책을 가지고나와 발언하는 전판사 국회의원이라니! >.<

나는 저 책을 안읽었는데, 읽어봐야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리틀 브라더]의 작가 '코리 닥터로우'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썼다고 한다.


코리 닥터로우의 필리버스터 관련 글



책을 더이상 안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그러니까 적어도 이번 해 만이라도), 이 책은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하하하하. 


지금 통장에 잔고가 0이라서 내가 뭘 할 수가 없고, 월급을 받는대로 몇몇 의원에게 작게나마 후원금을 보내고 싶다. 내 친구들 여럿은 벌써 후원금을 넣었다고 하더라. 은수미 의원은 그렇게 1만원 2만원 찍힌 통장이 하루아침에 여덟개나 됐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다. 발언자 중에 진선미 의원도 있어서, 진선미 의원이 하는 발언은 오롯이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강동구 에서 일하셔서 지난번엔 길동역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도 나눴다. 소라넷 이슈를 꺼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야 했는데, 갑작스런 마주침에 당황한 나는 '응원합니다' 라는 말밖에 꺼내지 못해 못내 아쉽다.



스맛폰의 단톡창으로, 그리고 트윗의 창으로, 나의 다정한 벗들이 자꾸만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낸다. 어제 내가 국회방송을 볼 때 동시 시청자는 3만명이 넘었었는데, 지금은 2만5천명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두 응원하고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의원들이 나와 연설을 하고, 그 연설을 들으며 나와 내 친구들이 희망을 갖고, 총선에 기대를 하고, 그리고 지금 이 자체를 좋아하며 반응하고 있다는 것들이 모두다 너무 좋다. 고맙다. 어제 낮에 방송을 보던 친구는 못보고 있어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너 보면 난리날거야!' 라고 말해주었는데, 이런 모든 반응들이 난 참 좋다. 나의 다정한 벗들과 혹은 나의 형제들과 혹은 칠봉이와 함께 앉아 이 방송을 같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린 같이 흥분하고 같이 소리지르고 같이 울 수 있을텐데. 또, 같이 욕하기도 하면서.


몇 해전 선거에 어린 조카의 손을 잡고 투표하러 갔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그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나는 투표 현장으로 갔다. 투표하러 다녀올게, 란 말에 '이모 따라갈래' 라고 그 어린 아이가 얘기해서,-아마도 세살이었을 나의 조카!!- 그 작은 손을 잡고 내가 투표하러 갔던 일, 그 일이 얼마나 스스로 자랑스러웠는지가 새삼 생각났다.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있던 어른들이 모두 내 조카 예쁘다고 난리법썩인데, 나는 그렇게 예쁜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투표하러 왔다는 데에서 어마어마한 기쁨을 느꼈다. 



강기정 의원은 발언의 마지막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필리버스터가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장면이었다. 


이제 나는 어떤 국회의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희망이 생겼다. 믿음도 조금 가져본다. 나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6-02-26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다. 정말 좋다!!

비록 우리가 희망하는 해피엔딩이 아닐지라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여하고 시청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걸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 할수 있는 지금이 진심으로 좋다.
분명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당장 바꿀수 없다고 또는 안 바뀔거라고, 내가 가진 권리를 포기하는건 정말로 정말로 멍청하고 비겁한 것이다.

우리 힘내자.


다락방 2016-02-26 15:56   좋아요 0 | URL
응 너무 좋아요! 이렇게 계속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저 자리에 있다는 게 참 좋으네요. 그리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걸 알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싶고. 너무나 의미있고 고마운 순간이에요. 어떤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그동안 이런 말들을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우리가 이런 얘기를 더불어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아요! 여러모로 참 좋은 시간이에요. 정말 그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2-26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에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신 분들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치 후원금 낼 생각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락방 2016-02-26 15:57   좋아요 1 | URL
네, 곰발님. 저도 그래요. 저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치 후원금을 낼 생각입니다. 그걸 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제 기부금 목록에 정치후원금을 추가해도 되겠어요. 저 역시 아주 많은 생각을 이번 기회에 하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많은 것들을 모르거나 혹은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제게도 참 좋은 시간입니다.

2016-02-26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2-26 15:58   좋아요 1 | URL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니, 좋아요!
:)

시이소오 2016-02-2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시간 이상 연설한 국회의원들도 멋지고 그걸 또 듣는 시민들도 멋지네요. 테러방지법은 한마디로 박정희때 중앙정보부를 부활시키겠다는건데 막아야죠. 숱한 민주화 열사들이 중정의 고문으로 죽어나갔습니다. 우리각하께선 여전히 아버지의 죽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니신것 같던데 하루빨리 치료를 받으셔야할텐데...
오랜만에 감동이네요.
다락방님 화이팅^^

다락방 2016-02-26 17:15   좋아요 1 | URL
네, 연설하시는 분들도 또 서기분들도 그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분들도 고생이시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간에는 방송이라도 틀어두고 있자 라고 생각하며 응원하는 마음이 되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생각이 많아졌고요, 또 새로이 알게 되는 것들도 있어서, 여러모로보나 유의미한 시간이에요. 다들 힘냈으면 좋겠어요! :)

hellas 2016-02-26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필리버스터가 정치에 대한 편견 오해를 조금 덜어내주는 계기가 된거 같아요. 이제까지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아무래도 별로 였으니까요.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관련 드립? 들도 너무 유쾌하고. 발언의원들 덕에 많은 공부가 됩니다. 정치가 구태하지 않다는 걸 너무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절로 후원생각이 날수밖에요. :) 지치지 않고 화이팅하면 좀더 밝은 미래를 그려볼수 있을거 같아 작은 희망도 생기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노력을 알아줬음 좋겠어요.

다락방 2016-02-28 12:12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진선미 의원님 발언 보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집안 청소하고 가구 배치 바꾸느라 보질 못했네요 ㅠㅠ 정청래 의원 조금 봤는데 완전 사이다더라고요. ㅎㅎ
저 역시 공부가 많이 되고 있어요. 몰랐던 것들 애매하게 알았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정치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저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위의 페이퍼에 쓴 것처럼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지치지 말아요. 지치지 말고 힘을 내요. 그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요!

transient-guest 2016-02-27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로 일을 하려면 한국은 국회의원 숫자가 지급되는 업무비용이 너무 적다고, 그전에 김광진 의원이 말했어요. 저렇게 제대로 일하는 국회의원이 여럿 있으면 지금 같은 꼴은 좀 덜 봐도 될 텐데요..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전문가로 이루어진 보좌진 - 비서 말고 - 도 많이 필요한 자리라고 합니다. 진짜로 일을 하려면 말이죠..

다락방 2016-02-28 12:13   좋아요 0 | URL
저렇게 제대로 일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있었는데 그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미안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언론으로 인해 감춰져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 필리버스터는 공중파에서 일절 언급도 안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계속 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힘이 나요. 물론 정작 봐야 하고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전혀 관심도 없겠지만요... 진짜로 일을 하려면 정말 공부 많이 해야 하는 자리라는 걸 이제는 알겠어요. 필리버스터가 여러가지로 좋은 시간을 가져다주고 있어요.

달팽이개미 2016-02-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회의원이 제 생애 멋있어보일거라 감히(?)ㅎ 상상도 못했었는데 말이에요~~~애기 뒤치닥거리 하다가도 문득문득 지금은 어떤 얘기들을 하실까 궁금해지고 그러는 지금의 상황이 신기하기만해요..ㅎ

다락방 2016-02-28 12:14   좋아요 1 | URL
크-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달팽이개미님. 신뢰할만한 정치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겠어요. 그리고 그 사실에 힘이 납니다. 저도 어제 하루종일 집안 청소하느라 몸이 힘들었는데, 틈틈이 지금쯤 누가 어떤 발언을 했을까 하고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정치인들의 말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시간이 왔다는 이 상황이 저 역시 신기하고 좋아요. :)
 

여동생 부부가 1박2일로 외출을 한 주말이었다. 둘째 조카가 블루베리를 먹고 있었는데, 내가 '이제 그만 먹어야 될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나로부터 등을 돌려 블루베리를 계속 먹었다. 나는 차마 더 말리지 못하고 등 돌린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나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 발바닥도 예쁘고, 오물오물, 블루베리 씹는 것도 너무 예쁘고, 내가 사진을 찍으니 돌아보며 웃어준 것도 너무 예쁘다. 


신기하다.

등을 돌린다는 것은 차갑고 슬프게 느껴지는 행동인데,

최근에 나로부터 뒤로 돌아 등을 보여줬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럽거나 듬직하고 안정감을 느끼거나 했다.

어떤 등은 내내 기억에 남는가보다. 아름답게.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피클라라 2016-02-24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뭘해도 참 예쁜 것 같아요 ㅋㅋ 맞아요 등돌려도 참 예뻐요

다락방 2016-02-24 18:01   좋아요 0 | URL
너무 예뻐서 미치겠어요, 해피클라라님. 히히히히히

2016-02-24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6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6-02-2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귀여워라ㅠㅠ;;;; 저 동글동글한 발가락하며 보송보송한 머리카락하며..귀염둥이^^♡♡♡

다락방 2016-02-26 07:59   좋아요 0 | URL
저도 발가락 보면 너무 예뻐서 진짜 미치겠어요. 그렇지만 예전에 비해 발이 커버렸어요. 우앙 ㅠㅠ 계속 더 크겠죠 ㅠㅠ 지금이 너무 예뻐요!

책읽는나무 2016-02-2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발모양은 참 이뻐요.
맞아요.
아이의 작지만 새초롬한 저 등은 무언가에 열중해 있는 표정이 보이는 것같아 사랑스럽죠!
저런 등은 볼때마다 껴안아 주고싶게 만들죠^^

다락방 2016-02-26 08: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의 발모양은 참 이뻐요. 발가락도 너무나 예쁘죠. 아이의 머리도 등도 발도 다 예뻐요. 손은 또 얼마나 예쁜가요. 아이들은 어디든 다 예뻐요. 화내는 표정도 우는 표정도 다 예쁘고요. 조카는 사랑입니다! ♡

2016-02-2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귀여워요 귀여워 죽을 것 같다에 한 표^^***

다락방 2016-02-26 08:00   좋아요 0 | URL
저도 보면 자꾸자꾸 안아주게 돼요. 너무 예뻐서요. 뽀뽀는 잘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는데 이 아이 보면 너무 예뻐서 자꾸 볼에 뽀뽀하게 돼요. ㅎㅎㅎ 머리통에도 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16-02-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저두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에 한표~~
정말 사랑스럽네요.

다락방 2016-02-26 08:00   좋아요 0 | URL
되게 잘웃거든요. 그때마다 이모인 저는 심쿵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주의 2016-02-25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핫. 눈 찡긋 하는 것 좀 봐.
*_*

다락방 2016-02-26 08:01   좋아요 0 | URL
너무 예쁘죠!!!! 진짜 예뻐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눈 앞에 아른아른해요. 아하하하하

테레사 2016-02-2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 귀엽다...

다락방 2016-02-26 08:01   좋아요 0 | URL
손 잡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 작은 손으로 제 손을 잡는 게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실비 2016-02-2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너무 귀엽네용 ^^

다락방 2016-02-26 08:01   좋아요 0 | URL
에헤헤헤. 조카사랑은 이모로부터.. 히힛

기억의집 2016-02-26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등보이면 이뻐 사진 많이 찍었는데, 울 엄마가 등 찍어서 뭐 하냐고 한소리 들은 적 있어요. 조카가 부쩍부쩍 큽니다!

다락방님 집엔 비디오테크가 있네요! 저는 테프는 있는데 테크가 없어요!

다락방 2016-02-28 12:16   좋아요 0 | URL
아, 등을 찍으면 안되는건가요? 전 정말 등도 너무 예뻐요! >.<

비디오테크는 있는데 안 쓰게 되더라고요. 이게 확실히 dvd 보다가 비디오 보면 화질이 너무 안좋아요. 그래서 있어도 안쓰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점점 사라지겠구나 싶어요. 요즘엔 dvd 도 안보지만요..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 뒤표지에 보면, '단숨에 읽히지만 긴 후유증이 남는다' 라고 이적(뮤지션)이 평했던데, 역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것이로구나. 나한테는 후유증이 1도 안남는다.


책장에서 괜찮은 시를 발견했다. 감탄하여 읽고 또 읽으며 외우려 애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쓴 시였다. (p.96)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도 안남더라고요ㅎ

다락방 2016-02-24 16:10   좋아요 1 | URL
저 안그래도 제 평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나 싶어서 리뷰 훑어보는데 죄다 극찬이더라고요. 막 별 다섯에다가..그러다 고양이라디오님이 네 줄 리뷰, 별 셋 주신 거 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오, 나랑 같은 느낌이다!! 하고 말이지요.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 게 없는 책이에요. 뭐야, 김영하, 왜이래, 싶었달까요. 고양이라디오님, 반갑습니다! 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7:05   좋아요 0 | URL
저랑 같군요ㅎ 저도 그래서 별 셋의 다락방님 리뷰가 반가웠습니다ㅎㅎ

저도 사람들 리뷰보니 극찬에 별 다섯개도 많아서 당황스럽더라고요.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말하다>를 괜찮게 봐서 찾아 보게 된 소설인데... 다락방님 말씀대로 잘 읽히는 것 말고는 남는게 없었어요ㅠㅋ

다락방 2016-02-24 17:30   좋아요 1 | URL
저는 이제 부러 김영하 찾아 읽을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찾아읽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말예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군단에 김영하는 포함될 수 없겠어요. 하핫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7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읽는 소설이었는데 앞으로 김영하작가를 찾아보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ㅠ
그래도 에세이는 괜찮았어서 에세이는 읽어보려고요ㅎ

다락방 2016-02-26 08:02   좋아요 0 | URL
저는 김영하 처음도 아니에요. ㅎㅎ 제가 읽었던 김영하의 책들은 다 재미있었어요. 재미있었는데 그게 끝이더라고요. 제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전 책장 덮고나서도 계속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만드는 책이 좋거든요. 김영하의 책은 그렇진 않더라고요, 제게.

고양이라디오 2016-02-26 14:02   좋아요 1 | URL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p200)

˝플롯은 좋은 작가들의 마지막 수단이고 얼간이들의 첫번째 선택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p200)

라는 구절을 봤습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바로 플롯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아닐까요ㅎ? 미리 계획된 이야기다 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이야기가 종결되어 더이상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여운이 있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비로그인 2016-02-2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히는데 남는 것이 없다면, 잡문이라는 말인데, ㅋㅋ 암튼 김영하는 도서관에서 읽어야 겠네요. *^

고양이라디오 2016-02-24 18:26   좋아요 0 | URL
개개인마다 다를것같아요. 그리고 남는 것이 없다보다는
남는 것이 적다 나 그 정도가 약하다가 보다 정확할 것 같네요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댓글의 동의합니다. 이 책의 리뷰를 보면 별 다섯 리뷰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요. 배익화시인님은 저랑 완전히 다른 감상을 가지실 수도 있죠.

조선인 2016-02-2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선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동류가 별을 주는 거죠. 저도 별 다섯. ㅎㅎ

다락방 2016-02-26 08:0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동류가 그렇게나 많단 말입니까! 정녕 세상에 선한 사람은 이토록 적단 말입니까! ㅎㅎㅎㅎㅎ

hellas 2016-02-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류가 별을 준다는 말에 ㅋㅋ 웃으며 동의하게 됩니다. 재미있다와 별루다의 사이가 참 다채로운 이유가 있을테니까. 어떤 평도 귀기울이게 되요:)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책장을 넘길 때는 재미있어서 팔랑팔랑 잘 넘겼는데요 덮고나니 멘붕이 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하고 말예요. 그래서 저는 높은 별을 줄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별 다섯이 쏟아집니다. 역시 책은 읽는 자의 몫인가 봅니다. 하핫

젤리곰 2016-02-25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확히 같은 느낌을 받았더랬더랍....

다락방 2016-02-26 08:04   좋아요 0 | URL
크- 기모키님이 저랑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니 씐나요! >.<

젤리곰 2016-02-2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그레) ㅎㅎ 저는 이 책은... 정작 책보다 북트레일러가 더 강렬한 체험... 혹 보셨어요? https://youtu.be/BOiJLGvtzbY ※ 꼭 소리 켜고 들어야...

다락방 2016-02-28 12:17   좋아요 0 | URL
무..무...무서운건가요? 재생을 못시키고 있네요. ㅎㅎ

젤리곰 2016-02-2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최면 걸리는 기분...? (무섭진 않아효!)
 
노란 새
케빈 파워스 지음, 원은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많은 문장들이 한 번에 읽히지 않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만 제외한다면 이 소설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슬프고 깊고 아프고 고독하다. 올해의 책이라 해도 될만큼 좋은 책이라, 문장이 너무나 안타깝다.


대단히 좋은 소설이다.








"제군은 곧 선한 목적을 위해 맹렬한 폭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p.115)

"안쪽에서부터 누가 날 파먹는 것 같은 기분인데 아무한테도 그걸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어. 모두들 내게 아주 고마워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배은망덕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테니까. 아니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할 테고 정말로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미워해야 마땅하지만, 다들 내가 한 짓 때문에 날 사랑하고 난 그것 때문에 미칠 것 같아." (p.184)

아니면 죽고 싶다고 말해야 할까? 저쪽의 철교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게 아니라,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그러면 여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여자들이 죽는 걸 지켜볼 필요도 없고, 혹은 남자들을 죽일 필요도 없고 죽이기 위해 필요한 것 이상으로 그들의 등 뒤에 총을 쏴댈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마치 영혼에 산(酸)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가끔은 보이는 것마다 모조리 죽이려 하고, 그러다 영혼은 사라져버리고, 평생에 걸쳐 내가 한 짓을 만회할 길이 없다는 사실을 배워 알지만, 평생 그렇게 배웠지만 내가 라이플을 조준해 사람들을 쓰러뜨리고 다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어머니마저 너무나도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래, 놈들이 날 죽이려 했을 수도 있잖아. 그러니 달리 어쩌겠어? (p.184-185)

자기 자신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살고 싶다는 욕망의 확증이다. 이제 와 진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리고 스털링이? 진실은, 스털링은 자신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털링이 자신만의 욕망과 기호를 가져도 된다는 걸 깨닫기나 했는지도 의문이다. 스털링이 좋아하는 장소를 가져도, 그가 다음에 가게 될 부임지의 길고 곧은 대로들을 만족스럽게 걸어도, 파랗고 무한한 하늘 아래 깔끔하게 깎은 푸른 잔디의 균일함에 감탄해도, 깨끗하고 차가운 개울가에 몸을 담그고 그의 상처 입은 몸의 흉터 난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물살을 느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기나 했는지. (p.236)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6-02-23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_-;;; 어쨌든 부랴부랴 보관함으로 ^^;;;;

다락방 2016-02-23 16:46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책이에요, 문나잇님.
저 역시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사고 싶은 책도 너무나 많은데 당분간은 집에 있는 책 좀 읽고 사던가 해야겠어요. 집에 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요. 책장엔 읽은 책보다 안읽은 책들이 꽂혀있어요. ㅠㅠ

moonnight 2016-02-23 16:50   좋아요 0 | URL
저역시 ㅠ_ㅠ 읽은 책들은 다 팔고 지금 꽂힌 책들은 죄다 안 읽은 ㅠ_ㅠ; 무서워요. ㅠ_ㅠ;;;;

비로그인 2016-02-2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꽂혀 있는 안 읽은 책들을 읽어봐야 겠네요. ;^^

다락방 2016-02-26 08:05   좋아요 0 | URL
올 한 해는 책을 가급적 안사고자 합니다.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