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양재역으로 가기 위한 많은 길 중에 나는 가급적 큰 길을 선호하는 편이다. 골목길을 원래 좋아하질 않아서. 게다가 골목길에 차다니는 건 얼마나 불편한지. 차라리 인도가 있는 큰 길로 다니는 게 안전하고 편하다. 그런데 어제는 골목 입구의 편의점에 들러야 했기에 골목으로 갔다. 편의점에 들러 볼 일을 보고 나와서 걷는데, 네 살 가량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풍선을 들고 걷는다. 풍선을 한 번 놓친 뒤에는 그걸 잡기 위해 뛰었다가 또 걷고... 무심히 지나려던 나는 그 아이 옆에 어른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멈추어 섰다. 나의 여섯살 조카보다 어려보이는데, 저런 아이 옆에 보호자가 없는 건 뭐지? 혼자 다닐 수 없는 나이인 것 같은데...길을 잃었나? 불편한 마음이 되어서 잠깐 지켜봤다. 아이는 겁먹은 표정도 아니고 그저 풍선에만 집중하고 계속 걷는다. 흐음. 아이에게 가서 길을 잃었냐고, 엄마를 잃었냐고 물어봐야 할까? 고민하다가, 어른들이 알고 내보냈겠지, 나와바리겠지, 내가 보진 못했지만 어딘가에 있겠지, 싶어서 그냥 갔다. 가면서도 혹시나 다른 어른이 위험하게 다가가면 어쩌지? 생각이 들어서 불편하고 찜찜했다. 흐음. 그 아이 계속 따라가봐야 했나?


그렇게 가던 길을 가는데, 저 앞에서 방금 전의 그 아이랑 비슷한 분위기의 아이가 이쪽을 향해 뛰어온다. 방금전 작은 아이가 지나갔던 방향이다. 옷도 헤어스타일도 방금전 아이와 비슷해! 아, 저 아이가 그 아이의 언니구나 싶다. 그런데 뛴다?? 동생을 잃어버린 건가??? 나는 멈추어섰다. 조금 큰 아이는 방금 자신이 뛰어나온 놀이터를 향해 누군가에게 울면서 소리쳤다.


"동생 데려올게!" 



아, 제기랄. 동생을 잃어버렸구나. 잃어버린 거야. 친구들과 놀다보니 동생이 없어진거구나. 그 작은 아이는 길을 잃은거였어! 나는 이제 그냥 갈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아이를 미아로 만들 수는 없다. 게다가 그 작은 아이를 미아로 만들면 저 큰 아이, 그래봤자 고작 여섯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그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 찾아야 한다, 찾아야 한다. 나는 그 큰아이를 따라갔다. 일단 상황을 보면서 갔다. 큰 아이가 멈추어서 방향을 잡지 못한다면, 너 혹시 동생을 잃어버린 거니? 풍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니? 그 아이는 이쪽 방향으로 갔단다, 같이 찾아보자, 할 참이었다. 그러나 큰 아이는 작은 아이가 간 방향을 향해 뛰었다. 어? 제대로 뛰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말없이 그냥 일단 따라갔다. 상황이 어찌되는지, 동생을 찾는지 보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따라가는데 큰 아이가 골목으로 꺾었다. 그래서 나도 꺾었다. 그 방향은 작은 아이가 간 방향이 맞았다. 어, 골목으로 돌아오는 사이 아이가 보이지 않네. 심장이 쿵-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어디에서 헤매고 있나 싶어서 계속 가던 방향으로 가면서 두리번 거리는데, 작은 아이들이라 쉽게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저 앞에서 동생하고 같이 자신이 뛰었던 반대 방향으로 걸어온다. 아, 찾았구나. 다행이다. 이 아이는 동생이 어디로 갈지 알고 있었구나. 아, 내가 괜히 오지랖 떨지 않아도 되는 거였구나. 하고는 나도 그 아이들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방향이 양재역 방향이었고, 내가 왔던 방향이었으니까. 그런데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게 울먹이면서 말했다.


"언니가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아..안쓰러웠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겁났을까... 어쩐지 빠른 걸음으로 내 갈 길을 가는게 망설여졌다. 그래서 그냥 천천히 따라갔다. 작은 아이는 언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풍선을 튕기면서 1미터쯤 뒤에 걷더라. 아, 참견하고 싶었다. 너 언니 옆에 꼭 붙어다니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아이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큰 아이가 돌아보더니 동생을 향해, 


"이리와, 언니 손 잡고 가!"



한다. 그래, 무서웠겠지, 그래서 챙기는구나, 하는 마음에 짠해졌다. 그런데 동생은 무심히 풍선만 가지고 놀고 언니의 손을 잡을 생각을 안해 ㅜㅜ 이 큰 아이가 얼마나 겁에 질렸을지 생각하다가, 이 아이를 달래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냥 가야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걸었다. 존대말로 물을까 반말로 물을까 잠깐 고민했다. 존대말을 쓰면 아이가 더 무서우려나? 존대말이 나으려나? 



"너, 동생 잃어버린 줄 알고 많이 겁났지?"



그 뒤에 내가 생각한건 큰아이가 그렇다, 라고 하는 거였고, 그러면 나는 아줌마가 같이 찾아주려고 그랬었어, 아줌마가 동생 간 방향 보고 있었거든, 하면서 안심시킬 참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전혀 다른 말을 하더라.



"아뇨, 오빠가 동생하고 같이 사과하라고 해서 사과하러 가는거에요. 친오빠는 아니고요."



이건...뭔 상황이야, 지금????????????????????????? 

하아- 복잡한 일에 휘말리게 된것 같다.. 그냥 오빠한테 사과하러 가는 거라고 하면 그래, 하며 갈 수 있었을텐데, 저 뒤에 '친오빠는 아니고요'는....뭐야????? 이건 지금 무슨 상황인거지? 나는 덜컥 겁이 났다.



- 오빠한테 사과하러 가는데 친오빠가 아니야?

- 네

- 오빠가 무서워?

- 네 

- 오빠가 몇살인데?

- 몇 살인진 몰라요.

- 오빠가 때려?

- 아뇨.

- 무서우면 언니가 같이 가줄까? (아줌마로 말하기로 결심했으면서 언니라고..)

- …… 아뇨. 고맙습니다.



아..이건 뭘까..이건 뭐지. 대체 무슨 상황인거지. 나랑 대화를 마친 후 큰 아이는 작은 아이에게 '빨리 가자', '이제 금방이야' 이러면서 재촉한다. 아까 울었다는 건 무서워서 울었다는 말인 것 같았다. 하아- 아이가 같이가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 그냥 갈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작은 여자아이 둘이 '오빠'에게 사과하러 간다는데, 이게 어떤 상황인줄 알고 그냥 간단 말인가... 아...큰 길로 갈걸.... 아니까 그냥 지나치질 못하겠네 ㅠㅠ 놀이터까지 가는 순간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나는 놀이터 바깥에서 지켜보자, 라고 생각했다. 그래, 저 아이들 또래의 남자아이라면 자기들끼리 해결할 일이 있는 것일테니 바깥에서 지켜보다가, 뭔가 여자아이이 겁먹을 상황이 온다면 적당한 때에 끼어들자. 그러나 만일 그 '오빠'라는 사람이 중,고등학생이나 청년이라면, 그건 내가 끼어들기 보다는 경찰을 부르는 게 낫다, 그렇다면 신고를 하자, 큰 '오빠'가 보이면, 일단 경찰을 부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중간에 끼어들자, 내가 얻어터지기 전에 경찰이 오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놀이터로 갔다. 큰 아이는 놀이터로 들어가며 누군가를 향해 말했다.



"동생 데리고 왔어"



놀이터 바깥에 있겠다는 나의 다짐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나는 놀이터 안으로 아이들을 뒤따라 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는 남자 아이 둘이 "이모다, 이모!" 이러면서 뛰어오더라. 응? 이건 뭔 상황? 작은 남자아이는 2학년쯤 돼보였고 큰 남자아이는 4학년쯤 돼보였다. 다 그냥 내 짐작이다. 이 둘이 내게 따발총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얘가 씨발이라고 욕했어요, 아무 이유도 없이요, 지난번에도 그랬어요, 저희가 막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고요, 욕하는 건 안되니까 욕좀 못하게 해주세요, 이러는 거다. 



얘네들은 시방 지금 내게 뭐라고 말하는겨?????????? 나는 놀이터에 다른 누군가, 수상한 '오빠'가 있나 없나 두리번거렸다.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자아이들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 아닌건가? 그리고 이 남자아이들은 .. 뭐지? 혹시 얘네들한테 사과해야 하는거야? 얘네들 착해 보이는데??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큰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는거니?"


그러자 작은 남자아이가 자기라고 말했다. 아!



그냥 가도 되는 것 같은데, 나는....이건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는데...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멘붕..............이런 상황을 나는 살면서 처음 맞닥뜨려봐. 초등학교 교사나 어린이집 교사들이었다면 스무스하게 다음과정으로 진행시킬 수 있었겠지만............나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가만 서있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아, 제기랄, 그냥 갈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그냥 아무말도 없이 훅- 갈 수도 없잖아 ㅠㅠ 이 상황을 마무리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여자아이가 욕을 했다면, 그 욕에 대해 사과하게 한 후에, 그럼 사이좋게 놀아라~ 하고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이 화성같은 상황에서... 그래서 큰 여자아이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며 물었다.



"네가 이 아이한테 욕을 했니?"


그렇다고 하면 그러면 오빠에게 사과하렴, 하고 사라지려고 했던 거다. 그런데 큰 여자아이는 '동생은 오늘 했고요~' 라면서 말을 하고, 그 와중에 우리의 뒷편에서 어느 여자분이 뭐라 하는 말이 들렸는데, 그 말이 들리자마자 여자아이 둘은 쏜살같이 달려가서는 갑자기 엉엉 소리를 내어 우는 게 아닌가!! 둘이 그 여자분한테 와락 안겨들며 울더라. 아, 엄마구나.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아이들 어머님이세요?" 


그러니 그렇다고 하더라. 이 와중에도 여자아이 둘은 제엄마에게 오빠들이~ 하면서 막 서러운 일을 얘기했다. 하아- 이젠 내가 없어도 된다. 그래도 내가 그냥 가면 수상한 사람이었는 줄 알고 어머님도 겁먹으시겠다 싶어서, 짧게 말씀드렸다. 아이들이 오빠들하고 싸우면서 겁먹은 것 같아서 옆에 있었어요, 라고. 그리고 나는 내 갈길을 갔다. 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아..미친 오지랖이었다. 괜한 오지랖이었어. 하아- 난 뭐냐... 미친 오지랖 ㅠㅠ 오지라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놀이터에서의 그 멘붕은 어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에만 늦게 가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골목길로 안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희진이 그랬던가, 아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지라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마가 나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는 것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오지랖좀 그만 떨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하철에서 내내 자책했다. 오지라퍼오지라퍼오지라퍼오지라ㅠ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에 돌아와 여동생과 통화했다. 여동생은 그날 자신의 딸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내가 퇴근길에 겪은 이 일을 얘기했다. 내가 너무 오지라퍼였어, 라고 하자 동생은 '아니야, 언니 잘했어, 언니 성격에 그냥 지나치지 못했겠지, 큰 일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잘했어, 근데 엄마한테는 잔소리 듣겠다'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응, 엄마한테는 얘기하지마, 싫어해...라고 하면서 덧붙였다. '응, 오지라퍼란 생각은 들지만, 만약 시간을 돌려서 그 상황이 되면, 나는 또 똑같이 했을 것 같아' 라고. 동생하고 통화하고나니 오지라퍼란 자책에서는 좀 해방이 되었다.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렸다.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면서 책을 조금 읽었다. 아, 이런 게 마크 와트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는 부분을 읽었다. 바로 이거야!




기분이 참 묘하다. 어디를 가든 내가 최초가 아닌가. 로버 밖으로 나가면? 그곳에 발을 디딘 최초의 인간이 된다! 언덕을 오르면? 그 언덕을 오른 최초의 인간이 된다! 암석을 걷어차면? 그 암석은 백만 년 만에 처음 움직인 것이다!

나는 최초로 화성에서 장거리 운전을 했다. 최초로 화성에서 31화성일을 넘겼다. 최초로 화성에서 농작물을 재배했다. 최초로,최초로, 최초로 말이다! (p.167)



 














기차나 비행기로 닿을 수 없는 그 먼 곳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기 혼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 머어어언 곳에 있으면서, 매일을 비극적인 생각을 하며 절망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또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게 너무 좋은 거다. 진짜 매력 쩐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 그러니까 만약 마크 와트니가 내 애인이라면, 나는 지구에서 물론 그의 걱정을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아, 그는 살아남을 사람이야, 방법을 찾았을 거야,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게 아닌가! 마크 와트니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그는 살고자 하고, 죽을 때 죽더라도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라고 생각하며 방법들을 찾아낸다. 어제도 말했지만, 그의 그런 의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그런 의지가 본인에게 강하게 있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 암튼 초매력적인 캐릭터!! 훌륭한 캐릭터다. 그리고 오늘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이 부분 읽다가 빵터졌다.




(.Y.)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14페이지에 나오는데, 읽은 사람은 뭔지 알 것이고, 안 읽은 사람들에겐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말하지 않겠다. 영화에도 저게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아 진짜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크 와트니 럽럽 ♡



뭐 방사선 얘기하고 기계 얘기에다가 경사 지렛대 얘기 이런거 다 나와서 눈깔이며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데, 그래도 마크 와트니의 성격이 너무 좋아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역시 회사는 때려치는 게 답인 것 같다. 회사에 있으니 책을 읽을 수가 없잖아. 때려치고 침대에 엎드려서 다리나 흔들흔들 하며 책이나 읽으면 얼마나 좋아!!





점심엔 오징어제육덮밥을 먹어야겠다. 움화화핫





테디는 의자를 돌려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가장자리가 짙어지면서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떤 기분일까?"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먼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자기가 온전히 혼자이고 우리 모두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것들이 한 사람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벤커트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지금 마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p.111)

"하지만 마크는 듣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벤커트가 말했다.
"그 점도 생각해봤습니다. 밝은 초록색 리본을 한 뭉텅이 준비하는 겁니다. 화성의 대기에서도 사방으로 펄럭거리면서 떨어지도록 가벼운 걸로 준비해야겠지요. 각 리본에는 `마크:통신을 켜라`라는 문구를 찍어 넣는 겁니다. 지금 저희가 투하 장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착륙이 일어나는 동안에 떨어지도록 해야겠지요. 화성 표면 위 1,000미터 상공에서 투하하는 게 이상적일 겁니다."
"그거 괜찮군요. 그중 하나만 발견하면 되니까요. 밖에서 밝은 초록색 리본을 보면 틀림없이 확인해 볼 겁니다." (p.155)

그러니까 지금 내겐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트레일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최소한 풍선이 눌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 둘째, 로버를 바로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로버의 견인 고리를 트레일러의 견인 고리로 교체해야 한다.
또 하나, 나사를 위해 메세지를 적어놓아야 한다. 분명히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p.507)

모든 시스템 및 하부시스템 들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제트추진연구소는 이 로버를 정말 튼튼하게 만들었다. 지구에 돌아가면 브루스 응에게 맥주 한 잔 사야겠다. 브루스 응뿐만 아니라 제트 추진연구소 사람들 모두에게 맥주를 사야 할 것 같다.
아니, 지구에 돌아가면 모두에게 맥주를 살 것이다. (p.510)

지구에 돌아가면 유명해지겠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 용감한 우주비행사가 아닌가. 틀림없이 여자들은 그런 남자를 좋아할 것이다.
살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p.516)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겨우 나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고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의 동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희생해가며 나를 데리러 돌아왔다. 나사에서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일하며 로버와 MAV 개조 방법을 연구했다. 제트추진연구소 사람들은 혼신의 노력을 다해 보급선을 만들었다. 그 보급선은 결국 발사 도중에 파괴되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헤르메스에 보급하기 위해 또 하나의 무인선을 만들었다. 중국 항천국은 수년 동안 매달린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추진 로켓을 내주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쏟아 붓다니.
대체 왜 그랬을까? (p.597)

그렇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등산객이 산에서 길을 잃으면 사람들이 협력하여 수색 작업을 펼친다. 열차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줄을 서서 현혈을 한다. 한 도시가 지진으로 무너지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구호품을 보낸다. 이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든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나쁜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멋지지 않은가? (p.597-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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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5-11-0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라퍼 아니어요, 아니 아니고, 정말 든든한 어른이십니다. 제가 엄마라면 무조건 너무 고맙다고 했을 것 같아요. 다락방 님 같은 어른이 주변에 많아야 동네라는 게 옛날의 그 친근한 느낌이 계속 되는 걸 테지요. 저도 고맙습니다, 다락방 님. :)

다락방 2015-11-06 09:26   좋아요 0 | URL
아이들 어머님이 금방 나타나셔서 사실 제가 있을 필요가 없었더라고요. 그치, 어머님이 당연히 오시겠지, 싶으면서 제가 거기서 뭔가 일을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지어주지도 못하고 그 상황에서 너무 멘붕이와서.. 이럴 땐 어떡해야 하나...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었다면 더 현명하게 대처했을 수 있을텐데, 저는 아무것도 못했거든요.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멘붕인 상태의 제가 너무 어처구니 없었어요.

음, 그치만 똑같은 일을 맞닥뜨리면 똑같이 할 것 같아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당연히.

비로그인 2015-11-0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하나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고... 다락방님은 정말 옳아요~~♥ 동생분과의 통화도 넘 좋네요~~
카니발이 부릅니다(그녀를 잡아요)----난 네가 너무 좋아~~

에이바 2015-11-06 10:28   좋아요 0 | URL
그녀를 만나요~ 그리고 손을 잡아요 떨리는 숨결로 마음을 전해요 그녀의 눈빛이 그 말을 기다리겠죠 이제 준비됐나요 그럼 외쳐요 (뿅뿅뿅)

다락방 2015-11-06 10:34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덕분에 노래 흥얼거리고 있네요. 난 네가 너무 좋아~ ♪♬

유부만두 2015-11-0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신거에요. 진짜.
근데 여자애들 엄마가 뭐라 버럭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당한적 있음요 ㅠ ㅠ )

다락방 2015-11-06 10:46   좋아요 0 | URL
어제 그 어머님은 제 얘기를 들으신건지 아닌건지 쳐다보지도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할 말만 하고 갔어요. 아하하핫;;

무스탕 2015-11-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오지라퍼를 포함한 다락방님의 모든면을 럽하는걸요? :D

다락방 2015-11-09 08:1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공개적 사랑고백이라뇨! 히히히히히히히히히

무스탕 2015-11-0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소린데...
어제 <검은 사제들> 봤거든요. 우와~~ 깜놀 @_@
박소담이라는 여배우한테 완전 깜놀
김윤식한테 전혀 밀리지 않고 강동원 잡아 먹으려 하더라구요.
올해 저의 베스트123에 들 영화에요

다락방 2015-11-09 08:16   좋아요 0 | URL
음... 그렇단 말입니까? 저도 볼까요? ㅎㅎ 요즘 영화 안 본지가 너무 오래되었어요. ㅠㅠ

마노아 2015-11-0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얘네들은 시방 지금 내게 뭐라고 말하는겨?????????? 에서 제대로 뿜었어요!
둥글레차가 솟구쳤습니다...;;;;

아아, 따뜻한 다락방님, 이 따사로운 글 정말 사랑스럽네요.
다음 책에 이 이야기가 실렸으면 좋겠어요.
서스펜스 스릴러로 시작해서 시트콤으로 끝났는데 참 예쁜 결말이에요.^^

다락방 2015-11-09 09:30   좋아요 0 | URL
음, 마노아님이 요청하시니 잘 다듬어봐야겠어요. 그런데 이 얘기를 실으면 또 우리엄마한테 혼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11-06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오지랖을 응원합니다.
다만 엄마에겐 비밀이예요^^*

다락방 2015-11-09 09:30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오지랖을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저는 단발머리님이 참 좋아요. 헷.

살리미 2015-11-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겠어요.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
오지라퍼만이 겪을 수 있는 생생한 경험담이네요. 고만한 애들 세계에선 사과를 받는게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는걸 저도 아이들 키우며 알았어요. ㅎㅎ 그래도 진짜 잘하셨네요. 우리에겐 오지라퍼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항상 생각해요^^ 읽다보니 마크 와트니여도 분명히 그랬을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아.... 마크 와트니가 더 좋아져요. 어쩌죠?? 헤어나질 못하겠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11-09 09:31   좋아요 0 | URL
저 좀 있으면 마션 다 읽어요, 오로라님. 빨리 읽고 싶은데 주말과 퇴근후엔 술마시고 낮에는 회사에 있어서 도무지 읽을 시간이 없어요. 슬퍼 ㅠㅠ 회사를 때려치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만한 아이들의 세계를 제가 늘 겪어온 게 아니라서 맞닥뜨린 뒤 멘붕이 왔어요. 하아- 좀 더 어른답게 대처하지 못한 것 같아 마구 오지라퍼라는 자책만 들었죠. ㅠㅠ

샛별투 2015-11-0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으로 읽고나면 종이책 읽으신 분들이.페이지로 얘기하시는 통에 종이책을 또 사야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빵터진 부분이 하도 많아서 214페이지가 어딜까 무지 궁금해지네요. 흥미진진한 미스테리한 놀이터 글 잘 읽었습니다.^^

2015-11-09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11-0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 한해서는 오지라퍼가 필요한것 같아요.
가끔씩 아이들이 너무 위험하게 놀때는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한 경우가 많아요.

다락방 2015-11-09 09:34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보슬비님. 여섯살 세살 두 명 조카아이가 놀 때도 옆에서 아주 신경이 타들어갈 것 같아요. 저렇게 넘어지면 다치는데, 저렇게 하다가 넘어지면 어떡하지.. ㅠㅠ 아아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을 존경합니다. 그런 시간들을 겪어오셨을테니 말이죠. ㅠㅠ

transient-guest 2015-11-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동으로!!! 오지랖!!! 넓게 깊게!!! ㅎㅎㅎ 요즘 세상에 다락방님 같이 행동하기 쉽지 않아요. 응원함다!! 그나저나 역시 문장을 먼저 올리시네요. 전 마션 초반에는 계속 shit this, shit that만 눈에 들어오더라능....뭐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고사가 떠오릅니다...

다락방 2015-11-09 09:3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좆됐다, 라는 첫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크 와트니가 참 유쾌한 성격이라 마음에 들어요. 재미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합니다. 힛.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아직도 읽고 있다능...Orz

응원 고맙습니다! >.<

건조기후 2015-11-0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다락방님. 안 따라가고 끝까지 확인을 못했으면 나쁜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계속 생각이 나서 괴로웠을 거예요. 결론이 웃기긴 하지만 ㅎㅎㅎ 그래도 계속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보다는 잠깐 웃기고 마는 게 낫잖아요. ^^

다락방 2015-11-09 09: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건조기후님. 안따라가고 그냥 집에 갔으면 집가는 내내, 집에 가서도 찜찜했을 거에요. 속 끓였을 거고요. 맞아요, 잘한 것 같아요. 음..네, 잘한 것 같아요, 건조기후님.
:)

뽈따구 2015-11-0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일에는 정말 오지랍퍼라 아이가 혼자 길을 가면 ˝엄마는 어디계시니?˝하고 꼭 물어본다는......>,.<
바로 옆에 계시거나 하면 참 뻘줌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가 길을 잃고 헤매는 것 보다는 훨 낫잖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션 별 흥미 없었는데, 오늘 인용글을 보니 확 땡기는데요 ㅎㅎ. 아들냄 데리고 영화관 가야겠어요!!! ^^

다락방 2015-11-09 11:03   좋아요 0 | URL
네, 길을 잃고 헤매는 건 정말 안될일이죠. 앞으로도 오지라퍼가 되어야겠어요. ㅠㅠ
제 여섯살 조카도 쇼핑센터에서 길을 잃었던 적이 있고, 그래서 여동생이 엄청 겁을 먹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그 공포를 너무나 잘 알아요. 아 싫어요 그런 건 진짜 ㅠㅠ

마션은 책으로 읽고 있는데 책으로 읽다보니 영화가 보고싶어졌어요. 제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어떻게 그려질지 너무 궁금해서 말이지요. 게다가 마크 와트니의 캐릭터는 제 마음에 쏙 들어요! >.<

치킨보다피자 2015-11-1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처음 어쩌다 들어왔는데.. 너무 재밌어요!! 저도 글을 이렇게 통통 튀게 쓰고 싶어요ㅎㅎ 살아 있는 글>< 잘 봤어요!

다락방 2015-11-17 12:22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종종 인사 나누도록해요! :)
 















아직 되게 조금밖에 못읽었는데, 이 책을 어째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산화탄소와 수소 산소의 얘기, 물을 만들고 뭐가 어쩌고 되는 얘기가 자꾸 나와서 그런 문장 두 번 읽어도 뭔 말인지 잘 모르겠어서...일종의 멘붕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아, 그냥 이건 영화로 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자꾸 생각중인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자꾸 더 읽어보자, 하게 되는 건,


주인공의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식물학자인 그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법'을 내가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가 살아남고자 하는 것, 앞으로 얼마나 더 견뎌야하니, 이정도의 식량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이렇게 이렇게 하자, 하고 살아나갈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대단히 마음에 드는 것이다. 혼자 화성에 떨어진 상황, 좌절하고 절망하고 울고불고 난리칠 수 있을텐데, 


아무래도 좆됐다. (p.14)


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죽을 확률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로 어떻게 살아나갈까 생각하면서 자기가 아는 지식을 동원해 방법을 찾는 게 진짜 좋다. 물론 그 방법들이 다 성공하는 게 아니고, 실패하므로 좌절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실패를 맞닥뜨린 후에도 그는 그냥 손을 놓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고 행동에 옮긴다. 아직 초반이라 이렇지 끝으로 갈수록 그가 의지를 잃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가 이런 성향이란 것이 무척 좋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을 구하고자 왔다면, 나는 그가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자, 문제가 생겼군,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데 산소랑 수소랑 이산화탄소... 이런 얘기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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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11-0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뒤엔 무슨 기계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요. 그런데 묘하게 책장을 재밌어하며 넘기게 됩니다. 제가 다 알고 넘겼...을 리가 없쟎아요. 그냥 넘기세요. 어차피 저랑 락방님은 NASA에 원서 안 낼거니까;;;;

다락방 2015-11-05 13:41   좋아요 0 | URL
아 기계라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뭔가 읽다가 멘붕이 와서 ㅋㅋㅋㅋㅋ 어쩌지 하면서 계속 갈등하고 있어요. 나사에 원서를 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원 이것 참... 영화로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들어요. ㅋㅋㅋ

뽈따구 2015-11-05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건 공순이인 저에게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ㅋㅋㅋㅋㅋ
홧팅입니다! /^^

다락방 2015-11-05 13:42   좋아요 0 | URL
아, 뽈따구님껜 글쓰기 책이 그런 느낌을 줍니까? ㅋㅋㅋㅋㅋ 아 전 진짜 미치겠네요. 차라리 화면으로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활자로 읽어가며 이해하려니 당최 뭔 소린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리미 2015-11-0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도 물만드는 걸 몇페이지씩 읽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도 끝까지 갔던 기억이 나네요. 이공계가 적성인 사람들에 대해 외경심마저 들더군요. 근데 정말 미치도록 멋진 마크 와트니때문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근데.... 앤디 위어는 마지막까지 과학으로 괴롭혀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11-05 13:44   좋아요 0 | URL
이게 물이 대체 어떻게 나온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여튼 물을 만들었구나 뭐 이정도만 이해되는 수준이랄까요. 그래도 수확이라면 감자의 눈이 있는 부분만 잘라서 심어도 감자가 나온다는 것! 이건 제가 몰랐거든요. 반드시 통째로 심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마크 와트니가 살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사람이란 게 저는 무척 마음에 들어요, 오로라님. 그런데 마지막까지 괴롭히나요? 흐음... 흐음.....

그렇게혜윰 2015-11-0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우셔라 ㅎㅎㅎ

다락방 2015-11-05 15:02   좋아요 0 | URL
퇴근 길에 읽을건데 엄두가 안나요. 어쩐지 저는 중도에 포기할 것 같지 뭡니까!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5-11-0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영화로 봐야지 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5-11-05 15:26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을 때마다 영화로 볼 걸 그랬나...생각하고 있어요. -0-

무스탕 2015-11-05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로 봤고 책은 안 볼 생각이에요.
말씀을 듣고 보니 더 안 볼래요. 눈으로 확인하는건 같은데 머리에서 받아들이는건 전혀 다를거에요 ^^;;;
다락방님도 영화 보세요, 네? 네? 네?

다락방 2015-11-05 16:23   좋아요 0 | URL
흔들흔들... 그럴까요?
아 어쩌지....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5-11-0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보고 책을 읽어볼까 하던 참이었는데요^^; 식물학자니 감자키우고 물만드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뒤에가면 뭐든지 다 고치고 만들-_-;; 책은 어떤가 궁금했는데 다락방님 얘기들어보니 안 궁금해도 되겠어요ㅎㅎ

다락방 2015-11-06 09:27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책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 마크 와트니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

유부만두 2015-11-05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책이 더 재밌습니다요. 영화보시고 책도 읽으세요. 물은 사서 드시...

다락방 2015-11-06 09:27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지금은 감동 코드도 나왔고 말이지요. 으하핫.

기억의집 2015-11-0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 예로 산소만 으로 사는 게 아니고 기압이 적절해야 살아길 수 있다는 거이나 과학기술시대에도 아날로그 샐활, 예를 들어 해상에서 왜 아날로그인 육각의가 필요한지 등등 과학적 사실을 생활에 접목시켜서 더 재밌었어요. 중간에 약간 지루하긴 했어요. 다락방님 홧팅입니다!

다락방 2015-11-06 10:34   좋아요 0 | URL
네, 읽다보니 마크 와트니의 캐릭터 때문에 재미있어서 계속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15-11-0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도 말씀 드렸지만, `똥`얘기만 눈에 들어오던 저와는 달리...-_-:

다락방 2015-11-09 09: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좆됐다 머그컵 받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에게 선물했지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요 좆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가 있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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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5-11-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 떨어지는 코메디하나 보는 꼴입니다. 그것도 제가 낸 세금으로요. 그리고 그 코메디극은 정말 비극적이네요. 절망적입니다.

다락방 2015-11-05 09:09   좋아요 0 | URL
제가 밑줄 그은 부분 중에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공산주의자 죽마고우를 놓아준 행위가 비판받았다` 를 보니,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명확히 보입니다. 그들은 정말, 정해준 길로만 가야하고 정해준 것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재는재로 2015-11-0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미디는웃기기라도하지이건웃기지도않고 울분만차오르는

다락방 2015-11-05 09:10   좋아요 0 | URL
네, 이렇게나 많이 이렇게나 여러군데서 반대를 하는데도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으니,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Clou:Do 2015-11-0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노자님의 글이... 속이 너무도 쓰립니다.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이들과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더욱 쓰립니다. 저도 문제의식만 있을 뿐 무엇을 할 수 있겠는지요... 그저 노이즈 마케팅 정도에 휘둘리고 마는 것이 아닌 분명한 의사 전달이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락방 2015-11-05 09:10   좋아요 0 | URL
부끄럽죠.. 부끄럽습니다.박노자님의 글을 읽고 저도 부끄러웠어요. 국민의식에 뭔가 문제가 있는거구나, 저부터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아-

2015-11-04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1-05 09:11   좋아요 0 | URL
다른 분이 알려주셔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transient-guest 2015-11-05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탄핵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저도 한국인의 집단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다락방 2015-11-05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젠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나라 사람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요. 이런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 저로서도 믿기지가 않아요.

단발머리 2015-11-0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까지 오고 나니까, 선거 후에 바로 부정선거에 대한 조사 또는 국민적 항의가 있어야되었던 건 아닌가,
많이 아쉽습니다.
박노자 같은 분이 이해하기 어렵겠죠.
어째서, 너희 나라 사람들은 가만히 있냐.

다락방 2015-11-05 09:13   좋아요 0 | URL
나라가 점점 더 이상해져요. 그리고 대통령은 이런 나라를 더 이상하게 만들려고 해요, 단발머리님. 이상하게 만드는 데 동조하지 않으면 국민이 아니라고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말해요. 여긴 정말 이상한 곳이에요.

Clou:Do 2015-11-05 09:50   좋아요 0 | URL
박노자님도 현직 우리나라 사람입니다. ㅎ 그러니 애정의 쓴소리를 토해놓는 것이지요.

단발머리 2015-11-05 09:51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진짜 우리나라 사람이죠. 우리도 같이 걱정 좀 해야하는데.... 나라걱정 TT

곤곤 2015-11-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인가 하는 저 여자분 ˝역사교과서는 시작일 뿐이고, 문학교과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 뉴스에서 봤는데, 정말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도대체 문학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여기가 정말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하는 생각이 심각하게 듭니다. ㅠㅠ

다락방 2015-11-05 13:39   좋아요 0 | URL
네, 저 사무총장이라든가 자유경제원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다른 교과서도 다 바뀌어야 한다고... 지금 여기의 우리들에게는 소름이 끼치는데, 저 기사 사진 밑에 보면 아시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영웅`이라 불리기도 하네요. 참나원...

포스트잇 2015-11-0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민의 힘이 너무 약해져 있어서...더 나빠질 거에요...ㅠ ㅠ

다락방 2015-11-06 15:53   좋아요 0 | URL
시민의 힘은 왜이렇게 약해진걸까요? ㅜㅜ
 
다 돌아오면 뗄거다

저도 다 돌아오면 떼겠습니다.

아니, 다 돌아와도 오랫동안 떼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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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from Sweet Dream 2015-11-06 23:06 
    '알케'님 서재에 '먼댓글'로 적을까 하다가..'다락방'님 서재로 알게 되어서(게다가 다락방님 가방도 찍었어...ㅎㅎ) 다락방님 서재로 '먼댓글' 달았어요. 이 리본을 달고 나가면, 보수적인분에게 책안잡히려고 양보도 많이하고 바르게 행동하려고 더 노력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언니랑 잠깐 역사책 국정화 이야기 나누다가, 옆에 앉아있던 할아방들도 그 이야기라를 하시는지라 귀가 살짝 그쪽으로갔다가 울화통 터져서.... 미칠뻔했어요.
 
 
기억의집 2015-11-0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콧등이 시큰하네요......

무스탕 2015-11-04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가방에도요..

아무개 2015-11-0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호도 아직 전혀 해결이 안되었는데
젠장맞을 국정화 교과서 까지.......

단발머리 2015-11-05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네들이 원하는건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잊는 거겠죠.
세월호를 잊어버리고, 그 한많은 부모들을 잊어버리고, 친구 잃고 울고 있는 아이들을 잊어버리는 거...
그런걸 원하겠죠. 에휴............

버벌 2015-11-0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가방에 달아놨어요. 오랫동안 떼지 못할것 같습니다
 
마이 시크릿 닥터 -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꼭 묻고 싶은 여자 몸 이야기
리사 랭킨 지음, 전미영 옮김 / 릿지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쓴 저자의 가장 큰 미덕은 어느 하나의 가치가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각자가 모두 다른 생각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기꺼이 인정하고, 그러므로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는 걸 계속해서 말해준다. 출산에 대해서도 그렇다. 본인이 아이를 낳았고 거기에서 기쁨을 크게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는 것과 낳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린 일이라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아이를 낳는 걸로 선택했다면, 거기에서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지 않는 길을 가기로 했다면, 그 길에는 또 그 길 나름의 재미와 의미가 있다, 고 말해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현실에서 결혼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사 본인이 행복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너도 결혼해야지'를 얘기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이를 낳아봐야 어른이 되지' 같은 말을 지껄여대는데, 이 닥터는 전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항문 섹스를 너가 하고 싶어? 그러면 해. 넌 뭘 원해? 그렇다면, 니가 원하는 대로 해. '내가 해보니까 진짜 좋더라' 하면서 좋은 사람인 척 강압하는 일도 저자는 하지 않는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 니가 니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선택하라고 말해주는 것이 내게는 참 좋더라.



부모가 되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상황이 당신을 선택할 수도 있다) 도로 교차로에 서는 것과 같다. 한쪽 길은 그 나름의 기쁨과 슬픔이 있는 아이 없는 생활로 통한다. 당신이 그 길을 택했다면 더 자주 여행을 하고, 더 많은 시도를 하고, 소녀 같은 외모를 간직하고, 더 많은 자유를 누릴 것이다. 한편 어머니의 길을 선택하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을 기쁨의 순간을 자주 만날 것이다.

어머니가 되기를 '권장'하느냐고 환자들이 물어 오면, 나는 아이를 갖는 것을 조금도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나는 두 길 중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아이 없는 길을 선택했다면, 혹은 이 우주가 내게 아이를 낳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아주 달랐겠지만 그래도 분명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미 나는 한 쪽을 선택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딸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건 흑백,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다른 것일 뿐이다. (p.295)



내일모레 마흔이 되지만, 이런 내게도 여전히 산부인과는 가기 꺼려지는 곳이다. 산부인과적 질병이 의심된다해도 자꾸만 망설이게 된다.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들어서서 의사 앞에 다리를 벌리는 순간은, 몇 번의 진찰 경험이 있다해도 여전히 낯설고 부끄럽다. 어서 빨리 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남자 의사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혹시나 싶어 여자 의사를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여자 의사 앞에서도 다리를 벌리고 내 안을 보여준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두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일이다. 그러니 사소한 내 안의 증상들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병원에 간 김에 닥터에게 질문한다해도, 내가 궁금한 모든 것을 질문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런 질문들은 아무리 오랜 세월 친하게 지낸 친구라 해도 공유하기 어렵다. 내 밑에서 나는 냄새, 내 밑에서 나오는 분비물. 이게 과연 정상적인건지, 다른 사람들은 어느정도인건지, 대체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이거 괜찮은건가? 다른 사람들도 이러나? 라는 생각만 한 채 매일매일 씻고 속옷을 갈아입는 게 전부.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해준다. 냄새가 나는 것도, 분비물이 나오는 것도 지극히 다 정상이라고 말해준다. 그곳에서는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이 책의 저자 '리사 랭킨'은 말해준다.



하지만 여성들이여, 질에서는 냄새가 나게 되어 있다! 존경하는 이브 엔슬러가 쓴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라. 엔슬러가 여성의 질에 대해 한 역할은 마틴 루터 킹이 시민의 권리에 대해 한 역할과 맞먹는다.


내 질은 씻을 필요가 없어. 씻지 않아도 좋은 향기가 나니까. 꾸밀 것 없다고. 보지 냄새가 나는 그곳에서 장미 꽃잎 향기가 난다는 남자의 말을 믿지 마. 남들은 깨끗이 씻고, 질에서 욕실 스프레이나 꽃밭 냄새가 나게 하려고 애쓰지. 꽃, 딸기, 비 냄새를 풍기는 그 모든 질 세척 스프레이들로 말이야. 하지만 나는 내 보지에서 비 냄새가 나길 바라지 않아. 기껏 생선을 조리한 뒤 비린내를 없애겠다고 박박 씻어버리다니. 나는 생선 맛을 느끼고 싶어. 그래서 생선 요리를 주문하는 거야.


오, 자매들이여! 거기선 음부 냄새가 나게끔 되어 있었던 것이다! (p.85)




음부의 냄새와 분비물, 임신과 출산, 생리, 섹스, 오르가슴, 유방, 폐경에 이르기까지, 산부인과에 대해 다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리사 랭킨은 다 대답해준다. 심지어 항문섹스까지. 자위행위에 대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위행위란 숨어서 해야 하는, 누가 보면 안되는, 어쩐지 부끄럽고 나쁜 짓, 같은 인식을 어릴때부터 받아왔는데, 리사 랭킨은 자위행위를 즐기라고 말한다. 심지어 어떻게 즐기면 되는지까지 인용해주더라. 그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쁘다고, 숨겨야 한다고, 이런 나를 아무도 모르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을, 리사 랭킨은 드러내놓고 당당히 말한다. 너가 그걸 원한다고? 그러면 해! 너는 네 몸을 사랑해야해!! 이 책을 읽고나니 나도 이제 바이브레이터 하나쯤은 구매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 구비해놔야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즐기고 싶을 때 즐길 수 있도록. 하아- 그렇지만 나는 지금 아빠,엄마,남동생과 같이 살고 있고, 그렇다면 바이브레이터가 식구들 누구에게 들킬 위험이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식구들이라면, 보수적인 우리 부모님들이라면, 발견하는 순간 멘탈에 붕괴가 찾아오실 듯....게다가 그걸 눈으로 발견하지 못한다해도, 내가 집 안에서 그걸 쓰다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내가 잘은 모르지만, 그거...소리도 나지 않나? 그렇다면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을까? 역시, 독립이 먼저인 걸로.....




일전에 포르노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것이 그릇된 성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걱정된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역시 비슷한 언급이 나온다. 모든 여성들은, 심지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완벽한 몸을 갖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몸에 대해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 가슴이 너무 처진 게 아닌가, 허벅지 셀룰라이트는 어쩌지, 내 그곳은 너무 흉측하게 생긴 게 아닌가 등등. 때때로 어떤 여자들은 사귀는 남자들로부터 몸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하더라. 개놈들.. 누군 할 말이 없어서 안하고 있는 줄 아나..

어쨌든, 리사 랭킨은, 우리의 몸은 하나하나 다 아름답다고 말해준다. 자신이 산부인과 닥터로서 만나는 몸은 바로 여러분들의 몸이라며. 다들 그렇게 생겼다고.



'에어 브러싱' '포토샵' '수술'이라는 단어들을 당신이 왜 떠올리지 않는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포르노에 나오는 여성들과는 음부의 생김새가 다르다. 포르노 스타들은 너나없이 음순이 깔끔하고 작다. 처지지 않고 착 달라붙어 있는 음순 위로 음모가 단정하게 한 줄로 나있다. 그녀들의 분홍빛 음순은 내가 현실에서 보는 것처럼 거무튀튀하지도, 길지도 않다. 자세히 뜯어보면 알겠지만 그들에게는 셀룰라이트, 사마귀, 출렁이는 뱃살, 두꺼운 허벅지, 수술 흉터도 없다.

음… 이제야 뭔가 수상하다고? 그렇다. 포르노에는 내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진짜 모습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현실 속의 그곳은 생김새, 크기, 색깔이 모두 다르며 눈송이처럼 각자 고유한 모습이다. (p.63) 




내가 내 자신에 대해 몰랐던 걸 알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리사 랭킨은 끊임없이 '너는 소중한 사람이다' 라고 말해준다. 네가 가장 원하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서 선택하라고 말한다. 리사 랭킨은, 모성이란 것이 아이를 낳는 순간 똭-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해준다. 아이가 예쁜 것과 별개로 우리들은 모든 걸 버리고 도망가고 싶어지고 우울해진다는 것까지도.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들이 세상에 얼마 있지 않다는 것도 말해준다. 굳이 내가 어디쯤에 서있는건지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들이 어떤 걸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있는지 아는 건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리사 랭킨은 본인과 본인의 친구들, 친척들, 그리고 자신이 만난 환자들의 경험사례를 계속해서 들려준다. 그리고 끊임없이 책을 읽는 독자들, 특히나 음부에 대해 수치스러워하고 숨기고싶어하고 민망해하는 여자들을 격려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여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여자가 여자에게 선물하기에도 맞춤한 책이다. 유용한 정보 또 안도감을 포함해서 재미까지 있으니까. 그러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기 위해, 그리고 쌍놈이 되지 않기 위해 남자들도 읽어야할 책이다.


밑줄 그은 부분이 아주 많은데, 그건 밑에 밑줄긋기로 옮기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던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트윗에서 누가 이 부분을 인용한 걸 보고 읽기로 결심했더랬다. 가슴이 많이 아플테지만, 다같이 이 부분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환자 대부분이 소말리아 난민 여성인 보건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환자 중 대다수가 어린 시절에 통과의례의 일종으로 성기를 훼손당한 상태였다. 소말리아 등 일부 아프리카 문화권의 여성들으느 사춘기 이전에 음순과 음핵을 절단하는 의식인 '할례'를 치른다. 소변 배출을 위해 성냥개비 두께의 구멍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모두 꿰매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아야 성인 여성으로 인정받고, 다른 소녀들의 성기 절단 의식에 참여할 수 있다.

내가 만난 환자 대부분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적 의례를 옹호했다. 나도 자문화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의료 종사자로서 또 페미니스트로서 그 의식이 야만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여성 성기 절단이 불법이지만 음성적으로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 의사로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이주 여성들을 교육하고 딸들에게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성기 절단을 당한 여성도 성관계와 출산이 가능할까? 그렇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할 만한 장면은 아니다.

성기 절단을 경험한 소마야는 남달리 의식이 깨어 있는 소말리아 여성이었다. 결혼을 앞둔 그녀는 첫날밤을 치르기 전에 수술로 막힌 부분을 열어 달라며 나를 찾아왔다.

"머리에 멍이 들긴 싫거든요."

무슨 소린지 어리둥절했다. "멍이라고요?" 음부에 멍이 든다면 그래도 이해가 되지만 왜 머리에?

"네, 맞아요. 첫날밤에 남자들이 그런 식으로 하거든요. 여자를 벽에 기대 세워 놓고 거기가 찢어져 열릴 때까지 음경으로 밀어붙여요. 난 찢어져서 열리는 것도 싫고 머리에 타박상을 입는 것도 싫어요." 그녀는 감정을 전혀 내비치지 않고 건조하게 말했다. 반면에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성기 절단 여성은 겨우 소변을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구멍만 남겨진 상태로 질이 닫혀 있다는 것을 통해 남편과 시집에 성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는 중매결혼에서 신부에게 요구하는 필수 조건이다. 남자는 첫 성관계를 할 때 흉터 조직을 힘으로 찢어서 막힌 부분을 연다.

일단 질이 열린 뒤 찢어진 상처가 아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성관계를 하면 질은 항상 열린 상태가 된다. (그때 여성들이 견뎌야 하는 극심한 고통을 떠올리면 오금이 저린다.) 질이 열린 여성은 임신이 가능하며, 출산한 뒤에는 조직 파열로 인해 대개 질이 더 넓어진다.

당연히 성기 절단의 후유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결한 절단 기구 사용 등으로 인한 합병증 탓에 죽는 걸 용케 모면한다 해도, 많은 여성들이 만성적인 요로감염증, 성교통, 불감증, 누공(질과 방광 사이, 요도와 질 사이, 직장과 질 사이에 뚫린 구멍. 그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것은 직장과 질 사이의 구멍이다. 거기 구멍이 뚫리면 질을 통해 대소변을 흘리게 된다)에 시달린다. 성기 절단 합병증은 아기한테도 영향을 미친다. 폐쇄분만으로 인해 태아가 해를 입거나 사산될 수 있다. (p.70-71)

면도칼은 털을 절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표피층을 깎아 버리기 때문에 피부에 상처를 낸다. 그러면 우리 몸은 상처 입은 조직을 치료하기 위해 그 부위로 향하는 혈액량을 늘리고, 이 때문에 피부가 마치 화상을 입은 털 뽑힌 거위처럼 된다. 또 주름진 모낭들이 깎이고 손상돼 피부가 울퉁불퉁해진다. (p.53)

이제 사십 대에 접어든 나는 내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 느낌이 즐겁다. 우리 사회는 성생활을 젊음이나 아름다움과 결부시키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성으 ㅣ완전한 풍부함을 진정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는 남들이 기대하는 얼굴을 떨쳐 버림으로써 참된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진정한 성적 황홀감을 느낄 수 있는 잠재력이 그제야 눈을 뜬다. 내가 그 길로 막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단순히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어떻게 합치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길로. (p.103-104)

섹스와 오르가슴은 건강에 좋다는 게 사실인가?

그렇다. (만세!) 분명히 그렇다. 아찔한 쾌감을 주는 것 외에도 섹스, 오르가슴은 물론 자위행위도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저명한 성 연구자이며 뉴저지 주립 대학교 명예교수인 비벌리 휘플(Beverly Whipple)박사는 섹스의 검증된 이점을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장수에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섹스를 하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낮아진다
-유방암 위험이 낮아진다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체력이 좋아진다
-자궁내막증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생식 능력이 확장된다
-생리 주기가 규칙적으로 유지된다
-생리통이 완화된다
-조산 위험이 낮아진다
-만성 통증이 누그러진다
-편두통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
-우울증 위험이 감소한다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자존감이 높아진다
-파트너와의 친밀성이 강화된다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


이런 증거가 산처럼 쌓여 있다. 오르가슴은 그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유익하다. (p.140-141)

(침대에서 여자들은 어떤 걸 원할까? 에 대한 대답들 중)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에게 섹스와 사랑은 하나로 얽혀 있다. 섹스 자체를 위해 섹스를 즐기는 여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성에게 섹스는 사랑의 표현이다. 소중히 여겨진다고 느끼지 못하면 당신이 아무리 원해도 여성의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를 다정하게 대하라. 그러면 쾌락은 자연히 따라 올 것이다. (p.143)

우리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모욕감을 느끼지 마라. 일부 축복받은 여성들은 야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절정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삽입성교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우리의 오르가슴에만 에너지를 쏟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만족을 안겨 줄 많은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우리를 기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되 우리를 압박하지 마라. 많은 여성들은 테크닉이 뛰어난 파트너와 섹스를 하면서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 (p.145)

행위가 끝나면 우리를 꼭 껴안아라. 몸을 홱 떼고 스포츠 중계를 보러 가지 마라. 우리는 섹스할 때 무방비 상태로 자신을 드러냈고 섹스 후에는 탈진한 상태가 되었다. 행위가 끝나도 당신이 여전히 곁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다. 우리를 안고 조금만 더 곁에 있어 달라. (p.147)

나는 유효성이 증명된 음핵 자극을 통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편이고 안타깝게도 삽입성교만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30퍼센트에는 들지 못한다. 샐리를 비롯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황홀경에 빠지는 걸 보고 한때는 나도 삽입성교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의대에서 공부하던 시절처럼 죽기 살기로 노력하면 가능할 줄 알았다.
(중략)
그 일로 나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오르가슴은 자의로 만들 수 없다는 것. 그건 하려고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다른 많은 일들처럼 그저 순응할 수밖에 없다. 손에 넣으려 애쓰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 (p.149-151)

질 분비물이 골칫거리라는 건 잘 안다. 분비물은 팬티를 더럽히고, 끈적끈적 불쾌한 느낌을 주고, 음모에 딱딱하게 말라붙는다. 도대체 분비물은 왜 나오는 걸까? 우리는 왜 그런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
질은 입이나 코처럼 점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점막은 세균이 득실대는 외부 세계와 우리 몸의 섬세한 내부 기관 사이에 놓인 출입문이다. 질은 해야 할 일이 있으며, 질 분비물은 그 중요한 기능의 일부를 담당한다.
분비물은 질을 깨끗하게 만든다. 분비물이 몸 밖으로 나오면서 질 속의 늙은 세포들을 제거해 새롭고 건강한 세포들이 생겨날 자리를 만든다. 또 분비물은 질의 감염을 막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바람직한 산성 pH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피부의 수분을 유지하는 기능도 있다. 분비물이 없다면 질이 말라서 가렵고 아플 것이다. 그러니 질 분비물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고맙게 여기자. 모든 존재에는 다 이유가 있다. (p.179-180)

이 문제는 그냥 내 말을 좀 들었으면 좋겠다! 마사지를 받은 뒤 유산 했더라도 마사지가 원인은 아니다. 유산은 그냥 벌어지는 일이다. 당신이 한 어떤 행동과도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 비정상적인 아기를 가진 채 계속 배가 불러 가지 않도록 자연이 당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p.243)

입덧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HCG 라는 체내 호르몬 수치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게 주된 이론이다. 원인이 뭐든 간에 입덧은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건강한 신호다. 입덧이 없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입덧을 하는 것은 좋은 징조다. 입덧을 한 여성은 유산 또는 사산의 가능성이 더 낮다. 그러니 밝은 면을 보자. 입덧 때문에 못살겠다고 한탄하지 말고 생각의 틀을 바꿔 보라. 자연은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입덧으로 당신에게 알려 주는 셈이다. (p.251)

경막외마취를 통한 분만은 경솔한 선택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경막외마취 및 그때 쓰는 진통제에는 분명 나름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자연 상태의 진통을 방치하는 데에도 역시 위험이 따른다. 진통을 통제하기 위해 의사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미국의 대형 병원에서 분만하는 여성의 70퍼센트는 그 방법을 선택한다.
그런데 아기를 낳을 때는 고통을 느끼는 게 정상일뿐더러 필요한 일이고, 약을 써서 진통을 경감시키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목소리 높여 설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그들의 개인적 신념에 대해서는 최대의 사랑과 존경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통할 때 마취제를 쓰고 싶지 않다면 당신은 쓰지 마라. 하지만 당신의 친구, 자매, 동료, 이웃이 임신했을 때는 그런 생각을 마음에만 담아 두라. 그건 당신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사자의 몫이다." (p.267)

부탁한다. 부디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앤젤리나, 케이티, 하이디, 니콜, 할리와 비교하지 마라. 우리 대부분은 애초에 그들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 그런 우리가 아기를 낳은 뒤의 모습이란… 잊어버리자. 자신을 슈퍼스타와 비교하는 건 불안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슈퍼마켓 계산대에 `출산 후 몸매 관리`기사가 붙어 있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속이 메스꺼워진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여성들인데, 아직도 압력이 더 필요한가? 산후6주 검사를 받을 때쯤엔 슈퍼모델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이게 뭔 개소리야! (p.278-279)

당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그런 말은 흘려들어라. 느껴지는 그대로 느끼고, 죄의식, 수치, 후회에 사로잡히지 마라. 꿈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는 슬픔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런 실망감을 숨기는 것이야말로 산후우울증 같은 심각한 문제를 부른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기쁘면 기쁜 거고, 슬프면 슬픈 것이다. 필요하다면 산후 심리문제를 다루는 데 증숙한 치료사에게 도움을 구하라. 하지만 초조해하지 말자. 그런 감정을 겪어내고 나면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사랑이 당신 속에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아이의 성별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p.299)

나도 조만간 폐경을 맞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나 역시 폐경이 두려웠다. 안면 홍조, 식은땀, 기분 변화, 머릿속 안개, 불면증, 질 건조증, 피부 변화, 체중 증가를 환영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삶의 변화가 임박해 오면서 두려움을 떨쳐 내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껏 과거로 돌아가길 바란 적이 한 번도 없다. 해마다 가르침을 얻고 성장을 경험했다. 신은 불안, 허영, 자존심, 이기적 선택으로 점철된 이십 대를 다시 살 기회를 주지 않는다. 삼십 대 때는 또 어땠나? 이십 대보다야 나았지만 진정한 소명에 눈을 뜨지 못한 채 좀비처럼 사는 나날이었다. 그러나 사십 대로 접어든 지금은 전혀 다르다. 팔자주름과 희머리, 검버섯이 생겼지만 그런 건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젊음의 광채는 퇴색하고 만다. 하지만 진정 되고자 했던 존재를 향해 나아감에 따라 우리는 다른 종류의 빛을 발하게 된다. (p.300-301)

대부분의 사람들은 합병증 없이 애널섹스를 즐길 수 있다. 내 환자들 중에도 수십 년 동안 정기적으로 애널섹스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애널섹스를 하기 전과는 배변 느낌이 달라서 변이 그냥 엉덩이에서 쑥 빠지는 느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의사인 내 눈으로 보면 애널섹스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항문은 좀 다르다. 직장 검사를 할 때 보면 뭐랄까, 좀 헐거운 느낌이다.
항문괄약근을 억지로 벌리면 손상을 입어 변을 흘리거나 방귀를 통제하지 못할 위험이 높아진다. 한 유명 포르노 배우가 최근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서 방귀를 끼고 말았는데(웃기려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 장면을 본 나는 애널섹스를 많이 한 탓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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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11-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말리아 여성의 고통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 ㅠㅠ

다락방 2015-11-04 11:36   좋아요 0 | URL
너무 가슴이 아프죠. 어릴때부터 어마어마한 학대를 당하는건데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아요. 울컥 치밀더라고요. ㅠㅠ

살리미 2015-11-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례는 정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요. 문화 상대주의고 뭐고간에 인간을 기본적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풍습은 악습이고 폐단이죠!
다락방님이 흥분하셨을때 진작 이렇게 좋은 책일거라 예상은 했지만 정말 좋군요!!!

다락방 2015-11-04 15:56   좋아요 0 | URL
네 문화라고 해도 용인되지 못할 것이 아닌가 싶어요. 맙소사, 여성의 성기를 꼬매버리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일전에 [데저트 플라워] 보니, 소독도 제대로 안하고 그저 아무데서나 자르고 꼬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푸는 과정도 저토록 다쳐야 하다니...너무 속이 상했어요, 오로라님.


2015-11-04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4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llas 2015-11-0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라고 옹호되면서 자행되는 폭력은 언제쯤 사라질까요 ㅡㅡ

다락방 2015-11-04 15:57   좋아요 0 | URL
폭력이죠, hellas 님. 이건 문화라고 보고 넘겨야하는 게 아니죠. 이건 폭력이에요. 말씀대로 언제쯤 사라질까요..

hellas 2015-11-04 16:10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문화랍시고 포장해서 그딴 야만을 행하는거 진짜 역겨워요 ㅡㅡ

에이바 2015-11-0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의 꽃, 책으로도 읽고 영화로도 봤어요.. 여성할례 정말 끔찍하고 야만스러운 행위죠. 문화라 포장되는, 기저의 사고방식...

다락방 2015-11-04 17:08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만 봤는데요, 여자가 병원가서 치료를 받으려고 하자, 같은 나라 출신의 남자 간호사가 절대 그러지말라고 자신의 언어로 협박하는 거 보고 진짜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나요. 하아-

단발머리 2015-11-0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방송에서 한비야씨가 여성할례에 대해 말하고 나서, 전 그 때쯤 알게 됐어요.
그 많은 여성들이 그 극심한 고통가운데 있는데, 사람들은 말하지 않고, 우리는 모르고...

내가 이 나라에 태어나 다행이라는 안도가 오늘 이 시간 괜찮은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이런 악습이 문화의 이름아래 자행되는 나라가 많다는게 너무 슬프고,
그 희생자인 어린 여자아이들 때문에, 정말 마음 아픈 아침입니다.

다락방 2015-11-05 09:29   좋아요 0 | URL
태어나길 그런 환경속에서 태어나고 또 그런 환경속에서 자란다면, 그냥 다 그런줄로만 알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영화 [데저트 플라워]에서도, 할례를 받고 잘못된 여성이 자신의 발로 병원을 찾고 그것이 나쁜것이다,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환경을 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배우고 이야기 나누고 또 다른 많은 문화예술을 접한다는 것은, 여기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할례는 정말 끔찍하죠. 정말 끔찍합니다. 저는 할례를 하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푸는 것도 저렇게 고통스러울 지는 몰랐어요...

1004ajo 2015-11-08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엔 참 어마어마한 일들이 있네요.

다락방 2015-11-10 15:2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렇습니다. 말도 안되게 나쁜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