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간 달리기를 해서 살이 쫙쫙 빠졌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간에는 역대급 몸무게를 찍은 적도 있었다. 사실 그건 달리기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약 부작용 때문인 것 같지만, 어쨌든 달리기 했다고 살이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8주간 해왔는데, 8주 전에는 이만큼 덜 움직였는데, 그렇다면 살이 빠지는 게 맞지 않아? 혹시나 싶어 오늘 아침 저울 위에 올라갔는데 아이고 깜짝이야 살이 .. 쪘네? 왜 어제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 하다가 어제 저녁 내가 먹은 것들을 생각하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래, 이렇게 만든 건 나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다.
그러니까 어제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요즘의 소울 푸드를 나에게 먹이기로 했다. (소울푸드 좀 많은 사람)
그것은 딴딴면과 소룡포!
사실 만두는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는 아닌데, 이상하게 딴딴면과 함께 소룡포를 먹으면 그게 그렇게나 좋더라.
만두는.. 좀 별로다, 나는. 만두 좋아하는 사람들 많은데 내 경우엔 떡국, 떡만둣국, 만둣국 중에서는 고민없이 떡국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어제 주문한 딴딴면!
그리고 소룡포!!
아니, 너무 비쥬얼부터 힐링 되지 않나염??
그렇게 나는 열심히 먹는다. 헤헷, 딴딴면 먹다가 소룡포 먹고 딴딴면 먹다가 소룡포 먹고. 우히히히.
그래서 짜잔-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었고, 헤헤 사진 찍어야지,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이거 해야지, 하고 핸드폰 들려는데, 이건 치워드릴게요, 하면서 갑자기 직원이 오더니 소룡포 그릇 치워버렸... 나는 조금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사진 찍게 가져가지 마세요!' 하기가 좀 거시기해서 냅뒀다. 하는수없이 없었습니다 사진은 이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잘 먹었다. 이러니 내가 살이 빠질 리가 있나. 다이어트에 딱히 노력하지 않는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이대로 계속 살이 찌게 둘 순 없으니 노력 좀 해볼까? 어떻게? 그건 차차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리고 어제 집에 가보니 알라딘 박스가 도착해 있었다. 다정한 친구가 보내준 선물인데, 다락방의 고모버전을 위한 것. 짜잔- 수요일의 책탑 되시겠다.
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렇게나 많은 책을!! >.<
[수박수영장]은 구표지로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둘째조카가 어쩌면 셋째조카가 낙서를 해가지고 ㅋㅋㅋ 아무튼 그게 지금 아가 조카에게 가 있긴 하다. 아가 조카가 좋아함.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표지의 수박 수영장이라니. 아가 조카가 좋아할 것 같다. 이 책들 한꺼번에 주면 조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 너무 조카 만나고 싶네. ㅋㅋㅋㅋ 약과는 조카 안주고 내가 가져왔다. 먹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친구여! 세상에 고모 버전의 다락방을 위한 선물도 보내주는 친구라니. 지난번에 알사탕 보내준 친구도 그렇고. 고모 버전 다락방을 생각해주는 알라디너 들이 있어 정말 알라딘 넘나 소중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잘 자라는 바질 좀 보고 가실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좀 나눠 심어야 하는데, 나도 아는데, 그런데.....
요즘 '박완서'의 [나목] 을 읽고 있다.
미군들을 대상으로 스카프나 손수건에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하는 상점에서 주문이나 계산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경'이 주인공인데, 그녀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화가들을 '환쟁이'라 부르면서, 그러나 새로 들어온 환쟁이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 환쟁이는 아내도 있고 자식도 다섯이나 있는데... 하아- 아무튼 엄마랑 둘이 사는 그녀의 집에 큰아버지가 찾아왔다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타락했다고 걱정이 태산(유부남을 사랑하게 된 건 모른다). 자신을 따라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자고 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그리고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큰아버지의 딸로부터 편지가 왔다. 아버지가 언니 타락했다고 걱정이 크셔, 하고. 그러자 빡친 우리의 경이 답장을 쓴다.
참 내가 타락했다고. 너의 아버지도 망령이시지. 난 그동안 좀 멋쟁이가 됐거든. 그뿐이야. 아버진 계집애들이 어떤 시기에 갑자기 부쩍 어른스러워질 수도 있다는 걸 통 이해하려 들지 않으시나 봐. -p.123
이게 참 이상한게, 여자들이 멋쟁이가 되고자 하는 건 남자(혹은 타인)들한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이고 남자들도 여자들이 자신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꾸미기를 원한단 말야? (그걸 거부하는 탈코여성들을 남자들이 싫어합니다.) 그런데 자기 소유의 여자라고 생각되는 여자들, 아내나 딸들에 대해서라면 그런 식의 멋을 내는 걸 싫어한다는 거다. 책 속에 등장하는 '타락한' 이라는 수식어는 가부장제에서 자신의 사유재산에게는 결코 허용할 수 없는 단어지만, 그러나 그런 놈들이 바깥에 나가 다른 여자들을 만날 때면 그녀들의 타락을 바라지 않나. 이건 한국에서만 그런 건 아니고, 브리저튼 시리즈 1편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장면인데, 큰오빠가 여동생들의 사프롱을 자처하고 항상 그녀들을 지키고자 하지만, 그러나 파티가 있기 전에 후다닥 다른 여자랑 섹스한다. 그녀와는 그런데 결혼은 안할거래, 세컨드로 삼을 수는 있지만. 결혼은 다른 남자랑 한 번도 자본 적 없는 여자랑 할거고 매일매일의 섹스는 타락한 여자랑 할거고. 너무 지랄스럽지 않나. 결혼 전에 남자랑 자는게 타락한 여자라면, 결혼 전에 여자랑 자는 남자는 어떤 남자냐? 그 남자에게도 타락이란 말을 쓰냐? 좆까라 그래 진짜.
아니,
아름다운 책과, 바질과, 딴딴면 사진을 올려두고 갑자기 빡친 글로 끝맺겠네? 껄껄.
책이나 사러 가야겠다. 마거릿 애트우드 신간이 재미있는가 봅니다. 후훗.
슝 =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