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평을 모른다.
내가 써 본적도 없고 쓸 생각도 없는 글이다. 몰라서 못썼고 못쓰니까 몰랐다.
6월 <정희진의 공부> 팟빵에서는 영화 <섹, 계>를 비평한 독자의 글을 정희진 쌤이 읽어주며 합평을 해주셨다. 일단 원글을 읽어주시는 동안 와, 잘썼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으응? 여기서 왜 그런 전개가? 한 부분이 있었는데-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언급후에 이어지는 뒷부분이 맥락상 생뚱맞다 생각했음- 전체적으로 참 잘 썼구나 싶었던 거다. 그런데 정희진 쌤은 그 글에 대해 여러 부분을 지적하셨다. 물론 그 글이 잘 쓴 글, 질문을 던지는 글임은 언급하셨지만, 이렇게 짧은 글에 같은 단어가 여러차례 반복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 내가 어떤 관점으로 볼건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것'은 글에 가급적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등, 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들을 지적하시는 거다.
정희진 쌤은 팟빵에서도 여러차례 글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말씀하셨더랬다. 글쓰기가 어려워 글을 읽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가져오기도 하셨고, 글쓰기가 너무 힘들어서 간식도 많이 드신다고(?) 하셨더랬다. 글을 쓰는건 어려우니 읽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라고 되물으신 적도 있었더랬다. 나는 그런 말들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하는 편이었다. 글쓰기가 뭐가 어렵지? 그냥 쓰면 되는데. 다다다닥~ 하고 쓰면 되는데.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팟빵을 듣다보니 선생님께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를 너무나 잘 알겠더라. 머릿속에 잘쓴글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고 그걸 지키려고 하다보니 어려운 게 아닌가. 퇴고까지 수차례 본인이 쓴 글을 읽어본다 하셨는데, 아, 이러니까 어렵구나, 싶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 표현이 더 적확하겠다.
'내가 이런걸 안하니까 쉽구나.'
즉, 나란 사람, 퇴고까지 몇 차례 글 읽어보는 과정?
안한다.
내 글에 '것'이 얼마나 들어갔나 살펴보기?
안한다.
내가 어떤 관점으로 글을 쓸 것인가?
이건 내 머릿속에 있지만 그게 정리가 되는건지는 모르겠다.
같은 단어의 반복?
체크해본 적 없다.
물론 선생님이 쓰시는 글은 지면을 통해 발표하게 되고 선생님의 이름 석자 너무나 유명해서 본인이 쓴 글에 더 꼼꼼해지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합평 코너 들으면서 나는 내 글에 대한 지독한 반성을 해야했다. 아, 글 너무 막쓰는구나. 써놓고 다시 읽어보지도 않아서 일단 오타부터 수차례이고 나중에 시간 지나 다시 읽어보면 비문도 수두룩하며 문장 호응 어쩔거야. 그런데 그냥 둔다. 나는 인터넷에 공짜로 올리는 글이기 때문일까? 내 글쓰기, 이대로 좋은가. 나는 너무 쉽게 쓰지 않나. 나한테 글쓰기가 쉬운 이유가 너무 명백하게 드러나버리니 부끄러웠다. 좀 더 좋은 글을 위해서는 글쓰기에 까다로워야 하는게 아닐까, 기준이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만약 내가 글을 써서 쌤께 보내면 아마 내 글은 합평하기 위한 글로 뽑히지도 않을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뭔소리여,,, 이렇게 되어버릴 것 같아서. 나에게 글쓰기가 쉬운 이유는 내가 글을 정말 쉽게 쓰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조건이나 기준을 내가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었어. 그냥 막 쓰기 때문이었어!!! 하아- 이래서 정희진은 정희진이고 다락방은 다락방이구나.
인생이란 무엇인가.
아무튼, 막 써보자.
그래, 여러분, 얘들아. 내가 6월 5일에 러너가 되고 싶다는 주옥같은 리뷰를 한 편 쓰고난 뒤(제발 그만해..) 드디어!! 런데이 8주차를 모두 완료했다. 모두 소리질럿!!!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30분 연속 달리기를 과연, 내가? 하였지만, 앱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크게 의지하니 뛸 수 있었다. 독서괭 님은 이 안내자의 목소리를 꺼버리셨다 했는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물론 이해하지만, 나의 경우엔 그 목소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으.. 힘들어.. 할라치면, 여러분은 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앞으로 남은것도 할 수 있어요! 자, 자세를 똑바로 허리를 펴세요! 자 호흡을 잊지 마시고, 중요한 건 페이스에요! 하는 말들을 던져줄 때마다 그 말들에 의지하며 한 발 한 발 계속 뛸 수 있었다. 내가 30분 연속 달리기를 하는 그 위대한 순간에는 런데이 앱이 함께 있었고, 내 귀를 통해 잘했다고 고생 많닸다고 나를 다독여주는 안내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아아, 내 성취의 순간에 함께한 런데이 앱, 그리고 그 목소리. 2024년 나의 소울메이트는 바로 이 런데이 앱 안내자가 아닌가. 아아.. 이렇게, 바로 이렇게,
다락방은 AI 와 사랑에 빠지는 겁니까? (영화제목은 HIM)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아니 그런데 너무 좋잖아. 나의 건강한 삶을 응원해주고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고 내가 다치지 않게 신경써주고 그런데 그 목소리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선택했을 때만 들려온다. 개꿀.. 집착을 하기를 하나, 식탐을 부리기를 하나, 스토킹을 하기를 하나. ㅋ ㅑ ~사랑은 연필로 쓰고 사랑은 AI 와 합시다!!
아무튼 나 30분 달린 사람! (으쓱)
책을 샀다.
조금 샀다.
[듄] 3권까지 6월 안에 읽어야 하는데 이제 겨우 1권 다 읽었다. 발등에 불뜰어져써... 그렇지만 다음 책은 내가 [오리엔탈리즘]으로 선정했고, 그리하여 이 책 [오리엔탈리즘과 에드워드 사이드]도 준비해두었다. 읽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읽으려고 산 건 맞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투비에서 리뷰 보고 산 책. 재미있을 것 같다.
[당근 할머니]는 독서괭 님 서재에서 보고 옳다, 이거다! 하고 잽싸게 샀다. 마침 토요일에 아가 조카를 만나러 가서 이 책을 주었는데 읽어달라길래 읽어주는데, 한 두 장 읽었나, 놀자고 해서... 책 안읽고 놀았다. 보통 소꿉놀이에 참여하게 되는데, 어떤 날은 캠핑을 가고 어떤 날은 소풍을 가고 어떤 날은 그냥 파티를 하고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내가 의사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카가 자기 인형이란 인형은 다 가져와서 얘는 배가 아프대요, 얘는 꼬리가 아프대요, 얘는 똥꼬가 아프대요, 얘는 손가락이 아프대요 하는게 아닌가. 날더러 의사 하래놓고 처방은 자기가 다했다. 소독을 좀 해야겠어요, 주사를 좀 맞아야겠어요, 밴드를 붙여야겠어요,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 나는 시키는대로 네, 주사 맞아요 뾱-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당근할머니 못읽어주고 왔고 (나만 봄)그러나 두고두고 조카가 읽을 것을 안다.
오늘 저녁엔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가 나를 좀 위로해야겠다. 맛있는 음식 사주면서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