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2월이다. 2007년도 이제 끝을 봐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끝을 본다는 표현보다는 끝장을 본다는 말이 더 입에 익숙하다. 끝을 본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불(不)유쾌한 일의 마지막을 대할 때, 우리는 '끝장'을 본다고 한다. 그 '끝장'의 클라이맥스는 아무래도 망년회(忘年會)다. 갈 데까지 갔으니, 그동안 안 좋았으니, 잊자는 것이다. 다 잊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 이 조어의 담긴 깊은 뜻이다.

망년회란 말이 일본식 한자어라고 송년회(送年會)란 사전에도 없는 말(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과 DAUM 사전)로 바꾸자고도 하는데, 이제는 제법 송년회란 말도 입에 익어 많이들 그렇게 부르는 것도 같다. 그런데 세월은 보내지 않아도, 보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지가 알아서 잘도 간다. 그런 세월은 또다시 보낼 이유가 있을까? 연말에 모이자는 이유는 그냥 저냥 이 가는 세월 잘 가라고 안부 인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에, 술 한 잔 곁들이며 다사다난 했던 지난 세월을 한 잔 술로 잊어버리자는 망년회의 의미가 애써 소중하다.

망년회를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에 바꾸자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바꾸자는 이유는 아닐테다. 어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텐데, 이는 어떤 면에서 이데올로기적(이 말이 적합한 표현인지 잘 모르겠지만)일 수도 있다. 뭐가 그리 고달프고 힘들었기에 잊자는 것이냐? 내가 그리 정치를 못했느냐? 이런 불순한 것들. 망년? 이거 아무래도 불순하니 송년으로 바꿔! 뭐 이런 의도도 담겨 있을 법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하여간 송년회도 좋고 망년회도 좋다. 맥락에 따라서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요즘의 맥락을 보아하면 아무래도 올해의 끝장은 망년회에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 2007년에 끝장 볼 일이 아주 굵직한 놈으로다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선이다. 무려 12명이나 대통령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댔다. 그 중 몇 명은 장난삼아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대통령 지망생으로 당당히 원서를 냈으니 여차하면 나도 대통령 못할 쏘냐, 오 나의 쏘냐다. 하여간 이 2007년의 막바지에 볼 끝장 중에 이 대선은 여차하면 정말 끝장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망년회에서 너무 과음하면 새로운 시작은 커녕 술병나 고생하기 십상이다. 술병만 나면 다행인데, 잘못 끝장 봤다가는 앞으로 5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우리 인생 끝장날 일이 바로 이번 대선이다. 이 끝장은 그래도 깔끔하게 내야 할 텐데!

*** 2007년 대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 아는 이들과 얘기하다 보니 이들에게 대선은 주요 관심사이긴 한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찍겠냐는 얘기가 오고 갔는데, 1번 안 되고, 2번도 좀 불안하고, 12번은 왜 나왔데, 하면서 누구를 찍을지 고민들 이란다. 그래서 내가 3번은 어떠냐 했더니 다들 경악을 한다. 그야말로 경악이다. 이상했다. 왜들 그러냐 했더니, 자기가 북한에 가지 않는 이상에는 권영길은 아니란다. 민노당 뽑으면 금방 적화통일 된다는 듯 말이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이렇게도 막강할 수가,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이 사람들이 유난한 조갑제 추종자들도 아닐테고(이들이 조갑제의 글을 읽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하다.) 정치적 식견이 뛰어난 이들도 아니다. 반공교육의 소산일까? 우리 사회의 편견이 참 곳곳에 침투해 있다고 느낀다. 권영길은 믿지 못한다, 권영길이 대통령 되면 우리나라가 금방에라도 공산화 될 듯 경악을 한다. 그리고 민노당은 믿지 못한단다. 노무현이도 배반했단다. 민노당도 말로는 노동자들 위한다고 하는데, 걔네들도 언제 배반할지 믿지 못하겠단다. 보수 언론들이 쏟아내는 그 무식한 소리들이 여기서 이렇게 조응을 하니 참 무섭다. 과연 이들만 유별나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민노당의 열성당원도 아니고 추종자도 아니며, 그리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민노당에 대한 이런 편견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끝장'일 수 밖에 없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 2007년을 지내오면서 처음으로 속 시원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내 다시 답답해진다. 잠깐이라도 이런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조금은 답답하나마 시원한 느낌 가지고 12월을 보냈으면 한다. 어제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나만 속 시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 만큼 속 시원한 사람은 없지 않았을까?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고 자신이 가진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하고 나온 이들은 속 시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망친 이들은 울고 싶은 지경이기도 할 것이다. 더 답답해지고 막막해졌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경우는 아니다. 시험을 본다고는 하지만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나로서는 시험이 끝났다고 무에 그리 속 시원할 일이겠느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시험을 본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난 이 상황은 내가 자못 부담이기도 하다. 민망한 이 부담이 시험을 잘 봤건 못 봤건 할 것없이 여간 속 시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여간 난 12월은 자유라고 선언해야겠다.(그래서 지금 밀의 『자유론』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시험을 본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왜 엿이나 떡을 안 주냐고 닥달을 한다. 이건 우리 사회의 미덕 중의 하나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엿 하나 먹이는 일은 아름답다. 엿 먹고, 떡 먹고 해서 붙으면 좋은 일이고, 시험에 떨어져도 엿이라도 먹고, 떡이라도 먹고, 친한 이들 사이에 더욱 정을 돈독히 하는, 이런 일은 좋은 일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난 오늘도 내게 엿이나 떡을 주지 않은 이들에게 왜 안 줬냐고 닥달하고 다녔다.

***** 2007년을 마무리하는 것은 알라딘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에는 알라딘에서 약간은 생기발랄한 이벤트를 시도하는 듯 하다. 바로 '오늘의 태그'란 이벤트가 오늘(12월 3일)부터 시작됐다. 알라딘에서 매일 하나의 태그를 정하고 그 태그에 해당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란다. 재밌겠다 싶은 사람들이 많았던 듯 하다. 그 중 나도 하나여서 이렇게 이벤트에 참가하는 글을 쓰고 있다. 12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이 이벤트의 창의적 시도에 알라딘에 일단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 태그 선정이 참 식상하다는 느낌이다. MBC의 인기프로 무릎팍 도사에서 게스트에게 도사들이 질문을 하고 식상한 질문으로 판단되면 물통같은 걸로 한 대 얻어맞는 코너가 있다. 그런데 알라딘도 일단 한 대 맞아야 하지 싶다. 야심차게 창의적인 이벤트를 마련한 것까진 좋은데, 그런 창의성을 확 깨버리는 2007 이라는 첫 태그 선정은 상투적이고 식상하다. 재기발랄한 태그로 시작하면 많은 알라디너들이 참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2007 이란 태그 선정은 별 생각없는 듯도 싶다. 뭐 12월이니 한 해를 정리해 볼 만한 태그이긴 한데, 그렇더라도 식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오늘은 그래도 쓰지만, 앞으로의 태그는 보다 산뜻하고 쏠깃한 태그를 선정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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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0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렇군요. 어제가 시험이었군요. -_- 잘봤냐고 묻지는 않겠습니다. :)

알라딘 뿅망치로 한대 뿅!

순오기 2007-12-0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맞아~ 식상, 그러면서 나도 하나 썼다~ 크!
바로 '오늘의 태그'란 이벤트가 오늘(9월 3일)부터 시작됐다.
요기, 오늘이 9월 3일이라네요! ^^

마노아 2007-12-0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9월 3일에 어리둥절 했어요^^ㅋㅋㅋ
아무튼 자유와 구속이 어중간한 12월입니다. 모두 힘내요(응?)

웽스북스 2007-12-0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9월 3일에 어리둥절 했어요^^ 2
실은 어리둥절이라기보다는 그냥 웃었지요 ㅎㅎ
그나저나 태그는 저도 마음에 안들었어요
오늘은 '추위이기기'던데 하하하하 -_-

멜기세덱 2007-12-0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순오기 2007-12-04 12:11   좋아요 0 | URL
멜기님 태그가 오늘의 우수상이군요. 축하합니다!

라로 2007-12-0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근데 즐찾 중간 점검왔씨요~.^^;;;
즐찾 얼마????

멜기세덱 2007-12-06 12:44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즐찾이...덕분에...어마어마하게 늘었어요...ㅎㅎ
현재 103....ㅋㅋㅋ
 

어제 소설가 하근찬 선생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다소간 황망했다.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의 고난과 아픔을 하근찬 만큼이나 리얼하게 그려낸 이는 드물다. 그 역사의 아픔이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고 오랜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은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항상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소설가 중의 하나다. 중학교에서는 그의 「흰종이수염」을 배우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십중팔구 「수난이대」를 읽는다. 가족의 사랑과 고난이 역사적 수난의 아픔과 이어져 우리를 엄숙한 슬픔으로 인도하는 그의 작품은 그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었고, 그렇기에 하근찬도 늘 우리 옆에 있었다. 그렇게 있을 줄만 알았던 소설가 하근찬은 어느날 우리에게 부고를 전하고는 멀리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근찬 선생의 별세를 전하는 기사가 여럿 있으나 한국일보 박래부 논설위원의 조사를 옮겨온다. 더불어 소설가 하근찬의 약력을 간단히 옮긴다. 하근찬의 소설을 다시 한 번 읽는 것이 그에 대한 가장 최상의 추모가 아닐까 한다.

[지평선] 작가 하근찬 / 박래부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가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박만도는 아침부터 설렌다. 삼대 독자인 아들 진수가 6ㆍ25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아들이 병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기차에서 내린 아들은 한쪽 다리가 잘려진 모습이었다. 부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린다. 오는 길에 아들은 "부자가 이래 가지고는 어찌 사느냐"고 한탄한다. 그러나 만도는 "앉아서 하는 일은 네가 하고, 나다니며 하는 일은 내가 하면 된다"고 위로한다.

외나무다리에 이르러 한 팔이 없는 만도는 다리 없는 아들을 업고 용케 몸을 가누며 건너간다. 작가 하근찬의 데뷔 소설 <수난이대(受難二代)>의 줄거리다.

▦ 1999년 이병헌전도연이 출연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내 마음의 풍금>이라는 영화가 있다. 강원도 산속 오지의 늦깎이 여자 초등학생 홍연 앞에 어느날 '남자'가 나타난다.
사범학교를 갓 졸업하고 처음 부임한 총각 선생님이다. 홍연은 지나는 길에 우연히 자신을 '아가씨'로 불러준 선생님에게 운명적인 첫사랑을 느낀다. 천리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남녀 사제 간의 사이는, 여러 에피소드와 우여곡절을 거치며 조금씩 좁아져 간다.

▦ 여러 세대가 공감한 영화 <내 마음의 풍금>의 원작 역시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다. 순진할 뿐인 아버지와 아들이 비정한 역사의 진행 속에 엄청난 수난을 당하는 내용의 <수난이대>와 역시 순진한 소녀가 겪는 첫사랑의 아름다운 승리를 그린 <내 마음의 풍금>은 모두, 우리에게 익숙하고 정겹고 궁벽한 농촌을 무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하근찬은 순진한 인물을 낭만적으로 그리되, 사회 구조 속에서 그들이 겪는 민족적 비극이나 사회의 병리 현상을 날카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 원로 소설가 하근찬씨가 25일 향년 76세로 타계했다. 그는 자신이 주변에서 보고 느낀, 개인적인 동시에 역사적인 삶을 애정과 객관성을 가지고 묘사한 정통적 소설가였다. 역사 속에 명멸한, 늘 수난을 겪는 용렬하리만큼 착한 사람들을 감싸 안은 작가였다.

그는 데뷔작 <수난이대>가 대표작으로 꼽히는 한계도 있으나, 문단의 평가도 좋았고 문학상도 많이 받았다. 그의 타계가 특히 안타까운 것은 문학에서도 자기 영역을 공들여 지키는 이가 드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근찬(河瑾燦, 1931. 10. 21 ~ 2007. 11. 25) - 한국 소설가

가난한 농촌을 무대로 서민들의 애환과 민족적 비극을 그려냈다. 1948년 전주사범학교를 중퇴하고 몇 년 간 교사로 근무하다가 1954년 부산대학교 토목과에 입학, 1957년 중퇴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교육자료사·대한교육연합회 등에서 일했으며, 1969년부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1955년 〈신태양〉 주최 전국학생문예작품 공모에 〈혈육〉, 1956년 〈교육주보〉 주최 교육소설 공모에 〈메뚜기〉,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수난2대〉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수난2대〉는 일제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가 외팔이가 된 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다리 하나를 잃은 아들을 맞이하는 이야기로 전쟁에 의한 2대의 수난을 그렸다. 그가 쓴 대부분의 작품은 서민들의 애환과 민족적 비극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제재별로 나누면, 6·25전쟁을 제재로 한 〈흰 종이 수염〉(사상계, 1959. 10)·〈야호〉(신동아, 1970, 1971. 12) 등, 일제 말기를 배경으로 한 〈족제비〉(월간문학, 1970. 1)·〈산에 들에〉(현대문학, 1981. 11~1983. 8) 등, 일상 체험을 다룬 〈서울 개구리〉(문학사상, 1973. 12) 등이 있다. 이중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야호〉는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에 희생된 한 여인의 수난 이야기이다. 소설집으로 〈흰 종이 수염〉(1976)·〈월례소전〉(1978)·〈화가 남궁씨의 수염〉(1988) 등이 있고, 1970년 한국문학상, 1983년 조연현문학상, 1984년 요산문학상, 1988년 유주현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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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11-2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른 78년 말띠생이라 77 뱀띠들이랑 같이 학교 다녔는데 중학교 때 흰 종이 수염 배운 적 없는데요. 제 동생이 님이랑 같은 79년생인데 동생 국어책 본 적 있는데 제가 쓰던 국어책이랑 같았거든요. 요즘은 어떤 지 몰라도 그 땐 중학교 국어 교과서는 하나 뿐이었던 걸로 아는데. 어쩌면 79년생이 중2나 중3이 됐을 때 국어교과서가 제가 쓰던 거에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군요. 동생 국어책 봤던 때가 제가 중3, 동생이 중1이었을 때니까.

멜기세덱 2007-11-2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랑은 같은 교과서로 공부하셨답니다. 제가 5차교육과정의 마지막이거든요. 흰종이수염은 현재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세대차 확 드러나죠...ㅋㅋ

심술 2007-11-29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새" 중학교 교과서에 흰 종이 수염이 수록돼 있군요. 세월 무서워라.
 

김유정의 문학과 문학세계

김유정의 문학은 그의 짧은 생애 만큼이나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게 읽어볼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전집과 신뢰할 만한 선집 등으로 보여지는 책들을 묶어본다.

아울러,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조명한 텍스트들을 첨가한다.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원본 김유정 전집- 개정판
김유정 지음, 전신재 엮음 / 강 / 2007년 8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2007년 11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엮은이 전신재는 김유정 연구에 일생을 바치려는 듯 하다. 이 판본은 3번째 개정판이다. 초판이 1987년에 나왔다. 2판으로 보여지는 것은 1997년에 나온 『김유정 전집』이다. 이번 개정판은 디자인이나 편집체계가 다소 세련돼 보인다. 10에 한번씩 3차례나 개정판을 낸 엮은이의 수고만으로도 신뢰가 간다. 추세대로라면 2017년에 4번째 개정판이 나올라나?
김유정 전집 1- 소설
김유정 지음 / 가람기획 / 2003년 10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07년 11월 27일에 저장
품절

김유정 전집 2- 소설, 문학
김유정 지음 / 가람기획 / 2003년 10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07년 11월 27일에 저장
품절

동백꽃- 김유정 단편선
김유정 지음, 유인순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07년 11월 27일에 저장

유인순 교수가 책임 편집이다. 유인순 교수는 전신재 교수와 마찬가지로 김유정 연구에 헌신하고 있다. 또한 소설가 전상국 선생과 함께 김유정 문학촌을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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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27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시 학교에 간다면 국어는 멜기세덱님께 배우고, 윤리는 아프락사스님께 배우고싶어요!(그리고 수학은 안배우고 싶어요!) 흐흐흐 멜기세덱님같은 국어선생님이 있었다면, 저의 학창시절이 더 풍성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멜기세덱 2007-11-27 01:55   좋아요 0 | URL
그랬으면,,,,
국어를 완전 포기하셨을 거에요...하하하!!
윤리도 여차하면 놔버리시지 않을까요....푸하하하!!
그렇담, 어쩜, 수학에 남모르는 흥미를 느끼시게 되셨을지....
아~ 세월은 우리에게 '다시'라는 말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겠죠?

승주나무 2007-11-2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광펜으로 단어정리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아마도 김유정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김유정 용어사전'이 필요할 듯^^
 

한달 가량이 남았습니다. 2007년의 그 끝을 준비해야할 시간이 말이죠.

2007년 11월 25일 01시 04분 현재, 90편의 마이리뷰와 94명의 즐찾인이 있네요.

제 작은 소망은 올해가 가기 전에,

100편의 마이리뷰와 100명의 즐찾인을 채우는 것이랍니다.

리뷰 10편을 한 달 내에 쓴다는 것은 제게 무척 어려운 일이랍니다.

어떻게든 채워볼 생각입니다.

이건 제가 어찌어찌 하면 되는데,

즐찾인은 제 힘으론 안 된다는 것이죠.

어찌하면 100인을 채울 수 있을까요? 여러분!

"도와 주십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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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1-25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전 이미..... 흑!

멜기세덱 2007-11-26 12:30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전 그럼..... 백!

비로그인 2007-11-2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저 역시 이미 그 94명에 있어서...-_-;
그런데 제목 보고 '애인 구함' 같은 느낌이 났을까요? (웃음)
연말에는 '옆구리 시려'가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혀 있나 봅니다.(긁적)
리뷰 100편 아자아자-!! 힘내십시오~ ^^

멜기세덱 2007-11-26 12:31   좋아요 0 | URL
이제사 생각하니, 리뷰 100편이 무척 힘들어 보여요.ㅋㅋ
또한 생각해보니, '애인 구함'이 더 필요할 듯 해요...
아이구, 양 옆구리 시리다 못해 결리네요....ㅋㅋㅋ

코코죠 2007-11-25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즐찾을 해놔서 이 글을 읽었을 것 같으세요
아님 이 기회에 즐찾을 했을 것 같으세요?



정답을 맞추시면 100만원 상당의 푸짐한 상금을




엘신님께서 주실지도 몰라요(헉)


비로그인 2007-11-25 15:13   좋아요 0 | URL
ㅡ.,ㅡ.................

멜기세덱 2007-11-26 12:32   좋아요 0 | URL
외계인의 화폐로는 무엇을 살수 있을까가 궁금해요....ㅎㅎ

마늘빵 2007-11-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미 흑

멜기세덱 2007-11-26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럼 백

웽스북스 2007-11-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일단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혹은 추천이 많아져서 이 글을 메인으로 보내는 것? ㅎ 전 일단 둘다 합니다! ㅎㅎ (아, 착하다~ ㅋㅋ 제가 뭐 꼭 특별상을 받아서 그런 건 아니구요 ㅎㅎㅎ)

멜기세덱 2007-11-26 12: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많은 노력 부탁드립니다.ㅎㅎ

2007-11-25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1-26 12:33   좋아요 0 | URL
고고고

stella.K 2007-11-2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해 드리면 100이 되나요? 나중에 배신 때리지 마십시오. ㅎㅎ

멜기세덱 2007-11-26 12:34   좋아요 0 | URL
엥? 아직 99에요...ㅎㅎ

2007-11-26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1-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다가 이 신새벽에 일어나 들어온 나는? ㅎㅎ
즐찾 할 사람 없나 두리번 두리번. ^^충분히 100은 넘어설 것 같은데요!

멜기세덱 2007-11-26 12:34   좋아요 0 | URL
이 글 이후 즐찾이 5밖에...안 늘었어요... 막 이래...ㅋㅋ

뽀송이 2007-11-2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제가 님의 서재에서 김성동의 <천자문>을 보고 구입한 적이 있었는데...
'즐찾'이 안 되어 있지 뭐예요.^^;;
이 기회에 님의 서재 '즐찾'하고 갑니다.^^
즐거운 월요일 되셔요.(^^)(__)

홍수맘 2007-11-2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궁~.
저도 이미 즐찿이 되어있는지라..... ^^;;;
"즐찿 100 달성" 기원합니다. ^^.
 

국어 선생님은 맞춤법을 잘 알고 표준어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글의 문법이 매우 어렵다고들 아우성인데, 국어 선생이라고 그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겠습니까? 국어 선생도 맞춤법을 틀릴 수 있고, 표준어를 표준발음대로 사용하지 못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는 말들에 대해서는 국어 선생이라면 반드시 명확히 그 표기법을 알고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어 선생은 머리가 매우 좋아야 할 것입니다. 개개의 맞춤법과 표준어들을 일일이 다 외워야 할 테니까요. 신체적으로도 타고나야 합니다. 발음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해도 표준 발음을 할 수 없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조금은 다행인 것이, 국어 선생이 그리 머리가 좋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문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을 하면 일반적인 것들은 무난히 적어내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문법이란 말과 글의 어떤 규칙들을 기술해 놓은 것이니까요. 몇 가지의 규칙을 알면 대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각각의 단어들의 표기법을 외울 필요까지는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 선생은 다른 말을 가르치는 다른 나라의 국어 선생 보다는 어쩌면 머리가 더 좋아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말 문법은 그 체계가 해방 이후에나 잡히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조잡하다고 할 수 있지요. 아직 갈 길이 매우 멉니다. 문법이 원칙과 규칙이라고 했는데, 이 문법을 공부하다보다 이런 원칙과 규칙이 죄다 제각각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국어학자들의 연구가 더 분발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뜬금없이 여러분들에게 골치아픈 문제를 내서 기분 상하셨죠. 여러분들께서 보신 문제는 얼마 전에 이 문제를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잘 해결해야할 사람들에게 테스트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의아스럽게도 결과가 영 신통치 않더군요. 이거 참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몇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 간단한 이벤트로 포문을 열어 본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문제의 답을 해결해보면서 얘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 다음 중 맞춤법에 맞거나 표준어인 것을 모두 고르시오.

오뚜기, 늴리리, 숫소(황소), 모가치, 서슴치,

곱배기, 깡총깡총, 아지랑이, 미류나무, 무우,

세돈, 흐리멍덩하다, 체신머리, 개나리봇짐,

해님, 수놈, 윗층, 풍지박산, 아연실색, 개발쇠발
 
   

자,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오뚜기'는 '오뚝이'이가 바른 표기입니다. 어문규정 '한글 맞춤법' 제23항에 보면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잘못된 단어를 맞다고 고른 사람이 29%에 달했습니다.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일단, 맞춤법 공부를 거의 안 했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어문규정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애매하다거나 모호하다는 것이죠.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지 안 붙는지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굴거리다'가 어색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전혀 이상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말의 문법이 대개 이런 것들이 많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합니다. 아참, '오뚜기'라고 하면 어떤 상품이 떠오르죠. 이때는 고유명사가 되겠습니다. 맞춤법에 맞는 것도 아니고 표준어도 아니죠. 그래서 답이 아닙니다.

2. '늴리리'. 한글 맞춤법 제9항에 "'의'나,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는 'ㅣ'로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ㅢ'로 적는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늴리리'는 원래 '늴리리'이니까 '닐리리'로 발음되더라도 '늴리리'로 적으라는 하나마나한 소리죠. 그런데 일반인들도 '늴리리'는 '늴리리'로 잘 적는 것 같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단어이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규정은 규정같지가 않습니다. '늴리리'를 제대로 고른 사람은 44%입니다. 정답자가 절반 이하인게 좀 의아하네요.

3. '숫소(황소)'는 '수소'가 맞습니다. 표준어 규정 제7항에서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숫양, 숫염소, 숫쥐'는 빼고요. 이건 간명한 원칙 같은데요, 좀더 들어가면 이것도 골치가 살짝 아픕니다. 예를 들어 '숫+강아지'는 '수캉아지'가 됩니다. '숫-'과 합쳐져 거센소리가 나면 거센소리로 적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것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데요, 구관구조상에 문제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문제가 되겠습니다. '숫소'가 맞다고 고른 사람들이 38%인데요, 이는 옛날 분들이 많다거나, 공부 안 한 사람들일 확률이 농후합니다.

4. '모가치'는 원래 '몫+아치'입니다. 그렇다면 '몫아치'가 되어야 하는데, 원칙은 '모가치'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글 맞춤법 제20항 [붙임]에서 "'-이' 이외의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은 그 명사의 원형을 밝히어 적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치'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접미사로 그냥 발음나는 대로 적는 다는 것이죠. 그런데, '모가치'라는 말이 요즘은 잘 사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모가치'라고 쓰면 무슨 뜻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몫아치'라고 쓰면 뜻을 알아보기 편할 것 같은데요. 아무튼 이것을 정답으로 제대로 고른 사람은 18% 밖에 안 되네요. 문법 공부를 소홀히 한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참고로 '지붕'은 '집+웅'인데요, 이것도 '-웅'이 잘 사용되는 접미사가 아니니 소리나는 대로 '지붕'이라고 쓴답니다.

5. '서슴치'는 '서슴지'가 옳은 표기입니다. 이것은 어문규정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치'는 '~하지'가 준말인데요, '~하다'가 가능해야 '~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슴'은 '서슴하다'가 아니라 '서슴다'가 맞거든요. 그래서 '서슴지'로 써야 합니다. 이것은 35%가 맞다고 했는데요, 그만큼 '서슴하다'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6. '곱배기'는 '곱빼기'가 정답입니다. 이건 설명이 굉장히 복잡 다단합니다. '곱빼기'에 대해서는 한글 맞춤법 제54항의 해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걸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배기/-빼기'가 혼동될 수 있는 단어는" 우선 "[배기]로 발음되는 경우는 '배기'로 적고, 한 형태소 내부에 있어서, 'ㄱ, ㅂ' 받침 뒤에서 [빼기]로 발음되는 경우는 '배기'로 적"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형태소가 아닌 "다른 형태소 뒤에서 [빼기]로 발음되는 것은 모두 '빼기'로 적"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뚝배기'는 [뚝빼기]로 소리나지만, 하나의 형태소이고 'ㄱ' 뒤에서 된소리가 되는 것이므로 '뚝배기'로 적고, '곱빼기'는 'ㅂ' 뒤에서 된소리로 나지만, 하나의 형태소가 아니므로, 즉 '곱+빼기'이므로 '곱빼기'로 적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뭔 소린지 모르시겠죠? 그래서 이건 맞춤법 문제의 단골손님이랍니다. 외워야죠 뭐. 이걸 틀린다는 것은 거의 100% 맞춤법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이걸 정답으로 잘못 고른 사람들이 56%에 달하네요.

7. '깡총깡총'은 맞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모음조화라는 것이 지켜지다가 붕괴되고 있죠. 그것을 반영하여 '깡충깡충'을 표준어로 정했습니다. '오똑이'가 아니라 '오뚝이'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랍니다. 이걸 고른 사람들이 무려 59%에 달하네요. 그렇담 아직 모음조화가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어문 규정이 참 대중없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8. '아지랑이'는 '아지랭이'가 아니라 '아지랑이'죠. 정답률이 82%랍니다. 예상보다는 낮은 수치네요. 이걸 틀린 사람은 뭘까요? 궁금해집니다.

9. '미류나무'에서 '미류'는 한자어입니다. '美柳'말이에요. 한자음대로라면 '미류'가 맞는데요, 표준어 규정 제10항에서 "모음이 단순화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함으로써 '미루나무'가 표준어가 되었습니다. [미류나무]하면 발음이 어렵죠. 많이들 [미루나무]로 발음하니까 이것이 그대로 표기에 반영된 것입니다. 이걸 정답으로 고른 사람도 12%나 되네요.

10. '무우'. 이걸 틀리는 사람도 있을까 했는데, 15%나 이걸 정답으로 골랐습니다. 아마 예전엔 '무우'였을 겁니다. 표준어 규정 제10항에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무우'라고 써놓으니까 '무'가 아니라 다른 말인 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무튼 모를 일입니다.

11. '세돈'. 단위명사 '돈'이나 '냥' 앞에 오는 수사는 그 모양이 약간씩 달라집니다. '세돈'은 '서돈'이 되고 '네냥'은 '넉냥'이 된다는 것이지요. 이건 좀 어렵습니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아마도 '금 세 돈'처럼 제시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냥 '세돈'하니까 잘 몰랐을 수도 있다고 보여지네요. 그래도 이걸 정답이라고 고른 사람은 6% 밖에 되지 않네요. 2명이 골랐다는 얘기니까요.

12. '흐리멍덩하다'를 흔히 '흐리멍텅하다'라 잘못 알고 사용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는 뜻의 사전 등재어는 '흐리멍덩'입니다. 따라서 '흐리멍덩하다'가 맞겠습니다. 이것을 제대로 고른 사람은 27%입니다. 좀 낮은 수치죠.

13. '체신머리'는 '채신머리'가 맞습니다. 저도 잘 몰랐는데요, 아마도 '체신'을 한자로 '體身'이 아닐까해서 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흔히 '채신머리 없다'로 많이 쓰이는 이 '채신머리'는 '채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다시 '채신'은 '처신'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처신'은 '處身', 즉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뜻하는 말입니다. 아마도 '처신'이 'ㅣ'모음 역행동화를 일으켜 '채신'이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이걸 맞다고 한 사람이 53%에 달합니다. 많이들 잘못 알고 있었네요. 저까지 포함해서.

14. '개나리봇짐'은 '괴나리봇짐'이 맞습니다. "걸어서 먼 길을 떠날 때에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메는 작은 짐"을 이르는 말입니다. 뭔가 고사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건 그냥 외워야 하는 거랍니다. 사람들이 다들 '개나리봇짐'하면 곧 '개나리봇짐'이 되어야 할텐데요, 이걸 정답이라고 고른 사람들이 44%니까, 좀더 분발하면 '개나리봇짐'으로 바뀔 수도 있겠습니다.

15. '해님'도 설명이 복잡합니다. 우리 어문규정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이 사이시옷 문제인데요, '해님'이 '햇님'이 아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기도 합니다.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경우는 합성어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해님'은 합성어가 아니라 '해'에 '-님'이라는 접미사가 붙어서 된 파생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이 들어가는 않는다는 것이죠. 복잡하다고 했는데, 의외로 간단하네요. '해님'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잇소리 현상'을 설명한다면 복잡하다는 것이죠.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해님'을 합성어로 보고 '햇님'으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정답으로 제대로 고른 사람들이 18% 밖에 안되는데요, 이것은 문법 공부 안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16. '수놈'도 맞는 표기입니다. 위의 '숫소'에 대한 설명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답률이 41%인데요, 이게 수치가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잘 분간이 안 되네요.

17. '윗층'. 표준어 규정 제12항에서 "'웃-' 및 '윗-'은 명사 '위'에 맞추어 '윗'으로 통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웃-'과 '윗-'의 혼동을 없애고 아싸리 '윗'으로 통일한 것이죠. "명사 '위'에 맞추어'라고 한 것은 명사 '위'에 사이시옷이 붙어 '윗-'이 된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웃-'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랍니다. '윗어른'이 아니고 '웃어른'인 것 처럼요. '웃'과 '윗'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위-아래'의 구별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구별이 없으면 '웃'을 쓴다는 거죠. 그런데 '웃'이라고 해서 그 구별이 전혀 없는 것을 아닙니다. '아래 어른'이 절대로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처럼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대로라면 '윗층'이 맞을 텐데, 예외가 있습니다.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위-'로 한다.'라고 되어 있죠. 그래서 '윗층'은 '위층'이 맞습니다. 56%의 사람들이 '윗층'이 맞다고 골랐습니다.

18. '풍지박산'은 한자어로 '풍비박산'이 맞죠. 많이들 아시니 별반 설명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것이 맞다고 고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많이들 아신다고 하더라도, '무우'가 맞다고 한 사람이 5명이나 되는데, 아무도 없다는 게 좀 이상하더군요. 알고 봤더니, 문제로 제시된 것은 '풍지박사'였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안 고르는 것이 당연했을 거 같습니다.

19. '아연실색'은 보너스일까요? 뭐 이런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답률은 85% 밖에 안 됐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20. 마지막으로 '개발쇠발'은 '괴발개발'이 맞겠습니다. 이걸 고른 사람은 9%에 달합니다. '아연실색'이 85% 밖에 안 된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 결과군요.

그래서 정답은 '늴리리, 모가치, 아지랑이, 흐리멍덩하다, 해님, 수놈, 아연실색' 이상 7개가 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살펴 본 것은, 조금 황당해서 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 사람들의 결과가 영 형편없다는 것인데요, 이 사람들은 대학까지 졸업하고 국어 교사를 하려고 하는, 그 자격을 취득하려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알 만한 것들이고 알아야 할 것들인데요, 문법 공부도 많이 부족하도고 할 수 있겠구요. 문제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문제를 풀이하면서 제 나름대로 허튼 소리를 했는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말의 문법이 영 "체계없음이다"라고 할 만하다는 것이죠. 많은 국어학자들이 앞으로 더욱 연구하고 노력해서 보다 우리말의 문법 체계를 보기 좋게 가꾸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자 그럼, 막간 이벤트의 당첨자를 찾아볼까요? 7개중에 6개를 골라주신 chika님께서 당첨되셨습니다. 그리고 저의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맞히신' 웬디양님께서는 '특별상'을 달라고 하시니 드려야 하겠습니다. 정답을 '맞히'느라 고생들 많이 하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chika님과 웬디양님께는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로 주소(우편번호 포함), 성명, 연락처를 적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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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1-24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랬군요. -_- 틀린 것 세 개 가량을 내가 감싸고 있었군.
치카님 축하해요. 웬디양님도 축하. :)

멜기세덱 2007-11-24 13:24   좋아요 0 | URL
맞는 것은 몇 개 버리시더라구요.ㅋㅋ

순오기 2007-11-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라딘 결석해서 이벤트가 있는 줄은... 우리 땐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 구름이 걸려 있네~'라는 노래를 불러서 '미루나무'인줄 몰랐어요. 감사^^
멜기님, 제가 까칠하게 굴자면~~ '윗층'을 설명하면서 '아싸리'라고 쓴 것과 끝줄에 ' ~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가 영 거슬리는군요. 방송에서 연예인 진행자들이 "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할때마다 정말 못 마땅한데, 많이들 쓰니까 그게 맞는 줄 안다는 게 더 걱정스럽고요!

멜기세덱 2007-11-24 13:2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을 까칠하게 해서 죄송합니다.ㅎㅎ
개인적으로 '아싸리'는 애용하는 말이고요,ㅎㅎㅎ
'~도록 하겠습니다'는 습관이 되나서....
다시 보니 비문이 너무 많군요...ㅋㅋ

stella.K 2007-11-2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우리말은 어려워요.ㅜ.ㅜ

멜기세덱 2007-11-24 13: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우리말이 젤 쉽죠.ㅎㅎ

비로그인 2007-11-2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외계인에겐 너무 가혹한...털썩)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공부가 되는군요.^^ ☆찜 해놓고 두고두고 볼랍니다.

멜기세덱 2007-11-24 13:28   좋아요 0 | URL
외계인? 이세요?
귀화하시려면 우리말 공부 많이 하셔야 되는데....
두고두고 보시게 꾸준히 올려야 겠군요..ㅎㅎ

비로그인 2007-11-24 21:41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하핫....;;
잘 부탁합니다. (_ _)
....(라고 하지만, 사실 한국어 설명도 못 알아먹겠.. =_=;;)

chika 2007-11-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깡총깡총 껑충껑충... (이거 나날이 바뀌는 어법때문에 넘 힘들어요! 나중에는 그 사람의 글을 보고 나이도 짐작하게 되는거 아닐까요? ㅡㅡ;;;)
그건 그렇고... 제가 당첨자인가요?
우웅~ 이거.. 이매지님이 거즘 골라놓은거에 덧붙인거뿐인데. '어부지리'로 받는셈인 듯.ㅋ
고맙습니다!
염치없지만 주시겠다는 책이 무지 맘에 들 것 같아서 넙죽 받겠습니다. ^^

멜기세덱 2007-11-24 13:29   좋아요 0 | URL
축하합니다. 어부지리면 어떻겠습니까.ㅋㅋㅋ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제법 괜찮은 책입니다.

2007-11-24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11-24 13:30   좋아요 0 | URL
음, 제주도 계시는 분들이 꽤 많네요.

웽스북스 2007-11-2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이벤트였어요 ^^ 이건 꼭 제가 어거지로 특별상 받아서 그런것만은 아니랍니다 흐흐흐흐 (역시 사람은 한번 우기고 봐야 한다며)

그러고보니 수능 때도 틀렸던 문제중 하나가 맞춤법 / 어법 문제였던 것 같아요. 하나는 시였던 것 같기도 하고...(이런걸 기억하다니, 워낙 한이되어서 ㅋㅋ) 모의고사를 볼 때도 어법 문제만 나오면 제가 유독 좀 맥을 못추었던 듯 해요- 옛날부터 늘 혼동하면서도 잘 알기 위해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스스로를 반성했답니다! ^^

멜기세덱 2007-11-24 13:31   좋아요 0 | URL
혼동 될 때마다 하나씩 찾아보면, 그게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저도 모르는 것들은 사전이나 규정집을 찾아보는 데, 그래도 많이 틀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