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2월이다. 2007년도 이제 끝을 봐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끝을 본다는 표현보다는 끝장을 본다는 말이 더 입에 익숙하다. 끝을 본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불(不)유쾌한 일의 마지막을 대할 때, 우리는 '끝장'을 본다고 한다. 그 '끝장'의 클라이맥스는 아무래도 망년회(忘年會)다. 갈 데까지 갔으니, 그동안 안 좋았으니, 잊자는 것이다. 다 잊고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 이 조어의 담긴 깊은 뜻이다.

망년회란 말이 일본식 한자어라고 송년회(送年會)란 사전에도 없는 말(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과 DAUM 사전)로 바꾸자고도 하는데, 이제는 제법 송년회란 말도 입에 익어 많이들 그렇게 부르는 것도 같다. 그런데 세월은 보내지 않아도, 보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지가 알아서 잘도 간다. 그런 세월은 또다시 보낼 이유가 있을까? 연말에 모이자는 이유는 그냥 저냥 이 가는 세월 잘 가라고 안부 인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에, 술 한 잔 곁들이며 다사다난 했던 지난 세월을 한 잔 술로 잊어버리자는 망년회의 의미가 애써 소중하다.

망년회를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에 바꾸자는 것은 무식한 짓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바꾸자는 이유는 아닐테다. 어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텐데, 이는 어떤 면에서 이데올로기적(이 말이 적합한 표현인지 잘 모르겠지만)일 수도 있다. 뭐가 그리 고달프고 힘들었기에 잊자는 것이냐? 내가 그리 정치를 못했느냐? 이런 불순한 것들. 망년? 이거 아무래도 불순하니 송년으로 바꿔! 뭐 이런 의도도 담겨 있을 법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하여간 송년회도 좋고 망년회도 좋다. 맥락에 따라서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요즘의 맥락을 보아하면 아무래도 올해의 끝장은 망년회에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싶다.

** 2007년에 끝장 볼 일이 아주 굵직한 놈으로다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선이다. 무려 12명이나 대통령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댔다. 그 중 몇 명은 장난삼아 나온 것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대통령 지망생으로 당당히 원서를 냈으니 여차하면 나도 대통령 못할 쏘냐, 오 나의 쏘냐다. 하여간 이 2007년의 막바지에 볼 끝장 중에 이 대선은 여차하면 정말 끝장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망년회에서 너무 과음하면 새로운 시작은 커녕 술병나 고생하기 십상이다. 술병만 나면 다행인데, 잘못 끝장 봤다가는 앞으로 5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우리 인생 끝장날 일이 바로 이번 대선이다. 이 끝장은 그래도 깔끔하게 내야 할 텐데!

*** 2007년 대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 아는 이들과 얘기하다 보니 이들에게 대선은 주요 관심사이긴 한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찍겠냐는 얘기가 오고 갔는데, 1번 안 되고, 2번도 좀 불안하고, 12번은 왜 나왔데, 하면서 누구를 찍을지 고민들 이란다. 그래서 내가 3번은 어떠냐 했더니 다들 경악을 한다. 그야말로 경악이다. 이상했다. 왜들 그러냐 했더니, 자기가 북한에 가지 않는 이상에는 권영길은 아니란다. 민노당 뽑으면 금방 적화통일 된다는 듯 말이다.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이렇게도 막강할 수가,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이 사람들이 유난한 조갑제 추종자들도 아닐테고(이들이 조갑제의 글을 읽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듯 하다.) 정치적 식견이 뛰어난 이들도 아니다. 반공교육의 소산일까? 우리 사회의 편견이 참 곳곳에 침투해 있다고 느낀다. 권영길은 믿지 못한다, 권영길이 대통령 되면 우리나라가 금방에라도 공산화 될 듯 경악을 한다. 그리고 민노당은 믿지 못한단다. 노무현이도 배반했단다. 민노당도 말로는 노동자들 위한다고 하는데, 걔네들도 언제 배반할지 믿지 못하겠단다. 보수 언론들이 쏟아내는 그 무식한 소리들이 여기서 이렇게 조응을 하니 참 무섭다. 과연 이들만 유별나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민노당의 열성당원도 아니고 추종자도 아니며, 그리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민노당에 대한 이런 편견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끝장'일 수 밖에 없겠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 2007년을 지내오면서 처음으로 속 시원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내 다시 답답해진다. 잠깐이라도 이런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조금은 답답하나마 시원한 느낌 가지고 12월을 보냈으면 한다. 어제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나만 속 시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 만큼 속 시원한 사람은 없지 않았을까?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고 자신이 가진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하고 나온 이들은 속 시원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망친 이들은 울고 싶은 지경이기도 할 것이다. 더 답답해지고 막막해졌을 수도 있다.

나는 이런 경우는 아니다. 시험을 본다고는 하지만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나로서는 시험이 끝났다고 무에 그리 속 시원할 일이겠느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 준비도 하지 않으면서 시험을 본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난 이 상황은 내가 자못 부담이기도 하다. 민망한 이 부담이 시험을 잘 봤건 못 봤건 할 것없이 여간 속 시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여간 난 12월은 자유라고 선언해야겠다.(그래서 지금 밀의 『자유론』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시험을 본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왜 엿이나 떡을 안 주냐고 닥달을 한다. 이건 우리 사회의 미덕 중의 하나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엿 하나 먹이는 일은 아름답다. 엿 먹고, 떡 먹고 해서 붙으면 좋은 일이고, 시험에 떨어져도 엿이라도 먹고, 떡이라도 먹고, 친한 이들 사이에 더욱 정을 돈독히 하는, 이런 일은 좋은 일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난 오늘도 내게 엿이나 떡을 주지 않은 이들에게 왜 안 줬냐고 닥달하고 다녔다.

***** 2007년을 마무리하는 것은 알라딘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에는 알라딘에서 약간은 생기발랄한 이벤트를 시도하는 듯 하다. 바로 '오늘의 태그'란 이벤트가 오늘(12월 3일)부터 시작됐다. 알라딘에서 매일 하나의 태그를 정하고 그 태그에 해당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란다. 재밌겠다 싶은 사람들이 많았던 듯 하다. 그 중 나도 하나여서 이렇게 이벤트에 참가하는 글을 쓰고 있다. 12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이 이벤트의 창의적 시도에 알라딘에 일단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 태그 선정이 참 식상하다는 느낌이다. MBC의 인기프로 무릎팍 도사에서 게스트에게 도사들이 질문을 하고 식상한 질문으로 판단되면 물통같은 걸로 한 대 얻어맞는 코너가 있다. 그런데 알라딘도 일단 한 대 맞아야 하지 싶다. 야심차게 창의적인 이벤트를 마련한 것까진 좋은데, 그런 창의성을 확 깨버리는 2007 이라는 첫 태그 선정은 상투적이고 식상하다. 재기발랄한 태그로 시작하면 많은 알라디너들이 참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2007 이란 태그 선정은 별 생각없는 듯도 싶다. 뭐 12월이니 한 해를 정리해 볼 만한 태그이긴 한데, 그렇더라도 식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오늘은 그래도 쓰지만, 앞으로의 태그는 보다 산뜻하고 쏠깃한 태그를 선정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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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0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렇군요. 어제가 시험이었군요. -_- 잘봤냐고 묻지는 않겠습니다. :)

알라딘 뿅망치로 한대 뿅!

순오기 2007-12-0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맞아~ 식상, 그러면서 나도 하나 썼다~ 크!
바로 '오늘의 태그'란 이벤트가 오늘(9월 3일)부터 시작됐다.
요기, 오늘이 9월 3일이라네요! ^^

마노아 2007-12-0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9월 3일에 어리둥절 했어요^^ㅋㅋㅋ
아무튼 자유와 구속이 어중간한 12월입니다. 모두 힘내요(응?)

웽스북스 2007-12-0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9월 3일에 어리둥절 했어요^^ 2
실은 어리둥절이라기보다는 그냥 웃었지요 ㅎㅎ
그나저나 태그는 저도 마음에 안들었어요
오늘은 '추위이기기'던데 하하하하 -_-

멜기세덱 2007-12-0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순오기 2007-12-04 12:11   좋아요 0 | URL
멜기님 태그가 오늘의 우수상이군요. 축하합니다!

라로 2007-12-0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근데 즐찾 중간 점검왔씨요~.^^;;;
즐찾 얼마????

멜기세덱 2007-12-06 12:44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즐찾이...덕분에...어마어마하게 늘었어요...ㅎㅎ
현재 103....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