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생일이 지났다. 다들 서로 바빠서 함께 모일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모처럼 넷이 만났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기 위해 N은 서울에서 달려왔고,
늘 같은 거주지에서 살아도 서로 얼굴 보기 힘든 C는 어제따라
유머 감각이 넘쳐 흘렀고, 나는 N 덕분에 모처럼 자지러지게 웃었다.
식사비, 영화비, 간식거리를 사는데 20만원이나 썼다.
그러나 몇 달 만에 함께 한 소중한 추억을 샀다고 생각하면 싸지 않은가?
식사를 하러 스카이 라운지 8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N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요즘, '미쳤어~ 정말 미쳤어~' 있잖아. (C를 향해서) 알아?"
"그렇다는데~"
뭐가? ㅡ.,ㅡ
손담비가 미쳤다는 것이라고 말하는거야? 노래 이야기 말이야!
C의 엉뚱한 대답에 우리는 폭소를 터뜨렸었다.
영화를 보러가는 동안, 어떤 영화를 볼까 이야기 도중에 N이,
"지구가 멈추는 날은..별로라던데."
그러자 그 영화를 먼저 본 C가 하는 말,
"지구가 멈추기는, 인간이 멈췄다~"
또 한 번 같이 웃음.
웬일이야, 유머 주사라도 맞으셨나. 어제는 정말이지 말 할 때마다 C 때문에 웃음.
평소 무뚝뚝하고 말 없기로 대단한 C의 입에서 그런 엉뚱한 말이 나오다니.
결국,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어드벤쳐 영화를 보았는데, 결과는 대만족.
나는 그 넓은 극장에서 혼자 미친듯이 웃었고, 긴장감 도는 장면에선 혼자 벌벌벌,
안심되는 장면에서 혼자 '휴우~' 온갖 원맨쇼를 했었지.
가장 하이라이트였던 것은 바로 N 때문.
N은 갑자기 찾아온 설사...때문에 영화의 가장 재밌는 부분 내내 혼자서 화장실에서
끙끙거리고 돌아왔는데, 자기 자리에 앉으려면 나를 지나야 했었거든.
나는 그 녀석이 잘 들어가라고 팔로 살짝 밀어주었을 뿐인데,
이 녀석이 자리를 못 찾고 혼자 바둥바둥대는거야.
거 참, 빨리 좀 앉지.
그러나
영화가 끝나자마자 나에게 폭격되는 N의 원망,
"아악~!!
L 때문에 나, 의자와 등받이 사이 공간으로 머리가 처박혀서 못일어난거 아냐!!??
다른 사람들 있어서 비명도 못지르고 있는데, 아무도 안 도와주더라!"
"꺄하하하하하핫 !!!"
나는 그만, 웃음이 터졌는데, N은 계속해서,
"난 영화를 엉덩이로 봤다니까! 너 때문에!"
"끄하하하하핫 !!!"
정말 오랜만에 배를 잡고 웃었다. 계속되는 N의 원망 소리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뒤집어지고 말았다.
고맙다, N.
ㅡ_ㅡ (훗)
하지만 믿어줘, 그 어두운 극장에서 영화에 정신이 팔려서,
네가 극장 의자에 얼굴을 파묻고 혼자 바둥바둥 대는지 몰랐어.
아, 참, 그리고 솔직히 난, [쌍화점]이라는 영화를 보고 싶었어.
혼자라도 보고 올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