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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쉐프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내내 나는 미소를 지었고, 마치 몸이 간지러운 듯한 즐거움을 놓칠 수가
    없었다. 아! 수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이번만큼 흐믓하고 다정한 영화가 또 있었던가!
    책, 영화, 음악을 통틀어 내가 별☆ 4개를 꽉꽉 채워 평점을 준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극히
    드문데 말이다, 나에게는.
    어떤 영화는 머리에만 엔돌핀을 분비하게 하는 것이 있고, 어떤 영화는 가슴에만 감동의 물결을
    출렁이게 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신적 만족감과 감성적 만족감이 동시인 건 처음인 듯. 
    (마치, 새우 같지 않은가. 뇌와 심장이 머리 안에 같이 있어서 함께 느끼는 것처럼)

    펭귄도, 바다표범도 없는 - 동서남북 눈만 잔뜩 있는 - 남극 중에서도 외로운 지역에 기지를 두고
    있는 8명의 아저씨들의 낙은 니시무라 군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뿐이다. 
    또한 니시무라 군도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동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믓하게 쳐다보는 것과
    먹이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1년이 넘는 그 긴 시간 동안의 춥고 외로운 남극 생활을 견뎌낸다. 

  

    (원제목 : 남극 요리인) 

  

    일본은 매일 보는 직장 동료들한테도 깍듯이 예의를 차린다. 그들은 겉으론 친절하고 다정해 보일지
    몰라도 '혼네'를 보여주거나, 아무렇지 않게 방귀를 껴도 흠이 안 될 정도의 허울없는 사이가 되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국처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아니니까.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친구가 몇 년 전, 일본에서 처음 생활했을 때였다.
    같이 일하는 일본인 중 친한 친구가 1명 있었는데, 내 친구가 잘못 알고 사용하는 일본어를 1년이 다
    되도록 고쳐주지 않은 것이다. 그것을 뒤늦게 깨달은 내 친구는 당연히 섭섭하고 바보가 된 기분으로
    따졌다. 어째서 친구가 말을 잘못 사용하는데 가르쳐 주지 않았냐고. 날 왜 계속 바보로 만들었냐고.
    그러나 그 일본 친구는, 

    "하지만, 일본에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것이 상당한 실례라서.." 

    이 때, 내 친구의 머리속에 무엇이 스쳤겠는가?
    난 우리가 굉장히 친한줄 알았는데, 넌 우리 사이를 고것 밖에 여기지 않았구나.
    내 친구는 한국 사람이다. 바로 거기서 문화의 차이가 온 것이다.
    한국은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된 것을 가르쳐 준다. 특히, 외국인이 틀린 한국어를 사용하면 무슨
    사명감이라도 있는 듯 정확하게 가르쳐 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지나침이 외국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그러나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은 말이 참 빨리 는다.
    반면에, 일본은 남에게 지적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상대방이 무안해하거나 기분이 상할 것을 먼저
    염려한 덕이다. 게다가 항상 웃으며 상대의 의견에 맞장구 치거나 함께 하는데 인색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친해졌구나'하고 쉽게 오해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게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오는 배신감은 더욱
    커진다. 오죽했으면 일본인의 웃는 얼굴에 속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일본인들 스스로도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어디까지 '예의를 차려야 할' 사이이고, 어디까지가
    '좀 더 허울없이 지낼 수 있는' 사이인지 늘 더듬이를 곧추 세우고 신경을 쓰는 마당인데 말이다.
    내가 이 영화를 연속 2번이나 보았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이다.
    바로 가족같이 지내는 그들의 자연스런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다른 일본영화에서 보여주는 일본 특유의
    예의스러움이 없었다. 하기사, 그 넓은 곳에 사람이라곤(아니, 바이러스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더럽게 추워
    다른 생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에)
자기들 8명 뿐이니, 자신들의 행동거지를 평가할 사회도 없고, 믿고
    의지할 사람들은 동료들 뿐이니까 자연스레 가족같이 변하는 건 오히려 당연한 건가. 

   

     엄마 역의 니시무라 군은 매일 하루 3끼, 8인분을 하느라 주방에서 떠날 일이 없다. 

   

    해병대 조리담당으로써 파견온 것이기에, 처음에는 제복을 반듯하게 차려 입었던 그였지만,  

   

   

     후반부에선, 일반 가정의 아줌마들처럼 츄리닝에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나른다.
     설교하기 좋아하고 진지한 모토 상(오른쪽 하늘색 옷)은 식탁에서 신문을 보는 것이 완전 아빠 역이다. 
     제일 먼저 식탁에 앉은 모토 상에게 니시무라 군이, 

    "다른 사람들은 안 일어났어요?" 

     그러자 모토 상은, 

    "내버려둬" 

    그리고 곧바로  아들 역(아빠 옆에 앉은, 흰색과 빨간색 잠바를 입은)이 식당에 들어오자마 마자 꽥, 

    "왜 안 깨웠어요! 7시에 깨워달라고 했잖아요~"  라고 엄마(니시무라)에게 투정을 부린다. 

    "깨워도 안 일어나던데." 

    "제대로 깨워야죠~!" (가정집에 이런 얘 꼭 있다. 지 혼자 못 일어나고 엄마 탓 하는..-_-) 

    그 때, 엄격한 아빠(모토) 한 마디, 

    "앉아" 

    분위기 바로 평정된다.  

    곧 이어서 철없고 장난스러운 삼촌 역이자 기지 내의 유일한 의사(검은색 옷의, 물 따르는 더벅머리)는
    들어올 때 부터 카하하하핫 하고 대장(겨자색 옷)이 자고 일어나 목이 안 돌아간다고 웃기 바쁘다.  

    남은 아들역 중 왼쪽 가운데 앉은 본은 자기 똥이 팔뚝만하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게 웃기다고.
    처음엔 식사 전에 '오늘 할 일'에 대해 말하는 등 '직장'다운 분위기를 띄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게
    없어졌다. 심지어 일본인들 버릇처럼 하는 '이따다끼마스(잘 먹겠습니다)' 인사도 안 하고 먹는다.
    이 얼마나 허울없고 가족같은 분위기인가.

   

 

    이쪽 저쪽 아무리 둘러봐도 눈에 보이는 건 얼음처럼 딱딱해진 눈 눈 눈 눈 눈 뿐!
    비디오를 보거나 마작 놀이를 하는 것도 하루 이틀, 그들에게 일 외 여가시간에 찾을 유흥은 아무것도 없다. 

   

 

    엄마가 그렇게 정성스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데도 뭔가 모자랐던 것일까.
    그들은 야구를 하려고 시럽 같은 것으로 선을 그리는데, 결국 스푼을 가져와 샤베트처럼 퍼먹기 시작한다. 

   

 

    그러니 그들이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낙이란, 맛있는 것을 먹는 것 뿐이다.
    우연히도, 기지 내 식품 재고에 '닭새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튀겨 먹으면 아깝잖아요. 회라던가..지지거나 부치거나.." 

    라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에비 후라이~(새우 튀김)"를 노래 부르며 졸라댄다. 결국, 엄마는 먹고 싶다고 졸라대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준다. 보라, 이 초거대한 새우를. 이걸 튀겨달라고 졸라대었던 그들의 표정은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러게 엄마 말을 들었어야지. 

   

 

    밤에 몰래 라면을 먹어대던 대장과 본 때문에 체류 기한이 아직 반년 넘게 남았는데도 라면이 뚝 떨어졌다.
    라면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고 징징대는 대장을 위해 엄마는 아무것도 없는 그 남극에서 떡 하니 라면을
    만들어내는 신공을 발휘한다. 엄마 만세 !!!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다.
    쥐의 실험에서처럼, 인간도 어느 정도 외지로부터 밀폐된 곳에 같은 성별의 무리들만 있게 되면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진다는 것이다. 아빠역, 엄마역, 아이들역, 할머니나 할아버지역, 삼촌역, 이웃집 같은 역 등.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중심축이 되는 것은 단연 엄마역이다.
    엄마는 보살펴주고 매일 음식을 해준다. 인간은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을 느낀다. 다른 행복거리를 찾을
    수 없는 환경에서 맛있는 것의 행복은 절대적이므로, 그것을 해주는 엄마가 최고인 것이다. 

    각자의 개성이 강하고 자기밖에 몰랐던 그들은 이 다정하고 요리 잘 하는 엄마(니시무라) 덕에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총각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없는 이 남극에서 진정한 가족을 느꼈고, 자신들이 돌아갔을 때 어찌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행복을 추억을 가슴에 새기고 돌아갔다. 진짜 가족의 품으로 - 

 

   

     그 추운 곳에서 그들이 하고자 결심했던 것은, 뜨거운 태양 아래 모래 위에서 비치 발리볼을 하는 것이었다. 

 

     비록, 그들의 몸은 1년 365일 추운 곳에 있었지만, 돌아올 때는 한층 더 따듯해져서 왔다.
     그런 영화이다.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알콩달콩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사소한 즐거움을 공유하는 남극 가족 일기다.
      

 

 

 

 

    * 주의사항 : 맛있는 요리들이 계속 나오므로, 괴성을 지르지 않으려면 배를 든든히 하고 볼 것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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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1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리뷰보자마자 확 땡기네요.... 보고 싶다. 그리고..... 배고프다.

L.SHIN 2010-05-13 13:37   좋아요 0 | URL
보세요~ 저도 인터넷 영화관에서 3,500P(원)씩 보고 두 번이나 봤답니다.
일반 비디오 가게보다는 비싸지만, 바로 볼 수 있고 24시간내에 또 볼 수 있는 장점이...( -_-);
전 하루 걸러 다시 보는 바람에 무려 7,000P를 지불..(쿨럭..;;)

로렌초의시종 2010-05-1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니시무라로 나온 배우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배우인데, 이 영화에 나오는 군요~ 왠지 흥미롭다고 여겼던 영화인데, 이렇게 고즈넉하고 은근하게 웃음지을 수 있는 영화라면, 저도 조만간 꼭 봐야겠네요^^ 고마워요 엘님~!^-^

L.SHIN 2010-05-13 13:40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니시무라 역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은 나는데, 전 도무지 기억이 안...-_-;
잔잔하게 즐거운 영화입니다. 다른 일본 영화에서처럼 '꾸며진 듯한' 느낌이 없어서 더 좋았는지도.^^

이매지 2010-05-1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렌초의 시종님처럼 니시무라로 나온 사카이 마사토 때문에 관심이 더 가네요 ㅎㅎ
먹을 거 쟁겨놓고 봐야할 듯 ㅋㅋ

L.SHIN 2010-05-13 13:50   좋아요 0 | URL
장담하건데, 보고 나면 뭔가 뭐언~가가 무지 먹고 싶어질 겁니다.
참고로, 전 오늘 점심으로(리뷰 쓰자마자) 새우버거를(꿩 대신 닭이라고) 사 먹었답니다.ㅎㅎㅎ

후애(厚愛) 2010-05-1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의사항을 위에 올려주셔야지요~~~
밤 11시입니다. 배고파요~ ㅜ.ㅜ.
아 정말 괜히 봤다~ 엉엉엉

L.SHIN 2010-05-13 19: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만, 지난번에 후애님도 무서운(?) 아트 사진 올려놓고 주위사항을
아래에 쓰셨으니까, 우리 한 대씩 주고 받은 걸로 해요.ㅋㅋㅋ

뽀송이 2010-05-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요리 영화, 드라마가 많아 배고플 일이 많아요.^^;;
이 영화는 배경이 남극이라 먹는 일이 예사롭지 않을 것 같아요.^^
그것도 저 잘생긴 쉐프가 해주는 음식이 무얼지~ 막 궁금해집니다.^^

L.SHIN 2010-05-13 19:07   좋아요 0 | URL
매번 괴로움에 몸부림 치는데도...알라디너들의 음식 페이퍼를 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일까요.^^;
저도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말입니다.(웃음) 사실, 영화 보는 재미 중 하나였어요.
아아...전, 저 초거대한 새우 튀김이 너무 먹고 싶었..;;

saint236 2010-05-1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새우 튀김을 5시간 동안 닭튀김을 알고 있었던 1인. 왜 새우가 안보였던 것인가? 고래싸움에 터져버렸던 것인가? 아니면 벌써 노안이...이런 제길슨...

L.SHIN 2010-05-13 19:09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하하핫, 세인트님 나한테 옮은 겁니다. '난독증' ㅡ_ㅡ (훗)
그런데 치킨이라고 안 하고 '닭튀김'이라고 하니까, 어쩐지 닭을 통째로 튀긴 듯한 형상이..
머리속에 ....(닭이 절 째려보고 있..;;; 어질~)

2010-05-13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5-13 19:10   좋아요 0 | URL
아, 자세히 보시면, 가재와 다르게 생겼습니다. 새우과이지요.^^
영화에서 저 '남극 가족'은 닭새우를 '세비'라고 발음하고, 일반 새우를 '에비'라고 하더이다~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만은, 저런 초거대한 새우가 있나 봅니다. 아..먹고 싶어요.

저도 혼자 보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영화보는 것을 더 좋아한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님도 같이? ㅎㅎㅎ

차좋아 2010-05-1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는 밥 먹고 꼭 거울 을 봐야겠네요..
이에 김 붙이고 하루 종일 다녀도 아무도 말 안해주겠지요?

여행지는 결정하셨어요? '에잇!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L.SHIN 2010-05-13 19:13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핫......(이게 웃어도 웃는게 아닌 이유 -_-) 왠만히 친하지 않으면 말 안해주는...;;
이럴 땐 한국사람이 너무 좋아요-♡ 사실, 상대를 위해서는 지적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버럭)

아...이번 주 비 온다고 해서....흑...ㅜ_ㅡ

비로그인 2010-05-1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자세히 리뷰를 올려주셨으니...
난 영화 한 편 본거같으요.
ㅋㅋ

L.SHIN 2010-05-13 20:54   좋아요 0 | URL
엄훠~ 무쓴~!
나는..내 딴에는..스포일러 될까봐 정말 조심스럽게...쓰고 싶은 말 깍아내며 썼는데....ㅡ.,ㅡ
10%도 안 됩니다,저거. '나의 아무개' 가족이 되시려면 보세요. ㅋㅋㅋ (협박이 아님,절대로)

비로그인 2010-05-13 21:23   좋아요 0 | URL
그럼 다음부턴 깎아내지말고 좀 더 자세히 올려주세효~~~~

게으른 마기 올림-

Alicia 2010-05-1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좋았는데. 이 영화랑 카모메식당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같은 사람이라네요.
일본음식영화들은 사람마음을 참 훈훈하게 만들어요 ^^
속마음, 이건 `혼네`라고 하는군요. 맞아요, 혼네.
이 사실을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저도 누군가에게 속았단 느낌 덜 받았을거란 생각도 들어요.
저는 전형적인 한국사람 이기 때문에.. ^^

L.SHIN 2010-05-13 23:20   좋아요 0 | URL
아,그래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같은 영화라니. 저도 '카모메식당'을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이런 훈훈하고 다정한 영화를 좋아합니다만,
만약 한국이 '남극 기지를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면?'.... 아마도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너무나
진지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혼네'...같은 일본인들끼리도 그것 때문에 울고..웃고는 하죠. 좀 씁쓸합니다.

자하(紫霞) 2010-05-1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네요~
근데 저게 어딜봐서 새우인지? 가재같은데~~

L.SHIN 2010-05-14 10:39   좋아요 0 | URL
가재의 특징인 집게 다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영화에서 '새우'라 했는걸요~ 한국에서 안 먹는 듯 해서 낯설은 거 아닐까요? ^^

비로그인 2010-05-15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어디 가면 볼 수 있나요? 진정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L.SHIN 2010-05-15 13:36   좋아요 0 | URL
인터넷 영화관 - 씨네폭스 (사실, 회원가입 한 곳이 여기 뿐이라서..이곳 밖에 모른다는..ㅎㅎ)

2010-05-17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7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7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8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3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3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5-2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렇게나 맛나 보이는 영화가요!!
엘신님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리뷰 읽다보니, 정말 성역할은 생물학적 성과는 무관한 것 같아요.
그러니 동성부부 가족이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은 편견일 거라는 데 동의되어요.
(제가 오늘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책을 다 읽은 터라..ㅋ)

L.SHIN 2010-05-20 19:43   좋아요 0 | URL
엥? 리뷰 당선이라니요? (아,어째서 나는 매번 알라딘 소식에 느려터진...ㅜ_ㅡ)
프레님 아니었으면 정작 저는 또 모르고 지나갈 뻔 했..;; 아,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추천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헤헷. (가서 확인해야지,ㅋㅋ)
네, 맞습니다. 물론, 자손 번식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성간의 결혼이 필요하긴 하지만..
사랑에는..성별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stella.K 2010-05-2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별이 필요...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나를 알아야 할 한 명의 이성이 슬퍼할 것 같아서요.ㅋㅋㅋ
일본 사람들 왜 그럴까요?
그래도 영화는 잘 만들어요.
이거 엘신님께 소개 받고 볼려고 그랬는데 제가 아는 사이트에선 없더군요.
나중에 dvd 나오면 꼭 볼거예요.
당선 축하해요.^^

L.SHIN 2010-05-21 13: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혹시 마음에 담아둔 이성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누규우~?
어떤 의미에서의 '일본 사람들 왜 그럴까'인가라고 말하는지 몰라서 답변을 못 하겠군요 ^^;
아,저는 며칠 전 서울에서 DVD방에서 이 영화 있냐고 혹시나 하고 물었보았다가 깨깽 했더랍니다.ㅋ
 
매란방
첸 카이거 감독, 여명 외 출연 / 쌈지아이비젼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1994년 봄이었을 것이다.
    N이 어느  날, [패왕별희] VIDEO를 보자고 했다.
    그 당시 N은 나처럼 한국나이로 16살 밖에 안 되었었다.
    그런데 N은 어떻게 그런, 나이에 비해 수준 높은 영화를 빌려와서 날 끌여들였을까?
    단순히 '경극'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그 당시만 해도 '경극'이란 단어도,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시아 역사나 문화에 대해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지와 같은 무지한 수준이었다. 

    1,2편에 나누어져 있는 길고 긴~ 영화를 꼼짝없이 봐야 했다.
    영화 내용은, 나에게 상당히 충격적이고 신선한 '신세계'였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장과 의상을 입은 경극 배우들이 요상한 소리로 노래 같은 음율을 앵앵
    거리는 것이 신기했다. 여자역을 하는 남자배우를 안으려는 고위 관료, 일본군의 점령 아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렸다. 

    그 후로, 한 동안은 N과 함께 나는 말할 때마다 경극 배우처럼 흉내내서 앵앵 거리는 말투로
    말하는 것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중국어라고는 '니 하오'와 '쎼쎼' 밖에 모르는 주제에 그 당시
    유행하던 중국노래 '첨밀밀'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외우는 괴력(?)을 발휘했었다. 

    언젠가는 중국 본토에서 경극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귀로 직접 들으리라 결심했건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잊혀져 가고 있을 때, 어제 두 번째로
    경극을 '만났다'. 바로, [매란방]이다.  

   

    중국 발음으로는 '메이란팡' 정도 될까..(긁적)
    실존했던 인물을 가지고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아니면 과거 어릴 때 '경극의 참미(美)'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것을 되찾으려고 했던 건지... 나는 공부하는 것처럼 열심히 봤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엔 내게 있어 경극은
    아직도 어려운 과목이기에. 

    [패왕별희]가 '두 경극 배우의 삶'과 '일본군의 점령하에 놓인 당시 중국의 상황'이라는 2개의
    플롯을 보여주는, 약간은 무거운 느낌의 깊이 있는 영화라면,
    [메란방]은 한 사람의 삶과 '경극인의 명예나 가치'를 이야기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보기에 더 쉬운 편이다. 같은 감독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경극에 대해서도, 중국의 오랜 역사가 담겨 있는 문화에 대해서도 아는게 하나 없어...
    감히 무어라고 리뷰를 쓸 수가 없다.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나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사진 몇 장과 함께 그냥 짤막한 사담만 남긴다. 

 

   
     경극은 서민은 물론이고 부유층도 즐겼던 문화다. 그들이 열광했던 것은 단순히 저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그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내는 이야기들은 중국인들의 역사와 삶과 희로애락이 가득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없던 시절에는 경극이 바로 그들의 영화이자 드라마였으며, 오페라였고
     고된 삶을 떠나 정신적 유희와 감성적인 유희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는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예를 갖출 줄 알았던.
     지금처럼 TV쇼에서 방청객들로 하여금 억지웃음을 만들어내는 조잡한 것이 아닌,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찬미했던 그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부러웠다.   

 

   
    장쯔이는 '맹소동'이라는 남자역을, 여명은 '매란방'이라는 여자역을 하면서 서로의 성별을 뒤집은
    또 하나의 '자신'을 보여준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 많은 것을 담았겠지만
    내가 느꼈던 것은 2가지다. 하나는,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양상, 즉 직업적으로나 가정에서의 역할적
    으로나 남.녀의 위치가 바뀌거나 서로 자신의 영역을 내주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현상을 빗댄 것은 아닐까. 

    그리고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성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누구나 자신 안에 여자와 남자를 함께 지니고 있다. 대체적으로 생물학적인 호르몬 분비와 사회적인 교육
    때문에 자신의 외모와 걸맞는 성별에 치중해서 살기는 하지만, 간혹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이 느끼는 쪽에
    더 치중하는, 그야말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좀 더 솔직한 부류가 나오기도 한다.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좀 더 강한 쪽의 남성성 혹은 여성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의 인간상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고, 나는 저 장면을 보며 떠올렸다.    
    '매란방'은 여자의 감정으로, '맹소동'은 남자의 감정으로 신체와 상관없는 성별로 서로를 좋아했던 것 같다.

    

 

   

    실제 인물인 '매란방'이었던 '원화'라는 남자.
    그는 저 소년 시절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경극배우로써 품위와 자존감을 지켜왔다.
    [패왕별희]에서 '별희'역을 맡은 배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패왕'역의 남자를 지켜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군 앞에서 공연을 하며 한 배우로써 중국인으로써 자신을 버렸지만,
    '매란방'은 강압적인 일본군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므로 인해 경극인으로써의 자신과
    중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래서 해방 후에, 자국민으로부터 '배신자'라는 경멸를 받으며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던 [패왕별희]의 '패왕'이나 '별희'같은 불명예는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매란방'은 중국 최초로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아시아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는데 성공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할 만 하다.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신념대로 밀고 나가는 인간을 제일 좋아하며, 존경한다.
    문자로써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목에 칼이 들어왔어도' 굴하지 않았던 '매란방'.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느니 기꺼이 무사답게 적의 손에 죽겠노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려 했던 삼국지의 '조조'와 같은 용기로 '매란방'은 일본 점령이라는 추운
    겨울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꽃 같은 존재다.  

    그리고 그는 본인의 의사든 아니든간에, 후세에 이름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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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2-0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란방의 실제인물 원화군요. 약간 이준기 닮은 느낌이네요.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보여요.
전 이 영화 보며 매란방의 아내로 나왔던 그 여배우의 연기가 가슴 아프더군요.
장쯔이는 '게이샤'에서보다 좋아보였구요.
그땐 좀 정신없이 봤는데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에요.

L.SHIN 2010-02-08 11:45   좋아요 0 | URL
네, 아내로 나왔던, 그 분은 헌신적이고 이해심이 많고 교양있는 여성으로 나왔죠.
전 원래부터 중국 발음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번 영화에서 인물들이 조용하고 점잖은, 그리고 너무나
이쁜 발음으로 중국어를 할 때는 '내 반드시 나중에 중국어를 마스터 할..' 이라고..다짐했답니다.^^;
[게이샤]는 아직 안 봤습니다. 흥미가 당기긴 했지만, 뭐랄까, '게이샤'는 일본인이 해야..하는
쓸데없는 고집이 있어서 말이죠. 영화의 작품성을 배제하고 말이에요.(웃음)

메르헨 2010-02-0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페이퍼 보니까 또 땡기네요.
패왕별희 이후 한동안 우울했던 기억이...^^

L.SHIN 2010-02-08 11:46   좋아요 0 | URL
저도 [패왕별희]가 상당히 인상적이라서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영화죠.
이 리뷰를 쓰면서 [패왕별희]를 10대의 눈이 아닌 지금의 눈으로 다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자하(紫霞) 2010-02-0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왕별희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는...
참고로 중문과출신임^^;

L.SHIN 2010-02-09 21:13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오오옷-!!!!
그 어려운 중국어를 하신다는 말입니까! 말입니까! (덥썩)
우리, 친하게 지내요. 우후후후훗!
 
코어 - [할인행사]
존 아미엘 감독, 힐러리 스웽크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자석의 S극 N극이 서로 붙거나 밀어내는 것을 보거나 코팅종이에
  정전기를 일으켜 머리카락을 삐죽삐죽 세웠던 일이 참 신기했었다.
  직접 전선을 연결하여 꼬마전구에 불을 켰을 때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었다. 

  지금 우리는 전기, 전류 등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TV, 컴퓨터, 핸드폰, 모든 가전/전자제품들, 전기로 구성된 의학 기기들.
  고무, 플라스틱, 유리, 종이 같은 몇몇 것들을 제외하고는 부주의 했을 때
  감전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는 시대.
  전류가 통하기에 인간의 몸만큼 쉬운게 어딨어. 물덩어리 생물인걸. 

  이 영화는 이 '전기시대의 생물들이 한 번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확 까발려 놓았다. 빙글빙글 끝없이 돌고 돌아야 하는 지구의 중노동에 얼마나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지, 제발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라고 인간들의 얄미운
  구석을 꼬집어 놓는다.

 

  '아마게돈' '딥임팩트' '인디팬던트 데이' '투모로우' 영화들의 공통점은?
  지구의 생명이 달린 엄청난 재난영화이다.
  외계인의 침공이든 자연의 이상 변화 때문이든간에 인간은 자신들의 삶과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늘 승리한다.
  작품성이 있든 유치하든 상관없이 이런 '종말론'을 들추어내는 영화들이 자꾸
  나오는 것은 인간들 스스로 '지구를 보호하자'라는 암시를 서로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싶다. 늘 어느 시대나 '계몽운동'은 성공해 왔고 더 나은 시대로 변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은 21세기 전세계적인 계몽운동이라고 봐둘까.
  내적으로는, 지구가 더 이상 병들지 않게 인간들이 노력하자
  외적으로는, 행성이나 외계의 무언가로부터의 충격이 있을 때를 대비하자 라는 등의? 

  어쨌든, 어느 쪽으로든 지구의 미래에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므로
  저런 영화들을 참 재밌게 보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기도 했었다.  

 
 

  이 영화도 지구의 재난영화이지만 다른 영화들과 조금 다른 것은 지구의 핵이
  움직임을 멈추면서 이상 변화가 생기고 모든 생물은 물론이고 지구까지 죽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 영화들이 인간들의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거대한
  무력과 맞써 싸우는 영웅담이라면, 이 영화에서 잘못한 것은 분명하게 인간이라는 점.
  물론, 극소수의 인간들 때문이지만 평생 돌고 돌아야 하는 지구의 움직임을 멈추다니.
  지구를 보호해주던 자기장들에 구멍이 나서 걸러지지 않은 태양빛이 모든 것을 녹여버리고,
  전기 혹은 자기장, 주파수 등이 통하는 모든 것들 그리고 자연의 흐름 모두가 엉망이 된다.  

  늘 그렇듯, 지구를 지켜내기 위한 '영웅'들이 구성되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
  지구를 관통하여 엄청난 압력과 고열로 가득한 외핵에 가는 것이 지금의 기술로 가능할까?
  싶은 심술 궂은 의문을 해보긴 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새삼스레 완전 집중해서 영화를 보았다.  

 

 

 

  싫었던 것이다.
  지구가 멈추는 것이. 죽어가는 것이.
  자신들의 생명을 기꺼이 바치며 임무를 완수하려던 인물들이 살기를 바랬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두려웠다.
  저것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 같은 기분에.
  그래서, 잔잔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부디, 저 모든 영화들이 그저 인간들의 귀여운 상상력으로만 그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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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 - Let the Right One 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관이 끼익 열리면서 꼬마 흡혈귀가 일어나며 말했다. 

"이 책 다 읽었는데, 다음 권 줄래?" 

내가 '흡혈귀' 혹은 '뱀파이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때 읽었던 책 때문이었다.
뾰족한 송곳니가 나고, 곱슬거리는 흑발이 어깨까지 오고, 검은 망토를 휘날리던 뱀파이어는
어둠의 왕자이자 공포의 대상이었어야 하겠지만, 내가 처음 접한 것은 책을 너무나 좋아하던
또래의 소년들과 다를게 없는 순진무구한 흡혈귀였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 그 어떤 영화에서건 아무리 무서운 뱀파이어가 나와도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는 법을 모른다.

 
   

 

 

 

  영화 속 '오스칼'은 학교 동급생들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는 소심하고 외로움이 많은 소년이다.
  그는 늘 작은 나이프를 집 앞 나무에 찍으며 복수하는 상상을 하는게 고작인 힘 없는 아이.
  어느 날 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소녀가 뒤에서 말하지. 

  "뭐하니?"
  "아무것도" 

  "난 너와 친구 할 생각 없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도 되듯 내뱉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소녀의 등 뒤에 불끈한 소년도 외친다. 

  "누가 친구하고 싶대?!!" 

  사실, 소녀의 그 반어적 표현엔 '너에게 관심이 있어. 난 외로워. 하지만 너하고는 친구가 될 수 없어'를
  담은 듯 하다. 솔직히 인간의 피를 먹고 살아야만 하는 흡혈귀 입장에서 '먹이'인 인간과 친구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이니까 당연한 것이긴 해도, 12살 즈음의 모습에서 성장이 멈춘 '아동 흡혈귀'는
  오랜 세월 친구 없이 지내다 보니 외로운 건 매 한 가지인걸까. 

  서로 외로운 영혼을 가진 아이들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끌리게 되는걸까.
  해가 지고난 후 집 앞 공터에서 몇 번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가는 두 아이. 

 
  흡혈귀는 추위를 안 탄다고 한다. 살아 있는 따뜻한 피를 마셔도 몸에 들어가면 얼음처럼 차가움으로
  변하기 때문일까. 어둠에서만 사는 것이 익숙해진 탓일까.
  무엇을 먹고 살든 감정을 느끼는 것은 똑같은데 말이지.
 

  어느 날, '오스칼'은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거부감도 없이
  여전히 우정을 나누는 모습에서, 겉모습만 같을 뿐 서로 체온이 다른 '타 종족'끼리도 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흐믓하기만 하다. 12살 짜리의 순수한 애정, 입술을 닿는 것 뿐인데도 그것을 키스라 믿는 순수함.
  어찌 보면, 인간들보다 오래 살았을 '이엘리'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서인지 '오스칼'과의 우정을
  계속 기대하는 소녀의 애절함이 더 짙게 묻어나와 조금 안쓰럽다. 

  '초대 받지 않은 집에는 들어갈 수 없다' 라는 흡혈귀의 규칙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오스칼'의 집에 들어온 벌로
  온통 피 범벅이 되어가면서도 순진하게 웃을 수 있는 '이엘리'는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외롭게 지냈을까. 

 
  피투성이 모습을 보고 거부감이 아닌 동정심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살인'을 하지만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닌 단지 살기 위한 '순수한 기본 욕구 충족'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저렇게 순수한 눈을 하고 있는 것일까.
   

  먹이와 포식자와의 우정.
  육식 동물인 암사자가 무리에서 쫒겨난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길 잃은 새끼 사슴을 자식처럼 키우는 모정이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오스칼'과 '이엘리'와의 우정이나 애정도 가능한 이야기.
  인간이 개나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들은 애완동물이기 전에 언제든지 인간들의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동물이니까.
  그러나 가족같이 친구같이 서로 교감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먹이와 포식자와의 모습은 저 둘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서로 다른 종, 상-하 관계 혹은 적대 관계의 위치에 있는 자들끼리도 정을 나눌 수 있는데
  왜 인간들은 이따끔씩 같은 종인 서로에게 칼부림과 총부림을 하며 으르렁대는 것일까.
  종을 초월하여 사랑하는 그 아름답고 넓은 마음이 동종에게는 왜 그렇게 매몰차고 잔인할까. 

  영화는 '헤피 엔딩'이다.
  '오스칼'은 일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이엘리'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생겼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왜 씁쓸한 걸까.
  먹이와 포식자와의 우정의 길이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예를 들면,
  너무나 사랑했던 개가 천성적으로 타고난 수명이 나보다 짧아서 나를 남겨두고 가는 일이 생기는 것처럼.
  결국 나중에는 또 '이엘리' 혼자 남겨지게 될까봐.. 

  세상에 영원한건 없다고.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서로를 찾아다니는 것은 그래도 잠시나마 행복해지고 싶어서겠지?
  모두가 외로운 존재들이니까. 

  지구에서 외로움을 타지 않는 생물은 아무것도 없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들이 가끔씩 있기는 해도, 모두가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며 산다.
  그래서 이 아름다움이 계속되는가 보다. 

 

   Hello, world.
   Let me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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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이미애) 2009-05-07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읽고나서 제가 했던 궁금했던 생각들도 조금 해소되는 기분이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화요일의 두꺼비>라는 책으로 수업을 해야하는데, 님의 글에서 적절한 예시를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사슴을 자식처럼 키우는 암사자가 있었군요? 모르고 있었습니다 ㅋㅋ ^^
동화에서 먹이와 포식자의 관계가 우정의 관계로 변하거든요. 근데 아이들과 수업을 해보니, 동화라서 그렇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도 있더라구요. 그런 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에 저런 예를 들려주면 좋을 것 같네요.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도 그렇구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근데 이 영화 무섭지 않나요?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되게 무섭게 느껴졌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하나도 안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L.SHIN 2009-05-08 11:14   좋아요 0 | URL
아, 제 리뷰에서 수업에 쓸 적절한 예시를 발견했다니, 도움이 되어 기분이 좋군요.^^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소녀 뱀파이어가 사람의 목을 무는 장면도 나오고, 사람이 피 철철 흘리며
죽는 장면도 나오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나 내용 때문인지..결정적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인지 잔잔한 드라마 한 편 본 것 같습니다.(웃음)

마노아 2009-05-07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흐르면, 이엘리에게 제 피를 주고 죽어버린 그 남자처럼 오스칼도 그리 될지 모르겠지요. 그래도, 아마 그 남자처럼 기꺼이, 행복하게 죽을 테지요. 그래서 참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슬펐어요. 작년에 이 영화보고 참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뱀파이어가 문학적으로, 또 영화의 소재로 참 대중적으로 쓰이네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요새 재밌게 읽고 있어요. 최근 개봉한 박쥐도 그렇고, 곧 개봉하는 전지현 주연의 영화도 그렇고... 인간으로서는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동시에 위험하고 또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그 뱀파이어를 꽤나 동경하는 듯해요. 알게 모르게요.

L.SHIN 2009-05-08 11:17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그래요, 저도 언젠가 오스칼이 그 남자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 전까지는 둘이 이쁘게 사랑을 할테죠. 그 순수함이 좋았습니다.(웃음)
인간의 본능입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그 무언가를 동경하는 것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삶을 초월한 것 같은 ..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도 안겨줄 수 있는 그 어떤 절대적인
존재에 대해 동경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프레이야 2009-05-13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엘신님^^
이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꽤 따스하게(뱀파이어가 등장해도^^) 끌어당기는 이야기군요.
헬로 월드, 렛미인! 이 말이 좋아요.

L.SHIN 2009-05-16 00:25   좋아요 0 | URL
엥? 그런 것도 있어요? ㅡ_ㅡ (긁적)
혜경님도 한 번 보세요. 소년/소녀들의 순수함이 참 이쁘답니다.(웃음)

마노아 2009-05-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영화 리뷰 당선이군요! 엘신님 축하해요.
아, 뱀파이어를 보고 나니 다시 읽다가 잠시 중단된 이클립스가 팍팍 땡깁니다. 어여 마저 봐야겠어요.^^

L.SHIN 2009-05-16 00:26   좋아요 0 | URL
아,,네..감사..(아직 얼떨떨한 기분으로 일단은 인사..ㅋㅋ)
리뷰 당선이란게 뭔지 알아봐야 할 듯..^^;
그거 보고 나서 이 영화도 보세요. 좋습니다.(웃음)

마노아 2009-05-16 12:22   좋아요 1 | URL
리뷰 당선은 적립금 5만원을 선사해 준답니다.^^
이 영화는 작년에 보았어요. 저도 리뷰 썼는 걸요.^^

thanksgiver 2009-05-2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캐릭터...첨음엔 심드렁했다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매료되는 느낌입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뱀파이어의 모습에 다시한번 탄성하고.. 가장 좋았던건 오스칼의 모습을 내세웠지만 ..평생 이엘리만을 사랑하다가 늙고 지쳐버린 그남자의 죽음입니다..이엘리는 어쩜 정말로 잔인하더군요. 그남자를 정말로 사랑헀다면 햇볕에 타서 죽었을텐데... 어쩌면 오스칼의 사랑도 착각일지 모르겠군요..나도 그런 이엘리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하다니... 그녀는 정말 잔인하군요 ㅠㅜ~♡

L.SHIN 2009-05-22 10:02   좋아요 1 | URL
네, 어떤 면에서는 이엘리가 잔인하죠. 어쩌면, 다른 상황이었다면, 그 늙은 남자가 멀쩡한 상태로
누군가한테서 위협을 받았다면 구해주지 않았을까요? 오스칼에게 그랬던 것처럼.
단지, 그 늙은 남자는 살 가망이 없어서 스스로를 이엘리에게 '마지막 사랑'을 내놓았고,
이엘리 역시 그를 받아들였겠죠. ^^
사랑은 어차피 잔인하고 아름다운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만.(웃음)

stella.K 2010-08-06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때는 리뷰 당선되면 5만원 주던 시절이었군요.
엘신님 그떼 리뷰 적립금 받아서 뭐하셨을까요?
안드로메다 도서관 건립에 기부하셨을까요?

저도 엘신님과 친구할 생각은 없지만
보고 싶어요.ㅠㅠ
 
워터 호스
제이 러셀 감독, 에밀리 왓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한국에 '요리보고~ 저리보고~ 아기공룡' 둘리가 있다면 스코틀랜드에는 사고뭉치 쿨루소가 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둘리는 몇 년이 지나도 몸집이 유치원생 수준인데 쿨루소는 영양 섭취에 따라
    하루밤에 최고 3m나 자란단다. 성장속도가 너무 빠르잖아!! 라고 나는 외쳤다.
    왜냐하면 솔직히...작은 사이즈, 아기였을 때가 귀엽잖아. ( -_-)  안아주기도 좋고~
    이 꼬마 쿨루소 녀석 어찌나 사랑스럽고 사고뭉치인지 완전 둘리가 따로 없다.
    게다가 자신을 쫒아오는 불독을 피해 속임수까지 부리는 영악함이 둘리 저리가라다.(웃음)
    둘리처럼 '호이~호이~' 초능력은 없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유명한 주제가도 없지만,
    한번 키워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의 이 귀여운 녀석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스코틀랜드의
    한적한 마을에서 찍은 사진으로 유명해진 '네스호의 괴물, 네시'를 모델로 탄생했다.
    아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라고 하였으니 클루소의 자서전같은 영화가 되는건가.  

    사건의 발단은 앵거스 소년이 특이한 알을 주워온데서 시작한다.

   

    그날 밤, 알을 깨고 세상에 태어난 씩씩한 쿨루소는 앵거스와 우정을 키워나간다.
    자, 귀여운 쿨루소를 감상해볼까~

   
     (알에서 막 부화했을 때, 모든 생물은 처음엔 다 저렇게 쭈굴이가 되나보다 -_-)

   

   

    얼굴은 공룡, 몸은 물개인 녀석, 호기심이 대단하시다.(웃음)

   

    자신을 향해 쫒아오는 불독을 피해 초고속으로 도망가는 쿨루소, 외마디 비명 '꺅~' 에서 폭소.

   

    더 이상은 목욕탕에서 키울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이 거대해진 쿨루소는 네스호에서 살게 되는데
    낚시꾼들의 낚시줄을 입에 문채 놀래켜주는 장난을 보아하니 천진한 성격은 몸집과 상관없나 보다.

   
     (월척인줄 알고 기대하고 보았던 아저씨의 급당황함이 뒷통수에서부터 느껴진다..ㅋㅋ)

    내가 제일 부러웠던 것은 쿨루소를 타고 물 속과 물 밖을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었다.
    둘리도 혼자였지만 인간 친구들과 정체가 수상한 외계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던 것처럼
    쿨루소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이해해주는 몇몇의 인간 친구들 덕에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우정이란 시대와 종을 초월해 늘 빛을 발하며 감동을 주는 지상 최고의 보석이다.
    이 영화가 실화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딱딱한 시멘트, 까칠한 세상살이에 지쳐 힘든 영혼을 네스호의 시원한 물처럼 적셔 주기에
    충분한 삶의 영양제같은 영화를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럽지 않은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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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5-2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사진......정말 아름답네요.

L.SHIN 2008-05-30 11:09   좋아요 0 | URL
네, 멋지죠 ^^

302moon 2008-05-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어요. :) 정말!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 커서도 귀여운 건 여전하네요.(웃음) 마지막 사진, 제가 저장했어요. (속닥속닥)

L.SHIN 2008-06-02 13:28   좋아요 0 | URL
그쵸?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답변이 늦었군요. 긁적 -_-)

2008-06-01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6-0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네스호 괴물의 정체가 클루소였군요.^^

L.SHIN 2008-06-09 23:29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답니다! ^ㅡ^ 아~ 귀여운 클루소 또 보고싶당~♡

치유 2009-07-2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영화 너무 감동적이였는데 님 통해 다시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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