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가 C로부터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가끔씩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게 10년도 훨씬 전인 것 같다.
그 때는 C의 일이 너무 많아 '보조' 개념으로 도와주면서 배웠었는데, S도 천성적으로 소질이
있었는지 간단한 그림은 곧잘 그렸었다. 그러나 그건 그리 오래가지 않아서 S도 화가의 길로 갈
마음은 없나 보다 하고 그냥 넘겨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일로 전화통화를 하던 중 S의 입에서 어느 미술대전에 입상했다는 것을 들었다.
아니, 언제?
얼마 전에..
어떤 그림?
너도 지난번에 와서 봤잖아~
.......아! 그거? 그 때는 완성되지도 않았고, 그게 미술전에 나간다는 말도 안 했잖아!
그랬나? 쑥쓰러워서 그랬겠지...
S는 반평생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운 적 없이, 공기처럼 햇빛처럼 조용히 살아왔고
욕심을 부린 적도 없었다. 그녀라고 하고 싶은 일이, 욕심 부리고 싶은 일이 없었을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늘 양보만 해왔던 그녀는 이제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되었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전시는 여기서 해?
아니, 며칠 전에 했어.
(악) 왜, 말을 안 했어?!!
하하하... 다음엔 미리 이야기 할게~
지금 빨리 사진 보내봐!
알았어~
그림의 이름은 『 조화 』
그녀의 삶이 그랬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다른 꽃들을 빛내주는 안개꽃 같은 존재.
언제나 그녀는 타인들과,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자 했다.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산의 풍경처럼 티 안 나게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산수유처럼 -
그녀야말로 나비로 태어났지만,
꽃이 뿌리를 박고 있는 흙의 숨을 고르기 위해 기꺼이 눈도 귀도 없는 지렁이로 살았던
그녀,
나는 이제 그녀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