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3월 어느 날, 쉬지 않고 연속으로 본 영화 3편.
퀼 (Quill)
Quill 이란, 새 날개 혹은 꼬리의 커다란 '깃'을 의미한다.
주인공 리트리버 종의 강아지 옆구리에는 날개와 비슷한 커다란 점이 있는데, 맹인을 위한 맹도견이
되기 전, 1년 동안 대리부모와 함께 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퀼'은 너무나 착한 대리부모와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 후, 전문 맹도견 훈련소로 보내져 본격적인
맹도견이 된다. 맹도견은 사람이 발을 밟아도 짓지 않고, 먹을 것에 대한 유혹도 이겨내며, 횡단보도,
인도와 차도 사이에 있는 턱, 커브, 혹은 장애물이 있을 때는 맹인의 안전을 위해 멈추어 서게끔
철저하게 훈련을 받는다. '와, 너무 똑똑하다'라고 감탄하기 전에, 그 숱한 훈련과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때문에 대부분의 맹도견은 원래 수명보다 빨리 죽는 안타까움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희생과 봉사에
박수를 쳐줘야 한다. 아직도 맹도견의 순한 성품과 직업적 의무를 모르고 공공장소에서 그 큰 몸집만
보고 겁을 집어 먹고 괴물 보듯 짜증을 내며 막말을 서슴치 않는 개념없고 무식한 인간들은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실제로는 2004년도에 제작한 거 같던데...
일본에서는, 소학교(초등학교)에서 '맹도견의 일'을 보여주거나 '장애인 미리 체험하기'등의 교육을 통해
사회에 꼭 필요한 인성교육을 실시해 아이들로 하여금 편견을 같지 않도록 한다.
맹도견에 대한 경험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공공장소에서 맹도견을 보았을 때 두려움이나 기피함을
갖지 않도록, 장애인과 똑같은 체험을 미리 하는 것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라는 암시와 함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대우나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예방해주는 훌륭한 교육이다.
한국은 생각하는게 고작, 조기영어 교육이나 입시 위주의 교육 뿐이다.
한국엔 더 이상 인성교육은 없다. 그렇다고 인재가 많냐? 글쎄올씨다. 헛똑똑이 밖에 없더만.
워낭소리
개봉하기 전 부터,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서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나는 이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분명 펑펑 울 것만
같았기에.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었다. 아직은 볼 용기가 없다고 하면서.
결국, 개봉(2009. 1)한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나서야 보았다. 그 동안 마음의 준비를 너무 오래 했던
탓일까.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고 생각보다 울지 않았다. 아니, 영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소가 너무 비쩍 말라서, 한 순간 할머니 할아버지를 원망했다. 먹이 좀 많이 주지 그랬냐고.
누구 덕에 대학 나와 도시에서 잘 살고 있는 건데, 평생을 노동에 바친 소를 어쩜 그렇게 쉽게 팔으라는
소리가 나오는 건지, 그 염치 없는 할아버지의 자식들은.
'소가 있어서 할아버지가 농사 일에서 손을 못 뗀다'라는 그럴싸한 핑계로 걱정하는 척하는 그들의 마음엔
할아버지처럼 '소는 가족'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는 건가?
그렇다면, 할아버지, 미안하지만, 자식 잘못 키우셨습니다. 배 부르고 공부 잘 시켜 도시로 보낸다고 자식
잘 키우는 거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사람들, 자기밖에 모르고 다른 생명 귀한줄 모릅디다.
늙어 잘 걷지도 못 하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군말없이 성실히 일 하는 소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어릴 때 침 잘못 맞아 왼쪽 다리를 잘 못 쓰면서도 한 평생 부지런히 살아왔고, 여기저기 몸 아프다면서도
일해서 자기 입 알아서 잘 챙기는 도시의 자식들에게 쌀 한 톨이라도 보내주려는 할아버지를 보는 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하루도 쉬지 않고, 할아버지를 수레에 태워 논과 집을 오가는 소.
부들부들 떨면서도 묵묵히 걷던 그 앙상한 네 다리가 어찌나 위태로워 보이던지.
사료 먹이지 않고 굳이 꼴을 베어 먹여야 한다며, 남들 다 뿌리는 농약 한 번 안 치는 할아버지.
당신 걷기도 힘들면서 매일 같이 한 가득 꼴을 베어 소에게 갖다 주신다.
아파도 묵묵히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어쩜 그리도 닮았던지.
소가 죽었을 때, 나는 울면서 속으로 외쳤다.
'먹지 마! 먹지 마! 소를 먹지 마! 그냥 땅에 묻어줘!'
할아버지는 땅에 묻은 소에게 막걸리 한 병을 부어주셨다.
모범시민 (Low Abiding Citizen)
부조리한 법 앞에 분노가 폭발하여 '부조리한 자들을 정당하게' 응징하는 한 남자의 치열하고도 지능적인
복수 범죄가 펼쳐친다. 누가 그를 모범시민에서 극악한 악당으로 끌어 내렸는가.
'증거 불충분' 그것은 누명을 쓴 무고한 시민도 살릴 수 있지만, 대부분은 위험한 범죄자를 다시 세상 밖에
내놓을 수 밖에 없는 법의 치명적인 구멍이다. 남 주인공의 아내와 어린 딸은 두 명의 강도 중 비열한 놈에
의해 죽었지만, 그 놈의 거짓 증언에 의해 구경만 했던 공범이 어이없게 사형을 당하고, 정작 살해범은 5년
이라는 짧은 수감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서 멀쩡히 살아 숨쉰다.
주인공 '클라이드'는 10년에 걸쳐 준비한 철저한 복수극을 펼치며 사회에 소리 없는 외침을 던진다.
10년이다. 그는 세상에 정의는 없다고 외치기 위해 10년을 준비했다. 부조리함에 홀로 맞서기 위해.
자신의 출세를 위해, 한 남자의 억울함에 서기 보다는 범죄자와의 거래를 해서 죄를 경감시켜준 벌로
그는 이제 지능 범죄자가 되어 돌아온 클라이드와 싸움을 벌여야만 한다.
모든 것은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다.
나는 클라이드의 그 높은 지능과 세밀한 계획, 대범함이 아까웠다.
대부분의 지능 범죄자들은 일반인에게선 쉽게 볼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계획력, 끈기, 실행력 등 많은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나는 그들이 그 재능을 범죄에 쓰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는 모범시민으로 태어나 범죄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