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꿈을 꾼다.
그리고 대체로 기억하는 편인데, 오늘처럼 아쉬운 적은 거의 없었다.
다른 사람들 때문에 꿈에서 깨버리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 한참 재밌었는데~'
꿈에서 친구로 나오는 누군가와(그러나 도대체 누구였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_-)
일본의 어느 장소에 갔었다. 특이하게도 꿈에서 나는 일본을 처음 방문하는 것처럼
설정이 되어 있었다. 글쎄, 자유여행 관광객쯤 될까? (긁적)
사실, 목적지에 갈 때는 N도 함께 있었는데, 돌아올 때 N이 먼저 가버리는 바람에
'초행길'이었던 친구와 나는 헤매게 되버린 것.
지하철을 타고 3~4정거장을 가서, 그 앞에서 버스를 타고 3정거장쯤 가면 목적지에 도착.
새벽부터 누군가 박스 테이프를 빌려달라고 깨우는 바람에 나는, 그 목적지에 왜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자료화면이 싸그리 날아가버렸다.
아니, 대체 왜 새벽부터 박스 테이프를 빌리러 와! 미리 좀 챙기지! ㅡ.,ㅡ...
나는 다시 꿈을 꿀 요량으로 누웠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줄줄이 사탕으로 사람들은 나의 단잠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꿈에서, '버려진' 친구와 나는 왔던 길을 더듬어 되돌아 가려고 했다.
해당 지하철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우리가 타려던 버스는 사람들을 꽉꽉 채우고 그냥 지나가버려서 도무지, 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기다리다가, 조급해진 나는 친구에게 외쳤다.
"3정거장 밖에 안 되니까 택시 타고 가자!"
왜 그 생각을 진작 못했지. 한국과 달리 일본의 택시비는 비싸다구? 지금 늦게 생겼는데 그거
따질 때인가! 친구와 나는 택시를 탔다. 친구가 먼저 목적지를 말했는데,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존대어는 생략하고 건방지게 목적지만 짤막하게. -_-
이 택시, 총알이다. 겁나게 달렸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날아온 택시 아저씨인가부다.
그 때, 누군가 전화를 했다.
이불 위에서 드드드드드드~ 진동하는 핸폰을 집어드니, 누군가,
"열쇠가 없어서요"
아, 이런 제길슨...ㅜ_ㅡ
꿈 좀 꾸잔 말이다, 꿈 좀!
해결해주고, 다시 누웠는데,
우리는 어느새 해당 지하철역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지하철 노선표를 보는 순간 어지럼증이...@_@;
한국의 지하철 노선표가 잘 묶여진 운동화 끈 정도라 쉽게 풀 수 있다면, 일본의 지하철 노선표는
마구 엉켜버린 실타래 같은게 입에서 자동적으로 욕 나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_-
친구와 나는 노선표를 보며 땀을 삐질 흘리면서 이동 경로를 찾기 시작했지만, 이 놈들이 다 한자로 적혀
있으니 환장하겠는 거다. 이상하게 꿈에서는 영어명도 안 써 있었다.
나? 말만 할줄 알고 쓰고 읽기가 안 되니 문맹인이 따로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한자 보기 힘든데..
사실, 그나마 아는 한자 몇 개도 일본어식으로 읽을 줄은 알지만 한국어로는 못 읽는 상태니까..;;;
언어는 안 쓰면 뇌에서 과감히 정리해고 들어간다. 올 해는 다시 공부해야겠다...ㅡ.,ㅡ
그렇게 친구와 삐질삐질 간신히 우리가 있는 지하철역과 이동경로, 목적지를 확인했는데,
으잉? 그게 '大林'으로 써 있는게 아닌가?
"...이거, 신도림역 근청에 있는 그 대림역...?"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역만 갑자기 한글로 보이는 거다. 맞다. 대림역이었다. 아, 왜? ㅡ_ㅡ?
그 때 또 다시 누군가 날 깨웠다.
이른 아침부터 검은 정장 입은 두 남자가 나보고 누구 좀 찾아달랜다. 아, 놔....ㅠ_ㅠ 돌겠네...
결국 잠이 홀라당 날아가버려서, 아무리 꿈을 다시 재생하려고 해도 이미 완전히 '무의식'에서
'의식' 상태로 돌아와버린 뇌가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빌어먹을게이츠!!!
아....꿈에서 나는 친구와 함께 무사히 돌아왔을까..? ㅡ.ㅡ....
반항해버리고 말테닷-!